M&A 성공에 이르는 네 가지 철칙

2호 (2008년 2월 Issue 1)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자들의 입에 회자될 주요한 화두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견’과 ‘인수합병(M&A)’라는 두 단어일 것이다. 사실 이 두 단어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경영 환경에서 모든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은 ‘어떻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가 비슷한 한국 기업들끼리 경쟁했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 영역이 아닌 신규사업에서도 신설 투자 형식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과거 재벌이라는 비(非)관련 다각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이나 브랜드가 아닌 일반적인 경영 능력과 자금 동원 능력이 유일한 핵심 역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성장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최고의 기술과 브랜드를 갖고 한국 내수시장 및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상황이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의존해서는 신규 사업에 진출할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러한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새로운 핵심 역량을 획득하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은 과거 M&A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M&A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M&A는 대부분 도산한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것에 국한됐다. 또한 독특한 기업 문화와 경직된 노동 시장, 노동조합은 M&A를 통한 사업 구조조정의 장애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철칙을 강조하면 다음과 같다.
 
다임러벤츠는 1999년 생산 규모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별 시장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고급 차종부터 저가 소형차까지 라인업을 보강한다는 논리로 크라이슬러를 합병했다. 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본 후 결국 2007년 서베러스캐피탈매니지먼트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때 합병회사의 시가 총액이 합병 전 각각 회사의 가치보다 낮아진 적이 있을 정도니 대형 M&A의 실패 사례의 하나로 기억되기에 무리가 없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의문을 낳았다. 과연 고급차와 중저급차 간의 시너지가 있을 것인가? 후륜 구동의 벤츠와 전륜 구동의 크라이슬러가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을까? 권위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전형적인 독일 기업 다임러벤츠와 분권화된 기업 문화를 갖고 수 없이 파산 위험에 시달려오면서도 버텨온 자부심 강한 크라이슬러가 잘 융합될 수 있을까?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실패는 M&A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려면 양 기업의 핵심 역량과 기업 문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었을 뿐이다.
 
반면 2002년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합병은 ‘일상 재화’가 되어가는 양사의 하드웨어 중심적인 사업 구조를 차별화된 서비스 중심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사업 구조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HP-컴팩의 합병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이 합병안에 대해 HP 이사회 내에서 치열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HP 설립자의 아들로 HP의 이사회 임원인 월터 휴렛은 합병안이 이사회에 상정되자 이 합병이 주주의 가치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투자자를 규합해서 위임장 대결을 벌였다. HP의 CEO였던 칼리 피오나는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합병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통합 후 비용절감과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증대하기 위한 엄청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HP와 컴팩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적 목표를 갖고 합병에 대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M&A는 그 특성상 대규모 자본 투자가 소요되며 큰 위험을 수반한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1995년부터 2001년 동안 302건의 대형 M&A를 분석한 결과, 61%의 사례에서 인수기업의 주주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M&A에 서 피인수기업의 주주에게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만일 시가총액 1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130억 원에 인수했다고 가정해 보자.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과의 통합을 통해 30억 원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지 않으면 이 M&A는 명백하게 실패한 것이다. 30억 원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을 통합해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늘려 수익을 증대하는 명확한 경영 전략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실행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M&A팀 아닌 기업개발팀을 만들라
1987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사는 고객들에게 원스톱 여행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해 힐튼호텔과 허츠렌터카를 인수했다. 하지만 많은 프리미엄을 주고 이들 회사를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시너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 항공사들은 다른 호텔 체인과 렌터카 회사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했다. 만일 M&A팀을 가동하고 있다면 그들의 임무는 M&A대상을 물색해 가격을 매기고 인수 협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국한되기 쉽다. 전략적 목표를 간과한 채 M&A를 위한 M&A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M&A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마다 M&A 전문팀을 만들고 있지만 유사한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무 전문가와 변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M&A팀은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M&A의 대상이 확정됐을 때 인수합병의 가격과 절차에만 집중하기 쉽다. 반면 왜 이 기업을 인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시너지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통합 과정에는 소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은 대부분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기업개발팀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의 기능은 CEO를 보좌하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어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부족분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해 상시 검토한다. 이 팀의 관점에서는 M&A가 새로운 핵심 역량을 획득하고 빠른 시장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대안에 불과하다. 이 팀은 기업 성장 전략의 또 다른 방법인 신설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M&A와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
   
■ M&A 철칙 ■
1.기업개발팀을 만들라
재무전문가와 변호사로 구성된 M&A 전문팀 대신 기업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기업개발팀을 만들라. 
2.소규모 M&A로 노하우를 축적하라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자신 나름의 인수합병 공식을 정립하라. 
3.핵심 사업 분야의 해외 인수를 고려하라
수요와 공급이 풍부한 핵심 사업분야의 해외 M&A 시장을 바라보라. 
4.비관련 사업 분야의 M&A는 위험하다
자신이 핵심 역량을 갖지 못한 사업 분야의 M&A는 실패하기 쉽다. 
 
사실 M&A는 신설 투자나 전략적 제휴 또는 합작 투자와 같은 대안에 비해 값비싼 선택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개발팀은 전략을 책임지는 최고전략담당임원(Chief Strategy Officer·CSO)과 개별 사업부의 전략을 짜는 담당자로 구성되는 것이 좋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재무 전문가와 협상 전문가에게만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맡길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M&A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명확한 전략이다. M&A는 목적이 아니라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소규모 M&A로부터 노하우를 축적하라
앞서 언급한 HP와 컴팩의 통합 과정의 절정기에는 2500명 이상의 통합전담 팀원이 1만 개 이상의 통합 회사의 운영 원칙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HP와 컴팩은 과거 각각 아폴로(Apollo)와 디지털이퀴프먼트(DEC) 등의 인수를 통해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M&A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런 경험은 추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미 수업료를 지불한 것과 같다. M&A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사용하는 회사는 과거의 M&A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잘 정리해 차후에 유사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터넷 라우터(Router)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인 시스코는 자신이 필요한 첨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수십 개의 기업을 M&A하면서 성장했다. 시스코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 나름대로의 인수합병 공식을 정립한 뒤 차후의 M&A에 효과적으로 적용했으며, 인수 후 통합을 가장 신속하게 실행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역량을 쌓았다.
 
이런 관점에서 M&A의 경험이 없는 한국 기업들은 일단 소규모 M&A를 통해 경험과 교훈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의 유수한 대기업들은 김영삼 정부의 소위 ‘세계화 정책’에 편승해 해외에서 대규모 M&A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현대전자는 미국의 맥스터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AST를, LG전자는 제니스를 각각 인수한 바 있다. 당시 M&A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한국기업의 대규모 M&A는 대부분 큰 손실을 보고 실패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과거의 M&A 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정리하고 노하우를 축적해 향후 M&A에 대응하려는 자세가 없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M&A가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인식한 기업들은 준비가 없이 대규모 M&A를 시도해 당황하기보다는 일단 소규모 M&A를 통해 M&A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다. 역량을 갖춘 기업 성장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대형 M&A에 대한 준비한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 기업간에 일어난 일련의 기업 M&A 사례를 분석해 보면 인수 낙찰가가 입찰 전 계산했던 기업 가치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경쟁에서 승자가 된 기업들은 나름대로 인수 후 통합을 통해 인수 프리미엄을 상회하는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한국도 글로벌 M&A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입찰경쟁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 성공한 기업들은 추후에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큰 대가를 치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M&A 사례 중 종종 거품에 가까운 인수가격이 출현하는 이유는 국내에 M&A 대상 기업들의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즉,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많은 수요자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세계 시장을 바라보면 M&A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매우 풍부한 시장이다. 특히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매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M&A를 거론할 때 역시 두산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두산그룹은 M&A를 활용해 자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성공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외환위기 전 두산그룹은 식품과 건설사업이 주력사업이었으나, 1996년 부터 이들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2000년과 2005년 각각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 그 결과 기계설비 사업이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로 탈바꿈했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미주 지역 역삼투압 방식 수처리 사업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AES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영국의 미쓰이밥콕을 인수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7월 소형 건설중장비 분야에서 50년 역사를 지닌 미국 잉거솔랜드의 밥캣(bobcat)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피인수기업들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부족한 핵심 역량을 보완하는 전략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핵심역량은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급이 부족한 국내에만 머물러 높은 인수 프리미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자신이 잘 아는 핵심 사업 부문에서 외국기업을 인수해 운영하는 것이 위험이 적을 수 있다. 이는 자신의 핵심 사업 부문의 국제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다.
  
무작정 넓히는 M&A는 위험
마지막으로 비(非)관련 사업 분야에서의 M&A는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비관련 사업 분야는 그 용어가 의미하듯 자신이 핵심역량을 갖지 못한 사업 분야다. 그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면 인수 후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운영하기가 힘들다.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M&A를 시도했지만 그 성과는 관련 사업 분야에서의 M&A보다 평균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소니는 1988년 콜롬비아픽처스를 인수해 영화 및 영상콘텐츠사업에 진입했다. 가전 하드웨어의 소니가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자와 연기자들의 세계를 이해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은 처음부터 많은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결국 소니는 인수한 지 5년 뒤 무려 35억 달러의 누적 적자를 대손상각했고 최근에서야 영화 사업에서 다소간 흑자를 내고 있다. 소니가 영화 사업에 투자한 경영 자원을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기회비용은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가전기업이 콘텐츠 분야에 진출해 실패한 것은 단지 소니뿐만 아니었다. 일본의 마쓰시다 역시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인수했다가 큰 손실 끝에 매각했다. 한국의 삼성 역시 영상사업단을 발족해 활동하다가 철수한 바 있다. 물론 두산그룹의 예처럼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와 그 관련 분야에서 전망이 나쁜 기업들은 오히려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더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핵심 사업과 관련 분야에서 기회는 없는 지, 많은 위험이 수반되는 비관련 사업 분야의 M&A를 수행할 만한 관리역량은 어떻게 갖출 것인 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시장 성장률: 차별화x, 유통채널 변화로 요쿠르트 시장 성장률 감소

외부시장: 온라인채널로의 고객 구매 성향 변환



고객 차별성

- 신선식품, 간편식품

- 하루만에 냉장식품 배송


성장 전략: 영업시간 * 가동률 * 회전률 * FM인수

세그먼트 분석

- PDA도입으로 고객데이터 전산화

- age sex time area sku channel busi natl EL E/N

- 아줌마들의 고객층이 20-30대가 아니므로 나이 적은 고객들이 적음 -> 온라인 진출

가동률

유통 채널

- 오프라인

- 방문판매

- 오프라인 방문 유통채널: 장기 안정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에 

-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리: 옴니채널 역할

- 마트 등 유통채널 경유 판매

- 온라인: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전환

상품라인

- 반찬사업 실패 <- 고객 취향이 발현되기 때문

- 냉동 식품 사업전개

타사업지출 : 

잇츠온: 온라인 간편식 서비스

하이프레이몰: 온라인 신선품 매장로 사업다각화

회전률

coco도입으로 FM의 가동성 증대

FM人数

FM인수 확대


SR4. Interview: 신승호 한국야쿠르트 디지털 마케팅 부문장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쌓은 고객 정보
디지털로 전송해 플랫폼 경쟁력 키워

Article at a Glance

한국야쿠르트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건강 음료 시장에서 전통 구독 비즈니스 방식을 업그레이드해 시장에서의 위상을 되찾았다. 오랜 시간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렸던 프레시매니저들의 공이 크다. 이들은 디지털 마케팅과 오프라인 고객 마케팅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해 한국야쿠르트의 차세대 성장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다.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대면해 얻은 고객 정보를 디지털로 전송해 고객을 더욱 면밀히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온라인몰로 이뤄진 주문을 신선하고 정확하게 고객에게 전달해 한국야쿠르트만의 배송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각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지연(한양대 교육공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 음료 시장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 기업에서 다양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음료마다 뚜렷한 차별화하기 어려운 이유에서다. 발효유의 원조 격인 한국야쿠르트도 이 난관을 피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편의점, 할인마트는 물론 온라인으로 유통 채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판매와 정기 배달 중심의 영업 방식이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늘어갔다. 실제로 2012년 팔도 분사 이후 매출이 감소해 위기감이 증가하기도 했다. 우려도 잠시, 한국 야쿠르트는 5년 만인 2017년 ‘1조 원 클럽’에 다시 진입,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야쿠르트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축소하는 대신 이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일등공신은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매니저, FM)’와 ‘정기 배송 서비스’. 프레시매니저들은 면대면 고객 관리를 통해 끈끈한 관계를 맺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객의 장기적인 구독 결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나아가 한국야쿠르트의 안정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7년부터 시작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간편식 배달 서비스 ‘잇츠온’과 온라인 신선 식품 매장인 ‘하이프레시몰’도 마찬가지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서비스를 통해 샐러드, 밀키트와 같은 간편 요리에서부터 계란, 정육,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문한 음식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정기 결제를 유도할 수 있었다. 전통 모델의 강점만을 뽑아내 디지털 서비스를 입혀 독자적인 구독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잇츠온 주문을 포함한 하이프레시몰 매출은 각각 28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코로나19특수로 매출이 약 5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발효유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평균 신장률이 50%에 육박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신승호 한국야쿠르트 디지털마케팅 부문장으로부터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을 들었다.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간편식 배송 서비스 ‘잇츠온’, 신선 식품 배송 서비스인 ‘하이프레시몰’ 등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히트 상품인 ‘콜드브루’가 계기가 됐다. 2017년 콜드브루가 출시되고 난 후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마트나 편의점에서 콜드브루를 찾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한국야쿠르트의 모든 음료는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현재는 프레시매니저)1 로 불리던 배달 사원이 끌고 다니는 카트에서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아주 간단하게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이 앱이 화제를 모으면서 콜드브루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우리도 뭔가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과 영업을 해야 하는 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단서는 1년 뒤에 포착됐다. 콜드브루 매출을 분석했는데 젊은 층이 마셔야 할 콜드브루를 50대 이상이 더 많이 마시고 있었다. 2030세대가 야쿠르트 아줌마의 주 고객층이 아니다 보니 판매가 쉽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받는 것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에겐 야쿠르트 아줌마의 현장 방문판매식 영업이 낯설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콜드브루를 현재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주 고객층인 50대 이상에게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방식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문판매를 줄이고 경쟁사들처럼 마트나 편의점과 같은 유통 채널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물론 과거와 달리 자사 제품이 유통 채널에도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핵심 전략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기존 방식을 지렛대 삼아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그동안 한국야쿠르트가 방문판매와 정기 결제의 이점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는 사람이 직접 고객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고객과 관계를 맺으면 잘 끊어지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제품 판매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 결제로 이뤄질 경우 이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한다. 말 그대로 한 번 고객이 된 사람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수십 년 한국 야쿠르트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십수년간 야쿠르트 구독을 끊지 않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정기 결제 구독자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엄청난 이득이다.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고, 장기 수요 예측이 가능해 사업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언택트’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 즉 프레시매니저 없이 정기 배송 서비스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나?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야쿠르트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프레시매니저에 있다. 이들은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배송 서비스다. 지역 단위로 오랜 기간 활동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식품 배달이 가능하다.

프레시매니저들의 고객 관리 능력 또한 탁월하다. 방문 판매는 한국야쿠르트의 50년 역사가 축적된 노하우다. 장기간 고객과 관계를 맺으면서 고객의 가족 구성원, 직업 등을 모두 파악해 기록해두고 있다. 그 집에서 키우는 아들이 몇 살인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강아지 이름과 나이를 알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고객들에게 상황별로 적합한 제품 구성을 추천해준다. 만약 고객의 남편이 영업직이라 술을 자주 마신다면 숙취에 좋은 음료를, 자녀가 수험생이라면 눈에 좋은 음료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른바 ‘업셀링(up-selling)’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하고, 구성을 바꾸고,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더욱더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확보한 정기 결제 고객만 150만 명이다. 단순히 온라인 주문 결제와 배송 서비스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한국야쿠르트만의 자산이다.

구독 비즈니스 모델 하면 언택트 배송 서비스나 온라인 구독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이 방법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객을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노하우가 이미 회사 내에 존재한다면 이를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 야쿠르트도 마찬가지다. 프레시매니저의 ‘대면 서비스’로 축적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고객 관계를 더욱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프레시매니저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최근 고객이 증가하면서 프레시매니저 수도 늘릴 예정이다. 프레시매니저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가구 수는 약 180∼200가구 정도다. 매니저를 늘리지 않고 가구 수만 확대되면 고객 배달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 관리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배송 서비스의 질도 우리 상품의 일부다.

프레시매니저들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프레시매니저들의 고객 관리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2014년부터 냉장 전동 카트인 ‘코코(Cold&Cool)’를 도입해 기동성을 높였다.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시속 8㎞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프레시매니저들이 카트를 직접 끌고 걸을 때보다 체력과 시간을 아껴 고객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제품 추천도 가능해졌다.

그뿐만 아니다. 코코를 도입함으로써 프레시매니저가 자연스럽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플랫폼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하이프레시몰과 잇츠온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코코에 넣어서 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시간을 지정하면 프레시매니저들이 제품을 코코에 넣고 배달하는 식이다. 별도의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이미 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레시매니저를 통해 양질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서비스와 온라인 서비스를 연계하는 ‘디지털화’ 작업도 필요할 거 같다.

2010년부터 고객 데이터의 디지털화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우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고객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고객 정보를 주로 수첩에 적었다. 이름과 나이, 주소가 정확하게 기재돼 있지도 않았다. ××약국 ○○엄마, △△사거리 영미네 등 별명으로 적힌 경우가 대다수다. 결제일도 모두 수기로 찾아봐야 하기 때문에 놓치거나 정확하지 않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PDA를 도입해 고객 정보를 전산화하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프레시매니저가 PDA를 휴대해 고객의 결제일이나 고객 관련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고 고객의 정보도 바로바로 기입해 본사와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코코에 넣어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상에서 고객이 요청한 사항을 프레시매니저들이 바로 반영할 수도 있다.

업무가 늘어나 불만을 나타내는 프레시매니저들은 없나?

