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mini box: 기다리기 싫은 고객의 ‘진실의 순간’ 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다. 초기 인터넷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거뒀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유료로 유통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가격
인터넷의 도입은 많은 콘텐츠와 정보 서비스를 무료로 만들었다. 이용자는 검색, 뉴스, e메일,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한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경쟁이 존재하는 동일 상품 시장에서 가격은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 여기서 한계 비용이란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필요한 생산비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정보재는 특성상 고정비용은 매우 높고 한계 비용은 매우 낮다. 예컨대, 전화번호부 정보를 파일로 만든다면 처음 만들 때에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나 일단 전화번호부 파일이 준비된 후 추가로 복사본을 만드는 비용은 매우 적다. 사실 파일을 복사하는 정도의 비용만 추가로 증가하기 때문에 정보재의 경우 한 단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0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재의 가격은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986년 미국에서 나이넥스(Nynex)라는 회사는 뉴욕 지역의 전화번호부 정보를 CD에 저장해 1만 달러에 판매했는데 이후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CD 상품은 20달러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됐다.
가격 차별화(Price Discrimination)
그렇다면 모든 정보재는 무료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그 내용이 모두 다르고 동일 상품이 아니다. 또 디지털 콘텐츠는 경험재(Experience goods)이므로 소비자들에게 주는 가치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노래가 있다면 A라는 사람은 그 노래가 좋아서 그 노래의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고자 하겠지만 B라는 사람은 스트리밍으로 충분하고, C라는 사람은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서 미리 듣기를 한 후에 더 듣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차별화를 [표 1]에서 정리된 바와 같이 크게 1급, 2급, 3급 가격 차별로 구분한다.
카카오페이지는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권 개념으로 분절해 회 차별 혹은 충전을 통해 묶음으로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2급 가격 차별에 해당되는 버저닝(versioning) ii 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버저닝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림으로써 이용자가 플랫폼에 고착화(lock-in)되도록 하는 전략을 취했다. 콘텐츠의 가치는 경험을 하면 할수록 호불호가 나눠지고,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비가 지속되는 고착화 경향이 나타난다. 고착화 현상은 한 상품에서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높여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예컨대,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한 웹툰 작품에서 다른 웹툰 작품으로 옮겨 가는 데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동안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들어간 노력, 구독 시간, 캐시 등 때문이다.
기다리면 무료(Wait or Pay)
카카오페이지의 디지털 콘텐츠 과금 모델은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 애니팡의 부분 유료화 판매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부분 유료화(Free to Play)는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게임 패키지를 사거나, 월정액 결제 없이 무료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게임 내 아이템 및 추가적인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최초로 부분 유료화에 성공한 사례는 1999년 넥슨의 ‘퀴즈퀴즈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게임 분야 전반에 부분 유료화 모델이 적용됐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인 애니팡은 아이템 및 추가적 콘텐츠를 판매하는 수익모델인 부분 유료화를 채택했다. 애니팡 게임의 특징은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서로 하트(게임 이용 아이템)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의 강화 효과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하트 충전을 위해 일정 시간 무료로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사도록 디자인돼 있다. 다른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에서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는데, 징가(Zynga)의 게임 팜빌(FarmVille)에서는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일정 시간이 걸리는데 돈을 내고 아이템을 쓸 경우 건물이 즉시 완성돼 다음 단계로 곧바로 진행할 수 있다. 이용자는 성향에 따라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도 있지만 기다리지 못하고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이런 고객 성향을 감안해 세분화를 잘하는 것이 부분 유료화 모델의 핵심이 된다. [표 2]는 게임에서 고객세분화를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정리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 모델은 모바일 게임의 아이템 유통 방식을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적용한 것이다. 상품별 이용 시간의 차이를 버저닝한 상품이 ‘기다리면 무료’라고 볼 수 있다. 새로 공개된 웹 소설, 웹툰의 에피소드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도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에피소드를 바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출판사가 인기 소설을 출시할 때 처음에는 하드커버 버전의 책을 비싸게 팔다가 일정 시간 이후에 페이퍼백 버전의 책을 출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다리면 무료도 지불 의사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을 시간 차 버저닝해 모두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소비자는 단시간 내에 짧은 간격으로 구매할지, 혹은 기다릴지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카카오페이지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은 이용자들의 콘텐츠 몰입 정도에 따라 콘텐츠 가격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다. 예컨대, 웹 소설책 한 권을 10개 회 차로 잘라서 100원짜리로 만듦으로써 가격 저항을 낮췄다. 이용자들은 마치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거치듯이 웹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충전 금액에 관계없이 이용자가 콘텐츠에 빠져들게 되면서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팝콘 먹듯이’ 다음 회 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험재의 특성상 고착화 현상이 강화되면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이용자는 ‘몰입의 즐거움’ 때문에 다음 페이지, 다음 회 차 보기를 누르면서 소비를 지속하게 된다.
