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업계의 흑자 기업 ‘오아시스마켓’

온•오프 시너지 효과 ‘재고 폐기율 0%’
유기농 산지와 10년 신뢰가 고객 신뢰로

302호 (2020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극심한 출혈 경쟁이 한창인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시장에서 오아시스마켓이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1. IT와 유통에 두루 정통한 창업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식품의 발주부터 입고, 선별, 포장, 배송에 이르는 전 공정을 모바일 소프트웨어로 연동하고 현장 인력의 최단 동선을 구현해 물류비를 절감했다.

2.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해 새벽 배송 ‘재고 폐기율 0%’를 달성했다. 직영 매장 기반의 오프라인 물류 흐름 중간에 온라인 새벽 배송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재고 관리비를 줄이고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3. 국내에서 유기농 재배를 처음 시작한 산지들과 10년 넘게 쌓아 온 탄탄한 네트워크, 색소와 첨가물을 뺀 깐깐한 상품 소싱 역량을 바탕으로 ‘유기농 식품을 일반 식품보다 싸게 판다’는 생협의 포지셔닝을 온라인에 그대로 이전, 충성고객을 확보했다.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업체 ‘오아시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쿠팡,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초기 시장 개척자들이 격전을 벌이고, 신세계 SSG닷컴, 롯데온,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이 가세한 ‘새벽 배송 춘추전국시대’에 상대적으로 영세한 축에 속하는 이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새벽 배송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1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됐지만 막상 업체들은 물류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새벽 배송=적자’ 공식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7205억 원에 달하며, 마켓컬리와 SSG닷컴도 각각 986억 원, 818억 원의 적자를 견디며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BGF리테일에 인수된 헬로네이처도 15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모회사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1 팔면 팔수록 손실이 불어나는 구조지만 일단 고객을 모으고 덩치부터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자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이렇게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팽창 중인 업체들과 비교하면 오아시스는 ‘흙수저’ 신세나 다름이 없다. 올해 초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126억 원을 유치하기 전까지는 2013년 창업 이후 줄곧 무차입 경영을 고수해 왔고, 수차례 대형 투자 제의를 고사하면서 빚 없이 독자 생존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오아시스가 쟁쟁한 경쟁사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경계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면서다. 2019년 매출액 1424억, 영업이익 10억 원으로 적자 일변도의 레드오션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거둔 것이다. 새벽 배송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장에 증명한 셈이다. 2018년 8월, 새벽 배송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온라인 누적 회원 수가 올해 4월 기준 33만 명을 넘어섰고, 온라인 월 매출은 1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광고 한번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거둔 성과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면서 가려 한다. 올해 첫 투자 유치도 자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주주와 고객에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안준형 오아시스 재무기획 이사의 말이다. (DBR minibox I ‘오아시스 회사 소개’ 참고.)


DBR mini box I
오아시스 회사 소개


우리생협 출신들이 2011년 10월 설립한 오아시스는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되던 생협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어 ‘유기농의 대중화’를 표방한다. 현재 대치/서초/잠실/분당서현/위례 등 서울•경기권 중심부에 유기농 식품 직영 매장을 운영하면서 24시간 주간 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2018년 5월 온라인 몰 ‘오아시스마켓’을 오픈하며 새벽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총 576명의 임직원이 물류배송, MD(구매/기획), 매장 관리, 재무기획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고, 경기도 성남에 제1, 2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지어소프트가 오아시스마켓 지분 79.43%를 보유한 모회사로 있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광고 마케팅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오아시스의 노련한 흑자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회사의 경쟁력은 오아시스의 창업자이자 모회사 지어소프트의 대주주인 김영준 오아시스그룹 의장의 이력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의장은 삼성코닝, (구)LG실트론 등의 반도체 시스템을 설계하던 엔지니어 출신이자 우리생협(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창립 멤버로 IT 개발과 유통업계 밑바닥부터 시작해 내공을 다져 온 인물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창업자의 IT 개발 및 유통 노하우의 집약체가 오아시스인 셈이다.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오랜 고집과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만나 신선 식품 새벽 배송의 새 활로를 열고 있는 오아시스의 성장 전략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분석했다.