한국야쿠르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프레시매니저들의 성공이다. 관리하는 제품 수가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작업이 늘어났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프레시매니저가 자신의 매출이 비례해 수익을 얻는다. 개당 몇천 원인 발효유보다 잇츠온, 하이프레시몰의 제품 단가가 훨씬 더 높다. 특히 밀키트 같은 경우에는 한 개당 2만∼3만 원인 경우도 있다. 객단가가 올라가면 프레시매니저들의 수익도 올라간다. 자발적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충분하다. 실제로 많은 프레시매니저가 기존 고객에게 신선 식품과 간편식을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고객 외에 하이프레시몰과 잇츠온 등 온라인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신규 고객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온라인 고객 확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기존 고객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프레시매니저들이 기존 고객에게 프레시몰 할인 쿠폰을 제공해 가격 혜택을 주는 식이다. 나이가 든 고객도 많기 때문에 프레시매니저들이 직접 온라인 회원 가입, 앱 결제 방식을 일일이 가르쳐준다. 대부분 기존 오프라인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온라인 결제를 유지하고 있다. 초기에 하이프레시몰 가입자 43만 명을 모을 수 있던 것도 기존 오프라인 고객들 덕분이다.

두 번째는 좀 더 어려운 작업인데 기존에 한국야쿠르트의 오프라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정기배송을 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구성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격 정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가격 전략은 정말 어렵다. 오죽하면 넷플릭스도 1년 뒤 이탈하는 고객이 85%나 된다고 할까. 한 달 무료 정책이 고객을 유입시키기도 하지만 그만큼 체리피커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그중에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이 바로 체리피커 고객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이다. 가격 혜택을 제공하면 그 혜택만 받고 이탈하는 고객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100원 쿠폰’을 예로 들어보자. 100원으로 계란을 사게 해주는 경우와 100원으로 5000원어치의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회사에 유리할까. 언뜻 보면 100원에 계란을 구매하게 해주면 고객도 좋고 회사도 돈을 덜 써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회사로선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고객이 정말 계란 한 개만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5000원어치를 구매하게 해주면 고객들은 5000원보다 더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5000원어치를 할인받은 경우 평균 3.7개 제품을 구매했다. 원래 사려고 했던 물품들도 우리 앱에서 구매한 것이다. 그렇게 여러 개를 구매해 배송을 받아본 후 경험이 나쁘지 않으면 두 번째 방문으로 이어진다. 여러 번 방문하다 보면 자신이 자주 구매하는 식품의 경우 정기 결제를 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것을 깨닫고 구독으로 이어진다.

이제 온라인 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결국 하이프레시몰은 정기배송을 염두에 둔 식품 배송 서비스다. 그만큼 처음에 고객들을 정기배송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제품군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것이 반찬이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간편식이나 조리된 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새롭고 신선한 반찬을 제공해주면 반응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고객들의 입맛이 각기 달랐다. 좋아하는 단맛 정도, 짠맛 정도, 식감 등이 각양각색이었다. 당연히 반찬이 맛있다는 반응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짧은 유통기한도 문제였다. 반찬은 보통 수일에서 수주를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먹는데 배송하는 반찬의 유통기한은 상대적으로 짧아 남기고 버려야 했다. 고객들이 생각하기에 가격이 비싸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반찬 사업을 6개월 만에 접었다.

그다음에 시작한 것이 밀키트 사업이다. 밀키트는 반 조리 형태로 배송해 각 가정에서 열을 가해 간단한 조리만 하면 요리가 완성된다. 찌개류, 탕류에서부터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스파게티, 스테이크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포장해서 가져오거나 배달하더라도 돈이 많이 들었던 식품군을 공략하다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또한 신선하게 당일 만들어 배송된다는 것이 크게 부각됐다. 이미 배송 인프라가 있어 밀키트 단가 자체를 다른 경쟁사들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됐다. 밀키트 제품 인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샐러드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었다.

이미 식품을 배송하는 경쟁 플랫폼이 많다.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야쿠르트의 이미지와 서비스 전문성에 맞춰 건강 중심의 ‘신선 식품’과 ‘간편 식품’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유사한 제품을 배송해주는 업체는 많지만 그날 출고한 식품을 바로 냉장 캐리어로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는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매니저들이 유일할 것이다. 계란, 정육, 과일, 야채 등 우리가 배송했을 때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군에 집중하려는 이유기도 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식품은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식품에 대한 안전성도 높은 편이다. 전날 주문받은 수량만큼만 제조(daily order made)하는 원칙을 적용해 재고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이익으로 들어간다. 프레시몰에서 제공하는 샐러드가 다른 채널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또한 배송 시간도 고객이 새벽 혹은 오후로 지정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정확하게 받을 수 있어 하루 끼니 계획을 무리 없이 세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이제 저성장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비즈니스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자체 기술이나 상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벤처기업 인수의 경우 적절한 대상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기존 대규모 딜과 달리 벤처기업은 그 숫자부터 다르다. 어디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을 찾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이 덩치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M&A에 비해 훨씬 커진다. 한마디로 적정 기업을 물색하는 데 들어가는 ‘마찰적’ 비용이 크다. 만약 회사가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하지 못했다면 이 시간과 돈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벤처기업에는 이러한 ‘정량적’ 평가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해당 벤처에 최초로 투자한 사람들의 이력 등 ‘정성적’ 평가에 기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전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Business Leader Interview

M&A는 선택 아닌 필수, 스몰딜 중심 전략 세워야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에는 어느 정도 덩치가 큰 기성 기업을 M&A할 때와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한다. 우선, 벤처기업은 규모도 작고 수도 많기 때문에 적절한 대상을 찾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기성 기업을 M&A할 때보다 훨씬 커진다. 따라서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한다. 또한 기성 기업 M&A의 경우 주로 재무제표 정보 같은 ‘정량적’ 지표에 의존하지만 벤처기업을 M&A할 때에는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같은 ‘정성적’ 지표가 훨씬 유용하다. 결국 피인수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것부터 가치평가를 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달라져야 벤처기업 M&A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경쟁사보다 한걸음이라도 앞서나가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망한 신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사들인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선택한 M&A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M&A를 활발히 수행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M&A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스티브 크루스코스(Steve Krouskos) 언스트앤영(EY)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제는 기업이 좋은 거래를 성사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업이 좋은 M&A 거래를 하기 위한 조건과 최근 글로벌 기업의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크루스코스 부회장으로부터 들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M&A의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M&A 업무를 막 시작할 때인 1993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바바리안스 앳 더 게이트(Barbarians at the Gate)’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드라마에서 M&A는 다른 기업의 가격을 후려쳐서 사들이거나 오너가 회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 정도로 그려진다. 약 25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M&A의 상당수는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신사업 진출이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M&A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는 기업들이 M&A를 단순히 경영권 탈취나 방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걸 뜻한다. 한마디로 M&A의 위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M&A 시장에 최근 2∼3년 새 다시 불이 붙었다. 이제 저성장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비즈니스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자체 기술이나 상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스티브 크루스코스 EY 부회장은 플로리다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M&A 전문가로 지난 25년간 기업,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글로벌 M&A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난 2002년 EY에 합류, M&A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체 고위직 임원들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EY Corporate Development Leaders Network in the US)를 설립해 EY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을 따른다.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산업구조로 전환하거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들을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 M&A나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다. 대표적인 예로 로레알과 듀폰을 들 수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은 2016년 상품과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2014년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까지 영입해 새로운 조직을 꾸렸다. 로레알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화장품과 연계된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과 인큐베이팅을 도와주는 ‘파운더스 팩토리(Founders Factory)’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다. 올해 초 로레알은 파운더스 팩토리와 손잡고 5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소비자 개인에게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골라주는 피부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가상현실에서 화장법을 1대1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거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새 유통 비즈니스 전략은 결국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이었다.

듀폰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갔다. 1920∼1930년대부터 네오프렌(neoprene), 나일론(nylon) 등을 개발하며 화학제품 생산에 주력했던 듀폰은 1990년대 신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최근엔 바이오 회사로 거듭났다. 이처럼 계속된 변화를 위해 듀폰이 선택한 전략이 M&A였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파이오니어(Pioneer)를 인수한 걸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즉, 신소재로 넘어가면서 듀폰의 핵심 사업인 화학섬유 부문을 매각했고, 바이오 사업으로 전환할 때는 신소재 사업의 주축이었던 기능성 코팅사업을 팔았다. 1802년에 설립한 회사가 200여 년이 넘게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한국 기업의 바람직한 M&A 전략은 무엇인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기업의 변신은 필수가 됐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변신을 위해선 M&A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도 이 부분에는 100% 공감한다. 실제로 EY가 최근 포천 1000대 기업에 해당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조사에 응한 한국 기업의 80%가 1년 안에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이한 점은 한국 기업 M&A 담당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게 ‘벤처기업 투자’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신기술이나 플랫폼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 기업 중 본격적으로 벤처기업 M&A에 뛰어들기엔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이는 벤처기업 M&A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M&A를 추진할 때와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M&A를 결정하기 위해선 크게 3단계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생산 공정 등 M&A가 필요한 분야를 선정해야 한다. 회사의 현 사업구조를 가치사슬별로 쪼개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M&A가 필요한 분야가 어디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같은 사업 분야에서 규모를 확대하거나 기존 산업과 전혀 다른 영역에서 신산업을 찾아 나섰기 때문에 M&A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M&A는 사업 전반의 방향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어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졌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인수할 기업을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벤처기업 인수의 경우 적절한 대상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기존 대규모 딜과 달리 벤처기업은 그 숫자부터 다르다. 어디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을 찾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이 덩치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M&A에 비해 훨씬 커진다. 한마디로 적정 기업을 물색하는 데 들어가는 ‘마찰적’ 비용이 크다. 만약 회사가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하지 못했다면 이 시간과 돈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할 기업을 찾은 후에도 고민이 계속된다. 벤처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피인수기업의 EBIT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보고 판단하면 됐다. 이 현금흐름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여기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나 채무 관계 등을 파악해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벤처기업에는 이러한 ‘정량적’ 평가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해당 벤처에 최초로 투자한 사람들의 이력 등 ‘정성적’ 평가에 기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전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벤처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over-priced)’됐다고 보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벤처기업의 인수가격도 철저하게 시장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어떤 벤처기업의 장래가 유망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수를 희망한다. 벤처기업은 한 개뿐인데 인수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 당연히 몸값이 높아진다. 벤처기업의 잠재력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지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몸값이 비싼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업의 전략에 꼭 맞는 알짜 벤처기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벤처기업들의 정보를 축적해야 하고 괜찮은 물건을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잘 알아둬야 한다. 가격이 비싸단 이유로 새로운 기회를 포기하기보다는 내 발품을 팔아 내 조건에 맞는 기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기존 M&A 전문가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M&A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존에 대규모 기업 딜만 해왔던 전문가들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의 상황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M&A를 성사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을 따로 두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을 관할한다는 의미에서 최고성장책임자(CGO·Chief Growth Officer)라고 불리는데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꽤 많이 도입하고 있다. M&A만 해본 사람은 CGO 자리에 부적합하다. 자신의 사업을 실제로 경영해보고 이를 통해 경영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된 사람이 적합하다. 기업의 R&D, 마케팅, 사업전략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벤처기업을 잘 이해하고 있고 관련 정보를 잘 알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M&A 성공 비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M&A에 왕도는 없다. M&A로 대박이 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 결과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조언을 해준다면 2가지 측면에서 가능할 것 같다.

첫째, 경쟁사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과거에는 경쟁사들이 하는 사업이나 제품을 분석했지만 이제는 경쟁사들이 어떤 기업들을 인수하고, 어떤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는지 등 시장의 변화 속에 기업들이 택하는 경영전략 전반을 분석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통 기업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가 된다. 미국에서 GM, 포드, 도요타 등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 시장 안에서만 경쟁했다. 주된 관심거리는 서로 어떤 모델의 신차를 만드는지, 어떤 기능을 추가했는지, 얼마의 가격에 내놓는지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율주행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이 같은 경쟁사 분석은 무의미해졌다.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테슬라, 거대 IT 기업인 구글, 애플 등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택시 산업에 대항해 탄생한 운송서비스 스타트업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도 자율주행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IT 기업과 자동차 회사가 서로 전략적으로 협력하거나 자율주행 기술이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이 움직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현재 내가 서 있는 산업 전반을 살피고 내 경쟁자들이 누구와 어떻게 협력을 맺고 있는지, 새로 인수한 기업들의 성격은 어떠한지 등을 쭉 나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추천한다. 그 속에 M&A 전략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둘째, 하나의 미래가 아닌 ‘복수의 미래(Multiple Futures)’를 계획해야 한다. 예전에는 M&A 규모가 크다 보니 하나를 성사시키기도 버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딜 규모의 약 10분의 1 수준인 것도 상당수다. 기업들은 하나의 M&A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이 중에서 성공한 비즈니스가 실패한 비즈니스의 손해를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의 기술이 또 다른 플랫폼에서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미래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얼마 전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한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차고 문 여닫이를 작동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꽤 괜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걱정이 많다. 그는 얘기 도중 굉장히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언젠가 삼성 스마트폰이 이 사업을 먹어치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모델이나 기술이 자신의 사업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럴 때인 만큼 다양한 미래에 대비하고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생각을 염두에 두고 M&A에 나서야 한다.



M&A 외에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전략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분기별로 미국 30대 기업 리더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다. 코카콜라, AT&T, P&G,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 포함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최근 10년 동안 참 재밌는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만나면 서로 대화하지 않았다. 내 아이디어나 기업 동향을 다른 기업이 알면 큰일 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깊이 있는 사업 얘기는 안 하고 언제 경기가 풀릴 것인가와 같은 ‘수박 겉핥기’식 이야기에 집중했다.

최근 1∼2년 새 글로벌 리더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자신의 사업 구상이나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사업에 진출하고 싶은지,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떤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선 기업 간 전략적인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염두에 둬야 할 전략 중 하나다. 이것이 전략적 제휴(Alliance)나 합작회사(Joint Venture)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통적 제조기업의 경우 이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선 자신의 상품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로 디지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유럽 대표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온라인 매핑 분야의 선두주자인 나브텍(Navteq)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 회사는 자동차 시장에선 주요 경쟁자다. 그러나 최근 구글, 애플과 같은 디지털 기업까지 미래 자동차 기술인 자율주행에 뛰어들면서 시장에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 강자인 이들이 합세해 디지털 역량을 키운 것이다.

GE 디지털 얼라이언스 프로그램(GE Digital Alliance Program)도 비슷한 사례다. 소프트웨어, 통신사, 컨설팅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GE가 개발한 프레딕스(Predix)라는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산업인터넷(IIoT·Industrial IoT)’이다. 산업 현장에 IoT를 적용해 공장 가동이나 제조 공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AT&T, 인텔 등이 합류해 각각의 강점을 서비스에 녹였다. EY도 GE 디지털 얼라언스에 합류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에너지관리 솔루션인 MEMS(Manufacturing Energy Management Solution)의 경우 기업들이 GE 프레딕스 플랫폼을 통해 공장의 전력과 물 사용량을 추적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IoT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는 디지털 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물론 전략적 제휴가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휴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태의 기업 간 결합이기 때문이다.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결과를 달성했을 때 어떻게 성과가 분배되는지도 불분명해 상호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최근 우버가 테슬라에 연합하자고 제안했지만 테슬라가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제휴를 맺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휴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실제 M&A처럼 돈거래가 오고가지 않더라도 마치 M&A를 한 것과 같은 자세로 제휴에 임해야 한다. 인력이든, 돈이든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전략적 제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SR3. “빨래만큼 최적의 구독 비즈니스는 없다” 런드리고의 전략

“다음 날 완료 & 배송… 이렇게 편할 수가”
세탁 서비스 불편했던 소비자 사로잡아

Article at a Glance

실패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런드리고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주기성이 높아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인 세탁 서비스를 선택했다.
2. 익일 세탁 완료 및 배송 서비스를 내놔 기존 세탁 서비스에서 느꼈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등 세탁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3. 런드리고만의 독특한 세탁함인 런드렛을 개발해 세탁물 보관 및 운송의 안전성을 높여 비대면 서비스를 완성했다.
4. 세탁 비즈니스의 최대 장점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직영 공장을 설립해 질 좋은 세탁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동욱(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100년 전, 세탁기는 집안일의 부담을 낮춰준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가사 노동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 여성 해방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릴 정도였다. 그 후 1세기 동안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세탁기 브랜드들은 세탁 과정을 어떻게 더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탁기 자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역사적인 발명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 기업들이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빨래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 아예 집 밖에서 빨래 노동을 대신해 주겠다며 등장한 스타트업 때문이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의식주컴퍼니의 ‘런드리고’ 얘기다. ‘모든 가정에 세탁기를 없애겠다’는 도발적인 목표를 세우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당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빨래 수거를 요청하면 그날 밤 런드리고에서 자체 빨래함인 ‘런드렛’을 수거해 세탁한 뒤 그다음 날 자정 즈음에 배송해준다. 모든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시작은 좋은 편이다. 세탁기가 없거나 집안일을 할 여유가 없는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이를 키워 빨래 양이 많은 가정도 런드리고의 주 고객이 됐다. 2만 가구가 유료로 사용하고 있고 이 중 6000가구가 정기구독을 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은 런드리고는 지난해 5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65억 원을, 지난 6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170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런드리고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홈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을까. DBR이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 분석해봤다.



구독 서비스 ‘최적’ 아이템 - 빨래
1. 실용적이고 취향을 타지 않아야 성공한다

2018년 1월. 조성우 대표는 배민프레시1 를 나와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이번 비즈니스 모델도 여지없이 구독. 그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 2011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든 이른바 ‘구독 전문가’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그는 회사를 나와 ‘덤앤더머스’를 창업했다. 사람들이 자주 쓰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면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사업 수익성도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제품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구독 아이템을 시도해봤다. 넥타이, 화장품부터 면도기와 같은 생필품, 우유와 같은 신선식품 등 조금이라도 정기 배송이 가능하다 싶으면 실험해봤다. 그러면서 구독 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핵심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정기성’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정기성은 단순히 일정 주기에 반복적으로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넥타이같이 제품 단위 가격이 높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사용하는 주기가 너무 길어지면 구독의 장점이 약화될 수 있었다. 분명 짧은 주기가 있지만 예상 주기에 맞춰 제품을 교체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면도날이 대표적인 예다. 권장 교체 주기는 2∼3주 정도인데, 이 주기를 그대로 지키는 남성 소비자들은 매우 드물다. 마지막 면도날을 권장 사용기간보다 길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길게는 3달까지 같은 면도날을 쓴다. 이 때문에 교체 주기가 짧고 일상적으로 소비하면서, 반드시 반복 소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아이템을 찾게 됐다. 결론은 우유, 건강음료, 샐러드와 같은 신선 식품이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른 아침에 먹고 싶어 한다는 니즈를 반영한 결과 한국에서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고객의 ‘취향’이 다양하거나 쉽게 바뀌는 아이템은 피해야 한다. 고객의 선호와 기호가 다양하면 정기구독이 오랜 기간 유지되기 어렵다. 같은 서비스라도 고객 만족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월마다 랜덤으로 섞어서 보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결국 사라진 이유다. 구독하는 고객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구독할 이유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취향이 수시로 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가 배민프레시에서 시도했던 반찬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고, 먹고 싶은 반찬도 그때그때 다르다 보니 만족도가 천차만별이었다. 같은 반찬을 같은 고객이 먹어도 그날 입맛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도 했다. 구독자가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다. 반면 우유나 물처럼 사람마다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고, 한번 취향이 고정되면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는 달랐다. 고객은 무의식중에 계속해서 같은 브랜드, 상품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배송받는다. 일상적으로 먹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만족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제주삼다수를 마시는 사람은 줄곧 제주삼다수를, 서울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계속 서울우유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아이템이 성공 확률이 높았다.

