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글로벌 전체 시장

글로벌 시장 수요

  • 지속적인 상승세

글로벌 시장 규모/ 기업별 매출

  • 시장 규모 성장세(1617년 7.7%, 1718년 2%)

글로벌 시장 기업별 쉐어

  • 상위 4사의 쉐어변동이 미비
  • 브릿지스톤, 미쉘린, 굿이어, 컨티넨탈 상위 4사 독점구조

글로벌 주요 업체별 주가변동

  • 글로벌 타이어 기업들의 전반적인 주가 부진
  • 특히 한국 타이어 회사들의 주가 부진이 눈에 띔

고무가격 변동

  • 타이어의 주요 코스트인 고무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 코스트적인 면에서 안정적

타이어 국내시장

국내 타이어 시장 업체별 쉐어

  •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가파른 하락추세
  • 수입타이어의 가파른 상승추세
  • 국내 기업들의 쉐어 빠른폭으로 하락반만, 수입타이어의 쉐어 상승
  • 중국 제품이 보급형 타이어 시장을 잠식하고, 일본·유럽산 프리미엄 타이어 수요가 급증하는 등 양극화되는 양상
  • 저가형 중국제품들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정도의 품질을 내고 있음. 저가 제품에서 비중을 차지하던 제품군들이 중국산과 차별적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있어 해당 제품군 판매 감소

국내 타이어 시장 매출/ 생산량

  • 전체 수요의 지속적 하락추세
  • 전체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입타이어의 시장진입으로 수익률 악화

국내 타이어 시장 국가별 수입

  • 타이어 해외 수입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
  • 중국, 일본, 독일의 수입 증가 추세가 특히 눈에 띔

국내 외부 환경

  •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타이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값싼 중국산 아니면 고급 타이어 수요 증가

플레이어 상황

한국타이어 매출

  • 80%이상의 매출이 해외
  • 신차용 타이어(OE, Original Equipment)에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원인이 크다. 신차 타이어 수요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가 플래그십 사양에서만 이뤄지던 수입 타이어 사용을 중형급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각 사의 OE 매출 부분이 크게 줄었다.
  • 중국에서의 매출 약함

국내 업체의 성장전략

  • 업계에서는 보급형 라인업, 16인치 이하 제품에 특화된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제품 구성탓에 중국 제조사와의 가격경쟁, 유럽 브랜드와의 인지도 및 기술력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전기차 타이어, 17인치 이상의 고인치 타이어, 초고성능 타이어(UHP)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저가 제품 비중을 줄이고, 미국과 중국, 유럽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군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출처

X세대를 위한 Y세대 동기부여 노하우

X세대와 Y세대 사이엔 큰 강이 있다

281호 (2019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 내 세대 간 화합을 위해선 중간관리자로 성장한 X세대가 Y세대를 완전히 다른 문화 집단으로 이해하고 기존과 다른 동기부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1. Y세대는 진급 혹은 금전적 보상에 대한 기대가 약하며 자기 계발과 우호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 여가가 생길 때도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는 회식보다 개인적인 자유 시간을 원한다.
2. Y세대는 평가받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피드백과 작은 보상을 즉각적으로 해줌으로써 조직에 의미 있는 사람임을 주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3. Y세대는 조직 생활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사회적 스킬에 대해 세심하게 교육하고 소통을 통해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한 금융회사의 간부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안 돼서 퇴사하겠다고 문자 하나 보내고 바로 다음 날 안 나오는 게 말이 되나요?” 초봉이 5000만 원이 넘는데다 핵심 부서에 근무 조건도 좋다. 간부는 도대체 뭘 어떻게 더 해줘야 되는 거냐며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어렵게 뽑은 신입사원의 퇴사 자체도 문제지만 기존 인력들의 사기마저 떨어지니 큰일이다. 분명한 건 문자로 퇴사를 알리는 직원의 태도에 특별히 나쁜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Y세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는 회사를 그만둘 때나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 문자 한 통 보내면 다 정리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연인과 이별할 때도 문자로 정리하는 세대다. 하지만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30%에 육박하는 현실은 기업 입장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연봉의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세대 간 갈등은 옳고 그르냐가 아닌, 두 세대 간 문화 차이로 이해돼야 한다. 문화 연구의 대가인 홉스테드는 문화를 한 집단이나 범주의 사람들이 다른 집단이나 범주의 사람들과 구분되는 집합적 정신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에게 성격이 있듯, 한 집단에는 문화가 있다. 유전자와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성장해서 성인이 되면 비로소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인식하듯이 문화도 성장 과정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X세대와 Y세대도 마찬가지로 엄연히 성장 배경이 다른, 상이한 문화 집단으로 이해돼야 한다. 하지만 세대 간 갈등의 비극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세대 간 화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한 문화권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찰자의 주관을 배제하고서 문화를 인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내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오늘날 기업 내 세대 갈등의 해답은 결국 중간관리자로 성장한 X세대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X세대는 그들과 전혀 다른 가정과 학교생활을 경험한 Y세대가 조직에 들어왔을 때 이들의 다른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X세대의 중간 나이인 필자는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부터 Y세대를 연구해왔다. 200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어떻게 베이비부머와 Y세대가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어 가는가’라는 제목의 글이 실리면서 Y세대에 대한 논의는 미국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본 글은 기본적으로 X세대를 위한 Y세대의 이해와 동기부여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Y세대는 1980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는데, 필자가 컨설팅한 많은 조직에서 세대가 갈리는 느낌은 보통 30대 중반 정도로 체감됐다. 따라서 본 글은 이제 마흔이 된 1980년생은 X세대에 조금 더 가깝고, 서른여섯 정도 된 사람들부터 Y세대로 느껴진다고 가정한다. 또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문화 연구든 그룹 내의 차이가 그룹 간의 차이보다 크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X세대 내에도 Y세대보다 더 Y세대 같은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또한 본 원고에서의 X세대는 90년대 초반 학번, 즉 초기 X세대를 중점적으로 조명했다.





X세대와 Y세대의 큰 강: 1990년대에 생긴 일

X세대와 Y세대의 서로 다른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1990년대에 일어난 세계적인 엄청난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1990년대 인류는 인터넷과 e메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지구촌으로 거듭났다. 이념 갈등도 종식됐다. 소련이 붕괴되고, 공산주의였던 러시아가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개혁을 추진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독일이 통일되고, 동유럽도 공산주의의 붕괴로 러시아로부터 독립, 서구 사회와 교류를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중국의 죽의 장막이 걷힌 것이다. 중국의 12억 인구가 개방되면서 세계의 공장을 형성했다. 산업적으로는 디지털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하고, 이동통신이 발달해 닷컴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또 미디어의 폭발적 발달로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뉴스가 공유됐다. 대한민국도 1988년 올림픽을 전후해 선진국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군부 독재가 물러가고, 민주화가 이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며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풍요를 누렸다. 젊은이들의 물질적 풍요를 대변하는 가장 유명한 단어가 바로 ‘오렌지족’이다. 이 시기 젊은이들은 다양한 산업의 발전과 고성장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선택해 이어갈 수 있었다. 노래 ‘아 대한민국’의 가사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에 공감할 수 있는 시대였다. 적금 이자는 10%대였고, 매년 주가도 10∼20% 성장했다. 하지만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 위기는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대한민국 밀레니얼세대의 비극: 2000년대에 생긴 일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 역시 닷컴 산업의 붕괴, 이라크전 같은 위기를 맞았고 저성장의 시대에 들어선다. 과거 화려했던 10년은 X세대의 물질주의를 부추겼고, Y세대의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Y세대가 성인이 된 사회는 그들이 어린 시절 봐온 어른들의 세상과 사뭇 달랐다. 1997년 말 외환 위기가 터진 이후 국내 상황은 밀레니얼세대들에게 크나큰 시련을 줬다. 그 시절 사회생활을 하고 어린 자녀를 키웠던 초기 X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Y세대를 강타했다. 밀레니얼세대는 2000년대에 일을 시작한 세대인데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는 굉장히 중요하다. 수학능력시험으로 대학을 가던 제도는 한 가지만 잘하면 갈 수 있도록 개편돼 각종 특기생 전형을 만들어 냈다. 과도한 입시 준비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학교는 월말고사, 중간/기말고사 등 수많은 시험을 없앴고, 보충수업, 야간 자율학습을 대폭 축소했다. 입시제도의 변화로 고등교육 과정은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학생들은 권리 의식을 갖고 인권조례를 만들었고 체벌은 금지됐다.

쉬운 수능은 학생들로 하여금 쉬운 문제를 실수 없이 푸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했다. 수능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바뀌는 식이 되자 학생들은 실수에 과민해지고 쉬운 문제를 계속적으로 연습하는 쪽으로 사교육 열을 올리게 된다. 뒤이어 학생 평가 기준으로 교내 각종 시험과 대회만을 인정하는, 학생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한 대학입시제도가 생긴다. 이로 인해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우리의 꿈을 함께 이루자는 학생들 간의 소박한 연대의식이나 교실 내에서 서로 도와주는 문화는 깨지게 된다. 교사들은 ‘선생’이라기보다 학생들의 미래를 규정할 수 있는 절대 평가자로 적대감의 대상이 됐다. X세대가 경험했던,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못하는 학생을 도와주던 문화, 교사가 학생들과 맺었던 친밀한, 혹은 방임적 관계는 사라졌다. 체벌이 사라진 뒤 학교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상점과 벌점제도를 만들어서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이 결과가 성인이 된 후 진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극도의 불안으로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이런 불안은 기성세대를 향한 복종 혹은 분노로 표출됐다.

IMF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Y세대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절에는 비정규직이 늘었다.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으로 2년 이상 한 직장에 근무하게 될 경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규정이 생기면서 단기 계약직이 증가했다. 베이비붐세대들은 종신고용, 초기 X세대들은 정규직이 주요 고용 형태였다면 Y세대는 도급과 하청, 재하청, 비정규직 등이 주를 이뤘다. 이 와중에 창업, 신산업 창출 같은 돌파구도 생기지 않았다. 베이비붐세대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제조업을 성장시켰고, X세대는 컴퓨터 게임과 한류로 문화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켜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방탄소년단을 배출했고, 세계적인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Y세대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사례를 찾기 힘들다.

‘소확행’이란 말처럼 Y세대들에게 행복은 소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Y세대는 세계사에 기록될 수준의 성공을 이룬 앞 세대에게 늘 평가받고, 비교당하고, 비난을 받아왔으며 계속 가난했다. 이들에게 확실한 행복은 월급날 TV에 나온 맛집에 가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려서 ‘좋아요’를 100개 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X세대와 Y세대가 경험한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르다. X세대는 가난하게 태어나서 점점 부자가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자수성가를 한 세대다. 반면 Y세대는 부잣집에 태어났는데 부침이 심한 환경에서 자라고 성인이 돼서는 아버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됐다. 불과 10∼20년의 차이지만 압축 성장을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세대 간 간극은 그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

필자는 세대 간 불화의 해답은 결국 X세대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세대든 아래 세대가 위 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미 조직은 X세대의 문화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 전혀 다른 가정과 학교생활을 경험한
Y세대가 조직에 들어온다고 해서 바로 조직과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는 없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세대 갈등은 서로 다른 집단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문화적 가정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두 세대의 문화적 차이를 바탕으로 X세대가 Y세대를 동기부여 하는 노하우를 7가지로 정리했다.



1. Y세대에게 금전적 보상을 앞세우지 말라

가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동전을 그려보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크게 동전을 그린다.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에게는 돈이 더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X세대는 베이비붐세대처럼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러나 Y세대는 1990년대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따라서 X세대만큼 돈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돈이 줄 수 있는 혜택도 크지 않다. X세대는 회사만 다니면 어쨌거나 집도 장만하고 결혼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고, 그때는 다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에 동료들 간의 빈부 차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Y세대는 집 장만이 좌절되고, 동료들 간의 빈부 격차도 크다. 회사에서 해 줄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은 이들에게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금전적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X세대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Y세대는 성과 보상으로 동기 부여되는 경향이 약하며 이는 낮은 직급으로 갈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X세대가 치열하게 일해서 큰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한 반면 Y세대는 적당한 업무량과 개인의 성장, 우호적인 분위기를 더 선호한다.(그림 1)

2. Y세대는 회식보다 자유시간을 원한다

Y세대는 학원에서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보내던 세대다.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과 오락실이나 만화방에 가고, 축구를 하다가 친구네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고, 저녁 먹을 시간이 돼 집에 돌아가던 X세대와 다르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 순례를 시작한 Y세대들에게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은 익숙지 않다. 힘든 프로젝트가 끝나면 X세대는 회식을 원한다. 회삿돈으로 포식하고 술 마시고 놀고 싶어 한다. 반면 Y세대는 자유시간을 절실하게 원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심심했던 시절이 별로 없다. 퇴근을 일찍 하고, 딱히 하는 일이 없더라도 자신이 주도권을 쥐는 자유시간을 원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적당한 업무량을 원한다.

3. 피드백과 작은 보상은 즉각적으로

학생기록부를 토대로 대학에 가는 학생부종합전형, 이른바 ‘학종’이 등장하면서 Y세대는 늘 평가를 받아왔다. 시험, 작은 교내 대회, 숙제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의 대상이자 그들의 대학을 결정짓는 요소였다. 그래서 이들은 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 같은 한 방의 성과를 기대하지 못한다. 따라서 Y세대에는 즉각적 피드백이 효과적이다. 피드백의 내용은 업무 종류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리더는 그때그때 피드백을 줄 수가 있다. “잘하고 있다” “이것은 이렇게 수정하면 좋겠다” “수고한다” “고생한다” 등등의 피드백을 통해 리더는 그들의 일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또 잘했을 때는 즉각적으로 작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좋다. 커피를 한 잔 건넨다거나 모바일 쿠폰을 보내주는 식도 좋다. 이런 작은 보상이 연말 평가에서 고가를 잘 주겠다거나 승진할 때 챙겨주겠다는 말보다 더 효과적이다. 연말에 꽂히는 뭉칫돈보다 지금 당장 들어온 6000원짜리 모바일 쿠폰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Y세대는 대학 시절 선배가 밥을 사주던 세대가 아니다. 그래서 누가 커피 한 잔만 사줘도 매우 고마워한다. 또 X세대가 모바일 쿠폰을 받으면 커피 마실 때 쓴다고 생각하는 반면 Y세대는 쿠폰을 받으면 쿠폰을 쓰러 카페에 간다. 이들에게 모바일 쿠폰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을 사주는 게 아니라 관심의 표시, 하나의 이벤트를 선물하는 셈이다. 한편, 법인카드로 사주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Y세대는 법인카드는 사실 ‘우리 돈’인데 상사가 생색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은 금액이라도 개인 비용을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4. 조직에 의미 있는 사람임을 주지시켜라

대한민국에서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외동이다. 이들은 늘 관심과 보살핌의 대상으로 자랐다. X세대가 어린 시절 여러 형제 중 한 명으로, 집에서 부모님의 심부름을 하며 자란 것과 다르다. X세대는 한 반에 50∼70명씩 되는 교실에서 교사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이름 대신 출석번호로 불렸다. 그 시절 중·고등학생은 중요한 노동 자원이었다. 학교에서 교실은 물론, 화장실, 교무실, 운동장, 화단, 심지어 학교 근처까지 모조리 학생들이 도맡아 청소했다. 나라 행사에 동원되는 일도 잦았다. X세대가 다니는 학원은 수십 명에서 100여 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단과반으로 그 안에서도 누구 하나 개인적인 관심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Y세대는 한 학급이 40명 안팎으로 구성돼 교사의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중·고등학교 교사, 대학교 학과 교수님들도 학생들의 이름을 다 알 정도다. 학원도 소규모 학원에서 원장과 교사들의 관심을 받았고, 학습 상태에 대한 피드백은 바로 부모에게 전달됐다. 또 Y세대는 자라면서 “공부만 열심히 해”란 잔소리만 들었지 그 외 모든 허드렛일에서 배제됐다. 청소는 용역업체가 하고, 예외적으로 노동력이 필요하면 부모가 동원됐다. 따라서 이들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닌 소위 잡일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예컨대, Y세대들은 외식할 때 부모가 고기를 구워줬다. 하지만 직장 회식 자리에서 본인이 고기를 구워야 하는 입장이 되면 본인의 처지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느낄 것이 자명하다.

Y세대는 의미 있는 사람으로 자랐고, 계속 그러길 원한다. 따라서 그가 하는 일이 허드렛일이 아니라 조직의 중요한 일임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가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며,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를 통해 본인도 조직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음을 설명해 줘야 한다. Y세대는 중·고등학교 시절 봉사 활동을 조직적으로 해온 세대이기 때문에 양보와 봉사의 미덕을 더 잘 안다. 강압적이지 않게 잡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면 적극적으로 따를 것이다.



5. 프로세스를 명확히 해라

학종으로 대학을 간 Y세대는 평가 하나하나에 상상 이상으로 민감하다. 그들에게 평가 공정성은 생명과 같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 X세대와 다르다. 경쟁자가 내 눈앞에 있다. 그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그것이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세뇌당하면서 자랐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탄핵, 정권 교체 이 역사적 사건의 발단은 정유라의 학점이었다. 체육특기생이 출석도 제대로 안 했는데 좋은 학점을 받았다고 학생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X세대도 대학 다닐 때 체육 특기생이 있었지만 그들의 학점에 과연 관심이 있었을까? 자기 학점에도 별 관심이 없던 X세대가 체육 특기생의 학점까지 신경 썼을 리가 없다. X세대와 Y세대는 프로세스와 평가 공정성에 대한 잣대 자체가 극단적으로 다르다. Y세대에게 주먹구구식의 평가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논리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Y세대는 X세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권 의식과 주권 의식을 갖고 있다. 회사가 작은 일을 결정할 때도 공정성을 기하고 있음을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불만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Y세대는 그 잣대에 대한 질문은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즉, 평가 지표 그 자체보다는 프로세스의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쉽게 수용하는 편이다. 어떤 기준이든 본인이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해외에서는 평가 자체를 없애는 기업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평가는 어떻게 해도 공정하기 힘든 문제이고, 리더들이 평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를 없애든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6. 교육 기회를 확대하라

Y세대는 가정이나 학교에서나 사회적 기술을 배울 기회가 적었다. Y세대는 X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동네 형, 동생들과 하루 종일 놀러 다니면서 배우는 조직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다. 따라서 사회적 기술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소통을 요구하지만 사실 그들도 소통에 서툴다. 이런 것까지 가르쳐야 하나 싶은 사소한 것들까지 전부 가르쳐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회사 외부에 수많은 교육기관이 있고, 유튜브 같은 매체를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쉽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받은 Y세대는 계속 사교육을 받아야 안정을 느낀다. 주52시간이 초기 X세대를 당구장과 술집으로 보내고 있다면 Y세대는 학원으로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계속하게 마련이다. 동호회 만들어서 와인 모임하고, 바이크 모임을 하는 것은 X세대들이다. 동아리 만들어서 놀던 버릇이다. 그러나 Y세대에게 유행하는 소셜 모임은 스터디 모임과 북클럽이다. 이들은 모여서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 Y세대가 교육과 경쟁력에 대한 강박이 있음을 감안해 기업 안팎으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7. 모두와 끊임없이 소통하라

Y세대는 어릴 때부터 보살핌을 받아온 세대로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것이 평가를 위한 것이든, 돌봄을 위한 것이든 말이다. 따라서 윗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시한다. 다른 한편, 외동이거나 1명에서 많아야 2명의 형제와 지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독점하는 데 익숙하다. 또 성장 과정에서 집에 아버지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에도 여성 교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표현에 소극적인 남성 어른들의 문화가 익숙지 않다. 따라서 Y세대를 대할 때는 그들 모두가 ‘편애’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대해야 한다. 누군가 한 사람을 다 같이 보는 데서 칭찬을 하면 다른 이들을 당황하거나 불안하게 할 것이다. 야단도 따로 불러서 치고, 칭찬도 은밀하게 해 주는 게 효과적이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 팀장님은 나를 잘 보고 계셔’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면담, 피드백, 눈빛, 메신저, 심지어 이름을 불러주고 모바일 쿠폰을 주면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리더들은 가능한 잡담을 많이 하고, 일에 관한 이야기는 짧게 하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기업 교육 현장에서 말하면 보통 X세대 리더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한다. 그리고 묻는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제 1996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가 들어온다. 이들은 Y세대와 또 다르다. 앞으로 2021학번부터는 학령인구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질 것이다. 경쟁도 훨씬 덜하고, 대학 커트라인도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70∼80%가 외동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을 다니고, 100만 원짜리 핸드폰, 50만 원짜리 패딩을 입은 세대들이다. 시간은 결코 거꾸로 가지 않는다.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젊은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가 없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새로운 세대의 인재를 얼마나 유치해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리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김현정 숭실대 혁신코칭컨설팅센터 주임교수 hyun8980@gmail.com
필자는 이그제큐티브 코치로 대기업 임원과 팀장을 대상으로 코칭 활동을 하고 있으며 숭실대 혁신코칭컨설팅학과에서 코치를 양성하고 있다. 미네소타대 상담심리학 석사, 컬럼비아대에서 조직 및 리더십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시아드 글로벌 리더십센터 연구원,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다.



Market: 부동산 플랫폼

   - 규모, 쉐어, 성장율, 이익률

   - 경쟁요인

   - 진입장벽

 

External Market

   - Economical마땅한 투자처가 줄어들면서 부동산에 자금 집중

   - Social한국인은 집의 소유에 대한 유달리 높은 집착

   - Technological: 핸드폰 인터넷 발달을 통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

 

3면시장

Client(1: 부동산 수요자)

   - 가격전략: 무료열람


   - UX

      - 고객여정: 어플을 킨다 - 로그인 한다 - 지도를 기반으로 내가 구매하고 싶은 부당산 주변으로 이동한다 - 표시되어 

        있는 부동산의 클릭한다 - 해당 부동산의 각종 정보를 일람한다 - 중개인에게 연락한다

      - 최대한 직관적으로, 번에 봤을 고객들이 정보를 이해할 있도록 앱의 UIUX 디자인. 예를 들어 공원 면적을 

        표시할 ‘몇 ㎡’대신 ‘여의도의 배’ 또는 ‘축구장의 배’로 표시. 데이터는 엑셀 형식이 아닌 그래프 형식으          로 시각화


   - 차별적 가치창조

      - 부동산 수요자가 갖는 기존의 정보 비대칭성 해결: 물건에 대해 실제 살아보지 않으면 없는 세부적인 정성 

        정보 부족, 정부에 의해 공개는 되어 있지만 일반인이 엑세스하기 어려운 정량 정보 부족

      - 아파트 평당가와 가격 변동, 갭 가격(매매가에서 전세 금액을 제외한 가격), 월세 수익률, 전세가율, 대출 한도, 중개수          수료, 주거유형, 평형, 가격, 세대수, 입주 연차, 용적률, 건폐율, 전세가율, 갭 가격, 임대사업률, 월세 수익률, 주차 공간,          현관/난방, 교육정보, 어린이집 유치원표시, 학교표시, 학교별 학생수표시, 출퇴시간 계산, 일조량 확인 등의 변수에 

        대한 정보제공/필터링가능

            -> 정량 정보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해결

      - 아파트마다 사진과 댓글을 달 수 있게 해 사용자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 정성 정보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해결

 

Client(2: 부동산 공급자)

   - 가격전략

      - 온라인 매물 등록비 x <- 돈을 낸만큼 뽕을 뽑겠다는 마인드때문에 허위 매물이 판쳤기 때문

      - 프리미엄 회원 등록비x <- 돈만내면 상위에 노출되는 형태는 플랫폼생태계를 무너뜨리기 때문


   - 차별적 가치창조

      -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 : 자신의 집을 앱에 등록하면 등기 변동이나 시세 변동, 계약 만기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

      - 집주인이 직접 매물을 올리고 가격을 설정

      - 활동리포트 제공 : 내 집에 사람이 보러 왔었는지, 왔다면 몇 명이 왔는지 등을 직접 챙기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다. 

