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말한다.
외환보유액은 긴급시 국민경제의 안전판일 뿐만 아니라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긴급사태 발생으로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가 해외차입을 하지 못하여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고 외환시장에 외화가 부족하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시장안정을 위해 사용한다.
외환보유액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지급능력이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국가신인도를 높여 민간기업 및 금융기관의 해외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고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게 된다.
외환보유액 현황
1997년 12월 18일 39.4억달러까지 감소하였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000억달러를, 2005년 2월 2,000억달러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 및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되어 외화자금사정이 크게 호전됨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예탁받았던 외화자금을 대부분 상환한 데다 보유외환의 운용수익도 꾸준히 늘어난 데 힘입은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이후에도 증가세를 지속하여 2008년 3월 2,642억달러까지 늘어났으나 2008년 9월 중순 리먼사태 발생으로 금융기관의 일시적 외화유동성 부족에 따른 한국은행 및 정부의 외화유동성 공급으로 2008년말 2,012억달러까지 감소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화된 2009년말에는 기 공급한 외화유동성 회수 등으로 외환보유액은 2,700억달러까지 다시 증가하였다.이후 증가세를 지속하여 2011년중 3,0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17년말 현재 3,893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적정수준 및 보유비용
외환보유액의 적정수준은 각 나라의 환율제도, 자본자유화 및 경제발전 정도, 외채구조, 경상수지 사정, 국내금융기관의 대외차입능력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산정기준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금융기구나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산정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IMF도 외환보유액의 적정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각국의 특수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과거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 등에 비추어 볼 때 대외지급수요와 외환보유비용이 여건변화에 따라 달라지므로 적정규모를 장기적이고 동태적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국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시 외화유동성 부족 및 환율 급변동을 경험해야 했다.
다만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많이 쌓아야 충분한지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며 대규모 외환보유액 확충은 잠재적인 비용을 수반하는 측면이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과 유동성을 우선시하여 외환보유액을 신용도가 높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즉, 외환보유액의 상당부분이 안전성과 유동성이 높은 미국채 등의 대외자산에 투자됨에 따라, 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기회를 상실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최근 연구에서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가능성에 대한 외환보유액의 위기예방 역할을 강조하면서 민간부문 단기외채 규모, 위기발생확률에 근거한 자본 순유출 규모 및 정책당국의 위험 회피정도 등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들은 국가신인도가 높고 자국통화가 결제통화로 널리 사용되므로 외환보유액을 축적할 필요성이 작다. 반면 신흥시장국들은 유사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차입이 어렵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환보유액을 가급적 넉넉히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만 외환보유액 확충에 있어서는 위기예방 등을 통해 국민경제에 큰 이익을 가져오는 점과, 기회비용이 적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자산의 운용목적별 구분운용
한국은행은 국외운용 외화자산을 운용목적에 따라 현금성자산 및 투자자산으로, 운용주체에 따라 투자자산을 다시 직접투자자산 및 위탁자산으로 구분하고 운용목표, 투자가능상품의 범위, 리스크 허용한도 등을 별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행 보유 외환보유액의 자산 구분상의 명칭일 뿐, 현금성자산과 투자자산 모두 유동성과 안전성이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
일상적인 대외지급수요에 대비(Short-term liquidity tranche)
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
투자자산(직접투자자산)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성 추구
주요 선진국의 신용도 높은 장·단기 채권으로 구성
투자자산(위탁자산)
외부 전문성 활용, 투자방식의 다변화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
국제적인 자산운용사 및 KIC 등에 위탁 운용
신용도 높은 채권, 주식은대부분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우량주식
현금성자산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외화자금의 빈번한 유출입 및 일시적인 외화자금 수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자산이다. 현금성자산의 운용규모는 자금유출입 실적, 외화유동성 수요전망 및 현금성 자산 보유에 따르는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데 2019년말 현재 국외운용 외화자산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대상은 매각시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 달러화 단기국채 또는 예치금 등 단기금융상품(money market) 중심으로 운용한다.
직접투자자산은 안정적인 수익획득을 위해 주요국의 중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자산으로 2019년말 현재 국외운용 외화자산의 74.6%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대상은 주요 선진국 통화로 발행된 중장기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채 등 유동성과 안전성이 높은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금성자산과 함께 한국은행이 직접 운용하고 있다. 자금유출입 등으로 현금성자산 규모가 크게 증감하는 경우에는 직접투자자산과의 자금이관을 통해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위탁자산은 외부 전문성 활용, 투자방식의 다변화 등을 목적으로 설정한 자산으로서 국제기구, 세계유수의 자산운용사,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위탁하여 운용하는 자산을 의미한다. 유형별로는 채권 펀드, 주식 펀드 및 혼합 펀드로 구성되어 있다. 채권 펀드는 선진국 정부채, 우량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채, 물가연동채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구성된다. 주식 펀드는 대부분 선진국 주식 펀드로 구성되며, 이 외 중국 주식을 포함하고 있다. 혼합 펀드는 채권과 주식을 모두 운용하는 펀드로 「한국투자공사법」에 의거하여 위탁 운용하고 있는 KIC 펀드, GTAA(Global Tactical Asset Allocation) 펀드 등이 있다. 2019년말 현재 국외운용 외화자산의 20.8%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별 비중 추이
통화구성
외환보유액의 통화구성은 최종적인 대외지급준비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대상국의 국제거래 통화, 외채구성 통화 등 국별 특성과 함께 투자대상국의 자본시장 발달정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인 환율전망 등을 반영하여 통화구성을 일부 조정하나 중앙은행의 특성상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실행한다.
한국은행도 이와 유사한 원칙에 입각하여 통화구성을 결정하고 있으며 미 달러화 외에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 및 캐나다 달러화 등 주요 6개 통화를 중심으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연계성 증대 등을 고려하여 중국 위안화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였다. 2019년말 현재 보유외환중 미 달러화 비중은 69.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공적 보유외환에서 미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 60.9%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세계 외환보유액 통화구성 추이
상품구성
중앙은행들은 외화자산을 주로 외환보유액의 특성에 부합되도록 투자적격등급 채권과 상장주식 등 금융자산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규모 증가에 따라 외화자산의 위험분산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채 이외에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채 및 주식 등으로 상품구성을 꾸준히 다변화하고 있다. 2019년말 현재 한국은행은 외화자산을 정부채 44.6%, 정부기관채 15.8%, 회사채 13.4%, 자산유동화채 12.5%, 주식 8.7% 및 예치금 5.0% 등에 고루 분산 투자하고 있다.
상품구성 추이
외환보유액의 운용과정
한국은행의 외화자산 운용과정은 크게 연간 운용계획 수립, 투자실행, 리스크관리 및 성과평가 등으로 이루어진다. 연간 운용계획은 외화자산 운용방향과 전략적 운용기준, 투자지침 등으로 구성된다. 동 계획은 외부 교수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화자산운용자문위원회와 한국은행의 주요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외화자산리스크위원회에서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본방향을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 수립된다.
3. 구조조정 지연과 좀비기업 요인의 제거: 높은 금리에 따른 좀비기업 퇴출 및 시장 구조 조정 가속화
4. 장기 저유가 현상 요인의 제거: 우러 전쟁에 따른 세계 오일 수급 악영향
자산의 가격을 낮추는 요인: 수요감소, 공급증가 요인
1. 아마존 효과(유니콘 효과) : 기업수, 기업당 생산량 확대
최근 온라인 상거래 시장과 플랫폼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모두 최저가의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작은 업체가 아마존이란 플랫폼을 통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팔 수 있다.
이러한 유통혁명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서플라이 체인이 연결되어 특정 상품이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로 전달 될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으로, 아마존이 커지면서 많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망하게 되었다. 대형 백화점도 무너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은 상품들을 헐값에 판매되는 clearance sale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물건 가격을 지속적으로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혁신적인 기업의 계속적인 등장은 서비스와 제품의 가격을 계속해서 낮출 것.
2. 구조조정 지연과 좀비기업 : 기업수, 기업당 생산량 확대
경쟁력 없는 제조업체들(좀비기업)은 시장 생태계 관점에서 구조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구조조정되지 않으면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 생태계에 진입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경제구조가 좀비기업들의 수명연장에 기여하고 있다. 빚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물건을 계속 만들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물건을 계속 만든다면 공급이 늘어나게 되고 과잉 공급현상이 지속된다.