세탁 서비스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아이템이었다. 우선 세탁은 누구나 주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아무리 주기가 길어도 계절마다 1회 이상 찾는 서비스다.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는 가정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세탁기를 돌리게 돼 있다. 그리고 이 주기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계속해서 유지된다.

또한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는 기대나 취향이 복잡다단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었다. 세탁의 고품질 서비스 조건은 간단하다.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깨끗하게 세탁해주고 다림질을 잘하면 된다. 고객의 기대치를 이미 예상할 수 있고 그 기준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세탁만큼 정기성이 강하고 일정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좋은 아이템이 없다. 그만큼 구독 서비스에 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런드리고가 월정액 서비스를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2. 전통 서비스 방식에 멈춘 세탁 비즈니스의 혁신

기존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온 구독 서비스는 승산이 없다. 고객들이 기존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꼈던 답답함이나 불편함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미 익숙하게 이용했던 서비스를 힘들게 모바일로 갈아타야 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세탁 시장을 분석해보니 혁신해야 할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 한국의 세탁 시장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정체돼 있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만족하지 못한 채 서비스가 관성적으로 유지돼 온 것을 확인한 것이다.

세탁소는 보통 동네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옷 자체가 부피가 크기 때문에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기 어려워 대부분 집 앞의 세탁소를 찾는다.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세탁소마다 고정 고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세탁 관련 정보도 동네에 머물 뿐 흐르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해 서비스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동네마다 천차만별인 가격이었다. 분명 같은 원료와 기계로 세탁을 하는데도 패딩 세탁 비용이 어느 지역에선 1만 원이고, 어느 지역에선 3만 원이었다. 가격은 다 다른데 왜 다른지, 어떤 부분이 다른지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웠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도 없었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도 높은 편이었다. 세탁 비즈니스는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크다. 고객은 자신의 자산과 같은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세탁소는 그 옷을 세탁해 되돌려준다. 고객이 직접 세탁 전과 후의 상태를 살피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서비스 결과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어 가격 투명성은 확보하고 있었고, 서비스의 질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물리적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가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들이 매번 때를 놓쳐 세탁소를 가지 못해 불편을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세탁 비즈니스 자체가 축소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차세대 세탁업자들을 찾기 어려웠다. 세탁업에 종사하는 사장님 대부분은 50∼60대였다. 딱히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다른 후계자를 키울 생각도 없었다. 당신 세대까지만 사업을 할 생각으로 세탁소를 유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한국에서 매월 문 닫는 세탁소가 100여 개, 매년 사라지는 세탁소가 1000개 이상이다.



런드리고는 세탁소 서비스를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게 바꿔 고객이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분명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세탁 비즈니스의 태생적 한계인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비대면 서비스였다. 고객 집에 직접 찾아가 집 앞에 놓인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한 후 다시 집 앞에 배송해주는 것이다. 기존 세탁소가 최소 며칠에서 최대 일주일 이상 기간을 두는 것과 달리 런드리고는 세탁을 맡긴 후 이틀 뒤 아침에는 고객이 그 옷을 깨끗이 입을 수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의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가장 우려한 부분은 고객이 자신의 세탁물을 세탁함에 넣어 집 밖에 기꺼이 놓아둘 수 있는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옷을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과거 세탁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방식이기에 고객이 익숙지 않다고 느끼면 서비스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런드리고는 파워 블로거, 스타트업 대표, 연예인 등 깐깐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소비자 100명을 선정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안전한 런드렛 시스템은 물론 다음 날 바로 세탁 서비스가 완료된다는 점, 가격이 정찰제라 가격 흥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 기존 서비스보다 좋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설문 조사를 통해 서비스를 보충하는 작업을 한 후 2019년 3월, 정식으로 출시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각광받으면서 런드리고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현재 월 평균 3만 가구가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 드라이클리닝에서 일상 빨래로

런드리고의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의류 관리 서비스와 함께 메인으로 내세우는 서비스는 바로 빨래다. 조 대표는 빨래 서비스 시장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10년 안에 빨래 시장 규모가 현재 7000억 원대에서 드라이클리닝 시장과 맞먹는 4조 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그와 함께 런드리고 정기구독 모델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기성이 매우 큰 서비스다.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만 해도 계절 요인이 크고 고객의 옷 스타일에 따라 수요가 다르다. 최근엔 드라이클리닝 주 고객이었던 회사원들이 양복을 덜 입고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으면서 수요가 줄고 있다. 반면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일반 옷은 비정기적으로 빨더라도 속옷, 수건 등 생활 빨래는 무시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둘째, 빨래 대행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는 효용이다. 편리함을 이길 수 있는 고객의 취향은 없다. 빨래는 반드시 해야 하는 집안일이지만 대부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집안일보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세탁기를 돌리고 세탁물를 널고 개는 작업이 무한 반복된다. 만약 누군가가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더 깨끗하게 빨래를 해준다면?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생각하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후 느낀 편리함을 맛보면 둘이서 가사를 감당했던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 말 그대로 안 써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 빨래 시장 자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코인 빨래방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단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굳이 세탁기를 집에다 두지 않고 외부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도 늘었다. 집에 세탁기가 있더라도 운동화, 이불 등 큰 빨래를 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는 가격으로 빨래 대행 서비스를 해준다면 소비자들은 외부 빨래방 대신 빨래 대행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란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런드리고의 빨래(런드리) 서비스를 30리터에 9800원으로 내놓고 있는 이유다.


DBR mini box

런드리고의 세탁물에서 세제 향이 안 나는 까닭

런드리고 세탁물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런드리고의 세탁물에서는 비누 냄새가 조금 날 뿐 일반 가정집에서 세탁한 후 나는 강한 세제 향이 나지 않는다. 런드리고가 강조하는 친환경 정책 때문이다. 런드리고는 소비자들이 세탁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고 건강하게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도 서비스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조 대표는 세탁 시장을 연구하면서 세탁 세제에 독성 화학물이 생각보다 많이 첨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런드리고가 기존 세탁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상, 이 문제도 분명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향은 약하지만 피부에는 더 좋은 세제를 개발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때마침 친환경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바이오스탠다드가 공동 개발에 나서면서 운도 따랐다.

더 나아가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쓰레기 처리도 친환경으로 풀었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받아오는 철사 옷걸이, 의류를 덮는 비닐 등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다시 수거해 간다. 소비자들은 평소에 처리해야 했던 쓰레기 처리 부담에서 해방되고 런드리고는 기존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먼저 찾아내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고객을 유인하는 가격 전략
1.직영 공장 운영

2017년 6월, 조 대표가 배민프레시를 퇴사하고 나와 여행을 할 때였다. 우연한 기회에 세탁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겼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 출신 세탁 고수들을 찾아 이들에게 시장 상황을 물어봤다. 한번은 뉴욕 퀸즈에 있는 세탁 공장을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세탁과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적게 드는 비용이었다. 세탁 세제와 같은 원료비는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었고, 세탁 과정이 기계화, 자동화돼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공장 인프라에 투자만 하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비즈니스가 굴러갈 수 있었다.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구독 서비스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구독 서비스의 핵심은 시중보다 비싸고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사람들은 시중과 비슷하거나 싼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움직인다. 즉,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란 얘기다. 조 대표는 직영 세탁 공장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면 이 문제가 바로 해소될 것이라 판단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 요금으로 호텔 세탁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한국에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형 세탁 비즈니스 업체는 없었던 걸까? 물론 유사한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거래비용이 증가해 세탁 비즈니스의 강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대표적인 게 프랜차이즈 세탁소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각 지역에 대리점을 열고 대리점에서 받은 세탁물을 직영 및 위탁 공장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인건비와 임대료나 세탁물 운송비, 위탁 공장을 쓰면서 들어가는 관리비용까지 모두 세탁 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게 런드리고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본사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비용까지 붙으면 가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런드리고와 경쟁하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위탁 세탁을 맡기고 있어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각기 다른 공장에서 작업이 이뤄져 품질도 일정치 않았다. 그렇기에 런드리고가 자동화한 공장을 만들어 직영으로 운영해 세탁 과정의 모든 서비스를 관리한다면 현재 가격보다 충분히 낮추면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런드리고는 스타트업답지 않게 과감한 결정을 했다. 세탁, 드라이클리닝 등 전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것. 자동화된 세탁물 분류 시스템, 다림질 기계, 세탁물 운반 로봇, 세탁물 개는 기계 등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는 공정을 모두 기계화했다. 초기 공장 투자는 엔젤투자로 충당했다. 이미 사업 성공 경험이 있는 조 대표이기에 초기 자금 조달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후 시리즈A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세탁 기계를 추가로 늘려 현재의 2600㎡(약 900평) 규모의 세탁 공장이 완성됐다. 또한 세탁 장인들을 고용해 전 과정을 관리하고 로봇이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정밀한 세탁 과정을 담당하게 했다.

조 대표는 “개발 초기의 기계다 보니 적용하는 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세탁 전문가들도 기계를 쓰면 품질이 안 좋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세탁 전문가들도 인정할 만큼 기계를 이용하면 일 처리가 빠르고 옷 손상도 덜하다. 보다 정밀한 세탁 공정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더욱 낮추고 세탁 품질은 향상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2. ‘가성비’ 드라이클리닝 서비스

런드리고는 사람들이 대체로 비싸다고 여기는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내놔 고객을 유인했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동네 세탁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더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특히 구독 서비스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자유 이용 고객보다 15∼2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놨다. 드라이클리닝 12장을 5만 원대에 제공하고 와이셔츠 20장과 드라이클리닝 2장을 4만 원대에 제공한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패키지로 이용할 경우 할인폭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해 고객들이 구독을 하도록 유도했다. 얼핏 생각하면 일정 기간 회사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만족도가 높으면 런드리고를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고객 유지율(retention rate)이 75% 이상으로 높게 나와 런드리고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런드리고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드라이클리닝 고객에게 런드리고의 빨래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인하는 것이었다. 여러 번 자신이 쓰는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런드리고가 제공하는 빨래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 봤다. 게다가 빨래 서비스 자체가 가격이
1만 원 이하로 책정돼 고객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추가로 경험해보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싼 가격에 혹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써 본 고객이 호기심에 빨래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뒤에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구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결국 고객들이 최대한 빠르게 빨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고객들이 가장 익숙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지렛대 삼아 런드리고의 또 다른 핵심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3. 다양한 상품 구성 및 변경

가족 구성원, 직업, 라이프스타일마다 세탁 니즈는 다양하다. 이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성을 만드는 것도 필요했다. 런드리고는 주요 고객층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들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화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세탁 서비스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크게는 혼자 사는 회사원, 맞벌이 부부, 아이를 키우는 3인 가족으로 나눴다. 이후 가장 보편적인 생활에 따라 필요한 세탁 서비스와 횟수를 정했다. 빨래, 드라이클리닝 등 다양하게 구성한 5개 카테고리를 각각 3개의 다른 가격으로 구성한 상품 총 15개를 내놨다. 고객이 자신의 빨래 양,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한 것이다.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결국 세탁 서비스에서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효율적인 상품 구성이다. 조 대표는 “고객이 이용한 서비스 내역을 바탕으로 가장 경제적인 상품 구성을 제안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탁 서비스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런드리고는 가격 관리 및 상품 구성 변경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은 경우 과감히 상품을 제거했다. 일주일에 2번, 한 달에 8번 정기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품은 1회 배달 비용 대비 세탁 매출이 크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엔 가격 인상도 결정했다. 고객 응대 비용, 세탁 검수 비용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많이 들어 서비스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에서 별도의 상품 구성 변화 없이 가격만 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들이 느끼기에 저항이 적은 가격을 설정하고,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기간 동안은 인상된 가격만큼 기존 고객을 지원해줬다. 그 결과 기존 고객 대부분은 런드리고를 떠나지 않고 구독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고객 Lock-in & Product add on 효과

런드렛은 런드리고 서비스를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세탁함인데, 캔버스 천으로 만든 작은 간이 옷장과 비슷한 형태다. 여기에 세탁물을 다 담고 현관 앞에 놔두면 고객이 할 일은 끝난다. 자정이 지날 무렵 런드리고 수거 담당자가 런드렛을 통째로 가지고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직영 공장으로 운반한다. 다음 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고객의 런드렛에 담아 현관 앞에 갖다 놓는다.

조 대표는 런드렛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고객과 비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이 옷을 도난당히지 않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안전한 수거함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 자전거를 보관하는 방식이 떠올랐다. 현관문과 런드렛을 연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키를 제작했다. 고객과 수거인만이 런드렛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개발에만 1년여가 걸렸고, 특허로도 등록했다. 런드렛은 고객이 런드리고를 신뢰하고 자신의 비싼 의류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런드렛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약 5만 원선이다. 런드리고에 가입만 하면 공짜로 집 앞에 배송이 온다. 런드렛 안에는 용도별 빨래망도 함께 들어 있다. 런드렛은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현재 약 2만여 대가 나갔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꽤 큰 부담이다. 조 대표는 런드렛이 단순한 수거함의 역할 이상을 담당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장기적으로 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봤다. 오랜 기간 재활용이 가능한 수거함을 쓰기 때문에 매번 배송할 때마다 일회용 포장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여러 번 반복해 배송을 하게 되면 포장재 비용보다 런드렛을 이용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

고객의 ‘록인(lock-in)’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런드리고 사용을 중단할 경우 고객은 당연히 런드렛을 반납해야 한다. 그런데 이 런드렛이 부피도 큰데다 안에 들어 있는 빨래망 등 챙겨야 할 구성품들이 3종이나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취소하는 것보다 런드렛을 현관 앞이나 옷 방에 두고 한 번씩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런드렛이 기존 고객이 지속적으로 세탁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보조해주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런드렛을 하나의 세일즈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런드렛 자체만으로 훌륭한 배달함이 된다. 런드리고에서는 고객이 세탁물을 맡기고 다시 받을 때 세탁과 관련한 제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세탁물을 맡기면서 런드리고가 제안한 상품을 주문하면 완료된 세탁물과 함께 배달해주는 형태다. 지금까지 자체 개발한 섬유탈취제, 순면 수건 등을 한정 수량으로 팔았는데 생각보다 고객 반응이 좋은 편이다.

조 대표는 “런드렛을 수거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를 확장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도 충분히 연계가 가능하다. 세탁물뿐만 아니라 런드리고가 개발한 제품은 물론 제휴를 맺은 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런드리고는 이제 갓 출시 1년을 넘은 신생 서비스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경제의 대표 사례로 소개한 이유는 런드리고가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이해하고 있고, 성공하기 위한 핵심 장치들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성공 가능성 있는 아이템을 선정했다. 세탁 서비스는 구독모델에 필요한 정기성과 반복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일반 세탁 서비스를 넘어 빨래 서비스로 확장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돋보인다.

둘째, 고객을 유인하기 적합한 유연한 가격 전략과 상품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구독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가격 대비 고객이 얻는 효용과 만족도다. 사람들이 보기에 한 번에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의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로 유인한 후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유해 점진적으로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제시해 고객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손해 본다’는 생각 없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최근 가격을 인상한 것 자체에 대해 고객의 불만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서비스의 안정화를 위해 유연한 가격 정책을 쓰는 것이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런드리고도 스타트업의 서비스 초기에 발생하는 고객 관리 및 품질 관리 문제 등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기존 인력과 인프라로 빠르게 늘어나는구독자를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관련 문제들을 신속하게 정의하고 하나씩 풀어가면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꼭 필요해 보인다.

향후 새로운 고객이 꾸준히 유입할 수 있게 하는 런드리고만의 매력적인 서비스 조건이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더욱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가까운 미래에 그들이 주장하는 ‘세탁기 없는 세상’은 정말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넷플릭스형 : 일정액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예 : 넷플릭스, 디즈니, IPTV
   특징 : 

      1. 디지털 컨텐츠는 한계비용이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10만명에게 제공하든 100만명에게 제공하든 고정비는 동일하다. 따라서 구독자를 모으는 것에 사활을 건다.

      2. 방송국이나 영화사에서 만든 컨텐츠를 중개하여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차별적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무비패스형 : 무비패스 모델은 넷플릭스 모델과 다르게 물리적인 제품이나 시설을 제공하는 서비스

   예 : 칵테일이나 맥주, 미용 서비스, 영화관 등을 일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것

   특징 :

      1. 가격 정책이 가장 중요. 구독자가 얼마만큼 이용할지 예측이 쉽지 않기 않아 변동비의 변화가 심하다. 때문에 양/질적인 데이터를 통해 디테일한 예측과 예측에 근거한 가격정책을 펴는 것이 핵심이다.


질레트형 : 면도날이나 커피 등과 같이 내용성이 짧은 제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예 : 질레트 면도기, 요쿠르트, 커피

   특징 : 

      1. 구독자에게 정해진 양만큼을 서비스 하기 때문에 사용량이 안정적이고 예측이 쉽다.

      2. 다음의 포인트에서 가치 차별성을 두어야한다. 1) 가격이 월등히 싸거나 2) 고객의 취향에 정확히 맞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3) 고객의 소비량에 맞춰서 배송량을 정확히 조절

렌탈형 : 렌털 모델은 내구재를 일정한 금액을 받고 일정 기간 빌려주는 서비스

    예 : 자동차 렌탈

    특징 : 

      1. 원가 측면을 살펴보면 렌털 모델도 물리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량에 비례해서 변동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제공하는 제품의 수량은 미리 정해져 있고 수량에 비례해서 돈을 받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관리가 복잡한 분야는 아니다.