‘유기농 1세대’ 장인들의 온라인 진출

최상위 품질의 친환경 유기농 신선 식품을, 산지 직송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오아시스의 사업 목표와 타깃 고객은 언뜻 보기에도 업계 선두주자인 마켓컬리와 겹친다. 생산자가 중간 유통 없이 상품을 바로 물류 창고로 직배송해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가격 거품을 없앤다는 철학도 일치한다. 그런데 두 업체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샛별 배송’을 앞세워 태생부터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발한 마켓컬리와 달리 오아시스는 2018년 5월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생협 출신 창업자와 경영진이 주축이 돼 2011년 10월부터 오프라인에서 차근차근 키워 온 회사라는 점이다. 오프라인 직영점만 37곳에 달한다. (그림 3)



한살림, 자연드림, 초록마을 등으로 잘 알려진 생협 모델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건너뛴 생산자-소비자 직거래로 마진을 없애 친환경 유기농 농•수•축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가입비를 낸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고품질의 국산 먹거리를 파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도매상을 거치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전통 시장보다 수급 상황이나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배추, 마늘, 양파 파동 등 신선 식품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마다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입증해 왔고,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주부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였다. 어린 자녀나 건강에 신경 쓰는 부모 등 온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자재를 싸게 판다는 점을 앞세워 대기업 유통 계열사들 틈바구니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해온 것이다.

오아시스를 창업한 김영준 오아시스그룹 의장은 1999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국내에 유기농 시장의 씨앗을 뿌리고 토양을 일군 ‘생협 1세대’다. 독일의 진공 장비 업체 레이볼트의 IT 엔지니어였던 김 의장은 삼성, LG 등 고객사를 상대로 반도체 시스템 설계를 자문해주다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시스템 사업부를 가지고 나와 독자적인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의 견제로 사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수출입 면허 하나만 들고 새로운 아이템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당시 유통업계에서 일하던 친구의 권유로 뛰어든 사업이 바로 숯 생활용품 생산 및 유통이었다. 강원도의 숯가마를 인수하며 생활재 유통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사업이 한창이던 어느 날, 한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숯을 생산할 때 나오는 목초액을 대거 사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목초액을 유기농 귤 재배에 사용하고 싶다는 뜻밖의 제안이었다. 이 우연한 계기로 김 의장은 농약의 대체재로서 목초액이 가지는 가치에 눈을 뜨게 됐고, 일본 등 해외 논문을 참고해가며 우유, 감자, 채소 등의 재배에 필요한 목초액의 적정 비율을 연구했다. 목초액을 판매하면서 유기농법을 채택하는 농•수•축산물 생산자들과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국내 최초의 생협인 정농생협과 아이쿱생협 등과도 숯 생활용품들을 납품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렇게 만난 인연들과 의기투합해 2009년 우리생협을 발족, 초기 투자자금을 대고 발기인 대표가 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유기농 식품을 처음 생산한 1세대 장인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협의 정신을 온라인에 구현한 게 바로 오아시스마켓이다. 여기에 김 의장이 대주주로 있는 IT 서비스 기업 지어소프트가 오아시스 지분 79.4%를 보유한 모회사로서 자회사의 온라인 영토 확장을 전방위적으로 돕고 있다.

김 의장은 대형 유통 채널의 틈바구니에서 생협 매장이 충성고객층을 공고히 했듯 온라인에도 틈새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2018년 오아시스마켓을 출범했다. 비영리법인이라는 한계, 조합원만을 상대하는 폐쇄성을 벗고 ‘고품질 신선 식품을 최저가로 판다’는 생협의 포지셔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특히 대형 유통 채널의 경우 일반 식품 수요가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유기농 식품을 프리미엄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약점도 간파했다. 유기농 식품을 이들 채널의 일반 식품과 비슷하게, 혹은 더 싸게 취급한다면 확실한 가격 우위가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림 4)