결국, 금리인하는 구조조정의 지연을 초래하고 물가를 하락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은총재도 금리인하를 왜 안하느냐라는 질문에 금리인하를 하게 되면 구조조정의 지연을 초래하고 이는 심각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금리인하를 하게 되면 이론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3. 장기 저유가 현상 : 기업수, 기업당 생산량 확대
OPEC+의 감산공조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너스 유가'라는 역사상 없었던 현상까지 나타났다. 천연가스 가격 또한 5년 내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미국의 에너지 채굴 관련 ETF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수익이 저조하기 때문에 마켓쉐어를 늘리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틈만 나면 생산활동을 해야 한다. 결국에는 원유시장의 공급과잉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요급감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2014년 7월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 달러였다. 현재는 18달러 이하다. 국제유가가 저물가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4. (미국의 입장에서)고질적인 달러 강세의 지속 : 환율
최근 달러 인덱스가 거의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달러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달러 강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미국 내 수입되는 물건의 가격이 낮아진다.
환율을 볼 때 다른 국가들과의 금리 차이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금리가 높고 다른 나라의 금리가 낮으면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미국으로 돈이 빠져 나가고 미국에 자금이 흘러가게 된다.
환율을 볼 때 성장률도 중요하다. 유럽 금리가 0.4%이고 미국 금리 0.6%라고 하더라도 유럽이 경쟁력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성장한다면 투자자들이 금리차를 어느정도 무시하고 유럽에 투자하게 된다.
유럽의 성장률이 좋다면 글로벌 자금이 유로화를 사서 유럽의 자산을 사게 된다. 즉 유로화의 수요가 증가하고 유로화가 강세가 될 수 있다.
달러 강세의 지속 현상은 2가지 원인이 있다.첫째,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국의 금리가 높은 편이다. 둘째,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국의 성장이 압도적이다. 달러가치를 상승시키는 두가지 조건인 금리와 성장이 모두 충족되는 셈이다.
작년에 미국은 세 차례 '보험적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리는 돈의 가치다. 금리인하는 돈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달러강세를 유지하고 있다(현재는 제로금리).
금리인하로 돈의 값이 하락했음에도 글로벌 자금이 미국의 나스닥 기술주 쪽으로 더 집중하여 달러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달러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달러 강세가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 각종 대출 프로그램, 대규모 재정 부양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중에 달러를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품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원인 중 하나는 다른 나라들 또한 대규모 부양정책을 펼치며 화폐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인다(화폐가치 하락).
달러강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미국에 수입된 물건들의 가격이 항상 낮은 상황에 직면한다. 즉, 미국의 물가는 상승하지 않게 된다.
5.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중위권 계층의 감소 : 소득 감소
미국의 자산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자산가격의 상승이 미국의 소비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최상층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자산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나머지 서민들은 그 수혜를 받지 못한다. 즉,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된다.
부자들 쪽으로 돈이 쏠리고 서민들 쪽으로 돈이 많이 안가게 되면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다. 보통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소득이 1단위 증가할 때 소비가 증가하는 양)'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만 명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만 명한테 1억씩 주는 것과 1명한테 9999억을 몰아주고 나머지 1억을 9999명한테 나눠주면 어느 쪽이 소비효과가 클까? 9999억을 가진 한명이 아무리 돈을 많이 쓴다고 해도, 9999명이 1억씩 쓰는 것보다는 많이 쓸 수 없다. 돈이 많다고 더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더 많은 시간을 갖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총수요의 입장에서는 중상층이 두터운 편이 훨씬 유리한 변수이다.
결국, 자산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은 증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제 전체적인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물가 또한 상승하지 않는다.
6. 지역 불균형 : 소비계수 감소
중산층 계층 감소와 동일한 논리이다. 높은 경제력이 좁은 한 지역에 한정되는 것보다 중간 정도의 경제력이 여러 지역에 펼쳐지는 편이 총수요의 입장에서 유리하다.
7. 과도한 부채 : 소비계수 감소
이론상으로는 금리인하가 되면 소비나 투자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이는 민간의 부채가 적다는 전제, 즉 민간의 부채 부담이 적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금리인하를 하게 되면 돈 값이 낮아지기 때문에 민간이 돈을 더 빌려써서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부채가 많은 민간은 금리가 낮아지면 돈을 갚는다. 오히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8. 인구구조의 변화(인구노령화)와 인구의 감소 : 소비자수 감소
한국은 평균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출산이 사망보다 적은 인구 감소기에 접어들었다.(벌써..) 이로 인해, 한국의 모든 마켓이서는 소비자수 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소비자수 감소는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재화의 가격하락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노인은 돈은 많을 수 있지만 돈을 쓸 기력도 없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정신도 없다. 이것도 저것도 이미 젊은 시절 다 먹어본 음식이라면 이미 다 똑같은걸 알기에 굳이 새로운 소비하지 않는다.
2012년, 아마존의 물류 담당 IT 엔지니어였던 인도계 청년 아푸바 메타가 만든 ‘인스타카트’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미국을 대표하는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부상했다. 우버 기사가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듯 쇼퍼(Shopper)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에 ‘식료품 업계의 우버’라고 불리기도 한다. 후발주자 및 강력한 대기업을 물리치고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자 본인이 실제 겪었던 불편함을 바탕으로 고객의 불편함을 정확히 간파했기에 시장의 니즈에 정확히 반응했다는 점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초기 투자에 따른 고정비용과 의도치 않은 경쟁 구도를 피했다는 점 △슈퍼마켓들과의 경쟁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을 택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온라인으로 TV도 사고, 영화도 보고, 친구도 사귀면서 왜 식료품은 직접 가서 사야 하지?”
2012년 봄. 스물여섯 살의 인도계 청년 아푸바 메타(Apoorva Mehta)는 스리라차 소스 한 병밖에 들어 있지 않은 텅 빈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푸념했다. 인도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그는 아마존 물류 담당 IT 엔지니어였다. 2년 전 창업의 꿈을 안고 아마존을 퇴사한 뒤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왔지만 실패만 거듭하던 중이었다.
그는 자신처럼 슈퍼마켓은 먼데 자동차가 없어 장보기에 고충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마존의 동료들도 업무에 치여 냉장고에 식재료 채워 넣을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곤 했었다. 메타는 곧장 식료품을 대신 사다 주는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10년도 채 되지 않아 그가 개발하고 창업한 인스타카트(instacart.com)는 아마존의 ‘아마존 프레시’를 누르고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인스타카트가 아푸바 메타의 첫 창업 아이템은 아니었다. 메타는 ‘변호사를 위한 SNS’ 등 스무 가지 창업 아이템을 실패한 후에야 인스타카트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당장 먹을 게 없는데 슈퍼마켓은 멀고 자동차가 없는 그에게 식료품을 빠르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는 정말로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그때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창업을 위한 창업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나는 변호사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11https://www.youtube.com/watch?v=wkmR7TYUt_c닫기
그리고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강타했다. 자택대기령(Stay at Home)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며 출근과 외식 등 평범한 외출조차 어려워졌다. 다른 많은 세계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의 일상생활도 상당 부분 달라졌다.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온라인 장보기’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로 몰려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잔뜩 사들이는 미국인들과 이들의 ‘패닉 바잉’으로 텅 빈 매장의 모습이 뉴스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모두가 마트로 몰려간 건 아니었다. 많은 미국인이 팬데믹 시대에 가장 안전한 자신의 집에 머물며 식료품을 구매했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인스타카트는 가장 주목받는 플레이어가 됐다. 인스타카트는 ‘식료품 업계의 우버’라고 불린다. 우버 기사가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듯 인스타카트의 쇼퍼(Shopper)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2012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내 배송’을 기치로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및 캐나다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1시간 혹은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특허 상품이라 할 ‘새벽 배송’보다 빠른 셈이다.