SR1. 유형별 구독 비즈니스 전략

1) 넷플릭스 2) 무비패스 3) 질레트 4) 렌털
어떤 유형이든 핵심은 ‘맞춤형 서비스’

Article at a Glance

구독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차이점과 특징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의 유형은 크게 넷플릭스, 무비패스, 질레트, 렌털 모델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는 넷플릭스 모델은 독점적 콘텐츠 확보에 주력해야 하며, 물리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무비패스 모델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질레트 모델의 경우 원가 경쟁력과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내구재를 일정 금액을 내고 빌려서 사용하는 렌털 모델은 제품 브랜드와 품질, 가격경쟁력은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불리는 다양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정한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신문이나 잡지의 구독처럼 구독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구독경제라고 불리는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구독경제라고 하는 서비스는 모두 비슷한 것인지, 한 구독 서비스에서 성공한 전략이 다른 구독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하다. 또한 구독 서비스를 표방하는 많은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평가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의 유형을 분류해서 이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유형별로 어떤 다른 점과 유사한 점이 있는지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독 서비스의 유형별 비즈니스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하려고 한다.

구독 서비스의 등장과 유형

구독경제란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널리 보급한 사람은 미국에서 주오라(Zuora)라는 회사를 창업한 티엔 추오(Tien Tzuo)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구독경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수 존재했다. 요구르트 배달이나 신문 구독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일정 금액(구독료)을 내고 정해진 기간에 해당 서비스나 물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미래에 가장 빠른 성장 분야로 언급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2020년 글로벌 구독 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5300억 달러로 예상할 정도로 성장이 빠르다. 또한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구독경제의 성장에 더욱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 서비스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최근에 등장한 흥미 있는 국내 구독 서비스 몇 가지만 예로 들자면 월 9900원에 약 5만 종의 전자책을 무제한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라는 회사가 있고, 월 9900원을 내면 전국의 제휴 술집에서 칵테일이나 수제 맥주 등을 매일 한 잔씩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데일리샷’이라는 회사도 있으며, 월 일정 금액(5만∼6만 원)을 내면 커피 원두, 콜드브루 커피, 혹은 커피 티백을 정기 배송해주는 ‘프릳츠’라는 회사도 있고, 월정액(3만3000원에서 시작)을 지불하면 집이나 사무실 벽의 그림을 일정 기간(3개월이 표준)에 한 번씩 바꿔주는 ‘오픈갤러리’라는 회사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구독 서비스는 하나의 비즈니스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구독 서비스의 공통점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나 제품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같은 구독 서비스로 불리지만 이 공통점 외에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비즈니스로 봐야 하는 구독 서비스도 많다.





구독 서비스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필자는 구독 서비스를 1) 넷플릭스 모델, 2) 무비패스 모델, 3) 질레트 모델, 4) 렌털 모델, 이렇게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넷플릭스(Netflix) 모델 (디지털 콘텐츠 제공)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콘텐츠 스트리밍 회사다.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일정액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IPTV, 유튜브, 앞에서 언급한 밀리의 서재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2. 무비패스(Movie Pass) 모델 (물리적인 제품•서비스 제공)

미국의 무비패스라는 회사는 월 50달러 정도를 내면 집 주변의 영화관에서 매일 영화를 1편씩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넷플릭스 모델과 다른 점은 서비스되는 대상이 물리적인 영화관 시설이라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영화관이나 영화를 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넷플릭스는 소비하는 대상이 디지털 콘텐츠인 반면 영화관은 콘텐츠와 더불어 물리적인 시설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매우 다른 모델이다. 앞에서 언급한 데일리샷도 물리적인 술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이 모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성장하고 있는 구독 형태의 세탁 서비스도 물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무비패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3.질레트(Gillette) 모델 (소모품 정기 배송)

질레트는 면도기 회사지만 면도날 판매가 이익의 주요 원천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질레트는 자사의 면도날을 유통망을 통해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고객이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모품을 필요한 때에 맞춰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질레트 모델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앞에서 언급한 ‘프릳츠’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4. 렌털 모델 (내구재 대여)

이미 정수기나 자동차를 렌털로 사용하는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에 렌털은 대부분의 사람이 잘 아는 비즈니스 형태다. 대상이 내구재이기는 하지만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렌털도 일종의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렌털의 개념을 조금 확장해서 요즘에는 매트리스나 자동차 타이어 등을 렌털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또한 자동차 리스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일정 기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렌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오픈갤러리도 대상은 미술품이지만 일정 금액을 내고 내구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유형의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은 많은 이유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첫째,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에는 고해상도의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전달이 가능해 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컴퓨터, TV를 통해서 고해상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구독 형태로 소비하게 됐다. 둘째, 구독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이 개별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인데 인터넷, 스마트폰, IoT 등으로 이것이 적은 비용으로 가능해졌다.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기업은 개별 소비자의 세세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알 수 있게 됐다. 셋째, 배송이 빨라지고 일반화되면서 개별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쉬워졌다. 물리적인 제품을 구독 서비스 형태로 소비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물건의 배송이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질 뿐 아니라 저비용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택배 산업의 발전과 성장으로 인해 제품을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실행하기는 쉬워졌다. 넷째,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다. 이미 소비자들은 직접 접촉하지 않고 서비스를 받는 비접촉(untact)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었는데 구독 서비스는 이러한 경향에 잘 맞는다. 최근에 등장한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에는 편리한 서비스를 선호하고 또한 남들과 다른 소비를 하는 데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특히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구독경제의 작동 원리와 전략

구독경제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작동할까? 구독경제에 속하는 비즈니스도 기본적인 비즈니스 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 혹은 기업에도 해당되는 공통적인 비즈니스의 원리로서 ‘기업의 생존 부등식’을 들 수 있다. 기업의 생존 부등식은 아래와 같이 표시되며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원리를 보여준다.

가치(V) > 가격(P) > 원가(C)1



즉,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서비스의 가격(price: P)은 그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cost: C)보다 높아야 손실이 나지 않으며, 다시 그 가격은 그 제품•서비스의 가치(value: V)보다 낮아야 고객들이 구입을 한다는 원리다. 이 생존 부등식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려서 종종 잊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위의 생존 부등식에 추가해 ‘경쟁(competition)’이라는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경쟁에 따라서 가격을 어쩔 수 없이 낮춰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또한 고객이 느끼는 상대적인 가치도 경쟁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단하고 기본적인 이 생존 부등식은 유형별 구독경제의 작동 원리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전략이 효과적인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에서는 위의 생존 부등식에서 가격을 다양한 형태로 결정할 수 있다.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가격을 자주 올리거나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고객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매길 수도 있다. 물론, 구독경제에서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일정 금액(구독료)을 할인해 주거나 다양한 가격 정책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구독경제의 장점이며 특징이기 때문에 가격을 매우 다양하게 하거나 자주 바꾸기는 어렵다. 즉, 구독경제에서는 가격 정책이 전통적인 서비스와 매우 다르다. 따라서 구독 서비스의 가격 정책은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구독 서비스의 특성상 가격을 자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의 전략을 수립할 때는 가치와 원가 쪽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넷플릭스 모델의 전략

넷플릭스 모델은 일정 금액을 받고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은 서비스에 따른 변동비(variable cost)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로열티나 제작비)은 매우 크지만 일단 만들어진 디지털 콘텐츠를 추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비용, 즉 변동비는 적다. 그렇기 때문에 구독자가 늘어나도 원가가 비례해서 늘어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00만 명의 고객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용은 10만 명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비용의 10배보다 훨씬 적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정비에 비해서 변동비가 미미해서 100만 명의 고객을 서비스하는 비용과 10만 명을 서비스하는 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모델에서는 추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이익으로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 디즈니, IPTV와 같은 넷플릭스 모델의 구독 서비스는 고객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상의 설명은 콘텐츠 확보 비용이 고정비로 지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예로서 콘텐츠에 대한 로열티를 고객이 사용하는 횟수에 비례해서 지불하기로 한 경우라면 이것은 넷플릭스 모델이 아니라 뒤의 무비패스 모델에 가깝다. 넷플릭스 모델의 핵심은 디지털 콘텐츠를 고정비를 지출해서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변동비가 아주 적은 경우라는 점이다.

가치 측면을 보면 넷플릭스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한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가치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가치이다 보니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콘텐츠가 풍부한 서비스를 선호한다. 현재는 넷플릭스나 다른 경쟁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외부의 영화사나 방송사에서 제작한 것이다. 자신들의 콘텐츠를 로열티를 받고 제공하는 영화사나 방송사 입장에서는 구독 서비스 제공 회사가 엄청나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자사의 콘텐츠를 한 회사에만 독점적으로 제공할 유인이 별로 없다. 따라서 많은 콘텐츠가 대부분의 콘텐츠 제공 회사에 공통적으로 제공된다. 다시 말해서 외부 콘텐츠는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 회사가 공통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경쟁에서의 차별점이 별로 없다. 만일 어떤 구독 서비스 회사가 직접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서 다른 경쟁 서비스에는 없는 풍부한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면 이는 경쟁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전략이 매우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나 ‘킹덤’과 같이 넷플릭스 독점(Netflix Originals)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면 된다. 디즈니가 콘텐츠 서비스에 진출하자 넷플릭스가 크게 긴장하는 것도 디즈니에는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독점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모델에서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 콘텐츠 제작회사와 전략적 제휴나 독점 계약 등이 효과적인 경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확보한 콘텐츠가 소비자가 추가 가격을 지불하고 볼 정도로 매력적인 경우다.

또한 넷플릭스 모델에서는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자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정확히 찾아서 제시해 주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도 큰 가치 중의 하나다. 디지털 콘텐츠는 종류가 너무 많고, 소비자별로 취향이 달라서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서비스 회사는 오래전부터 고객에게 맞춤형 추천(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러한 큐레이션이 정확하면 고객들은 쉽게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콘텐츠 소비도 늘어나고 만족도도 올라간다. 따라서 넷플릭스 모델의 구독 서비스에서는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가치를 올려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된다.



2. 무비패스 모델의 전략

무비패스 모델은 넷플릭스 모델과 다르게 물리적인 제품이나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칵테일이나 맥주, 미용 서비스, 영화관 등을 일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다. 무비패스 모델은 서비스 대상이 제품인 경우와 시설인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제품의 경우, 물리적인 제품의 특성상 한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변동비)이 상당하고 사용량에 비례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을 철저히 분석해 봐야 한다. 서비스의 가격이 고객을 서비스하는 데 들어가는 변동비보다는 높아야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비패스 모델의 가격 책정에서 하나의 어려움은 구독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실제로 몇 번이나 사용할지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가격을 받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구독 서비스를 전환하는 경우에는 기존 고객의 평균 서비스 사용 횟수를 추정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돈을 내는 경우의 소비 패턴과 횟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의 소비 패턴은 많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이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다. 만일 구독 서비스의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비용이 수입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특히 자주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에는 구독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게 된다. 따라서 물리적인 제품을 서비스하는 무비패스 모델의 경우에는 정교한 가격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시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만일 어떤 회사가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같은 시설을 소유하고 있고 현재 해당 시설의 가동률이 낮다면 구독 서비스로 전환해서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제품과 달리 시설의 경우에는 고객이 늘어도 시설의 수용 능력까지는 추가 비용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더라도 고객 수가 더 늘어난다면 전체적으로 이익이다. 또한, 본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더라도 고객이 늘어나면 팝콘,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의 판매로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설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사용하는 횟수에 비례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라면 이 전략이 효과가 없다.

무비패스가 실패한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무비패스의 고객은 무비패스에 월 일정 금액을 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무료로 관람하지만 무비패스는 영화관에 자사의 고객이 이용한 횟수에 비례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였다. 2011년에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월 50달러에 매일 영화 1편을 볼 수 있는 서비스였는데 가격을 점점 낮춰서 2017년에는 월 10달러 정도까지 내려왔다. 그러자 무비패스 고객이 급격하게 늘었고 무비패스가 영화관에 지불하는 돈도 비례해서 늘면서 큰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무비패스의 초기 분석에서는 월 10달러 정도의 구독료를 내는 경우 고객당 평균 월 1회의 영화를 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고객들이 이보다 영화를 훨씬 더 많이 봤다. 미국의 영화표 값이 평균 10달러 남짓이기 때문에 고객이 한 달에 영화 1편만 봐도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무비패스는 2018년에 신규 고객의 가입을 중단하고 기존 고객도 1일 1편에서 월 3편만 볼 수 있게 가격 정책을 수정했다. 그러자 무비패스 서비스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 고객들이 무더기로 구독을 취소했다. 무비패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물리적인 제품이나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무비패스 모델은 가격 정책을 잘 세우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가치 측면에서 보면 무비패스 모델은 넷플릭스 모델과 동일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러 번 소비할 수 있다는 점, 즉 ‘가성비’가 가치라는 점에서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이 물리적인 제품은 사용량에 비례해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고객이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회사가 시설(제조 혹은 서비스를 위한)을 소유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줄 파트너 회사를 잘 섭외해야 한다. 시설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단품 서비스의 가격을 매우 높게 책정해서 고객이 정기 사용권을 구입하는 구독이 싸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 헬스장이 대표적인 예다. 앞에서 설명했듯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이익이다. 헬스장의 경우에도 고객이 한 달에 한 번을 오거나, 10번을 오거나 들어가는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1회 사용권이나 1개월 회원권 가격을 비싸게 매겨서 1년 장기 회원권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헬스장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1개월 회원권은 10만 원인데 1년 회원권은 30만 원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경우에도 당연히 고객의 소비 패턴에 따른 비용 분석을 통해 가격 정책을 잘 수립해야 할 것이다.

3. 질레트 모델의 전략

면도날이나 커피 등과 같이 고객이 필요한 소모성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것이 질레트 모델이다. 이 모델의 원가 측면을 살펴보면 대상이 되는 제품이 물리적인 제품이라는 점은 앞의 무비패스 모델과 같다. 차이점은 무비패스 모델의 대상은 영화 관람과 같이 소비량이 가변적인 반면 질레트 모델은 면도날이나 커피와 같이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일정한 소모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질레트 모델은 사용량에 비례해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무비패스 모델과 같지만 사용량이 안정적이고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다. 질레트 모델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살 수도 있는 제품을 소비 주기에 맞춰 배송해 주는, 일종의 직접 유통이라고 볼 수 있다. 유통망을 건너뛰는 것이기 때문에 유통 마진을 서비스 회사와 고객이 나누어 가지면서 서로 이익을 보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서 만일 서비스 제공 회사가 직접 제조 시설을 갖추고 낮은 원가로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면 싼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고도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어서 경쟁에서 유리하다. 질레트와 같은 제조회사가 이 구독 모델을 오래전부터 활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고객이 질레트 모델로부터 얻는 가치는 앞에서 언급한 싼 가격(가성비) 외에 필요할 때마다 배송해준다는 편리함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기호 식품의 경우에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정확히 맞춤형으로 배송해 주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다양한 종류를 소비해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커피 원두 구독 서비스를 예로 들어 보자. 커피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면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정기적으로(예를 들어, 2주일에 1번) 배송해 줄 것이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지정해 놓고 그것만 받을 수도 있지만 많은 고객이 새로운 커피를 시도하고 싶어 한다. 이 경우 회사에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커피를 선정해서 배송을 하는데 이때 보내준 새로운 커피가 내 취향이라면 만족하겠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면 다음 배송까지 불만일 것이다. 이런 불만족의 경험이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계속되면 아마 많은 고객이 구독을 취소하고 직접 커피를 구입하려 할 것이다. 배송량도 마찬가지다. 면도날과 커피와 같은 소비량이 일정한 소모품이라도 실제로는 소비량에 변동이 있다. 예를 들어서 커피의 경우, 여행을 가는 바람에 커피가 남거나 손님이 많이 와서 커피가 모자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고객이 직접 주문량을 조정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빈번히 주문량을 바꿀 것이라면 차라리 구독 서비스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매번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정리하자면, 소모품을 정기 배송하는 질레트 모델의 경우에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려면 1) 가격이 월등히 싸거나 2) 고객의 취향에 정확히 맞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3) 고객의 소비량에 맞춰서 배송량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 하나만 제대로 해도 고객이 가치를 느끼고 구독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겠지만 단순히 소모품을 정기 배송한다는 것만으로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질레트 모델 중에서 독특한 것이 신선 식품(perishable goods) 배송이다. 신선 식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없어져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면 가격을 좀 낮게 받아도 폐기하는 상품이 줄어들어 이익을 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다른 채널을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이익이다. 즉, 신선 식품은 제품의 특성상 구독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우유, 요구르트, 녹즙, 반찬 등이 일찍이 구독 형태로 제공돼 온 것은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4. 렌털 모델의 전략

렌털 모델은 내구재를 일정한 금액을 받고 일정 기간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 모델은 복사기, 정수기, 자동차의 렌털이나 리스 등의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제공됐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자동차의 경우 차종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과거에는 렌터카를 사용하면서 자동차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계약기간 동안 같은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 원하면 정해진 회수(예를 들어 한 달에 3번)만큼 차종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였다. 이 서비스도 결국은 일정 금액을 내고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렌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원가 측면을 살펴보면 렌털 모델도 물리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량에 비례해서 변동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제공하는 제품의 수량은 미리 정해져 있고 수량에 비례해서 돈을 받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관리가 복잡한 분야는 아니다. 물론,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쟁 회사보다 월등히 원가가 싼 회사가 경쟁 우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렌털의 경우에는 제품과 결합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복사기를 렌털하는 고객은 제품 자체의 브랜드나 렌털비도 고려하지만 고장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해주는지가 더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인 경우도 많다. 정수기의 경우에도 고장의 신속한 조치 외에도 정기적인 필터 교환과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친절하고 시간을 잘 지키며, 필터 교환과 청소를 얼마나 철저하게 시공하는가 등이 중요한 요인인 경우가 많다. 렌털 모델은 제품의 브랜드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부수적인 서비스도 고객의 만족도와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서비스 비즈니스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렌털 모델의 경우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 원가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의 품질과 원가 경쟁력도 중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렌털 모델의 가치 측면을 살펴보면 고객이 렌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편리하다는 점과 더불어 부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렌털을 이용하면 제품의 유지 보수와 관련된 서비스가 같이 제공되고 중고 제품의 처분도 대행해 주는 것도 장점이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대신에 리스를 하는 사람들은 자동차의 유지 보수나 보험, 중고차로 판매하는 등의 불편함을 리스 회사가 대신해 주기도 한다. 또한 늘 새 차를 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리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정수기나 복사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등장한 미술품 대여 등의 경우에는 새로운 미술품을 정기적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과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 어울리는 미술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치를 갖는다. 단순히 미술품을 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이 위치할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해서 구조와 인테리어 등을 고려해 적절한 미술품을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가 미술품 대여 서비스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렌털 모델은 서비스가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으며 미술품 대여와 같이 표준화되지 않은 다양한 제품의 렌털의 경우에는 고객에게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큐레이션 능력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구독경제의 미래

다른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지만 구독경제의 미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구독경제와 관련한 몇 가지 명확한 트렌드는 있다. 첫째, 구독경제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이고, 둘째, 반대로 구독경제 관련 서비스의 공급이 증가할 것이며, 셋째, IoT나 AI를 비롯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기술이 앞으로 구독경제에서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지금보다도 더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이미 직접 접촉하지 않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비접촉(untact)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온라인 비접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비접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구독 서비스가 될 것이다. 또한 이제 시장에 막 진입한 젊은 소비자인 밀레니얼•Z세대는 특히 남들과는 다른 제품을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통신이나 음악, 게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에 익숙하며 편리하다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런 욕구에 잘 맞는 것이 바로 매번 새로운 제품을 집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다.