1. 최소 10년간 쌓은 탄탄한 산지 네트워크

오프라인에서 쌓아 올린 자산은 온라인에 고스란히 이식됐다. 생협 출신인 오아시스 주요 경영진을 포함한 10명 남짓의 오아시스마켓 MD(구매/기획 담당)들은 유기농 농•수•축산물 생산자들과 부대끼고 현장에서 부딪쳐가면서 함께 성장해 온 이들이었다. 1000여 곳에 달하는 오아시스마켓 공급사들의 70∼80%가 2009년 우리생협 출범 시점, 혹은 그 이전부터 최소 10년 이상 거래해 온 업체들이다. 한두 해 이어온 인연이 아니다 보니 마켓컬리, SSG닷컴 등 경쟁사들이 훨씬 비싸게 사가겠다고 구애해도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덩치가 큰 업체들에 납품하는 게 고객 확보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음에도 생산자들이 오아시스와 관계를 이어 나가는 이유는 오랜 상생의 이력 때문이다. 최우식 대표는 “오아시스와 다른 유통사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산자들의 이탈이 없다는 점이다.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해 오기도 했고, 결제 조건을 생산자들에게 유리하게 맞춰주면서 10여 년간 큰 잡음 한번 없이 같이 커왔기 때문에 다른 곳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공급업체 이탈이 잦은 경쟁사들의 경우 친환경 유기농 식품의 조달이 끊기거나 불안정해지면 기준에 못 미치는 일반 식품으로 대체하기도 하는데 오아시스마켓은 이런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실제로 B2B(기업 대 기업) 상거래의 경우 물건을 납품하고 세금계산서를 보낸 뒤 한두 달 있다가 대금을 결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아시스의 경우 생산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짧으면 1주일, 길면 보름마다 입금을 해왔다. 생산자가 원하면 선지급도 해줬다. 영세한 1차 산업 종사자들에겐 상품을 비싸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금 회전이 빠른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산자들도 오아시스를 물심양면 돕고 프로모션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쌓인 신뢰야말로 오아시스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산지 직송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배추 흉년이었던 작년 가을처럼 수급이 불안할 때조차 차질 없이 물량을 소싱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세상에 없는 가격’으로 불리는 파격적인 반값 할인도 이런 산지와의 직거래가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행사다. 특히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PB(자사 상표) 상품의 경우 가격 혜택이 두드러진다. 오아시스와 생산자가 독점적으로 거래하면서 출시 단계에서부터 공동 기획해 구매가를 확 낮추기 때문이다. PB 상품은 공급업체가 경쟁 유통사에 납품하지 않아 1) 소비자가격 산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2) 매달 일정량의 주문을 보장해주는 만큼 가격 협상력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오아시스마켓의 초록색 앱 화면을 켜면 어김없이 뜨는 2800원짜리 계란(완전방사 동물복지 유정란 10구), 1500원짜리 우유(제주청정우유 900ml), 800원짜리 콩나물(무농약 제주콩 콩나물 300g) 등의 ‘킬러 콘텐츠’들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가격을 자랑한다. 사재기를 막기 위해 ‘본 상품은 2개까지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는 제한을 뒀을 정도다. 한번 방문한 고객들이 다시 찾고 재구매율이 90%에 육박하는 이유도 “이게 가능하다고?”를 외치게 되는 가격 때문이다. 회사의 자체 분석 결과, 하루 평균 3만3000명이 다녀가는 이곳의 평균 구매 건수 6000건 중 약 90%가 기존 고객들의 주문이다.



2. 색소, 첨가물 없는 깐깐한 상품 소싱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식료품 비즈니스의 핵심은 최고의 ‘상품성’이다. 상품성 유지를 위해 빼곡하게 채워진 오아시스마켓의 상품 취급원칙(SPEC)표는 식품에 관한 회사의 철학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 플랫폼에 입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하게 한다. 생협 기준에 맞추다 보니 진입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표 1) 표에는 과일/채소, 곡식, 수산, 축산,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카테고리별로 취급 원칙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축산물은 닭, 돼지, 소 등 종류 불문 항생제 검사를 통과한 ‘무항생제’ 제품이어야 하고, 채소와 곡식, 수산물은 ‘무농약 인증’ 이상이어야 한다. 단, 일부 과일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무농약이 아닌 저농약 인증을 요구한다. 유기농 사과, 배처럼 1개당 가격이 1만 원이 넘어 저농약 제품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 이런 예외다.