팬데믹 사태 초기이던 2020년 3월, 인스타카트의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늘었다.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앱) 다운로드는 전월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그림 1) 이 회사는 팬데믹이 발생하자 쇼퍼 인력을 빠른 속도로 늘려 폭증하는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나갔다. 인스타카트 측은 DBR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3월 초 20만 명이던 인스타카트 쇼퍼를 5월 기준 50만 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팬데믹 발생 두 달 만에 쇼퍼 인력을 30만 명 넘게 충원한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각 가정에 배송한 식료품이 350억 달러어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메타는 언론 인터뷰에서 “팬데믹 발생 이후 매일, 전날보다 주문량이 20% 증가했다. 두어 주 만에 연말 매출 목표를 넘어섰고 일주일 후 2021년 목표를, 또 며칠 후 2022년 목표를 초과했다. 그 이후로는 계산하기를 그만뒀다”고 밝혔다.22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0-05-06/instacart-was-overwhelmed-by-coronavirus-overnight닫기
4년 전 20억 달러였던 인스타카트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10월 177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그림 3) 인스타카트는 여세를 몰아 올해 초 기업공개에 나선다. 투자 업계는 인스타카트가 기업공개 시점에 300억 달러(약 33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인스타카트의 무서운 추격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해 “쇼피파이(Shopify,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와 인스타카트가 아마존의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언급했다. DBR가 인스타카트가 급성장한 비결을 분석했다.
DBR mini box I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美 온라인 식료품 시장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구매 금액은 전체 식료품 구매 금액의 7%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말 5%에서 석 달 새 2%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8월 투자회사 코웬(Cowen)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32%에 달했다. 2019년 응답률이 18%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이제 온라인 식료품 배달(Online Grocery Delivery)은 미국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물론 이번 팬데믹 이전에도 식료품 배달 서비스는 존재했다. 2017년 아마존이 홀푸즈마켓을 인수한 뒤 당일 배송(same day delivery) 서비스를 가속화하자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 마트들도 당일 혹은 이틀 내 배송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배송 편의성이 높아진 데 힘입어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2016년 120억 달러에서 2018년 260억 달러, 그리고 2019년 580억 달러로 쑥쑥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성장’이라는 표현만으로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게 됐다. 주문량이 엄청난 속도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조사 업체 어니스트리서치(Earnes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아마존과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배송 및 픽업 서비스(온라인 주문 후 고객이 직접 매장에서 수령)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2 이상 늘었다.
주문 2시간 내에 식료품을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레시의 경우를 보자. 2월 첫 주 200%를 넘어선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3월 하순에는 452%로 크게 뛰었다. (그림 2) 대부분 업체가 주문 폭주로 2시간은 물론 당일 배송 약속을 지킬 수 없을 정도였다. 마케팅 조사 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최근 2020년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 규모를 890억 달러로 추산, 전년 대비 53% 커질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놨다.
인스타카트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액셀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출신이다. 메타가 공동 창업자 맥스 뮬런, 브랜든 레오날도와 함께 YC에 입소한 것도 ‘정말 필요한 서비스’임을 몸소 보여준 덕분이었다. 2012년 6월 인스타카트 첫 버전을 완성한 메타는 YC 프로그램 기한이 이미 두 달 전에 끝났음을 알게 됐다. 그래도 YC 측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마침내 YC 파트너 중 한 명이자 투자자인 개리 탠과 통화를 하게 됐다. 메타는 그에게서 “지금은 입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메타는 여기서 포기하는 대신 인스타카트 앱을 열어 탠의 사무실 앞으로 맥주 6병을 주문했다. 곧 한 쇼퍼가 탠에게 맥주를 배달했다. 그리고 한 시간 반 후, 메타는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는 탠의 연락을 받았다.
인스타카트는 YC의 훈육을 받으며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YC 멤버들은 인스타카트의 고객이자 조언자가 돼줬다. 숱한 창업 아이템 실패를 겪은 메타는 “인스타카트는 내가 친구들에게 권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첫 번째 아이템이었다”고 회고한다.
사업 초기에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점들과 정식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저 몇몇 슈퍼마켓에 가서 고객이 요청한 것들을 대신 장을 봐주면서 고객에게 매장 판매가에 10∼20%의 요금을 더 붙여 청구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매장보다 비싼 가격에 불만을 제기하자 2014년부터 식료품점과 정식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했다.
현재는 식료품점들이 인스타카트에서 각 상품을 얼마에 팔지 스스로 결정한다. 인스타카트는 리테일러에게서 상품을 직접 납품받지 않고, 자사 앱과 홈페이지에 리테일러 각각의 페이지를 열어줄 뿐이다. 각자의 ‘디지털 점포’에서 리테일러가 무엇을 얼마에 팔지 정해 알려주면 인스타카트는 이 정보를 앱과 홈페이지에 그대로 노출한다. 현재 파트너사의 절반가량이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가격을, 나머지는 10∼20% 높은 가격을 인스타카트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각 식료품점의 메인 페이지에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이 동일한지(‘Everyday store prices’), 다소 비싼지(‘Prices are higher than your local warehouse’) 밝혀 고객의 선택을 돕는다.
특히 뉴욕처럼 주민들이 차를 많이 갖고 다니지 않는 지역에서는 무거운 식료품을 나르느라 우버나 택시를 타기보다 매장보다 다소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인스타카트 서비스가 선호된다. 또 감염증 우려로 약간의 프리미엄을 지급하더라도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
인스타카트 사업 전략
1) 3無 전략, 물류 창고, 재고도, 트럭도 없다
“초기 투자 단계인 시드 라운드를 준비할 때 벤처캐피털 투자자 중 한 명이 플로피 디스크를 잔뜩 안겨줬다. 그 안에 웹밴(Webvan)의 사업 계획이 들어 있으니 꼭 열어보라고 했다.” (2014년 6월 와이콤비네이터 강연에서 메타 인스타카트 CEO) 3 3 https://www.youtube.com/watch?v=wkmR7TYUt_c닫기
메타는 사업 초기에 겪은 가장 어려웠던 일로 투자자 설득을 꼽는다. 실리콘밸리에서 2001년 파산한 ‘웹벤 후유증’이 10년 넘도록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과 언론은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적 행위로 자리 잡지 못해 결국 인스타카트가 ‘제2의 웹벤’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웹벤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유명한 실패작 중 하나로 거론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슈퍼마켓’을 표방하며 주문한 지 24시간 내에 식료품을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도한 투자, 닷컴버블 붕괴로 3년간 8억 달러의 투자금을 소진한 뒤 파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웹벤의 실패로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식료품 배달은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게다가 이는 이커머스 거인 아마존이 호시탐탐 사업 확장을 꾀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섣불리 뛰어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인스타카트는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타는 “웹밴이 실패한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웹밴 시절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지만 2012년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됐다. 이커머스 시장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사람들은 우버 서비스에 익숙했기에 인스타카트 서비스도 쉽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YC 시절의 에피소드다. YC 디너 행사에 참석 중이던 메타에게 한 쇼퍼가 “어떤 고객이 무려 200리터의 음료수를 주문했다”며 겁에 질려 전화했다. 인스타카트 직원들이 슈퍼마켓으로 출동해 차에 음료수를 한가득 싣고 도착한 고객의 배달지는 다름 아닌 YC 사무실. 디너 행사 담당 직원이 주문한 것이었다. 그 직원은 “행사 때문에 매주 음료수를 이만큼 사야 하는데 인스타카트 덕분에 쉽게 해결했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2013년 세쿼이아캐피털이 인스타카트에 850만 달러 규모로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인스타카트에 도약의 발판이 됐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웹밴의 실패로 큰 피해를 입은 웹밴의 주요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인스타카트 투자를 주도한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아캐피털 회장은 “기술의 발전과 인스타카트의 창의적인 사업 방식 덕분에 웹밴과 같은 실패 위험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웹밴의 실패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대규모 투자다. 웹밴은 미국 주요 26개 지역에서 대형 물류센터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다 파산하고 말았다. 또 직접 사들인 트럭으로 식료품을 배달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구조였던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정반대로 ‘3무(無)’ 전략을 편다. 즉, 물류 창고와 재고, 트럭을 보유하지 않는다. 인스타카트의 물류 창고는 전국의 식료품점이고, 재고는 각 식료품점이 보유한 식품이다. 또 우버가 우버 기사의 자동차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듯 인스타카트는 쇼퍼의 자동차로 식료품을 실어 나른다.
인스타카트가 하는 일은 고객과 식료품점, 쇼퍼를 IT로 연결하는 것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인스타카트 앱과 홈페이지에는 고객이 설정한 주소로 배달해줄 수 있는 식료품점 목록이 뜬다. 그중 한군데만 선택하면 해당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식재료가 품목별로 제시된다. 식료품점이 매일 판매 제품 목록과 가격, 재고 현황을 인스타카트에 전송하면 인스타카트가 그것을 앱에 노출하는 것이다. 쇼퍼가 사용하는 인스타카트 앱에는 고객 주문 내역(식료품점, 구매 목록, 배달처)이 뜬다.