구독경제 형태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던 기업도 구독 서비스 형태를 병행하거나 구독 서비스로 전환할 유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를 보면 현재는 제조회사가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는 유통망에 넘기는 형태가 보통이다. 그 이유는 제조회사는 유통, 판매를 위한 전문 지식과 역량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전문으로 하는 유통망에 판매를 맡기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유통이 일반화되고 고객의 니즈나 주문을 온라인으로 세세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성이 없이도 제조회사가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게다가 자체적인 물류망을 갖출 필요 없이 기존의 택배회사를 이용하면 개별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어느 정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제조회사라면 자사의 제품을 정기 배송 형태로 구독 서비스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기 배송을 하는 질레트 모델의 경우는 제조회사가 원가의 이점이 있고 유통마진을 소비자와 나누는 형태가 되면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제조회사 중 이를 고려하는 회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구독 서비스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구독 서비스의 대부분은 개별 고객의 니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가 성공의 열쇠이다. 따라서 앞으로 구독 서비스에서는 고객의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IoT 기기를 사용해서 고객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과 수집된 대량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AI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경제는 매우 다양한 비즈니스를 묶어서 한꺼번에 부르는 용어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라는 테두리 안에 존재하는 비즈니스도 그 성격에 따라 작동 원리와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비즈니스의 특징을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정의

유통업계란,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의미. 마트와 백화점이 이에 해당

설계

  1. 먼저 시장 전체에 대한 듀델리언스를 통한 원인분석

    • 시장규모, 시장쉐어, 시장성장률, 시장이익률에 대한 자료 필요
    • 시장 전체의 규모와 성장률이 감소한다면 그 원인은
      1. PEST
      2. 대체시장 에서 찾을 수 있음
  2. 시장내 각 플레이어의 듀델리언스를 통한 원인분석(시장 분석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장내의 세부적 플레이어의 듀델리언스는 해도되고 안해도 되고)

    • 각 회사에 대하여, 매출과 코스트를 분석

      • 매출 분석은 age, sex, time, area, sku, channel, EL(Economy Level), business type, existing/new의 축으로 분석. 각 축에 따른 매출 구성 자료 필요
      • 코스트 분석은 고정비, 변동비 그리고 그 세부항목에 따른 자료필요
    • 플레이어의 매출, 이익 감소 원인은 두 가지로 생각될 수 있음

      1. 시장 전체의 원인에 따른 영향
      2. 플레이어 개별적 원인에 따른 영향
  3. 해결책 분석

    • 세그먼트 분석 : age, sex, time, area, sku, channel, EL(Economy Level), business type, existing/new의 축으로 분석
    • 전략 분석(CLMMT)

시장 전체에 대한 듀델리언스를 통한 원인분석

시장 듀델리언스

자료1-1 : 백화점 시장 점유율, 쉐어

  • 백화점 시장 자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 롯데쇼핑의 점유율 하락, 신세계가 롯데 쇼핑의 하락분 만큼 상승

자료1-2 : 대형마트 매출액, 성장률 및 점포수

  • 매출액은 답보상태이거나 하락세이다.

  • 매출의 성장률은 감소중인데 반해, 점포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 점포수를 증가시키는 만큼 매출의 증가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

  • 점포수를 늘려 매출을 증가시키겠다는 잘못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 점포수는 코스트로 생각할 수 있고, 이익률은 성장률보다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체 평가

  • 백화점 시장은 시장규모가 유지되는 상태이다.

  • 대형마트 시장은 시장 규모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 시장 전체의 규모, 성장률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내의 기업들의 성적도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원인 분석

  • 시장 전체의 규모가 감소하는데는 두 가지의 큰 원인이 존재한다. 하나는 PEST외부요인, 둘째는 대체시장이다.

원인1. PEST(Policy, Economy, Social, Technology)

자료1-3 : 합계출산율 추이(Social)

  • 기본적으로 1인가구나 2인가구는 마트를 선호하지 않음

  • 마트에서의 경험이 1인, 2인가구에게는 별 의미가 없음

  • 1인, 2인가구는 차가 존재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약한 모빌리티성)

자료1-4 : 혼인 건수 추이(Social)

원인2. 대체시장 : 온라인 쇼핑몰

자료1-5 : 아마존의 매출 추이

  • 페이시스 JC 시어스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감소추세. 반면 아마존은 대폭 상승추세

  • 시장을 오프라인 시장이 아닌 전체 유통시장으로 봤을때, 이를 양분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 시장과 오프라인 시장인데,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을 갉아먹고 있음.

자료1-6 : 시어스(미국의 대표적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기업가치 그래프

자료1-7 :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

  • 미국 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로 성장중

  • 이는 한국의 특수성에 따르는데,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충분한 인프라와 좁은 면적에 따른 물리적 유통업이 원활하고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음.

시장내 각 플레이어의 듀델리언스를 통한 원인분석

시장내 각 플레이어의 듀델리언스

자료2-1 : 롯데 마트 매출액

  • 매출추이(전년대비) : +12% -0.3% +3.6% +1.3% -40% -0.5%

  • 2017년 매출 전년대비 약 40%감소

  • 2017년 매출의 대폭감소 이후 매출이 감소된채로 유지되고 있다.

자료2-2 : 롯데 마트 영업이익

  • 영업이익추이(전년대비) : +1% -20% -28% +6% -11% -25%

  • 영업이익률 : 5.8% 5.2% 4.2% 3% 3.1% 4.4% 3.3%

  • 2017년 매출이 -40%인 것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호전된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구조조정(점포폐업처리)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감소추세다.

자료2-3 : 롯데그룹 지배구조

  •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캐쉬카우다.

자료2-4 : 이마트 실적 및 수익성 현황

  • 매출은 증가하는데 영업이익률은 감소한다

  • 코스트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코스트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자료2-5 : 기사

시장 내 각 플레이어의 원인분석

  • 오프라인 유통시장 각 플레이어의 성적 악화 원인은 개별적 원인보다 시장전체적인 악화원인에 따름.

해결책 분석

세그먼트화를 위해 시장 매출을 SKU에 따라 분석

자료3-1 : 기사(신석식품 구매비율에 관한)

자료3-2 : SKU별 온라인 매출

  • 공산품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신선품의 비율은 매우 낮음

  •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차별성은 신선식품에 있다고 볼 수 있음

자료3-3 : 기사(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업체를 인수)

자료3-4 : 식품 시장의 낮은 온라인 전환률

해결책 입안

  •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줄 수 있는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전략입안
  • Channel :
offline
└──직영점
           └──테이크아웃
└──테이크인
└──드라이브스루
└──**싸이렌오더**
└──가맹점
online
└──데리버리
  • 싸이렌 오더 채널 실시 : 위의 채널 형식중 싸이렌 오더가 마트와는 가장 적합함

  • 기존의 경영 노하우, 유통채널, 서플라이채널 보유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온라인 채널로의 확장

    • 새벽 배송/시간 지정배송을 통한 신선제품의 차별성 강화

자료3-5 : Walmart가 시행중인 온라인 주문후 오프라인으로 받는 싸이렌 오더식 채널

자료3-6 : 싱글채널/멀티채널/옴니채널

자료3-7 : 기사(롯데의 온라인 채널 확장 전략)

자료3-8 : 기사(이마트의 온라인 채널 확장 전략)

자료3-8 : 기사(아마존의 당일 식품 배송 스타트업 인수)

자료3-9 : 기사(새벽 배송으로 차별화한 마켓컬리의 IR)

빨라진 기술속도 그리고 더 대단한건 빨라진 기술 수용 속도

 

네이티브에드란*

DSP*

 

플랫폼의 유통채널?

 

경쟁에 의한 비즈니스 모델 피보팅

 

데이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그리기

 

재사용성이 낮은 개발에 대한 고객의 요구는 거절

가령, 광고주가 특정 키워드로 유입된 페이지에 자신의 광고를 실지 않게 해달라던가.

 

알고리즘에 실시간성을 추가

의외성 추가. 가령 재테크 관련 기사를 3개 읽던 유저에게 연예계 뉴스나 스포츠 뉴스를 추천

 

해외시장 진출시 고려사항

 요건: 성장, 규모, 경쟁도, 진입장벽(외부, 대체시장, 초기자본, 클라이언트 엑세스, 고객 구매력, 기업경쟁도)



DBR Case Study: B2P 플랫폼 ‘데이블(Dable)’의 린 스타트업 전략

수익 창출 방법에서 해외 진출 행보까지
시장 툭 건드려 반응 본 후 신속 결정

Article at a Glance

SK플래닛 사내 벤처 핵심 인력들이 나와 2015년 설립한 데이블은 개인화 추천 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 맞춤형 콘텐츠를 제시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당초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목적으로 창업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언론사를 고객으로 맞으며 개인화 뉴스 추천 서비스로 주력 사업 모델을 바꿨다. 특히 고객사(언론사)에 월 일정액을 과금하던 모델에서 네이티브 애드를 통한 수익 공유 모델로 피버팅(pivoting)하며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설립 2년 차인 2017년부터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현재 대만과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비즈니스 모델 피버팅이나 해외 시장 진출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신속하고 가볍게 시장 반응을 테스트한 후 다음 행보를 결정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프로세스를 통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며 적시에 기회를 포착, 설립 4년 만인 지난해 184억 원의 매출액을 창출했다.



국내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무 기사나 클릭해 끝까지 읽어 내려가 보자. 그러면 대개 기자 바이라인(byline, 필자 이름을 적는 줄) 밑으로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당신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뉴스 독자의 개별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추천 기사들과 네이티브 애드(native ads, 콘텐츠형 광고)로 이뤄진 영역으로, 보통 6∼10개 안팎의 섬네일 이미지가 텍스트 제목과 함께 제시된다.

이런 추천 서비스는 보통 언론사가 직접 제공하기보다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content discovery platform)1 전문 업체들이 맡아 대행해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웹사이트에서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나 ‘당신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 등이 나오는 영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쪽 상단이나 하단에 ‘by OOO(OOO 제공)’ ‘recommended by OOO(OOO 추천)’ ‘powered by OOO(OOO 공급)’ 따위의 문구를 찾을 수 있다. B2B 기업인 이들이 마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캠페인처럼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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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설립 5년 차인 데이블(Dable) 역시 이런 회사 중 하나로 대량의 사용자 로그(user log)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분석 및 개인화 추천 기술2 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2020년 6월 한 달간 무려 200억 건의 사용자 로그를 분석해 국내외 2500여 매체사(publisher)3 에 실시간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 동아일보, SBS 같은 언론사를 비롯해 네이트(Nate)나 줌(Zum) 같은 포털, 인벤(Inven), 인스티즈(Instiz) 같은 커뮤니티는 물론 각종 블로그와 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 184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이 회사가 국내 상위 40개 매체사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트래픽 점유율은 61.4%(2020년 3월 기준).4 세계 최대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업체인 미국 타불라(Taboola)나 일본에 기반을 둔 포핀(Popin)도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데이블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데이블은 창업 2년 차인 지난 2017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전체 78명(2020년 6월 기준) 직원 중 해외 근무 인력이 18명(23%)으로, 대만과 인도네시아엔 현지 법인까지 설립(2018년)해 지난해 약 17억 원의 매출액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그림 2) 아시아 1등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목표로 “데이터(data)로 할 수 있는(able)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데이블(data+able)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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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 추천 기술 사업화 성공한
대기업 사내 벤처 핵심 인력이 창업

데이블은 2013년 2월 SK플래닛 사내 벤처로 출범한 레코픽(RecoPick)의 핵심 인력 4명(팀장 및 팀원 3명)이 회사를 나와 차린 스타트업이다. 레코픽은 SaaS(Solution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솔루션) 방식의 개인화 추천 기술 사업화를 목표로 출범한 조직이었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로 현재 데이블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이채현 대표가 당시 레코픽 팀을 이끌며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주로 쇼핑몰 웹 사용자 로그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해 주는 레코픽의 기술은 당시 SK플래닛 사내에서 ‘5대 미래 기술’로 선정됐고 2014년 2월 유료화 후 1년 만에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비롯해 삼성전자, AK몰, 신세계면세점 등 120여 개 고객사에 적용됐을 만큼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대표를 포함해 레코픽 서비스 개발을 담당했던 개발자 두 명과 사업 개발 담당자는 대기업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해 보고 싶었고, 결국 2015년 5월 데이블을 창업했다.

회사 설립 당시 데이블이 하려고 했던 사업 아이템은 옴니채널(omni-channel,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매장 연계) 개인화 플랫폼이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레코픽의 개인화 추천 엔진을 적용해 실제 매출이 늘어나는 걸 2년 넘게 경험하고 나니 다음에는 온라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도 로그 데이터를 모아 사용자들이 정말로 좋아할 것 같은 상품이나 아이템을 추천해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당시 푸시 메시지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에 대한 내용 전달이 아니라 공급자(회사)가 일방적으로 팔고 싶은 상품 내용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가치를 제공해 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데이블은 사용자의 온라인 로그와 함께 소비자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 정보나 물품 구매 주기, 멤버십카드 사용 내역 등 오프라인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해 소비자에게 푸시 메시지를 보내거나 다양한 채널에서 상품 할인 정보, 추천 구입 품목을 알려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다. 가령,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비비크림을 특정 오프라인 매장에서 행사 중이라면 소비자가 해당 매장 근처를 지나갈 때 비비크림 할인과 관련된 푸시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소비자의 구매 기록을 분석해 섬유유연제를 재구매해야 할 시점이 됐다면 오프라인 영수증 하단에 섬유유연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식의 서비스를 생각하면 된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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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옴니채널 개인화 서비스가 구현되려면 소비자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와이파이(WiFi) 스캐너를 설치하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럴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곳들이 많았고, 개중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도 신생 스타트업과 손잡기를 꺼렸다. 영수증 하단에 정보(예: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제품과 함께 구매하면 좋은 정보, 재구매 시점이 다가오는 상품 할인 쿠폰 등) 한 줄 집어넣겠다는 아이디어는 실현 가능성이 더 떨어졌다. 판매시점 정보관리(POS) 시스템 업체들이 워낙 보수적이어서 협조를 구하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제금액을 출력하는 영수증에서 혹시라도 장애가 발생하면 큰 사달이 나기 때문에 관련 업체를 설득해 뭐 하나 바꾸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이처럼 데이블은 사업 초기 플랫폼 업체들이 흔히 겪는 딜레마에 부딪혔다.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만들려면 오프라인에서의 사용자 데이터 분석이 필수인데 정작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자기들이 별도의 투자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데이블에서 먼저 개발해 주면 그때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해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 업체 역시 레코픽처럼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개인화 추천 엔진 대신 신생 스타트업인 데이블을 선택할 유인이 부족했다. 이렇게 본래 하려고 했던 사업 영역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던 차에 유통업과는 거리가 먼 회사 한 곳에서 데이블의 문을 두드렸다. 예기치 못한 고객은 국내 한 일간지였다.

의외의 고객사 요청으로 시작된
실시간 개인 맞춤형 뉴스 추천 서비스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 언론사, 특히 디지털 뉴스를 담당하는 부서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가 대부분 각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이라는 점이다. 당시 사이트 개편을 앞두고 있던 이 일간지 소속 디지털국도 이런 고민의 와중에 데이블에 연락을 해왔다.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기술을 쇼핑몰 상품이 아닌 언론사 뉴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냐는 문의였다. 만약 개별 독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추천해줄 수 있다면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뉴스 사이트 내 체류시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보고 관련 기술 개발 가능성을 문의한 것이었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기사엔 텍스트가 많아서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적용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원래 생각했던 사업과는 방향이 조금 달랐지만 어차피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이 필요했고 시장 발굴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한번 시도나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이 일간지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용자 로그, 좀 더 정확하게는 웹 브라우저 쿠키5 를 이용해 사용자를 구분하고, 사용자의 기사 페이지 방문 로그와 기사 제목, 본문 내용 등을 수집•분석해 독자들의 관심사를 파악, 사이트 한 편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카테고리를 만들어 개별 독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를 자동으로 노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평소에 뷰티 관련 기사를 많이 읽는 독자에겐 ‘여름철 태양에 지친 피부 관리법은?’ 같은 기사를 추천해주고, 부동산 뉴스를 주로 읽는 사람에겐 ‘올 하반기 강남권 인기 분양 소식’ 같은 뉴스를 노출해 주는 식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데이블의 뉴스 추천 서비스를 적용한 이후 이 일간지 사이트 방문자의 인당 페이지뷰(PV)가 PC에서 7% 이상 증가한 것. 이 소문을 들은 한 공중파 방송사 역시 데이블에 먼저 연락을 취해 자사에도 뉴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 대표는 “두 고객 모두 반응이 좋아서 그때부터 국내 모든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뒤져 전화번호와 e메일을 알아낸 뒤 1000건 넘게 콜드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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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니 상황이 만만치가 않았다.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기술에 먼저 관심을 갖고 찾아온 초기 고객사들과 달리, 이제는 데이블이 뭘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는 언론사들을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언론사 담당자들과 미팅 한 번 잡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어렵사리 담당자를 만나도 “이미 사람들이 많이 보는 뉴스를 모아 ‘인기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독자마다 다른 개인화된 뉴스를 보여준다고 한들 정말 트래픽이 더 늘겠냐?”며 서비스의 효용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더욱이 개인화 추천 엔진을 적용하는 대가로 언론사에 월 일정 금액(개인화 추천 로직 계산을 위한 서버 비용)을 청구하는 데이블의 수익 모델에는 대부분 시큰둥해했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새로운 언론사 고객을 만날 때마다 시범 서비스 기간을 갖고 A/B 테스트6 를 실시해 자사 개인화 추천 기술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해 나가기로 했다. 정성적인 접근으로는 설득이 어려운 만큼 분명한 데이터를 가지고 영업하기로 한 것. 대부분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인기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A/B 테스트를 하기도 쉬웠다. 동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서 ‘사람들이 많이 본 인기 뉴스를 보여줬을 때(A)’와 ‘데이블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개인화된 뉴스를 보여줬을 때(B)’를 비교하면 됐기 때문이다. 테스트 결과 대부분 언론사에서 자체 인기 뉴스보다 실시간 개인 맞춤형 기사를 제공했을 때 클릭률(CTR)이 평균 25% 높아졌다. 인당 PV는 매체 특성에 따라 대개 10∼20% 상승하거나 최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림 5) 이렇게 정량적 데이터로 성과를 입증하자 고객들도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결국 데이블은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주요 방송, 일간•경제지, 연예 전문지 등 13개 미디어사의 웹/모바일 사이트에서 월 3400만 명의 독자들에게 맞춤형 뉴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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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액 서비스에서 네이티브 애드 수익 공유 모델로 전환