물론 이용자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 무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몰입도가 떨어져 재미도 줄어들게 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다시 낼 수 있을지 불확실성도 커진다. 결국 이용자들은 캐시가 다 떨어지는 시점에 몰입을 지속하기 위해서 지갑을 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무료로 소비되던 콘텐츠가 유료로 전환되는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콘텐츠를 팔고 단골을 만드는 때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유료 콘텐츠 유통 모델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언제 구매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창작자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카카오페이지는 웹 소설, 웹툰, 영화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상품의 확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이 같은 가격 차별화에 대한 고객 반응을 계량적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직관이나 관례에 따라 가격을 결정할 경우, 때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 행태에 대한 실험과 실증 분석의 결과를 바탕으로 무한 콘텐츠 글로벌 경쟁시대에 넷플릭스보다 뛰어난 콘텐츠 유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의 이용 행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의 ‘기다무’를 발전시켜 개인별로 가격을 차별화하는 실험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소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전성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벤처회사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소셜커머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다. 초기 인터넷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거뒀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유료로 유통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가격
인터넷의 도입은 많은 콘텐츠와 정보 서비스를 무료로 만들었다. 이용자는 검색, 뉴스, e메일,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한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경쟁이 존재하는 동일 상품 시장에서 가격은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 여기서 한계 비용이란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필요한 생산비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정보재는 특성상 고정비용은 매우 높고 한계 비용은 매우 낮다. 예컨대, 전화번호부 정보를 파일로 만든다면 처음 만들 때에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나 일단 전화번호부 파일이 준비된 후 추가로 복사본을 만드는 비용은 매우 적다. 사실 파일을 복사하는 정도의 비용만 추가로 증가하기 때문에 정보재의 경우 한 단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0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재의 가격은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986년 미국에서 나이넥스(Nynex)라는 회사는 뉴욕 지역의 전화번호부 정보를 CD에 저장해 1만 달러에 판매했는데 이후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CD 상품은 20달러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됐다.
가격 차별화(Price Discrimination)
그렇다면 모든 정보재는 무료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그 내용이 모두 다르고 동일 상품이 아니다. 또 디지털 콘텐츠는 경험재(Experience goods)이므로 소비자들에게 주는 가치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노래가 있다면 A라는 사람은 그 노래가 좋아서 그 노래의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고자 하겠지만 B라는 사람은 스트리밍으로 충분하고, C라는 사람은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서 미리 듣기를 한 후에 더 듣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차별화를 [표 1]에서 정리된 바와 같이 크게 1급, 2급, 3급 가격 차별로 구분한다.