고객과 쇼퍼는 앱 내 메신저 창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쇼퍼가 매장에서 “‘엑스트라 크리스피 프렌치프라이 포테이토’는 없네요. 대신 ‘와플 프라이드 포테이토’와 ‘스테이크 프라이드 포테이토’가 있는데, 어느 걸로 대체할까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고객이 원하는 바를 답장하는 식이다(많은 쇼퍼가 제품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물류 창고와 재고, 트럭 등 유형 자산을 사들이지 않으므로 인스타카트는 빠른 속도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시카고, 보스턴, 뉴욕, 워싱턴DC 등 한 달에 한 도시꼴로 서비스 지역을 추가했다. 인스타카트가 진출한 도시는 2016년 25개, 2018년 4000개, 현재는 5500개 이상에 달한다.
인스타카트가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정의하면서도 가장 큰 물류망을 보유한 식료품 배달 회사라고 자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 830만 명의 뉴욕시부터 인구 28만 명의 알래스카주 앵커리지까지 북미 구석구석의 식료품점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방대한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인스타카트와 마찬가지로 3무 전략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업체로 십트(Shipt)가 있다. 인스타카트보다 2년 늦은 2014년 앨라배마주에서 사업을 개시한 십트는 2017년 타깃에 인수된 이후에도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서비스 범위가 인스타카트에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뉴욕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인스타카트는 이 동네의 80년 넘은 터줏대감 슈퍼마켓 자바(Zabar’s)를 비롯해 45개 상점의 주문을 소화하는 데 반해 십트는 11개에 그친다.
DBR mini box II 인스타카트 선두로 치열해진 2시간 내 배송 경쟁
북미 지역 식료품 배달 서비스 비교
2) 대기업 포함 다종다양한 식료품점과 제휴
2017년 6월 아마존이 홀푸즈마켓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미국 식료품 시장은 일순간 긴장에 휩싸였다. 아마존이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460개 매장을 보유한 홀푸즈마켓을 전초기지 삼아 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시장 구도가 크게 재편될 것이 명약관화했기 때문이다.
이 뉴스는 인스타카트에도 근심을 안겼다. 인스타카트는 1년 전인 2016년 홀푸즈마켓과 이곳의 식료품을 독점 배송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인스타카트의 전체 매출에서 홀푸즈마켓의 비중은 10%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홀푸즈마켓 배달 서비스를 가져간다면 인스타카트로서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미지근한 태도를 취했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아마존의 습격’을 계기로 다급해진 것이다.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회사들은 그 대안으로 인스타카트의 손을 잡았다. 아마존의 홀푸즈마켓 인수 계획이 공개된 지 1년 만에 인스타카트의 유통 파트너사는 200개에서 350개로 크게 늘었다. 알버슨(Albersons), 알디(Aldi), 샘즈클럽(Sam's Club) 등 미국의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가 이 시기에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홀푸즈마켓과의 제휴 관계를 종료한 직후인 2018년 9월 메타 CEO는 “홀푸즈마켓의 시장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미국인 대부분은 홀푸즈에서 장 보지 않으며, 그러한 미국인들이 장 보는 슈퍼마켓들이 인스타카트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4 4https://www.youtube.com/watch?v=YOKqAIMh-iA&feature=youtu.be닫기
특정 유통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다종다양한 유통업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한 것은 소비자 행동 패턴을 고려할 때 유효한 전략이다. 메타 CEO는 2018년 11월 리테일러 업계 행사에 출연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두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고 소개했다.55 https://www.youtube.com/watch?v=O0JgDdhAWwE닫기 우선 소비자는 오랫동안 장을 봐온 식료품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뉴욕주 북부 사람들은 샌드위치를 살 때 꼭 웨그맨(Wegmans)에서 파는 데니스 샌드위치를 사려고 하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사람들은 ‘식료품점에 간다’는 말 대신 ‘퍼블릭스(Publix)에 간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는 한 군데 식료품점만 이용하지 않는다. 매주 ‘스프라우츠(Sprouts)’에서 장을 보면서 한 달에 한 번은 ‘샘즈클럽’에서 대용량 제품을 사들인다.
미국의 대표적 식료품 유통업체로는 월마트와 홀푸즈마켓을 인수한 아마존이 꼽히지만 이 두 대기업의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전국의 다양한 대형 마트, 슈퍼마켓 체인, 그리고 동네 식료품점이 차지한다. 인스타카트는 바로 이들과 손을 잡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거의 모든 가정에는 10∼15분 내에 갈 수 있는 식료품점이 있다. 바로 이 식료품점에서 각 가정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인스타카트의 전략이고, 이는 인스타카트가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월마트도 인스타카트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월마트와 인스타카트는 미국 내 4개 도시(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및 오클라호마의 털사)에서 식료품에서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가장 빠르게는 1시간 내에 당일 배송하기로 협약했다.
2020년 말 기준 미국 가정의 85%, 캐나다 가정의 70%가 인스타카트 서비스 권역 안에 있다.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유통업체는 500군데 이상으로, 점포 수로 보자면 4만 개 이상에 달한다. 인스타카트 홍보팀 관계자는 “2020년 팬데믹 와중에도 150개 이상 리테일러와 파트너십을 맺어 1만 개 이상의 매장이 새롭게 인스타카트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인스타카트의 파트너사(社)는 그 층위가 다양하다. 월마트와 타깃, 코스트코 등 식료품 외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에서부터 알디, 알버슨, 스프라우츠 등 전국 단위 마트 체인, 웨그맨과 퍼블릭스처럼 사업 범위가 몇 개 주(州)에 한정된 지역 기반 슈퍼마켓 체인, 그리고 특정 동네에만 있는 작은 식료품점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대상을 식료품 외 제품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스테이플(사무용품),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세포라(화장품), 펫코(애완용품), CVS와 Rite Aid(드럭스토어), 빅랏(대형 할인유통점) 등이 최근 1년 새 인스타카트에 새로 합류했다. 150개 이상 주류 도매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류도 배달한다. 처방약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스타카트 측은 “식료품에서부터 기타 제품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안전하게 집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거대 슈퍼마켓 체인을 앞질렀다. 코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인스타카트는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체 선호도 순위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유통 대기업 크로거(Kroger)와 타깃을 제친 것이다. 2019년 크로거와 타깃의 매출이 각각 1210억 달러와 750억 달러인 데 반해 인스타카트 매출(추정치)이 고작 3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난쟁이가 거인을 넘어뜨린’ 셈이다.
3) 정확한 재고 파악에 승부수
인스타카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정확한 재고 파악이다. 재고 정확도(Found Rate)가 떨어지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인스타카트 앱에 ‘갈라 애플’이 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실제 매장에 재고가 없다면 고객은 원하는 것을 사지 못하고, 리테일러는 매출을 내지 못하며, 쇼퍼는 없는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고객과 파트너, 쇼퍼를 모두 실망시켰으니 인스타카트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인스타카트 기술팀은 각 식료품점의 실시간 재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리테일러가 정기적으로 재고 현황을 업데이트해 전송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기본적으로 각 매장은 하루에 한 차례 정보를 전송하는데 이것만 믿고 있을 수 없다. 몇 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시간 재고 있음(realtime availability)에 더해 또 중요한 것이 쇼퍼들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find-availability)이다. 늘 같은 선반에 있던 토르티야 칩이 프로모션 때문에 살사 소스 옆으로 옮겨갔다면 쇼퍼는 토르티야 칩을 찾아내기 어렵다.
이에 인스타카트는 매장에서 재고가 있다고 정보를 보내왔음에도 쇼퍼들이 반복적으로 재고가 없다고 보고하면 해당 제품을 ‘재고 없음’으로 간주한다. 재고가 없거나 거의 떨어져가는 제품은 앱에 노출하지 않는다.
대체 상품(replacement item)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도 고객, 리테일러, 쇼퍼의 만족을 높이는 핵심 기능이다. 일례로 ‘체다 슬라이스 치즈’를 주문한 고객에게 “해당 제품이 없으니 ‘아메리칸 슬라이스드 치즈’로 대체해드릴까요?” 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인스타카트는 대체 상품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을 대상으로 대체품이 만족스러웠는지를 꾸준히 평가해 이를 알고리즘에 반영하고 있다.