        호갱노노는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 리포트를 제공

 

Client(3: 부동산 중개자)

   - 가격전략

      - 기간 단위의 광고비 책정이 아닌, 광고를 사용한 만큼만 내는 종량제 실시


   - 차별적 가치창조

      - 부동산 수요자와 공급자가 많이 모이는 플랫폼이다보니 중개자는 알아서 모임

 

Company

   - 비즈니스모델: 현재는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없이 네트워크 효과 구축을 위한 사용자 모집중. 중개인의 광고비가 유일한 수입처..

 

   - 매출, 코스트

      - 매출 = 중개인의 광고비

        중개인의 광고비 = 의뢰 광고시간 * 시간당 광고수수료

            = 활동중개인수 * 중개인 1인당 의뢰 광고시간 * 시간당 광고수수료

            = 전체중개인수 * 부동산어플 선택률 * 호갱노노선택률 * 광고서비스이용률 * 중개인 1인당 평균 의뢰 광고시간 *                 광고수수료

       

       중개인 광고의 호갱노노 선택률, 광고서비스이용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부동산 수요자의 , 부동산공급자의          2변수이고, 2변수는 향후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시킬 때도 가장 중요한 변수이므로 이를 구조화하면

 

      호갱노노 사용하는 부동산 수요자의 = 전체 부동산 수요자 * 부동산 어플 이용률 * 호갱노노 이용률

   = 전체인구 * 1년내 부동산 구매 희망률 * 1년내 부동산 구매 수량 * 부동산 어플 이용률 * 호갱노노 이용률

 

      호갱노노 사용하는 부동산 공급자의 = 전체 부동산 공급자 * 부동산 어플 이용률 * 호갱노노 이용률

   = 전체인구 * 1년내 부동산 판매 희망률 * 1년내 부동산 판매 수량 * 부동산 어플 이용률 * 호갱노노 이용률

 

   1년대 부동산 구매/판매 희망률 자체가 높을 수가 없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존재


DBR Case Study: 부동산 정보 앱 1위 ‘호갱노노’의 성장 전략

실제 거주자 이야기… 은행 대출 계산…
아파트 사고파는 모두가 디테일에 만족 1

304호 (2020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부동산 시장의 열기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부동산 관련 앱이 있다. 바로 ‘호갱노노’다. 호갱노노는 2015년 8월 문을 연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다. 뛰어난 UI•UX 디자인으로 실거래가 등 아파트와 관련된 공공 데이터들을 앱에 보기 쉽게 구현해 빠르게 이용자들을 모았다. 인기에 힘입어 이 앱은 창업한 지 5년도 안 돼 업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호갱노노의 성장 전략을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아파트 가격뿐만 아니라 주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앱에 담아 기존에 아파트 구매 희망자가 겪은 ‘정보 비대칭’을 해소했다.
2. 복잡하고 보기 불편한 아파트 관련 공공 데이터들을 철저히 사용자 관점에서 보기 쉽게 구현했다. 앱에 담은 다양한 기능을 모두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3. 실제 아파트 거주자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부터 ‘은행 대출 계산기’ ‘3D 일조량 확인’ 등 호갱노노만의 기능으로 사용자들을 앱에 ‘록인(lock-in)’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Q. “아래의 10개 약어 중 몇 개나 알고 계신가요?”
(10개면 부동산의 신, 8∼9개면 절정 고수, 6∼7개면 고수, 4∼5개면 무사, 3개 이하면 부린이(부동산 어린이)입니다.)

① 금관구 ② 아리팍 ③ 초코아 ④ 추분 ⑤ 모하 ⑥ 특공 ⑦ 초피 마피 청무피사 ⑧ 슬세권 ⑨ 영끌 ⑩ 권단부장

(정답은 기사 맨 마지막에서 확인)


최근 ‘부동산 고수 테스트’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몇 년 새 집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모양새다. 각종 약어와 부동산 관련 용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열기를 증명하는 현상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질수록 사람들의 부동산 공부 열풍은 더욱 불타올랐다.

사실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내 집 장만’은 집안의 경사였다. 지금도 직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것이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집이 있는 사람은 큰 집으로 옮겨 가기 위해 돈을 모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6월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중 84.1%가 “주택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의식은 전년(82.5%)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사 경험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이사 이유를 조사한 결과 ‘시설이나 설비 상향(42.6%)’에 대한 니즈가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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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은 상대의 생활 수준을 확인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고 꾸준히 오르면서 집을 주거의 공간보다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로 부동산은 국가 전체의 부(富)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통계청의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가구당 순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가 넘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부동산을 ‘깜깜이’로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먼저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이 정해지면 해당 동네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간다. 원하는 평수와 가격대를 말하고, 집 몇 곳을 실제로 둘러본 뒤 한 곳을 정해 집주인과 계약을 맺는 식이다. 집과 동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고 가격 비교도 쉽지 않았던 탓이다. 중개업소에 의존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자 창업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호갱노노’다. 2015년 8월 문을 연 이 업체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아파트 실거래가와 각종 정보를 보기 쉽게 구현했다. 가격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보고 싶은 아파트를 보여주는 필터링부터 갭 가격(매매가에서 전세 금액을 제외한 가격), 월세 수익률, 전세가율, 대출 한도, 중개수수료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고객들에게 아파트 매매와 관련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해 허위 매물 이슈를 다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사람과 아파트 구매 희망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코너도 만들어 고객 수를 급격하게 늘렸다.

호갱노노는 창업한 지 5년도 안 돼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올해 6월 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의 ‘부동산 앱 사용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이 부동산 관련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호갱노노의 일 평균 사용자 수(안드로이드 사용자, 올해 6월10일 기준)가 43만3748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 직방(23만4356명)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네이버 부동산, 청약홈, 다방이 그 뒤를 이었다.

1인당 평균 사용일 수(5월 한 달 기준) 역시 호갱노노가 7.5일로 가장 높았으며, 평균 사용 시간은 네이버 부동산(59분)에 이어 2위(41분)를 차지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며, 17억 건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다. 호갱노노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호갱노노의 성장 비결을 DBR가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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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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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심상민 대표가 창업한 호갱노노는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회사다. 뛰어난 UI•UX 디자인으로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기 쉽게 구현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아파트 평당가와 가격 변동(3개월, 6개월, 1년, 3년)을 수치로 나타낸다. 아파트 단지마다 동시에 몇 명이 보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또 주식처럼 아파트(예를 들어, 제약사라고 가정)가 해당 지역(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는지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아파트 구매 희망자는 유형, 평형, 가격, 세대수, 입주 연차, 용적률, 건폐율, 전세가율, 갭 가격, 임대사업률, 월세 수익률, 주차 공간, 현관/난방 등의 조건을 직접 설정해 원하는 아파트를 볼 수 있다. 이야기 코너는 호갱노노가 급성장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아파트마다 사진과 댓글을 달 수 있게 해 사용자들이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녹물이 나오는지, 온수 온도 맞추기는 쉬운지, 관리비 통장이 압류돼 있지 않은지 등 살아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집주인은 자신의 아파트 자산을 등록하면 시세 변동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이외에 호갱노노는 분양, 경매, 재건축 정보 등도 공유해준다. 호갱노노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약 300만 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약 2만 곳의 등록 중개업소를 확보하고 있다. 2018년 4월 직방에 인수됐지만 독자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매매 가격을 직접 올리는 방식으로 부동산 매매 생태계를 바꿨다. 집주인이 가격 주도권을 갖게 하고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좋은 중개사들을 선택하게 만들려는 계획이다. 대신 호갱노노는 중개사들을 직접 찾아 프로필 작성을 돕고 있다. 중개사들의 ‘개인별 브랜딩’을 돕고 부동산 매매 시장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된 수수료는 모두 무료다.


창업 계기가 된 ‘토이 프로젝트’

심상민 호갱노노 대표(37)는 남들이 이과, 문과를 갈지 고민할 무렵에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었다. 이미 고등학생 시절부터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남들에게 만들어주며 용돈을 벌었다.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동네 PC방 사장님과 친해졌고, 컴퓨터를 자주 하다 보니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생겨났다. 심 대표는 “그때는 개발자라는 개념도 없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음악 플레이어 윈앰프에서 온라인 방송 서비스를 한다고 들었는데, 방송 시간표를 만들려면 코딩을 배워야 하더라. 그래서 코딩을 배운 것이 지금 사업을 하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일을 계속하다 보니 딱히 학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군대에서 생각이 바뀌어 제대하고 21살에 단국대 멀티미디어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동안의 개발 경력이 이력이 돼 2학년이 되기 전 SK C&C 경력직에 합격했기에 학교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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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호기롭게 학교를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발 경험에서 느낀 아쉬움 때문이었다. 대학 1학년 때 심 대표는 처음으로 직접 자신만의 서비스를 개발했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열고 중고 제품을 거래하는 ‘중고장터’를 만든 것이다. 중고나라(2003년 12월)가 생기기도 전이었다. 자신만만하게 서비스를 출범했지만 사업은 개발과 확연히 달랐다. 아이디어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었다. 비용이 많이 들었고, 서비스를 늘리는 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결국,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심 대표는 경험을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대기업 입사를 전격 결정했다.

이후 심 대표의 개발자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K C&C에서 2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5년 반을 개발자로 일했다. SK C&C에서는 주로 서울시를 3차원 지도로 구현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맡았고, 네이버에서는 지도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진행했다. 네이버에서는 UX(사용자 경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업무도 경험했다. “이때 경험이 잘 축적돼 호갱노노가 만들어진 것 같다. SK C&C에서 좌표계 등 지도를 3D 맵으로 구현할 때 필요한 기초 지식들을 습득했고, 네이버에선 ‘프런트 엔드’ 쪽, 사용자들과 접점이 있는 쪽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만난 개발자들이 그때 인연으로 호갱노노에서도 함께 일하게 된 경우가 많다.” (심상민 대표)

2014년 말, 카카오에 있을 때였다. 심 대표는 크리스마스 휴가에 노트북을 챙겼다. ‘토이 프로젝트’를 위해서였다. 개발자들은 쉬는 시간에 취미 삼아 이것저것 개발을 많이 하는데, 이를 보통 토이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당시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공룡 이케아’였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는데 ‘제품 가격’이 논란이었다. 이케아가 한국에서만 유독 비싸게 판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심 대표는 이케아가 정말 한국에서만 비싸게 파는지 궁금했다. 해외 이케아 사이트들을 둘러보던 그는 제품명은 제각각이지만 이미지는 같은 것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전 세계 이케아 사이트에 있는 제품 정보들을 모아 분류(크롤링)한 뒤 가격을 비교했다. 7000여 개의 제품에 각국의 환율과 세금을 다 적용하느라 꼬박 3일이 걸렸다. 결과는 ‘싸게 파는 것도 있고, 비싸게 파는 것도 있다’였다. 한국은 저가 제품은 싸게 팔고, 철제 캐비닛, 소파 등은 비싼 편에 속했다. 심 대표는 이 같은 정보를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하기로 했다. 인터넷 사이트부터 만들었다. 이름은 아내의 추천을 따랐다. “‘호구 고객(호갱)’이 되지 말자”는 뜻에서 ‘호갱노노’로 지었다.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하루에 몇만 명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심 대표는 “사람들 반응을 보고 ‘인터넷이 이렇게 발전해도 아직까지 정보 비대칭이 굉장히 심각하구나’라고 생각했다.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호갱노노-이케아 편’의 후속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뉴스를 보다가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아파트 매물(호가)이 실거래가와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생각보다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 공공 데이터로 나와 있었고, 호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끌어모았다. 실거래가와 호가를 비교하는 데 정확히 1주일이 걸렸다. 심 대표는 실제로 실거래가와 호가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갱노노-부동산 편’ 역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에 자료를 오픈하고 1주일이 지나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미국에 있으니까 스카이프로 미팅을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호갱노노 사이트에 직업이나 이름도 안 밝혔는데 누가 얼굴도 안 보고 돈을 맡기겠나 싶었다.” (심 대표) 정체불명의 투자 희망자는 1세대 창업가이자 스타트업계 대표 투자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였다.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권 대표의 말에 투자를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심 대표는 ‘이렇게도 투자를 하나’ 생각했다. 덜컥 수천만 원을 받은 심 대표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카카오를 그만두고 같이 회사에 다니던 동료 3명과 함께 2015년 8월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호갱노노’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사무실도 없이 심 대표 집에 모여 일을 시작했다.

복잡하고 보기 불편한 실거래가를 한눈에,‘호갱노노’


심 대표는 호갱노노 앱을 만들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오픈돼 있는 실거래가를 보기 쉽게 구현했다. 그는 부동산 중 타깃이 많고 사람들의 수요가 높은 아파트 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앱을 켜면 지도부터 나오게 하고, 지도에 매물로 나온 아파트들의 평수와 최근 실거래가를 ‘말풍선’처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현했다. 각 매물을 누르면 최근 실거래가들의 평균가와 전·월세 가격 등을 수치로 나타냈다. 이를 그래프로도 구현했다. 이와 함께 예상 거래가와 세금, 중개보수 정보 등도 제공했다.

이때 이미 여러 부동산 관련 서비스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직방(2012년 창업)과 다방(2013년 창업), 네이버 부동산 등이다. 2015년 말 직방은 골드만삭스PIA로부터 380억 원을 유치했다.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 해에 직방 매출액은 100억 원을 넘겼다. 네이버 부동산은 네이버라는 든든한 플랫폼이 있었다. 사실상 호갱노노는 한참 후발주자였던 셈이었다.

심 대표는 그럼에도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해당 서비스들이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들을 제공하긴 했지만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정보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들은 대부분 집 내부 사진이나 호가 등에 정보가 집중돼 있었다. 중개업소를 찾아가 이것저것 설명을 들은 뒤 집을 구매하는 과거의 패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집을 살 때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는 ‘실거래가’를 제대로 쓰는 곳이 없었다. “자동차도 시승하고 한 달 고민해보고 사는데 집은 생각보다 쉽게 구매를 결정하는 것 같았다. ‘정보 비대칭’ 때문이었다. 특히 실제 거래된 가격인 실거래가가 공공 데이터로 공개돼 있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더라. 이 부분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 대표)

실거래가 정보는 국토교통부 사이트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공개된 정보가 아닌가. 이것만으로 사업이 될 수 있을까. 데이터가 오픈돼 있었지만 이용하기에 굉장히 불편한 게 문제였다. 해당 사이트에서 서울시를 선택하고, ‘구’와 ‘동’, 아파트를 순차적으로 고른 다음, 분기별로 기간을 설정하면 3달 치 실거래가가 표로 나왔다. 옆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보려면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시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렇게 실거래가는 호갱노노의 비즈니스 기반이 됐다.

잘못 짚은 ‘페인포인트’

물론 호갱노노도 사업을 시작하고 여느 스타트업처럼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직원은 회사를 떠나고 대표는 줄 게 없어서 밀린 월급 대신 가지고 있던 컴퓨터를 준다는 눈물겨운 스토리를 이 회사도 갖고 있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처음 심 대표는 실거래가를 전달하는 동시에 허위 매물 이슈에 집중했다.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허위 매물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매물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중개소를 찾아가면 “이미 그 물건은 팔리고 없으니 비슷한 것을 소개해주겠다”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허위 매물을 걸러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매물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심 대표와 동료
3명은 출근하면 모여 앉아서 하루 종일 전화를 돌렸다. 중개소마다 전화해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이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 확인한 다음 이를 공개했다. 2달간 ‘전화상담사’가 됐던 개발자들은 더 이상 전화 돌리기를 포기했다. 4명이 매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료들 사이에서 ‘허위 매물을 걸러내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됐다.

일반 제품과 다르게 아파트 매입 희망자들은 ‘진짜 구매 예정자’였다. 실질적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보니 변심 가능성이 거의 없다. 허위 매물을 보고 중개소에 전화를 했다가 해당 매물이 없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드물었다. 중개사가 같은 동네에 비슷한 물건들을 보여주면 그중에서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거래의 목적 관점에서 보면 허위 매물이 ‘페인포인트’가 아니었다. “실제로 거래소에 갔을 때 허위 매물보다 더 저렴하고 인테리어가 잘돼 있는 매물이 있을 수도 있다. 중고차 시장의 거래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심 대표)

그렇다면 허위 매물 이슈는 왜 발생했던 것일까. 이는 누군가의 고의성이라기보다 시스템상의 문제에 가까웠다. 보통 집주인은 하나의 중개소에만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 이때 중개소들이 포털 사이트 등 여러 곳에 제각각 광고를 내는데 중개소마다 광고비를 다르게 책정하다 보니 광고 기간도 제각각이다. 문제는 거래가 성사됐을 때다. 집주인이 중개소마다 “우리 집 계약됐다”고 전화를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그렇게 했다고 쳐도 중개소가 광고를 일일이 내리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중개소 역시 이왕 돈을 내고 광고한 것, 매물이 많아 보이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거래는 끝났는데 매물만 남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호갱노노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집을 살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보릿고개에 나타난 투자자

호갱노노가 몇 달간 시행착오를 겪는 사이, 처음 투자받았던 돈은 동이 나 버렸다. 직전 회사에서 과장급 이상이라 억대 연봉을 받던 개발자들은 그때서야 현실에 눈을 떴다. 심 대표와 동료들은 투자자들을 만나러 뛰어다녔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데서 부정적인 의견을 들었다. 바로 이름이었다. 부정적인 의미의 ‘호갱’에다가 ‘노노’까지 붙어서 사업하기 적합한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투자자들과의 미팅은 50회가 넘어갔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투자자들은 사람들이 한번 집을 사면 다음 집을 살 때까지 공백기가 길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때만 해도 실거래가를 보기 위해 호갱노노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10만 명 정도로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집으로 투자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이유로 결국 투자를 포기했다. 심 대표는 자신감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업자 한 명이 두 손을 들었다. 디자인의 틀을 만들고 현재의 로고까지 만든 15년 경력의 디자이너였다. 월급이 이미 여러 달째 끊긴 상태였다. 말릴 명분이 없었다. 심 대표는 월급 대신 회사의 유일한 자산인 애플의 맥컴퓨터를 줬다.

“투자받으려고 뛰어다니다 보니 일이 진행이 안 됐다. 그래서 나중에는 IR를 하러 저 혼자 다녔다. 계속 거절당해서 안 그래도 위축됐는데 중요한 동업자 한 명이 그만둔다고 하니까 정말 손이 떨렸다.” (심 대표)

그래도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무엇보다 심 대표는 투자자들의 반대 의견에 반대했다. 그는 아파트가 주식과 똑같은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사려는 수요가 대부분 있고, 집이 있어도 큰 집으로 옮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호갱노노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꾸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통계로 보면 국민 자산 중 80% 이상이 부동산 자산인데 이 중 60% 이상이 아파트다. 나머지 40%도 아파트를 대부분 구하고 싶어 한다. 아파트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집이 있는 사람도 집값 변동에 신경을 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심 대표는 호갱노노와 마찬가지로 프라이머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던 ‘당근마켓’의 김재현 대표와 우연히 점심을 먹게 됐다. 김 대표는 “우리는 마케팅비를 많이 써서 간신히 월 사용자 10만 명을 채웠는데, 무슨 비법으로 돈도 안 쓰고 10만 명을 모았느냐”고 대뜸 물었다. 이후 호갱노노의 사정을 듣던 김재현 대표는 “그렇다면 내가 투자하겠다”며 나섰다. 스타트를 끊은 김 대표 덕에 간을 보던 벤처캐피털(VC)들도 손을 내밀었다. 이를 통해 호갱노노는 총 2억5000만 원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후발 주자의 역전, 비결은 ‘속도’


“속도전으로 승부, 최소 1일 1업데이트”


먼저 투자받은 돈으로 판교에 12평짜리 사무실을 구했다. 그러고 나서 개발자 2명을 뽑는 데 나머지 돈을 ‘올인’했다. 이미 개발자만 있는 회사에서 개발자를 추가로 뽑은 이유는 단순했다. ‘개발 말고는 살길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심 대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아도 직방보다 많이 받을 순 없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에 쏟아붓는 건 의미가 없었다. 동료들끼리 ‘애초에 돈을 쓰지 말자’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으로 버티자’고 했다.” (심 대표)

호갱노노는 개발자 2명을 뽑기 전부터 강점을 더 뾰족하게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심 대표는 당시 동료 2명과 10개월 동안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다시피 하며 개발에만 몰입했다. 후발주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선보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하루에 한 번꼴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하루에 몇 번씩 앱을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보통 기업들은 서비스를 한 번 업데이트 하는 데 2주에서 한 달 정도를 쓴다.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나 피드백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활용했다. 클리앙, 뽐뿌 같은 사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 “이런 기능을 만들었다”고 매번 글을 올렸다. 심 대표는 “제가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한 커뮤니티 초창기 멤버라서인지 다행히 홍보 글로 안 보더라. 글마다 댓글이 수백 개 달렸는데 누군가 ‘이런 기능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댓글이 달리면 ‘만들게요’가 아니라 ‘만들었어요’라고 대댓글을 달았다. 그 정도로 속도감 있게 개발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2∼3년 전만 해도 호갱노노의 직원 10명 중 6명이 개발자였을 정도였다.

