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 “빨래만큼 최적의 구독 비즈니스는 없다” 런드리고의 전략

“다음 날 완료 & 배송… 이렇게 편할 수가”
세탁 서비스 불편했던 소비자 사로잡아

Article at a Glance

실패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런드리고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주기성이 높아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인 세탁 서비스를 선택했다.
2. 익일 세탁 완료 및 배송 서비스를 내놔 기존 세탁 서비스에서 느꼈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등 세탁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3. 런드리고만의 독특한 세탁함인 런드렛을 개발해 세탁물 보관 및 운송의 안전성을 높여 비대면 서비스를 완성했다.
4. 세탁 비즈니스의 최대 장점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직영 공장을 설립해 질 좋은 세탁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동욱(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100년 전, 세탁기는 집안일의 부담을 낮춰준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가사 노동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 여성 해방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릴 정도였다. 그 후 1세기 동안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세탁기 브랜드들은 세탁 과정을 어떻게 더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탁기 자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역사적인 발명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 기업들이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빨래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 아예 집 밖에서 빨래 노동을 대신해 주겠다며 등장한 스타트업 때문이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의식주컴퍼니의 ‘런드리고’ 얘기다. ‘모든 가정에 세탁기를 없애겠다’는 도발적인 목표를 세우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당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빨래 수거를 요청하면 그날 밤 런드리고에서 자체 빨래함인 ‘런드렛’을 수거해 세탁한 뒤 그다음 날 자정 즈음에 배송해준다. 모든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시작은 좋은 편이다. 세탁기가 없거나 집안일을 할 여유가 없는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이를 키워 빨래 양이 많은 가정도 런드리고의 주 고객이 됐다. 2만 가구가 유료로 사용하고 있고 이 중 6000가구가 정기구독을 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은 런드리고는 지난해 5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65억 원을, 지난 6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170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런드리고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홈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을까. DBR이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 분석해봤다.



구독 서비스 ‘최적’ 아이템 - 빨래
1. 실용적이고 취향을 타지 않아야 성공한다

2018년 1월. 조성우 대표는 배민프레시1 를 나와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이번 비즈니스 모델도 여지없이 구독. 그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 2011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든 이른바 ‘구독 전문가’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그는 회사를 나와 ‘덤앤더머스’를 창업했다. 사람들이 자주 쓰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면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사업 수익성도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제품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구독 아이템을 시도해봤다. 넥타이, 화장품부터 면도기와 같은 생필품, 우유와 같은 신선식품 등 조금이라도 정기 배송이 가능하다 싶으면 실험해봤다. 그러면서 구독 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핵심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정기성’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정기성은 단순히 일정 주기에 반복적으로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넥타이같이 제품 단위 가격이 높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사용하는 주기가 너무 길어지면 구독의 장점이 약화될 수 있었다. 분명 짧은 주기가 있지만 예상 주기에 맞춰 제품을 교체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면도날이 대표적인 예다. 권장 교체 주기는 2∼3주 정도인데, 이 주기를 그대로 지키는 남성 소비자들은 매우 드물다. 마지막 면도날을 권장 사용기간보다 길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길게는 3달까지 같은 면도날을 쓴다. 이 때문에 교체 주기가 짧고 일상적으로 소비하면서, 반드시 반복 소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아이템을 찾게 됐다. 결론은 우유, 건강음료, 샐러드와 같은 신선 식품이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른 아침에 먹고 싶어 한다는 니즈를 반영한 결과 한국에서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고객의 ‘취향’이 다양하거나 쉽게 바뀌는 아이템은 피해야 한다. 고객의 선호와 기호가 다양하면 정기구독이 오랜 기간 유지되기 어렵다. 같은 서비스라도 고객 만족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월마다 랜덤으로 섞어서 보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결국 사라진 이유다. 구독하는 고객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구독할 이유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취향이 수시로 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가 배민프레시에서 시도했던 반찬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고, 먹고 싶은 반찬도 그때그때 다르다 보니 만족도가 천차만별이었다. 같은 반찬을 같은 고객이 먹어도 그날 입맛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도 했다. 구독자가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다. 반면 우유나 물처럼 사람마다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고, 한번 취향이 고정되면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는 달랐다. 고객은 무의식중에 계속해서 같은 브랜드, 상품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배송받는다. 일상적으로 먹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만족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제주삼다수를 마시는 사람은 줄곧 제주삼다수를, 서울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계속 서울우유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아이템이 성공 확률이 높았다.

