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업계의 흑자 기업 ‘오아시스마켓’

온•오프 시너지 효과 ‘재고 폐기율 0%’
유기농 산지와 10년 신뢰가 고객 신뢰로

302호 (2020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극심한 출혈 경쟁이 한창인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시장에서 오아시스마켓이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1. IT와 유통에 두루 정통한 창업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식품의 발주부터 입고, 선별, 포장, 배송에 이르는 전 공정을 모바일 소프트웨어로 연동하고 현장 인력의 최단 동선을 구현해 물류비를 절감했다.

2.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해 새벽 배송 ‘재고 폐기율 0%’를 달성했다. 직영 매장 기반의 오프라인 물류 흐름 중간에 온라인 새벽 배송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재고 관리비를 줄이고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3. 국내에서 유기농 재배를 처음 시작한 산지들과 10년 넘게 쌓아 온 탄탄한 네트워크, 색소와 첨가물을 뺀 깐깐한 상품 소싱 역량을 바탕으로 ‘유기농 식품을 일반 식품보다 싸게 판다’는 생협의 포지셔닝을 온라인에 그대로 이전, 충성고객을 확보했다.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업체 ‘오아시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쿠팡,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 초기 시장 개척자들이 격전을 벌이고, 신세계 SSG닷컴, 롯데온,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이 가세한 ‘새벽 배송 춘추전국시대’에 상대적으로 영세한 축에 속하는 이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새벽 배송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1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됐지만 막상 업체들은 물류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새벽 배송=적자’ 공식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7205억 원에 달하며, 마켓컬리와 SSG닷컴도 각각 986억 원, 818억 원의 적자를 견디며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BGF리테일에 인수된 헬로네이처도 15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모회사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1 팔면 팔수록 손실이 불어나는 구조지만 일단 고객을 모으고 덩치부터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자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이렇게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팽창 중인 업체들과 비교하면 오아시스는 ‘흙수저’ 신세나 다름이 없다. 올해 초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126억 원을 유치하기 전까지는 2013년 창업 이후 줄곧 무차입 경영을 고수해 왔고, 수차례 대형 투자 제의를 고사하면서 빚 없이 독자 생존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오아시스가 쟁쟁한 경쟁사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경계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면서다. 2019년 매출액 1424억, 영업이익 10억 원으로 적자 일변도의 레드오션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거둔 것이다. 새벽 배송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장에 증명한 셈이다. 2018년 8월, 새벽 배송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온라인 누적 회원 수가 올해 4월 기준 33만 명을 넘어섰고, 온라인 월 매출은 1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광고 한번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거둔 성과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면서 가려 한다. 올해 첫 투자 유치도 자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주주와 고객에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안준형 오아시스 재무기획 이사의 말이다. (DBR minibox I ‘오아시스 회사 소개’ 참고.)


DBR mini box I
오아시스 회사 소개


우리생협 출신들이 2011년 10월 설립한 오아시스는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되던 생협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어 ‘유기농의 대중화’를 표방한다. 현재 대치/서초/잠실/분당서현/위례 등 서울•경기권 중심부에 유기농 식품 직영 매장을 운영하면서 24시간 주간 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2018년 5월 온라인 몰 ‘오아시스마켓’을 오픈하며 새벽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총 576명의 임직원이 물류배송, MD(구매/기획), 매장 관리, 재무기획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고, 경기도 성남에 제1, 2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지어소프트가 오아시스마켓 지분 79.43%를 보유한 모회사로 있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광고 마케팅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오아시스의 노련한 흑자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회사의 경쟁력은 오아시스의 창업자이자 모회사 지어소프트의 대주주인 김영준 오아시스그룹 의장의 이력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의장은 삼성코닝, (구)LG실트론 등의 반도체 시스템을 설계하던 엔지니어 출신이자 우리생협(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창립 멤버로 IT 개발과 유통업계 밑바닥부터 시작해 내공을 다져 온 인물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창업자의 IT 개발 및 유통 노하우의 집약체가 오아시스인 셈이다.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오랜 고집과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만나 신선 식품 새벽 배송의 새 활로를 열고 있는 오아시스의 성장 전략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분석했다.

‘유기농 1세대’ 장인들의 온라인 진출

최상위 품질의 친환경 유기농 신선 식품을, 산지 직송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오아시스의 사업 목표와 타깃 고객은 언뜻 보기에도 업계 선두주자인 마켓컬리와 겹친다. 생산자가 중간 유통 없이 상품을 바로 물류 창고로 직배송해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가격 거품을 없앤다는 철학도 일치한다. 그런데 두 업체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샛별 배송’을 앞세워 태생부터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발한 마켓컬리와 달리 오아시스는 2018년 5월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생협 출신 창업자와 경영진이 주축이 돼 2011년 10월부터 오프라인에서 차근차근 키워 온 회사라는 점이다. 오프라인 직영점만 37곳에 달한다. (그림 3)



한살림, 자연드림, 초록마을 등으로 잘 알려진 생협 모델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건너뛴 생산자-소비자 직거래로 마진을 없애 친환경 유기농 농•수•축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가입비를 낸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고품질의 국산 먹거리를 파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도매상을 거치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전통 시장보다 수급 상황이나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배추, 마늘, 양파 파동 등 신선 식품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마다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입증해 왔고,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주부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였다. 어린 자녀나 건강에 신경 쓰는 부모 등 온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자재를 싸게 판다는 점을 앞세워 대기업 유통 계열사들 틈바구니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해온 것이다.

오아시스를 창업한 김영준 오아시스그룹 의장은 1999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국내에 유기농 시장의 씨앗을 뿌리고 토양을 일군 ‘생협 1세대’다. 독일의 진공 장비 업체 레이볼트의 IT 엔지니어였던 김 의장은 삼성, LG 등 고객사를 상대로 반도체 시스템 설계를 자문해주다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시스템 사업부를 가지고 나와 독자적인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의 견제로 사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수출입 면허 하나만 들고 새로운 아이템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당시 유통업계에서 일하던 친구의 권유로 뛰어든 사업이 바로 숯 생활용품 생산 및 유통이었다. 강원도의 숯가마를 인수하며 생활재 유통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사업이 한창이던 어느 날, 한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숯을 생산할 때 나오는 목초액을 대거 사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목초액을 유기농 귤 재배에 사용하고 싶다는 뜻밖의 제안이었다. 이 우연한 계기로 김 의장은 농약의 대체재로서 목초액이 가지는 가치에 눈을 뜨게 됐고, 일본 등 해외 논문을 참고해가며 우유, 감자, 채소 등의 재배에 필요한 목초액의 적정 비율을 연구했다. 목초액을 판매하면서 유기농법을 채택하는 농•수•축산물 생산자들과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국내 최초의 생협인 정농생협과 아이쿱생협 등과도 숯 생활용품들을 납품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렇게 만난 인연들과 의기투합해 2009년 우리생협을 발족, 초기 투자자금을 대고 발기인 대표가 됐다.

이처럼 국내에서 유기농 식품을 처음 생산한 1세대 장인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협의 정신을 온라인에 구현한 게 바로 오아시스마켓이다. 여기에 김 의장이 대주주로 있는 IT 서비스 기업 지어소프트가 오아시스 지분 79.4%를 보유한 모회사로서 자회사의 온라인 영토 확장을 전방위적으로 돕고 있다.

김 의장은 대형 유통 채널의 틈바구니에서 생협 매장이 충성고객층을 공고히 했듯 온라인에도 틈새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2018년 오아시스마켓을 출범했다. 비영리법인이라는 한계, 조합원만을 상대하는 폐쇄성을 벗고 ‘고품질 신선 식품을 최저가로 판다’는 생협의 포지셔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특히 대형 유통 채널의 경우 일반 식품 수요가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유기농 식품을 프리미엄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약점도 간파했다. 유기농 식품을 이들 채널의 일반 식품과 비슷하게, 혹은 더 싸게 취급한다면 확실한 가격 우위가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림 4)



1. 최소 10년간 쌓은 탄탄한 산지 네트워크

오프라인에서 쌓아 올린 자산은 온라인에 고스란히 이식됐다. 생협 출신인 오아시스 주요 경영진을 포함한 10명 남짓의 오아시스마켓 MD(구매/기획 담당)들은 유기농 농•수•축산물 생산자들과 부대끼고 현장에서 부딪쳐가면서 함께 성장해 온 이들이었다. 1000여 곳에 달하는 오아시스마켓 공급사들의 70∼80%가 2009년 우리생협 출범 시점, 혹은 그 이전부터 최소 10년 이상 거래해 온 업체들이다. 한두 해 이어온 인연이 아니다 보니 마켓컬리, SSG닷컴 등 경쟁사들이 훨씬 비싸게 사가겠다고 구애해도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덩치가 큰 업체들에 납품하는 게 고객 확보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음에도 생산자들이 오아시스와 관계를 이어 나가는 이유는 오랜 상생의 이력 때문이다. 최우식 대표는 “오아시스와 다른 유통사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산자들의 이탈이 없다는 점이다.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해 오기도 했고, 결제 조건을 생산자들에게 유리하게 맞춰주면서 10여 년간 큰 잡음 한번 없이 같이 커왔기 때문에 다른 곳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공급업체 이탈이 잦은 경쟁사들의 경우 친환경 유기농 식품의 조달이 끊기거나 불안정해지면 기준에 못 미치는 일반 식품으로 대체하기도 하는데 오아시스마켓은 이런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실제로 B2B(기업 대 기업) 상거래의 경우 물건을 납품하고 세금계산서를 보낸 뒤 한두 달 있다가 대금을 결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아시스의 경우 생산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짧으면 1주일, 길면 보름마다 입금을 해왔다. 생산자가 원하면 선지급도 해줬다. 영세한 1차 산업 종사자들에겐 상품을 비싸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금 회전이 빠른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산자들도 오아시스를 물심양면 돕고 프로모션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쌓인 신뢰야말로 오아시스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산지 직송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배추 흉년이었던 작년 가을처럼 수급이 불안할 때조차 차질 없이 물량을 소싱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세상에 없는 가격’으로 불리는 파격적인 반값 할인도 이런 산지와의 직거래가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행사다. 특히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PB(자사 상표) 상품의 경우 가격 혜택이 두드러진다. 오아시스와 생산자가 독점적으로 거래하면서 출시 단계에서부터 공동 기획해 구매가를 확 낮추기 때문이다. PB 상품은 공급업체가 경쟁 유통사에 납품하지 않아 1) 소비자가격 산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2) 매달 일정량의 주문을 보장해주는 만큼 가격 협상력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오아시스마켓의 초록색 앱 화면을 켜면 어김없이 뜨는 2800원짜리 계란(완전방사 동물복지 유정란 10구), 1500원짜리 우유(제주청정우유 900ml), 800원짜리 콩나물(무농약 제주콩 콩나물 300g) 등의 ‘킬러 콘텐츠’들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가격을 자랑한다. 사재기를 막기 위해 ‘본 상품은 2개까지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는 제한을 뒀을 정도다. 한번 방문한 고객들이 다시 찾고 재구매율이 90%에 육박하는 이유도 “이게 가능하다고?”를 외치게 되는 가격 때문이다. 회사의 자체 분석 결과, 하루 평균 3만3000명이 다녀가는 이곳의 평균 구매 건수 6000건 중 약 90%가 기존 고객들의 주문이다.



2. 색소, 첨가물 없는 깐깐한 상품 소싱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식료품 비즈니스의 핵심은 최고의 ‘상품성’이다. 상품성 유지를 위해 빼곡하게 채워진 오아시스마켓의 상품 취급원칙(SPEC)표는 식품에 관한 회사의 철학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 플랫폼에 입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하게 한다. 생협 기준에 맞추다 보니 진입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표 1) 표에는 과일/채소, 곡식, 수산, 축산,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카테고리별로 취급 원칙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축산물은 닭, 돼지, 소 등 종류 불문 항생제 검사를 통과한 ‘무항생제’ 제품이어야 하고, 채소와 곡식, 수산물은 ‘무농약 인증’ 이상이어야 한다. 단, 일부 과일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무농약이 아닌 저농약 인증을 요구한다. 유기농 사과, 배처럼 1개당 가격이 1만 원이 넘어 저농약 제품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 이런 예외다.

MSG와 발색제 등 각종 식품 첨가물도 허용하지 않는다. 첨가물이 몸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진 않더라도 MSG 등을 사용하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제품의 결함을 감출 수 있어 최고의 상품성 유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냉동 김치찜에 MSG를 넣으면 김치 품질이 안 좋아도 표시가 안 난다는 얘기다. 이처럼 오아시스마켓은 깐깐한 기준에 못 미치는 상품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아무리 인지도 있는 유명 식품 브랜드가 납품 제의를 하더라도 이런 기준을 통과하지 않으면 거부한다. 단기적으로 상품 품목 가짓수(SKU, Stock Keeping Unit)를 늘리는 것보다 ‘국산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대표는 “현재 6700가지 정도의 품목이 있는데 다른 곳과 비교해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SKU를 늘리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여러 브랜드를 두지 않고 입점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엄선해서 그렇지 카테고리별로 ‘있을 건 다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은 오아시스마켓 전용 PB 상품을 만들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PB 상품을 기획할 때는 오아시스 브랜드 로고가 새겨지는 만큼 아예 처음부터 맞춤형 스펙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PB 상품에 대해서는 한층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표 2) 한 예로, 오아시스의 ‘우리밀 비빔냉면’을 기획할 때는 MSG 등 첨가물을 빼기 위해 제품을 수정하고, 테스트하고, 돌려보내는 데 장장 6개월이 걸렸다. 상품기획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때때론 조미료 없이 맛을 살릴 수 없다며 오아시스마켓 납품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있다. 첨가물을 빼면서도 기존의 맛을 자연적으로 유지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PB 상품 하나가 탄생하려면 김영준 의장, 최우식 대표 등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한 품질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B2C 사업은 품질이 생명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하나부터 열까지 체크한다.


탄탄한 산지 네트워크 덕분에 10명밖에 안 되는 MD로도 상품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물론 신규 생산자도 계속 발굴하지만 기존 생산자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뒷받침하고 있어 현 인력으로도 소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생 공급사를 선정할 때는 먼저 제안해 오는 업체들을 상품 취급원칙표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일반 직원들이 1차 스크리닝한다. 최초 스크리닝으로 기준에 안 맞는 90% 이상의 상품을 거르고, 1차 견적을 받은 상태에서 2∼3명의 신입 MD를 거치면 전체의 5% 미만만 남는다. 이렇게 통과된 상품만 베테랑 MD 전원이 참여하는 품질심의위원회에 올라가 최종 심사 대상이 된다. 오랫동안 유기농 신선 식품을 취급한 MD들의 입맛과 기준이 민감하고 까다롭다는 것은 품질로 승부를 보는 식료품 업계에선 강점이다. 온라인 식료품 비즈니스에 있어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의 입고야말로 최악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소수 MD의 경험치나 개인기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시스템적으로도 입점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해 심의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흑자 경영의 비결

그렇다면 이렇게 고품질 신선 식품을 저가에 팔면서도 오아시스가 흑자인 비결은 무엇일까? 흔히들 새벽 배송 적자의 원흉으로 경쟁 과열에 따른 과도한 마케팅을 꼽는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지난해 광고비를 각각 1571억 원, 148억 원 사용하는 등 공격적으로 지출을 늘리고 유명 광고 모델을 기용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오아시스마켓이 광고 없이 강남, 동탄 등의 온라인 맘카페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직영 매장에서의 입소문만으로 컸다는 점에서 이런 시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가 흑자와 적자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배송 서비스 자체에 수반되는 배송비, 포장비, 인건비, 창고 운영비 등 판매관리비에 있다. 물류 시스템 운영 및 재고 관리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오아시스는 판관비 절감에 온 힘을 쏟았다. 이 회사의 흑자 경영은 발주부터 입고, 선별, 포장, 배송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심리스(Seamless, 끊김 없이 매끄러운)’ 물류 시스템을 구축, 철저한 ‘비용 다이어트’에 성공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와의 시너지, 온•오프라인 시너지도 큰 몫을 했다.


오아시스의 성남 물류센터 전경

1. 모회사 시너지
- 물류 시스템 혁신해 ‘최단 동선’ 구현

새벽 배송이 만년 적자를 못 벗어나는 이유는 공격적인 물류센터 증설과 로봇 자동화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새벽 배송을 위해 수백억∼수천억 원을 들여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전국 24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은 내년까지 대구, 고양 등으로 그 숫자를 2배 늘린다는 계획이고, 마켓컬리도 물류센터를 현재 장지, 죽전, 화도, 김포터미널 등 5개에서 더 확대하려 하고 있다. SSG닷컴도 지난해 말 문을 연 네오(NEO) 물류센터 3호점을 안정화해 하루 배송 물량을 최대 2만 건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센터는 모두 미국 아마존, 영국 오카도(Ocado) 등의 최신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고가에 수입해 구축한 인프라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물류센터를 짓는 데 고작 20억∼30억 원을 투자하고, 자체 개발한 국산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하루 배송 물량을 경쟁사들과 별 차이 없이 소화하고 있다. 현재 성남물류센터만으로도 일 배송 물량을 최대 7만 건까지 감당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다른 채널들이 일 배송 물량 1만 건을 소화하기 위해 약 600∼700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있는 데 반해 오아시스마켓은 단 50명으로도 같은 양을 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에서 교대 근무 중인 작업 인력은 다 합해서 185명에 불과하고, 일용직 없이 전부 정직원이다. 쿠팡 플렉스 등 구인 플랫폼을 만들어 공유 인력 관리로 혁신을 도모하는 곳들과 달리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되 개개인의 충성도와 숙련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게 회사 방침이다. 많은 회사가 ‘물류 인력’을 단순 근로 인력으로 치부해 아르바이트로 대체하지만 이들을 정규직 형태로 고용해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키워내겠다는 게 오아시스만의 경영 철학이다. 향후 주문 건수 급증으로 도저히 물류 수요를 소화할 수 없게 되면 다른 형태의 채용을 고려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새벽 배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등장했을 때 오아시스의 방역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것도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일용직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가 이처럼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계와 사람의 유기적인 협업에 있다. 컨베이어 벨트 등 공장 자동화 설비를 제어하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기계와 모바일 앱/웹으로 전 공정을 미세 조종하면서 현장 인력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가장 짧은 동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의 김 의장이 직접 국내외 물류센터를 탐방하고 공부하면서 하드웨어 제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두지휘한 결과다. 창업자가 IT 시스템과 물류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경쟁력이다. 실제로 회사는 일 배송 물량이 1000건 정도일 때까지 물류의 전 공정을 100% 수작업으로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편리하고 쉬운 방식이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했다. 이렇게 소위 ‘노가다 작업’에서 얻은 교훈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반영하고, 꼭 필요한 하드웨어만 구매한 결과가 오늘날 오아시스마켓의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이다.