호갱노노는 현재까지 이 같은 개발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덕에 지난해 한 해 동안 500번 이상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직관적인 UX•UI


속도 못지않게 중요시한 것이 바로 앱 화면 구성이었다. 호갱노노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한 번에 봤을 때 고객들이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앱의 UI•UX를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공원 면적을 표시할 때 ‘몇 ㎡’로 표시하면 읽는 사람은 확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대신 ‘여의도의 몇 배’ 또는 ‘축구장의 몇 배’로 표현하면 이용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호갱노노가 각종 데이터를 엑셀 형태보다 화살표나 각종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개발자들이 스스로는 예술을 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단 하나의 정보도 그냥 노출하지 않는다. 각 기능의 정보 하나도 직관적으로 읽힐 수 있는지 항상 점검한다.” (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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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보다 다양한 호갱노노의 기능

호갱노노는 다양한 기능을 앱에 담아냈다. 호갱노노의 기능은 직원들도 숫자를 헷갈릴 만큼 많다. 먼저 호갱노노에 접속해 지도에서 특정 아파트를 누르면 이 아파트가 언제 지어졌고, 몇 세대인지, 용적률과 건폐율은 얼마인지, 최근 실거래가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공시 가격은 얼마인지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세 가격 변화와 주변 대중교통도 보여준다. 또 주변 입주 예정인 아파트와 각종 편의시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공공 데이터 가공

호갱노노는 여기에 하나둘씩 서비스를 늘려나갔는데 크게 공공 데이터와 필터링, 인포그래픽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호갱노노는 정부 부처나 정부 기관에서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장 처음 제공한 ① 보육 데이터다. 앱에 지역별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표시하고, 정부에서 공개한 자료를 통해 월별로 비용이 각각 얼마나 들어가는지 표시했다.

②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정보도 담았다. 혁신 초등학교를 표시해주고 학급당 학생 수도 보여줬다. 속도를 강조한 만큼 어떤 데이터를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직관적으로 판단해서 가능한 한 빨리 제공했다.

③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은행 대출’도 계산해줬다. 호갱노노의 은행 대출 계산기를 쓰면 자본금이 최소 얼마나 있어야 고객이 선택한 아파트를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소 자본금을 설정하면 가장 낮은 금리의 시중은행 상품을 추천해주고, 대출금과 이자 총액, 금리 등도 알려준다. 데이터는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담보 대출의 금리 공시와 은행별 대출 상품들을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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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링 기능

둘째, 필터링 기능이다. 아파트를 사려는 고객이라면 나도 아직 정하지 못한 특정 아파트의 정보보다 ‘내가 원하는 아파트’가 무엇인지 찾는 게 우선순위일 것이다. 그래서 호갱노노는 실거래가에 다양한 필터링 기능을 붙여나갔다. 고객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콕 집어낼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아파트 평수와 가격부터 세대수, 입주 연차, 용적률, 건폐율, 전세가율, 갭 가격, 임대사업율, 월세 수익률, 심지어 주차 공간 및 현관/난방까지 다양하게 설정을 바꿔가면서 ‘내가 사고 싶거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아낼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서는 단순히 아파트 특징만 걸러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역별 특징이나 최근 가격 변동 추이로도 필터링할 수 있다. 호갱노노 앱에서 ‘분석’ 항목을 누르면 신고가, 가격변동, 인구, 공급, 경사/고도, 출근, 거래량, 학원가, 개발 호재, 분위 지도, 외지인 비율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신고가를 누르면 각 구나 동별로 신고가 아파트 개수가 나오고 이를 다시 한번 선택하면 신고가를 기록한 아파트들이 지도에 떠오르는 식이다. 가격 변동은 ‘%’와 ‘그래픽’을 활용해 나타낸다. 학원가 기능은 동네마다 몇 개의 학원이 있는지를 표시해준다.


인포그래픽 활용

셋째, 인포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①가격 변동 표시다. 가격이 오른 아파트 주변에는 빨간색으로 원이 쳐지는데 많이 오를수록 원이 크게 그려진다. 주식 시장 정보처럼 숫자들을 시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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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마다 제공하는 ② ‘지역 실거래가 비교’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30평대 A 아파트를 누르면 하단에 실거래가 비교 항목이 나온다. 평당가가 얼마인지, 3개월•6개월•1년•3년 등 기간마다 가격이 몇 % 변했는지 숫자로 보여준다. 이 기간별 변동 % 옆에는 선과 빗금, 가로 막대기 2개로 구성된 그래픽이 나오는데 이 아파트 가격이 서울에서, 구에서, 동에서 각각 어느 정도 지위에 있는지를 구현한다. 빗금이 그려져 있는 위치가 큰 가로 막대기에서 왼쪽에 있으면 서울에서 이 지역구의 아파트들이 평균보다 가격이 낮은 축에 속하는 것을 뜻한다. 빗금 안에 있는 작은 가로 막대기가 오른쪽에 있다면 내가 지정한 아파트가 있는 동은 구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이 작은 가로 막대기에 세로로 그어진 짙은 선이 동에서 해당 아파트가 차지하는 값어치다. 나의 아파트 자산이 서울에서 어느 정도 값어치를 하는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 그래픽은 사실 CNBC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착안했다. 방송을 보다 보니 주식 카테고리별로 한 제약사가 제약•바이오 카테고리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심 대표는 2018년부터 이를 아파트에도 적용했다.

③ 직장인들이 집을 구할 때 중요하게 따지는 출퇴근 시간 계산 그래픽도 눈에 띈다. 출근지 인근의 지하철역을 지정하면 지역마다 자가용으로 몇 분이 걸리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지도에서 그러데이션(gradation)으로 이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강남역을 출근지로 선택하면 차로 10분이 안 걸리는 반포 지역은 초록색, 30∼40분 걸리는 광화문 인근은 주황색 또는 빨간색, 1시간 이상은 보라색으로 나타난다.

④ ‘잠재 경쟁자’ 체크 기능도 인기다.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지도에서 아파트마다 동시에 몇 명이 보고 있는지가 나타난다. 아파트 위에 ‘20명 보는 중’ ‘14명 보는 중’과 같이 말풍선이 뜨게 설계했다.

⑤ 최근에는 3차원(3D)으로 일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나왔다. 아파트 단지의 시간대별, 계절별 일조량 변화를 보여주는 기능이다. 지도 화면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일조량 변화를 시뮬레이션으로 나타낸다.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조작해 아파트 단지와 주변의 일조량, 그림자 움직임까지 확인할 수 있다. 호갱노노 개발자가 건물의 단면과 높이,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공공 데이터 등을 활용해 일조량을 나타내는 기능을 개발했다.

“해가 언제, 어디서 뜨고 지는지가 공공 데이터로 있다. 이를 활용했다. 일조량이 주거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집을 구하는 사람은 특정 시간대에만 현장을 방문하니까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서비스로 구현해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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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개발에는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기능을 확인하는 과정이 만만찮았다. 실제 아파트 하나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개발자가 해당 아파트에 찾아가 층마다 해당 시간에 일조량이 맞는지 검증했다. 여러 번 발로 뛰며 확인 작업을 거친 뒤 서비스를 출시했다.

물론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자잘한 데이터 오류가 계속 발생했다. 호갱노노는 앱에 고객이 오류 수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즉각적으로 이를 반영했다.

핵심 서비스, ‘이야기’ 코너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이용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 7월 10만 명이었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18년 7월 55만 명, 2019년 8월 150만 명, 2020년 7월 30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호갱노노 사용자가 급격하게 느는 데는 사업 초기에 구성한 ‘이야기’ 기능이 한몫했다. 호갱노노는 아파트마다 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어 사진과 댓글을 자유롭게 달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아파트에 거주하는 고객과 예비 구매자 등 여러 사용자가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진짜 해당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생생한 정보들이었다. ‘층간 소음이 심하지 않은지’부터 ‘아파트에 녹물이 나오는지’ ‘온수 온도 맞추기는 쉬운지’ ‘관리비 통장이 압류돼 있지 않은지’ 등 다양한 정보가 올라왔다.

심상민 대표는 “녹물 필터를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3일 쓴 필터가 이렇다’는 식으로 글을 올리는 분도 계셨고, ‘우리 집에서 볼 수 있는 1년 풍경’이라며 사계절 사진을 올리는 사용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당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용자들이 흠집을 내기 위해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 비거주자가 비아냥거리거나 싸움을 거는 일도 발생했다. 호갱노노는 일단 사용자들의 ‘이야기 이력’을 오픈해 해당 아파트에서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맞는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신뢰도를 높인 것이다. 내부에 이야기 서비스와 관련된 내부 규정도 만들었다. 먼저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은지 등을 체크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 아파트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글이다. 이 정보는 여성가족부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만 열람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야기에서 관련 글이 올라오면 삭제했다.

두 번째로 ‘팩트’만 올리는 것은 내리지 않기로 했다. “묘지가 보인다”는 실질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삭제하지 않는다. 반면, “이 아파트는 ‘묘세권’이다”라는 글은 비아냥대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관리자가 삭제할 수 있게 했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부작용도 있었다. 아파트 가격을 높이기 위해 거주자들이 ‘좋은 글’만 올리는 사례다. 호갱노노는 “조만간 이야기 코너에서 검색 서비스를 열 계획이다. ‘층간소음’ ‘악취’ 등 키워드를 넣으면 관련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갱노노 이용자들이 올린 이야기 숫자는 약 120만 개(올해 8월1일 기준), 댓글은 110만여 건에 달한다.

호갱노노 직방에 팔리다

2018년 4월 호갱노노는 지분 전량을 약 230억 원에 직방에 매각했다. 대기업도 아닌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이 거금을 들여 호갱노노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 확보다. 직방은 2012년 1월 모바일 앱에서 원•투룸,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면서 모바일 부동산 앱 업계 1위로 급부상했다. 2016년 중반부터 아파트 단지 정보를 제공하면서 사업을 넓혔지만 네이버 부동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가 호갱노노를 인수하면서 전•월세에 국한된 부동산 서비스의 외연을 단숨에 아파트로까지 확장하게 된 것이다. 당시 호갱노노는 40만∼50만 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꾸준히 앱에 들어오는 ‘충성고객’이 적잖았다.

직방은 M&A 이후에도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보장해줬다. 심 대표는 “매각 이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또 광고 등을 처음 집행할 때 관련 경험이 많은 직방 측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2년간 호갱노노는 폭풍 성장기를 맞았다. 수십여 개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월간 활성 이용자가 약 300만 명까지 늘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앱에 꾸준히 접속하는 ‘록인(lock-in) 효과’도 나타났다. 올해 6월 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의 ‘부동산 앱 사용자 현황’ 조사에서는 호갱노노가 일평균 사용자 수, 1인당 평균 사용일 수에서 모회사인 직방을 꺾으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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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 집주인에게 집값 ‘키(Key)’ 준다

고객 니즈 충족, 다음은 생태계 혁신


호갱노노의 비즈니스는 일반 플랫폼 사업자들과 구조가 다르다. 양면시장이 아닌 아파트 구매 희망자와 집주인, 중개업자의 ‘3Way 구조’다. 호갱노노는 사업 초기에는 중개사보다는 아파트 구매 희망자와 집주인 2Way에 집중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사용자가 없으면 확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 대표는 ‘카카오톡’처럼 이용자가 대량으로 확보되면 다양한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주인에게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자신의 집을 앱에 등록하면 등기 변동이나 시세 변동, 계약 만기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보통 다주택자들은 엑셀 등으로 이를 정리했는데 앱에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 집주인 역시 매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구매 희망자와 중복되는 측면도 있었다. 구매 양 축이 모이다 보니 중개사들도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 스며들었다. 현재 호갱노노에 가입돼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2만여 곳. 실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공인중개사 10만여 명 중 20% 이상을 확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갱노노는 올해 7월, 아파트 매매 생태계를 뒤흔들 정도의 도전을 감행했다. 집주인에게 가격결정권을 돌려주는 것이다. 보통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을 때 집주인들은 중개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중개사가 매물 수량이나 시세를 고려해 가격을 제안한다. 또 단독 중개보다는 공동 중개가 많다. 매물을 독점하지 않고 여럿이 중개에 참여해 먼저 거래를 성사하면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심 대표는 “최근 아파트 가격 변동이 커지면서 집주인이 불편함을 많이 겪었다.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으로 내놓으려고 했을 때 중개사들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집주인들이 가격 결정에서 ‘키(Key)’를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예 이를 바꿔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 선보인 것이 ‘우리 집 내놓기’ 서비스다. 여기서는 중고 거래처럼 집주인이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을 때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직접 제시할 수 있다. 구매 희망자는 가격이 적당한지를 고려하고, 아파트를 살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집주인이 가격을 내리면 앱에서도 즉각 반영된다. 집주인이 중개 요청을 누르면 호갱노노가 중개사를 연결해 주는데 가격이 바뀌면 중개사한테도 푸시 알림이 간다. 먼저 중개사와 협의해서 일단 고정된 가격을 제시하는 기존의 방식과 180도 달라진 셈이다.

호갱노노 측은 “직거래 방식은 아니다. 보증 역할이나 서류 작업 등 중개사의 역할은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직거래로 매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개사도 기존과 역할이 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손해 볼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호갱노노는 리포트를 제공해 기존에 집주인이 겪었던 불편함을 해소했다. 그동안 공인중개사에게 집을 내놓고 나면 그저 손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내 집에 사람이 보러 왔었는지, 왔다면 몇 명이 왔는지 등을 직접 챙기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다. 호갱노노는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집 매물을 몇 명이 봤고, 몇 명이 전화했는지 등을 리포트로 공유해준다. 우리 집 내놓기 서비스와 활동 리포트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이와 함께 호갱노노는 에어비앤비의 ‘슈퍼호스트’와 같은 ‘슈퍼중개사’도 준비 중이다. 중개사들을 개인별로 ‘브랜딩’하는 것이다. 중개사가 요청하면 호갱노노가 직접 현장에 나가 사무소 정보와 과거 진행했던 거래들 등을 정리해 프로필로 만들어 준다. 사진사가 함께 나가 프로필 사진도 찍어준다. 이를 통해 중개사들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역시 무료다. 호갱노노는 현재 베타 서비스로 이를 일부 실행 중이다. 향후에는 고객들이 직접 중개사들을 골라 계약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승자독식을 낳는 현재 시스템을 깨고 싶었다. 보통 매물은 집 앞에 있는 부동산에 맡긴다. 그래서 매물을 가진 중개사는 일부에 불과하다.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버는 구조다. 이 카르텔을 깨고 실제로 잘하는 중개사가 매물을 가져가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심 대표)

호갱노노가 이 같은 서비스를 만든 이유는 중개업의 성격이 달라진 탓도 있다. 대부분의 중개사는 ‘동네 정보’에 해박한 편이다. 실제로 사회부 기자들은 현장에 나갔을 때 동네 분위기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중개소부터 찾는다. 그런데 이제는 이 같은 ‘로컬 비즈니스’로는 적합한 정보를 주기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전문성 역시 중요하다.

“예전에는 살 동네를 특정 짓고 오는 편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용자들이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아파트를 보고 간다. 그렇기 때문에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규제도 복잡하고 다양해진 만큼 중개사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심 대표)

또 새로운 광고 서비스도 출시했다. 현재 중개소들이 쓰는 광고 모델은 10년 전 방식 그대로다. 플랫폼마다 매물을 홍보하는 데 쓰는 광고비 결제 방식이 대부분 6개월, 1년 단위다. 호갱노노는 ‘쓴 만큼 내는 방식’으로 광고 모델을 바꿨다. 하루, 심지어 1분 단위로 광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광고비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매매가 끝나면 더 이상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호갱노노가 그리는 부동산 비즈니스는 단순하다. 문자 메시지에서 카카오톡으로, 기존 은행 점포에서 카카오뱅크로, 여러 산업에서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부동산 생태계에서도 큰 변화가 이어질 것이며 호갱노노가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호갱노노는 사업 초기에 선전포고했던 ‘정보의 비대칭’은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 대표는 “중개사분들이 ‘요즘은 호갱노노나 앱을 자세히 보고 와서 설명해 줄 게 없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술을 통한 생태계 혁신이다. “대부분의 서비스 산업이 인터넷, 모바일로 많이 옮겨오면서 사용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그런데 부동산 비즈니스는 아직 크게 변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 비즈니스에 포함돼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하게 만들고 싶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호갱’이 ‘노노’한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기사 앞 기술한 퀴즈의 답이다.

A. ① 금천구•관악구•구로구 ② 아크로 리버 파크 ③ 초등학교 코앞 아파트 ④ 추가 분담금 ⑤ 모델하우스 ⑥ 특별 공급 ⑦ 초피: 초반 프리미엄, 마피: 마이너스 프리미엄, 청무피사: “청약은 무슨 피주고 사” ⑧ 슬리퍼 생활권 ⑨ 영혼을 끌어모은 대출 ⑩ 권력은 짧고 부동산은 길다






DBR Case Study: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마켓

“동네 사람과 거래… 이웃 간 연결 핵심”
마켓에서 출발해 커뮤니티 부활시켜

284호 (2019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동네 사람끼리만 중고물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동네 기반 서비스 당근마켓은 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하이퍼로컬(hyper-local)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며 지역 커뮤니티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회사의 성장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플랫폼 사업이지만 ‘거래’를 늘리는 데 급급하지 않고 동네 이웃 간 ‘연결’이라는 기본에 집중해 사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2. 전국을 6500개 동네로 쪼개고 주민들의 접근만 허용함으로써 ‘신뢰’와 ‘평판’이 가지는 이점을 살렸다. 직거래를 주선하는 방식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비용을 낮추고 사기 위험을 최소화했다.
3. 동네 소비자에게는 지역 ‘광고’도 ‘정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 40∼50대 소상공인도 단돈 만 원 단위로 손쉽게 동네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했다. 과거 교차로, 벼룩시장 등 생활 정보지의 기능을 온라인으로 옮겨 신규 수익 모델을 발굴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미라(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우리 동네’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주민 A에게 대치동은 ‘우리 동네’일까? 잠실이나 사당은? 객관적인 지표인 거리를 역삼동의 강남역 사거리에서 잰다면 사당역(직경 약 5.1㎞), 옥수역(5.8㎞), 잠실역(6.8㎞) 순으로 가깝다. 그러나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 너머 강북(江北)과의 심리적 거리, 강남(江南) 3구의 상징성, 지하철 노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A에겐 물리적으로 가장 멀리 있는 잠실이 가장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최근 중고 거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고나라만큼이나 유명한 모바일 앱인 당근마켓은 바로 ‘우리 동네’ 사람끼리만 중고물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위치(GPS) 기반 서비스다. 이름부터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준말이다.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끼리 집 주변에서 직거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게 서비스의 핵심이다. 얼핏 보면 동네를 인증한다는 것 외에 다른 중고 거래 웹/앱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최근 성장세만큼은 독보적이다. 육아 맘들의 입소문을 타고 2018년 1월 100만 명이었던 월간 순이용자(MAU) 수가 같은 해 12월 160만 명, 2019년 9월 350만 명으로 증가하며 가파른 J커브(J자 모양 급상승)를 그리고 있다.

월 거래액 500억 원, 누적 다운로드 수 800만 건을 돌파하며 업계 선두주자인 중고나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당근마켓. 그러나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김용현 대표(42)와 김재현 대표(41)는 2015년 7월 처음 중고 거래를 전면에 내세운 스타트업을 설립하면서 “어떻게 하면 중고나라를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이용자 수와 쓸 만한 매물이 많아야 거래가 잘 성사되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 ‘거래’만 놓고 보면 전국 기반 플랫폼과 ‘게임이 안 된다’고 봤다. 승산 없는 싸움에 힘 빼기보다는 같은 동네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기본 아이디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었다.



동네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창업자는 우선 전국 지도부터 펼쳐 들었다. 그리고 손수 경계선을 그려가며 “우리 동네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를 물었다. 고민 끝에 차로 10분 이동하는 거리를 벗어나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판단, ‘최대 반경 6㎞’라는 원칙을 세운 뒤 전국을 동네 단위로 쪼개기 시작했다. 한강이나 남산처럼 직거래를 방해하는 큰 지형지물이 있으면 거리가 가깝더라도 과감히 동네를 구분했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까지 고려해 전국을 6500개 구역으로 잘게 나눴다.

다른 커머스 플랫폼들이 거래 범위를 더 넓히고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혈안인 가운데, 왜 당근마켓은 안 그래도 좁은 한국 땅을 6500개로 조각낸 걸까. 이유는 분명하다. 회사가 중고 거래로 돈 벌 생각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 사이의 중고물품 직거래를 주선할 뿐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고 거래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게 당근마켓이 중고나라처럼 규모로 맞붙는 플랫폼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대신 두 창업자가 주목하는 시장은 로컬 콘텐츠다. 일찌감치 지역 중에서도 가장 작은 단위인 ‘하이퍼로컬(hyper-local)’의 가치에 매료된 이들은 당근마켓을 지역 사람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장, 즉 콘텐츠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중고거래를 마을 벼룩시장과 장터처럼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콘텐츠의 하나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오프라인 만남, 거래, 커뮤니케이션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을 회사의 궁극적인 비전으로 삼았다.



이 비전이 실현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등 유수의 투자사는 지금까지 총 480억 원을 투자하며 당근마켓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근마켓의 O2O 비즈니스 잠재력과 동 단위로 세분화된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연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포털도 손대려다 번번이 실패한 지역 기반 서비스로 도전장을 내민 이 회사의 비전이 실현될 것인지, DBR이 당근마켓의 하이퍼로컬 플랫폼 전략을 살펴봤다.


카카오 플레이스의 실패, 지역 기반 비즈니스에 눈 뜨다

2012년 카카오에서 근무하던 김용현 대표는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발족한 태스크포스(TF)에 손들고 합류했다. 그 무렵 김범수 의장은 특정 동네에 특화된 ‘타깃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근거리 위치 기반 서비스를 만들어 각종 지역 업체나 지역 이벤트 광고를 카카오톡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구상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길바닥에 뒹굴고 있거나 아파트 벽보에 붙어 있는 각종 지역 헬스클럽, 피아노 학원, 미용실, 구인광고 전단지 등을 카카오톡 안에 펼쳐놓고 지역 주민들에게 노출시켜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TF 이름부터 ‘롱테일(Long Tail)’이었다. 쓸모없어 보이는 잡다한 지역 정보, 소위 ‘지라시’도 온라인에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만들어낸 프로젝트였다.

이 사업 아이템에 꽂혀 TF에 자원한 사람은 카카오 전체를 통틀어 김 대표 혼자였다. 입사 전부터 ‘친구의 맛집’ 등 동네 맛집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한 경험이 있는 김용현 대표는 지역 기반 서비스에 곧바로 흥미를 느꼈지만 대다수 직원은 아이디어에 회의적이거나 관심이 없었다. TF는 인력 모집부터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카카오가 ‘씽크리얼스’란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이 업체 개발자들이 합류하면서 6명으로 구성된 작은 별동대의 구색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씽크리얼스는 소셜커머스 모음 사이트 ‘쿠폰모아’와 맛집 정보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리스트 잇’ 등을 운영하던 업체였는데 그 창업자가 바로 현재 당근마켓의 공동 대표인 김재현 대표였다.