빠른 시간에 고객이 늘어나긴 했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사업 초기 데이블은 언론사 트래픽(서버 비용)에 따라 월 200만 원에서 800만 원의 비용을 부과하는 월정액 서비스 모델을 택했다. 하지만 영업을 하면 할수록 비용 내기를 꺼리며 “돈은 광고를 통해 데이블이 알아서 벌어가라”는 언론사가 점점 늘어갔다. 데이블의 뉴스 추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라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던 셈이다. 언론사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당장 서버 투자를 늘려야 하는 데이블로선 실로 난감한 요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데이블은 한 고객사를 통해 타불라가 국내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2015년 9월 당시 타불라가 국내 언론사에 제시한 모델은 개인화 추천 서비스의 대가로 비용을 청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즉,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공짜’로 쓰게 해 줄 테니 추천 기사 사이사이에 네이티브 애드를 끼워 넣어 독자들이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나오는 광고 수익을 나눠 갖자는 논리였다. (그림 6)

다달이 일정 비용을 청구하는 월정액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 모델 앞에 데이블 경영진은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당장 비즈니스 모델만 놓고 보면 데이블이 100%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블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금 당장 뉴스 추천 서비스를 접고 원래 하려고 했던 옴니채널 플랫폼 사업에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월정액 비즈니스 모델을 뜯어고쳐 타불라와 직접 경쟁을 벌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일단 추천 품질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데이블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자체 광고 플랫폼을 갖춰 타불라와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면 데이블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하는 타불라와 달리 데이블은 이미 국내 주요 매체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지털 광고 분야가 데이블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이었다. 반면 타불라는 2007년 설립해 10년 가까이 콘텐츠 디스커버리 분야를 선도해 온 업계 베테랑으로, 당시 매출액만 4억 달러(2015년)가 넘는 글로벌 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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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내부 토론 끝에 데이블은 일단 단순하게라도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 테스트를 해 본 후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한다. 국내에선 네이티브 애드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한 때였던 만큼, 이른바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어 실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것. 이 대표는 “배너로 뒤덮여 있는 언론사 사이트에서 추천 기사 사이에 들어가는 광고로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광고주들이 실제로 돈을 내고 광고를 집행할 만큼 성과가 나오는지를 테스트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완성도가 아닌 신속함에 초점을 뒀다”며 “추천 기사 사이에 광고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고 사용자가 해당 광고를 클릭하면 과금이 되는 딱 두 가지 기능만 갖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광고 ‘플랫폼’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플랫폼을 만들어 시범적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테스트는 패스트푸드 체인과 영어 교육 업체 두 곳의 광고 소재를 가지고 진행했다. 이 대표는 “다행히 광고 클릭률과 구매 전환율이 꽤 괜찮게 나왔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국내에서도 네이티브 애드가 보편화돼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방문자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뉴스를 제공해 해당 영역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를 높인 상태에서 (사용자들이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추천 기사와 동일한 형태로 광고 콘텐츠를 함께 노출하면 광고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낮아져 광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장성을 확인한 데이블은 결국 2015년 12월 기존 월정액 서비스에서 네이티브 애드를 통한 수익 공유7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전환했다. 타불라가 국내 매체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로써 데이블은 그때까지 계속 병행해 왔던 옴니채널 플랫폼 비즈니스 영업을 중단하고 매체사는 물론 광고주 발굴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광고 플랫폼의 본질이 매체사와 광고주라는 플랫폼의 양측 고객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DBR mini box Ⅰ ‘애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 제휴를 통한 확장’ 참고.) 이로써 당초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을 지향하며 출발했던 데이블은 신뢰도 높은 언론사 중심의 애드 네트워크(Ad Network)8 를 활용해 네이티브 애드를 제공하는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업체로 피버팅(pivoting)하게 됐다.


DBR mini box I
애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 제휴를 통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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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은 온라인 광고 노출 범위를 확대하고 광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제휴를 맺은 매체 네트워크(언론사, 포털, 커뮤니티, 블로그, 앱 등) 외에도 외부 애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 i 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구글 더블클릭 애드 익스체인지(Google DoubleClick Ad Exchange)’에 연동하기 위해 무려 1년을 공들였고, 결국 데이블 대만 법인의 주도로 2018년 8월 ‘구글 더블클릭 제3자 광고 게재(Google DoubleClick 3rd-Party Ad Serving)’ 인증을 획득했다. 이로써 데이블은 세계 최대 수준의 온라인 광고 인벤토리(광고 지면)를 보유하고 있는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를 통해 광고를 송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데이블은 2019년 3월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카카오의 실시간 경매 광고 플랫폼인 카카오 애드 익스체인지(Kakao Ad Exchange)와 자사 네이티브 애드 플랫폼을 연동했다. 이는 데이블이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도 광고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같은 해 6월엔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재 한국 MSN 사이트에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같은 확장 노력의 결과 현재 데이블을 이용하는 광고주는 2016년 169개에서 지난해 1077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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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은 광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네이티브 애드 콘텐츠를 노출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최적화를 진행한다. 개인화된 콘텐츠 광고를 노출시키는 건 물론이고, 똑같은 내용의 광고라도 섬네일 이미지나 제목을 달리해 A/B 테스트를 진행해 사용자 반응을 살펴 조정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최대한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관심 있는 콘텐츠라고 해도 똑같은 형태로 계속 나가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피로도가 쌓이게 마련”이라며 “광고주가 별도로 동일 비중 노출 옵션을 설정하지 않는 한 광고 노출 횟수 중 일정 비율은 A/B 테스트를 상시 진행해 광고주가 등록한 콘텐츠 중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콘텐츠를 찾는 자동 최적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품질 추천 알고리즘으로 시장 확대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바꾼 데이블은 이후 경쟁사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특히 A/B 테스트를 통해 경쟁사 대비 자사 추천 알고리즘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나가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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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국내 주요 일간지인 J사의 경우 2016년 계약 체결 전 약 4주 동안 J사 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데이블 및 경쟁사의 개인화 추천 뉴스와 J사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인기 기사의 클릭률을 비교하는 A/B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J사의 자체 분석 결과 J사 인기 기사와 해외 경쟁사의 클릭률은 각각 1.9%, 6%가 나온 반면 데이블은 8%를 기록했다. (그림 7) 2017년엔 Z포털 사이트에서 또 다른 해외 경쟁사와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놓고 약 9일간 A/B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여기서도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19.3%) 클릭률이 경쟁사(15.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대표는 “영향력 있는 매체사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 해외 유수 업체보다 더 나은 추천 품질이 증명되면서 이후 영업이 한결 수월해졌다”며 “경쟁사가 하나도 없던 시절보다 오히려 경쟁사들도 함께 영업을 진행하면서 언론사를 설득하기가 훨씬 쉬워져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해갈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9

A/B 테스트 후 실제 매체사에 서비스를 적용한 후에는 예상만큼 클릭률이 계속 나오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무엇인지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해 나갔다. 가령, A/B 테스트 때는 언론사에서 자체 개발한 추천 솔루션(예: 15%)보다 데이블 솔루션(예: 20%)의 클릭률이 더 높게 나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실제 서비스를 본격화하니 20% 클릭률은 고사하고 15%도 안 나오는 경우가 발생한 것. 고객사는 당연히 항의했고 데이블 개발팀은 곧바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해당 뉴스 사이트의 클릭률은 원래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연예 등 주제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파악했다. 즉, A/B 테스트 때는 원래 클릭률이 높았던 스포츠 카테고리에만 추천을 적용했고, 계약 체결 후에는 전체 지면의 뉴스에 모두 적용하다 보니 평균 클릭률이 떨어진 것. 결국 고객사의 오해는 풀렸고 지금도 여전히 데이블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데이블은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데 있어 개발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해 한정된 인력과 재원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중요한 고객의 요청사항이라고 해도 해당 기능을 전체 고객의 과반수가 쓸 것 같으면 개발하고, 그렇지 않다면 개발 자원을 투입하지 않았다. 가령, 카테고리별 가장 인기 있는 기사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은 많은 언론사에서 필요할 것이라 보고 피드백을 받는 즉시 기술 개발에 돌입했지만 특정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에는 광고가 나가지 ‘않게’ 해 달라는 모 대기업 고객사의 요구는 거절했다. 이 대기업은 CEO가 소위 ‘오너 리스크’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로 지면을 장식하는 경험을 종종 하다 보니 부정적인 뉴스와 함께 제품 광고가 나가기를 원치 않는,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업체였다. 이 대표는 “나름 수긍이 되는 요구사항이긴 했지만 몇몇 대기업 외에 대부분 고객사에선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사로부터는 “기자별 트래픽을 뽑아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울 게 없는 문제였지만 데이블은 이 건 역시 들어주지 않았다. 개발 의뢰 목적이 기자들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라는 게 곧바로 느껴졌는데 이런 방식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에 높은 점수를 주기 쉬운 구조라 기자들의 반발이 심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신 데이블은 이런 고객사 요청에 착안해 ‘정독 뉴스’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길이가 긴 기사임에도 독자들이 스크롤바를 내려 끝까지 읽어 내려간 기사가 단순히 글 초반 몇 줄만 읽고 나간 기사보다는 좀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해서 개발한 기능이다. 이 대표는 “인기 뉴스나 추천뉴스 등에 비해 클릭률이 높지는 않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기능이라고 자부한다”며 “미디어사 내부적으로 기사 콘텐츠의 ‘질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림 8)

현재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은 경쟁사들과의 A/B 테스트에서 성능 우위가 입증될 만큼 고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데이블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업 초기 거의 2∼3개월 주기로 알고리즘을 계속 업데이트한 노력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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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은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을 기반으로 한다. 협업 필터링이란 수많은 사용자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A와 비슷한 사용자들을 찾은 다음, 그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구매한 아이템을 A에게 추천해주는 방법이다. 데이블도 처음엔 협업 필터링 방식으로 콘텐츠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내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용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협업 필터링으로는 사용자들의 유사성을 제때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용자 중 하루에 기사 한 건만 보고 나가는 사람들은 대략 전체의 60∼70%에 달한다. 이 하루치 데이터를 가지고 비슷한 사용자를 찾는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 최소 30일 치 로그는 뒤져서 기계적으로 분석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서버 수십 대를 써도 분석해야 할 사용자가 워낙 많아 한 번 계산하는 데 10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리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예측한다 해도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가령, 평소엔 재테크 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오늘은 연예 뉴스나 스포츠 뉴스에 끌려서 사이트를 방문했는데 기존 관심사만 반영되는 협업 필터링만 이용하면 계속 재테크 뉴스만 보여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이에 따라 데이블은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실시간성’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즉, 뉴스 콘텐츠의 특수성과 사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해 과거의 콘텐츠 사용 이력은 물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사용자 선택까지 반영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즉, 평소 재테크 관련 뉴스를 즐겨 소비하던 사용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 이 순간엔 요리 관련 뉴스를 클릭해 보고 있다면 먹방 관련 콘텐츠를 곧바로 추천해주는 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실시간성을 반영한 개인화 추천 방식을 적용하자 일반적인 협업 필터링만 사용했을 때보다 클릭률이 10% 정도 상승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특정 사안에 관심이 있어도 한두 개 정도 관련 뉴스를 읽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재테크 뉴스를 한참 읽던 사람들이 갑자기 스포츠나 연예, 요리 등 다른 뉴스를 클릭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데이블은 초기에 이 점을 간과해 사용자의 관심사가 재테크로 파악되면 추천하는 콘텐츠 모두를 재테크로 채웠고, 특정 가수에 관심이 있다고 분석되면 해당 가수 관련 뉴스만 주구장창 보여줬다. 이미 사용자의 관심사가 소진된 토픽의 뉴스만 퍼부었으니 서비스 초기엔 언론사 편집자들이 설정해 놓은 인기 뉴스의 클릭률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가 종종 나오기도 했다고. 이 대표는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발생한 실수였다”며 “알고리즘에 실시간성을 도입해 사용자들의 관심사가 바뀌면 바로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데이블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추천 뉴스에 ‘의외성’을 가미함으로써 콘텐츠의 다양성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재테크 관련 뉴스를 주로 소비하는 사용자라도 스포츠 뉴스나 정치 뉴스 등을 한두 개씩 보여주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파악했다. 가령, 10개의 콘텐츠를 추천한다면 이 중 5개는 평소 사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과는 다른 의외의 콘텐츠를 끼워 넣었다. (그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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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외의 소재를 넣어 콘텐츠 다양성을 넓히면서 데이블은 개인화 알고리즘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해 나가도록 개선했다. 가령, 부동산•재테크 뉴스만 보던 독자가 데이블 알고리즘이 임의 추천한 콘텐츠 중 스포츠 뉴스는 일정 수준 이상 노출이 됐지만 사용자가 클릭하지 않았고 정치 뉴스는 클릭을 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스포츠 뉴스(많이 노출됐으나 클릭 미발생)는 리스트에서 제거하거나 자동적으로 후순위로 배치하고 정치 뉴스(클릭 발생)는 사용자의 실시간 관심사에 포함돼 노출 비중이 늘어나는 식으로 추천 목록을 지속적으로 변경해 나갔다. (그림 10) 이 대표는 “이렇게 자동화된 학습 시스템을 통해 추천 데이터가 고도화되면서 초창기 추천 엔진 대비 약 17% 정도 클릭률이 늘어났다”며 “이 외에도 다양한 추천 로직에 여러 가지 실험을 실시해 클릭률을 개선함으로써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DBR mini box II ‘관련성 vs. 최신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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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I
관련성 vs. 최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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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은 개인화 뉴스 추천 외에 관련 뉴스 추천 알고리즘 역시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관련 뉴스는 사용자 간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추천 뉴스와 달리 콘텐츠(기사 내용) 간 유사성을 토대로 한다.

사업 초기 데이블은 기사가 작성된 시기와 상관없이 서로 관련성이 높은 기사를 추려 제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가령,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가 선제 타점을 올린 기사라면 한 달 전 뉴스라도 추 선수가 홈런을 친 뉴스를 관련 뉴스로 추천했다. 그러다 고객사(언론사)의 지적을 받고 ‘최신성’을 반영하는 형태로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앞서 예로 든 스포츠 뉴스의 경우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단 며칠만 지나도 구문(舊聞)이 돼 버리는데 보도 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추천을 하다 보니 자칫 ‘낚시’로 오해받을 수 있는 뉴스까지 들어가 사용자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관련성은 높아도 오래전에 보도된 기사(예: 한 달 전 추신수의 홈런 뉴스)보다는 관련성은 좀 떨어져도 따끈따끈한 기사(예: 또 다른 한국인 메이저 리그 선수인 김현수 관련 최신 뉴스)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해 클릭률 개선 효과를 이끌어냈다.

물론 관련 뉴스에 최신성을 반영하는 게 언제나 가능한 것도, 항상 효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가령, 시사 주간지나 월간지 같은 경우엔 일간지에 비해 기사의 절대량도 적고 발행주기가 길기 때문에 최신성을 반영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다. 또한 사회나 문화 관련 뉴스는 몇 달 전 벌어진 뉴스를 추천해 줘도 사용자들이 크게 반감을 갖지 않는다고. 이는 매체 특성과 뉴스 카테고리에 따라 관련 뉴스 알고리즘에 최신성을 어느 정도 반영해 최적화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현재 사이트마다 짧게는 1일부터 길게는 1년에 이르기까지 추천 기사 풀 선택 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데이블은 지난 2017년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대만, 인도네시아(이상 2017년), 베트남(2018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상 2019년) 등 대한민국을 넘어 주변 아시아 국가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 언론사 트래픽은 한정적이고, 언론사 외에 포털이나 블로그, 커뮤니티, 앱 등 다양한 매체사로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 해도 국내 시장에만 집중한다면 어차피 3∼4년 안에 성장 정체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어차피 데이터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만 집중할 이유도 없었고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테스트를 통해 개인화 추천 기술과 관련해선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며 “문제는 어느 나라부터 공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경쟁 강도와 시장 규모, 성장성 등을 고려해 어느 나라에 진출해야 할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종 후보 국가로 현재 시장 규모가 큰 일본과 향후 중국 시장으로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대만,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는 인도네시아 세 나라가 추려졌다. 하지만 나라별로 뚜렷한 장단점이 있어서 정작 세 나라 중 어느 곳에 먼저 진출해야 할지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고. 가령, 일본은 세 나라 중 가장 시장 규모가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인도네시아는 경쟁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성장성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됐다.

결국 이 대표는 어느 한 곳을 선택하기보다 각 나라당 한 명씩 현지에서 인력을 뽑아 사업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한국에서 하는 시장 조사와 토론에는 한계가 있고 간접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도출한 예상은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일단 빠르고 린(lean)하게 모든 나라에 진출해 대략 6개월간 성과를 확인한 뒤 사업 철수든, 확장이든 다음 단계의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실제 해외 시장에 진출해보니 예상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에 맞춰 좀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령, 일본의 경우 예상보다 훨씬 더 경쟁이 치열했을 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데이블처럼 현지 법인은커녕 사무실도 없이 재택근무하는 현지 인력 1명만 채용해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신감을 표했다. 경쟁사 대비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해도 신빙성을 의심하기 일쑤였고,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본 법원에서 소송이 가능한지까지 확인하려고 할 정도였다고. 이 대표는 “일본 시장은 애초에 현지 인력 한두 명을 채용해 가볍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며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대신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구조로 발 빠르게 변경했다”고 말했다.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워 사업을 본격화하기엔 글로벌 사업을 막 시작하는 시점에서 재정적으로나, 인력 운용 측면에서나 부담이 너무 커서 비용 대비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예상했던 대로 미래 성장성이 매우 크다는 점 외에 네이버나 다음 같은 압도적 포털의 부재로 인해 개별 언론사의 트래픽이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추가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이 성숙돼 있지 않아서 네이티브 애드를 집행할 광고주를 섭외하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점도 깨닫게 됐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인도네시아 대형 미디어그룹과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온라인 광고 전문 인력들을 뽑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전략을 취했다. 현재 데이블은 인도네시아 주요 언론사인 리푸탄6(Liputan 6) 등 200여 개 매체사와 제휴(2020년 6월 기준)를 맺고 있다.