오아시스가 자체 개발한 물류 관리 앱 ‘루트(ROUTE)’

1. 소프트웨어

무엇보다 오아시스의 최대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바일 자동화’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새벽 배송의 물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새벽 배송 업체 물류센터에서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작업은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들을 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선별(Picking)’, 그리고 포장재에 넣는 ‘포장(Packing)’이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들을 대신해 장을 봐주는 픽앤 패킹(Pick&Packing) 과정이 필요하다. 이 작업에선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실수 없이 주문 제품을 장바구니에 싣고, 다시 포장재에 옮겨 담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는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 품목의 가짓수가 수십만∼수천만 가지가 넘어간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일일이 바코드(RF) 인식기를 들고 일련번호를 찍으면서 제품을 찾아다니다 보면 동선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실수도 생긴다. 작업자가 헤매지 않도록 헤드셋을 끼면 담아야 할 제품 일련번호를 알려주는 ‘AI 음성 안내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도 있지만 이 역시 소음이 많은 물류센터의 현실과는 잘 맞지 않는다.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이 온종일 이동하는 거리가 50∼70㎞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 업체들이 값비싼 최신 로봇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작업 물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100% 자동화는 아직 허상에 가깝다는 의미다. 아무리 대형 유통업체들이라 할지라도 수십만∼수천만 가지 품목마다 개별적으로 로봇을 두는 데 요구되는 비용과 공간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고, 한 로봇이 여러 품목을 선별하다 보면 이곳저곳 불려 다니다가 작업 동선이 꼬일 수밖에 없다. 결국,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기껏해야 500∼600가지 품목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수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새벽 배송 업체들은 작업자 동선을 줄이기 위해 물류센터를 여러 개로 쪼개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냉동, 냉장, 상온 등 최적 보관 온도에 따라 물품들을 구분하고, 각각의 전용 물류센터에서 개별적으로 픽앤패킹을 진행하는 식이다. 통상적으로 소비자가 냉동, 냉장, 상온 제품을 동시에 주문했을 때 아침 문 앞에 박스가 3개씩 도착하는 것도 물류센터가 달라서다. 이렇게 냉동, 냉장, 상온 센터별로 각기 다른 장소에 다른 인력이 배치되다 보니 인건비, 포장비도 배로 들고 배송을 위해 합치는(합포장) 절차까지 추가된다.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같은 문제를 모바일 소프트웨어로 해결했다. 우선,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 ‘루트(ROUTE)’로 제품의 발주, 입고, 보관부터 선별, 포장,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연동했다. 이는 180도 다른 물류센터의 풍경을 연출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출입하는 것조차 금지된 타사 물류센터들과 달리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에서는 전 직원이 스마트폰 앱을 깔고 액정 화면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면서 움직인다. 바코드 인식기 대신 스마트폰으로 상품주문서의 QR 코드를 찍으면 소비자들의 주문 내용과 상품 위치가 화면 창에 뜨고,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면 최적 동선과 순서로 움직이면서 장을 볼 수 있다. 장바구니 15개가 실린 대형 트레이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모두 담는 데 10분이면 된다. 무엇을 담아야 할지부터 제품의 여정이 화면에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바코드 일련번호만 찍을 때보다 직관적이고 실수도 적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고기처럼 상하기 쉬운 민감 상품의 경우 사진도 찍어 첨부해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초보도 금세 익힐 수 있을 정도로 UX/UI도 간단하다. 필요하면 물품 보관 장소를 옮긴 뒤 손쉽게 앱에서 위치를 변경하면 되고, 재고가 곧 떨어질 것 같으면 ‘결품’ 버튼을, 실수로 빠뜨린 게 있으면 ‘누락’ 버튼을, 제품에 이상이 있으면 ‘훼손’ 버튼을 눌러가며 재고를 요청하거나 입고 예정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동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아시스마켓은 작업자들의 ‘장보기 공간(Picking Zone)’을 획기적으로 좁혔다. 냉동, 냉장, 상온 물류센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도 평균/최대 주문량을 고려해 많이 팔리는 제품 위주로 배치한 뒤, 부족한 재고나 적게 팔리는 제품을 요청할 때마다 바로바로 채워주는 인력을 뒀다. 모바일로 작업자들 간 실시간 소통과 호출, 수시 응대가 가능한 만큼 30분에 한 번이든, 1시간에 한 번이든 떨어지는 물량을 장보기 공간 안에 채워 넣어줄 수 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모든 제품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고 소비자들은 냉동, 냉장, 상온 제품들을 한 박스 안에 받아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발주, 입고, 배송, 고객센터, 직원 성과 평가 등까지 모두 모바일로 이뤄진다. 가령, 배송 완료 후 앱에서 ‘도착’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객한테 문자가 발송된다. 또 고객센터에서 삼겹살에 비계가 많다는 등의 불만이 접수되면 곧장 앱에 표시가 되고, 픽앤패킹을 맡은 물류센터 담당자에 전달된다. 담당자는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다른 상품에 비슷한 문제가 발견되면 ‘출고 정지’ 버튼을 누른다. 출고 정지되는 즉시 문제가 MD에게 보고된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모바일로 연동되다 보니 문제점을 파악하기도 쉽고 실수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기록돼 직원 성과 평가도 정량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2. 하드웨어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PLC 기계를 현장 인력의 편의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오아시스의 강점이다. 가령,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재고의 보관 위치나 높이를 바꿔야 하거나 컨베이어 벨트의 이동 속도를 늦춰야 할 때 바로바로 수정하고 응급 처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과거 반도체 자동화 라인의 온도를 몇 도로 유지해야 할지, 설비를 몇 m/s 단위로 움직여야 할지 등을 미세 조종했던 PLC 작업 노하우를 물류센터에 고스란히 적용했다. 그 결과, 포장용 박스를 어느 방향으로 이동시킬지, 모터를 언제 멈출지, 어느 구역의 선반에서 물건을 빼 올지 등 물류센터 하드웨어의 디테일 하나하나에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

통상적으로 다른 유통사들에서는 독일 지멘스, 미국 AB, 일본 미쓰비시와 파나소닉 등의 외국산 PLC 기계를 수입해 단순 운영만 하다 보니 국내 엔지니어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 기계를 들여오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소스파일 등이 특허로 보호받는 기밀이라 뭐 하나 수리하거나 조작하려면 해외 기술자를 불러야 한다. 더욱이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 근무하는 수백∼수천 명의 전산 개발자들도 코딩에는 능숙하지만 실물을 다루고 기계의 손발을 움직이는 PLC 제어에 특화된 인력들은 아니다.

오아시스마켓의 차별점은 바로 국내 현실에 맞는 유연한 시스템 설계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가령, 현재 외국 물류 시스템들의 경우 생산자들이 보낸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어 플라스틱 박스에 정리하고, 그 플라스틱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어 또다시 포장하는 작업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과일, 야채 등 신선 식품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손을 타는 순간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중복 과정을 거치다 보면 품질이 훼손된다는 문제가 있다. 오아시스는 1차 생산자들이 최적의 형태로 포장한 박스를 굳이 뜯어서 플라스틱 박스에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이 과정을 생략하도록 시스템을 손질했다. 제품을 플라스틱 박스로 옮기지 않고 생산자로부터 배송된 처음 상태 그대로 보관하게끔 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 변경이 가능했던 것도 제품 보관 장소를 자유자재로 변경, 추적하고, 빈 박스를 자동 회수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계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2. 온•오프라인 시너지
- 직영 매장 활용해 ‘재고 폐기율 0%’ 구현


오아시스는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바탕으로 재고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사실 신선 식품 배송의 치명적인 약점은 ‘음식이 상한다’는 데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매일 엄청난 양의 재고를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온라인 식료품 비즈니스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벽 배송 업체들이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동원해 수요 조사와 판매량 예측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같은 재고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의 경우 입고, 보관, 배송 등 기간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판매기한을 유통기한보다 짧게 잡는다. 충분한 여유를 두지 않으면 고객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자칫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임박해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판매기한을 지나면 과감히 버려야 하기에 주문량 예측 오차는 매출 손실과 직결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보수적으로 수요예측을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재고가 부족하면 출고를 못 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를 넉넉히 확보해두지 않으면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마켓컬리가 데이터농장팀을 별도로 두고 주당 258만 건의 소비자 데이터 분석을 전담하게 하는 것도 결국 이 주문량 예측 정확도를 높여 폐기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폐기율 1∼2%를 다투는 업체들 틈에서 오아시스마켓은 ‘재고 폐기율 0%’를 달성하고 있다. 매출액이 1000억 원이고 원가가 75%라 가정할 때 1%의 폐기율 차이는 연간 7억5000원의 비용을 아끼는 재무적 효과를 가져온다. 불가능해 보이는 0%의 배경에는 바로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있다. 대치, 서초, 잠실 등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 곳곳에 37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장점이 여기에서 발휘된다. 통상 오프라인에서는 오늘 오후∼저녁에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보관해뒀다가 다음 날 새벽 일괄적으로 직영 매장에 배송해 진열한다. 그런데 오늘 온라인에서 신선 식품 주문을 받으면 다음 날 온라인 새벽 배송을 마치고 남은 재고를 그대로 직영 매장에 넘기면 된다. 간단히 말해, 오프라인 물류 흐름 중간에 온라인 새벽 배송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재고가 남지 않는다.

물론 오프라인에선 여전히 재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은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보다 재고를 소진하는 데 유리하다.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더라도 겉보기에 멀쩡하고 신선하다는 게 눈으로 확인되면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사가기 때문이다. 땡처리식 판매도 가능한 만큼 온라인에서보다는 판매기한과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율하면서 재고를 털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배송하지 못하고 곧장 폐기해야 할 물량이 오프라인에서는 ‘떨이 판매’로 소화될 수 있단 얘기다. 아울러 최근 오아시스가 자체 반찬 공장을 만들어 오프라인 매장 원재료로 직접 반찬을 당일 제조, 배송하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재고를 남김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경로도 생겼다.

또한 초과 수요가 발생해 온라인 재고가 부족할 때도 이 같은 옴니채널의 시너지는 빛을 발한다. 온라인 주문 폭증으로 재고가 품절이 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곧장 상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영 매장들은 부족한 새벽 배송 재고를 보충해주는 동시에 온라인 24시간 주간 배송까지 가능케 하는 ‘제2의 물류센터’ 역할을 한다. (그림 5)


철저한 고객 지향성

온라인 식료품 비즈니스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고 식생활과 관련이 있는 만큼 품질 관련 피드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부정적인 후기 하나에 기업이 휘청이기도 한다. 이에 오아시스마켓 역시 ‘고객을 믿고, 제품을 의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고객 만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령, 과일이 맛이 없다는 불만이 접수되면 해당 생산자가 납품하는 과일은 매일매일 무작위 추출해 대표를 포함한 모든 MD가 직접 맛을 본 뒤 거래 지속 여부를 판단할 만큼 문제가 시정되는지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한다.

고객이 항상 옳다는 회사의 신념을 바탕으로 ‘셀프 환불 서비스’도 도입했다. 고객이 상품에 불만이 있거나 하자를 발견했을 때 직접 소비자가격과 환불 비율을 100%, 90%, 80% 등 10% 단위로 입력한 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가 느끼기에 50점짜리 상품이 배송 왔다면 50% 환불을 요청하고, 10점짜리라면 90% 환불을 요청하면 된다. 딸기를 시켰을 때 일부가 물렀다면 딸기를 반납하지 않고도 그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품은 매몰비용으로 간주하고 그냥 고객에게 준다. 물론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긴 하지만 특별한 결격 사유가 확인되지 않는 한 고객의 환불 요청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고 있다.


안 이사는 “처음에 셀프 환불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내부적으로도 사람들이 제도를 남용하면 어떡할지에 대한 염려가 컸다”며 “그러나 생각보다 악의적인 소비자들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지각 있게 상품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블랙컨슈머가 별로 없는 까닭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가 전체 구매의 90%에 달할 정도로 충성고객이 많은 플랫폼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물론 향후 회사 규모가 커지면 악성 고객이 지금보다 많아지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일단은 ‘신뢰’를 전제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악성 고객까지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회사의 포부다.

오프라인 직영 매장에서 사후 관리(AS)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온라인 주문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불만족했을 때 근처 직영 매장에 가면 빠르게 교환을 받을 수 있다. 또 오배송이 발생하더라도 인근 매장의 오프라인 배송 기사들이 출동해 상품을 회수해 가거나 바꿔준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비슷하지만 향후 온라인 비중이 훨씬 커지면 오프라인 직영 매장은 마치 ‘애플스토어’처럼 점점 AS 센터의 성격을 띨 것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고객 우선주의는 포장 방식에도 반영됐다. 한 박스 안에 모든 제품을 담아줄 뿐만 아니라 100% 종이 포장을 처음 시작한 것도 오아시스다. 사실 쿠팡, 마켓컬리가 나오기 전 국내에서 새벽 배송을 처음 시도한 것은 생협들이었다. 비록 시장을 형성하지 못해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주부 고객들이 스티로폼이나 과잉 포장을 꺼린다는 점을 깨닫고 당시 얻은 교훈을 서비스에 녹였다. 이에 오아시스마켓은 새벽 배송에 다시 뛰어들면서 종이 포장재를 선택하고 보냉재 대신 얼린 생수를 사용하는 등 공급자가 아닌 제품을 받는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했다.

오아시스는 미국 아마존, 일본 오케이마트 등 다양한 유통사의 물류센터를 직접 탐방하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촬영 영상을 보면서 연구했지만 이들 기업의 인프라를 단순히 모방하는 대신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다른 기업의 시스템을 반면교사로 삼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하드웨어를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존 물류의 비효율을 제거했다. 회사는 이렇게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올해 말부터 오프라인 직영 매장 수를 늘리고, 모회사의 광고기획력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마케팅에도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고객 지향성 같은 경영 철학은 유지하되 플랫폼은 새벽 배송에서 오픈마켓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신선 식품에서 생활재로 계속해서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2월 코로나 사태 확산 이후 하루 주문 건수가 갑자기 폭증하면서 업무 마비로 새벽 배송이 잠시 중단된 적이 있듯이 오아시스의 ‘저비용 고효율’ 물류 시스템이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른 규모의 팽창을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2호 About Work 2020년 8월 Issue 1 목차보기




SR3. 출시 160일 만에 2억 병 판매한 ‘테라’

새로움 위해 하이트 꼬리표도 뗐다
혼술-홈술족 마음까지 사로잡아

287호 (2019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하이트진로가 2019년 3월 출시한 테라는 그동안 신제품 기근에 시달리던 국내 맥주 시장에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초대형 히트 상품이다. 신제품에 목마른 소비자를 ‘새로움’을 강조하며 공략했고, 과거의 영광 ‘하이트’라는 상위 브랜드를 철저히 떼어버림으로써 오히려 참신함을 키웠다. 또한 집에서 마시는 ‘홈술’과 혼자 마시는 ‘혼술’ 트렌드에 제대로 올라탔다. 특히 저관여 상품군에서 쉽게 자극되는 ‘다양성 추구 성향’과 그에 따른 ‘브랜드 이탈’을 잘 활용했고, 마케팅 4P 차원에서는 제품(product)과 촉진(promotion) 영역에서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일으키며 성공했다.


테슬라(?)의 쾌속 질주

2019년 전국 주점에서 가장 많이 쏟아진 주문은 바로 “여기 테슬라 주세요”일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을 일컫는 이 신종 단어는 불과 작년까지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의 고유명사로 불렸던 ‘카스처럼(오비맥주 카스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을 밀어내고 새로운 한국 주류문화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트진로가 ‘청정라거’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걸고 올해 3월21일 출시한 테라는 그동안 신제품 기근에 시달리던 국내 맥주시장에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초대형 히트상품이다.

제조사인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출시 39일 만에 100만 상자가 팔려 맥주 브랜드 가운데 출시 초기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 등 과거 이 회사 제품의 출시 첫 달 판매량이 20만∼30만 상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최고 5배 많은 수치다.