MSG와 발색제 등 각종 식품 첨가물도 허용하지 않는다. 첨가물이 몸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진 않더라도 MSG 등을 사용하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제품의 결함을 감출 수 있어 최고의 상품성 유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냉동 김치찜에 MSG를 넣으면 김치 품질이 안 좋아도 표시가 안 난다는 얘기다. 이처럼 오아시스마켓은 깐깐한 기준에 못 미치는 상품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아무리 인지도 있는 유명 식품 브랜드가 납품 제의를 하더라도 이런 기준을 통과하지 않으면 거부한다. 단기적으로 상품 품목 가짓수(SKU, Stock Keeping Unit)를 늘리는 것보다 ‘국산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대표는 “현재 6700가지 정도의 품목이 있는데 다른 곳과 비교해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SKU를 늘리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여러 브랜드를 두지 않고 입점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엄선해서 그렇지 카테고리별로 ‘있을 건 다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은 오아시스마켓 전용 PB 상품을 만들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PB 상품을 기획할 때는 오아시스 브랜드 로고가 새겨지는 만큼 아예 처음부터 맞춤형 스펙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PB 상품에 대해서는 한층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표 2) 한 예로, 오아시스의 ‘우리밀 비빔냉면’을 기획할 때는 MSG 등 첨가물을 빼기 위해 제품을 수정하고, 테스트하고, 돌려보내는 데 장장 6개월이 걸렸다. 상품기획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때때론 조미료 없이 맛을 살릴 수 없다며 오아시스마켓 납품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있다. 첨가물을 빼면서도 기존의 맛을 자연적으로 유지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PB 상품 하나가 탄생하려면 김영준 의장, 최우식 대표 등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한 품질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B2C 사업은 품질이 생명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하나부터 열까지 체크한다.


탄탄한 산지 네트워크 덕분에 10명밖에 안 되는 MD로도 상품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물론 신규 생산자도 계속 발굴하지만 기존 생산자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뒷받침하고 있어 현 인력으로도 소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생 공급사를 선정할 때는 먼저 제안해 오는 업체들을 상품 취급원칙표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일반 직원들이 1차 스크리닝한다. 최초 스크리닝으로 기준에 안 맞는 90% 이상의 상품을 거르고, 1차 견적을 받은 상태에서 2∼3명의 신입 MD를 거치면 전체의 5% 미만만 남는다. 이렇게 통과된 상품만 베테랑 MD 전원이 참여하는 품질심의위원회에 올라가 최종 심사 대상이 된다. 오랫동안 유기농 신선 식품을 취급한 MD들의 입맛과 기준이 민감하고 까다롭다는 것은 품질로 승부를 보는 식료품 업계에선 강점이다. 온라인 식료품 비즈니스에 있어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의 입고야말로 최악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소수 MD의 경험치나 개인기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시스템적으로도 입점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해 심의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흑자 경영의 비결

그렇다면 이렇게 고품질 신선 식품을 저가에 팔면서도 오아시스가 흑자인 비결은 무엇일까? 흔히들 새벽 배송 적자의 원흉으로 경쟁 과열에 따른 과도한 마케팅을 꼽는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지난해 광고비를 각각 1571억 원, 148억 원 사용하는 등 공격적으로 지출을 늘리고 유명 광고 모델을 기용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오아시스마켓이 광고 없이 강남, 동탄 등의 온라인 맘카페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직영 매장에서의 입소문만으로 컸다는 점에서 이런 시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가 흑자와 적자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배송 서비스 자체에 수반되는 배송비, 포장비, 인건비, 창고 운영비 등 판매관리비에 있다. 물류 시스템 운영 및 재고 관리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오아시스는 판관비 절감에 온 힘을 쏟았다. 이 회사의 흑자 경영은 발주부터 입고, 선별, 포장, 배송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심리스(Seamless, 끊김 없이 매끄러운)’ 물류 시스템을 구축, 철저한 ‘비용 다이어트’에 성공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와의 시너지, 온•오프라인 시너지도 큰 몫을 했다.