세 나라 중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대만은 예상과 다른 ‘효자 시장’으로 판명됐다. 지난해 데이블 대만 법인에서 올린 매출액은 약 15억 원으로, 데이블이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인 전체 매출액의 87%가 이곳에서 나왔다. 올해 회사가 대만 법인으로부터 기대하는 예상 매출액은 무려 70억 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3년 전 해외 시장 진출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했을 때만 해도 대만은 디지털 광고 시장은 성숙해 있지만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 곳이라고 판단했다”며 “향후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 정도로만 생각하고 진출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월 매출액 1억 원을 돌파한 데이블 대만 법인은 1년 만인 지난 6월 월 매출액이 5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현재 ET투데이(東森新聞雲), 나우뉴스(今日新聞) 등 170여 개 매체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와의 제휴를 주도적으로 진행했을 만큼 광고 인벤토리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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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사업 계획 및 도전 과제

현재 데이블이 지향하는 목표는 ‘아시아 1등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이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선 데이블이 현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개인화 추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대만에서도 2위 사업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억677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적극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데이블과 제휴를 맺은 인도네시아 한 언론사의 트래픽이 국내 상위 3개 매체사 트래픽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이 대표는 “물론 인도네시아에선 아직까지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 매체사로부터 확보한 광고 인벤토리를 실제 광고로 채우는 비율은 낮다”며 “당연히 광고 수익성도 한국이나 대만보다 떨어져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크고 성장성이 높아 선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최적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커머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맞춤 광고를 지원하는 카라멜AI(karamelai) 서비스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주 고객으로 삼는 카라멜AI는 개인화 상품 추천과 광고(특히 리타기팅 광고, Retargeting ads10 ) 서비스가 결합된 모델이다. 즉, A 쇼핑몰 방문 고객의 실시간 관심사를 반영해 (A에서) 개인화된 상품을 추천해주고, 해당 고객이 B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도 A에서 구매 확률이 높았던 상품에 대한 광고를 표시해 줌으로써 A 쇼핑몰에 재방문할 기회를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다. (그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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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블이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에 굳이 광고 모델을 결합한 이유는 훨씬 높은 매출 성장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과거 레코픽 서비스를 이용했던 한 소호(SOHO) 온라인 쇼핑몰 업체의 예를 들었다. 레코픽의 개인화 추천 엔진을 쓰는 대가로 월 16만 원씩 내는 건 매우 아까워하던 업체가 추석맞이 온라인 광고 마케팅 비용으로는 무려 1000만 원을 아낌없이 쓰더라는 것. “온라인 쇼핑몰 업체 상당수는 광고 마케팅을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해 비용을 과감히 지불한다. 반면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쇼핑몰이 이미 획득한 고객(쇼핑몰 사이트 방문자)의 구매 확률이나 객단가를 조금 더 높여주는 정도의 기능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화 추천 엔진 사용의 대가로 지급하는 월정액은 아낄수록 좋은 ‘비용’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매출액을 높이려면 광고 서비스 모델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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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놓고 영업을 하지 않았을 뿐 데이블은 회사 출범 후 소규모로나마 온라인 쇼핑몰 대상의 월정액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계속 진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광고 서비스 모델을 결합한 카라멜AI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즉, 지금처럼 일평균 PV당 매월 일정 금액을 책정하는 모델이 아니라 개인화 추천 기능은 고객사에 공짜로 제공하되 데이블에 최소 100만 원 이상의 광고비를 집행토록 유도하는 모델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이미 데이블은 올 상반기 아이디어스(핸드메이드/수공예 제품 전문 쇼핑몰), 데코뷰(인테리어 소품 쇼핑몰), ODE(패션 쇼핑몰) 등 5개 업체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운영했으며 올 하반기 중 정식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데이블의 주 수익원인 네이티브 애드(전체 매출액의 97%) 사업을 위해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광고주 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데이블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광고 콘텐츠는 월평균 700∼800개에 달하는데 대부분 일부 업종에 특화돼 있다. 국가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금융, 건강, 뷰티 카테고리에 속한 광고주가 소진하는 광고비가 절반 이상이다. 이렇게 특정 카테고리 광고주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엔 광고 최적화 수준을 높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가령, 사용자나 콘텐츠 특성상 골프 광고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을 때도 광고주 풀이 한정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임플란트 광고를 보여줘야 하는 식이다. 광고 최적화 수준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업체당 최소 광고 집행 예산이 적더라도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광고주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데이블은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광고 대행사를 중간에 끼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대형 광고주 외에 중소 상인들로 구성된 소액 광고주(롱테일 광고주)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광고 진행 절차와 캠페인 운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은 별도 웹사이트(support.dable.io)도 개설했다”며 “소액 광고주가 대행사는 물론 데이블 전담 직원의 도움 없이도 적정 예산 범위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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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데이블은 공동 창업자 4명이 대기업에서 사내 벤처를 함께 운영했던 경험에 힘입어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 후 흔히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온라인 쇼핑몰(레코픽)과 언론사(데이블)로 고객사는 달랐지만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 기술 개발부터 플랫폼 운영, 추천 엔진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았던 상태였던 만큼 여느 스타트업과는 출발선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블은 사업 초기 개인화 추천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고객사(언론사)를 대상으로 자사 기술력을 입증해 나가야 했다. 이때 데이블은 정성적 접근보다는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A/B 테스트를 적극 활용했다. 온라인상에서 대조 실험을 실시함으로써 고객사의 의사결정 과정이 선입견이나 편견에 좌우되지 않고 과학적이고 증거에 기반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데이블의 이 같은 접근은 보기 좋게 적중했고,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자원이 열악한 스타트업임에도 고객 기반을 신속하게 늘릴 수 있게 해준 촉매제가 됐다. 또한 데이블이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함에 있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토대로 작용했다.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사업은 광고주와 매체사라는 서로 다른 두 집단 사이의 거래를 중개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 플랫폼 비즈니스다. 이는 어느 한쪽 고객 집단의 크기와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다른 쪽 고객 집단에서도 효용을 크게 느껴 덩달아 성장하게 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network effect)가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흔히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업 초기 양면시장을 형성해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닭과 달걀의 문제(chicken-and-egg problem)’11 에 부딪히곤 한다. 결국 닭과 달걀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측 고객 집단 중 어느 쪽을 먼저 공략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데이블은 매체사를 우선 공략했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 트래픽이 과도하게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고객사를 상대로 A/B 테스트를 통해 서비스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고, 트래픽 기반으로 일정액을 과금하던 개인화 추천 엔진마저 무료로 제공하는 유인책을 제공했다. 이렇게 데이블은 매체사 네트워크에서 먼저 일정 규모를 확보해 닭과 달걀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양면시장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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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점은 이 모든 과정이 데이블이 원래부터 의도했다거나 어느 한순간 벌어진 일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테스트를 수행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며, 때론 경쟁사 비즈니스 모델까지 적극 모방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다. 이는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경쟁의 역학 구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신규 시장에선 전통적 전략 이론이 아니라 ‘평행놀이(parallel play)’ 전략이라는 전혀 다른 프레임워크를 따라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로리 맥도널드(Rory McDonald)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캐슬린 아이젠하트(Kathleen Eisenhardt) 스탠퍼드대 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12

맥도널드와 아이젠하트 교수는 대개 신규 시장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마치 서너 살 된 아이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무리 지어 놀며 세상을 탐색하고 테스트하는 방식(평행놀이)’으로 시장에 접근해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놀지만 그렇다고 함께 놀지는 않고, 다른 친구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따라도 하지만 결국엔 원래 자신이 하던 놀이에 집중하는데, 우버나 인스타그램처럼 신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 혁신 기업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더라는 것. 이들은 1) 사업 초기 차별화 대신 적극적인 ‘빌려오기(모방)’ 전략을 취했고, 2) 끈질긴 테스트를 통해 확실하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템플릿을 만드는 데 헌신했으며, 3) 때론 잠시 멈춰 기다리는 ‘비즈니스 모델의 의도적 미완성’ 전략을 도입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게 두 석학의 분석이다.

데이블 역시 이런 접근을 통해 성장해 온 회사다. 우선 차별화 전략에 매몰되지 않고 경쟁사의 모델을 빠르게 빌려오며 자신들만의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5년 전 국내에선 개념조차 생소했던 네이티브 애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사인 타불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모방한 게 대표적 예다. 우물쭈물하다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면 자칫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시에 데이블은 끊임없는 테스트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회사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는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나갔다. 협업 필터링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에 실시간성과 의외성을 보강해 나가고, 머신러닝 고도화로 추천 품질을 높여가면서 핵심 역량을 공고히 내 나갔다. (DBR mini box III ‘전략적인 유연성과 창발적 전략의 추구’ 참고.)

올 하반기 데이블이 공식적으로 선보일 카라멜 AI는 의도적 미완(未完) 상태로 남겨뒀던 커머스 관련 사업을 최적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데이블은 2015년 연말까지도 옴니채널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 관련 영업을 계속했었다. 제대로 된 광고 플랫폼 개발을 끝내고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옮겼을 때도 커머스 관련 서비스는 소규모로나마 계속 진행하며 때를 기다렸고, 드디어 개인화 추천에 광고 서비스 모델을 결합한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을 정비해 새롭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생소한 분야였던 광고 플랫폼 개발에 처음 도전할 때 MVP 접근을 취한 것이나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무턱대고 해외에 사무소나 법인을 만들기보다 최소한의 현지 인력을 채용해 시장 반응을 살피는 등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한 점도 데이블의 성장에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비즈니스 모델을 피버팅하는 것이나 해외 시장 진출 문제는 회사의 미래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이같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데이블은 탁상공론식 결정을 내린다거나 계속 고심만 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보다 실제 시장의 반응을 신속하게 살펴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함으로써 위기를 최소화하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DBR mini box III
전략적인 유연성과 창발적 전략의 추구

데이블의 사업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전략적 목표와 비즈니스 모델을 선정함에 있어 최초의 계획이나 목표를 고집하지 않고, 외부 피드백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며 유연한 변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데이블 창업자들이 최초에 계획했던 사업은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수익 창출이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데이블은 다른 생태계 구성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고객사들의 외면에 직면했고, 그 결과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 사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이때 데이블은 예상치 않았던 대안을 찾게 됐다. 바로 언론사 요청으로 시작한 기사 추천 서비스다.

개인화 기사 추천 서비스는 주로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를 대상으로 하는 옴니채널 개인화 플랫폼 서비스와 기술적인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수익화가 쉽지 않아 보였던 서비스였다. 이때 데이블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했다. 옴니채널 서비스가 직면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최초 전략에 계속 초점을 맞춰 기업의 자원을 집중하거나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고 애초에 큰 관심이 없었던 기사 추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기업 자원을 할당해 보는 것이었다. 데이블은 두 번째 옵션을 택해 전략 방향을 수정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데이블의 전략적 유연성과 최초 전략의 수정은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창발적 전략은 의도적 전략(intended strategy)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의도적 전략이란 ‘외부 환경 분석 → 내부 역량 분석 → 환경과 역량 분석에 기반한 최적의 전략 수립 → 수립된 전략의 면밀한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제학적 합리성에 기인한 전략의 개념이다. 반면 창발적 전략은 전략 실행 과정에서 외부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능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전략의 방향을 수정해가는 접근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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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성공적인 창발적 전략의 예는 혼다의 1950년대 미국 시장 진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혼다는 뛰어난 기술적 역량과 고효율의 대규모 생산 설비를 바탕으로 1950년대 일본 국내 오토바이 시장을 석권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에 고무된 혼다는 1959년 미국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한다.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혼다는 미국 소비자들이 일본 소비자들과 달리 배기량이 큰 대형 오토바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형 오토바이는 혼다의 우수한 기술 역량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선택지로 보였다. 이에 따라 혼다는 배기량이 큰 대형 오토바이를 내놓으며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치밀한 분석에 따른 의도적 전략의 예다.

하지만 막상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난 후 혼다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에 부딪힌다. 우선 미국 소비자들은 일본 브랜드의 대형 오토바이를 신뢰하지 않았다. 오토바이 제품에서도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다. 미국 도로에서 장거리 고속 주행을 할 경우 일본 시장에선 나타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한 것. 결국 혼다는 저조한 매출과 지속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몇몇 소비자와 딜러들이 혼다의 소형 스쿠터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연락을 해 왔다. 혼다 캘리포니아 법인은 소형 스쿠터(슈퍼컵) 몇 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소형 스쿠터들은 판매 목적이 아닌 직원들의 이동 수단으로 들여왔던 것이었다. 혼다 입장에선 일본 시장에서나 팔릴 법한 소형 스쿠터에 미국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혼다 경영진은 소형 스쿠터가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일상적인 운송수단으로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그 즉시 혼다 경영진은 대형 오토바이에 초점을 맞췄던 전략을 포기하고 소형 스쿠터 중심으로 마케팅과 판매 전략 방향을 수정했다. 유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대형 오토바이와 소형 스쿠터는 완전히 다른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전혀 다른 마케팅과 유통 모델을 요구하는 제품이었다.(데이블의 사례에서 옴니채널 서비스와 기사 추천 서비스의 차이도 이와 유사하다.) 소형 스쿠터 시장에서의 놀라운 성공은 점차 고가의 대형 오토바이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혼다는 미국 시장 진출 후 불과 10년 만에 시장점유율 43%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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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않은 과거를 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혼다의 경영진이 미국 시장 진출 초기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최초의 전략대로 대형 오토바이 판매를 고수했다면 미국에서의 성공은 물론 오늘날 혼다라는 기업 자체가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데이블도 전략 추구 과정에서 직면한 피드백을 무시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의 방향을 수정하는 유연성을 통해 기사 추천 서비스라는 훌륭한 수익모델을 발견하고 그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혼다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데이블은 옴니채널 서비스에서 기사 추천 서비스로의 전환 외에 또 다른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줬다. 바로 수익 모델을 월정액 기반에서 네이티브 애드 기반의 수익 공유 모델로 바꾼 것이다. 데이블은 디지털 광고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과감하게 수익 모델을 전환했고, 이는 타불라 및 다른 국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데이블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데이블 사례는 기업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합리적인 시장 분석과 역량 분석에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기꺼이 그에 따라 전략의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는 창발적 전략의 추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창업자들일수록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이 내린 최초의 결정과 전략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데이블과 혼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자들은 (특히 벤처기업 창업자일수록) 자신의 전략적 판단과 제품을 지나치게 과신하기보다는 전략의 실행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에 귀를 기울이고 전략적 방향을 기꺼이 수정하는 겸손하고 유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진구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경영학과 교수 Jingoo@ntu.edu.sg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 학사/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 전략 분야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MIT Sloan Management Review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일선 현장에 답 있다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먼저, 리더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필요성을 전파하면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의 사용 여부와 방법을 결정한다.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는 직원들의 행동 방식을 바꾸고, 국지적으로 성과를 개선하며, 이 성과가 회사의 목표에 부합할 때 모든 과정이 끝난다. 이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활동을 계획하는 기업이라면 역방향으로 국지적 목표를 진단하는 데서 시작하면 된다. 어떤 부서의 활동이 회사의 혁신에 잠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 조직 내에서 정보의 흐름과 행동 변화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지, 회사의 핵심 인플루언서가 누구이고 그들이 디지털 전환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파악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0년 겨울 호에 실린 ‘You’re Going Digital-Now What?’을 번역한 것입니다.

    3만 피트 상공의 기업 전용기 안에서 디지털 전환을 구상하는 것은 흥분되면서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기업의 리더들은 활용 가능한 새로운 툴을 떠올리고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지를 생각하면서 희망에 부푼다. 작업 효율성과 속도 향상은 물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찰 것이다. 대형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한 고위 임원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쟁 전략을 짜는 일은 정말 멋지더군요!”

    하지만 지난 16년간 8개 산업군에 걸친 20여 개 기업의 혁신 작업에 동참하면서 필자는 생각보다 멋지지 않고 다소 따분한 진실을 알게 됐다. 변화의 성패는 전략적인 영감보다는 기업의 일선 현장에서 디지털 툴을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리더는 이런 직원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대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고위 관리자들이 실무자들의 현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리더들은 새로운 툴이 자신들이 기대했던 방식으로 활용되지 않거나(혹은 전혀 활용되지 않거나), 특별히 건질 만한 데이터 기반 통찰이 없거나, 기대했던 혜택들이 구현되지 않을 때 당황한다. 이 경우 그들이 염원했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실패작으로 전락한다.

    이런 운명을 피하고 싶다면 리더들은 어떻게 해야 디지털 툴이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를 위한 최적의 조건에 맞는 업무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IT에 떠넘기고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이 글에서는 전형적인 사례로 한 자동차 회사가 추진한 디지털 변화 노력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일선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경험하고 처리하는지 설명할 것이다. 그다음 역방향 계획, 즉 역으로 현실에서 출발해 기업의 광범위한 목표 설정 단계로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는 접근이 확고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이론과 전략을 제시하는 글은 많다. 그러나 이 글은 좋은 의도로 시작된 많은 계획을 망치는 요인들, 즉 쉽게 간과되지만 주목할 만한 세부적인 패착 요인들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초점을 둘 것이다.

    단계별 디지털 툴의 채택 과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노력은 대개 광범위한 실행 계획과 함께 시작된다. 이런 계획에는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회사가 디지털 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민첩한 조직 구조를 만들고, 더 고객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에 기반한 통찰력을 발전시키고, 출시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내용들이 요약돼 있다.









    이런 활동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는 프로세스가 하나 더 있다. 필자는 이를 업무 디지털화 프로세스(Work Digitization Process), 혹은 약자로 WDP라 부른다. (그림 1) 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실현되기 위해 조직 일선에서 반드시 일어나야 할 여섯 단계의 변화다. 각 단계는 서로 연관돼 있어서 대개 서로를 발판 삼아 발전한다. 이 때문에 초기의 성공으로 이후의 성공을 예견할 수 있지만 초기에 실패하면 이후 단계는 한층 더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WDP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또 그 과정에서 경영진의 조치(또는 무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지금부터 한 대형 다국적 자동차 설계 회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살펴보자. 편의상 이 회사를 오토웍스(Autoworks)라 부르겠다.