이후 가속도가 붙으며 약 100일 만에 1억 병을 거쳐 맥주 성수기인 7∼8월 두 달간 300만 상자(한 상자당 10리터)를 판매해 출시 160일 만인 8월27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667만 상자, 2억204만 병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초당 14.6병 판매된 것으로 병을 누이면 지구를 한 바퀴(4만2411.5㎞) 돌릴 수 있는 길이(4만6500㎞)다. 출시 101일 만에 1억 병을 판매한 후 그 절반밖에 안 되는 기간인 59일 만에 다시 1억 병을 더 판 셈이다.



지난 9월에는 세계적인 미식가이드 미슐랭 가이드 서울(Michelin Guide Seoul)이 국내 맥주 브랜드 최초로 테라를 공식 파트너로 선정했다.

‘주류시장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핵심 상권 내 식당에서 테라는 이미 1위 맥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9월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가 강남, 여의도, 홍대 등 서울 주요 지역 식당 80곳을 상대로 맥주와 소주 점유율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테라 점유율은 61%로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카스(39%)를 압도했다. (그림 1)



지역별로는 여의도에서 74%의 점유율을 보여 가장 높았고 강남과 홍대에서는 각각 55%를 기록했다.

소매 채널에서 테라의 영향력은 실제 주요 개별 유통업체들의 판매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유통업체들은 제조사들과의 관계를 의식해 특정 카테고리에서의 브랜드별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유통사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A 대형마트에서 조사한 국내 맥주 카테고리 내 브랜드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오비(카스, 53.5%), 하이트(35.3%), 롯데(클라우드·피츠, 11.2%)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는 오비(50.6%), 하이트(24.4%), 테라(18.7%), 롯데(6.3%)로 바뀌었다. 카스와 하이트의 1·2위 구도는 유지됐지만 브랜드별 점유율을 새롭게 등장한 테라가 흡수한 것이다. (그림 2)

최근 맥주의 핵심 소매창구로 떠오른 편의점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B 편의점의 국산 맥주 판매 순위 중 테라 500㎖ 캔의 순위를 살펴본 결과 출시 직후인 4월 9위로 시작해 5월에 4위로 올라선 후 8월부터 10월까지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테라의 성공 덕에 이 편의점에서 하이트는 오비의 아성을 조금씩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78대22였던 오비와 하이트의 매출 점유율은 2분기 74대26, 3분기 72대28에서 지난 10월에는 71대29로 조정됐다.

판매 순위를 국산·수입 맥주 통틀어 집계한 C 편의점에서는 한때 테라가 2위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편의점이 취급하는 98종의 500㎖ 캔 가운데 테라는 지난 4월 15위에서 출발해 7월에 9위를 거쳐 8월에 2위를 차지했다. 이후 9∼10월에는 4위를 유지하고 있다.(그림3) 테라의 성공은 전체 국산 맥주의 매출 신장까지 견인한다는 평가다. 한 대형마트에서 테라가 출시된 올해 3월부터 10월 말까지 국산과 수입 맥주 매출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니 수입 맥주는 5% 줄어든 반면 국산 맥주는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테라는 단순한 맥주 신상품을 넘어 올해 국내 주류시장을 강타한 메가 히트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한때 맥주명가로 불렸던 하이트진로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불어넣고 있다. 추후 성공 요인 분석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지만 이 같은 테라의 성공 요인으로는 저관여상품인 맥주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성향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과거 도요타의 렉서스 출시 때와 같은 독립 브랜드 전략을 편 것, 혼술 트렌드에 맞춰 소매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 제품과 촉진을 영리하게 결합한 4P 보완 전략이 주효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테라가 국산 맥주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유
1.신제품에 목마른 소비자…새로움 강조한 테라에 꽂혔다

테라의 알코올 도수는 4.6도다. 경쟁 제품인 카스나 하이트진로 주력 제품인 하이트의 4.5도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높아 최근 틈새상품으로 각광받는 저도주 라인과는 거리가 먼 ‘정통’ 맥주로 분류된다. 정통 라인의 국산 맥주가 새롭게 출시된 것은 지난 2014년 롯데의 클라우드 이후 5년, 젊은 층을 겨냥한 신상품인 롯데 피츠 출시 이후 2년 만이다.

기존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맥주 브랜드는 카스와 하이트가 양분해왔던 맥주 시장에 피로감을 느껴온 소비자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가 최대 60%, 하이트 등 하이트진로가 30% 내외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리뉴얼은 있었지만 카스 출시가 1994년, 하이트는 1993년 출시인 것을 감안하면 20년 넘게 같은 맥주 브랜드의 독주가 이어진 셈이다. (DBR minibox: ‘국산 맥주 숙명의 라이벌, 오비와 하이트진로’ 참고.)

그간 오래된 국산 맥주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다양성 추구 성향을 수백여 종에 달하는 수입 맥주를 마시며 해소했다. 하지만 테라 출시 시기와 맞물려 잇따라 터진 수입 맥주 관련 부정적인 이벤트는 ‘새로운 국산 맥주’에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게 한 계기가 됐다. 한 대형마트 주류 MD는 “청정맥주를 표방해 출시했는데 때마침 당시 수입 맥주의 발암물질 이슈가 발생하며 반사이익을 거둔 측면도 있다”며 “여기에 7월 일본 맥주 불매운동 이후 판매가 급신장하며 베스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테라가 출시된 지 한 달째인 지난 4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수입 맥주에 농약 성분이 들어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맥주 15종과 와인 5종에서 농약 성분이자 2급 발암추정물질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소비자단체 US PIRG의 2월 보고서가 알려지며 급기야 ‘농약맥주’ 리스트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총 41종의 수입 맥주·와인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문제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사건은 출시 초기 테라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된 중요한 이벤트로 평가된다.

여기에 지난 7월 일본이 수출 규제와 이에 따른 한일 관계 경색으로 강력한 라이벌이던 일본 맥주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호재도 생겼다. 8월부터 일본 맥주의 주요 소매 채널인 편의점들이 ‘4캔에 1만 원’식의 할인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며 주요 편의점의 일본 맥주 매출은 행사를 할 때와 비교하면 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국내 수입 맥주 시장점유율 1위였던 일본 맥주는 지난 7월 3위로 밀려난 데 이어 8월, 9월에는 각각 13위, 27위로 계속 떨어졌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지난 9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맥주 수출액은 59만 엔(약 630만 원)으로 전년 동기 7억8500만 엔(약 84억 원)보다 100% 감소했다.

새로운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안전 이슈와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라는 외부 요인 때문에 수입 맥주를 대체재로 고를 수 없어 국내 맥주 소비로 눈을 돌린 시기를 ‘신제품’ 테라가 잘 파고든 것이다.


2. 과거의 영광 ‘하이트’의 꼬리표를 떼라

그간 하이트진로는 완전한 신제품 출시보다는 하이트 브랜드에 기대거나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는 데 더 집중해 왔다. 송상연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가 2015년 한국콘텐츠학회지에 기고한 ‘모기업 연상이 브랜드 포트폴리오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보유한 맥스, 스타우트, 드라이피니시d 등의 개별 브랜드에 대해 다수의 소비자는 이 브랜드들이 하이트사에서 나온 상품임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구매 의사 결정에 반영하고 있었다. 2016년에 내놓은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는 맥주 원료인 홉 비중을 높이고 기존 4.3%였던 알코올 도수도 4.5%로 올렸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테라는 출시 당시부터 패키지, 프로모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철저히 하이트의 존재를 숨겼다. 실제 테라 패키지에서는 제조사인 ‘하이트진로’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품 이름 ‘TERRA’와 함께 원재료인 호주 청정 맥아를 떠올리게 하는 ‘AUSTRALIAN GOLDEN TRIANGLE MALT’와 ‘MADE FROM PURE AGT MALT’라는 영문 표현만 앞뒤로 크게 배치돼 얼핏 보면 수입 맥주로 착각하게 만든다. 하이트진로라는 이름은 제품 옆에 원재료와 제조사 등을 필수로 적어야 하는 부분에 아주 작게 인쇄돼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포스터뿐 아니라 배우 공유가 출연하는 테라의 영상 광고에는 하이트진로라는 표현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테라의 이 같은 전략은 앞서 언급했듯 도요타가 렉서스를 론칭할 때 썼던 전략과 동일하다. 1989년 도요타는 미국의 고급 대형 승용차 시장을 겨냥한 새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내놓으며 철저히 기존 브랜드와 분리했다. 미국에서 도요타는 품질은 좋지만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기존 도요타 이미지가 렉서스에 투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요타는 사내에 렉서스 사업부를 완전한 독립 사업부로 만들고 판매망과 서비스망까지도 기존 도요타 라인과 분리했다. 모 브랜드를 숨긴 전략 덕택에 렉서스는 출시 2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브랜드 고급 차가 됐다. 렉서스와 같은 전략을 통해 테라는 ‘하이트’ 브랜드가 가진 핸디캡을 피해 가는 영리한 스탠스를 취해 ‘제2의 렉서스’급 성공을 거둔 셈이다.


DBR mini box: 국산 맥주 숙명의 라이벌, 오비와 하이트진로

테라의 성공은 경쟁사 오비맥주와의 경쟁에서 밀려 벼랑 끝에 서 있던 하이트진로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넘볼 수 있을 만큼 기사회생하는 발판이 됐다.

1930년대 탄생한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와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는 70년간 피 튀기는 맥주 전쟁을 벌여왔다. 초기에는 조선맥주의 크라운맥주가 오비맥주를 근소한 차로 이기다 1980년 이후 오비맥주가 시장을 독식, 90년대 초까지 1위를 고수한다.

하지만 1993년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판도가 바뀐다. 테라와 마찬가지로 당시 원료인 ‘지하 암반수’를 강조하며 깨끗함을 내세운 덕택에 1996년에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한 것이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9년 진로쿠어스를 인수한 오비맥주는 진로의 맥주 카스를 자사의 대표 맥주 브랜드로 내걸고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해 결국 2012년 다시 선두를 차지한다.

추락 속도는 빨랐다. 2014년 시작된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 적자는 5년 연속 계속돼 누적 손실이 900억 원까지 치솟았다. 한때 60%까지 올랐던 주류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25% 수준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테라 출시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롯데아사히주류IMP 등 주류기업 4사가 편의점, 슈퍼 등 소매점에서 판매한 맥주의 총매출액은 6506억 원. 이 중 하이트진로는 1593억 원을 차지해 소매점 시장에서의 매출이 전 분기보다 무려 35.6%(418억 원) 늘었다.

특히 점유율에서 오비맥주는 62.6%로 전 분기 대비 1.9%포인트 감소한 반면 하이트진로는 같은 기간 24.5%로 전 분기 대비 3.5%포인트 올라 격차를 좁혔다. 롯데아사히주류IMP와 롯데주류의 점유율도 각각 7%, 5.8%로 0.4%포인트, 1.2%포인트 하락했다.

테라 효과는 하이트진로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하이트진로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을 제외한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맥주 매출액(별도 기준)은 1862억 원으로 전년 동기(1762억 원) 대비 100억 원 늘어나며 5.7% 증가했다. 맥주 부문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최근에는 하이트진로 주식의 시가총액은 3년6개월 만에 2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 하이트진로 주가는 장 중 2만945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2만9350원, 시총은 2조584억 원을 찍었다. 하이트진로의 시가총액이 마지막으로 2조 원을 기록한 것은 종가 기준으로 2만8600원을 기록한 2016년 4월26일이다. 아직 하이트진로의 선두 탈환을 점치기에는 점유율 차이가 상당하지만 오비맥주를 긴장시키기엔 충분했다는 후문이다.



3.‘홈술’ 트렌드 공략으로 소매 시장 점령… 선택과 집중으로 테라 밀어주기 전략도

한국 주류 시장 트렌드는 과거와 같은 주점 내 회식 중심이 아니라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홈술’ 위주로 탈바꿈했다. 닐슨코리아가 2019년 초 공개한 ‘국내 가구 주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가구의 연간 주류 구매량은 3억4535만5000리터로 전년 대비 17.8% 늘었다. 1980년 1인당 14.8리터에 달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2015년 10.9리터를 거쳐 2016년에는 8.9리터까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가구 연간 주류 구매액은 한 가구당 8만45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가구당 연간 구매량은 21.5리터로 13.9% 성장했다. 가구당 회당 구매액도 7% 상승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시행, 최저 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를 통한 근무시간 단축 같은 규제 이슈, ‘1코노미’가 표방하는 개인주의 확산과 워라밸 등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가지는 문화·사회적인 변화 등이 홈술 트렌드를 견인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런 홈술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테라가 포함된 맥주 카테고리로 나타났다. 가구 내 주종별 구매 경험률을 분석한 결과 맥주가 60.5%로 가장 높았다. 이 중 국산 맥주는 45.2%로 수입 맥주 40.9%를 앞질러 전체 주류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수입 맥주 인기를 주도한 일본 맥주가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판매가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국산과 수입 맥주 사이의 경험률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닐슨코리아 조사에서 국산 맥주를 음용하는 장소는 이미 주점이나 식당(38%)보다는 집(54%)이 선호됐다. 이는 수입 맥주를 집에서 즐긴다는 비율인 71%보다 낮지만 소주(48%)보다는 높다. 3개월 내 주류를 구매한 적이 있는 가구 패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7%가 ‘집에서 마신다’고 답했으며, 31.4%가 ‘가족과 함께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주류를 소비하는 응답자를 연령별로 분석해본 결과, 30대 남성이 61.3%로 가장 많았고 40대 여성이 60.4%, 40대 남성이 60.0%, 30대 여성이 58.7%으로 나타나 주로 3040 세대가 남녀에 상관없이 ‘가볍게 한잔하기’ 위해 홈술을 즐기고 있었다.

맥주 선택 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수입 맥주는 판촉행사를 꼽은 반면 국산 맥주는 ‘브랜드’를 고른 것도 눈에 띈다. 실제 수입 맥주의 판매에는 ‘4캔에 1만 원’으로 대표되는 할인행사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일본 맥주의 몰락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홈술 트렌드를 겨냥해 테라는 주요 핵심 소매 채널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을 펼쳤다. B 편의점 주류 MD는 “테라는 편의점 맥주 카테고리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주력 용량대인 500㎖ 캔 상품부터 제일 먼저 출시했다”며 “기존 하이트의 오래된 느낌을 테라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전환하면서 맥주의 격전지인 편의점에서 적극적으로 판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D마트 주류 MD는 “맥주 신상품이 전국 단위로 바로 납품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테라는 출시 직후 전국 주류 판매매장에 바로 입고가 됐다”며 “출시와 동시에 전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선보이고 TV 광고도 띄우면서 접근성을 높였고 이후 맛이 괜찮다는 평이 퍼지기 시작하며 더욱 호평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트진로가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소매 채널에 테라를 우선 공급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판촉 전략을 쓴 것도 성공에 일조했다는 평이다.

B 대형마트 주류 MD는 “하이트진로의 맥스는 맥아 비율이 좋아 출시 당시부터 시장에서 반응이 조금씩 나타나 업계에서는 9부 능선만 넘으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던 제품”이라며 “하지만 갑자기 하이트진로가 d를 출시하면서 맥스의 위치가 애매해졌다”고 설명했다. ‘끝 맛이 좋은 맥주’를 내걸고 나온 d였지만 맥스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소비자들이 기존 하이트와 헷갈려 하는 경우도 많았다. 맥스와 d로 마케팅과 판매 역량이 양분하면서 두 제품 모두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찰나에 경쟁사인 오비가 골든라거를 출시하고 회사의 모든 지원을 이 제품에 집중하면서 결국 시장의 승기가 오비로 넘어갔다. 이 MD는 “그때의 실패를 교훈 삼아 요즘 하이트진로는 판매 매대에 테라만 가득 채워 확실히 밀어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A 대형마트 주류 바이어는 경쟁사와는 달랐던 하이트진로의 가격 정책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들었다. 그는 “주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국산 맥주 가격을 1.8% 낮출 여력이 생기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값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며 “경쟁사인 오비와 롯데는 이를 감안해 올해 4월 미리 맥주 가격을 인상했지만 하이트진로는 그때가 테라 출시 직후라 가격 인상 시기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수익 측면에서는 실수라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테라 열풍을 더욱 부추긴 요인이 된 셈이다.

오히려 최근 테라의 인기에 놀란 오비맥주는 지난 10월21일 카스 전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오비맥주의 가격 변동은 올해만 벌써 네 번째인데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 네 차례의 가격 조정 모두 테라 견제용인 것으로 보고 있다.


4. ‘지하 암반수’에 이은 ‘청정라거’ 콘셉트로 깨끗함 원하는 소비심리 저격

하이트진로가 과거 오비맥주의 독주를 깨고 국산 맥주 1위 자리를 되찾은 일등공신은 당시 신제품 ‘하이트’였다. ‘지하 암반수’로 만들었음을 강조하며 깨끗함을 내세우는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테라 역시 이 같은 하이트의 성공 전략을 다시 적용한 상품이다. 김진국 하이트진로 연구소장은 “테라는 국내 맥주의 메인 시장인 라거 시장에서 정면 승부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획했다”며 “추상적인 콘셉트에 머물지 않도록 제품력이 뒷받침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청정라거’ 콘셉트에 맞게 원료, 주질, 패키지 디자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 R&D팀과 구매팀은 지난 5년간 세계 각국에서 발품을 팔았고 그중 전 세계 공기질 부문 1위를 차지한 호주 내 보리 재배 지역을 발굴했다. 호주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맥아 성분 분석과 주질 테스트까지 진행한 끝에 비옥한 검은 토양과 보리 생육에 최적인 일조량 및 강수량으로 유명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를 100%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하는 ‘테라’라는 브랜드네임 역시 청정 지역의 이미지와 자연주의를 온전히 반영해 탄생했다.