인스타카트가 자체 평가한 재고 정확도는 팬데믹 이전에 90%를 상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이 폭증하자 60%대로 크게 떨어졌다. 대체품 추천도 엉망이 됐다. 화장실 휴지를 주문한 고객에게 프린트 용지가 추천되는 식이었다.
이에 인스타카트 기술팀은 아예 예측 모델을 바꿨다.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데이터 범위를 30일에서 1주일로, 쇼퍼가 제품을 찾을 수 있는지 예측하는 주기를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좁혔다. 인스타카트의 최고기술책임자 마크 셰프는 지난해 5월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 한 달 치 데이터를 보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하루 치 데이터를 파악해 모델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고 말했다. 62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0-05-06/instacart-was-overwhelmed-by-coronavirus-overnight닫기
몇 달 걸리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두어 주로 앞당기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재고 정확도는 지난해 5월에 75%, 현재(2021년 1월)는 90% 이상으로 회복됐다.
4) 우버와 도어대시에는 없는 ‘기업 고객’
우버와 음식 배달 앱 도어대시(DoorDash), 그리고 인스타카트는 모두 고객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온디맨드(On Demand) 비즈니스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매출 구조에서 나타난다. 우버는 승객이 내는 탑승료, 도어대시는 식당과 고객이 내는 수수료가 수익원이다. 매출처가 한두 개에 그친다. 인스타카트는 이들과 달리 고객이 내는 수수료와 식료품점으로부터 매출에 비례해 받는 커미션에 더해 제3의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 바로 포장 소비재 제품(CPG•Consumer Packaged Goods) 관련 매출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장보기가 확대되면서 ‘제3의 매출’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동네 마트에 가면 항상 제품 프로모션을 만나게 된다. 골드키위 두 상자를 할인된 가격에 묶음 판매한다든지, 3개들이 샴푸에 컨디셔너 한 병을 증정해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쿠폰이 포함된 식료품점의 전단을 집으로 보내오기도 한다. 인스타카트는 이러한 CPG 브랜드의 프로모션 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코카콜라, 피앤지, 유니레버 등 미국 내 상위 25개 CPG 브랜드를 모두 포함해 1000개가 넘는 CPG 브랜드가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메타는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의 ‘구글 애드워즈(검색 광고)’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인스타카트의 전체 매출에서 CPG 매출 비중은 15% 안팎으로 알려졌다.
인스타카트의 CPG 서비스는 아마존과 유사하다. 메인 페이지 및 검색 결과 상단에 광고료를 지불한 제품을 노출하고, 고객 e메일로 전자 쿠폰을 보내주거나 각종 프로모션 정보를 제공한다. CPG 브랜드가 광고를 요청했지만 식료품점에 해당 제품의 재고가 소진됐다면 프로모션 내용은 노출되지 않는다. 또 주문 완료 전 ‘장바구니 부양(Basket Boost)’ 코너를 통해서도 CPG 제품을 노출한다. 바비큐 소스를 산 고객이라면 바비큐 요리를 할 계획이라고 가정하고 머스터드 소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적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CPG 브랜드들이 온라인 프로모션에 더욱 뛰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특히 인스타카트에 매일 쌓이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가 CPG 브랜드의 프로모션 활동에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이 어떤 조합으로 자주 함께 구매되는지, 지역별로 특히 선호되는 제품이 있는지 등을 분석해낼 수 있다. 인스타카트가 지난 연말 발표한 트랜드 리포트(New Year, New Cart : The Tastes and Trends of 2021)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이 집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를 즐기면서 피리피리소스(Piri Piri Sauce, 남부 아프리카에서 유래된 고추로 만든 매운 소스) 판매량이 725%나 상승했다. 케토 다이어트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제품명에 ‘케토’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품 판매량이 72% 증가했는데, 특히 텍사스 및 미 서부 해안가 도시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구체적인 소비자 행동 패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CPG 브랜드로서는 고객도 많고 서비스 커버리지도 넓은 인스타카트에서 프로모션 활동을 할 요인이 높아지게 된다. 인스타카트는 2019년 9월 아마존에서 글로벌 광고 판매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지낸 세스 댈러일을 최고매출책임자(Chief Revenue Officer)로 영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주문량이 폭증하자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북미 전역의 식료품점에서 프로모션을 실시할 수 있게 해주는 광고 툴킷을 출시했다.
5) 고객 니즈에 신속히 대처
실리콘밸리의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대게 그렇듯 인스타카트도 속도전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인스타카트는 사업 초기, 미국의 인기 식료품점인 트레이더조(Trader's Joe)에서도 고객 대신 장을 봐주기 위해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직접 하나씩 구매해 사진을 찍어 올렸다는 일화가 있다. 트레이더조에는 온라인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도 인스타카트는 전투적으로 임했다. 전국적으로 재택 모드에 들어간 지난해 3∼4월 주문이 폭증하자 인스타카트 고객들은 ‘2주 후에 배송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야 했다. 쇼퍼 부족 현상도 심각했다. 인스타카트는 신속하게 쇼퍼를 추가 고용하고 각종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인스타카트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고객 및 쇼퍼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를 15개 이상 새롭게 선보였다”고 전했다.
우선, 인스타카트는 북미 지역에서 ‘비대면 배송’을 실시한 첫 번째 주문형 기업이다.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사전에 요청할 경우 고객의 집 앞에 식료품을 놓고 간다(‘Leave at My Door Delivery’). 이 경우 쿠팡처럼 문 앞에 놓고 가는 식료품의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보내준다. ‘빠르고 유연한(Fast and Flexible)’ 및 ‘미리 주문(Order Ahead)’ 옵션도 발 빠르게 도입했다. ‘빠르고 유연한’은 가장 빠른 주문 가능 시간대를 고객에게 자동으로 제시해주는 기능이고, ‘미리 주문’은 최대 2주 전에 미리 주문해놓을 수 있는 서비스다.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필요한 식료품 및 생활용품을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5월부터 서비스 속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인스타카트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서비스 수준이 향상됐다. 거의 모든 주문이 당일 혹은 이튿날 배송되고 있으며, 전체 주문의 3분의 2 이상이 2시간 내에 배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및 남은 과제 ‘불씨’로 남은 긱 노동자 처우 이슈
인스타카트가 별다른 장애물 없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식료품을 사다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기존 시장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공격을 받는 우버나 지역사회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에어비앤비와 비교해 유리한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사형통인 상황은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긱(gig) 노동자 처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인스타카트의 쇼퍼 처우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선거에서 주민발의안 22호(Proposition 22)가 통과하면서 긱 노동자가 기업에 고용된 직원이 아닌 독립계약자 지위를 유지하게 됐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인스타카트의 쇼퍼는 우버 기사나 한국의 대부분 택배 기사처럼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회사와 독립적으로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인스타카트는 일부 파트너사 매장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매장에서 근무하는 ‘매장 내 쇼퍼(In Store Shopper)’만 시간제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 매장에서 장을 봐서 고객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다수의 쇼퍼(‘Full Service Shopper’라고 부른다)는 독립계약자, 즉 긱 노동 종사자다. 우버가 승객과 승객 주변에 위치하는 기사를 연결해주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인스타카트도 고객 주변에 대기 중인 쇼퍼에게 고객의 주문을 전달한다.
인스타카트는 사전에 고객이 지불하는 팁(tip)을 포함한 각 주문의 예상 수익을 쇼퍼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쇼퍼는 자신이 수락한 주문에 대해서만 업무를 수행한다. 생수나 쌀처럼 무거운 상품이 포함된 주문에는 더 높은 수익이 제시된다. 팁은 구매 금액의 5%로 책정돼 있는데 고객이 더 많은 금액을 팁으로 지불할 수도 있다. 식료품을 배달하느라 동원된 쇼퍼 개인 차량의 유지비나 보험료는 쇼퍼 본인이 감당한다.