세탁 서비스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아이템이었다. 우선 세탁은 누구나 주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아무리 주기가 길어도 계절마다 1회 이상 찾는 서비스다.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는 가정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세탁기를 돌리게 돼 있다. 그리고 이 주기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계속해서 유지된다.

또한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는 기대나 취향이 복잡다단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었다. 세탁의 고품질 서비스 조건은 간단하다.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깨끗하게 세탁해주고 다림질을 잘하면 된다. 고객의 기대치를 이미 예상할 수 있고 그 기준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세탁만큼 정기성이 강하고 일정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좋은 아이템이 없다. 그만큼 구독 서비스에 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런드리고가 월정액 서비스를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2. 전통 서비스 방식에 멈춘 세탁 비즈니스의 혁신

기존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온 구독 서비스는 승산이 없다. 고객들이 기존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꼈던 답답함이나 불편함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미 익숙하게 이용했던 서비스를 힘들게 모바일로 갈아타야 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세탁 시장을 분석해보니 혁신해야 할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 한국의 세탁 시장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정체돼 있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만족하지 못한 채 서비스가 관성적으로 유지돼 온 것을 확인한 것이다.

세탁소는 보통 동네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옷 자체가 부피가 크기 때문에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기 어려워 대부분 집 앞의 세탁소를 찾는다.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세탁소마다 고정 고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세탁 관련 정보도 동네에 머물 뿐 흐르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해 서비스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동네마다 천차만별인 가격이었다. 분명 같은 원료와 기계로 세탁을 하는데도 패딩 세탁 비용이 어느 지역에선 1만 원이고, 어느 지역에선 3만 원이었다. 가격은 다 다른데 왜 다른지, 어떤 부분이 다른지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웠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도 없었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도 높은 편이었다. 세탁 비즈니스는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크다. 고객은 자신의 자산과 같은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세탁소는 그 옷을 세탁해 되돌려준다. 고객이 직접 세탁 전과 후의 상태를 살피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서비스 결과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어 가격 투명성은 확보하고 있었고, 서비스의 질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물리적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가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들이 매번 때를 놓쳐 세탁소를 가지 못해 불편을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세탁 비즈니스 자체가 축소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차세대 세탁업자들을 찾기 어려웠다. 세탁업에 종사하는 사장님 대부분은 50∼60대였다. 딱히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다른 후계자를 키울 생각도 없었다. 당신 세대까지만 사업을 할 생각으로 세탁소를 유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한국에서 매월 문 닫는 세탁소가 100여 개, 매년 사라지는 세탁소가 1000개 이상이다.



런드리고는 세탁소 서비스를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게 바꿔 고객이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분명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세탁 비즈니스의 태생적 한계인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비대면 서비스였다. 고객 집에 직접 찾아가 집 앞에 놓인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한 후 다시 집 앞에 배송해주는 것이다. 기존 세탁소가 최소 며칠에서 최대 일주일 이상 기간을 두는 것과 달리 런드리고는 세탁을 맡긴 후 이틀 뒤 아침에는 고객이 그 옷을 깨끗이 입을 수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의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가장 우려한 부분은 고객이 자신의 세탁물을 세탁함에 넣어 집 밖에 기꺼이 놓아둘 수 있는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옷을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과거 세탁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방식이기에 고객이 익숙지 않다고 느끼면 서비스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런드리고는 파워 블로거, 스타트업 대표, 연예인 등 깐깐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소비자 100명을 선정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안전한 런드렛 시스템은 물론 다음 날 바로 세탁 서비스가 완료된다는 점, 가격이 정찰제라 가격 흥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 기존 서비스보다 좋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설문 조사를 통해 서비스를 보충하는 작업을 한 후 2019년 3월, 정식으로 출시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각광받으면서 런드리고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현재 월 평균 3만 가구가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 드라이클리닝에서 일상 빨래로