오아시스의 성남 물류센터 전경

1. 모회사 시너지
- 물류 시스템 혁신해 ‘최단 동선’ 구현

새벽 배송이 만년 적자를 못 벗어나는 이유는 공격적인 물류센터 증설과 로봇 자동화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새벽 배송을 위해 수백억∼수천억 원을 들여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전국 24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은 내년까지 대구, 고양 등으로 그 숫자를 2배 늘린다는 계획이고, 마켓컬리도 물류센터를 현재 장지, 죽전, 화도, 김포터미널 등 5개에서 더 확대하려 하고 있다. SSG닷컴도 지난해 말 문을 연 네오(NEO) 물류센터 3호점을 안정화해 하루 배송 물량을 최대 2만 건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센터는 모두 미국 아마존, 영국 오카도(Ocado) 등의 최신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고가에 수입해 구축한 인프라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물류센터를 짓는 데 고작 20억∼30억 원을 투자하고, 자체 개발한 국산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하루 배송 물량을 경쟁사들과 별 차이 없이 소화하고 있다. 현재 성남물류센터만으로도 일 배송 물량을 최대 7만 건까지 감당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다른 채널들이 일 배송 물량 1만 건을 소화하기 위해 약 600∼700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있는 데 반해 오아시스마켓은 단 50명으로도 같은 양을 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에서 교대 근무 중인 작업 인력은 다 합해서 185명에 불과하고, 일용직 없이 전부 정직원이다. 쿠팡 플렉스 등 구인 플랫폼을 만들어 공유 인력 관리로 혁신을 도모하는 곳들과 달리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되 개개인의 충성도와 숙련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게 회사 방침이다. 많은 회사가 ‘물류 인력’을 단순 근로 인력으로 치부해 아르바이트로 대체하지만 이들을 정규직 형태로 고용해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키워내겠다는 게 오아시스만의 경영 철학이다. 향후 주문 건수 급증으로 도저히 물류 수요를 소화할 수 없게 되면 다른 형태의 채용을 고려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새벽 배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등장했을 때 오아시스의 방역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것도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일용직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가 이처럼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계와 사람의 유기적인 협업에 있다. 컨베이어 벨트 등 공장 자동화 설비를 제어하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기계와 모바일 앱/웹으로 전 공정을 미세 조종하면서 현장 인력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가장 짧은 동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의 김 의장이 직접 국내외 물류센터를 탐방하고 공부하면서 하드웨어 제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두지휘한 결과다. 창업자가 IT 시스템과 물류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경쟁력이다. 실제로 회사는 일 배송 물량이 1000건 정도일 때까지 물류의 전 공정을 100% 수작업으로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편리하고 쉬운 방식이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했다. 이렇게 소위 ‘노가다 작업’에서 얻은 교훈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반영하고, 꼭 필요한 하드웨어만 구매한 결과가 오늘날 오아시스마켓의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이다.


오아시스가 자체 개발한 물류 관리 앱 ‘루트(ROUTE)’