인스타카트의 일부 쇼퍼는 지난해 3월과 5월 처우 개선과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 안전 조치 등을 요구하며 두 차례 파업 시위를 벌였다. 인스타카트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체온계 등 안전 장비 배포, 방역 가이드라인 안내, 의료진과의 건강 상담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격리에 처한 쇼퍼에게도 급여를 지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쇼퍼가 가져가는 수익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쇼퍼가 ‘노동의 대가’를 미리 알고 업무를 수락하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보상이 적은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일부 쇼퍼의 주장이다. 쇼퍼가 연속적으로 몇 건의 주문을 거절하면 인스타카트의 알고리즘이 해당 쇼퍼가 현재 근무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신규 주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익이 낮은 주문도 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긱 노동자의 처우가 계속 이슈가 되는 한 인스타카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쇼핑의 질’을 높여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사람들은 온라인 장보기를 멈추고 직접 마트에 갈까? 이 점에 있어서는 걱정을 덜 해도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온라인 식료품 구매는 그 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림 4) 지난해 8월 한 달간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판매액은 82억 달러로, 11년 전인 2009년 8월 20억 달러의 4배에 달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온라인 장보기가 뉴노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브릭미츠클릭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더 자주 주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3870만 명이 한 번 이상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했는데, 이들의 평균 주문 횟수는 1.62회로 지난해 8월(3750만 명, 1.59회)보다 다소 상승했다. 재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83%로 3월(43%)과 8월(75%)에 비해 기록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왔다.
한편 온라인 장보기를 해본 소비자가 늘면서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소비자 비율이 지난해 11월 17%로 8월의 23%보다 낮아졌다. 이제 신규 고객 유입을 꾀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주문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시즌 2’로 진입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메타 CEO도 과거 “우리의 쇼퍼는 잘 익은 아보카도를 고객보다 더 잘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속도뿐만 아니라 질(質)도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인스타카트를 즐겨 사용하는 필자 주변 지인들은 “비용을 더 내더라도 특정 쇼퍼를 지정해 장보기를 의뢰하고 싶다”고 말한다. ‘쇼핑 능력’에 따라 신선한 과일, 흔치 않은 소스 등을 귀신같이 잘 고르고 찾아내는 쇼퍼가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쇼퍼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스타카트에 주어진 과제는 독립계약자 쇼퍼와의 상생, 높은 재고 정확도 유지, 그리고 장보기 퀄러티를 높이는 일이다. 그래야 줄기차게 등장하는 신규 경쟁자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뉴욕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온라인 슈퍼마켓 푸드다이렉트(FoodDirect)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최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친 도어대시도 CVS와 월그린(Walgreens) 등을 시작으로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넘보고 있다. 전국의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들의 ‘IT 지원군’을 자처하며 북미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서비스가 된 인스타카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그 명성을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DBR mini box III ‘우버 닮은꼴’로 아마존 경쟁자로 부상
2020년 12월9일, 미국의 음식 배달 앱 1위 도어대시(DoorDash)가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무려 33억65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조달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어대시를 제친 배달 앱 서비스가 있다. 인스타카트(Instacart)다. 2012년 창업해 미국 식료품 배달 시장 점유 1위, 기업 가치 177억 달러의 인스타카트 i i https://www.cnbc.com/2020/11/12/instacart-taps-goldman-for-ipo-at-30-billion-valuation-sources-say.html닫기 가 이렇게까지 부상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성공 요인1. 고객의 불편함에서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모든 것의 배달화’일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는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배송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배달까지 시도하며 언택트(Untact) 라이프스타일에 강제적으로 편입되게 됐다.
사실 인스타카트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소비자 대신 쇼퍼(shopper)가 마트에서 쇼핑해 소비자 집에 배달해준다.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이지만 주문이 일어난 지 한두 시간 만에 쇼핑해서 배송해주려면 촘촘히 계산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인스타카트의 시작과 성공에는 창업자의 역할이 컸다. 창업자 아푸바 메타는 아마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창업을 위해 퇴사한 후 20가지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실패의 원인을 꾸준하게 분석했고, 비즈니스의 근간은 ‘고객의 어려움/불편을 해결함으로써 수요를 만들고 거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마존 근무 시절, 동료들이 많은 업무 때문에 장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포착, 장을 대신 봐주는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마침 메타가 아마존에서 담당했던 업무가 식품 공급망 관리였던 것도 인스타카트를 론칭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성공하는 기업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고객의 불편함 해소’가 바로 사업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창업자가 보기에는 획기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여서 자신 있게 론칭했으나 기대만큼 부응 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의 시각이 창업자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즉, ‘내’가 아닌 ‘고객의 시각에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카트의 경우 창업자가 찾아낸 온라인 식료품의 ‘퍼스널 쇼퍼’라는 아이디어와 그가 가진 엔지니어링 경험, 그리고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확산이 인스타카트 서비스 확산의 필요조건을 만족시켰다.
성공 요인2. 공유경제 모델과 빠른 실행력
‘기업 전략 중 최고의 전략은 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생존의 관건은 위기가 닥쳤을 때, 문제에 직면했을 때 누가 빨리 대응하고 변화하느냐다.
인스타카트는 자신보다 앞서 론칭됐으나 실패로 끝난 웹밴(Webvan)의 사례를 참고해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했다. 1996년 창업된 웹밴은 당시 많은 주목과 투자를 받았지만 파산하고 말았는데,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슈퍼마켓형 배송 서비스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상품을 사서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웹밴의 서비스 모델은 슈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수반한다. 첫째, 슈퍼마켓처럼 상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 및 물류비용 등 고정비용이 크다. 둘째, 슈퍼마켓을 경쟁자로 만든다. 배송 서비스를 주력 수익으로 삼기에는 의도치 않은 비용과 경쟁으로 사업 확장에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인스타카트는 공유경제의 대표 우버처럼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과 퍼스널 쇼퍼를 연결했다. 최첨단 ICT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사용자 사이에 온디맨드(On Demand) 형식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온디맨드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함이다. 고객이 앱에서 소매점을 선택해 물건을 담은 후 원하는 배달 시간과 배송 서비스 타입을 정하면 등록된 근처 쇼퍼들에게 연락이 가고, 해당 주문을 수행하길 원하는 쇼퍼가 상품을 쇼핑해 배달한다. 또한 인스타카트는 우버의 승객이 기사를 평가하는 것처럼 이용자가 쇼퍼를 평가하는 기능, 네트워크와 GPS를 이용한 실시간 진행 상황(status) 업데이트, 쇼퍼와의 채팅 기능 등을 통해 실시간 소통 기능들을 제공한다.
백엔드(back-end) 영역에서는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애자일한 실행력, 그리고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있었다. 상품의 재고 파악 정확도를 높여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쇼퍼의 ‘쇼핑 허들’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또한 해당 상품이 품절인 경우 대체 상품 제안의 정확도를 높여 상품 품절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했다. 발 빠른 배달을 위해 쇼퍼들에게도 날씨와 교통정보 등을 이용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한편 점포 내 시간 지연의 주원인인 ‘상품 찾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GPS 기반 상품 내비게이션 경로를 제공한다. 머신러닝 등 기술을 최적의 배달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이렇게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되 유연한 접근과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실현함으로써 사용자를 늘릴 수 있었다.
성공 요인3. 경쟁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
인스타카트의 성공에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경쟁자를 제대로 선정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웹밴처럼 슈퍼마켓의 배송 서비스 같은 콘셉트 대신 공유경제의 우버 모델을 택함으로써 슈퍼마켓과의 경쟁을 피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슈퍼마켓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사실 중소형 슈퍼마켓 입장에서도 아마존이 ‘아마존 프레시’ 등 서비스로 식품업계까지 접수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인스타카트와 협력한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윈윈 모델이다.