런드리고의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의류 관리 서비스와 함께 메인으로 내세우는 서비스는 바로 빨래다. 조 대표는 빨래 서비스 시장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10년 안에 빨래 시장 규모가 현재 7000억 원대에서 드라이클리닝 시장과 맞먹는 4조 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그와 함께 런드리고 정기구독 모델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기성이 매우 큰 서비스다.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만 해도 계절 요인이 크고 고객의 옷 스타일에 따라 수요가 다르다. 최근엔 드라이클리닝 주 고객이었던 회사원들이 양복을 덜 입고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으면서 수요가 줄고 있다. 반면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일반 옷은 비정기적으로 빨더라도 속옷, 수건 등 생활 빨래는 무시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둘째, 빨래 대행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는 효용이다. 편리함을 이길 수 있는 고객의 취향은 없다. 빨래는 반드시 해야 하는 집안일이지만 대부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집안일보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세탁기를 돌리고 세탁물를 널고 개는 작업이 무한 반복된다. 만약 누군가가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더 깨끗하게 빨래를 해준다면?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생각하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후 느낀 편리함을 맛보면 둘이서 가사를 감당했던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 말 그대로 안 써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 빨래 시장 자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코인 빨래방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단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굳이 세탁기를 집에다 두지 않고 외부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도 늘었다. 집에 세탁기가 있더라도 운동화, 이불 등 큰 빨래를 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는 가격으로 빨래 대행 서비스를 해준다면 소비자들은 외부 빨래방 대신 빨래 대행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란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런드리고의 빨래(런드리) 서비스를 30리터에 9800원으로 내놓고 있는 이유다.


DBR mini box

런드리고의 세탁물에서 세제 향이 안 나는 까닭

런드리고 세탁물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런드리고의 세탁물에서는 비누 냄새가 조금 날 뿐 일반 가정집에서 세탁한 후 나는 강한 세제 향이 나지 않는다. 런드리고가 강조하는 친환경 정책 때문이다. 런드리고는 소비자들이 세탁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고 건강하게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도 서비스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조 대표는 세탁 시장을 연구하면서 세탁 세제에 독성 화학물이 생각보다 많이 첨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런드리고가 기존 세탁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상, 이 문제도 분명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향은 약하지만 피부에는 더 좋은 세제를 개발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때마침 친환경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바이오스탠다드가 공동 개발에 나서면서 운도 따랐다.

더 나아가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쓰레기 처리도 친환경으로 풀었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받아오는 철사 옷걸이, 의류를 덮는 비닐 등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다시 수거해 간다. 소비자들은 평소에 처리해야 했던 쓰레기 처리 부담에서 해방되고 런드리고는 기존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먼저 찾아내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고객을 유인하는 가격 전략
1.직영 공장 운영

2017년 6월, 조 대표가 배민프레시를 퇴사하고 나와 여행을 할 때였다. 우연한 기회에 세탁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겼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 출신 세탁 고수들을 찾아 이들에게 시장 상황을 물어봤다. 한번은 뉴욕 퀸즈에 있는 세탁 공장을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세탁과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적게 드는 비용이었다. 세탁 세제와 같은 원료비는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었고, 세탁 과정이 기계화, 자동화돼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공장 인프라에 투자만 하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비즈니스가 굴러갈 수 있었다.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구독 서비스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구독 서비스의 핵심은 시중보다 비싸고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사람들은 시중과 비슷하거나 싼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움직인다. 즉,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란 얘기다. 조 대표는 직영 세탁 공장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면 이 문제가 바로 해소될 것이라 판단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 요금으로 호텔 세탁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한국에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형 세탁 비즈니스 업체는 없었던 걸까? 물론 유사한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거래비용이 증가해 세탁 비즈니스의 강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대표적인 게 프랜차이즈 세탁소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각 지역에 대리점을 열고 대리점에서 받은 세탁물을 직영 및 위탁 공장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인건비와 임대료나 세탁물 운송비, 위탁 공장을 쓰면서 들어가는 관리비용까지 모두 세탁 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게 런드리고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본사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비용까지 붙으면 가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런드리고와 경쟁하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위탁 세탁을 맡기고 있어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각기 다른 공장에서 작업이 이뤄져 품질도 일정치 않았다. 그렇기에 런드리고가 자동화한 공장을 만들어 직영으로 운영해 세탁 과정의 모든 서비스를 관리한다면 현재 가격보다 충분히 낮추면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런드리고는 스타트업답지 않게 과감한 결정을 했다. 세탁, 드라이클리닝 등 전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것. 자동화된 세탁물 분류 시스템, 다림질 기계, 세탁물 운반 로봇, 세탁물 개는 기계 등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는 공정을 모두 기계화했다. 초기 공장 투자는 엔젤투자로 충당했다. 이미 사업 성공 경험이 있는 조 대표이기에 초기 자금 조달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후 시리즈A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세탁 기계를 추가로 늘려 현재의 2600㎡(약 900평) 규모의 세탁 공장이 완성됐다. 또한 세탁 장인들을 고용해 전 과정을 관리하고 로봇이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정밀한 세탁 과정을 담당하게 했다.