1. 소프트웨어

무엇보다 오아시스의 최대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바일 자동화’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새벽 배송의 물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새벽 배송 업체 물류센터에서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작업은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들을 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선별(Picking)’, 그리고 포장재에 넣는 ‘포장(Packing)’이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들을 대신해 장을 봐주는 픽앤 패킹(Pick&Packing) 과정이 필요하다. 이 작업에선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실수 없이 주문 제품을 장바구니에 싣고, 다시 포장재에 옮겨 담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는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 품목의 가짓수가 수십만∼수천만 가지가 넘어간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일일이 바코드(RF) 인식기를 들고 일련번호를 찍으면서 제품을 찾아다니다 보면 동선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실수도 생긴다. 작업자가 헤매지 않도록 헤드셋을 끼면 담아야 할 제품 일련번호를 알려주는 ‘AI 음성 안내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도 있지만 이 역시 소음이 많은 물류센터의 현실과는 잘 맞지 않는다.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이 온종일 이동하는 거리가 50∼70㎞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 업체들이 값비싼 최신 로봇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작업 물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100% 자동화는 아직 허상에 가깝다는 의미다. 아무리 대형 유통업체들이라 할지라도 수십만∼수천만 가지 품목마다 개별적으로 로봇을 두는 데 요구되는 비용과 공간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고, 한 로봇이 여러 품목을 선별하다 보면 이곳저곳 불려 다니다가 작업 동선이 꼬일 수밖에 없다. 결국,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기껏해야 500∼600가지 품목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수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새벽 배송 업체들은 작업자 동선을 줄이기 위해 물류센터를 여러 개로 쪼개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냉동, 냉장, 상온 등 최적 보관 온도에 따라 물품들을 구분하고, 각각의 전용 물류센터에서 개별적으로 픽앤패킹을 진행하는 식이다. 통상적으로 소비자가 냉동, 냉장, 상온 제품을 동시에 주문했을 때 아침 문 앞에 박스가 3개씩 도착하는 것도 물류센터가 달라서다. 이렇게 냉동, 냉장, 상온 센터별로 각기 다른 장소에 다른 인력이 배치되다 보니 인건비, 포장비도 배로 들고 배송을 위해 합치는(합포장) 절차까지 추가된다.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같은 문제를 모바일 소프트웨어로 해결했다. 우선,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 ‘루트(ROUTE)’로 제품의 발주, 입고, 보관부터 선별, 포장,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연동했다. 이는 180도 다른 물류센터의 풍경을 연출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출입하는 것조차 금지된 타사 물류센터들과 달리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에서는 전 직원이 스마트폰 앱을 깔고 액정 화면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면서 움직인다. 바코드 인식기 대신 스마트폰으로 상품주문서의 QR 코드를 찍으면 소비자들의 주문 내용과 상품 위치가 화면 창에 뜨고,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면 최적 동선과 순서로 움직이면서 장을 볼 수 있다. 장바구니 15개가 실린 대형 트레이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모두 담는 데 10분이면 된다. 무엇을 담아야 할지부터 제품의 여정이 화면에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바코드 일련번호만 찍을 때보다 직관적이고 실수도 적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고기처럼 상하기 쉬운 민감 상품의 경우 사진도 찍어 첨부해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초보도 금세 익힐 수 있을 정도로 UX/UI도 간단하다. 필요하면 물품 보관 장소를 옮긴 뒤 손쉽게 앱에서 위치를 변경하면 되고, 재고가 곧 떨어질 것 같으면 ‘결품’ 버튼을, 실수로 빠뜨린 게 있으면 ‘누락’ 버튼을, 제품에 이상이 있으면 ‘훼손’ 버튼을 눌러가며 재고를 요청하거나 입고 예정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동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아시스마켓은 작업자들의 ‘장보기 공간(Picking Zone)’을 획기적으로 좁혔다. 냉동, 냉장, 상온 물류센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도 평균/최대 주문량을 고려해 많이 팔리는 제품 위주로 배치한 뒤, 부족한 재고나 적게 팔리는 제품을 요청할 때마다 바로바로 채워주는 인력을 뒀다. 모바일로 작업자들 간 실시간 소통과 호출, 수시 응대가 가능한 만큼 30분에 한 번이든, 1시간에 한 번이든 떨어지는 물량을 장보기 공간 안에 채워 넣어줄 수 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모든 제품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고 소비자들은 냉동, 냉장, 상온 제품들을 한 박스 안에 받아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발주, 입고, 배송, 고객센터, 직원 성과 평가 등까지 모두 모바일로 이뤄진다. 가령, 배송 완료 후 앱에서 ‘도착’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객한테 문자가 발송된다. 또 고객센터에서 삼겹살에 비계가 많다는 등의 불만이 접수되면 곧장 앱에 표시가 되고, 픽앤패킹을 맡은 물류센터 담당자에 전달된다. 담당자는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다른 상품에 비슷한 문제가 발견되면 ‘출고 정지’ 버튼을 누른다. 출고 정지되는 즉시 문제가 MD에게 보고된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모바일로 연동되다 보니 문제점을 파악하기도 쉽고 실수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기록돼 직원 성과 평가도 정량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2. 하드웨어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PLC 기계를 현장 인력의 편의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오아시스의 강점이다. 가령,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재고의 보관 위치나 높이를 바꿔야 하거나 컨베이어 벨트의 이동 속도를 늦춰야 할 때 바로바로 수정하고 응급 처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과거 반도체 자동화 라인의 온도를 몇 도로 유지해야 할지, 설비를 몇 m/s 단위로 움직여야 할지 등을 미세 조종했던 PLC 작업 노하우를 물류센터에 고스란히 적용했다. 그 결과, 포장용 박스를 어느 방향으로 이동시킬지, 모터를 언제 멈출지, 어느 구역의 선반에서 물건을 빼 올지 등 물류센터 하드웨어의 디테일 하나하나에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

통상적으로 다른 유통사들에서는 독일 지멘스, 미국 AB, 일본 미쓰비시와 파나소닉 등의 외국산 PLC 기계를 수입해 단순 운영만 하다 보니 국내 엔지니어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 기계를 들여오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소스파일 등이 특허로 보호받는 기밀이라 뭐 하나 수리하거나 조작하려면 해외 기술자를 불러야 한다. 더욱이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 근무하는 수백∼수천 명의 전산 개발자들도 코딩에는 능숙하지만 실물을 다루고 기계의 손발을 움직이는 PLC 제어에 특화된 인력들은 아니다.