“내가 기획했던 ‘친구의 맛집’과 비슷하게 지인들이 호평한 인근 맛집을 추천해주는 씽크리얼스의 서비스를 안 그래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TF에 합류한 김재현 대표가 그 서비스를 개발한 주인공임을 알고 ‘운명’이라 느꼈다.” 김용현 대표의 말이다.

이 TF가 야심 차게 론칭한 서비스가 바로 ‘카카오 플레이스’다. 지역 광고 플랫폼을 내놓자며 시작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광고 전단지만 모아서는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고, 아무도 안 볼 게 분명했다. 나중에 광고를 붙이더라도 일단 이용자의 관심을 끄는 게 우선이었다. 이에 방향을 틀어 다시 동네 맛집 리뷰 서비스로 돌아갔다. 카카오가 보유한 이용자 간 소셜 그래프를 바탕으로 친구들이 좋은 리뷰를 쓴 맛집이 화면에 자동 노출되도록 한 것이다. 성공을 확신한 이들은 장장 8개월간 각종 스펙으로 무장한 서비스를 준비해 2013년 5월 세상에 내놨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배포한 덕분에 불과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수가 200만 건에 달했지만 그다음 주에 5000건으로 수직 낙하했다. 하루 실사용자(DAU)가 5000건밖에 안 나오자 카카오는 프로젝트를 실패로 규정하고 TF를 해체했다. 앞서 출시된 카카오스토리가 일주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사업 아이템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공을 의심치 않았던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을 본 이들은 실패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진단했다. 첫째, 사람들이 맛집을 찾는 빈도가 생각만큼 잦지 않았다. 지역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사용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들어가 구경하는 서비스가 돼야 하는데 맛집을 찾아가는 건 한 달에 두어 번 저녁 모임이 있을 때가 전부였다. 둘째, 서비스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가볍게 시장 반응을 테스트해본 게 아니라 8개월간 각종 기능을 탑재해 무겁게 내놓았기 때문에 실패 비용이 훨씬 커졌다. 사용자 니즈를 확인하기도 전에 상상만으로 대박이 날 것이라 짐작한 게 패착이었다. 카카오 플레이스의 실패에서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대표는 1) 체류 시간이 길고, 방문 빈도가 높은 서비스를 2) 최대한 빨리 가볍게 내놓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보는 재미, 중고 거래의 ‘콘텐츠 매력’에 주목

체류 시간이 길고, 방문 빈도가 높고, 빨리 선보일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던 이들은 당시 카카오 직원들이 회사 인트라넷에 있는 중고 거래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 직원들이 하루에도 5∼10번씩 게시판에 들락날락하면서 어떤 매물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새로 고침’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카카오 직원 150명만 쓰는 게시판에 불과했지만 이 사내 장터에 스마트폰, 게임기 등 중고 디지털 기기를 올리면 10분이 채 안 돼 팔려나갔다.

사내 장터의 인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 거래가 편했다. 회사 사람들끼리 출근하면서 물건을 주고받으면 되니 접근성이 탁월했고, 번거롭게 박스에 담아 택배로 부칠 필요가 없었다. 둘째, 게시글을 쓸 때 본인 이름을 밝히기 때문에 돈 떼일 염려가 없었다. 보통 모르는 사람끼리 거래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게 사기나 불량의 위험인데 회사라는 비교적 믿을 수 있는 동질적인 집단의 일원이다 보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셋째, 가격이 저렴했다. 직원들이 사내 평판을 생각해 바가지를 씌우거나 굳이 비싸게 팔기보다는 시가보다 20∼30% 싸게 내놓았고, 덕분에 ‘쿨매(저렴하고 좋은 조건의 매물)’가 많았다.

직원들이 이 쿨매를 낚아채고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대표는 중고 거래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성비 좋은 매물을 놓치지 않으려면 수시로 게시판을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는 마을 벼룩시장처럼 목적 없이 지나가다 들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보는 재미’, 즉 중독성 있는 콘텐츠로서 중고 거래의 매력을 발견한 셈이다.

“현재 당근마켓 사용자 한 명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앱에 머무는 시간이 18∼20분이다. 일반 쇼핑 앱보다 약 2∼3배 길다. 어떤 좋은 조건의 물건이 올라오는지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특히 남성들은 필요한 디지털 기기 등만 딱 검색해서 사지만 여성들은 육아용품이나 패션, 잡화 등 아이쇼핑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지털 광고회사 인크로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당근마켓의 월평균 체류 시간은 264.1분으로 위메프, 옥션, G마켓 등 덩치 큰 플랫폼을 제치고 커머스 앱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중고 거래에서 기회를 포착한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대표는 카카오를 나와 좁은 지역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TF 해체와 카카오-다음 합병 이후 커진 조직에서 흥미를 잃고 방황하던 때였다. 네이버에서 약 7년간 지역 검색 서비스를 담당하던 현 정창훈 CTO도 함께 뜻을 모아 2015년 7월 ‘판교장터’란 회사를 차렸다. 카카오 사내 중고 거래 게시판의 확장판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근무하는 회사들이 대상이었다. 판교는 가로 700m, 세로 400m의 좁은 동네지만 비슷비슷한 IT 회사가 밀집해 있고 디지털 용품 등에 대한 관심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카카오 플레이스 실패의 교훈을 되새겨 단 2주 만에 개발을 끝마치고 게시판 하나와 댓글 쓰기, 달랑 두 가지 기능만 갖춘 최소한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물론 서비스를 개시하자마자 처음부터 반응이 뜨거웠던 건 아니었다. 지인들에게 앱을 깔아달라고도 해보고, 중고물품을 양도받아 올리기도 했다. 온종일 판교 소재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전단지를 붙이고 드론에 현수막을 매달아 한 달간 판교역과 테크노밸리 사이 출퇴근길 하늘에 띄운 적도 있었다. 판교 인근 카페 사장님에게 사정해 할인 쿠폰 100장을 받고 앱을 다운로드한 신규 고객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구글, 페이스북에 광고할 돈도 없었고, 발로 뛰는 게 좁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선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고생한다고 효과가 딱히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아파트 단지 전체에 전단지를 돌려봤자 기껏해야 200명, 드론을 띄워도 2명 남짓 가입자가 늘었다.

“몸으로 부딪치는 동안 지역 업체가 광고를 할 만한 플랫폼이 정말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히려 이 경험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들이 동 단위로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꼭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다졌다” 김용현 대표의 말이다.

다행히 판교 내 회사들을 대상으로 영업한 결과 주간 사용자가 1000∼200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확장성’이었다. 판교처럼 비슷한 업종의 회사가 밀집해 있는 구역이 많지 않았고 가산디지털단지 등을 포함해봤자 총인구 100만 명에도 못 미치는 협소한 시장이었다. 게다가 신분 확인을 위해 회원 가입 인증 시 회사 도메인을 쓰게 했는데 이런 도메인을 보유한 직장인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회사 e메일 주소를 기재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회사 메일이 아닌 지메일, 네이버, 한메일 등 계정을 쓰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내 남편이 판교장터를 쓰는데 나도 거래하게 해달라”는 회원 아내들의 요청이 하나둘 접수됐다. 분당구 백현동, 상평동, 운중동에서 이런 문의가 적지만 꾸준히 이어졌다. 확장 경로를 모색하던 두 대표는 동네 주민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가입 방식을 회사 메일 기반에서 휴대폰 번호 기반으로 바꾸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동네만 인증하면 누구나 중고물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말 그대로 ‘판교장터’를 판교 지역 주민 전체에게 열었다.



주부들이 활동하기 시작하자 조용하던 앱이 들썩였다. 판교 맘카페에 소개 글 하나가 올라가고 단 이틀 만에 700명이 가입했을 정도였다. 중고 육아용품과 장난감을 찾는 맘들이 동네 물품에 관심을 보였고, 그 활동량은 회사 다니는 직장인의 10배를 능가했다. 김용현 대표는 “이때 중고 거래의 핵심 주체가 직장인이 아닌 집에 있는 주부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타깃 유저를 ‘아이를 키우는 3040 여성’으로 바꾸고 동네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2015년 10월을 기점으로 판교를 넘어 주거지역인 분당구로 진출했고 회사 이름도 판교장터에서 당근마켓으로 바꿨다.


DBR mini box I: 인공지능(AI) 활용한 신뢰 제고

동네 기반 서비스의 강점이 ‘신뢰’인 만큼 당근마켓은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원천 배제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선량한 이웃 간 거래’라는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전문 판매업자의 도배 글이나 모조품 등을 걸러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특성상 사람이 일일이 신고를 접수해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이 문제를 ‘기술’로 극복했다. 머신러닝을 적용해 AI가 사람 대신 전문 판매 업자가 올린 글이나 가품(짝퉁), 동물, 주류, 담배 등 금지 물품을 판별하도록 했다. AI는 업자들이 자주 올리는 글이나 사진 등 데이터 패턴을 학습해 업자일 확률을 1.0(100%), 0.9(90%) 등으로 알려준다. ‘새 상품’ ‘재고’ ‘구합니다’ ‘#’ 등 자주 쓰이는 용어나 기호, 이모티콘의 특징을 토대로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루이비통 A급 15만 원에 팝니다’ 등 명품 매물이 나와도 AI가 사진과 글, 가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품일 확률을 제시한다.

“AI는 고정된 규칙을 따르는 게 아니라 수만 개 사진과 글을 학습하면서 성격이 유사한 게시물을 걸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업자들의 수법이 교묘해지더라도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 매주 올라오는 82만 건에 달하는 게시물을 사람이 일일이 판단해 처리하려면 고객만족(CS) 인력이 적어도 100명은 필요할 텐데 이 업무를 AI가 대체해준 덕분에 단 1명이 일을 처리하고 있다. 기계에 오류가 없는지만 점검하면 된다.” (김용현 대표)

동일 유저를 추정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사기꾼 한 명이 계정 수십∼수백 개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 가령, A라는 계정으로 사기를 친 뒤 B 계정으로 접속하는 유저를 찾아내 자동으로 이용을 정지시켜버리는 것이다. 경찰청 사이트 DB와 연계해 소위 사기꾼들의 휴대폰 번호나 계좌번호로 거래를 시도하면 접근을 막는다.

AI가 사람보다 나은 점은 ‘스피드’에 있다. 머신은 사기 등 부정 게시물이 올라오는 순간 1∼2초 안에 판단해 노출을 중단시킨다. 이와 달리 사람은 보통 신고를 받아 처리하기까지 3일이 걸리는데 그 잠깐 사이에 회복할 수 없는 사기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발 빠른 대응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예방한다는 게 AI의 힘이다.




평판 효과, 신뢰 기반으로 낮춘 거래 비용

“세상 참 좁다.”

이 말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니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는 함의를 내포한다. 인터넷이 전 세계를 하나로 잇고 물리적인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 당근마켓은 온라인 공간에 칸막이를 세움으로써 ‘좁은 세상’을 구현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의 특징인 익명성을 없앤 대신 ‘신뢰’와 ‘평판 효과’ 1 를 극대화했다.

당근마켓이 회사 이름을 걸고 쓰던 서비스에서 ‘동네’를 아이덴티티로 내건 서비스로 바뀌었지만 지리적으로 인접한 장소 기반이라는 점은 변치 않았다. 당근마켓의 차별점이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이웃 간 ‘직거래’에 있기 때문이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같은 전국 단위 플랫폼에서 물품을 사고팔려면 택배 배송은 필수다. 직접 물건을 건네고 싶어도 구매자가 판매자와 가까이 산다는 보장도 없고 동네 물건만 따로 분류해 볼 수도 없다. 반면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사면 같은 동네이기 때문에 육아용품, 가구처럼 크기가 큰 물품도 집 앞에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당근마켓은 직거래 방식으로 여타 플랫폼이 골머리를 앓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신뢰’ 문제를 해결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의 경우 연락처나 집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근처에서 거래 당사자 얼굴을 직접 보고 물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의 가장 큰 위험인 사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실제로 당근마켓에 따르면 전체 거래액의 10%는 이미 한 번 만났던 사람들끼리의 재거래다. 그만큼 사람들이 사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한 번이라도 만난 적 있는 ‘아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는 보통 전국 단위의 플랫폼에서 거래자가 재회할 확률이 거의 없는 것과 대비된다.

또 이같이 거래 당사자끼리 언제든 마주칠 수 있어 구조적으로 평판에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동네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는 사람들인 만큼 서로 매너를 지키게 되고, 피드백 하나하나도 더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다. 비매너 행동이나 물품의 하자를 속이는 일도 적은 편이다. 김용현 대표는 “거래를 하고 나면 후기를 쓰게 돼 있는데 부정적 후기의 비율이 0.7%로 1%가 채 안 된다. 다른 플랫폼과 비교는 힘들지만 99.3%가 긍정 후기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사기 치기 힘든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이 같은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낮춤으로써 기존 플랫폼과는 또 다른 시장 수요를 유발했다. 거래비용이란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비용, 거래 상대방과 협상하는 비용, 거래가 이뤄진 후 거래 내용을 실제 이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믿을 수 있는 이웃들로 구성된 당근마켓의 커뮤니티는 탐색 및 거래 이행과 관련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한정된 지역에서 ‘연결’이 가지는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거래 가격도 일반 중고 거래 플랫폼보다 약 30%가량 낮다.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품목을 정해놓고 다른 플랫폼과 일일이 비교 계산해본 결과라고 한다. “아무리 필요 없는 장난감이라 해도 우리 애가 쓰던 물건이 이상한 사람에게 가거나 버려지느니 누군가 잘 써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지 않나. 계속 가지고 있어봤자 쓰레기가 되는데 친근한 동네 아이에게 주고 잘 쓰는 걸 볼 때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과 뿌듯함이 분명 있다. 그렇기에 무료 나눔도 하고, 장터에서 가격을 굳이 높게 받으려 하지 않는다.” 김용현 대표의 말이다.

이용자의 신뢰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UX/UI를 만드는 데도 공을 들였다. ‘매너 온도’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은 거래 상대방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평판을 보여준다.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스타와 팬 사이의 친밀도를 온도계의 눈금으로 표시한 것을 벤치마킹한 이 매너 온도는 거래자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섭씨 0∼99도 계기판 위에 표시한다. 이 온도는 사람의 체온인 36.5도에서 출발해 좋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0.1도씩 올라가고, 거래 후기와 평가, 경고 및 징계, 신고 건수 등에 따라 오르내린다. 최근 1년 동안의 후기만 반영되며 평가 시점과 평가자에 따른 가중치도 다르게 부여된다.



“최신 평가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1년이 지난 평가는 온도에 반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과거에 매너가 좋았다 해서 지금도 좋다는 보장이 없고, 과거에 나빴다가도 지금은 뉘우치고 나아졌을 수도 있지 않나. 또 거래를 안 하면 자연히 매너 온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 활동할 유인을 주려는 의도도 있다. 마찬가지로 매너가 나쁜 구매자가 무작위로 판매자에게 퍼붓는 비방을 그대로 반영해 평판을 깎을 수는 없기에 평가자에 따라서도 가중치를 달리한다. 사람들이 확실히 매너 온도가 높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고, 이 온도를 99도까지 올리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김용현 대표)

정확한 평판이 신뢰로 이어지는 만큼 매너 온도의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공을 들였다. 고객들의 깨알 같은 피드백들을 반영해 매너 온도가 신뢰 수준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가령, 일부 고객들이 거래 후 비매너 평가를 하고 싶어도 상대가 바로 알아챌까 부담이 돼 솔직한 평가를 망설이게 된다고 토로하자, 비매너 평가는 당사자에게 바로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항목에 대해 여러 사람의 평가가 누적됐을 때 비로소 당사자에게도 알리고 매너 온도를 낮추기로 한 것이다. 평가자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다.

그리고 거래 당사자들이 약속을 잘 지키게끔 ‘너지(nudge)’를 줬다. 채팅창에서 서로 만남의 시간을 논의하면, 이를 인식해 알람을 설정해주고 거래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도 가했다. 다만 과거에는 일괄적으로 ‘약속시간을 2회 어기면 경고, 3회 어기면 징계’ 이런 식의 규칙을 뒀지만 이제는 참작 사유가 있을 경우 유동적으로 징계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가령, 한 달에 300번 거래하다 2번 정도 실수로 거래시간을 깜박한 헤비유저와 2번 거래하는 데 2번 다 약속을 어긴 사람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대 반경 6㎞, 땅따먹기 마케팅으로 영토 확장

당근마켓이 ‘최대 반경 6㎞’를 기준으로 산, 강 등을 피해서 동네를 나눴을 때 주변에서는 이처럼 거래 범위를 제한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만류했다. 무엇보다 물량 확보가 관건이었다. 가령, 중고나라에서 중고 아이폰을 찾으면 매물 200개가 검색되는데 당근마켓은 신생 플랫폼이니까 10개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물량이 적은 마당에 같은 동네 주민끼리만 매물을 볼 수 있게 지역을 쪼개놓으면 검색이 하나도 안 될 수도 있는 터였다. 거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이 때문에 지역 기반 서비스는 말도 안 된다며 말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고 김용현 대표는 회고했다.

회사 직원끼리도 과연 거래 지역을 좁히는 게 맞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뒤늦게라도 지역을 6㎞보다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네 제한을 푸는 순간 거래액은 쉽게 늘어나고 몸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보다는 동네 ‘연결’에 집중하려는 회사의 비전을 포기하는 순간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더 우세했다. 오히려 가능한 한 지역을 더 좁혀야 한다는 게 창업자들의 신념이었다. 단, 현실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의 경우 최대 15㎞까지 같은 동네로 묶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지방에서까지 6㎞ 기준을 고집하면 인구밀도가 너무 낮아 거래가 촉발되는 데 필요한 임계치 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국이 6500개로 쪼개지면서 동네를 하나하나씩 개척하기까지 마케팅 여정도 험난했다. 이제는 정읍, 속초, 통영 정도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당근마켓을 활용한 거래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지만 동네별로 침투해 거래를 활성화하기까지 1년 반∼2년 걸리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전국 단위 플랫폼에서는 판매자가 부산에 있고, 구매자가 대구에 있어도 서로 매칭이 된다. 그러나 지역 기반 플랫폼은 다르다. 부산 커뮤니티에서 거래가 일어나봤자 대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용현 대표는 “도시마다 한 땀 한 땀 다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 달 부산에서 서비스를 개시하고 구글, 페이스북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더라도 다음 달 대구에서 서비스를 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커뮤니티 안에서 입소문이 나고, 돈을 안 쓰고도 사용자가 자연 유입될 때까지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지난달에만 전국 52만 명의 가입자가 마케팅 없이 당근마켓으로 자연 유입되고 있지만 이렇게 전국에서 거래가 발생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육아용품을 활발히 거래하는 맘카페가 있는 곳들은 그나마 수월했다. 물꼬가 빨리 터진 부천시나 분당구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주부들이 많이 사는 곳, 특히 신도시에서는 한 번 맘들의 마음을 얻고 입소문을 타면 쉽사리 거래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주거지역이라고 해도 송파구처럼 맘카페 운영 정책과 승급 기준이 까다로워 홍보 글을 쉽게 못 올리는 지역들이라든지, 관악구처럼 1인 가구가 많고 주부가 적은 지역들의 경우 시장 진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도 수원처럼 인구가 빼곡히 밀집해 있어 잘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어렵사리 뚫은 지역도 있고, 강원도 원주처럼 뜻밖에도 빠르게 성장해 주간 방문자 수가 3만5000명에 이르는 지역도 있다.

이렇게 높은 진입 장벽과 싸우면서도 당근마켓은 거리 제한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비스가 궤도에 안착하면 범위를 2㎞ 내외로 더 좁힐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당근마켓의 사용자 한 사람이 하루 평균 보는 게시글의 수는 450개다. 전체 주간 게시물 수는 2016년 약 8000개에서 현재 82만 개로 100배나 늘었지만 사람이 하루에 볼 수 있는 양은 450개에서 크게 변한 적이 없다. 아무리 자주 구경하는 사람도 최대치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 분당구 등 거래가 활발한 지역들의 경우 일주일에 게시글이 3만 개, 하루 평균 약 4300개씩 올라온다. 하루에 볼 수 있는 양보다 게시글이 10배 이상 많다는 것은 범위를 더 좁히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진짜 동네 생활 플랫폼이 되려면 반경 6km도 너무 넓다.” (김용현 대표)


“단돈 만 원에 광고”동네 지라시의 롱테일 효과

‘성남시 백현동, 판교동/ 예상 광고 도달 수 1990∼2980명/ 7일간 예상 광고비 2만4830원’중고 거래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 당근마켓은 처음 의도대로 지역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겼다. 포털에 광고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에게 분명 미충족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2018년 1월부터 앱에 지역 광고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이런 지역 업체나 구인광고 수요는 벼룩시장, 교차로 등 생활 정보지나 메트로 같은 무가지가 수행하던 역할이었다. 그러나 점점 오프라인 매체의 영향력이 줄고 사람들의 시선이 물리적 경계가 없는 온라인 세계로 옮겨가면서 지역 특화형 광고가 종적을 감췄다.

온라인에서 지역 간 경계를 부활시킨 당근마켓은 바로 이 공백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떠올렸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적합한 온라인 매체가 없어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대표는 지역 소상공인이 단돈 만 원으로도 마치 중고물품 글을 올리듯 직접 지역 광고 글을 게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리고 40∼50대 자영업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UX/UI를 단순화했다. 군더더기는 모두 빼고 광고를 노출하고 싶은 동네와 노출 기간, 두 가지 사항만 체크하면 자동으로 예상 광고 도달 수와 광고비가 뜨도록 한 것이다. 카드를 등록해놓고 결제만 하면 광고가 즉시 앱에 노출된다.