발효 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100% 담은 것도 특징이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리얼 탄산을 별도로 저장하는 기술과 장비를 새롭게 도입했다. 100% 리얼 탄산 공법은 라거 특유의 청량감이 강화되고, 거품이 조밀하고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는 강점이 있다. 소맥용 맥주로 테라가 각광받는 것도 하이트진로가 테라의 맥주 품질 그 자체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A 대형마트 주류 바이어는 “소맥을 만들 때 가장 좋은 ‘황금비율’이 있지만 테라는 소주를 한 방울 타든, 많이 타든 관계없이 맛이 좋다는 게 중론”이라며 “소주가 들어가기만 하면 맥아향이 확 퍼지면서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맥아가 좋지 않으면 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패키지도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장은 “국산 레귤러 맥주 중 녹색 병을 적용한 것은 테라가 최초인데 이제는 테라의 시그니처 컬러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병목에 토네이도 모양의 양음각 패턴을 적용해 맛의 청정함뿐 아니라 시각적인 청정함을 위한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광고로는 특히 기존 맥주와는 다르게 40대 남성 배우인 공유를 모델로 기용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이는 롯데주류의 피츠 등 동 시간대에 방영되는 경쟁사 맥주 제품뿐 아니라 열광하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어필했던 하이트진로의 기존 제품 드라이피니시d 광고와도 차별화된다. 올해 나온 총 4편의 테라 광고는 제품의 특징인 ‘맥아’와 ‘탄산’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지난 10월 론칭한 4번째 광고는 ‘이 맛이 청정라거다! 청정라거-테라’ 슬로건 아래 도심 속 빌딩 숲에 있는 모델 공유가 테라를 마시는 순간 광활하고 청정한 보리밭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순간 보리밭에 거대한 회오리가 일면서 그대로 테라 병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성택 실장은 “보통의 맥주 광고는 시원한 이미지와 함께 즐겁게 마시는 모습을 전달했지만 테라는 광고에 제품 자체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1. 정체된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성향을 자극하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할 때 과거 구매가 현재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직전에 A 브랜드 제품을 샀으면 현재도 A 브랜드 제품의 재구매 확률이 높아지는 관성(inertia) 성향, 두 번째는 반대로 과거에 A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현재 구매 시점에서 오히려 같은 브랜드 제품의 재구매 확률을 낮추는 다양성 추구(variety-seeking) 성향이다. 주목할 점은 한 소비자가 이 관성과 다양성 추구 성향을 경우에 따라 혼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대니얼 벌린 토론토대 교수는 어떤 자극에 대한 흥미로움은 그에 대해 적당히 친숙해 졌을 때 절정에 달하고, 반대로 동일한 자극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권태를 느껴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마케팅적으로 해석한 김동훈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가 증가하면 소비자는 타성 상태(브랜드를 선택하는 상태)에 들어가지만 친숙도가 매우 높아지면 브랜드 매력도가 감소해 다른 자극(브랜드)을 찾게 된다고 봤다. 이는 곧 x축을 동일 브랜드 제품의 연속 구매 수, y축을 브랜드의 매력도로 봤을 때 뒤집어진 U자 모양의 그래프로 나타난다. (그림 4) 즉, 아무리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 높게 형성된 상표라고 해도 시장에서 흔들림 없는 애호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이 효과는 브랜드 및 상품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우선 고관여제품의 경우 관성 성향이 다양성 추구 성향을 압도할 수 있다. 제품을 연속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그 제품의 매력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만 한다는 것이다. 고가 차량과 명품 등이 대표적으로, 고관여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여기며 특별한 불만족 요인이 없는 한 기존 브랜드 구매 행태를 유지한다. 한 번 정한 선택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고관여제품의 구매에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분석해 ‘잘못된 선택’의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도 따라붙는다. 반대로 저관여제품의 구매행동에는 1차로는 관성이, 2차로는 다양성 추구 성향이 발현된다.

테라가 속한 맥주라는 상품은 대표적인 저관여 상품으로 꼽힌다. 고관여 상품과는 반대로 딱히 제품 자체에 불만족할 만한 요인이 없어도 싫증을 느끼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하기 쉽다. 카스와 하이트라는 기존 브랜드에 질린 소비자들이 2014년 출시된 클라우드에 몰렸고, 그마저도 출시 5년이 지나며 올드해지자 다시 새로운 테라에 열광하는 중요한 이유다.

관여도가 낮은 다른 제품처럼 맥주는 단가 자체가 저렴한 만큼 잘못된 선택에 따른 리스크가 작다. 고관여제품처럼 굳이 다른 동종 제품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지 않고 쉽게 새로운 제품을 시도해볼 가능성이 크다. 지인 혹은 주점에서 업주가 추천하는 상품을 별 고민 없이 주문하는 것이다.


2. 상위 브랜드 이점 과감히 포기한 독립 브랜드 전략

하이트진로 같은 주류회사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주로 활용하는 전략은 브랜드 확장, 직접 하위 브랜드 출시, 간접 하위 브랜드 출시, 독립 브랜드 출시로 나뉜다. 브랜드 확장은 기존에 구축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범위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9, 갤럭시노트10처럼 사이즈나 기능 차이가 있을 때 새로운 넘버를 붙인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으로, 기존에 모태가 되는 브랜드와 상품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직접 하위는 기존 모(母)브랜드를 앞에 붙이고 뒤에 새로운 서브 브랜드를 붙여 출시하는 전략이다. 신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도에 의존하는 것으로, 모브랜드가 유명할수록 쉽게 시장에 침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 장점은 조건이 바뀌면 그 자체로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모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싫증을 느끼면 새 브랜드에도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기존 하이트 리뉴얼 상품들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접 하위는 이와 같은 직접 하위 전략의 취약점을 피하기 위해 모브랜드의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말한다. 동서식품의 ‘카누’는 인스턴트 원두커피로서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존 대표 브랜드 ‘맥심’의 노출을 줄였다. 대표 상품 아메리카노 패키지 전면에는 카누의 영문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맥심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하단에 작게 넣는 방식으로 맥심의 인지도는 취하면서도 맥심 하면 떠오르는 ‘믹스커피’의 이미지가 카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이 중 테라는 독립 브랜드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맥주 시장을 양분하는 독보적인 모브랜드 ‘하이트’의 인지도를 포기하는 대신 중장년층에게 더 잘 맞는 ‘낡은’ 이미지와 거리를 둔 것이다.


3. 4P 간 상호보완성 극대화 전략… 자발적 입소문 효과도 주목

테라는 4P 전략(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촉진)) 가운데 제품과 촉진 영역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전개됐다.

우선 제품 측면에서는 재료와 공정 모두 기존 국산 맥주와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 구체적으로는 기획과 개발 과정에서 초미세먼지 경보가 일상화돼 청정, 자연, 친환경 등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실현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한 청정라거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린’을 브랜드 컬러로 결정하고 모든 패키지에 적용했다.

이런 제품의 콘셉트는 촉진 영역인 광고에도 적용했다. 타깃층을 20·30대로 한정 짓지 않고 폭넓은 연령대의 팬층을 보유한 배우 공유를 광고 모델로 기용, ‘대한민국 대표 맥주’의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연령층에 소구하는 전략이다.

테라 하면 떠오르는 단어인 ‘테슬라’는 곧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만든 폭탄주용으로 테라가 각광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소맥용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테슬라 입소문 효과도 테라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에서는 “회사 차원에서의 테슬라 마케팅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오성택 실장은 “테라는 맥주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했고 소맥용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테슬라를 스스로 알리거나 바이럴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섞어 먹을 때 만족감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이슬과 함께 마시는 문화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즉, 제품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퍼뜨리는 구전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외부 마케팅 유무와 상관없이 제품의 특·장점에 집중한 것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몰고 왔다는 평이다.


4.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성향은 테라에 기회이자 위기

테라 성공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성향은 거꾸로 보면 타사에서 테라급의 맥주 신제품을 내놓을 경우 소비자가 새 제품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 테라의 판매 호조가 하이트진로 전체의 맥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기존 하이트 브랜드 판매를 테라가 잠식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SWOT 분석에 있어 강점(Strength)은 청정맥아·100% 리얼 탄산을 강조해 기존 맥주와 차별화한 점, 기회(Opportunities)는 신제품에 목마른 국내 맥주 소비 시장을 꼽은 반면, 약점(Weakness)과 위협(Threats)은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승연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오비맥주 등 경쟁 회사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판촉을 집중해 이들의 다양성 추구 성향이 발동하도록 마케팅 전략을 펴야 한다”며 “테라의 신제품 효과가 유효할 때 최대한 충성고객을 확보해야 또 다른 신제품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고 롱런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김태성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kts@mk.co.kr
필자는 2008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매일경제신문에서 부동산, 금융, 중소기업부를 거쳐 현재 백화점과 온라인몰 등 유통산업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유통산업 트렌드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다. 소비생활에서 생기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풀어내는 ‘알아봤습니다’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M&A 성공에 이르는 네 가지 철칙

2호 (2008년 2월 Issue 1)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자들의 입에 회자될 주요한 화두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견’과 ‘인수합병(M&A)’라는 두 단어일 것이다. 사실 이 두 단어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경영 환경에서 모든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은 ‘어떻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가 비슷한 한국 기업들끼리 경쟁했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 영역이 아닌 신규사업에서도 신설 투자 형식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과거 재벌이라는 비(非)관련 다각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이나 브랜드가 아닌 일반적인 경영 능력과 자금 동원 능력이 유일한 핵심 역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성장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최고의 기술과 브랜드를 갖고 한국 내수시장 및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상황이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의존해서는 신규 사업에 진출할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러한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새로운 핵심 역량을 획득하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은 과거 M&A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M&A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M&A는 대부분 도산한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것에 국한됐다. 또한 독특한 기업 문화와 경직된 노동 시장, 노동조합은 M&A를 통한 사업 구조조정의 장애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철칙을 강조하면 다음과 같다.
 
다임러벤츠는 1999년 생산 규모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별 시장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고급 차종부터 저가 소형차까지 라인업을 보강한다는 논리로 크라이슬러를 합병했다. 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본 후 결국 2007년 서베러스캐피탈매니지먼트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때 합병회사의 시가 총액이 합병 전 각각 회사의 가치보다 낮아진 적이 있을 정도니 대형 M&A의 실패 사례의 하나로 기억되기에 무리가 없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의문을 낳았다. 과연 고급차와 중저급차 간의 시너지가 있을 것인가? 후륜 구동의 벤츠와 전륜 구동의 크라이슬러가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을까? 권위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전형적인 독일 기업 다임러벤츠와 분권화된 기업 문화를 갖고 수 없이 파산 위험에 시달려오면서도 버텨온 자부심 강한 크라이슬러가 잘 융합될 수 있을까?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실패는 M&A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려면 양 기업의 핵심 역량과 기업 문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었을 뿐이다.
 
반면 2002년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합병은 ‘일상 재화’가 되어가는 양사의 하드웨어 중심적인 사업 구조를 차별화된 서비스 중심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사업 구조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HP-컴팩의 합병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이 합병안에 대해 HP 이사회 내에서 치열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HP 설립자의 아들로 HP의 이사회 임원인 월터 휴렛은 합병안이 이사회에 상정되자 이 합병이 주주의 가치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투자자를 규합해서 위임장 대결을 벌였다. HP의 CEO였던 칼리 피오나는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합병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통합 후 비용절감과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증대하기 위한 엄청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HP와 컴팩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적 목표를 갖고 합병에 대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M&A는 그 특성상 대규모 자본 투자가 소요되며 큰 위험을 수반한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1995년부터 2001년 동안 302건의 대형 M&A를 분석한 결과, 61%의 사례에서 인수기업의 주주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M&A에 서 피인수기업의 주주에게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만일 시가총액 1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130억 원에 인수했다고 가정해 보자.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과의 통합을 통해 30억 원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지 않으면 이 M&A는 명백하게 실패한 것이다. 30억 원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을 통합해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늘려 수익을 증대하는 명확한 경영 전략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실행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M&A팀 아닌 기업개발팀을 만들라
1987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사는 고객들에게 원스톱 여행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해 힐튼호텔과 허츠렌터카를 인수했다. 하지만 많은 프리미엄을 주고 이들 회사를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시너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 항공사들은 다른 호텔 체인과 렌터카 회사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했다. 만일 M&A팀을 가동하고 있다면 그들의 임무는 M&A대상을 물색해 가격을 매기고 인수 협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국한되기 쉽다. 전략적 목표를 간과한 채 M&A를 위한 M&A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M&A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마다 M&A 전문팀을 만들고 있지만 유사한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무 전문가와 변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M&A팀은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M&A의 대상이 확정됐을 때 인수합병의 가격과 절차에만 집중하기 쉽다. 반면 왜 이 기업을 인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시너지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통합 과정에는 소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은 대부분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기업개발팀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의 기능은 CEO를 보좌하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어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부족분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해 상시 검토한다. 이 팀의 관점에서는 M&A가 새로운 핵심 역량을 획득하고 빠른 시장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대안에 불과하다. 이 팀은 기업 성장 전략의 또 다른 방법인 신설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M&A와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
   
■ M&A 철칙 ■
1.기업개발팀을 만들라
재무전문가와 변호사로 구성된 M&A 전문팀 대신 기업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기업개발팀을 만들라. 
2.소규모 M&A로 노하우를 축적하라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자신 나름의 인수합병 공식을 정립하라. 
3.핵심 사업 분야의 해외 인수를 고려하라
수요와 공급이 풍부한 핵심 사업분야의 해외 M&A 시장을 바라보라. 
4.비관련 사업 분야의 M&A는 위험하다
자신이 핵심 역량을 갖지 못한 사업 분야의 M&A는 실패하기 쉽다. 
 
사실 M&A는 신설 투자나 전략적 제휴 또는 합작 투자와 같은 대안에 비해 값비싼 선택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개발팀은 전략을 책임지는 최고전략담당임원(Chief Strategy Officer·CSO)과 개별 사업부의 전략을 짜는 담당자로 구성되는 것이 좋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재무 전문가와 협상 전문가에게만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맡길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M&A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명확한 전략이다. M&A는 목적이 아니라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소규모 M&A로부터 노하우를 축적하라
앞서 언급한 HP와 컴팩의 통합 과정의 절정기에는 2500명 이상의 통합전담 팀원이 1만 개 이상의 통합 회사의 운영 원칙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HP와 컴팩은 과거 각각 아폴로(Apollo)와 디지털이퀴프먼트(DEC) 등의 인수를 통해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M&A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런 경험은 추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미 수업료를 지불한 것과 같다. M&A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사용하는 회사는 과거의 M&A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잘 정리해 차후에 유사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터넷 라우터(Router)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인 시스코는 자신이 필요한 첨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수십 개의 기업을 M&A하면서 성장했다. 시스코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 나름대로의 인수합병 공식을 정립한 뒤 차후의 M&A에 효과적으로 적용했으며, 인수 후 통합을 가장 신속하게 실행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역량을 쌓았다.
 
이런 관점에서 M&A의 경험이 없는 한국 기업들은 일단 소규모 M&A를 통해 경험과 교훈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의 유수한 대기업들은 김영삼 정부의 소위 ‘세계화 정책’에 편승해 해외에서 대규모 M&A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현대전자는 미국의 맥스터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AST를, LG전자는 제니스를 각각 인수한 바 있다. 당시 M&A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한국기업의 대규모 M&A는 대부분 큰 손실을 보고 실패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과거의 M&A 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정리하고 노하우를 축적해 향후 M&A에 대응하려는 자세가 없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M&A가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인식한 기업들은 준비가 없이 대규모 M&A를 시도해 당황하기보다는 일단 소규모 M&A를 통해 M&A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다. 역량을 갖춘 기업 성장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대형 M&A에 대한 준비한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 기업간에 일어난 일련의 기업 M&A 사례를 분석해 보면 인수 낙찰가가 입찰 전 계산했던 기업 가치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경쟁에서 승자가 된 기업들은 나름대로 인수 후 통합을 통해 인수 프리미엄을 상회하는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한국도 글로벌 M&A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입찰경쟁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 성공한 기업들은 추후에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큰 대가를 치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M&A 사례 중 종종 거품에 가까운 인수가격이 출현하는 이유는 국내에 M&A 대상 기업들의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즉,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많은 수요자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세계 시장을 바라보면 M&A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매우 풍부한 시장이다. 특히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매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M&A를 거론할 때 역시 두산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두산그룹은 M&A를 활용해 자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성공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외환위기 전 두산그룹은 식품과 건설사업이 주력사업이었으나, 1996년 부터 이들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2000년과 2005년 각각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 그 결과 기계설비 사업이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로 탈바꿈했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미주 지역 역삼투압 방식 수처리 사업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AES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영국의 미쓰이밥콕을 인수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7월 소형 건설중장비 분야에서 50년 역사를 지닌 미국 잉거솔랜드의 밥캣(bobcat)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피인수기업들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부족한 핵심 역량을 보완하는 전략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핵심역량은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급이 부족한 국내에만 머물러 높은 인수 프리미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자신이 잘 아는 핵심 사업 부문에서 외국기업을 인수해 운영하는 것이 위험이 적을 수 있다. 이는 자신의 핵심 사업 부문의 국제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다.
  