카카오페이지는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권 개념으로 분절해 회 차별 혹은 충전을 통해 묶음으로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2급 가격 차별에 해당되는 버저닝(versioning) ii 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버저닝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림으로써 이용자가 플랫폼에 고착화(lock-in)되도록 하는 전략을 취했다. 콘텐츠의 가치는 경험을 하면 할수록 호불호가 나눠지고,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비가 지속되는 고착화 경향이 나타난다. 고착화 현상은 한 상품에서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높여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예컨대,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한 웹툰 작품에서 다른 웹툰 작품으로 옮겨 가는 데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동안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들어간 노력, 구독 시간, 캐시 등 때문이다.
기다리면 무료(Wait or Pay)
카카오페이지의 디지털 콘텐츠 과금 모델은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 애니팡의 부분 유료화 판매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부분 유료화(Free to Play)는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게임 패키지를 사거나, 월정액 결제 없이 무료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게임 내 아이템 및 추가적인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최초로 부분 유료화에 성공한 사례는 1999년 넥슨의 ‘퀴즈퀴즈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게임 분야 전반에 부분 유료화 모델이 적용됐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인 애니팡은 아이템 및 추가적 콘텐츠를 판매하는 수익모델인 부분 유료화를 채택했다. 애니팡 게임의 특징은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서로 하트(게임 이용 아이템)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의 강화 효과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하트 충전을 위해 일정 시간 무료로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사도록 디자인돼 있다. 다른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에서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는데, 징가(Zynga)의 게임 팜빌(FarmVille)에서는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일정 시간이 걸리는데 돈을 내고 아이템을 쓸 경우 건물이 즉시 완성돼 다음 단계로 곧바로 진행할 수 있다. 이용자는 성향에 따라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도 있지만 기다리지 못하고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이런 고객 성향을 감안해 세분화를 잘하는 것이 부분 유료화 모델의 핵심이 된다. [표 2]는 게임에서 고객세분화를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정리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 모델은 모바일 게임의 아이템 유통 방식을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적용한 것이다. 상품별 이용 시간의 차이를 버저닝한 상품이 ‘기다리면 무료’라고 볼 수 있다. 새로 공개된 웹 소설, 웹툰의 에피소드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도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에피소드를 바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출판사가 인기 소설을 출시할 때 처음에는 하드커버 버전의 책을 비싸게 팔다가 일정 시간 이후에 페이퍼백 버전의 책을 출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다리면 무료도 지불 의사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을 시간 차 버저닝해 모두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소비자는 단시간 내에 짧은 간격으로 구매할지, 혹은 기다릴지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카카오페이지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은 이용자들의 콘텐츠 몰입 정도에 따라 콘텐츠 가격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다. 예컨대, 웹 소설책 한 권을 10개 회 차로 잘라서 100원짜리로 만듦으로써 가격 저항을 낮췄다. 이용자들은 마치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거치듯이 웹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충전 금액에 관계없이 이용자가 콘텐츠에 빠져들게 되면서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팝콘 먹듯이’ 다음 회 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험재의 특성상 고착화 현상이 강화되면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이용자는 ‘몰입의 즐거움’ 때문에 다음 페이지, 다음 회 차 보기를 누르면서 소비를 지속하게 된다.
물론 이용자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 무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몰입도가 떨어져 재미도 줄어들게 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다시 낼 수 있을지 불확실성도 커진다. 결국 이용자들은 캐시가 다 떨어지는 시점에 몰입을 지속하기 위해서 지갑을 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무료로 소비되던 콘텐츠가 유료로 전환되는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콘텐츠를 팔고 단골을 만드는 때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유료 콘텐츠 유통 모델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언제 구매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창작자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카카오페이지는 웹 소설, 웹툰, 영화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상품의 확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이 같은 가격 차별화에 대한 고객 반응을 계량적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직관이나 관례에 따라 가격을 결정할 경우, 때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 행태에 대한 실험과 실증 분석의 결과를 바탕으로 무한 콘텐츠 글로벌 경쟁시대에 넷플릭스보다 뛰어난 콘텐츠 유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의 이용 행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의 ‘기다무’를 발전시켜 개인별로 가격을 차별화하는 실험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소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전성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벤처회사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소셜커머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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