김용현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근마켓에서 광고를 집행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편리한 UX/UI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대다수 소상공인이 40∼50대 아줌마나 아저씨들인데 이분들도 카카오택시는 부를 수 있지 않나. 이분들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포털에 광고하고 싶어도 어려워서 손조차 못 댄다. 페이스북도 1㎞ 단위로 광고할 수 있게 해주지만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CPA(판매액 기준 과금)인지, CPM(노출 기준 과금)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가 많고 절차가 복잡해 잘 못 쓰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비가 일주일에 한 동네당 얼마다’ ‘몇 명이 광고 봤다’ 이렇게 알려주면 곧바로 그 의미를 안다. 이렇게 누구나 당근마켓 광고주센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낮추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광고 영업 인력도 따로 두지 않는다. 일주일에 몇만 원인 광고비를 벌기 위해 일일이 동네 가게들을 찾아가 봤자 알바생들만 있어 사장을 만나기도 어렵고 가까스로 사장님을 만나도 잡상인 취급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에 당근마켓은 인건비도 안 나오는 광고 영업을 뛰기보다는 사장 스스로 원할 때 쓸 수 있고, 3분 만에 광고 결제까지 끝낼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당근마켓에서 동네 1곳에 일주일(7일)간 광고할 때 드는 돈은 만 원 안팎. 동네별 방문자 수에 따라 가격은 조금 다르다. 같은 성남시라도 주간 방문자 수가 많은 판교동(1328명)이나 백현동(1155명)에 광고를 내보내려면 테크노밸리(317명)에 내보낼 때보다는 조금 더 내야 한다. 이처럼 동네마다 다르긴 하지만 현재 광고주들이 당근마켓에서 평균적으로 집행하는 광고비는 일주일에 약 7만 원 정도다.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대표는 이런 서비스가 소액으로 광고하려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고 봤다. 양쪽 모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주민들에겐 지역 광고도 ‘정보’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령, 동네 네일케어 숍 또는 미용실 오픈이나 할인 프로모션, 이벤트 소식이 다른 동네 사람에게는 의미 없는 소음일 뿐이지만 동네 주민에게는 알짜 생활 팁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참여하는 광고주가 제한적이고 동네 업체 정보가 별로 없지만 당근마켓이 마케팅 플랫폼으로 정착되면 지역 상권 데이터도 더 의미 있는 정보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지역 광고 매출은 꾸준히 늘어 지난 1년9개월간 약 24배 뛰었다. 동네 학원, 헬스클럽, 과외 선생님, 부동산, 중고차 등 광고주 면면도 다양해지고 있다. 당근마켓 앱에서 동네별 타깃 광고를 하면 무작위로 전단지를 돌리거나 지역신문, 버스에 광고할 때보다 20배 넘는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용현 대표에 따르면 당근마켓 앱의 평균 광고 클릭률은 5%가 넘는다. 100명에게 광고가 노출되면 5명이 클릭해본다는 얘기다. 일반 배너광고 클릭률이 0.03%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배가 넘는 수치다.

전국 단위 광고와 비교하면 이런 지역 광고는 티끌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용현 대표는 ‘티끌 모아 태산’, 롱테일의 힘을 강조했다.

“아직 개인 맞춤형 광고가 아니라 무작위 광고인데도 클릭률이 상당히 높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우리 동네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본다는 의미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배달 가능한 지역 음식점 광고만으로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작년 말부터 네이버 플레이스도 동네 광고를 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며 지역 광고를 네이버 뉴스 하단에 노출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개발이 안 됐을 뿐 이 시장도 모이면 2조∼3조 원 규모로 금세 클 것이라 생각한다” (김용현 대표)


동네 품앗이, 커뮤니티 서비스의 부활

“오후에 강아지 주변 산책시켜 주실 분 계신가요?”
“동네 축구 동호회 참여하실 분∼”
“반찬 나눔 하고 싶습니다.”


최근 당근마켓은 강남, 분당, 제주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동네 생활’ 메뉴를 만들어 시범 운영 중이다. 그동안에는 내게 필요 없어진 물품을 원하는 동네 주민과 나누는 중고 거래가 중심이었다면, 이를 넘어 주민들의 정보와 시간, 재능 등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동네 누군가는 분명히 우리 집 강아지를 산책시켜주거나 우리 애를 2시간 동안 봐줄 수 있고, 축구 동호회에서 대신 뛰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몰라 맡기지 못할 뿐이다. 이런 이웃사촌들을 잘 연결하면 어마어마한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김용현 대표의 말이다.

당근마켓은 먼저 중고 거래로 지역별 사용자 기반을 넓힌 뒤 궁극적으로 동네의 모든 업체, 동네 모임 활동 관련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 생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동네 치과 어디가 좋은가요?” “지금 이마트 열었나요?” 등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정보가 올라오고 교환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아직까지는 중고 거래 외에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당근마켓이 가야 할 길이 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위치 기반으로 성공한 서비스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배달의민족 정도다. 그러나 당근마켓의 경우 이미 중고 거래 덕분에 동 단위로 사람들을 묶어놨기 때문에 커뮤니티 서비스 확장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동네별 사용자 DB라는 어마어마한 진입 장벽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근마켓의 중고 거래 게시판만 보더라도 이미 지역마다 사용자들의 독특한 문화나 색채가 형성돼 있다. 가령, 강남 서초구에서는 명품 가방과 구두가 많이 올라온다. 또 제주도의 경우 감귤이나 생선 등 각종 식자재부터 중고차, 가구 등이 많으며 바다를 건너는 운송비가 반영돼 물가가 비싸다.


DBR mini box II: 한국의 당근마켓과 미국의 넥스트도어



당근마켓이 생각하는 향후 경쟁 기업은 2010년 설립된 미국의 지역 기반 플랫폼 ‘넥스트도어(nextdoor)’다. 회사 이름부터 ‘이웃’을 뜻하는 넥스트도어는 비록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미국에서 반경 300∼500m의 작은 동네를 하나하나씩 뚫으며 시장을 개척 중이다. 이 회사도 당근마켓과 마찬가지로 주소 인증을 해야만 가입이 허용되고, 동네 사람끼리만 교류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일종의 ‘반상회’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주차장에서 핸드폰을 주웠다는 분실물 신고부터 부엌 후드가 고장 났는데 수리기사를 구한다는 도움 요청, 단지 앞 레스토랑의 할인 쿠폰에 이르는 사소한 지역 정보들이 오간다.

미국의 경우 주민들이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데다 땅은 크고 인구는 뿔뿔이 흩어져 있어 우리 ‘동네’, 이웃의 개념이 한국보다도 더 좁다. 조금만 떨어져도 차 없이는 만남이나 물물교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근마켓이 한국을 기준으로 설정한 ‘최대 반경 6㎞’보다도 동네 범위가 좁고 시장 진입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넥스트도어는 이런 어려움에도 작은 동네들을 어떻게든 연결하겠다는 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당근마켓의 3∼4배인 1200만 명으로 미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크진 않지만 당근마켓과 마찬가지로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비전이 일치한다. 넥스트도어는 현재 유럽 시장 진출을 도모 중이다.

“넥스트도어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시작해 중고 거래 등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고, 우리는 중고 거래로 시작해 커뮤니티 서비스로 확장하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 최근 받은 투자금도 이런 커뮤니티 서비스의 고도화와 글로벌 확장 등에 쓸 계획이다.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있고, 비전이 맞닿아 있기에 결국 만나지 않을까 싶다.”


당근마켓은 이처럼 중고 거래로 다진 입지를 바탕으로 동네 커뮤니티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내에서 아직 오프라인으로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거래를 온라인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배달 서비스는 물론이고 동사무소 주민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마을 직거래 장터, 아파트 부녀회에서 하는 에어컨 청소 공동 구매 등을 대체하겠다는 것.

“배달의민족은 음식만 배달하지만 사실 동네에서 배달할 수 있는 건 세탁물 등 얼마든지 많다. 또 아파트 부녀회 공동 구매처럼 당근마켓이 특정 생산지역과 특정 소비지역의 연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령, 어떤 과수원에서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특상급 감을 팔고 싶어 한다고 해보자. 우리는 한 박스당 7만 원을 호가하는 특상급 감을 살 만한 소득 수준의 단지, 즉 강남이나 송파 주민들을 타깃으로 삼아 단체 배송을 해줄 수 있다. 이렇게 한 번에 대량으로 실어 나르면 배송비가 절약돼 주민들은 싱싱한 과일을 싼값에 먹을 수 있다. 에어컨 청소 공동 구매 같은 경우도 판매자와 소비자를 잘 연결하면 청소 도우미들은 특정 단지 안에서만 돌면 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동선을 짤 수 있고, 주민들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용현 대표)

아직은 동네 생활 메뉴에 생활 정보가 중구난방으로 올라와 정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제별로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당근마켓의 설명이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자연히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지금도 인테리어 등 특정 주제를 ‘팔로우’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제별 팔로워가 일정 수를 넘어서면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팔로워끼리만 글을 공유하도록 하고, 연결의 강도와 소속감을 키워야 끈끈한 소모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나와 비슷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뭉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그리고 맘카페를 비롯해 모든 사교 클럽에는 가입조건이 있고 어느 정도 지속적인 활동을 해야 글을 올리는 권한을 주고 클럽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준다. 동네 생활은 이런 모임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당근마켓의 타깃 이용자는 ‘25세에서 55세까지의 여성’이다. 아무래도 동네 관련 정보는 여성들이 빠삭하게 꿰고 있고, 남성들은 배우자나 여자 친구 등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주도하는 여성들을 사로잡아야만 동네 소식이 빠르게 모이고 퍼질 수 있다. 당근마켓은 동네별로 이 타깃 인구의 절반 정도를 사용자로 끌어들이면 충분히 이와 같은 ‘연결’ 비즈니스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로만 한정했을 때 이 인구는 약 500만 명, 전체 남한 인구의 10%에 육박한다. 타깃 인구수 대비 가입자 수를 나타내는 침투율을 보면 서울은 26% 정도고, 제주도는 69%다. 당근마켓은 이렇게 지역마다 침투해 2년간 약 1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울러 2019년 말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한다. 최근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네이버 라인의 중고 거래 앱 ‘GET IT(겟 잇)’의 경우 2018년 12월 베트남에서 출시된 지 1년도 채 안 돼 월간 순이용자 수 100만(MAU)을 확보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당근마켓과 똑같은 메인 화면, 동네 인증 화면, 동네 범위 설정 화면 등의 기능을 가진 ‘겟 잇’의 인기는 역설적으로 당근마켓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동남아의 경우 사람들의 모바일 이용이 활발하고, 인구밀도도 높고, 한국과 문화적으로 친숙해 시장의 이질감이 덜하다. 따라서 비교적 시장 기회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용현 대표는 “연결에 대한 욕구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동네에서 내가 가진 필요 없는 물건을 팔고, 동네 사람과 정보를 교환하고, 동네에 있는 가게를 찾는 품앗이는 베트남, 일본, 프랑스, 미국 등에도 보이는 인간 공통의 행동 패턴이다. 이 때문에 굳이 한국에서만 사업을 할 이유는 없음므로 글로벌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DBR mini box III: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현대인이 느끼는 가장 큰 위협은 불확실성에 따르는 불안이다. 온라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 못지않게 온라인에서 겪는 불확실성, 이로 인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의 무한한 확장성은 그 혜택도 크지만 역으로 위협도 키웠다.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커진다는 것은 잘 쓰이면 힘이 되지만 잘못 쓰이면 대단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경계가 허물어진 사이버 세상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 다양성이 보장되는 공간이지만 가짜와 사기가 판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저신뢰’의 위험으로 인해 등 돌리는 이들도 있다.

국경 없는 글로벌화의 역풍으로 최근 자국, 인근 공동체 기반의 보호적 로컬리즘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역에서는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 커뮤니티 기반 공동체 생활과 행복 찾기, 지역 재생과 로컬마켓의 부활 등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역행적 마이크로 트렌드가 쉽게 눈에 띈다. ‘너무 나간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사회 곳곳에서 너무 지나치게 개방, 확장된 것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면서 작은 사회 지향, 시공간의 한정성을 적용하는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의 획일적인 개방과 확대 기조, 여기에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세상은 유례없는 확장성을 경험하고 있다. 초연결 시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요즘 시대에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이 피로감을 느낀다. 무한한 확장성을 좇는 과정에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역효과로 나타나다 보니 다시 작은 세상으로 돌아가려는 회귀 본능이 작동하는 셈이다. 이러한 사회 트렌드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대처하는 기업들이 최근 떠오르고 있다. 무조건적 연결로 거대 사이즈를 지향하는 그동안의 플랫폼 비즈니스에 역행해 양보다는 질을 찾는 당근마켓도 그중 하나다. 당근마켓은 익명성과 확장성이라는 그동안의 게임의 룰에 반하는 역발상적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몇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그 시사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우회적 접근과 실행우선주의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와 똑같은 전략으로 맞대결 구도를 만드는 정면전략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정면전을 피해서 다른 길로 가는 우회 접근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기반이 약한 중소업체에 더욱 필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통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게다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용기까지 요구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 경쟁은 비용 기반의 가격, 수수료 싸움이다. 정면전이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출혈 경쟁이다 보니 레드오션, 치킨게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를 피하는 우회 접근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나 있는 쉬운 길이 아니고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반대 방향의 접근이 예가 될 수 있다. 당근마켓의 경우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달리 개방보다는 제한, 규모보다는 안전이라는 반대 접근을 했다. 이러한 반대 접근을 위한 우회로 건설에는 많은 인내와 희생이 따른다. 성공을 위한 쉬운 길은 없다. 운이 좋아 쉬운 길을 찾았더라도 롱런은 어렵다.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면 위험 감수라는 희생이 따르는 새 길, 우회로 건설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생각이나 말만 많고,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이처럼 따지기 좋아하는 유형을 심리학에서는 평가우선주의(assessment mode)라고 한다. 반면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보자는 유형은 실행우선주의(locomotion mode)라 불린다. 새로운 발명과 혁신으로 추앙받고 산업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와 리딩 기업에는 평가보다는 실행우선주의가 많다. 기술이 평준화돼 파괴적 혁신 외의 방법이 없는 요즘 시대에, 묻고 따지기만 하다 시간만 흘려보내고 기회를 놓치는 평가우선주의보다는 위험과 실패가 따르더라도 기꺼이 감수하는 실험 정신의 실행우선주의가 더 요구된다.

한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유교 사상의 영향이 남아 있는 동양의 경우 세세하게 따지면서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평가주의가 강한 반면 서양은 실행주의가 강하다. 우리나라 기업이라면 혹시 조직 전반에 만연한 평가중심주의가 신사업, 혁신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나이키에는 레전드급 브랜드 슬로건이 있다. ‘JUST DO IT’인데, 묻고 따지는 평가보다는 발 빠른 실행을 강조하는 의미다. 파괴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요즘, 그리고 미래 세상에 요구되는 문구다. 당근마켓도 평가 우선이라는 과거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지금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실행 우선 기업이 됐다고 볼 수 있다.


2. ‘작지만 강한’ 한정의 힘
마케팅을 하다 보면 개방과 한정의 선택지를 자주 만나게 된다. 보다 많은 고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고 경계를 허무는 전략을 택할 것인가, 조건과 자격을 만들어 고객 범위에 제한을 둘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전자는 질적 하락을 감수하면서 범용성을 기반으로 조기에 대량 시장을 형성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후자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제한성을 바탕으로 소속감과 안정성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기업의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시장을 만들고 크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매스마케팅, 즉 많을수록 좋다는 양적 마케팅에 초점을 많이 뒀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사회의 고도화로 인해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질에 관심을 두는 마케팅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울타리를 치고 제한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리미티드 마케팅이 사회 변화와 함께 트렌드로 부상했다. 최근 들어 폐쇄형 모임이나 동호회, 살롱도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제품에서도 리미티드 에디션, 즉 한정품 마케팅이 사치재뿐 아니라 일상 범용재에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확행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작지만 강한 스몰 문화가 의미 없이 크기만 한 거대 문화에 대한 역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의 핵심은 사이즈가 아니라 응집성이다. 사이즈에 이끌려 들어왔지만 내실 없는 공허함에 발길을 돌려 작지만 응집성 강한 데를 찾아 나선다. 특히 X세대로부터 시작해 밀레니얼세대, Z세대로 이어지는 자기중심형 가치지향 세대에게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사회심리학에 한정효과(unavailability effect)라는 것이 있다. 한정이 일어나면 주목을 끌고 긍정적 태도가 생기는데, 그 기저에는 여러 가지 설득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신뢰 기반의 고품질 지각이다. 수량, 시간, 지역, 자격 등에 한정이 생기면 묘한 매력이 일어난다. ‘도대체 뭐가 있기에 한정이지?’ 하면서 그 대상에 대한 관심, 기대, 신뢰가 올라간다. 한정이라는 그 자체가 존재감을 알리는 시그널링이다. 안심하고 믿고 들어와 참여라는 재촉의 의미가 담겨 있다. 벽을 치면서 그룹을 만드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 효과’라 할 수 있다. 대단한 응집성이 생기고 방어, 수호를 위해 집단행동을 하고,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상징적 행위들이 자발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이나 미국 프로야구의 응집성은 지역 한정 전략이 통한 대표적 사례다. 당근마켓 또한 지역 제한을 통해 한정효과를 누리고 있고 앞으로 더 진화된 효과가 기대된다.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사용자 간 돈독함을 키우면서 더 많은 지역적 참여가 일어날 것이고 로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밀착형 파생사업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한 연결보다 한정 연결이 주는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과 함께 스몰문화가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소소한 거래를 통해 이웃과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고, 거래를 뛰어넘어 신뢰 기반의 지역민 정보 공유와 가치 창출을 도우려는 당근마켓의 혜안은 분명 미래 시대를 앞서 내다본 것이다.


3. 재미와 몰입을 유발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아무리 기능적으로 좋은 것을 만들었더라도 감성적 재미가 없으면 외면받는다. 소비심리학에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혜택을 실용(utilitarian)과 쾌락(hedonic)으로 구분한다. 둘 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정 반영돼야 하는 요소다. 너무 실용적이기만 해도, 너무 쾌락적이기만 해도 문제가 된다. 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한데 굳이 중요도를 매기라면 쾌락적 요소, 즉 감성적 재미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실용성이 주로 이성적 판단을 이끈다면 쾌락적 재미는 행동을 촉발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있거나 나도 모르게 계속 클릭하고 있다면 쾌락적 즐거움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쾌락적 즐거움, 재미를 창출하는 가장 대표적 수단은 바로 게임이다. 게임의 요체는 경쟁과 성취감 획득이다. 혼자 하면 재미가 없지만 상대가 나타나면 경쟁이 생기고, 이기려는 본능이 몰입감과 성취감을 만들어낸다. 플랫폼이나 콘텐츠에 게임적 요소를 반영하는 것을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의 몰입도를 높이고 성취감 획득에 재방문 의향이 커지게 된다. 빠져듦, 중독이라는 말이 이때 생겨나게 된다.

당근마켓은 게임적 요소를 잘 반영하고 있다. 직거래다 보니 운을 찾고 만나게 되는 게임 성격을 지닌 데다 여느 앱과 달리 지역 기반의 신뢰성 높은 쿨매가 많아 낚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누가 채가기 전에 먼저 득템하는 기분은 묘한 경쟁심과 성취감으로 설명된다. 일상 생업 속에서 성취감을 누리기 힘든 시대에 이런 게임적 요소를 통한 성취감 실현은 소소한 즐거움을 만들어 낸다. 거래자의 신뢰를 시그널링하는 매너 온도 제도도 경쟁심과 아울러 성취감 추구를 자극한다. 온도 관리라는 게임적 요소는 플랫폼에 지속적 관심과 재방문을 이끌고 자신과 그 플랫폼을 동일시하는 연결 효과를 창출한다. 온도가 마치 자신의 얼굴과 같기에 평소 외모 관리처럼 앱 속에서 매너온도 관리에 집중하게 된다.


4. 복잡다단할수록 쉽고, 가볍게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겨난 복잡다단한 온라인 초연결은 두 가지 불안감을 야기한다. 첫 번째는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불안감이고, 두 번째는 많은 대안 속에서 극대화를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첫 번째 이슈에 대해서는 여러 단계의 인증, 보호, 안심 절차로 대응을 한다. 두 번째 이슈에 대해서는 여러 단계의 정교, 전문화된 선택 과정을 통해 대응을 한다. 둘 다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일으킨다. 이는 ‘디지털 피로감’으로도 표현된다. 이처럼 익명성을 기반으로 개방된 온라인 세상은 사람들에게 가짜와 사기를 분별해야만 하도록 강요한다. 비슷해 보이는 제품들이 차고 넘치다 보니 최상의 것을 선택하기 위해 전문화, 정교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탄생한 인터넷, 모바일의 디지털 세상이 오히려 복잡하고, 어렵고, 무겁게 한다.

당근마켓의 거리 제한과 지역 광고 플랫폼은 복잡한 시대에 쉽고, 가볍게 가도록 도와준다. 지역, 동네 기반은 플랫폼 자체에 높은 신뢰가 내재돼 있기에 저신뢰에 따르는 보호, 인증의 노력을 생략하게 한다. ‘동네 주민 효과’라 할 수 있다. 가까운 이웃과의 거래이기 때문에 접근이 쉽고 신뢰를 확인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줄여주기에 인지적 자원의 낭비가 적다. 또한 동네와 기간만 입력하면 도달 수와 광고비가 뜨고 결제도 바로 앱으로 가능케 하는 지역 광고 플랫폼은 광고를 어렵고,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고, 가볍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많은 전문화된 선택지 속에서 어떻게 조합하고 최적의 선택을 만들어 낼지 고민하기보다는 쉽고 빠른 시스템을 통해 실행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지역 기반의 일반인, 영세업자에게는 어려운 분석이나 평가보다 쉬운 실행이 우선이다.

많은 기업은 분석과 평가에 매몰돼 불필요한 시간, 노력, 자원 낭비를 하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분석과 평가에 너무 매몰되면 과정과 시스템, 구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지고 무거워진다. 수단인 분석과 평가가 목적이 돼 시스템 전반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쉬운 실행이 기업 내부나 바깥 고객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필자소개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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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뷰티 인플루언서 양성 MCN ‘레페리’의 시장 전략

브랜드 협찬 콘텐츠의 생명은 ‘진정성’
멀리 보고 신뢰 쌓으니 고객들이 몰렸다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인 미디어 시대의 도래 및 인플루언서 영향력 증대로 여러 MCN이 등장했지만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 및 수익 창출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생태계적 발전 모델과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레페리(Leferi)를 분석해 그 시사점을 살펴보면 3가지로 요약된다.

1. 뷰티 분야에 집중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면서 이들과의 공동 성장에 주목

2. 데이터 기반 BBPI(Beauty Brand Power Index)를 개발해 크리에이터와 고객사 전략 수립에 방향성 제공

3. 크리에이터 육성-매니지먼트-공동 마케팅-공동 커머스라는 차별화된 시스템 구축



편집자주
이 원고는 필자들이 서비스마케팅저널(2020년 Vol 13, no.1)에 실은 논문 내용에서 일부 발췌, 재정리했습니다.