조 대표는 “개발 초기의 기계다 보니 적용하는 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세탁 전문가들도 기계를 쓰면 품질이 안 좋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세탁 전문가들도 인정할 만큼 기계를 이용하면 일 처리가 빠르고 옷 손상도 덜하다. 보다 정밀한 세탁 공정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더욱 낮추고 세탁 품질은 향상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2. ‘가성비’ 드라이클리닝 서비스

런드리고는 사람들이 대체로 비싸다고 여기는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내놔 고객을 유인했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동네 세탁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더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특히 구독 서비스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자유 이용 고객보다 15∼2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놨다. 드라이클리닝 12장을 5만 원대에 제공하고 와이셔츠 20장과 드라이클리닝 2장을 4만 원대에 제공한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패키지로 이용할 경우 할인폭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해 고객들이 구독을 하도록 유도했다. 얼핏 생각하면 일정 기간 회사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만족도가 높으면 런드리고를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고객 유지율(retention rate)이 75% 이상으로 높게 나와 런드리고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런드리고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드라이클리닝 고객에게 런드리고의 빨래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인하는 것이었다. 여러 번 자신이 쓰는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런드리고가 제공하는 빨래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 봤다. 게다가 빨래 서비스 자체가 가격이
1만 원 이하로 책정돼 고객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추가로 경험해보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싼 가격에 혹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써 본 고객이 호기심에 빨래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뒤에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구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결국 고객들이 최대한 빠르게 빨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고객들이 가장 익숙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지렛대 삼아 런드리고의 또 다른 핵심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3. 다양한 상품 구성 및 변경

가족 구성원, 직업, 라이프스타일마다 세탁 니즈는 다양하다. 이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성을 만드는 것도 필요했다. 런드리고는 주요 고객층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들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화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세탁 서비스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크게는 혼자 사는 회사원, 맞벌이 부부, 아이를 키우는 3인 가족으로 나눴다. 이후 가장 보편적인 생활에 따라 필요한 세탁 서비스와 횟수를 정했다. 빨래, 드라이클리닝 등 다양하게 구성한 5개 카테고리를 각각 3개의 다른 가격으로 구성한 상품 총 15개를 내놨다. 고객이 자신의 빨래 양,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한 것이다.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결국 세탁 서비스에서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효율적인 상품 구성이다. 조 대표는 “고객이 이용한 서비스 내역을 바탕으로 가장 경제적인 상품 구성을 제안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탁 서비스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런드리고는 가격 관리 및 상품 구성 변경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은 경우 과감히 상품을 제거했다. 일주일에 2번, 한 달에 8번 정기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품은 1회 배달 비용 대비 세탁 매출이 크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엔 가격 인상도 결정했다. 고객 응대 비용, 세탁 검수 비용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많이 들어 서비스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에서 별도의 상품 구성 변화 없이 가격만 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들이 느끼기에 저항이 적은 가격을 설정하고,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기간 동안은 인상된 가격만큼 기존 고객을 지원해줬다. 그 결과 기존 고객 대부분은 런드리고를 떠나지 않고 구독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고객 Lock-in & Product add on 효과

런드렛은 런드리고 서비스를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세탁함인데, 캔버스 천으로 만든 작은 간이 옷장과 비슷한 형태다. 여기에 세탁물을 다 담고 현관 앞에 놔두면 고객이 할 일은 끝난다. 자정이 지날 무렵 런드리고 수거 담당자가 런드렛을 통째로 가지고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직영 공장으로 운반한다. 다음 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고객의 런드렛에 담아 현관 앞에 갖다 놓는다.