무작정 넓히는 M&A는 위험
마지막으로 비(非)관련 사업 분야에서의 M&A는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비관련 사업 분야는 그 용어가 의미하듯 자신이 핵심역량을 갖지 못한 사업 분야다. 그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면 인수 후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운영하기가 힘들다.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M&A를 시도했지만 그 성과는 관련 사업 분야에서의 M&A보다 평균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소니는 1988년 콜롬비아픽처스를 인수해 영화 및 영상콘텐츠사업에 진입했다. 가전 하드웨어의 소니가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자와 연기자들의 세계를 이해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은 처음부터 많은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결국 소니는 인수한 지 5년 뒤 무려 35억 달러의 누적 적자를 대손상각했고 최근에서야 영화 사업에서 다소간 흑자를 내고 있다. 소니가 영화 사업에 투자한 경영 자원을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기회비용은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가전기업이 콘텐츠 분야에 진출해 실패한 것은 단지 소니뿐만 아니었다. 일본의 마쓰시다 역시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인수했다가 큰 손실 끝에 매각했다. 한국의 삼성 역시 영상사업단을 발족해 활동하다가 철수한 바 있다. 물론 두산그룹의 예처럼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와 그 관련 분야에서 전망이 나쁜 기업들은 오히려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더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핵심 사업과 관련 분야에서 기회는 없는 지, 많은 위험이 수반되는 비관련 사업 분야의 M&A를 수행할 만한 관리역량은 어떻게 갖출 것인 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인수합병(M&A)의 유형별 성공 요인

16호 (2008년 9월 Issue 1)

전략의 주요 수단으로 인수합병(M&A)을 이용하려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은 다른 기업의 사업과 조직을 인수 또는 합병해 시너지를 얻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하지만 실제로 처음에 의도한대로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AT커니는 최근 175개에 이르는 사례 분석을 통해 기업이 다양한 M&A 유형을 모두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M&A를 실패로 이끄는 주요한 원인임을 밝혀냈다. 우리는 분석을 위해 M&A를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사례 연구에서는 많은 기업이 ‘M&A를 하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M&A의 유형별 기회와 위험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전략을 세우다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M&A를 통한 성공을 원하는 기업은 자사가 원하는 M&A의 유형별 특성을 먼저 밝히고, 그에 맞는 전략적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M&A 후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AT커니는 기업 경영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M&A의 일곱 가지 유형 중 실제 사례의 97%를 차지하는 상위 네 가지 유형과 구체적인 유형별 성공 요인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①규모 확대(volume extension)
규모 확대는 기업 M&A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이며, 성공 여부는 매출과 고객 유지에 달려 있다. 기업은 기존의 고객에게 계속해서 좋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려서 이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②지역 확대(regional extension)
해외 합병을 포함한 지역 확대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문화적 차이의 조율이다. 지역 확대가 가지는 이점 중 하나는 지역별로 서로의 장점을 교류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 간 아이디어 교류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회사들은 이 이점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③제품 확대(product extension)
제품 확대 유형의 경우 연관성 있는 제품군을 이용해 최적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매출 시너지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또 전략적인 브랜드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다.
 
④경쟁력 확대(competency extension)
기술력 등 특정 부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합병은 인력관리와 대화채널 확보 등을 통한 내부관리 및 경영 안정화가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전 세계 기업의 고위 경영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컨설팅사 AT커니가 발행하는 최신호에 실린 기사(All Mergers Are Not Alike)를 요약한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www.atkearney.com/main.taf?p=5,3,1,214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시장 성장률: 차별화x, 유통채널 변화로 요쿠르트 시장 성장률 감소

외부시장: 온라인채널로의 고객 구매 성향 변환



고객 차별성

- 신선식품, 간편식품

- 하루만에 냉장식품 배송


성장 전략: 영업시간 * 가동률 * 회전률 * FM인수

세그먼트 분석

- PDA도입으로 고객데이터 전산화

- age sex time area sku channel busi natl EL E/N

- 아줌마들의 고객층이 20-30대가 아니므로 나이 적은 고객들이 적음 -> 온라인 진출

가동률

유통 채널

- 오프라인

- 방문판매

- 오프라인 방문 유통채널: 장기 안정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에 

-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리: 옴니채널 역할

- 마트 등 유통채널 경유 판매

- 온라인: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전환

상품라인

- 반찬사업 실패 <- 고객 취향이 발현되기 때문

- 냉동 식품 사업전개

타사업지출 : 

잇츠온: 온라인 간편식 서비스

하이프레이몰: 온라인 신선품 매장로 사업다각화

회전률

coco도입으로 FM의 가동성 증대

FM人数

FM인수 확대


SR4. Interview: 신승호 한국야쿠르트 디지털 마케팅 부문장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쌓은 고객 정보
디지털로 전송해 플랫폼 경쟁력 키워

Article at a Glance

한국야쿠르트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건강 음료 시장에서 전통 구독 비즈니스 방식을 업그레이드해 시장에서의 위상을 되찾았다. 오랜 시간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렸던 프레시매니저들의 공이 크다. 이들은 디지털 마케팅과 오프라인 고객 마케팅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해 한국야쿠르트의 차세대 성장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다.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대면해 얻은 고객 정보를 디지털로 전송해 고객을 더욱 면밀히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온라인몰로 이뤄진 주문을 신선하고 정확하게 고객에게 전달해 한국야쿠르트만의 배송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각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지연(한양대 교육공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 음료 시장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 기업에서 다양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음료마다 뚜렷한 차별화하기 어려운 이유에서다. 발효유의 원조 격인 한국야쿠르트도 이 난관을 피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편의점, 할인마트는 물론 온라인으로 유통 채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판매와 정기 배달 중심의 영업 방식이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늘어갔다. 실제로 2012년 팔도 분사 이후 매출이 감소해 위기감이 증가하기도 했다. 우려도 잠시, 한국 야쿠르트는 5년 만인 2017년 ‘1조 원 클럽’에 다시 진입,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야쿠르트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축소하는 대신 이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일등공신은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매니저, FM)’와 ‘정기 배송 서비스’. 프레시매니저들은 면대면 고객 관리를 통해 끈끈한 관계를 맺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객의 장기적인 구독 결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나아가 한국야쿠르트의 안정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7년부터 시작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간편식 배달 서비스 ‘잇츠온’과 온라인 신선 식품 매장인 ‘하이프레시몰’도 마찬가지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서비스를 통해 샐러드, 밀키트와 같은 간편 요리에서부터 계란, 정육,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문한 음식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정기 결제를 유도할 수 있었다. 전통 모델의 강점만을 뽑아내 디지털 서비스를 입혀 독자적인 구독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잇츠온 주문을 포함한 하이프레시몰 매출은 각각 28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코로나19특수로 매출이 약 5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발효유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평균 신장률이 50%에 육박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신승호 한국야쿠르트 디지털마케팅 부문장으로부터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을 들었다.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간편식 배송 서비스 ‘잇츠온’, 신선 식품 배송 서비스인 ‘하이프레시몰’ 등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히트 상품인 ‘콜드브루’가 계기가 됐다. 2017년 콜드브루가 출시되고 난 후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마트나 편의점에서 콜드브루를 찾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한국야쿠르트의 모든 음료는 당시 ‘야쿠르트 아줌마’(현재는 프레시매니저)1 로 불리던 배달 사원이 끌고 다니는 카트에서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아주 간단하게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이 앱이 화제를 모으면서 콜드브루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우리도 뭔가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과 영업을 해야 하는 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단서는 1년 뒤에 포착됐다. 콜드브루 매출을 분석했는데 젊은 층이 마셔야 할 콜드브루를 50대 이상이 더 많이 마시고 있었다. 2030세대가 야쿠르트 아줌마의 주 고객층이 아니다 보니 판매가 쉽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송받는 것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에겐 야쿠르트 아줌마의 현장 방문판매식 영업이 낯설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콜드브루를 현재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주 고객층인 50대 이상에게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방식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문판매를 줄이고 경쟁사들처럼 마트나 편의점과 같은 유통 채널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물론 과거와 달리 자사 제품이 유통 채널에도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핵심 전략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기존 방식을 지렛대 삼아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그동안 한국야쿠르트가 방문판매와 정기 결제의 이점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방문판매는 사람이 직접 고객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고객과 관계를 맺으면 잘 끊어지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제품 판매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 결제로 이뤄질 경우 이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한다. 말 그대로 한 번 고객이 된 사람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수십 년 한국 야쿠르트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십수년간 야쿠르트 구독을 끊지 않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정기 결제 구독자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엄청난 이득이다.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고, 장기 수요 예측이 가능해 사업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언택트’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 즉 프레시매니저 없이 정기 배송 서비스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나?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야쿠르트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프레시매니저에 있다. 이들은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배송 서비스다. 지역 단위로 오랜 기간 활동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식품 배달이 가능하다.

프레시매니저들의 고객 관리 능력 또한 탁월하다. 방문 판매는 한국야쿠르트의 50년 역사가 축적된 노하우다. 장기간 고객과 관계를 맺으면서 고객의 가족 구성원, 직업 등을 모두 파악해 기록해두고 있다. 그 집에서 키우는 아들이 몇 살인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강아지 이름과 나이를 알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고객들에게 상황별로 적합한 제품 구성을 추천해준다. 만약 고객의 남편이 영업직이라 술을 자주 마신다면 숙취에 좋은 음료를, 자녀가 수험생이라면 눈에 좋은 음료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른바 ‘업셀링(up-selling)’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하고, 구성을 바꾸고,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더욱더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확보한 정기 결제 고객만 150만 명이다. 단순히 온라인 주문 결제와 배송 서비스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한국야쿠르트만의 자산이다.

구독 비즈니스 모델 하면 언택트 배송 서비스나 온라인 구독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꼭 이 방법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객을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노하우가 이미 회사 내에 존재한다면 이를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 야쿠르트도 마찬가지다. 프레시매니저의 ‘대면 서비스’로 축적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고객 관계를 더욱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프레시매니저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최근 고객이 증가하면서 프레시매니저 수도 늘릴 예정이다. 프레시매니저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가구 수는 약 180∼200가구 정도다. 매니저를 늘리지 않고 가구 수만 확대되면 고객 배달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 관리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배송 서비스의 질도 우리 상품의 일부다.

프레시매니저들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프레시매니저들의 고객 관리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2014년부터 냉장 전동 카트인 ‘코코(Cold&Cool)’를 도입해 기동성을 높였다.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시속 8㎞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프레시매니저들이 카트를 직접 끌고 걸을 때보다 체력과 시간을 아껴 고객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제품 추천도 가능해졌다.

그뿐만 아니다. 코코를 도입함으로써 프레시매니저가 자연스럽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플랫폼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하이프레시몰과 잇츠온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코코에 넣어서 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시간을 지정하면 프레시매니저들이 제품을 코코에 넣고 배달하는 식이다. 별도의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이미 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레시매니저를 통해 양질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서비스와 온라인 서비스를 연계하는 ‘디지털화’ 작업도 필요할 거 같다.

2010년부터 고객 데이터의 디지털화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우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고객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고객 정보를 주로 수첩에 적었다. 이름과 나이, 주소가 정확하게 기재돼 있지도 않았다. ××약국 ○○엄마, △△사거리 영미네 등 별명으로 적힌 경우가 대다수다. 결제일도 모두 수기로 찾아봐야 하기 때문에 놓치거나 정확하지 않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PDA를 도입해 고객 정보를 전산화하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프레시매니저가 PDA를 휴대해 고객의 결제일이나 고객 관련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고 고객의 정보도 바로바로 기입해 본사와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코코에 넣어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상에서 고객이 요청한 사항을 프레시매니저들이 바로 반영할 수도 있다.

업무가 늘어나 불만을 나타내는 프레시매니저들은 없나?

한국야쿠르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프레시매니저들의 성공이다. 관리하는 제품 수가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작업이 늘어났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프레시매니저가 자신의 매출이 비례해 수익을 얻는다. 개당 몇천 원인 발효유보다 잇츠온, 하이프레시몰의 제품 단가가 훨씬 더 높다. 특히 밀키트 같은 경우에는 한 개당 2만∼3만 원인 경우도 있다. 객단가가 올라가면 프레시매니저들의 수익도 올라간다. 자발적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충분하다. 실제로 많은 프레시매니저가 기존 고객에게 신선 식품과 간편식을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고객 외에 하이프레시몰과 잇츠온 등 온라인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신규 고객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온라인 고객 확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기존 고객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프레시매니저들이 기존 고객에게 프레시몰 할인 쿠폰을 제공해 가격 혜택을 주는 식이다. 나이가 든 고객도 많기 때문에 프레시매니저들이 직접 온라인 회원 가입, 앱 결제 방식을 일일이 가르쳐준다. 대부분 기존 오프라인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온라인 결제를 유지하고 있다. 초기에 하이프레시몰 가입자 43만 명을 모을 수 있던 것도 기존 오프라인 고객들 덕분이다.

두 번째는 좀 더 어려운 작업인데 기존에 한국야쿠르트의 오프라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정기배송을 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구성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격 정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가격 전략은 정말 어렵다. 오죽하면 넷플릭스도 1년 뒤 이탈하는 고객이 85%나 된다고 할까. 한 달 무료 정책이 고객을 유입시키기도 하지만 그만큼 체리피커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그중에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이 바로 체리피커 고객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이다. 가격 혜택을 제공하면 그 혜택만 받고 이탈하는 고객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100원 쿠폰’을 예로 들어보자. 100원으로 계란을 사게 해주는 경우와 100원으로 5000원어치의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회사에 유리할까. 언뜻 보면 100원에 계란을 구매하게 해주면 고객도 좋고 회사도 돈을 덜 써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회사로선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고객이 정말 계란 한 개만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5000원어치를 구매하게 해주면 고객들은 5000원보다 더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5000원어치를 할인받은 경우 평균 3.7개 제품을 구매했다. 원래 사려고 했던 물품들도 우리 앱에서 구매한 것이다. 그렇게 여러 개를 구매해 배송을 받아본 후 경험이 나쁘지 않으면 두 번째 방문으로 이어진다. 여러 번 방문하다 보면 자신이 자주 구매하는 식품의 경우 정기 결제를 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것을 깨닫고 구독으로 이어진다.

이제 온라인 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결국 하이프레시몰은 정기배송을 염두에 둔 식품 배송 서비스다. 그만큼 처음에 고객들을 정기배송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제품군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것이 반찬이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간편식이나 조리된 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새롭고 신선한 반찬을 제공해주면 반응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고객들의 입맛이 각기 달랐다. 좋아하는 단맛 정도, 짠맛 정도, 식감 등이 각양각색이었다. 당연히 반찬이 맛있다는 반응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짧은 유통기한도 문제였다. 반찬은 보통 수일에서 수주를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먹는데 배송하는 반찬의 유통기한은 상대적으로 짧아 남기고 버려야 했다. 고객들이 생각하기에 가격이 비싸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반찬 사업을 6개월 만에 접었다.

그다음에 시작한 것이 밀키트 사업이다. 밀키트는 반 조리 형태로 배송해 각 가정에서 열을 가해 간단한 조리만 하면 요리가 완성된다. 찌개류, 탕류에서부터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스파게티, 스테이크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포장해서 가져오거나 배달하더라도 돈이 많이 들었던 식품군을 공략하다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또한 신선하게 당일 만들어 배송된다는 것이 크게 부각됐다. 이미 배송 인프라가 있어 밀키트 단가 자체를 다른 경쟁사들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됐다. 밀키트 제품 인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샐러드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었다.

이미 식품을 배송하는 경쟁 플랫폼이 많다.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야쿠르트의 이미지와 서비스 전문성에 맞춰 건강 중심의 ‘신선 식품’과 ‘간편 식품’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유사한 제품을 배송해주는 업체는 많지만 그날 출고한 식품을 바로 냉장 캐리어로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는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매니저들이 유일할 것이다. 계란, 정육, 과일, 야채 등 우리가 배송했을 때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군에 집중하려는 이유기도 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식품은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식품에 대한 안전성도 높은 편이다. 전날 주문받은 수량만큼만 제조(daily order made)하는 원칙을 적용해 재고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이익으로 들어간다. 프레시몰에서 제공하는 샐러드가 다른 채널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또한 배송 시간도 고객이 새벽 혹은 오후로 지정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정확하게 받을 수 있어 하루 끼니 계획을 무리 없이 세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이제 저성장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비즈니스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자체 기술이나 상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벤처기업 인수의 경우 적절한 대상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기존 대규모 딜과 달리 벤처기업은 그 숫자부터 다르다. 어디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을 찾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이 덩치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M&A에 비해 훨씬 커진다. 한마디로 적정 기업을 물색하는 데 들어가는 ‘마찰적’ 비용이 크다. 만약 회사가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하지 못했다면 이 시간과 돈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벤처기업에는 이러한 ‘정량적’ 평가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해당 벤처에 최초로 투자한 사람들의 이력 등 ‘정성적’ 평가에 기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전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Business Leader Interview

M&A는 선택 아닌 필수, 스몰딜 중심 전략 세워야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에는 어느 정도 덩치가 큰 기성 기업을 M&A할 때와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한다. 우선, 벤처기업은 규모도 작고 수도 많기 때문에 적절한 대상을 찾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기성 기업을 M&A할 때보다 훨씬 커진다. 따라서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한다. 또한 기성 기업 M&A의 경우 주로 재무제표 정보 같은 ‘정량적’ 지표에 의존하지만 벤처기업을 M&A할 때에는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같은 ‘정성적’ 지표가 훨씬 유용하다. 결국 피인수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것부터 가치평가를 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달라져야 벤처기업 M&A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경쟁사보다 한걸음이라도 앞서나가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망한 신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사들인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선택한 M&A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M&A를 활발히 수행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M&A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방한한 스티브 크루스코스(Steve Krouskos) 언스트앤영(EY)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제는 기업이 좋은 거래를 성사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업이 좋은 M&A 거래를 하기 위한 조건과 최근 글로벌 기업의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크루스코스 부회장으로부터 들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M&A의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M&A 업무를 막 시작할 때인 1993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바바리안스 앳 더 게이트(Barbarians at the Gate)’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드라마에서 M&A는 다른 기업의 가격을 후려쳐서 사들이거나 오너가 회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 정도로 그려진다. 약 25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M&A의 상당수는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신사업 진출이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M&A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는 기업들이 M&A를 단순히 경영권 탈취나 방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걸 뜻한다. 한마디로 M&A의 위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M&A 시장에 최근 2∼3년 새 다시 불이 붙었다. 이제 저성장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비즈니스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의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자체 기술이나 상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스티브 크루스코스 EY 부회장은 플로리다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M&A 전문가로 지난 25년간 기업,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글로벌 M&A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난 2002년 EY에 합류, M&A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체 고위직 임원들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EY Corporate Development Leaders Network in the US)를 설립해 EY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을 따른다.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산업구조로 전환하거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들을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 M&A나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다. 대표적인 예로 로레알과 듀폰을 들 수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은 2016년 상품과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2014년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까지 영입해 새로운 조직을 꾸렸다. 로레알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화장품과 연계된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과 인큐베이팅을 도와주는 ‘파운더스 팩토리(Founders Factory)’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다. 올해 초 로레알은 파운더스 팩토리와 손잡고 5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소비자 개인에게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골라주는 피부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가상현실에서 화장법을 1대1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거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새 유통 비즈니스 전략은 결국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이었다.