오아시스마켓의 차별점은 바로 국내 현실에 맞는 유연한 시스템 설계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가령, 현재 외국 물류 시스템들의 경우 생산자들이 보낸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어 플라스틱 박스에 정리하고, 그 플라스틱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어 또다시 포장하는 작업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과일, 야채 등 신선 식품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손을 타는 순간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중복 과정을 거치다 보면 품질이 훼손된다는 문제가 있다. 오아시스는 1차 생산자들이 최적의 형태로 포장한 박스를 굳이 뜯어서 플라스틱 박스에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이 과정을 생략하도록 시스템을 손질했다. 제품을 플라스틱 박스로 옮기지 않고 생산자로부터 배송된 처음 상태 그대로 보관하게끔 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 변경이 가능했던 것도 제품 보관 장소를 자유자재로 변경, 추적하고, 빈 박스를 자동 회수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계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2. 온•오프라인 시너지
- 직영 매장 활용해 ‘재고 폐기율 0%’ 구현


오아시스는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바탕으로 재고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사실 신선 식품 배송의 치명적인 약점은 ‘음식이 상한다’는 데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매일 엄청난 양의 재고를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온라인 식료품 비즈니스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벽 배송 업체들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동원해 수요 조사와 판매량 예측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같은 재고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의 경우 입고, 보관, 배송 등 기간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판매기한을 유통기한보다 짧게 잡는다. 충분한 여유를 두지 않으면 고객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자칫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임박해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판매기한을 지나면 과감히 버려야 하기에 주문량 예측 오차는 매출 손실과 직결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보수적으로 수요예측을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재고가 부족하면 출고를 못 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를 넉넉히 확보해두지 않으면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마켓컬리가 데이터농장팀을 별도로 두고 주당 258만 건의 소비자 데이터 분석을 전담하게 하는 것도 결국 이 주문량 예측 정확도를 높여 폐기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폐기율 1∼2%를 다투는 업체들 틈에서 오아시스마켓은 ‘재고 폐기율 0%’를 달성하고 있다. 매출액이 1000억 원이고 원가가 75%라 가정할 때 1%의 폐기율 차이는 연간 7억5000원의 비용을 아끼는 재무적 효과를 가져온다. 불가능해 보이는 0%의 배경에는 바로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있다. 대치, 서초, 잠실 등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 곳곳에 37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장점이 여기에서 발휘된다. 통상 오프라인에서는 오늘 오후∼저녁에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보관해뒀다가 다음 날 새벽 일괄적으로 직영 매장에 배송해 진열한다. 그런데 오늘 온라인에서 신선 식품 주문을 받으면 다음 날 온라인 새벽 배송을 마치고 남은 재고를 그대로 직영 매장에 넘기면 된다. 간단히 말해, 오프라인 물류 흐름 중간에 온라인 새벽 배송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재고가 남지 않는다.

물론 오프라인에선 여전히 재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은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보다 재고를 소진하는 데 유리하다.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더라도 겉보기에 멀쩡하고 신선하다는 게 눈으로 확인되면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사가기 때문이다. 땡처리식 판매도 가능한 만큼 온라인에서보다는 판매기한과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율하면서 재고를 털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배송하지 못하고 곧장 폐기해야 할 물량이 오프라인에서는 ‘떨이 판매’로 소화될 수 있단 얘기다. 아울러 최근 오아시스가 자체 반찬 공장을 만들어 오프라인 매장 원재료로 직접 반찬을 당일 제조, 배송하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재고를 남김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경로도 생겼다.