조 대표는 런드렛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고객과 비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이 옷을 도난당히지 않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안전한 수거함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 자전거를 보관하는 방식이 떠올랐다. 현관문과 런드렛을 연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키를 제작했다. 고객과 수거인만이 런드렛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개발에만 1년여가 걸렸고, 특허로도 등록했다. 런드렛은 고객이 런드리고를 신뢰하고 자신의 비싼 의류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런드렛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약 5만 원선이다. 런드리고에 가입만 하면 공짜로 집 앞에 배송이 온다. 런드렛 안에는 용도별 빨래망도 함께 들어 있다. 런드렛은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현재 약 2만여 대가 나갔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꽤 큰 부담이다. 조 대표는 런드렛이 단순한 수거함의 역할 이상을 담당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장기적으로 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봤다. 오랜 기간 재활용이 가능한 수거함을 쓰기 때문에 매번 배송할 때마다 일회용 포장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여러 번 반복해 배송을 하게 되면 포장재 비용보다 런드렛을 이용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

고객의 ‘록인(lock-in)’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런드리고 사용을 중단할 경우 고객은 당연히 런드렛을 반납해야 한다. 그런데 이 런드렛이 부피도 큰데다 안에 들어 있는 빨래망 등 챙겨야 할 구성품들이 3종이나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취소하는 것보다 런드렛을 현관 앞이나 옷 방에 두고 한 번씩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런드렛이 기존 고객이 지속적으로 세탁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보조해주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런드렛을 하나의 세일즈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런드렛 자체만으로 훌륭한 배달함이 된다. 런드리고에서는 고객이 세탁물을 맡기고 다시 받을 때 세탁과 관련한 제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세탁물을 맡기면서 런드리고가 제안한 상품을 주문하면 완료된 세탁물과 함께 배달해주는 형태다. 지금까지 자체 개발한 섬유탈취제, 순면 수건 등을 한정 수량으로 팔았는데 생각보다 고객 반응이 좋은 편이다.

조 대표는 “런드렛을 수거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를 확장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도 충분히 연계가 가능하다. 세탁물뿐만 아니라 런드리고가 개발한 제품은 물론 제휴를 맺은 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런드리고는 이제 갓 출시 1년을 넘은 신생 서비스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경제의 대표 사례로 소개한 이유는 런드리고가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이해하고 있고, 성공하기 위한 핵심 장치들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성공 가능성 있는 아이템을 선정했다. 세탁 서비스는 구독모델에 필요한 정기성과 반복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일반 세탁 서비스를 넘어 빨래 서비스로 확장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돋보인다.

둘째, 고객을 유인하기 적합한 유연한 가격 전략과 상품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구독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가격 대비 고객이 얻는 효용과 만족도다. 사람들이 보기에 한 번에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의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로 유인한 후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유해 점진적으로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제시해 고객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손해 본다’는 생각 없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최근 가격을 인상한 것 자체에 대해 고객의 불만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서비스의 안정화를 위해 유연한 가격 정책을 쓰는 것이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런드리고도 스타트업의 서비스 초기에 발생하는 고객 관리 및 품질 관리 문제 등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기존 인력과 인프라로 빠르게 늘어나는구독자를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관련 문제들을 신속하게 정의하고 하나씩 풀어가면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꼭 필요해 보인다.

향후 새로운 고객이 꾸준히 유입할 수 있게 하는 런드리고만의 매력적인 서비스 조건이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더욱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가까운 미래에 그들이 주장하는 ‘세탁기 없는 세상’은 정말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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