앞으로의 기회와 과제
코로나19 팬데믹은 인스타카트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줬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퍼스널 쇼퍼가 나의 장보기를 대신해준다는 편의성을 경험해본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비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리테일러의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가 급성장한 계기가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였고, 중국인의 소비가 주로 알리바바, 즉 온라인으로 옮겨간 계기는 2003년 사스 때였다.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바뀐 소비 행태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편리함이나 가성비를 경험하게 되면 환경적 요인이 사라진 후에도 소비 행태가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기회는 배송 영역의 확대에 있다. 인스타카트가 지난해 9월 뷰티 리테일러 세포라(Sephora), 11월 전자제품 리테일러 베스트바이(Best Buy), 12월 스포츠용품 리테일러 딕스(Dick's Sporting Goods) 및 대형 마트 마이어(Meijer)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iiii https://www.grocerydive.com/news/meijer-signs-up-with-instacart-to-provide-delivery-service/591496/닫기
식료품 외 상품 배송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인데, 이는 시기상 적절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적으로 구축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현재 인스타카트의 수익원은 고객이 지불하는 배달료와 서비스 요금(Service Fee), 리테일러가 내는 커미션, 그리고 포장 소비재 제품(Consumer Packaged Goods)으로부터 추천이나 검색 상위 노출, 쿠폰 등 프로모션 비용인데, 향후에는 식료품 및 그 외 기업들에 데이터 기반 솔루션 판매 같은 수익 모델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만만찮은 과제도 있다. 우선 타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대형 마트 마이어만 해도 이미 비슷한 배송 서비스인 십트(Shipt)와 도어대시를 이용하고 있다가 이번에 추가로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즉,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리테일러로서는 인스타카트 외 경쟁업체와도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우버 등 다른 영역의 배송업체들이 식료품 영역으로도 진입하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우버이츠(Uber Eats)를 운영하는 우버는 지난해 12월 식품 배송 업체 포스트메이츠(Postmates)를 인수했다. 더 심화되는 경쟁 구도에서 경쟁사들과 다른 차별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타카트 같은 서비스의 국내 론칭 가능성은 어떨까. 사실 인스타카트의 성공에는 미국이라는 특수성이 녹아 있다. 면적이 한국의 99배가 넘다 보니 아마존이 ‘이틀 내 배송’을 약속하는 프라임 멤버십 전까지 5일, 7일, 심지어 10일 배송이 당연한 때도 있었다. 배송 서비스의 속도는 물론 그 품질도 오히려 한국이 앞선 편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새벽 배송, 로켓배송 및 로켓프레시와 쓱(SSG)배송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데 더해 배달의민족의 ‘B마트’ 서비스, 편의점의 자체 배달 서비스 등으로 각종 배송 서비스가 확장되는 추세다. 따라서 인스타카트 형태의 서비스로는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고급화된 퍼스널 쇼퍼처럼 특화된 퍼스널 쇼퍼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뤄야만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고, 2017-2018 UNCG 우수 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대형 유통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 『리테일의 미래(2019)』와 『리:스토어(Re:Store)(2020)』를 출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6호Responses to Climate Change2021년 03월 Issue 1목차보기
어려운 경기 속 소비생활지표 변화, 어려운 살림에 의류 소비 줄여 일각에서는 의류 등 중심으로 명품 소비 확대, 소비 양극화 현상 관찰 원인은 빈부격차? '나나랜드' '가심비' 등 달라진 소비습관 주목해야
아끼려는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요즘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시대다.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 자체가 양극화되어 가고 있어서다. 사진은 과거 한 백화점 명품관 내부 모습. 사진 속 브랜드나 공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생활 경제 전반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선 2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럭셔리 명품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소비 흐름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에는 ‘빈부격차’가 이런 흐름을 주도했지만 요즘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습관이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3년부터 2년 주기로 소비생활지표를 조사해 발표한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분야 1~3위는 각각 의식주(衣食住)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그 결과에 변화가 생겼다. 식과 주는 순위가 여전히 높았다. 반대로 의류 소비는 크게 떨어지고 그 자리를 금융이 차지했다. 의류는 병원 의료와 교육의 뒤를 이어 6위로 밀렸다.
이러한 생활 경제의 트렌드를 두고 일각에선 소비중요도가 ‘의식주’에서 ‘식주금’으로 바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의류 소비가 줄어든 경향을 두고 두가지 해석을 제기한다. 첫 번째는 경기와의 연동성을 짚어보는 시각이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소비를 줄이게 마련이고, 지갑을 닫으면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품목 중 하나가 옷과 액세서리 등이어서 최근의 경기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라는 시선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이 금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도 시각도 있다. 저금리 기조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핀테크 플랫폼이 대대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상품에 좀 더 쉽게 접근하게 된 덕분이라는 것. 투자와 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 역시 경기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저축과 절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허리띠 졸라 매는데, 한편에서는 명품 소비 늘어난다?
저성장 기조에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옷과 액세서리 등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 이것이 지금 소비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일까?
한편에서는 반대 흐름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10월 사이 주요 유통업체의 럭셔리 제품군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에는 10%대의 점유율을 기록한것과 비교하면 하반기 들어 늘어난 숫자다. 아울러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 비중에서 명품은 전체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가의 명품은 제품 하나당 가격 자체가 비싸므로 판매율이 높지 않아도 매출이 많이 잡힐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롯데 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은 고가 럭셔리 제품 매출 자체가 과거보다 늘어났다. 예전보다 더 많이 팔였다는 얘기다.
갤러리아 명품관에는 최근 독일 하이엔드 명품시계 ‘랑에운트죄네’의 단독 직영 부티크가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에는 ‘피아제’가 들어왔고 최근 신세계에는 ‘구찌 맨즈’와 ‘펜디 옴므’가 문을 열었다. 명품 브랜드 인기 제품들은 수천만원대의 가격을 당장 현금 완납하려고 해도 물건이 없어 구매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소비 양극화 주도하는 2030, 문제는 ‘빈부격차’ 아니라 ‘소비패턴’
마트는 장사가 잘 안된다고 아우성인데 백화점 명품 매장은 문전성시다. 동네 밥집들이 폐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은 예약이 꽉 찬다. 소비 흐름이 양극화되어 간다는 얘기다.
이러한 양극의 소비 패턴 변화는 20~30대가 주도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호황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마트 고객이 줄어들거나 금융 소비가 늘어난 것은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온라인 위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연령대별 명품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대가 78.6%, 30대 16.7%다. 20대의 숫자가 앞도적인 가운데, 이 숫자는40대(12.9%)와 50대(13.0%)를 크게 앞선다. 60대는 오히려 2% 줄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는 큰 돈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 점심값을 아끼느라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도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해외여행 가는 것을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최근 홍콩과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다는 29세 소비자는 “돈을 아끼는 건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인데, 지금 당장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게 있을때는 무리해서라도 그걸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여행을 다녀오면서 신용카드로 유명 브랜드 패딩점퍼를 구입했고 그 덕분에 애초 예산을 크게 넘겼다고 했다. 기자가 “다음 달 재정 상황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먼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는 건 너무 아깝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소비자는 대신 올 크리스마스에 입을 니트 스웨터는 온라인 쇼핑몰을 뒤져 1+1 최저가 상품을 구입했다.
◇ 밀레니얼 소비자는 ‘나나랜드’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다 잡는다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는 흐름을 두고 과거에는 ‘빈부격차’ 키워드를 도출했으나 요즘은 다르다. 밀레니얼 또는 Z세대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이른바 ‘나나랜드’ 키워드로 쇼핑한다.
물론 매 순간 그런 방식으로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므로, 평소에는 온라인 플랫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성비와 가심비에 맞춰 소비도 한다. 이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소비의 양극화 흐름이 강화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과 IT기업 컨설팅 경력이 있는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만족을 원하고 모바일 정보에 빠른 세대일수록 소비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이 컨설턴트는 “수백만원짜리 명품 소비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최저가 구매 정보도 빠삭한 세대가 소비의 두 가지 큰 흐름을 함께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는 한가지 키워드로 정의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욕구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다양한 욕구를 최대한 많이 충족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다.
즉,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의 현재가치(채권가격)는 하락하고,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채권이자율은 상승
따라서 채권이자율이 상승한다는 의미는 채권시장이 금리상승에 베팅을 하고 있다는 의미, 반대로 채권이자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채권시장이 금리하락에 베팅을 하고 있다는 의미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되면,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므로 현재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장래에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싼값에 채권을 구매할 수 있고, 이는 채권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짐
반대로 현재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금리상승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은 그만큼의 손해를 의미
채권수익률과 가격결정
지난 뉴스 한 토막,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그리스를 넘어 이탈리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금리가 7.4%를 넘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채권은 무엇이고 채권금리(수익률), 채권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채권(bond, 債券)은 정부나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일정한 절차에 따라 발행한 차용증서로 유통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되는 금융상품이다. 채권의 매력은 무엇인가? 발행자는 채권발행으로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할 수 있는 반면 매입자는 채권이 수익성, 안전성(특히 국채의 경우), 유동성을 고루 갖추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채권은 발행주체별로 국채, 금융채, 회사채 등으로 나뉘고, 만기에 따라 1년 이하 단기채, 1-5년의 중기채, 5년 이상의 장기채로 구분하며 이자지급방식별로 이표채, 할인채, 복리채, 영구채가 있다.
여기서는 가장 보편적인 이표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표채에는 만기상환금액인 액면가(par value),상환일(maturity), 표면금리(coupon rate)가 기재되어 있다. 표면금리는 연간 지급이자를 액면가로 나눈 비율로 연율(annual rate)이다. 이자는 일정기간(발행 후 3개월, 6개월, 1년 등)마다 분할 지급된다.