    1단계 리더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필요성을 전파한다. 

    어떤 중대한 변화든 직원들이 폭넓게 수용하지 않으면 곧 시들해지고 소멸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다를 바 없다. 성공적인 노력의 1단계로 디지털 변화가 가져올 이점들을 일선 직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들이 디지털화로 인해 변경되는 표준 업무 절차를 수용할 수도 있고,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토웍스의 리더들은 이 점을 알고 있었다. 자동차 업계의 다른 여러 기업과 마찬가지로 오토웍스도 2000년 중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의 목표는 자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영역에서 비용을 절감하면서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오토웍스는 신제품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 적어도 30대의 시제품 차량을 가지고 충돌 실험을 했다. 실험을 한 번 할 때마다 비용은 약 75만 달러가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디지털 설계 툴을 사용하면 엔지니어가 컴퓨터로 가상 자동차를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런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므로 더 좋고, 더 안전하고, 더 저렴한 자동차를 설계하는 능력도 한층 더 최적화할 수 있었다. 이런 변화에 착수하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오토웍스의 경영진은 회사의 슈퍼컴퓨팅 센터를 보강하고, 직원들이 다양한 디지털 설계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CEO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 기업이 될 겁니다.”

    회사 경영진은 그들이 원하는 변화를 분명하게, 소리 높여 설파했다. 성능 실험을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에서 수행한다는 것은 제품 개발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완수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사들은 임원 회의에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라는 말을 들었고, 팀장들은 간부 회의에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라는 말을 들었으며, 엔지니어들은 교육과 부서 회의, 전 직원회의, 그리고 일상 업무에서 팀장과 임원, 경영진으로부터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이 회사에서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라는 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모토가 됐다.

    연구에 따르면 고위 임원들이 목표를 전파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대담한 계획들을 발표하면 직원들은 이를 경청한다.1 초기에 이런 선언은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그 기술을 이해하는 준거 프레임이 된다. 만약 오토웍스 직원들에게 새로운 툴들이 조직을 탈바꿈할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물었을 때도 종종 이런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 툴들을 써서 시뮬레이션 모델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할 수 있다면 알게 되겠죠.”



    2단계 직원들이 신기술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경영진은 회사에 필요한 디지털 툴을 구입하고, 기대되는 혜택을 홍보하고, 관련 교육을 위해 적절한 자금을 지원하면 직원들이 알아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작업 방식을 변경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필자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신규 애플리케이션의 잠재적 사용자 중 40%는 직속 상사가 의무 사용을 지시한 경우에도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40%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노력을 무산시킬 만큼 상당히 큰 숫자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결과는 그 기술이 부적절해서도(보통 기술은 꽤 괜찮다), 교육이 부족해서도(교육은 보통 적절히 이뤄진다) 아니다. 그보다 직원들이 경영진이 발표한 목표를 개인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 그 기술이 도움이 될 것인지를 따져 보기 때문이다. 오토웍스의 경우 엔지니어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 소프트웨어를 쓰면 내가 새로운 자동차를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설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모두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진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라는 슬로건은 오토웍스 임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복잡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새로운 툴을 그들이 이미 효율적이고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던 예전 툴과 비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얼리어댑터 노릇을 하던 일부 수석 엔지니어도 그랬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사용 중이던 기존 툴을 고수하는 게 회사에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오히려 업무 속도를 늦췄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조직에 주는 다른 뚜렷한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경험상 회사 경영진이 가장 강조했던 가치는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엔지니어들도 존경하는 동료들의 결정에 동요돼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기존 툴에 익숙해져서 그 편안함이 신형 툴에 대한 인식을 변질시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 대한 초기 실험이 회사 엔지니어 네트워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물론 경영진의 의도는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라는 모토를 혁신을 향한 폭넓은 목표로 각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단마다 그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말이 직원들의 세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기업의 리더들은 이런 모토를 만들 때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내용이 실제 업무 방식과 일치하지 않으면 소중한 신기술이 바라던 대로 구현될 수 없다.

    3단계원들이 새로운 기술의 사용 방법을 결정한다. 

    새로운 기술이 반대자들의 벽에 부딪친다고 해도 변화를 수용하는 다른 많은 직원은 이제 두 번째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바로 그 기술의 사용법이다. 이 또한 장기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복잡한 선택에 속한다.

    대다수의 디지털 기술은 기업용이든, 개인용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채택된다. MS 엑셀이 가진 수백 가지 기능과 각 기능의 활용법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기능을 채택하는지에 따라 어떤 데이터를 기록하고, 생성하고, 분석하고, 활용할지가 결정된다. 기술의 사용 방법이 일련의 결과에 영향을 일으키는 중요한 선택이란 의미다.

    오토웍스 경영진은 자동차 설계 작업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길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이 데이터에 있다고 믿었다. 시뮬레이션 툴을 사용하면 엔지니어들이 충돌 실험이나 소음 및 진동 실험을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할 수 있다. 실험 데이터를 전부 비교하면 기존에 실험용 마네킹을 가지고 몇십 건의 충돌 실험을 할 때보다 자동차 디자인을 훨씬 더 정교하게 최적화할 수 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랬다.

    필자는 자동화된 시뮬레이션 설계를 위해 동일한 디지털 툴을 사용한 두 부서를 1년간 추적했다. 그중 한 부서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각자 선호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툴을 사용했다. 또 다른 부서에서는 모든 엔지니어가 동일한 기능을 동일한 순서대로 사용했다. 1년이 지나자 두 번째 부서에서 설계한 자동차가 첫 번째 부서에서 설계한 것보다 성능에서 2대1의 격차로 더 뛰어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왜냐하면 동일한 기능과 동일한 경로를 따른 엔지니어들에게서 나온 데이터는 균일한 토대로 도출됐고, 그래서 효과 패턴을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방식을 따른 엔지니어들도 똑같은 양의 데이터를 만들어 냈지만 거기서 나온 정보는 다양한 가정과 선택을 기초로 도출된 것이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 툴을 활용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만약 디지털 기술의 중심 가치가 효율성과 다른 유용한 학습을 위한 데이터 생성에 있다면 일관된 사용 패턴은 꼭 필요했다.


    4단계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가 직원의 행동 방식을 바꾼다.

    디지털 전환 이전에 오토웍스에서는 데이터를 이동할 때 업무를 완전히 이관하는 핸드오프 방식을 사용했다. 자동차 설계 실험의 경우 다음과 같은 표준 업무 절차를 따랐다. 먼저, 엔지니어가 차량 충돌 등 여러 가지 실험을 실행하고, 결과를 수집한 다음, 관련 데이터를 데이터 분석 그룹에 넘겼다. 그러면 분석 담당자들이 좋은 자동차 설계를 위한 일반적인 원칙들을 열심히 찾아 모았다. 엔지니어가 있다면 분석가들이 있었고, 두 집단 간의 차이는 분명했다.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신규 디지털 시뮬레이션 툴을 일관된 방법으로 사용했던 엔지니어들을 기억하는가? 기존 방식을 바꾸기 시작한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도 당연히 자신의 실험 결과를 스스로 확인하고, 결과를 종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실험 결과를 주위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고 고민했다. 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 회사도 디지털로 전환했고 설계 엔지니어로서 저의 역할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설계 엔지니어끼리 서로 담을 쌓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똑같이 서로 담쌓기 바쁜 데이터 분석가들 팀에 실험 데이터를 넘겨주면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설계 엔지니어들까지 모두 하나의 팀으로 데이터 분석에 참여한다.

    ‘원칙’을 강조하는 일부 관리자는 데이터 분석가들과 엔지니어의 책임을 계속 분리해 이들의 권한을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풍부하고 더 나은 데이터가 업무 방식을 바꾸고, 역할과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련의 프로세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다. 본론부터 말하면 이 두 부서의 관계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맺어져 있다. 직원들이 새로 확보한 데이터와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직무를 수행하게 되면 그들은 자연스레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게 된다. 그러면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새로운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이 새롭고 강력한 네트워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

    5단계 국지적으로 성과가 개선된다. 

    기업 리더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부여하는 목표와 직원들이 부서 단위로 경험하는 이점이 서로 다른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단 새로운 디지털 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그 결과를 새로 형성된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서로 비교하게 되면서 오토웍스의 엔지니어들은 변화의 구체적인 이점들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덕분에 충돌 내구성과 연비 같은 주요 변수를 개선하는 최적화 설계가 더 쉬워진 것이다.

    실험을 수행한 후 최종 설계 솔루션을 내기까지의 과정도 상당히 개선됐다. 실제로 필자가 분석해 보니 데이터 분석에 참여하고 다른 엔지니어와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엔지니어들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들보다 자동차 설계 작업을 23%나 더 빨리 마쳤다. 실험 수도 31%나 줄였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보면 오토웍스 경영진이 바라던 성공이 이뤄진 것 같다. 여기에는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는 엔지니어 중 40%가 처음에는 신규 소프트웨어가 더 빠르고 더 저렴하다는 확신이 없어 기술의 사용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기술을 사용해 더 빠르고 더 저렴한 업무 처리라는 이점을 구현한 엔지니어들도 경영진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설계 품질의 개선처럼 그들의 직무에 가장 중요한 성과 지표를 보고 스스로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 만약 실험 초기 경영진이 혁신의 모토를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내용에 더 잘 부합하도록 조정했다면 더 많은 엔지니어가 더 빨리 새로운 디지털 툴을 채택하고, 더 많은 혜택을 얻어갔을 것이다.


    6단계 국지적 성과가 회사 목표에 부합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한 부문의 프로세스와 결과를 개선하는 기술을 채택해 기업의 핵심 목표를 달성할 때 강한 추진 동력을 얻는다.

    오토웍스가 자동차 설계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20년간의 탄탄한 통계 분석 결과 차량의 설계가 공급망, 규제 준수, 제조 효율성과 더불어 콘셉트 개발부터 출시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출시 기간을 단축하면 매출 성장도 가속화할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로 설계 작업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완수하게 됐으니 회사로서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오토웍스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그런 이점이 어떻게 달성됐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새로운 설계 소프트웨어를 통해 형성된 사회적 네트워크의 놀라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계적으로 시뮬레이션 모델을 돌리는 대신 세 시간이나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동료들과 차량 디자인을 논의한 엔지니어들은 개발 후반 단계에서 재작업해야 하는 양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된 자동차 디자인을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인 건 분명하지만 작업 속도를 한층 더 높인 것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촉발된 담당자들의 대화였다. 오토웍스는 이렇게 성공의 원인을 파헤침으로써 향후 더 큰 발전으로 이어질 지식을 발견했다.

    역방향으로 계획하기

    위의 여섯 단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는 동안 조직 내에서 어떤 식으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런 프로세스를 감안했을 때 기업의 트랜스포메이션 활동을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좋은 방법은 역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먼저, 회사가 새로운 디지털 툴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지적 목표를 진단한 다음 거기서부터 계획을 세우자. 필자의 경험상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 보면 이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1. 어떤 부서의 활동이 회사의 혁신에 잠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 

    많은 기업의 리더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은 확실히 모른다. 부서 단위에서 혁신을 이끌 잠재력이 가장 높은 활동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어떤 디지털 툴을 도입하고, 그 툴의 활용 기반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또 원하는 변화를 위해 직원들의 힘을 모으고 강화할 수 있다.

    첫째, 회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부서 단위에서 어떤 종류의 성과가 거대한 조직 목표를 추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하라. 예컨대, 필자는 예전에 한 소아전문병원과 협력한 적이 있었다. 그 병원에는 지역 내 병원에서 이송된 응급 환자들이 많았고 그런 취약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게 절실한 과제였다. 이에 소아전문병원은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깊이 있게 분석했고, 그 결과 이송된 환자의 생존율이 그들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받은 초기 진단의 퀄러티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연관성을 확인한 병원은 구체적인 솔루션을 찾아 나섰다. 소아 응급치료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지역 일반 병원 의사들이 아이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기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했다. 그래야 이송됐을 때 소아전문병원에 있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쉽게 상태를 판독하고, 이송된 환자를 담당 진료과로 쉽고 빠르게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을 견인할 수 있는 국지적 활동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그 활동을 개선하는 데 디지털 전환이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야 한다. 이런 평가 척도가 명확한 경우도 있다. 가령, 앞의 예에서는 소아전문병원 이송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면 그것이 곧 성공이다. 하지만 척도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개선하려는 프로세스가 무엇이든 단계별로 척도를 세분화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필자가 자문했던 한 대형 금융 서비스 회사는 조직 내 지식 공유를 확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지식 공유는 다면적인 성격이 강해서 우리는 전체 과정을 여러 단계로 세분화했다. 직원들이 분야별 전문가를 정확히 식별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다음으로는 직원들이 서로의 전문지식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고, 사람들 간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데 최선인지 가늠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회사는 그렇게 추출한 기본 정보를 가지고 직원들이 동료들의 업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소셜 네트워킹 기술을 도입했다. 그리고 지식 공유 프로그램의 진행 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6개월마다 두 가지 지표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런 국지적 데이터는 종류를 막론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꼭 필요하다. 이는 조직 내 어딘가 일어나는 움직임이 변화를 돕는지, 아니면 방해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 조직 내에서 정보의 흐름과 행동 변화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 

    기업의 리더들은 직원들이 조직의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국지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강력한 데이터와 분석 기법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직원들이 자신의 임무와 역할,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들은 정보의 흐름을 이해하고, 강력한 신규 데이터를 주입했을 때 조직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애물들을 없애서 직원들이 그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럼 정보 흐름을 진단하는 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 한 대형 공기업의 예를 보자. 이 회사는 전기와 수도 같은 유틸리티 소비량을 원격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봤다. 이 기술을 가지고 유틸리티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수리 인력을 선제적으로 파견해 송전 장비가 심하게 고장 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회사 내부의 정보 흐름이 이런 예방적 유지 관리 활동에 어떻게 도움이 됐다는 걸까?

    신기술의 등장은 이미 월별로 유틸리티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요금 징수 부서가 수요의 최고점이나 최저점에 맞춰 근무 인원을 조정해 왔던 유지관리팀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요금 징수 부서의 직원 중 일부는 단순히 데이터를 집계하고 청구서를 생성하는 역할에서 분석가의 역할까지 맡게 됐으므로 직무 변화도 생겼다. 오토웍스의 엔지니어들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런 점을 인식한 회사의 임원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직이 변경된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직무 목표를 확립했고, 관련 역량을 가진 인력을 새로 고용했다. 이런 노력 끝에 예방적 유지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들로 새로운 사회적 네트워크가 생겼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식의 진단 작업을 보통 조직 네트워크 분석이라고 부른다. 이는 디지털 변화를 전개하는 데 가장 유용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툴 중 하나다. 3

    이 사례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비즈니스 리더들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만 알아서는 안 된다. 현재 직원들이 어떻게 교류하고 있는지를 알고, 그래서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사회적 네트워크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적절한 사람들과 협력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공식적인 직무가 새로운 직무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는 직원들의 직무 변화를 공식적으로 보조하고 직무 기술서와 성과 평가 방법을 조정해 그런 변화를 명문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도 새로운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파트너와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욕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3. 회사의 핵심 인플루언서는 누구이며, 그들은 회사 문화가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오토웍스에서는 누가 핵심 인플루언서였는지 기억하는가? 대부분이 새로운 디지털 툴 채택에 힘을 보탰지만 동료들이 새로운 디지털 툴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유도한 반대론자도 소수지만 꽤 있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착수하기 전에 이런 인플루언서가 누구인지 파악해 그들이 향후 실현될 디지털 변화의 약속을 같이 전파하게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아는 한 대형 의료장비 회사는 새로운 기술과 대대적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근데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중간관리자 일부가 작당해서 그런 노력에 저항한 것이다. 반대론자들이 발목을 잡으면 변화를 위한 노력이 관료주의의 늪에 빠져버릴 수 있기에 경영진은 근심에 잠겼다.

    WDP에 따르면 이런 식의 저항에는 회사의 핵심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 방법이다. 인플루언서라고 꼭 인기가 많거나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속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보다는 회사에서 조언을 구할 때 이용되는 비공식 네트워크의 중심인물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인플루언서들을 파악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한 후 그 답변들을 가지고 조직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했다. “당신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때 누구에게 조언을 구합니까?” 그리고 “당신은 전략적인 문제가 있을 때 누구에게 조언을 구합니까?”였다. 분석을 통해 각 사업부 내의 핵심 인플루언서를 10명씩 식별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왔다면 그중 가능한 많은 인플루언서를 새로운 변화의 옹호자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먼저 각 인플루언서와 인터뷰를 해서 변화에 대한 그들의 초기 반응을 파악했다. 새로운 디지털 툴과 구조조정을 모두 찬성하는 집단도 있었지만 둘 다 끔찍하다고 여기는 집단도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집단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즉, 구조조정에는 찬성하지만 신규 기술은 원하지 않거나, 그 반대였다. 이에 우리는 각 집단을 위한 내부 마케팅 계획을 수립했다. 회사와 협력하에 첫 번째 집단에는 그들의 태도를 뒷받침하는 하드데이터를 제공해서 변화를 전파할 때 그들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두 번째 집단과 만나서는 회사가 추진하는 변화가 현재 그들의 업무 패턴의 긍정적인 면을 어떻게 강화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면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같이 논의했다. 세 번째 집단에는 중대한 변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상호 발전을 이끄는지 관련 사례를 제시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지지자 기반은 더 공고히 하고 소수의 회의론자는 설득할 수 있었다. 우리는 변화의 이점이 대다수 직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홍보 메시지 개발에 인플루언서들을 적극적으로 가담시켰다.

    모두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려한 것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인플루언서들과 공조한 사업부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툴의 채택률이 75%가 넘었다. 반면 인플루언서들이 관여하지 않은 몇몇 사업부에서는 채택률이 25%가 채 안 됐다.

    디지털 기업이 되겠다는 희미한 약속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일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작되려면 비즈니스 리더들은 먼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을 때 내부에서 벌어질 일련의 일들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연쇄 활동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작해 출발점을 향해 나아가는 역방향 접근으로 성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즉, 국지적인 성과가 기업의 거대한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출발해 현 상태를 디지털 툴로 완전히 갈아엎는 작업을 직원들이 함께 도모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성공은 반짝이는 구호나 대담한 공약만으로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현장 직원들이 내리는 결정들에 의해 좌우된다. 이 글에서 설명한 역방향 계획은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폴 레오나르디(Paul Leonardi)는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바바라 캠퍼스에서 두카 가문(Duca Family)의 후원을 받는 기술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업들을 자문한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1215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0호 Revisiting Case Studies 2020년 7월 Issue 1 목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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