또한 초과 수요가 발생해 온라인 재고가 부족할 때도 이 같은 옴니채널의 시너지는 빛을 발한다. 온라인 주문 폭증으로 재고가 품절이 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곧장 상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영 매장들은 부족한 새벽 배송 재고를 보충해주는 동시에 온라인 24시간 주간 배송까지 가능케 하는 ‘제2의 물류센터’ 역할을 한다. (그림 5)


철저한 고객 지향성

온라인 식료품 비즈니스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고 식생활과 관련이 있는 만큼 품질 관련 피드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부정적인 후기 하나에 기업이 휘청이기도 한다. 이에 오아시스마켓 역시 ‘고객을 믿고, 제품을 의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고객 만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령, 과일이 맛이 없다는 불만이 접수되면 해당 생산자가 납품하는 과일은 매일매일 무작위 추출해 대표를 포함한 모든 MD가 직접 맛을 본 뒤 거래 지속 여부를 판단할 만큼 문제가 시정되는지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한다.

고객이 항상 옳다는 회사의 신념을 바탕으로 ‘셀프 환불 서비스’도 도입했다. 고객이 상품에 불만이 있거나 하자를 발견했을 때 직접 소비자가격과 환불 비율을 100%, 90%, 80% 등 10% 단위로 입력한 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기에 50점짜리 상품이 배송 왔다면 50% 환불을 요청하고, 10점짜리라면 90% 환불을 요청하면 된다. 딸기를 시켰을 때 일부가 물렀다면 딸기를 반납하지 않고도 그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품은 매몰비용으로 간주하고 그냥 고객에게 준다. 물론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긴 하지만 특별한 결격 사유가 확인되지 않는 한 고객의 환불 요청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고 있다.


안 이사는 “처음에 셀프 환불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내부적으로도 사람들이 제도를 남용하면 어떡할지에 대한 염려가 컸다”며 “그러나 생각보다 악의적인 소비자들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지각 있게 상품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블랙컨슈머가 별로 없는 까닭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가 전체 구매의 90%에 달할 정도로 충성고객이 많은 플랫폼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물론 향후 회사 규모가 커지면 악성 고객이 지금보다 많아지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일단은 ‘신뢰’를 전제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악성 고객까지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회사의 포부다.

오프라인 직영 매장에서 사후 관리(AS)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온라인 주문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불만족했을 때 근처 직영 매장에 가면 빠르게 교환을 받을 수 있다. 또 오배송이 발생하더라도 인근 매장의 오프라인 배송 기사들이 출동해 상품을 회수해 가거나 바꿔준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비슷하지만 향후 온라인 비중이 훨씬 커지면 오프라인 직영 매장은 마치 ‘애플스토어’처럼 점점 AS 센터의 성격을 띨 것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고객 우선주의는 포장 방식에도 반영됐다. 한 박스 안에 모든 제품을 담아줄 뿐만 아니라 100% 종이 포장을 처음 시작한 것도 오아시스다. 사실 쿠팡, 마켓컬리가 나오기 전 국내에서 새벽 배송을 처음 시도한 것은 생협들이었다. 비록 시장을 형성하지 못해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부 고객들이 스티로폼이나 과잉 포장을 꺼린다는 점을 깨닫고 당시 얻은 교훈을 서비스에 녹였다. 이에 오아시스마켓은 새벽 배송에 다시 뛰어들면서 종이 포장재를 선택하고 보냉재 대신 얼린 생수를 사용하는 등 공급자가 아닌 제품을 받는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했다.

오아시스는 미국 아마존, 일본 오케이마트 등 다양한 유통사의 물류센터를 직접 탐방하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촬영 영상을 보면서 연구했지만 이들 기업의 인프라를 단순히 모방하는 대신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다른 기업의 시스템을 반면교사로 삼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하드웨어를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존 물류의 비효율을 제거했다. 회사는 이렇게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올해 말부터 오프라인 직영 매장 수를 늘리고, 모회사의 광고기획력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마케팅에도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고객 지향성 같은 경영 철학은 유지하되 플랫폼은 새벽 배송에서 오픈마켓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신선 식품에서 생활재로 계속해서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2월 코로나 사태 확산 이후 하루 주문 건수가 갑자기 폭증하면서 업무 마비로 새벽 배송이 잠시 중단된 적이 있듯이 오아시스의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이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른 규모의 팽창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2호 About Work 2020년 8월 Issue 1 목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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