지난 6월 말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는 신제품인 네오쿠션을 론칭하면서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유튜브 라이브 마켓을 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1시간 만에 준비한 수량 2000개를 모두 팔았다. 동시 접속자도 1만3000여 명을 기록하면서 팬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에서 레오제이는 직접 제품을 시현해보고 특장점을 소개하며 소비자들과 실시간 대화를 진행하며 상품을 판매했다. 방송 중에는 “믿고 쓰는 레오제이 추천템” “레오제이 극찬템에 신뢰가 간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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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뷰티 시장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어떤 브랜드를 추천하느냐에 따라 해당 제품의 판매량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뷰티 브랜드들은 자연스럽게 이들 뷰티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에 혈안이다. 최근 뷰티 크리에이터 김습습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디퍼런트’와 손잡고 선보인 비타A크림 라인 컬래버레이션 영상은 조회 수 100만을 기록했고 공식 온라인 몰에서 약 5만 개가 판매되면서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재입고 물량까지 사전 주문 폭주로 완판되면서 해당 제품은 ‘김습습 크림’이란 애칭도 얻었다.

이렇듯 뷰티 인플루언서의 팬덤과 영향력을 활용한 뷰티 브랜드들의 마케팅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 컬래버레이션을 넘어서 아예 뷰티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들이 속한 MCN(Multi Channel Networks) 업체들이 소비자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MCN 전성 시대

2018년에 발표된 한 연구1 에 따르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에 있어 새로운 ‘3자 보증자(third party endorsor)’로 부상하면서 그 영향력이 커졌다. 또한 2017년 영국 노섬브리아대 엘미라 드자파로바(Elmira Djafarova)와 클로에 러시워스(Chloe Rushworth)2 의 연구에 따르면 연예인 같은 유명인보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가 더 높고 구매 결정에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플루언서의 등장과 콘텐츠 생태계의 발전은 새로운 기회와 산업 육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1인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고 출연시키는 MCN 업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MCN은 크리에이터들을 육성하고 인플루언서의 광고 유치, 콘텐츠 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마케팅은 잠재 고객과 견고한 관계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디지털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다이아TV, 트레져헌터, 샌드박스네트워크, 레페리 등에서 MCN 서비스 활동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에이터를 발굴, 양성하고 인플루언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MCN 성장 뒷면엔 위기

MCN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을 돕고,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급하고, 여기서 발생된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 MCN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현재 레페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MCN사는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매출 발생 시 인플루언서 위주로 수익이 배분되고, 광고 및 협찬 등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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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MCN이 일부 톱 크리에이터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등의 사업 방식은 투자 유치 이후에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3 또 MCN의 주요 매출은 광고지만 유튜브의 예를 들면 MCN사와 크리에이터는 매출 총액의 55%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서로 배분하게 된다. 이때 통상 크리에이터가 총수익의 38.5%를 가져가고 MCN의 몫은 16.5%에 그친다.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높아지면 그 비율 격차가 최대 8대2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4 즉, 크리에이터가 영향력이 더 큰 인플루언서가 되면 될수록 MCN의 수익률은 낮아진다는 뜻이 된다.

한편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유행하면서 인플루언서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의심과 함께 상업적 논란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인플루언서가 광고나 협찬을 통한 콘텐츠 제작에서 제품에 대한 지나친 과장 표현은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5

해외 MCN들의 경우 이미 심각한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한때 잘나가던 디파이미디어(Defy media)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광고 수익에만 매달리다 결국 2018년에 파산했다.6 또한 미국 1위 MCN이면서 6만 명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했던 메이커스튜디오 역시 큰 기대를 모으며 디즈니에 인수됐으나 기대 이하의 사업 성과를 보이며 현재는 디즈니의 작은 부서 정도로 전락했다.7

이런 상황에서 국내 뷰티 MCN 업체 중 대표 격인 레페리(Leferi)는 MCN 산업의 한계점을 빨리 파악해 미리 다양한 사업 다각화를 지향해왔고, 그 결과 재무제표상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레페리는 창업 6년 만인 2018년에 매출 102억 원을 기록하면서 MCN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레페리 차별화①_
진정성, 그리고 공동 성장

레페리는 2013년 창립한 MCN 서비스 회사로, 2015년 ‘레페리 뷰티 엔터테인먼트’ 공식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MCN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약 280여 명의 파워 뷰티 크리에이터를 보유하며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뷰티 분야의 전문 크리에이터 양성 시스템을 통해 현재까지 약 8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육성, 이들의 1인 창작 영상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레페리는 해외 유수 MCN 업체가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 수익 다각화에 노력해왔다.

레페리가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크리에이터 육성에 있다. 이는 단순히 크리에이터와 매니지먼트사의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서로 간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레페리는 크리에이터를 한 명 키우기 위한 비용과 시간을 회사가 모두 부담하고 있으며, 특히 영상 콘텐츠의 기획부터 실제 제작 편집 역량 등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하는 필수 역량을 교육하고 있다. 레페리는 특히 사업 초기부터 뷰티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뷰티 제품의 시장 규모가 큰 이유도 있지만 언어적 제약이 덜 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 뷰티 콘텐츠는 시각적 이해와 가치가 높아 굳이 자막을 달지 않아도 수월하게 해외 시청자들을 유입할 수 있다.

현재 레페리는 국내 MCN 기업 중 가장 많은 수의 뷰티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브랜드 협찬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레페리가 타 회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진정성’이다. 2019년 발표된 관련 연구8 에 따르면 인플루언서의 경제적 보상 지각 여부는 뷰티 상품의 마케팅 효과를 낮추고, 광고 홍보의 진정성을 상실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유튜버들이 PPL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른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레페리는 MCN 사업 초기부터 특정 브랜드 광고주가 독점적으로 광고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크리에이터에게 의뢰해 제작하는 광고용 콘텐츠 노출을 거부했다. 이러한 방침은 초기 매출 부진을 가져왔지만 크리에이터의 진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 장기적인 수익과 흑자 전환이라는 효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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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페리 차별화②_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MCN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콘텐츠 기획이나 소비자 트렌드 등과 관련한 유의미한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크리에이터 채널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정밀한 타깃형 콘텐츠를 기획하고, 브랜드와의 협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레페리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에 대한 방대한 지식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브랜드 콘텐츠를 기획, 조율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약 500여 개의 국내외 유명 뷰티 브랜드와 50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단순 컬래버레이션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뷰티 디지털 IMC 솔루션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했다.

특히 레페리는 지난 2015년 레페리 데이터연구소(데이터랩)를 유튜브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원인과 결과에 대한 합리적 추론에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개소했고 2016년 정보통신과학부로부터 사내 부설연구소 인증을 받았다.

레페리 데이터랩은 방대한 Ultra Wide View 데이터 분석으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솔루션을 직접 연구 및 해석해 가공하는 전문성을 확보했다. 유튜브 Ultra Wide View 데이터에 대한 예시는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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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페리 뷰티 데이터 연구소는 모두가 구독자 수, 조회 수, 좋아요 수 등에 집착할 때 원인과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현상 데이터와 원인 해석에 주목했다. ‘우리 제품을 리뷰한 크리에이터는 몇 명이고, 어떤 특성을 좋아하는 걸까?’ ‘우리 브랜드를 추천하는 크리에이터가 전 분기 대비 늘었을까?’ ‘경쟁사 브랜드 대비 우리 브랜드가 더 인기 있는가?’ ‘왜 이 크리에이터는 우리 브랜드를 추천하지 않을까?’ 등 본질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BBPI(Beauty Brand Power Index, 뷰티 브랜드 파워 지수)다. BBPI는 크리에이터 사이에서의 브랜드 인기도, 크리에이터의 브랜드 애정도, 커뮤니케이션되는 제품의 다양성, 시청자의 콘텐츠 관심도/콘텐츠 선호도/콘텐츠 반응도/콘텐츠 공감도,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접점 규모 등 8가지 변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는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마케팅-커머스의 기반 요소가 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체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레페리 뷰티 데이터 연구소가 만든 BBPI는 유튜브 마케팅 분야에서 업계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리포트이자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간의 애착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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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BBPI는 뷰티 데이터 연구소에서 뷰티 브랜드의 유튜브 내 영향력과 트렌드를 분석하는 지표로 영상 콘텐츠 내에서 브랜드와 제품의 노출 빈도를 월 단위 분석을 통해 리포트로 작성된다. 매월 연구원들의 100% 전수조사 방식으로 데이터가 추출, 분석, 가공되며 월 약 400여 명의 뷰티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1만4000여 건의 콘텐츠를 시청하고 분석하고 있다. BBPI의 리포트는 [그림 2]와 같은 형태로 제공된다.

BBPI는 단순한 트렌드 분석 자료와 뷰티 크리에이터 육성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레페리의 BBPI 자료들은 다수의 코스메틱 브랜드에도 공급되면서 뷰티 시장의 신상품 기획 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레페리 차별화③_
새로운 가치사슬과 생태계 구축

레페리는 국내 최초 뷰티 크리에이터가 제조에 참여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슈레피(surepi)’를 론칭해 커머스까지 진출했다. 이 점은 많은 MCN 모델 중 레페리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즉, 레페리는 MCN 중 유일하게 인플루언서 육성-매니지먼트-마케팅-커머스까지를 한 번에 실현할 수 있는 레페리만의 인플루언서 가치사슬(Influencer Value Chain)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많은 MCN 중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게 한 원동력이 됐고, 장기적으로 크리에이터와 공존하고 공동 발전하는 생태계적 발전도 추구하고 있다.

레페리는 제품 기획에서부터 인플루언서의 참여와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플루언서가 프로슈머(Prosumer)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슈레피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단순히 메이크업을 알려주고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국내 최초로 뷰티 크리에이터가 제품 기획 및 제조에 직접 참여하는 브랜드로, 한 제품당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뮤즈로 매칭돼 있다. 수천, 수백 가지의 화장품을 사용해본 뷰티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니즈와 시청자들의 리얼 보이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화장품에 대한 ‘영감’과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레페리의 데이터 연구소와 슈레피 상품기획팀에서 완벽하게 가공해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현재까지 레페리 소속 크리에이터 ‘유나’ ‘레오제이’ ‘미아’ ‘고밤지’ 등과 함께 슈레피 PB 상품 개발과 더불어 AHC, 에뛰드, 세포라 등 대형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해 약 25여 개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매 분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 컬래버레이션 사례로 레페리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 레오제이와 세포라가 협업해 진행한 겟리드오프팩, 에바와 AHC가 협업한 클루시브 크림 등이 있다.

레페리는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코스메틱 쇼롬인 ‘레코드(Leco_de)’를 선보이기도 했다. 레코드는 이너뷰티와 카페를 결합한 ‘뷰티 스페이스’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사거리에 위치한 레페리 본사 1층에 있다. 일반인들에게 오픈된 이 공간에서 대중들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 제품부터 올리브영에도 없는 신제품까지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손쉽게 체험해 볼 수 있으며, 뷰티 클래스 및 팝업스토어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브랜드와 뷰티크리에이터, 소비자 간 상호 소통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복합적 오프라인 경험 공간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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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해야 할 과제들

종합적으로 볼 때 레페리는 다양한 콘텐츠 분야 중 뷰티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했고, 크리에이터 육성과 공동 발전 지향, 공동 브랜드 론칭, 커머스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레페리만의 차별화된 인플루언서 가치사슬을 만들었다.

앞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MCN 산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자 대상 진정성 유지와 인플루언서 육성, 마케팅, 커머스 등에 있어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레페리의 사례는 MCN 산업에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안정적으로 성장해온 레페리에도 도전 과제들이 많다. 현재 코로나19 사태 등 혹독한 대내외적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또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시대 변화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커머스 사업 경쟁력도 더 고도화해야 하고,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많은 투자비용이 발생하기도 할 것이다. 다행인 점은 레페리는 현재 독자층과 인플루언서들이 점차 시간이 지나고 연령 증대에 따라 뷰티에서 자연스럽게 이너 뷰티, 육아, 인테리어, 푸드, 반려동물, 생활용품, 홈피트니스 등으로의 관심이 변화될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레페리는 시대와 트렌드 변화, 고객과 인플루언서 변화 등에 대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가치사슬 고도화를 시도함으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계(팬덤)를 유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DBR이 여러분의 기고를 기다립니다

DBR은 독자 여러분들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케이스 스터디 형태로 직접 기고할 수 있는 ‘DBR 브리프 케이스(DBR Brief-Case)’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실무자, 전체 전략을 수립/진두지휘하고 있는 고위 임원, 컨설팅•자문 등을 통해 해당 사업을 면밀히 지켜봐 온 학계 및 컨설팅 관계자 등 전문 영역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애쓰는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원고는 dbr@donga.com 으로 보내주시면 심사 및 편집진의 윤문을 거쳐 DBR에 게재됩니다. DBR 독자들과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나누면서 국내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본 신규 코너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고진용 창의와탐구 차장•경영학 박사 949596@hanmai.net
고진용 차장은 ㈜창의와탐구 와이즈만 영재교육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영업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감정•정서가 특이소비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온라인 마케팅에서의 신규 매체와 디지털 마케팅의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정언용 인터비즈 사업팀장•경영학 박사 happyjay@donga.com
정언용 팀장은 네이버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인터비즈에서 디지털 마케팅, 신사업, 사업 제휴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디지털 마케팅과 광고, 디지털 소비자 행동,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의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초보 개발 팀장의 1년 회고 -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한 노력들(https://zzsza.github.io/diary/2020/04/26/novice-leader-retrospect/#%ED%8C%80%EC%9E%A5%EC%9D%80-%EC%96%B4%EB%96%A4-%EC%82%AC%EB%9E%8C%EC%9D%B8%EA%B0%80)

26 Apr 2020 in Diary on diary

 

  • 초보 개발 팀장(정확히는 데이터 팀장)이 1년간 겪은 내용을 회고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 팀장의 업무,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한 노력들, 팀장 하며 느낀 점, 다양한 읽은 자료에 대해 작성했습니다

목차


어쩌다 팀장이

  • 연차가 쌓이면 팀장(매니저)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연차가 꼭 쌓여야 팀장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다르고, 내가 있는 업계는 시니어가 많이 없는 편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팀장 역할을 제안받았다
    • 약간의 고민 끝에 팀장 제안을 수락했고, 그 이후 1년이 지났다. 팀장이 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고민하고 노력한 내용을 정리한다
    • 굳이 나눌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여러 팀을 담당한 시기도 있고, 테크 리드와 피플 매니징 역할을 혼합해서 했던 시기도 있고, 많은 사람의 피플 매니징을 집중으로 하는 시기도 있었다. 신경써야 되는 부분이 상황마다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주어진 역할에 따라 집중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 난 어떤 사람이었는가
    •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어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을 고등학교 때 읽었던 기억이 있다
    • 대학생 광고 동아리 애드파워에서 디자인부장을 하며 “어떻게 사람들을 잘 이끌고, 지각을 안하도록 어떻게 유도할까?” 등을 자주 고민했다
      • 동아리에선 나보다 더 활발한 친구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나는 활발함과 거리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들어줬다
      •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 경험으로, 그 이후에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공감했다
    • 데이터 분석가 신입 시절엔 나의 성장에 집중하느라 사람들과 대화를 거의 못했고, 첫 회사 퇴사 이후부터 내가 경험한 내용을 블로그나 강의를 통해 알렸다
      • 현 회사로 이직하고, 신입이 아닌 미들 혹은 시니어 역할을 하며 동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동료들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 이 글은 팀장 역할을 회고할 겸, 혹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싶은 마음에 작성한다. 고민하며 읽은 다양한 자료는 글 맨 아래에 작성했다. 이 글이 진리는 아니고, 이런 경험을 한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팀장은 어떤 사람인가?

  • 팀장은 팀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 팀이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사람, 팀을 서포트하는 사람이다. 관리자, 매니저라는 표현으로 불리기도 한다
  • 팀에서 하는 업무를 책임지고, 의사 결정하는 역할이다
    • 직접 업무를 할 수도 있지만, 팀원들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 업무를 많이 한다.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환경도 마련한다
    • 또한 중간 관리자다. 팀원들과 임원(또는 CTO)을 연결하는 역할이다
  • 팀원들을 매니징하는 역할이다
    • 임원과 팀원 모두를 잘 이해해야 한다
  • 테크 리드
    • 주로 기술 개발에 힘 쓰는 역할이다. 팀장 역할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 시니어 개발자가 개발팀 리드할 경우 테크 리드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소규모 인원을 이끄는 편이다
    • 모든 개발자가 시니어 수준이 되면 맡을 수 있는 몇 가지 책무로, 개발자 관리 역할을 포함할 수도 안 할수도 있다
    • 정확한 정의는 회사마다 모두 다르다




 

팀장의 업무

  • 팀장을 하며 했던 일을 되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선 간단히 목록만 작성하고, 밑에서 각 업무별로 자세히 작성한다.
  • 1) 팀 업무 진행
    • 일감 분배
    • 일정 관리
    • 의사 결정
    • 목표 관리
  • 2) 임원과 팀원의 중간 커뮤니케이션
  • 3) 팀원 1:1 면담
  • 4) 팀원 성장시키기
  • 5) 채용
  • 6) 평가
  • 7) 팀 생산성 개선
    • 팀 문화 만들기
    • 팀워크 개선
  • 8) 외부 커뮤니케이션
  • 9) 퇴사하는 팀원 배웅하기

 

1) 팀 업무 진행

  • 팀장이 되면 개인에게 할당되는 업무만 신경 쓰는게 아닌, 팀원들의 진행 상황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
    • 어떤 직군의 팀장이냐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업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경우엔(개발) 특히 중요하다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상황, 언제 끝날지, 어떤 결과가 나오고, 그 이후 어떤 행동을 할지 등을 주로 파악한다
  • 특정 Task를 해야하는 경우 팀원 중 누가 그 Task를 잘할 수 있는지, 그 팀원이 추가로 투입할 리소스가 있는지 등도 같이 파악한다
    • 필요하다면 팀원의 상황에 맞게 일정을 조정한다
    • 팀원들이 모두 리소스가 부족할 경우, 직접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 팀원이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경우, 팀장이 대신 의사 결정한다
  • 목표 관리
    • 대부분 회사는 연초 또는 분기별 목표(KPI)를 정한다. 팀의 KPI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 또한 진행하고 있는 Task를 잘 측정하기 위한 Metric을 고민하고, Task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2) 임원과 팀원의 중간자 역할

  • 팀장을 중간 관리자로 표현하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임원(혹은 CTO)과 팀원들의 중간자 역할을 한다
    • 팀에서 진행한 업무를 토대로 임원에게 전달한다
  • 팀원들이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임원에게 건의해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3) 팀원 1:1 면담

  • 팀장의 업무 중 제일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사람이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팀원들을 잘 이해해야 한다
    • 팀원을 잘 이해하기 1:1 면담을 하며, 아래와 같은 내용을 파악한다
      • 달마다 팀원의 감정선 변화 확인
      • 심리적 안전감은 어떤지
      • 요새 고민은 있는지
      • 어떤 커리어를 꿈꾸고 있는지
      • 어떤 업무에 재능이 있는지
    • 팀원의 성향과 욕구를 파악한다
      • 팀원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팀원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등을 대화하며 발굴한다. 보통 신입의 경우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이런 것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때요?” 등을 이야기한다
    • 이 성향과 욕구가 발현되면 Task와 잘 연결해준다. 욕구를 모두 반영할 순 없지만, 최대한 성향과 욕구를 반영해 업무를 배정해준다
      • 예를 들어 머신러닝 모델링 업무에 집중하고 싶은 팀원에겐 모델링 업무 위주로 주고, 데이터 시각화 업무의 강점을 가지려는 팀원에겐 데이터 시각화 업무를 준다
  • 고정된 시간을 매달(혹은 매주) 잡는 것이 좋고, 시간은 30분~60분 정도를 추천한다



4) 팀원 성장시키기

  • 면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팀원을 성장시킨다
    • 성장을 왜 해야하는지, 성장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등을 말해준다
    •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팀원에게 강압적으로 공부해! 라고 하는것보다, 자연스런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공부하도록 도와준다
  • 팀장이 가지고 있는 업무 노하우를 전달하거나, 필요한 경우 같이 공부한다
  • 팀원의 성장이 곧 팀의 성장을 의미한다. 개인의 퍼포먼스의 향상이 곧 팀의 퍼포먼스 향상이므로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한다



5) 채용

  • 회사마다 다르지만 팀장이 되면 보통 면접에 참여한다
  • 채용을 위한 Job Description을 작성하고,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 질문을 고민하고,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예상되는 시너지 등을 생각하며 채용한다



6) 평가

  • 팀원들의 성과에 기반해 평가를 진행한다
    • 팀장이 평가의 최종 권한을 가지지 않을 수 있지만, 임원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팀장의 평가를 기반으로 평가를 줄 수도 있다
  • 따라서 팀원들이 진행한 업무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해서 준비한다
    •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은 조직에 어떤 좋은 영향을 줬기 때문에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할 자료를 준비한다



7) 팀 생산성 개선

  • 팀 단위 업무(미팅, 데일리 스크럼 등) 규칙을 정한다
    • 코드 리뷰 가이드, 공용 업무 툴 정하기, CI/CD 도입 등이 있다
  • 이와 관련되는 내용이 팀 문화 만들기다. 팀 문화가 현재 어떤지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 1:1 면담을 하며 팀원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한다
    • 팀 정기 회고를 통해 팀에서 어떤 부분이 생산성이 떨어지는지,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서로 토론한다
  • 팀워크 개선을 위한 활동
    •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팀원들이 모두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새로운 팀원이 입사할 때,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온보딩 문서를 만든다



8) 외부 커뮤니케이션

  • 팀 내 커뮤니케이션은 데일리 스크럼, 정기 미팅 등으로 활발하게 진행한다
    • 팀 밖 커뮤니케이션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팀장이 진행해서 전달한다
    • 커뮤니케이션을 팀장이 진행해서 팀원은 업무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한다
    • 단, 팀원이 성장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팀장이 혼자하지 않고, 팀원들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다(팀원의 성장 관점에서)



9) 퇴사하는 팀원 배웅하기

  • 팀원이 입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
    • 팀원의 퇴사는 아쉽지만, 팀원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선택을 이해하며 보내준다
  • 팀원이 앞으로 더 좋은 커리어를 밟을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진행한 업무, 팀원의 장점과 개선하면 좋은 점 등을 안내해준다
    • 회사에서 좋았던 점과 개선하면 좋을 점을 면담하며 듣는다
  • 진행하던 업무를 누가 인수인계 받을지 결정하고, 필요시 팀장이 직접 인수인계 받는다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한 노력들