듀폰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갔다. 1920∼1930년대부터 네오프렌(neoprene), 나일론(nylon) 등을 개발하며 화학제품 생산에 주력했던 듀폰은 1990년대 신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최근엔 바이오 회사로 거듭났다. 이처럼 계속된 변화를 위해 듀폰이 선택한 전략이 M&A였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파이오니어(Pioneer)를 인수한 걸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즉, 신소재로 넘어가면서 듀폰의 핵심 사업인 화학섬유 부문을 매각했고, 바이오 사업으로 전환할 때는 신소재 사업의 주축이었던 기능성 코팅사업을 팔았다. 1802년에 설립한 회사가 200여 년이 넘게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한국 기업의 바람직한 M&A 전략은 무엇인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기업의 변신은 필수가 됐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변신을 위해선 M&A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도 이 부분에는 100% 공감한다. 실제로 EY가 최근 포천 1000대 기업에 해당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조사에 응한 한국 기업의 80%가 1년 안에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이한 점은 한국 기업 M&A 담당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게 ‘벤처기업 투자’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신기술이나 플랫폼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 기업 중 본격적으로 벤처기업 M&A에 뛰어들기엔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이는 벤처기업 M&A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M&A를 추진할 때와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M&A를 결정하기 위해선 크게 3단계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생산 공정 등 M&A가 필요한 분야를 선정해야 한다. 회사의 현 사업구조를 가치사슬별로 쪼개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M&A가 필요한 분야가 어디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같은 사업 분야에서 규모를 확대하거나 기존 산업과 전혀 다른 영역에서 신산업을 찾아 나섰기 때문에 M&A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M&A는 사업 전반의 방향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어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졌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인수할 기업을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벤처기업 인수의 경우 적절한 대상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기존 대규모 딜과 달리 벤처기업은 그 숫자부터 다르다. 어디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원하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을 찾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이 덩치가 큰 기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M&A에 비해 훨씬 커진다. 한마디로 적정 기업을 물색하는 데 들어가는 ‘마찰적’ 비용이 크다. 만약 회사가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하지 못했다면 이 시간과 돈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할 기업을 찾은 후에도 고민이 계속된다. 벤처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피인수기업의 EBIT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보고 판단하면 됐다. 이 현금흐름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여기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나 채무 관계 등을 파악해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벤처기업에는 이러한 ‘정량적’ 평가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창업 멤버들의 역량, 해당 벤처에 최초로 투자한 사람들의 이력 등 ‘정성적’ 평가에 기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전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벤처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over-priced)’됐다고 보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벤처기업의 인수가격도 철저하게 시장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어떤 벤처기업의 장래가 유망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수를 희망한다. 벤처기업은 한 개뿐인데 인수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 당연히 몸값이 높아진다. 벤처기업의 잠재력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지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몸값이 비싼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업의 전략에 꼭 맞는 알짜 벤처기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벤처기업들의 정보를 축적해야 하고 괜찮은 물건을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잘 알아둬야 한다. 가격이 비싸단 이유로 새로운 기회를 포기하기보다는 내 발품을 팔아 내 조건에 맞는 기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기존 M&A 전문가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M&A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존에 대규모 기업 딜만 해왔던 전문가들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의 상황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M&A를 성사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을 따로 두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을 관할한다는 의미에서 최고성장책임자(CGO·Chief Growth Officer)라고 불리는데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꽤 많이 도입하고 있다. M&A만 해본 사람은 CGO 자리에 부적합하다. 자신의 사업을 실제로 경영해보고 이를 통해 경영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된 사람이 적합하다. 기업의 R&D, 마케팅, 사업전략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벤처기업을 잘 이해하고 있고 관련 정보를 잘 알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M&A 성공 비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M&A에 왕도는 없다. M&A로 대박이 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 결과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조언을 해준다면 2가지 측면에서 가능할 것 같다.

첫째, 경쟁사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과거에는 경쟁사들이 하는 사업이나 제품을 분석했지만 이제는 경쟁사들이 어떤 기업들을 인수하고, 어떤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는지 등 시장의 변화 속에 기업들이 택하는 경영전략 전반을 분석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통 기업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가 된다. 미국에서 GM, 포드, 도요타 등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 시장 안에서만 경쟁했다. 주된 관심거리는 서로 어떤 모델의 신차를 만드는지, 어떤 기능을 추가했는지, 얼마의 가격에 내놓는지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자율주행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이 같은 경쟁사 분석은 무의미해졌다.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테슬라, 거대 IT 기업인 구글, 애플 등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택시 산업에 대항해 탄생한 운송서비스 스타트업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도 자율주행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IT 기업과 자동차 회사가 서로 전략적으로 협력하거나 자율주행 기술이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이 움직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현재 내가 서 있는 산업 전반을 살피고 내 경쟁자들이 누구와 어떻게 협력을 맺고 있는지, 새로 인수한 기업들의 성격은 어떠한지 등을 쭉 나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추천한다. 그 속에 M&A 전략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둘째, 하나의 미래가 아닌 ‘복수의 미래(Multiple Futures)’를 계획해야 한다. 예전에는 M&A 규모가 크다 보니 하나를 성사시키기도 버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딜 규모의 약 10분의 1 수준인 것도 상당수다. 기업들은 하나의 M&A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이 중에서 성공한 비즈니스가 실패한 비즈니스의 손해를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의 기술이 또 다른 플랫폼에서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미래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얼마 전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한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차고 문 여닫이를 작동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꽤 괜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걱정이 많다. 그는 얘기 도중 굉장히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언젠가 삼성 스마트폰이 이 사업을 먹어치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모델이나 기술이 자신의 사업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럴 때인 만큼 다양한 미래에 대비하고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생각을 염두에 두고 M&A에 나서야 한다.



M&A 외에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전략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분기별로 미국 30대 기업 리더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다. 코카콜라, AT&T, P&G,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다 포함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최근 10년 동안 참 재밌는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만나면 서로 대화하지 않았다. 내 아이디어나 기업 동향을 다른 기업이 알면 큰일 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깊이 있는 사업 얘기는 안 하고 언제 경기가 풀릴 것인가와 같은 ‘수박 겉핥기’식 이야기에 집중했다.

최근 1∼2년 새 글로벌 리더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자신의 사업 구상이나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사업에 진출하고 싶은지,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떤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선 기업 간 전략적인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도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염두에 둬야 할 전략 중 하나다. 이것이 전략적 제휴(Alliance)나 합작회사(Joint Venture)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통적 제조기업의 경우 이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선 자신의 상품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로 디지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유럽 대표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온라인 매핑 분야의 선두주자인 나브텍(Navteq)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 회사는 자동차 시장에선 주요 경쟁자다. 그러나 최근 구글, 애플과 같은 디지털 기업까지 미래 자동차 기술인 자율주행에 뛰어들면서 시장에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 강자인 이들이 합세해 디지털 역량을 키운 것이다.

GE 디지털 얼라이언스 프로그램(GE Digital Alliance Program)도 비슷한 사례다. 소프트웨어, 통신사, 컨설팅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GE가 개발한 프레딕스(Predix)라는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산업인터넷(IIoT·Industrial IoT)’이다. 산업 현장에 IoT를 적용해 공장 가동이나 제조 공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AT&T, 인텔 등이 합류해 각각의 강점을 서비스에 녹였다. EY도 GE 디지털 얼라언스에 합류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에너지관리 솔루션인 MEMS(Manufacturing Energy Management Solution)의 경우 기업들이 GE 프레딕스 플랫폼을 통해 공장의 전력과 물 사용량을 추적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IoT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는 디지털 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물론 전략적 제휴가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휴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태의 기업 간 결합이기 때문이다.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 결과를 달성했을 때 어떻게 성과가 분배되는지도 불분명해 상호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최근 우버가 테슬라에 연합하자고 제안했지만 테슬라가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제휴를 맺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휴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실제 M&A처럼 돈거래가 오고가지 않더라도 마치 M&A를 한 것과 같은 자세로 제휴에 임해야 한다. 인력이든, 돈이든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 전략적 제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SR3. “빨래만큼 최적의 구독 비즈니스는 없다” 런드리고의 전략

“다음 날 완료 & 배송… 이렇게 편할 수가”
세탁 서비스 불편했던 소비자 사로잡아

Article at a Glance

실패 확률이 높다고 알려진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런드리고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주기성이 높아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인 세탁 서비스를 선택했다.
2. 익일 세탁 완료 및 배송 서비스를 내놔 기존 세탁 서비스에서 느꼈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등 세탁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3. 런드리고만의 독특한 세탁함인 런드렛을 개발해 세탁물 보관 및 운송의 안전성을 높여 비대면 서비스를 완성했다.
4. 세탁 비즈니스의 최대 장점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직영 공장을 설립해 질 좋은 세탁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장동욱(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100년 전, 세탁기는 집안일의 부담을 낮춰준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가사 노동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킨, 여성 해방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릴 정도였다. 그 후 1세기 동안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세탁기 브랜드들은 세탁 과정을 어떻게 더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탁기 자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역사적인 발명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이 기업들이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빨래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 아예 집 밖에서 빨래 노동을 대신해 주겠다며 등장한 스타트업 때문이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의식주컴퍼니의 ‘런드리고’ 얘기다. ‘모든 가정에 세탁기를 없애겠다’는 도발적인 목표를 세우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당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빨래 수거를 요청하면 그날 밤 런드리고에서 자체 빨래함인 ‘런드렛’을 수거해 세탁한 뒤 그다음 날 자정 즈음에 배송해준다. 모든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시작은 좋은 편이다. 세탁기가 없거나 집안일을 할 여유가 없는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이를 키워 빨래 양이 많은 가정도 런드리고의 주 고객이 됐다. 2만 가구가 유료로 사용하고 있고 이 중 6000가구가 정기구독을 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은 런드리고는 지난해 5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65억 원을, 지난 6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170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런드리고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홈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을까. DBR이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 분석해봤다.



구독 서비스 ‘최적’ 아이템 - 빨래
1. 실용적이고 취향을 타지 않아야 성공한다

2018년 1월. 조성우 대표는 배민프레시1 를 나와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이번 비즈니스 모델도 여지없이 구독. 그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 2011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든 이른바 ‘구독 전문가’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그는 회사를 나와 ‘덤앤더머스’를 창업했다. 사람들이 자주 쓰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면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사업 수익성도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제품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구독 아이템을 시도해봤다. 넥타이, 화장품부터 면도기와 같은 생필품, 우유와 같은 신선식품 등 조금이라도 정기 배송이 가능하다 싶으면 실험해봤다. 그러면서 구독 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핵심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정기성’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정기성은 단순히 일정 주기에 반복적으로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넥타이같이 제품 단위 가격이 높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사용하는 주기가 너무 길어지면 구독의 장점이 약화될 수 있었다. 분명 짧은 주기가 있지만 예상 주기에 맞춰 제품을 교체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면도날이 대표적인 예다. 권장 교체 주기는 2∼3주 정도인데, 이 주기를 그대로 지키는 남성 소비자들은 매우 드물다. 마지막 면도날을 권장 사용기간보다 길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길게는 3달까지 같은 면도날을 쓴다. 이 때문에 교체 주기가 짧고 일상적으로 소비하면서, 반드시 반복 소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아이템을 찾게 됐다. 결론은 우유, 건강음료, 샐러드와 같은 신선 식품이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른 아침에 먹고 싶어 한다는 니즈를 반영한 결과 한국에서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고객의 ‘취향’이 다양하거나 쉽게 바뀌는 아이템은 피해야 한다. 고객의 선호와 기호가 다양하면 정기구독이 오랜 기간 유지되기 어렵다. 같은 서비스라도 고객 만족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월마다 랜덤으로 섞어서 보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결국 사라진 이유다. 구독하는 고객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구독할 이유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취향이 수시로 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가 배민프레시에서 시도했던 반찬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고, 먹고 싶은 반찬도 그때그때 다르다 보니 만족도가 천차만별이었다. 같은 반찬을 같은 고객이 먹어도 그날 입맛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도 했다. 구독자가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다. 반면 우유나 물처럼 사람마다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고, 한번 취향이 고정되면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는 달랐다. 고객은 무의식중에 계속해서 같은 브랜드, 상품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배송받는다. 일상적으로 먹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만족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제주삼다수를 마시는 사람은 줄곧 제주삼다수를, 서울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계속 서울우유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아이템이 성공 확률이 높았다.

세탁 서비스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아이템이었다. 우선 세탁은 누구나 주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아무리 주기가 길어도 계절마다 1회 이상 찾는 서비스다.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는 가정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세탁기를 돌리게 돼 있다. 그리고 이 주기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계속해서 유지된다.

또한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는 기대나 취향이 복잡다단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었다. 세탁의 고품질 서비스 조건은 간단하다.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깨끗하게 세탁해주고 다림질을 잘하면 된다. 고객의 기대치를 이미 예상할 수 있고 그 기준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세탁만큼 정기성이 강하고 일정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좋은 아이템이 없다. 그만큼 구독 서비스에 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런드리고가 월정액 서비스를 서비스 론칭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2. 전통 서비스 방식에 멈춘 세탁 비즈니스의 혁신

기존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온 구독 서비스는 승산이 없다. 고객들이 기존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꼈던 답답함이나 불편함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미 익숙하게 이용했던 서비스를 힘들게 모바일로 갈아타야 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세탁 시장을 분석해보니 혁신해야 할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 한국의 세탁 시장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정체돼 있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만족하지 못한 채 서비스가 관성적으로 유지돼 온 것을 확인한 것이다.

세탁소는 보통 동네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옷 자체가 부피가 크기 때문에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기 어려워 대부분 집 앞의 세탁소를 찾는다.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세탁소마다 고정 고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세탁 관련 정보도 동네에 머물 뿐 흐르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해 서비스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동네마다 천차만별인 가격이었다. 분명 같은 원료와 기계로 세탁을 하는데도 패딩 세탁 비용이 어느 지역에선 1만 원이고, 어느 지역에선 3만 원이었다. 가격은 다 다른데 왜 다른지, 어떤 부분이 다른지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웠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도 없었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도 높은 편이었다. 세탁 비즈니스는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크다. 고객은 자신의 자산과 같은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세탁소는 그 옷을 세탁해 되돌려준다. 고객이 직접 세탁 전과 후의 상태를 살피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서비스 결과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물론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어 가격 투명성은 확보하고 있었고, 서비스의 질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물리적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가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들이 매번 때를 놓쳐 세탁소를 가지 못해 불편을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세탁 비즈니스 자체가 축소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차세대 세탁업자들을 찾기 어려웠다. 세탁업에 종사하는 사장님 대부분은 50∼60대였다. 딱히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다른 후계자를 키울 생각도 없었다. 당신 세대까지만 사업을 할 생각으로 세탁소를 유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한국에서 매월 문 닫는 세탁소가 100여 개, 매년 사라지는 세탁소가 1000개 이상이다.



런드리고는 세탁소 서비스를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게 바꿔 고객이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분명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세탁 비즈니스의 태생적 한계인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비대면 서비스였다. 고객 집에 직접 찾아가 집 앞에 놓인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한 후 다시 집 앞에 배송해주는 것이다. 기존 세탁소가 최소 며칠에서 최대 일주일 이상 기간을 두는 것과 달리 런드리고는 세탁을 맡긴 후 이틀 뒤 아침에는 고객이 그 옷을 깨끗이 입을 수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의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가장 우려한 부분은 고객이 자신의 세탁물을 세탁함에 넣어 집 밖에 기꺼이 놓아둘 수 있는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옷을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과거 세탁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방식이기에 고객이 익숙지 않다고 느끼면 서비스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런드리고는 파워 블로거, 스타트업 대표, 연예인 등 깐깐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소비자 100명을 선정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안전한 런드렛 시스템은 물론 다음 날 바로 세탁 서비스가 완료된다는 점, 가격이 정찰제라 가격 흥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 기존 서비스보다 좋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설문 조사를 통해 서비스를 보충하는 작업을 한 후 2019년 3월, 정식으로 출시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각광받으면서 런드리고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현재 월 평균 3만 가구가 런드리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 드라이클리닝에서 일상 빨래로

런드리고의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의류 관리 서비스와 함께 메인으로 내세우는 서비스는 바로 빨래다. 조 대표는 빨래 서비스 시장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는 “10년 안에 빨래 시장 규모가 현재 7000억 원대에서 드라이클리닝 시장과 맞먹는 4조 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그와 함께 런드리고 정기구독 모델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기성이 매우 큰 서비스다.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만 해도 계절 요인이 크고 고객의 옷 스타일에 따라 수요가 다르다. 최근엔 드라이클리닝 주 고객이었던 회사원들이 양복을 덜 입고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으면서 수요가 줄고 있다. 반면 빨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일반 옷은 비정기적으로 빨더라도 속옷, 수건 등 생활 빨래는 무시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둘째, 빨래 대행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는 효용이다. 편리함을 이길 수 있는 고객의 취향은 없다. 빨래는 반드시 해야 하는 집안일이지만 대부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집안일보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세탁기를 돌리고 세탁물를 널고 개는 작업이 무한 반복된다. 만약 누군가가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더 깨끗하게 빨래를 해준다면?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생각하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후 느낀 편리함을 맛보면 둘이서 가사를 감당했던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 말 그대로 안 써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 빨래 시장 자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코인 빨래방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단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굳이 세탁기를 집에다 두지 않고 외부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도 늘었다. 집에 세탁기가 있더라도 운동화, 이불 등 큰 빨래를 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는 가격으로 빨래 대행 서비스를 해준다면 소비자들은 외부 빨래방 대신 빨래 대행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란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런드리고의 빨래(런드리) 서비스를 30리터에 9800원으로 내놓고 있는 이유다.


DBR mini box

런드리고의 세탁물에서 세제 향이 안 나는 까닭

런드리고 세탁물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런드리고의 세탁물에서는 비누 냄새가 조금 날 뿐 일반 가정집에서 세탁한 후 나는 강한 세제 향이 나지 않는다. 런드리고가 강조하는 친환경 정책 때문이다. 런드리고는 소비자들이 세탁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고 건강하게 옷을 입고 생활하는 것도 서비스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조 대표는 세탁 시장을 연구하면서 세탁 세제에 독성 화학물이 생각보다 많이 첨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런드리고가 기존 세탁 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상, 이 문제도 분명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향은 약하지만 피부에는 더 좋은 세제를 개발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때마침 친환경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바이오스탠다드가 공동 개발에 나서면서 운도 따랐다.

더 나아가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쓰레기 처리도 친환경으로 풀었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받아오는 철사 옷걸이, 의류를 덮는 비닐 등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다시 수거해 간다. 소비자들은 평소에 처리해야 했던 쓰레기 처리 부담에서 해방되고 런드리고는 기존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먼저 찾아내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고객을 유인하는 가격 전략
1.직영 공장 운영

2017년 6월, 조 대표가 배민프레시를 퇴사하고 나와 여행을 할 때였다. 우연한 기회에 세탁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겼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 출신 세탁 고수들을 찾아 이들에게 시장 상황을 물어봤다. 한번은 뉴욕 퀸즈에 있는 세탁 공장을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세탁과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적게 드는 비용이었다. 세탁 세제와 같은 원료비는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었고, 세탁 과정이 기계화, 자동화돼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공장 인프라에 투자만 하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비즈니스가 굴러갈 수 있었다.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구독 서비스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구독 서비스의 핵심은 시중보다 비싸고 좋은 서비스가 아니다. 사람들은 시중과 비슷하거나 싼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움직인다. 즉,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란 얘기다. 조 대표는 직영 세탁 공장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면 이 문제가 바로 해소될 것이라 판단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 요금으로 호텔 세탁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한국에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형 세탁 비즈니스 업체는 없었던 걸까? 물론 유사한 형태로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거래비용이 증가해 세탁 비즈니스의 강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대표적인 게 프랜차이즈 세탁소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각 지역에 대리점을 열고 대리점에서 받은 세탁물을 직영 및 위탁 공장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인건비와 임대료나 세탁물 운송비, 위탁 공장을 쓰면서 들어가는 관리비용까지 모두 세탁 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게 런드리고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본사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비용까지 붙으면 가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런드리고와 경쟁하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위탁 세탁을 맡기고 있어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각기 다른 공장에서 작업이 이뤄져 품질도 일정치 않았다. 그렇기에 런드리고가 자동화한 공장을 만들어 직영으로 운영해 세탁 과정의 모든 서비스를 관리한다면 현재 가격보다 충분히 낮추면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런드리고는 스타트업답지 않게 과감한 결정을 했다. 세탁, 드라이클리닝 등 전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것. 자동화된 세탁물 분류 시스템, 다림질 기계, 세탁물 운반 로봇, 세탁물 개는 기계 등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는 공정을 모두 기계화했다. 초기 공장 투자는 엔젤투자로 충당했다. 이미 사업 성공 경험이 있는 조 대표이기에 초기 자금 조달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후 시리즈A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세탁 기계를 추가로 늘려 현재의 2600㎡(약 900평) 규모의 세탁 공장이 완성됐다. 또한 세탁 장인들을 고용해 전 과정을 관리하고 로봇이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정밀한 세탁 과정을 담당하게 했다.

조 대표는 “개발 초기의 기계다 보니 적용하는 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세탁 전문가들도 기계를 쓰면 품질이 안 좋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세탁 전문가들도 인정할 만큼 기계를 이용하면 일 처리가 빠르고 옷 손상도 덜하다. 보다 정밀한 세탁 공정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더욱 낮추고 세탁 품질은 향상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2. ‘가성비’ 드라이클리닝 서비스

런드리고는 사람들이 대체로 비싸다고 여기는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내놔 고객을 유인했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동네 세탁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더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특히 구독 서비스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자유 이용 고객보다 15∼2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놨다. 드라이클리닝 12장을 5만 원대에 제공하고 와이셔츠 20장과 드라이클리닝 2장을 4만 원대에 제공한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패키지로 이용할 경우 할인폭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해 고객들이 구독을 하도록 유도했다. 얼핏 생각하면 일정 기간 회사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만족도가 높으면 런드리고를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고객 유지율(retention rate)이 75% 이상으로 높게 나와 런드리고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런드리고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드라이클리닝 고객에게 런드리고의 빨래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인하는 것이었다. 여러 번 자신이 쓰는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런드리고가 제공하는 빨래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 봤다. 게다가 빨래 서비스 자체가 가격이
1만 원 이하로 책정돼 고객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추가로 경험해보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 싼 가격에 혹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써 본 고객이 호기심에 빨래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뒤에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구독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결국 고객들이 최대한 빠르게 빨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고객들이 가장 익숙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지렛대 삼아 런드리고의 또 다른 핵심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3. 다양한 상품 구성 및 변경

가족 구성원, 직업, 라이프스타일마다 세탁 니즈는 다양하다. 이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성을 만드는 것도 필요했다. 런드리고는 주요 고객층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들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화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세탁 서비스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크게는 혼자 사는 회사원, 맞벌이 부부, 아이를 키우는 3인 가족으로 나눴다. 이후 가장 보편적인 생활에 따라 필요한 세탁 서비스와 횟수를 정했다. 빨래, 드라이클리닝 등 다양하게 구성한 5개 카테고리를 각각 3개의 다른 가격으로 구성한 상품 총 15개를 내놨다. 고객이 자신의 빨래 양,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한 것이다.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결국 세탁 서비스에서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효율적인 상품 구성이다. 조 대표는 “고객이 이용한 서비스 내역을 바탕으로 가장 경제적인 상품 구성을 제안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탁 서비스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런드리고는 가격 관리 및 상품 구성 변경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은 경우 과감히 상품을 제거했다. 일주일에 2번, 한 달에 8번 정기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품은 1회 배달 비용 대비 세탁 매출이 크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엔 가격 인상도 결정했다. 고객 응대 비용, 세탁 검수 비용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많이 들어 서비스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에서 별도의 상품 구성 변화 없이 가격만 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들이 느끼기에 저항이 적은 가격을 설정하고,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기간 동안은 인상된 가격만큼 기존 고객을 지원해줬다. 그 결과 기존 고객 대부분은 런드리고를 떠나지 않고 구독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고객 Lock-in & Product add on 효과

런드렛은 런드리고 서비스를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세탁함인데, 캔버스 천으로 만든 작은 간이 옷장과 비슷한 형태다. 여기에 세탁물을 다 담고 현관 앞에 놔두면 고객이 할 일은 끝난다. 자정이 지날 무렵 런드리고 수거 담당자가 런드렛을 통째로 가지고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직영 공장으로 운반한다. 다음 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고객의 런드렛에 담아 현관 앞에 갖다 놓는다.

조 대표는 런드렛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고객과 비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이 옷을 도난당히지 않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안전한 수거함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 자전거를 보관하는 방식이 떠올랐다. 현관문과 런드렛을 연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키를 제작했다. 고객과 수거인만이 런드렛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개발에만 1년여가 걸렸고, 특허로도 등록했다. 런드렛은 고객이 런드리고를 신뢰하고 자신의 비싼 의류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런드렛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약 5만 원선이다. 런드리고에 가입만 하면 공짜로 집 앞에 배송이 온다. 런드렛 안에는 용도별 빨래망도 함께 들어 있다. 런드렛은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현재 약 2만여 대가 나갔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꽤 큰 부담이다. 조 대표는 런드렛이 단순한 수거함의 역할 이상을 담당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장기적으로 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봤다. 오랜 기간 재활용이 가능한 수거함을 쓰기 때문에 매번 배송할 때마다 일회용 포장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여러 번 반복해 배송을 하게 되면 포장재 비용보다 런드렛을 이용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

고객의 ‘록인(lock-in)’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런드리고 사용을 중단할 경우 고객은 당연히 런드렛을 반납해야 한다. 그런데 이 런드렛이 부피도 큰데다 안에 들어 있는 빨래망 등 챙겨야 할 구성품들이 3종이나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취소하는 것보다 런드렛을 현관 앞이나 옷 방에 두고 한 번씩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런드렛이 기존 고객이 지속적으로 세탁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보조해주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런드렛을 하나의 세일즈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런드렛 자체만으로 훌륭한 배달함이 된다. 런드리고에서는 고객이 세탁물을 맡기고 다시 받을 때 세탁과 관련한 제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세탁물을 맡기면서 런드리고가 제안한 상품을 주문하면 완료된 세탁물과 함께 배달해주는 형태다. 지금까지 자체 개발한 섬유탈취제, 순면 수건 등을 한정 수량으로 팔았는데 생각보다 고객 반응이 좋은 편이다.

조 대표는 “런드렛을 수거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를 확장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도 충분히 연계가 가능하다. 세탁물뿐만 아니라 런드리고가 개발한 제품은 물론 제휴를 맺은 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런드리고는 이제 갓 출시 1년을 넘은 신생 서비스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경제의 대표 사례로 소개한 이유는 런드리고가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이해하고 있고, 성공하기 위한 핵심 장치들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성공 가능성 있는 아이템을 선정했다. 세탁 서비스는 구독모델에 필요한 정기성과 반복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일반 세탁 서비스를 넘어 빨래 서비스로 확장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돋보인다.

둘째, 고객을 유인하기 적합한 유연한 가격 전략과 상품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구독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가격 대비 고객이 얻는 효용과 만족도다. 사람들이 보기에 한 번에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의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로 유인한 후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권유해 점진적으로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제시해 고객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손해 본다’는 생각 없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최근 가격을 인상한 것 자체에 대해 고객의 불만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서비스의 안정화를 위해 유연한 가격 정책을 쓰는 것이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런드리고도 스타트업의 서비스 초기에 발생하는 고객 관리 및 품질 관리 문제 등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기존 인력과 인프라로 빠르게 늘어나는구독자를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관련 문제들을 신속하게 정의하고 하나씩 풀어가면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과정은 꼭 필요해 보인다.

향후 새로운 고객이 꾸준히 유입할 수 있게 하는 런드리고만의 매력적인 서비스 조건이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더욱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가까운 미래에 그들이 주장하는 ‘세탁기 없는 세상’은 정말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넷플릭스형 : 일정액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예 : 넷플릭스, 디즈니, IPTV
   특징 : 

      1. 디지털 컨텐츠는 한계비용이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10만명에게 제공하든 100만명에게 제공하든 고정비는 동일하다. 따라서 구독자를 모으는 것에 사활을 건다.

      2. 방송국이나 영화사에서 만든 컨텐츠를 중개하여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차별적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무비패스형 : 무비패스 모델은 넷플릭스 모델과 다르게 물리적인 제품이나 시설을 제공하는 서비스

   예 : 칵테일이나 맥주, 미용 서비스, 영화관 등을 일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것

   특징 :

      1. 가격 정책이 가장 중요. 구독자가 얼마만큼 이용할지 예측이 쉽지 않기 않아 변동비의 변화가 심하다. 때문에 양/질적인 데이터를 통해 디테일한 예측과 예측에 근거한 가격정책을 펴는 것이 핵심이다.


질레트형 : 면도날이나 커피 등과 같이 내용성이 짧은 제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예 : 질레트 면도기, 요쿠르트, 커피

   특징 : 

      1. 구독자에게 정해진 양만큼을 서비스 하기 때문에 사용량이 안정적이고 예측이 쉽다.

      2. 다음의 포인트에서 가치 차별성을 두어야한다. 1) 가격이 월등히 싸거나 2) 고객의 취향에 정확히 맞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3) 고객의 소비량에 맞춰서 배송량을 정확히 조절

렌탈형 : 렌털 모델은 내구재를 일정한 금액을 받고 일정 기간 빌려주는 서비스

    예 : 자동차 렌탈

    특징 : 

      1. 원가 측면을 살펴보면 렌털 모델도 물리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량에 비례해서 변동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제공하는 제품의 수량은 미리 정해져 있고 수량에 비례해서 돈을 받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관리가 복잡한 분야는 아니다.



SR1. 유형별 구독 비즈니스 전략

1) 넷플릭스 2) 무비패스 3) 질레트 4) 렌털
어떤 유형이든 핵심은 ‘맞춤형 서비스’

Article at a Glance

구독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차이점과 특징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의 유형은 크게 넷플릭스, 무비패스, 질레트, 렌털 모델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는 넷플릭스 모델은 독점적 콘텐츠 확보에 주력해야 하며, 물리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무비패스 모델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질레트 모델의 경우 원가 경쟁력과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내구재를 일정 금액을 내고 빌려서 사용하는 렌털 모델은 제품 브랜드와 품질, 가격경쟁력은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불리는 다양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정한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신문이나 잡지의 구독처럼 구독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구독경제라고 불리는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구독경제라고 하는 서비스는 모두 비슷한 것인지, 한 구독 서비스에서 성공한 전략이 다른 구독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하다. 또한 구독 서비스를 표방하는 많은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평가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의 유형을 분류해서 이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유형별로 어떤 다른 점과 유사한 점이 있는지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독 서비스의 유형별 비즈니스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하려고 한다.

구독 서비스의 등장과 유형

구독경제란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널리 보급한 사람은 미국에서 주오라(Zuora)라는 회사를 창업한 티엔 추오(Tien Tzuo)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구독경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수 존재했다. 요구르트 배달이나 신문 구독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일정 금액(구독료)을 내고 정해진 기간에 해당 서비스나 물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미래에 가장 빠른 성장 분야로 언급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2020년 글로벌 구독 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5300억 달러로 예상할 정도로 성장이 빠르다. 또한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구독경제의 성장에 더욱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 서비스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최근에 등장한 흥미 있는 국내 구독 서비스 몇 가지만 예로 들자면 월 9900원에 약 5만 종의 전자책을 무제한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라는 회사가 있고, 월 9900원을 내면 전국의 제휴 술집에서 칵테일이나 수제 맥주 등을 매일 한 잔씩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데일리샷’이라는 회사도 있으며, 월 일정 금액(5만∼6만 원)을 내면 커피 원두, 콜드브루 커피, 혹은 커피 티백을 정기 배송해주는 ‘프릳츠’라는 회사도 있고, 월정액(3만3000원에서 시작)을 지불하면 집이나 사무실 벽의 그림을 일정 기간(3개월이 표준)에 한 번씩 바꿔주는 ‘오픈갤러리’라는 회사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구독 서비스는 하나의 비즈니스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구독 서비스의 공통점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나 제품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같은 구독 서비스로 불리지만 이 공통점 외에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비즈니스로 봐야 하는 구독 서비스도 많다.