  • 팀장 업무를 하다보면 드는 생각은 결국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이 사람의 정의엔 팀원만 포함되는게 아닌, 팀장 자신도 포함된다
  • 1)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기
    • 팀원에 대해 잘 이해해야한다는 글은 꽤 많다. 나는 팀원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게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업무, 생활 스타일을 잘 알아야함
      • 언제 스트레스를 받고, 언제 능률이 좋고, 어떤 커리어를 지향하는지 등
      • 이런 생각을 충분히 해보면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모든 것이 답이 있진 않지만 저는 이런 상황에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라는 이야기 등)
      • 매니저는 집사, 선생님 같은 역할과 비슷하다
        • 내 자존감, 멘탈, 감정 상황이 좋아야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내가 여유로운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듣기 어렵다
    • 나는 자신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내 자존감을 높여주고, 내 상태를 좋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 내 경우 2-3년마다 감정 정리할 시기가 있다
      •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생각 정리의 스타일이 있으면 유용한데 나는 강릉 안목해변에 주로 간다. 4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고, 밤 바다를 보면 답답했던 부분이 거의 해소된다
  • 2) 팀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이야기 들어주기
    • 주로 파악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팀원의 최근 감정 상태 : 업무를 하며 느낀점, 회사 생활에서 느낀점, (본인 희망시) 개인 생활
      • 팀원이 원하면 연애 상담도 해준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 팀원의 업무 고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 팀원의 브랜딩
        • 조직에서 “ㅇㅇ”하면 떠오르는 사람으로 팀원을 브랜딩한다
        • 이 브랜딩은 커리어와 관련이 있다. 면담에서 기록한 내용 기반으로 팀원과 이야기한다
        • 팀은 하나의 유기체라 팀원 각자 장점이 있고, 함께 일하며 시너지가 생긴다. 이런 시너지를 위해 팀원의 장점을 함께 찾고 브랜딩한다
      • 자기계발
        • 업무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업무 외에 어떤 공부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 회복 탄력성
        • 누구나 슬럼프가 올 수 있고, 실패를 겪을 수 있다. 특히 데이터쪽 업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행된다. 실패해도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는지 물어본다
        • 또는 멘탈의 오르락 내리락이 많이 하는지, 그 편차가 심한지, 빈도는 잦은지 등을 물어본다
        • 회복 탄력성, 팀원의 상태, 팀원의 자존감 모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팀원이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 공감하기
      • 팀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 공감해준다. 팀원의 상황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팀장의 지식에 기반해 팀원의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다
      • (자신의 지식으로 판단할 경우 꼰대 소리를 듣는 것 같다)
    • 이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 누구나 모를 수 있고, 모르는 시절이 있다. 이제 알면 된다
      • 이런 말은 성장을 막는 행위다
    • 팀원이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 경우, 과감하게 휴가를 가서 refresh 하는 것을 권장한 적도 있다
    • 팀원이 너무 하이텐션으로 계속 일하는 경우, calm-down 시키기도 했다. 인생은 길게 봐야하니, 너무 하이텐션으로 일하다 번아웃이 오는 것을 방지하도록 잘 타이르곤(?) 했다
  • 3) 팀원 성장시키기
    • 이 부분은 2)와 관련이 있다
    • 사람마다 성장 곡선이 다른데, 성향에 따라 Task 분배도 다르게 진행한다
      • 빠르게 성장하는 팀원에겐 조금 더 어려운 Task를 분배하고 천천히 성장하는 팀원에겐 성공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단위의 Task부터 분배한다
      • 천천히 성장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자신만의 길이 있다고 말하며 팀원이 조급함을 느끼지 않도록 이야기한다
    • 개발자 컨퍼런스 등에 발표하며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팀원 성장시키기 : 발표 컨설팅 에 자세히 작성했다
    • 팀 전체적인 성장을 위해 교육을 진행했다. 이 부분은 카일스쿨 Github에 자세히 작성했다
  • 4) 심리적 안전감 높이기
    • 심리적 안전감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비난받지 않을거란 믿음, 서로 도움을 구하기 쉬운지 등을 반영한다
    • 에드몬드슨 교수의 측정 도구에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파악한다
      • 내가 이 일에서 실수를 하면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 조직에서 남들에게 도움을 구하기가 어렵다
      • 내 관리자는 내가 전에 한번도 해보지 않은 걸 해내는 방법을 배우거나 혹은 새로운 일을 맡도록 격려하는 경우가 많다
      • 내가 만약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일을 구하려고 이 회사를 떠날 생각이 있다면 나는 그에 대해 내 관리자랑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 내가 나의 관리자에게 문제 제기를 하면 그는 내가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는 일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 팀원들이 자유롭게 피드백할 수 있는 상황이 중요하다
      • 이를 위해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토론과 질문이 잘못되고 부끄러운 행동이 아닌 것을 지속적으로 말했다
    • 팀 회고를 진행한 부분도 심리적 안전감을 좋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였다
  • 5) 공부하는 문화
    • 퇴근 후 공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업계가 매우 빨리 변하고, 배울 내용이 많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 꾸준히 공부하며 개인의 성장을 이끌 수 있고, 그 성장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팀의 성장이 된다
    • 팀원 대부분이 퇴근 후 공부하기 어렵다면, 업무 시간을 활용한 스터디를 만든다
      • 단순 책 보고 공부하는 스터디는 효율이 떨어진다 판단해서, 각자 돌아가며 공부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스터디를 만들었다
      • 이런 스터디는 팀원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있는지, 다양한 지식의 습득, 정해진 시간에 잘 정리하는 습관 형성 등의 장점이 있어 모든 팀원들이 함께 하고있다
      • 자세한 내용은 추후 회사 블로그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 6) 화법 고민하기
    • 1:1 멘토링할 때, 회의, 피드백 주는 상황 등 모든 대화에서 화법이 중요하다
    • 사람들은 생각보다 폭력적인 대화를 많이 한다
      • 예를 들어 가치 판단을 하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 남과 비교하기, 책임 부정하기, 도덕주의적 판단하는 화법을 피한다
    • 이와 관련해 비폭력 대화 책을 읽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 7) 업무 역량 강화
    • 팀장이 업무 역량은 그대로고 팀원들이 상승할 수도 있다.
    • 물론 팀장이 모든 것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알고 있으면 더욱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업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 퇴근 후 따로 리서치를 해서 팀원에게 전달하고, 여러 자료들을 읽었다
  • 8) 말을 아끼고 오지랖을 줄인다
    • 성격상 오지랖이 있는 편인데, 팀장 역할을 할수록 오지랖을 줄이려고 했다
      • 대표적으로 팀장이 하면 30분이면 끝나는 일을 팀장이 해결하는 경우다. 당장 일은 끝나도 팀원이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 상황이 된다
      • 팀원이 질문을 할 경우, 팀원이 챙겨야 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팀원이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 묵이식지하며 말수가 적은 리더가 되려고 했다
      • 말은 문제가 된다. 가벼운 말 / 말을 못하는 리더 / 말 많은 리더 모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신경써서 했다
      • 팀장이나 임원. 즉, 위로 갈수록 말에 대한 무게와 책임은 더 커지는 것 같다
  • 9)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권한 위임
    • 팀장이 슈퍼맨은 아니다. 팀원이 팀장보다 잘하는 것은 “제가 이 부분은 부족하니, A님이 이 부분을 더 신경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매번 이 부분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팀원의 능력과 노고를 인정하고, 권한을 위임한다
    • 실수 효과 : 완벽한 사람보다 빈틈 있는 사람들을 더 신뢰하고 호감을 갖는다 - 이런 솔직함으로 서로의 신뢰감을 쌓는다
      • 수직적 관계가 아닌, 팀장은 팀원의 서포터임을 알 수 있게한다
  • 10) 일관된 태도 보이기
    • 말이 계속 바뀌는 리더는 좋지않다.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 11) 바로 먹이를 주는것보다,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질문을 준다
  • 12) 커리어 시기별로 궁금할 내용을 토대로 1:1 면접용 질문 만들기
    • 신입일 때 고민할 내용, 2-3년차 고민할 내용 등을 내 경험으로 되돌아보며 1:1 면접 때 활용할 질문을 만들었다
    • 약 80개 정도의 질문을 준비해놨다. 더 좋은 질문이 없나 계속 고민하고 있다




 

팀장 하며 느낀 점

  • 아래 느낀점은 개인 일기에 작성한 내용을 무작위로 작성한 내용이다
  • 마이크로 매니징이 항상 나쁠까?
    • 마이크로 매니징이 나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마이크로 매니징이 전반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은 동의하지만, 팀원의 상태에 따라 마이크로하게 매니징해주는게 좋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 예를 들어, 새로 입사한 팀원이 적극적으로 질문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이라면 팀장이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일을 체크하고, 방향성을 알려줄 수 있다. 팀원이 회사에 적응하며 점점 스스로 일을 잘 하는 시기가 올 쯔음에 마이크로 매니징보다 큰 단위의 매니징을 하면 된다. 결국 모든 것은 팀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매니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팀장은 팀의 성과로 평가받지만, 성과를 자신이 한 것으로 독점한 것처럼 포장하지 않고, 팀원의 성과로 인정하고 칭찬한다
  • 팀장이 되면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팀원 챙기고, 회의에 다녀오면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그 이후 개인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팀장의 시간 관리는 더욱 신경써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 모든 일을 팀장이 할 수 없다. 팀원들에게 적절한 권한 위임을 하되, 일의 중요도에 따라 진행 상황을 서로 확인하는 미팅을 따로 잡아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하자.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지말자
  • 매니저도 휴식을 주자. 매니저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자. 사람은 불완전하니, 그 부분을 주변에서 잘 채워주거나 매니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체크하는게 좋다.
  • 팀장은 상급자일까?
    • 팀장은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집사, 서포터라고 생각한다
  • 결국 사람과 사람의 신뢰가 중요하다
    • 팀장이 팀원에게 신뢰받아야 한다
      • 신뢰를 위해 업무 역량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 업무적 신뢰와 인간적 신뢰도 필요하다
    • 나아가 사람과 시스템, 회사와의 신뢰도 중요하다
  • 리더도 점점 분업화가 된다
    • 연구 개발 리더, 조직 관리 리더, 업무 실행을 중시하는 리더, 대외적인 홍보 리더 등 다양하게 있는 것 같다
  • 실무는 꾸준히 놓지말기
    • 지금 팀장 역할이여도, 나중에 팀장 역할이 아닐 수 있다. 언제든 실무에 대한 감은 잃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 일을 잘하는 사람이 팀장이 되면 잘 할까?
    • 팀장 관련 책에서 많이 나오는 내용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팀장이 된다고 잘 하는 것은 아니다
    • 이건 주로 해야하는 역할이 조금 다르기 때문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집중하면 되지만 팀장의 역할은 자신의 일만 잘하는게 아니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잘하진 않는다
  • 그럼 업무 전문가와 팀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 업무 전문가는 자신이 움직이고, 팀장은 팀원을 움직이는 차이가 있다
  • 팀장의 필요 역량은 잘 코칭하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 면담 기록
    • 현재는 노션에 사람마다 기록하고 있다
      • 이렇게 기록하면 그 사람의 매달 어떤 고민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커리어 연차별로 적절한 질문을 줄 수 있도록 템플릿으로 만들었다
  • 피드백
    • 피드백은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미움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좋은 말만 하는 것보다, 사실 기반으로 팀원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에 솔직하고 대안이 있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선물해주고 싶다
    • 팀원들에게 명절 때 고기를 보낸 적도 있고, 선물도 맞춤형으로 고민했다
    • 성격 검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 강점혁명 책을 사비로 구입해서 선물했다
  • (재미삼아) MBTI
    • 성격 검사를 100% 신뢰하진 않지만, MBTI 결과를 토대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해해도 재미있다
    • 나는 ESFJ-A로 “사교적인 외교관”이다. 사람과 관계를 중요시하고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
  • 임원이란 누구인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결국 임원도 리더다. 임원의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면, 팀장 관점에서 어떻게 임원님을 바라볼지 알 수 있게 된다
    • 팀원도 챙기지만 임원분들도 챙겨드려야 한다. 생각보다 임원은 외로운 역할인 것 같다
    • 임원이 된다는 것 책에서 임원에 대한 책 내용을 알 수 있었다
  • 경력이 있으신 분들이나 나이가 많은 팀원분들은 어떻게 하지?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막상 해보니 크게 어렵진 않았다
    • 경력이 있어도 언제나 고민은 있고, 그 고민을 잘 들어드린다
  • 리더는 타고날까? 만들어질까?
    • 이 부분은 아직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더 수월할 수 있지만, 후천적으로 리더는 만들어진다 생각한다
    • 어떤 조직에 있는지, 어떤 시대인지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마치며

  • 내용이 다소 길지만 1년간의 기록을 작성했다
    • 작성한 내용이 100% 진리는 아니고 bias가 있을 수 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계속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팀원들을 더! 잘 서포트하는 팀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팀장분들끼리 의논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발히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이젠 중간 관리자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어떤 분들이 중간 관리자로 적합할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쌓이면 좋겠다 :)
  • 혹시 이 글을 보고 추가적인 피드백을 남겨주실 분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 (20.08.15 추가) 대니얼 골먼이 연구한 6가지 리더십 유형에 관한 글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읽은 자료

 

카일스쿨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성장, 리더십, BigQuery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니, 관심 있으시면 구독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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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불편을 아이디어로
스타일리시한 아기띠로 글로벌 맘 사로잡다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도전 정신 하나로 세상에 없던 아기띠를 개발, 출시해 글로벌 육아용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코니의 성장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실제 육아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시중에 있는 아기띠의 불편함과 불만족스러움을 해소한 제품을 개발해 구매 의사가 큰 고객층을 확보했다.

2. 자사 몰을 운영하는 동시에 인스타그램을 효율적으로 활용,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아기띠 브랜드를 구축했다.

3. 고객들이 자사 몰에 리뷰를 많이 남길 수 있도록 독려해 리뷰 자체가 훌륭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4. 리뷰를 통해 추출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개선, 생산 효율화 등 경쟁력 확보에 활용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동욱(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최근 ‘육아는 장비발’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인다. 이제 부모의 정성과 희생, 체력으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부모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편안해야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커질 수 있다’는 원리를 빨리 깨우친 젊고 똑똑한 부모들은 아이를 조금 더 안전하고 편하게 돌보기 위한 각종 육아용품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출산율이 가임 여성 한 명당 0.98명으로 저출산 시대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이크게 확대된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2019년, 이미 4조 원에 달했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육아용품 디자인도 사용자인 아이 취향에서 실제 구매자인 부모로 바뀌고 있다. 뽀로로 같은 캐릭터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매트나 안전에만 집중해 무겁고 작동하기 어려운 유모차는 트렌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신과 아이를 멋지게 보이게 하는 동시에 육아 자체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러한 트렌드는 실제 부모들이 자신의 경험과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직접 개발•판매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이 좀 더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픈 마켓 위주의 대형 쇼핑몰뿐만 아니라 개인도 온라인 쇼핑몰을 쉽게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덕분이다. 브랜드가 매력적이고 제품이 차별화된다면 개인이 만든 쇼핑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시너지를 내며 충분히 큰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즉,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 개발, 제조, 관리 등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하는 D2C(Direct to Customer) 비즈니스 여건이 좀 더 공고히 구축되고 있다.

2017년 임이랑•김동현 부부가 창업한 코니바이에린(이하 코니)이 대표적인 예다. 랩형 아기띠 형태를 발전시켜 입고 벗을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한 코니아기띠는 부모들의 스타일을 살리면서 안전하고 가볍게 착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 출시 직후부터 화제가 된 코니아기띠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육아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년간 59여 개국에서 판매한 아기띠만 41만여 개. 두 대표를 포함한 직원 16명이서 5만9000원짜리 아기띠로 2019년 한 해 동안 144억 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한 비중은 약 80%에 육박한다.

코니는 인스타그램, 마켓플레이스, 브랜드 자체 홈페이지인 자사 몰 등 D2C를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온라인 유통 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나갔다. 이를 통해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 제품에 대한 충성도도 높여나갔다. DBR이 코니의 D2C 성장 전략을 취재했다.

DBR mini box I

칭칭 감던 아기띠, 입고 벗기 쉬운 옷처럼 만들어

육아를 하지 않는 독자들은 아기띠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실제로 시중에는 어떤 아기띠가 있는지, 코니바이에린 아기띠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코니아기띠는 랩 타입의 아기띠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4∼5m 길이의 랩 타입 아기띠는 엄마가 스스로 붕대 감듯 칭칭 감으면서 아기띠 모양을 잡아가야 하기 때문에 착용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코니아기띠는 이 랩 타입의 아기띠를 실제 랩 타입의 아기띠를 착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입고 벗기 쉬운 옷 형태로 만들었다. 면과 폴리에스터 혼방으로 이뤄진 고급 원단과 잘 풀리지 않는 강도 높은 프리미엄 실인 코아사를 이용해 제품의 안전성도 보강했다. 임 대표는 최근 겨울에 쓰는 아기띠 워머, 수유를 하는 엄마가 수유가 끝나도 멋을 낼 수 있는 프리미엄 홈웨어 등 자신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코니의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네가 원하면 다른 육아 맘•대디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2017년. 첫 아이가 태어났다. 임이랑 대표의 하루는 여느 초보 엄마와 다름이 없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고 이렇게 몇 번씩을 반복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갔다. 내 생활을 찾는 건 사치였고, 아이를 업고 안으며 얻은 관절 통증은 훈장과도 같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보며 한숨을 쉬기 일쑤였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나마 방긋방긋 웃으며 커가는 아이의 모습에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다르다는 주변 선배 엄마들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됐다.

육아 40일째. 올 것이 왔다. 고질병이었던 목 디스크가 재발한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일이 잦아지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아기띠가 문제였다. 예상외로 아기와 함께 외출할 때 착용하기 불편했기 때문이다.

육아 부모들이 권유했던 인기 모델도,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제품도 매한가지였다. 기다란 천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랩형’ 아기띠는 그나마 디자인이 간편한 편이었지만 착용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4∼5m에 달하는 긴 천을 칭칭 감는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버클로 이뤄진 ‘캐리어형’ 아기띠는 좀 더 안전하긴 했지만 엄마가 오랜 시간 아이를 안고 있기에 너무 무거웠다. 이런 아기띠를 지속적으로 쓰다 보니 허리와 목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부피가 너무 커 외출해서 보관하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폼’이 안 났다. 아기띠가 엄마의 온몸을 감싸 몸매가 둔탁해 보였다.

이런 불편과 불만은 임 대표뿐만 아니라 많은 육아 부모가 느꼈던 공통점이었다. 요즘 젊은 엄마, 아빠들의 감성에는 영 맞지 않았다. 임 대표는 이렇게 많은 부모가 육아를 하고 있는데 딱 맘에 드는 아기띠가 없다는 것이 화가 났다. 아무리 예쁘게 꾸미고 외출을 해도 아기띠를 메는 순간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엄마라고 해서 스타일을 포기하는 게 당연시되는 육아용품 세계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임 대표가 이런 불만을 남편인 김동현 공동 대표에게 토로하자 그는 뜻밖의 솔루션을 내놨다. “당신이 한번 만들어봐.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다른 부모들도 다 필요하단 뜻일 거야.”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티몬을 창업한 이력이 있는 남편이야 제품을 만들고 파는 게 쉬운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티몬에서 월급쟁이 마케터로 일했던 임 대표는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다. 그런데 동시에, 이야기를 들을수록 왠지 이 제품은 내가 만들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육아용품 시장만큼 제품만 확실하면 소비자들이 흔쾌히 지갑을 여는 시장도 없었다. 사업을 떠나서 내가 실제로 아이를 키울 때 만족할 만한 아기띠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사명감이 커졌다. 어느새 ‘그래, 까짓것 내가 한번 만들어보지’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난 지 120일을 넘긴 2017년 4월 무렵이었다.

김 대표는 “옆에서 지켜보니 여성들이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순간에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게 수렴했다. 대부분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하고, 아이를 위해 소비한다. 게다가 육아용품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후기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도 크다. 육아 부모들이 느끼는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제품이라면 분명 비즈니스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도장 깨기’하듯 이어간 제품 개발

말이 좋아 제품 개발이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육아용품에 대한 지식도 수개월 남짓한 육아 경력이 전부였고, 제품디자인 경력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든가. 임 대표는 무작정 동네 수선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그림을 그려오면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수선실 사장은 고개를 흔들며 그런 일은 ‘샘플실’에서나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샘플실이라는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 샘플실을 수소문하던 끝에 우연히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샘플실이나 패턴실을 알려주는 곳이었다. 임 대표는 이 사이트에서 소개한 샘플실 중 가장 맘에 들었던 아동복 전문 샘플실 사장을 찾아갔다. “아이 엄마라고 연락해 와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던 사장은 임 대표에게 우선 패턴실에 가서 제품 도면을 그려 와야 한다고 일러줬다. 패턴실에 연락을 했더니 도면을 그리기 위해선 제품에 대한 정확한 치수를 가져오라는 숙제를 줬다. 그렇게 그야말로 받은 숙제를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제품 도면을 완성해 갔다.

도면이 완성된 후에 더 중요한 과정이 남아 있었다. 바로 제품에 쓸 원단을 선택하는 것. 임 대표는 아이를 안고 동대문 원단 시장을 누볐다. 정확히 어떤 원단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모른 채 처음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이런 임 대표의 모습을 안쓰럽게 보고 먼저 좋은 정보를 건네주는 업체 사장들을 만났다.

임 대표는 우선 7∼8종의 원단을 구매한 후 완성된 도면을 들고 다시 샘플실 사장을 찾았다. 어떤 원단이 적합한지 모르니 일단 다 만들어 전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샘플을 하나나 두 개 정도만 테스트하는 게 일반적이기에 업체 사장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직접 착용을 하고, 경험도 해봐야 좋은 원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면과 폴리에스터가 섞인 스판덱스 재질의 원단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2017년 9월, 마지막으로 깐깐한 제품 테스트를 거쳐 KC 마크를 획득하고 나서야 임 대표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기띠가 탄생했다. 200g짜리 가벼운 아기띠로 20㎏까지 버틸 수 있었다. 꼬박 반년 넘게 아기띠 개발에만 매달린 결과였다.

자사 몰과 인스타그램의 시너지 효과

개발한 제품은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전 직장인 티몬과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제품을 팔면 쉽게 풀릴 일이 아니었을까. 의아하게도 두 대표는 마켓플레이스에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임 대표와 김 대표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사 몰을 만들어 제품을 판매하자고 결정했다. 먼저, 브랜드를 만들고 자사 브랜드의 독립적인 쇼핑몰을 열어 제품을 판매하기로 한 것.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적극 활용해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확산시키는 전략을 쓰기로 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거나 자사 몰 없이 인스타그램에서만 판매하는 경우 브랜드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마켓플레이스에선 가격을, 인스타그램에선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코니아기띠가 저렴한 가격으로만 평가받는 제품으로 남기를 원치 않았다. 고객들이 코니를 제대로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구매하길 원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로 제품을 홍보하더라도 독자적인 브랜드 제품이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각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천과 실로만 만들어진 아기띠이기에 카피 제품이 곧 나올 것이란 우려도 차단하고 싶었다.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한 제품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둘째, 제품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던 아기띠를 판매하는 만큼 제품 사용법, 제품의 성능 등을 제대로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마켓플레이스에선 다양한 제품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마켓플레이스별로 제품 설명 형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설명도 함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아무래도 마켓플레이스에선 이러한 생각을 제대로 펼치기 어려워 보였다. 브랜드를 좀 더 키운 다음에 마켓플레이스에 도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외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온라인 몰의 유지, 운영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도 용기를 줬다.