구독 서비스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필자는 구독 서비스를 1) 넷플릭스 모델, 2) 무비패스 모델, 3) 질레트 모델, 4) 렌털 모델, 이렇게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넷플릭스(Netflix) 모델 (디지털 콘텐츠 제공)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콘텐츠 스트리밍 회사다.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일정액을 내고 디지털 콘텐츠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IPTV, 유튜브, 앞에서 언급한 밀리의 서재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2. 무비패스(Movie Pass) 모델 (물리적인 제품•서비스 제공)

미국의 무비패스라는 회사는 월 50달러 정도를 내면 집 주변의 영화관에서 매일 영화를 1편씩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넷플릭스 모델과 다른 점은 서비스되는 대상이 물리적인 영화관 시설이라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영화관이나 영화를 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넷플릭스는 소비하는 대상이 디지털 콘텐츠인 반면 영화관은 콘텐츠와 더불어 물리적인 시설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매우 다른 모델이다. 앞에서 언급한 데일리샷도 물리적인 술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이 모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성장하고 있는 구독 형태의 세탁 서비스도 물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무비패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3.질레트(Gillette) 모델 (소모품 정기 배송)

질레트는 면도기 회사지만 면도날 판매가 이익의 주요 원천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질레트는 자사의 면도날을 유통망을 통해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고객이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모품을 필요한 때에 맞춰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질레트 모델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앞에서 언급한 ‘프릳츠’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4. 렌털 모델 (내구재 대여)

이미 정수기나 자동차를 렌털로 사용하는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에 렌털은 대부분의 사람이 잘 아는 비즈니스 형태다. 대상이 내구재이기는 하지만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렌털도 일종의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렌털의 개념을 조금 확장해서 요즘에는 매트리스나 자동차 타이어 등을 렌털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또한 자동차 리스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일정 기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렌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오픈갤러리도 대상은 미술품이지만 일정 금액을 내고 내구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유형의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은 많은 이유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첫째,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에는 고해상도의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전달이 가능해 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컴퓨터, TV를 통해서 고해상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구독 형태로 소비하게 됐다. 둘째, 구독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이 개별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인데 인터넷, 스마트폰, IoT 등으로 이것이 적은 비용으로 가능해졌다.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기업은 개별 소비자의 세세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알 수 있게 됐다. 셋째, 배송이 빨라지고 일반화되면서 개별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쉬워졌다. 물리적인 제품을 구독 서비스 형태로 소비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물건의 배송이 정확하고 빠르게 이뤄질 뿐 아니라 저비용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택배 산업의 발전과 성장으로 인해 제품을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실행하기는 쉬워졌다. 넷째,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다. 이미 소비자들은 직접 접촉하지 않고 서비스를 받는 비접촉(untact)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었는데 구독 서비스는 이러한 경향에 잘 맞는다. 최근에 등장한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에는 편리한 서비스를 선호하고 또한 남들과 다른 소비를 하는 데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특히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구독경제의 작동 원리와 전략

구독경제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작동할까? 구독경제에 속하는 비즈니스도 기본적인 비즈니스 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 혹은 기업에도 해당되는 공통적인 비즈니스의 원리로서 ‘기업의 생존 부등식’을 들 수 있다. 기업의 생존 부등식은 아래와 같이 표시되며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원리를 보여준다.

가치(V) > 가격(P) > 원가(C)1



즉,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서비스의 가격(price: P)은 그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cost: C)보다 높아야 손실이 나지 않으며, 다시 그 가격은 그 제품•서비스의 가치(value: V)보다 낮아야 고객들이 구입을 한다는 원리다. 이 생존 부등식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려서 종종 잊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위의 생존 부등식에 추가해 ‘경쟁(competition)’이라는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경쟁에 따라서 가격을 어쩔 수 없이 낮춰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또한 고객이 느끼는 상대적인 가치도 경쟁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단하고 기본적인 이 생존 부등식은 유형별 구독경제의 작동 원리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전략이 효과적인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에서는 위의 생존 부등식에서 가격을 다양한 형태로 결정할 수 있다.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가격을 자주 올리거나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고객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매길 수도 있다. 물론, 구독경제에서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일정 금액(구독료)을 할인해 주거나 다양한 가격 정책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구독경제의 장점이며 특징이기 때문에 가격을 매우 다양하게 하거나 자주 바꾸기는 어렵다. 즉, 구독경제에서는 가격 정책이 전통적인 서비스와 매우 다르다. 따라서 구독 서비스의 가격 정책은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구독 서비스의 특성상 가격을 자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의 전략을 수립할 때는 가치와 원가 쪽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넷플릭스 모델의 전략

넷플릭스 모델은 일정 금액을 받고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은 서비스에 따른 변동비(variable cost)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로열티나 제작비)은 매우 크지만 일단 만들어진 디지털 콘텐츠를 추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비용, 즉 변동비는 적다. 그렇기 때문에 구독자가 늘어나도 원가가 비례해서 늘어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00만 명의 고객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용은 10만 명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비용의 10배보다 훨씬 적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정비에 비해서 변동비가 미미해서 100만 명의 고객을 서비스하는 비용과 10만 명을 서비스하는 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모델에서는 추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이익으로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 디즈니, IPTV와 같은 넷플릭스 모델의 구독 서비스는 고객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상의 설명은 콘텐츠 확보 비용이 고정비로 지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예로서 콘텐츠에 대한 로열티를 고객이 사용하는 횟수에 비례해서 지불하기로 한 경우라면 이것은 넷플릭스 모델이 아니라 뒤의 무비패스 모델에 가깝다. 넷플릭스 모델의 핵심은 디지털 콘텐츠를 고정비를 지출해서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변동비가 아주 적은 경우라는 점이다.

가치 측면을 보면 넷플릭스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한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가치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가치이다 보니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콘텐츠가 풍부한 서비스를 선호한다. 현재는 넷플릭스나 다른 경쟁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외부의 영화사나 방송사에서 제작한 것이다. 자신들의 콘텐츠를 로열티를 받고 제공하는 영화사나 방송사 입장에서는 구독 서비스 제공 회사가 엄청나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자사의 콘텐츠를 한 회사에만 독점적으로 제공할 유인이 별로 없다. 따라서 많은 콘텐츠가 대부분의 콘텐츠 제공 회사에 공통적으로 제공된다. 다시 말해서 외부 콘텐츠는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 회사가 공통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경쟁에서의 차별점이 별로 없다. 만일 어떤 구독 서비스 회사가 직접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서 다른 경쟁 서비스에는 없는 풍부한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다면 이는 경쟁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전략이 매우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나 ‘킹덤’과 같이 넷플릭스 독점(Netflix Originals)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면 된다. 디즈니가 콘텐츠 서비스에 진출하자 넷플릭스가 크게 긴장하는 것도 디즈니에는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독점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모델에서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 콘텐츠 제작회사와 전략적 제휴나 독점 계약 등이 효과적인 경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확보한 콘텐츠가 소비자가 추가 가격을 지불하고 볼 정도로 매력적인 경우다.

또한 넷플릭스 모델에서는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자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정확히 찾아서 제시해 주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도 큰 가치 중의 하나다. 디지털 콘텐츠는 종류가 너무 많고, 소비자별로 취향이 달라서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서비스 회사는 오래전부터 고객에게 맞춤형 추천(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러한 큐레이션이 정확하면 고객들은 쉽게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콘텐츠 소비도 늘어나고 만족도도 올라간다. 따라서 넷플릭스 모델의 구독 서비스에서는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가치를 올려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된다.



2. 무비패스 모델의 전략

무비패스 모델은 넷플릭스 모델과 다르게 물리적인 제품이나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칵테일이나 맥주, 미용 서비스, 영화관 등을 일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다. 무비패스 모델은 서비스 대상이 제품인 경우와 시설인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제품의 경우, 물리적인 제품의 특성상 한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변동비)이 상당하고 사용량에 비례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을 철저히 분석해 봐야 한다. 서비스의 가격이 고객을 서비스하는 데 들어가는 변동비보다는 높아야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비패스 모델의 가격 책정에서 하나의 어려움은 구독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실제로 몇 번이나 사용할지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가격을 받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구독 서비스를 전환하는 경우에는 기존 고객의 평균 서비스 사용 횟수를 추정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돈을 내는 경우의 소비 패턴과 횟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의 소비 패턴은 많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이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다. 만일 구독 서비스의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비용이 수입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특히 자주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에는 구독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게 된다. 따라서 물리적인 제품을 서비스하는 무비패스 모델의 경우에는 정교한 가격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시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만일 어떤 회사가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같은 시설을 소유하고 있고 현재 해당 시설의 가동률이 낮다면 구독 서비스로 전환해서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제품과 달리 시설의 경우에는 고객이 늘어도 시설의 수용 능력까지는 추가 비용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더라도 고객 수가 더 늘어난다면 전체적으로 이익이다. 또한, 본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더라도 고객이 늘어나면 팝콘,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의 판매로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설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사용하는 횟수에 비례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라면 이 전략이 효과가 없다.

무비패스가 실패한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무비패스의 고객은 무비패스에 월 일정 금액을 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무료로 관람하지만 무비패스는 영화관에 자사의 고객이 이용한 횟수에 비례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였다. 2011년에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월 50달러에 매일 영화 1편을 볼 수 있는 서비스였는데 가격을 점점 낮춰서 2017년에는 월 10달러 정도까지 내려왔다. 그러자 무비패스 고객이 급격하게 늘었고 무비패스가 영화관에 지불하는 돈도 비례해서 늘면서 큰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무비패스의 초기 분석에서는 월 10달러 정도의 구독료를 내는 경우 고객당 평균 월 1회의 영화를 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고객들이 이보다 영화를 훨씬 더 많이 봤다. 미국의 영화표 값이 평균 10달러 남짓이기 때문에 고객이 한 달에 영화 1편만 봐도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무비패스는 2018년에 신규 고객의 가입을 중단하고 기존 고객도 1일 1편에서 월 3편만 볼 수 있게 가격 정책을 수정했다. 그러자 무비패스 서비스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 고객들이 무더기로 구독을 취소했다. 무비패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물리적인 제품이나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무비패스 모델은 가격 정책을 잘 세우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가치 측면에서 보면 무비패스 모델은 넷플릭스 모델과 동일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러 번 소비할 수 있다는 점, 즉 ‘가성비’가 가치라는 점에서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이 물리적인 제품은 사용량에 비례해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고객이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회사가 시설(제조 혹은 서비스를 위한)을 소유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줄 파트너 회사를 잘 섭외해야 한다. 시설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단품 서비스의 가격을 매우 높게 책정해서 고객이 정기 사용권을 구입하는 구독이 싸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 헬스장이 대표적인 예다. 앞에서 설명했듯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이익이다. 헬스장의 경우에도 고객이 한 달에 한 번을 오거나, 10번을 오거나 들어가는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1회 사용권이나 1개월 회원권 가격을 비싸게 매겨서 1년 장기 회원권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헬스장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1개월 회원권은 10만 원인데 1년 회원권은 30만 원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경우에도 당연히 고객의 소비 패턴에 따른 비용 분석을 통해 가격 정책을 잘 수립해야 할 것이다.

3. 질레트 모델의 전략

면도날이나 커피 등과 같이 고객이 필요한 소모성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것이 질레트 모델이다. 이 모델의 원가 측면을 살펴보면 대상이 되는 제품이 물리적인 제품이라는 점은 앞의 무비패스 모델과 같다. 차이점은 무비패스 모델의 대상은 영화 관람과 같이 소비량이 가변적인 반면 질레트 모델은 면도날이나 커피와 같이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일정한 소모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질레트 모델은 사용량에 비례해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무비패스 모델과 같지만 사용량이 안정적이고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다. 질레트 모델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살 수도 있는 제품을 소비 주기에 맞춰 배송해 주는, 일종의 직접 유통이라고 볼 수 있다. 유통망을 건너뛰는 것이기 때문에 유통 마진을 서비스 회사와 고객이 나누어 가지면서 서로 이익을 보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서 만일 서비스 제공 회사가 직접 제조 시설을 갖추고 낮은 원가로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면 싼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고도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어서 경쟁에서 유리하다. 질레트와 같은 제조회사가 이 구독 모델을 오래전부터 활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고객이 질레트 모델로부터 얻는 가치는 앞에서 언급한 싼 가격(가성비) 외에 필요할 때마다 배송해준다는 편리함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기호 식품의 경우에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정확히 맞춤형으로 배송해 주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다양한 종류를 소비해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커피 원두 구독 서비스를 예로 들어 보자. 커피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면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정기적으로(예를 들어, 2주일에 1번) 배송해 줄 것이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지정해 놓고 그것만 받을 수도 있지만 많은 고객이 새로운 커피를 시도하고 싶어 한다. 이 경우 회사에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커피를 선정해서 배송을 하는데 이때 보내준 새로운 커피가 내 취향이라면 만족하겠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면 다음 배송까지 불만일 것이다. 이런 불만족의 경험이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계속되면 아마 많은 고객이 구독을 취소하고 직접 커피를 구입하려 할 것이다. 배송량도 마찬가지다. 면도날과 커피와 같은 소비량이 일정한 소모품이라도 실제로는 소비량에 변동이 있다. 예를 들어서 커피의 경우, 여행을 가는 바람에 커피가 남거나 손님이 많이 와서 커피가 모자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고객이 직접 주문량을 조정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빈번히 주문량을 바꿀 것이라면 차라리 구독 서비스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매번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정리하자면, 소모품을 정기 배송하는 질레트 모델의 경우에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려면 1) 가격이 월등히 싸거나 2) 고객의 취향에 정확히 맞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3) 고객의 소비량에 맞춰서 배송량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 하나만 제대로 해도 고객이 가치를 느끼고 구독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겠지만 단순히 소모품을 정기 배송한다는 것만으로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질레트 모델 중에서 독특한 것이 신선 식품(perishable goods) 배송이다. 신선 식품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없어져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면 가격을 좀 낮게 받아도 폐기하는 상품이 줄어들어 이익을 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다른 채널을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이익이다. 즉, 신선 식품은 제품의 특성상 구독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우유, 요구르트, 녹즙, 반찬 등이 일찍이 구독 형태로 제공돼 온 것은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4. 렌털 모델의 전략

렌털 모델은 내구재를 일정한 금액을 받고 일정 기간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 모델은 복사기, 정수기, 자동차의 렌털이나 리스 등의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제공됐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자동차의 경우 차종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과거에는 렌터카를 사용하면서 자동차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계약기간 동안 같은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 원하면 정해진 회수(예를 들어 한 달에 3번)만큼 차종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였다. 이 서비스도 결국은 일정 금액을 내고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렌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원가 측면을 살펴보면 렌털 모델도 물리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량에 비례해서 변동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제공하는 제품의 수량은 미리 정해져 있고 수량에 비례해서 돈을 받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관리가 복잡한 분야는 아니다. 물론,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경쟁 회사보다 월등히 원가가 싼 회사가 경쟁 우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렌털의 경우에는 제품과 결합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복사기를 렌털하는 고객은 제품 자체의 브랜드나 렌털비도 고려하지만 고장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해주는지가 더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인 경우도 많다. 정수기의 경우에도 고장의 신속한 조치 외에도 정기적인 필터 교환과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친절하고 시간을 잘 지키며, 필터 교환과 청소를 얼마나 철저하게 시공하는가 등이 중요한 요인인 경우가 많다. 렌털 모델은 제품의 브랜드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부수적인 서비스도 고객의 만족도와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서비스 비즈니스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렌털 모델의 경우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 원가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의 품질과 원가 경쟁력도 중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렌털 모델의 가치 측면을 살펴보면 고객이 렌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편리하다는 점과 더불어 부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렌털을 이용하면 제품의 유지 보수와 관련된 서비스가 같이 제공되고 중고 제품의 처분도 대행해 주는 것도 장점이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대신에 리스를 하는 사람들은 자동차의 유지 보수나 보험, 중고차로 판매하는 등의 불편함을 리스 회사가 대신해 주기도 한다. 또한 늘 새 차를 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리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정수기나 복사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등장한 미술품 대여 등의 경우에는 새로운 미술품을 정기적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과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 어울리는 미술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치를 갖는다. 단순히 미술품을 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이 위치할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해서 구조와 인테리어 등을 고려해 적절한 미술품을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가 미술품 대여 서비스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렌털 모델은 서비스가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으며 미술품 대여와 같이 표준화되지 않은 다양한 제품의 렌털의 경우에는 고객에게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큐레이션 능력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구독경제의 미래

다른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지만 구독경제의 미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구독경제와 관련한 몇 가지 명확한 트렌드는 있다. 첫째, 구독경제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이고, 둘째, 반대로 구독경제 관련 서비스의 공급이 증가할 것이며, 셋째, IoT나 AI를 비롯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기술이 앞으로 구독경제에서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지금보다도 더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이미 직접 접촉하지 않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비접촉(untact)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온라인 비접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비접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구독 서비스가 될 것이다. 또한 이제 시장에 막 진입한 젊은 소비자인 밀레니얼•Z세대는 특히 남들과는 다른 제품을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통신이나 음악, 게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에 익숙하며 편리하다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런 욕구에 잘 맞는 것이 바로 매번 새로운 제품을 집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다.

구독경제 형태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던 기업도 구독 서비스 형태를 병행하거나 구독 서비스로 전환할 유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를 보면 현재는 제조회사가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는 유통망에 넘기는 형태가 보통이다. 그 이유는 제조회사는 유통, 판매를 위한 전문 지식과 역량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전문으로 하는 유통망에 판매를 맡기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유통이 일반화되고 고객의 니즈나 주문을 온라인으로 세세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성이 없이도 제조회사가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게다가 자체적인 물류망을 갖출 필요 없이 기존의 택배회사를 이용하면 개별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어느 정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제조회사라면 자사의 제품을 정기 배송 형태로 구독 서비스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기 배송을 하는 질레트 모델의 경우는 제조회사가 원가의 이점이 있고 유통마진을 소비자와 나누는 형태가 되면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제조회사 중 이를 고려하는 회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구독 서비스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구독 서비스의 대부분은 개별 고객의 니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가 성공의 열쇠이다. 따라서 앞으로 구독 서비스에서는 고객의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IoT 기기를 사용해서 고객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과 수집된 대량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AI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경제는 매우 다양한 비즈니스를 묶어서 한꺼번에 부르는 용어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라는 테두리 안에 존재하는 비즈니스도 그 성격에 따라 작동 원리와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비즈니스의 특징을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1호 Subscription Business 2020년 7월 Issue 2 목차보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