마지막으로, 아기띠를 구매한 고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자체적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 생산한 만큼 고객들의 생생한 소리를 직접 듣고 반영하고 싶었다. 직접 확보한 고객 데이터가 분명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육아 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만든 만큼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런 고민들의 결과로 부부의 아기띠 브랜드 ‘코니바이에린’1 이 탄생했다.

브랜드를 만든 후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겠다는 코니의 마케팅 전략은 예상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처음 임 대표 부부가 코니바이에린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생산한 아기띠는 약 500여 개였다. 제품 개발의 기쁨도 잠시, 집 창고에 쌓아둔 제품을 볼 때마다 막막함이 느껴졌다. 어떻게 팔지 고민이 쌓여갈 즈음이었다. 이지애 아나운서 인스타그램에서 기존 힙시트 아기띠를 착용하고 남편의 옷매무새를 힘겹게 정리하는 모습을 봤다. 임 대표는 이 아나운서에게 무작정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새로 개발한 아기띠가 있는데 한번 착용해볼 생각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이 아나운서는 흔쾌히 새 제품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고, 정성스럽게 포장해 자택으로 보냈다. 개별적인 홍보나 제품 소개는 일절 부탁하지 않았다.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이 아나운서가 인스타그램에 “오늘 이 아기띠하고 백화점에 갔는데 거짓말 안 하고 10명이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는 아주 짧은 글을 올렸다. 갑자기 이 제품을 어디서 판매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이 아나운서 인스타그램에 남겨지기 시작했다. 이 아나운서는 “곧 출시한다고 한다”는 짧은 답을 남겼다. 이 메시지를 본 김 대표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예정보다 일정을 당겨 급하게 브랜드 홈페이지를 열었다. 고민 끝에 가격도 5만9000원으로 정해 제품을 올렸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홈페이지로 몰려들었다. 500개 제품이 2주 만에 완판됐다. 이 아나운서는 출산을 앞둔 지인들에게 코니를 직접 구매해 선물해주면서 자발적인 코니 홍보대사가 됐다.

코니아기띠를 메는 법을 영상으로 간단하게 촬영한 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광고를 띄운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전에 없는 새로운 제품이라는 점, 간편하게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최대한 어필했다. 기존 아기띠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육아 부모의 관심을 끌었다. 이 광고를 본 고객들이 코니 자사 몰에 직접 방문해 제품 정보를 얻었다. 자사 몰로 유입되는 고객들의 구매율도 높은 편이었다. 단순히 쇼핑이나 정보 검색이라는 목적보다 실제 필요한 육아용품을 구하고자 하는 ‘진성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능뿐만 아니라 코니의 스타일에 반해 자사 몰을 찾는 고객도 많았다. 이번에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이 큰 역할을 했다. 외모에 민감한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코니아기띠를 이용하면서 이들의 팔로워들이 자연스럽게 코니 제품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엔 일반인들도 코니아기띠를 하고 예쁜 포즈로 사진을 찍어 올렸다. 육아를 하는 중에도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젊은 엄마와 아빠의 심리를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색상도 다양해 코디별로 색상을 맞춰서 착용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진에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가볍고 편해 보였다. 코니아기띠의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고 적합하다는 뜻의 신조어)’한 특징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제품 주문에서 배송까지…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임 대표는 코니를 접하는 고객이라면 제품을 주문해 받는 그 순간까지 기분 좋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제품 생산에서 포장, 배송까지 꼼꼼하고 깐깐하게 관리한다. 특히 제품의 품질은 어떻게 해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제품 수요가 늘어나 대량 생산을 위한 대형 공장을 알아보는 데 누구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일정한 제품 품질을 유지하고, 스케줄에 맞게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찾아 나섰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공장을 찾는 게 어려울 줄 몰랐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임 대표의 말을 잘 들어주는 공장도 드물었다. 겨우 공장을 찾아 제품을 생산해보면 실망하기 일쑤였다. 제품 하자율도 높은 편이었고 제품 수정을 의뢰해도 생각만큼 반영되지 않았다. 1년간 속앓이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임 대표는 숙모가 봉제사였던 게 떠올랐다. 무작정 숙모에게 연락을 해보니 숙모의 오빠가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첫인상부터 신뢰를 주던 공장 사장은 제품 봉제 작업을 꼼꼼히 진행해줬다.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미리 임 대표에게 연락도 주면서 수정 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사를 확보한 덕에 제품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임 대표가 제품에서 가장 신경 쓰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포장이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아기띠를 접는 방법까지 매뉴얼로 정해서 공장 근로자들에게 제공했다. 포장은 제품의 얼굴과 같기 때문에 처음 제품을 받아본 고객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예쁘게 포장된 제품을 받아본 고객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자랑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기를 위한 제품이긴 하지만 실제 착용하는 것은 엄마나 아빠였다. 이들이 제품을 받았을 때 선물받는 것과 같은 기분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실제로 이런 정성스러운 포장이 코니가 다른 육아용품과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제품 배송 방식도 독특하다. 택배 직원에게 ‘아이가 자고 있으니 초인종을 누르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자는 아이가 초인종 소리에 깨서 난감해 하는 엄마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다. 이러한 작은 배려에 엄마들은 감동했고, 코니에 대한 이미지도 올라갔다. 이런 방식은 현재 다른 마켓플레이스이나 택배사에서 아이를 키우는 집에 배달을 할 때 적용하는 하나의 에티켓이 됐다.

임 대표는 “우리 제품을 마주하는 순간순간마다 고객의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위해 쓰는 제품이니 세심한 배려 하나하나가 브랜드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어주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 모델 아줌마가 일으킨 작은 바람

처음 코니를 개발할 당시, 부부 창업자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작고 가벼운 아기띠가 전 세계 육아 부모들의 관심을 받게 되리라곤.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일본 소비자들이 직접 코니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문하기 시작했다. 제품이 아기자기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때 마침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내 현지 시장을 잘 알고 있던 조아라 글로벌 마케팅 이사가 일본 시장을 한번 개척해보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브랜드 홈페이지 하나만으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보였다. 주요 마켓플레이스에 동시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조 이사가 선택한 건 일본 1위 업체인 라쿠텐이 아닌 일본 아마존이었다. 라쿠텐에 입점하기 위해선 일본 법인 자격을 획득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는데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한국 법인이어도 판매가 가능한 글로벌 셀러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시간과 돈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던 만큼 망설임 없이 아마존을 택했다.



동시에 일본 시장 전용 브랜드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파이(Shopify)를 활용했다. 개발자를 따로 두지 않더라도 플랫폼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 자사의 상황이나 제품에 맞게 변형해 홈페이지를 꾸미는 게 가능했다. 이 또한 일본에서 주력으로 쓰는 툴은 아니었지만 사용이 간편하고 다른 해외 시장을 진출할 때도 동일한 툴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은 빠르게 왔다. 언제부터인지 코니 주문량이 확 올라간 걸 의아하게 느낀 조 이사가 원인을 찾아 수소문했다. 알아보니 모델 출신 엄마의 인스타그램이 시작이었다. 아이 셋을 둔 워킹맘인 이 모델이 코니아기띠를 착용하고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SNS에 올렸는데, 이를 본 팔로워들이 코니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조 이사는 “초보 엄마도 아니고 아이를 셋이나 키운 엄마가 이 제품이 좋다고 하니 신뢰도가 더 높았다. 이 모델 엄마에게 우리 제품을 추가로 보내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 이분이 마치 코니 전도사처럼 예쁜 제품 사진들을 올려줘서 그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코니 마니아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의도하지 않게 코니를 일본 시장에 확산시켜 나갔다. 그중 한 고객은 ‘코니 마스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고객은 코니 제품을 꼼꼼하게 연구하며 장점과 단점, 개선할 점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아이가 침을 흘릴 때 자국이 덜 남는 색은 어떤 색인지, 아기띠를 어떻게 접어서 수납을 해야 하는지, 색상별 소재 차이는 없는지 홈페이지에 꼼꼼하게 의견을 남겼다. 제품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코니는 그저 답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코니 제품을 선물해 마음껏 제품을 연구해 달라 요청했다. 코니 마스터는 매우 기쁘게 이 역할을 수락했고 스스로 제품을 테스트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그의 콘텐츠들은 코니를 잘 모르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코니아기띠가 안전하고 유용한 제품이라고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 외에도 수백 명을 팔로워로 가진 코니 고객이 만화로 코니 제품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간략하게 이런 내용이었다. 값비싼 아기띠를 하고 외출했는데 아기가 불편해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엄마가 아기를 가뿐하게 메고 갔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모습이 너무 스타일리시해 보였다. 제품이 너무 궁금해 그의 뒷모습을 자세히 쳐다봤는데 펭귄이 그려진 마크가 보였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코니아기띠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제 사용 후기도 담았다. 코니가 직접 홍보했다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콘텐츠였다. 자발적인 후기와 콘텐츠가 일본 고객들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 결과 코니 매출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일본 매출 비중이 약 60%에 이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니아기띠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부모들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했다. 홍콩의 한 유명 모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코니를 착용하고 찍은 멋진 사진들을 올리자 현지 고객들이 브랜드 홈페이지로 몰렸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셀럽도, 유럽 축구선수의 부인이자 SNS 인플루언서도 코니아기띠를 메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게시해 화제가 됐다. 2018년 호주, 홍콩, 싱가포르에 영문 자사 몰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코니아기띠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육아용품 시장이야말로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이나 취향보다 제품력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조 이사는 “코니는 인플루언서에게 제품 홍보를 부탁하지 않는다. 이들 영상이나 콘텐츠에 광고를 태우지도 않는다. 이런 인위적인 광고가 오히려 제품에 대한 신뢰도나 진정성을 퇴색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날것에 가까운 후기들을 토대로 고객들이 직접 판단해 제품을 구매하고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통한 미국 진출

2020년, 코니는 미국 아마존을 공략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에선 낯선 해외 브랜드에 불과한 만큼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아마존에서 신뢰를 쌓은 뒤 브랜드 홈페이지로 유입하는 전략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당시 e커머스 시장 자체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크로스보더 e커머스 시장 규모는 9940억 달러(1192조)로 매년 20.3%씩 성장하고 있었다. 무역협회도 지난 4년간(2015∼2018년) 한국의 크로스보더(Cross border, 국가 간) e커머스 수출이 2015년 1조2600억 원에서 2018년 3조5700억 원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42%에 달한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에서의 아마존 진입은 일본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미국 제품 규격에 맞는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했는데 이 작업만 3개월이 넘게 걸렸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미국 아마존에는 일본과 달리 코니의 모티브가 된 랩형 아기띠 제품이 적지 않았다. 가격도 코니의 절반 수준이었다. 판매하는 제품 사진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가격만 비싼 제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다. 코니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점에서 더 뛰어난지 설명해 현지 고객들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임 대표와 김 대표는 코니아기띠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랩형 아기띠처럼 칭칭 감는 제품이 아니라 입고 벗기만 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한 동영상을 제공했다. 이 점을 눈여겨본 소비자들은 아마존에서 곧바로 제품을 소비하지 않고 코니의 미국 홈페이지를 방문해 꼼꼼히 제품을 살펴본 후 구매를 결정했다. 이렇게 코니 제품을 착용한 고객들의 추천을 타고 제품 판매도 꾸준히 늘어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과 함께 반품량도 증가했다. 반품 사유를 살펴보니 코니 제품이 미국 현지 고객들이 착용하기에 사이즈가 너무 작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장이나 체구가 상대적으로 큰 미국 고객들이 라지 사이즈를 주문해도 착용하지 못해 반품을 결정한 것이었다. 이 상황을 고려해 3XL까지 제품을 추가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더 큰 사이즈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게 됐고 4XL, 5XL 사이즈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해외 배송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코니는 처음 해외 고객에게 배송을 할 때 우체국택배를 사용했다. 우체국택배 서비스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 배송도 제때 이뤄졌고 가성비도 좋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시즌이 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제품을 주문한 지 2∼3주가 지났는데 제품을 받지 못했다는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 임 대표는 하루라도 편하게 육아를 하기 위해 제품을 손꼽아 기다릴 부모 마음을 알기에 배송을 지연시키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돈을 더 들이더라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해외 특송사를 이용해 전세기를 띄워 제품을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배송비는 두 배가 들었지만 고객 만족도는 훨씬 더 증가했다. 이외에도 아마존 창고에 제품 재고를 쌓아놓은 후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다음 날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도 도입했다. 과감한 투자는 곧 빛을 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기업이 제품 배송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니는 이를 비껴갈 수 있었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코니아기띠는 미국 아마존에서 전체 코니아기띠 제품 중 5위를 차지하더니 최근엔 아기띠 신규 제품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코니아기띠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빠르게 늘었다. 2020년 6월 기준 미국의 코니아기띠 판매 비중은 한국을 넘어섰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된 것이다.



자발적 리뷰가 코니 성장의 밑거름으로

이처럼 코니는 오프라인 상점 없이 온라인 판매 전략을 시장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전체적으로 자사 몰 매출 비중은 마켓플레이스보다 훨씬 더 높은 편이다. 코니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을 포함한 홍콩, 호주, 동남아시아, 북미 등 50개국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한 아기띠 중 거의 90%가 자사 몰에서 거래됐다. 보통 자사 몰 직접 유입 비율이 30∼40% 정도만 돼도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업계의 상황을 감안하면 획기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별도의 트래픽을 돈을 주고 사는, 이른바 ‘유가 마케팅(paid marketing)’을 크게 진행하지 않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수치였다.

생산부터 판매, 마케팅, 배송, 고객 관리 등 모든 비즈니스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D2C 모델에서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운영을 효율화하는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니 자사 몰의 가장 큰 보물 역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리뷰다. 온라인 쇼핑에서 고객들의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솔직한 리뷰다. 고객들이 남긴 진심 어린 리뷰는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고, 빠르게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 코니도 이런 리뷰를 원동력 삼아 빠르게 브랜드 입지를 키울 수 있었다. 특히 육아용품일수록 리뷰는 더욱 중요하다. 온라인상에 육아용품에 대한 정보가 다른 제품처럼 많지 않은데다 아이의 성장기에 따라 필요한 제품의 구성이나 사이즈가 달라 오랜 기간 심사숙고해 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육아 단계별로 그때그때 필요한 제품을 위해 신속하게 제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리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니의 국내 브랜드 홈페이지에 고객들이 남긴 리뷰는 7000건, 영문 홈페이지에 고객들이 남긴 리뷰는 2000건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인스타그램에 관련 해시태그를 남긴 후기는 6만 건에 달한다. ‘아가가 금세 잠들었다’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정말 좋아했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그뿐만 아니다. 후기를 남길 때 본인의 키와 몸무게, 구매 국가를 기록하게 해 다른 고객이 사이즈를 선택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도록 했다.

여기에는 리뷰를 독려하기 위한 코니의 세심한 노력도 있었다. 코니는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택배가 도착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간의 솔직한 사용 경험을 공유해달라는 부탁 메시지와 함께 리뷰 작성 가능한 링크를 포함해서 자동 e메일을 발송한다. 고객의 구매 시점과 사용 시점을 추적해 자동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서 클릭 한 번으로 사용 후기를 올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진심어린 고객 리뷰는 제품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코니의 대표 제품인 여름용 아기띠도 고객들의 의견을 통해 나온 제품이다. 아기띠를 여름에 사용하면 땀이 차고 덥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땀 흡수율이 좋고 시원한 원단인 메시 소재로 아기띠를 개발했다. 아기들이 아기띠를 물고 빨고 하니 보다 안전한 원단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반영해 항균 작용을 하는 섬유가공법을 적용하기도 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절대적인 지지는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도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2020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서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수상했다. 랩형 아기띠 제품군 중에서는 최초 수상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단순히 아기띠가 갖춰야 할 안전성이나 품질뿐 아니라 부모의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했고 고객과 소통하며 계속해서 제품을 개선해나갔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DBR mini box II
사무실-오프라인 매장-투자자 없는 ‘3無 코니’

D2C 전략을 통해 성장했기에 가능한 코니만의 고유 특성 세 가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무실

코니는 100%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번째, 임 대표 부부는 그 어떤 사업가보다 육아의 어려움, 일과 육아를 병행할 때의 괴로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통해 육아 때문에 회사를 다니지 못했던 능력 있는 경력단절여성(이른바 경단녀)들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로 현재 코니의 CS 팀장은 넥슨 CS 팀장 출신이다. 임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하던 중 사회 활동이 그리워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하려 한다는 그의 소식을 접하고 코니로 바로 영입했다. 이외에도 전체 코니 직원 16명 중 12명이 육아 맘•대디들이다.

두 번째는 각자 맡은 업무에만 충실하다면 굳이 사무실에 모여서 일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니는 브랜드 홈페이지, 인스타 마케팅, 마켓플레이스 입점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든 비즈니스가 이뤄진다. 제품 생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슬랙, 드롭박스, 구글 행아웃 등 다양한 협업 툴을 적용해 업무를 진행한다.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들이 모여 일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비효율적이라 판단했다.

대신 코니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있다. 누구든지 1) 현재 상황 2) 파악한 문제점 3) 의사결정 사항을 요약해 업무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매일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다음 실행(Next Action)이 가능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에게 한 달 동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를 내부 직원들이 함께 공유하면서 평가하고 미흡한 점을 채워나가도록 했다.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2. 오프라인 매장

코니는 아직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고 있다. 일부 성공한 D2C 기업들처럼 유명 백화점이나 유통채널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고객층을 확보하는 전략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임 대표 부부를 포함한 전 직원이 현재는 코니의 내실을 좀 더 다지고 온라인 시장을 확대할 때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코니는 아기띠라는 단일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이전에 없던 상품이기 때문에 판매 직원이 제품을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기엔 현 인력이 충분치 않다. 무턱대고 유통업체의 요청을 수락해 입점한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품을 이해시키고 알리는 것에 집중했다. 또한 현시점에서는 매장 임대료를 내고, 직원도 고용하는 등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오프라인 숍을 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코니에선 맘스웨어(임신부 전용 의류와 홈웨어) 분야를 새로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아기띠를 포함, 육아용품으로 확장성이 커진 후에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이다.

3. 투자자

임 대표 부부는 처음 창업을 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을 것. 투자를 받으면 보다 빠르게 브랜드를 알리고 시장도 좀 더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그런데 두 대표는 창업 초기에 받는 섣부른 투자가 오히려 창업 기반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 우려했다. 투자자들이 경영에 깊게 개입할수록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티몬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하고 목격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제품 생산에서 기획까지 전부 두 대표가 담당했기에 생각만큼 큰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도 컸다. 두 대표가 좀 더 독립적으로 창업 기반을 닦은 후 투자자를 찾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임 대표는 “코니의 글로벌 사업을 실질적으로 조언하고 지원해줄 파트너가 있다면 기꺼이 협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 데이터를 코니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자사 몰에서 확보한 고객 데이터는 코니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제품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소중한 자료로 쓰인다. 한 달 동안 코니 홈페이지 평균 방문자 수는 약 33만 명. 이 중 약 3만 건이 실제 거래로 이어져 고객 데이터로 쌓인다. 코니는 이 데이터로 가장 먼저 무엇을 하려 했을까. 온라인 의류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구매 경험이 가장 안 좋은 순간이 언제일지 생각해보자. 자신이 산 옷이 배송 오기만을 잔뜩 기다렸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은 상황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코니도 마찬가지였다. 육아를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면 코니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것이라 판단했다.

최근 글로벌 업체와 손잡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사이즈를 찾아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니는 고객이 리뷰를 남길 때 되도록 자세한 정보를 남겨주길 요청한다. 키, 몸무게, 배 모양, 엉덩이 모양, 가슴 사이즈, 나이, 선호하는 핏 정도,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와 사이즈 등이 여기에 전부 포함된다. 고객이 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체격 데이터와 실제 구매 사이즈, 환불한 사이즈 등을 추적해 사이즈 알고리즘을 세팅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객에게 실제 배송한 제품의 교환, 반품률을 데이터로 수집해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화시킨다. 이를 통해 처음 코니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키, 몸무게, 가슴, 엉덩이 사이즈를 기입하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코니가 직접 찾아준다.

김 대표는 “사이즈 선택 실수로 인한 교환이나 반품 요청이 잦은 문제를 해결해 반품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임신과 출산 후에는 평소와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에 대한 고객들의 고민이 큰데 이 부분을 해소한다면 고객의 만족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다. 구매자의 사진 착용을 통해 아기띠 원단의 품질도 관리한다. 아무리 같은 원단이라도 원단이 제작된 시기에 따라서 탄성이나 복원력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아기띠를 착용했을 때 찍은 정면, 측면, 후면을 전부 분석한다. 이때 코니가 주목하는 것은 아기띠에 앉아 있는 아기의 엉덩이 위치다. 실제로 착용했을 때 착용하기 전보다 원단이 얼마나 늘어지는지를 확인해 원단의 복원력, 신축성을 분석한다. 이때 구매자가 언제 제품을 구매했는지 시점을 역추적해 생산 이력을 확인, 당시 구매한 원단별로 데이터를 분류해 분석하는 것이다. 당시 원단의 특성에 따라 원단을 제조하는 세팅값을 조정해 비교적 균질한 원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품 생산 계획도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최근 북미 및 유럽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코니아기띠는 기존 3개 사이즈에서 8개 사이즈로 확대됐다. 여기에 총 18가지 색상으로 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코니가 생산하는 아기띠는 총 144종까지 늘어난다. 그야말로 ‘다품종 소량 생산’ 제품인 셈이다. 그렇기에 재고를 잘 관리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코니는 기존 제조 업체들이 1년 치 물량을 한 번에 생산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고객 데이터를 반영해 단기 생산 계획을 세우는 방식을 도입했다. 15일 치 판매량을 분석해 최신 판매 상황을 체크한 후 그 트렌드를 반영해 3개월 치 재고량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때 필요한 재고만큼을 한 달에 한 번 생산해 채워 넣는다.

이 같은 단기 생산 방식은 코니가 고객의 피드백을 유연하게 제품에 반영하겠다는 브랜드 원칙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1∼2년 치 물량을 생산해 재고로 쌓아둔다는 것 자체가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달 단기 판매량을 계산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한다. 그렇게 할 경우 고객의 의견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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