채권수익률(yield)에도 여러 가지 개념이 있지만 별도의 설명이 없는 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얻게 되는 만기수익률을 의미한다. 만기수익률은 시장상황에 따라 변하는데 채권금리라고도 부른다. 물론 채권에 기재된 표면 금리와는 다르다. 채권수익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채권의 손익구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채권수익은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매기 발생하는 이자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매입가격과 상환액(액면가)의 차이, 즉 자본이익(손실)이다. 채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샀다면 자본이익(capital gain)이 예상되나 비싸게 샀다면 자본손실(capital loss)을 볼 수 있다. 간단한 예로 1년 물이표채의 수익률을 생각해 보자. 이자는 1년 후 만기일에 액면가와 함께 지급된다고 할 때 수익률은 아래 식(1)과 같다. 오른쪽 첫째 항이 이자수익률, 둘째 항은 자본이익(손실)율이다. 식(1)의 채권가격은 유통시장에서의 매입가격으로 상환될 액면가와는 다르다.
내가 매입했던 가격과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간의 증가율 또는 감소율에 계산되는 주식과는 다르게, 채권은 만기 때까지 보유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이익이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채권 수익률은 가격의 증가율이나 감소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채권에 투자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리를 의미한다. 즉, 시장에서 채권을 싸게 사면 살수록 수익률이 오르고 비싸게 사면 비싸게 살수록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연간 이자와 액면가는 고정되어 있으므로 채권 가격에 따라 채권 수익률이 조정됨 )
아래의 예를 보자. A가 100만 원을 모으기 위해 100만원짜리 채권을 발행하여 1년 후 이자 5만 원과 함께 105만 원에 돌려준다고 하면, 이 채권의 액면가는 100만 원, 상환일(만기)은 1년, 표면금리는 5%이다. 그런데 채권 가격이 시장에서 95만 원으로 떨어진다고 가정을 하면, 이 채권을 95만원에 살 수 있게 되고, 만기가 되면 105만 원을 받게 되므로 투자 수익률은 약 10%이다. 만약 채권 가격이 105만 원이 된다면 1년 뒤에 돌려받는 금액 105만 원과 같기에 투자 수익률은 0%가 된다.
채권의 가격결정 요인
채권가격은 다른 재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채권가격과 채권수요, 공급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채권은 만기까지 받을 금액이 확정되어 있는 상품이므로 낮은 가격에 매입할수록 이익이다. 따라서 가격이 하락하면 더 많이 사고자할 것이므로 수요량이 증가한다. 반면 발행(매도)자들은 싸게 팔수록 손해이므로 가격이 하락할수록 매도물량(공급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그림>에서 보듯 채권가격과 채권량을 양축으로 하는 평면 위에 그린 채권수요곡선은 우하향하고 채권공급 공선은 우상향한다. 채권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A에서 균형에 이르고 이 때 균형채권가격은 P 0, 균형량은 Q 0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채권의 수요, 공급곡선이 이동하고 그 결과 균형채권가격 역시 변한다. 채권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이동시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채권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시중자금사정, 신용등급, 신규발행규모 등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시중에 자금이 풍부하면(화폐 초과공급 상태) 사람들은 여유자금으로 채권을 매입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고 채권가격은 P₁로 상승한다. 아래 <표>는 주요 변수들의 변동에 따른 곡선의 이동과 채권가 격의 변동을 요약한 것이다.
채권가격과 수익률은 역관계
이쯤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채권가격과 채권수익률 간에는 역관계가 존재한다. 이 둘의 역관계는 케인스의 화폐이론을 이용하면 쉽다. 우선 단순화를 위해 화폐 외에 다른 금융자산은 채권뿐이고 시장은 균형에 있다고 하자. 이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시장은 초과 화폐공급에 놓이고 사람들은 초과 화폐공급량을 다른 금융자산 즉 채권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채권수요가 증가하고 채권가격은 상승한다. 이자와 상환액이 정해져 있는 채권을 전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즉 채권가격의 상승은 채권수익률(채권금리)을 낮춘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초과 화폐공급 상태는 채권매입으로 해소되고 시장은 전보다 높(낮)은 채권가격(수익률) 하에서 균형을 회복한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는 결국 채권수익률 인하 나아가 시장금리 인하로 이어지게 된다.
채권가격과 수익률 간의 관계를 식(1)을 통해 보면 이자와 액면가는 불변이므로 채권가격이 상승(하락)하면 수익률이 하락(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식(1)을 채권가격에 대해서 풀어도 결과는 같다. 식(1)에서 %를 소수점으로 표현하고 양변에 1을 더한 후 채권가격에 대해서 풀면 식(2)가 된다.
식(1)과 (2)에서 제시한 1년물 이표채의 수익률은 계산이 쉽다. 그러나 만기일이 길고 이자 지급횟수가 많은 장기채의 경우 여러 해 동안 이자지급이 이루어지고 만기상환 역시 상당기간 이후 발생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장래 현금흐름으로 표시되고 있는 채권가치를 현재가치(present value)로 전환해야 한다. 즉 채권수익률은 ‘매기 지급이자와 만기상환액(액면가)의 현재가치 ’와 ‘채권(매입)가격 ’을 일치시켜주는 할인율이며 식(3)으로 표현된다.
식(3)에서 n=1이면 1년물 이표채의 경우인 식(2)가 된다. 식(3) 역시 채권가격과 수익률 사이의 역관계를 보여 준다. 실제 채권시장에서 어떤 채권상품의 가격에 대한 수익률 계산은 식(3)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위의 이해가 어렵다면 아래의 그림으로 쉽게 이해할 수도 있다.
결국 장기금리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 단기금리들의 평균값이므로, 미래의 기대 단기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면 장기금리도 상승할 것이고, 반대로 미래의 기대 단기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면 장기금리도 하락할 것이다.
장단기 이자율과 국채에 관한 Q&A
Q1 : 정부가 부족한 지출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경쟁입찰방식으로 대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면 시중 금리와 국채가격은 어떻게 될까
A1 : 당초 화폐시장이 균형에 있었다고 하자. 국채 발행자인 정부는 화폐 수요자임과 동시에 국채 공급자 이므로 화폐시장은 초과수요, 국채시장은 초과공급 상태가 된다. 국채가격은 하락하고 시장금리는 상승한다. 그러나 당초 시중 자금사정이 너무 풍부해 만성적 초과화폐 공급 상태에 있었고 국채를 대신할 다른 안전자산이 없다면 얘기가 다르다. 초과 화폐공급은 초과 채권수요 상태이므로 신규발행 국채를 그대로 소화해버릴 것이기 때문에 국채가격 하락이나 금리상승이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원리는 결국 수요, 공급의 원리인 것이다.
Q2 :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A2: 10년 이상 채권금리가 대표적인 장기금리라고 할 수 있고, 1~2년 금리를 단기금리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컨트롤할 수 있는 금리는 단기금리 뿐이며 이를 기준금리라고 한다. 장기금리는 시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미미하기는 하지만, 중앙은행의 단기금리 정책으로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는 하다. 장기국채 이자율은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 반영 되는데, 기준금리를 높이면 ->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 채권수익률이 증가하여 -> 장기채권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므로 -> 장기 국채시장의 수익률(장기금리)를 높이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식권대장은 201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업용 모바일 식권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종이 식권, 식대장부, 법인카드 등 기업의 전통적인 식대 지급 방식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전환했다. 현재 470개 기업의 직장인 10만 명이 이 플랫폼에서 식대 등을 결제하고 있다. 식권대장은 고객들의 페인포인트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식권대장의 비즈니스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오피스 상권 점주에게는 기업의 식대가 고정 매출원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2. 기업 역시 임직원에게 식대를 지급하고 관리하는 일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임직원은 구내식당이나 정해진 인근 식당 몇 곳만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식사 만족도가 떨어졌다.
3. 식권대장에서 이 기업과 직장인, 제휴점(식당)들을 이었다. 직장인은 매일 식권대장 앱을 열어 소속 기업이 지급한 식대를 제휴점에서 사용한다. 식권대장이 직장인에게 간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4. 식권대장은 코로나19를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변화된 근무 환경에 발맞춰 사무실이나 집으로도 음식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접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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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0조 원. 국내 기업이 임직원 복지를 위해 식대를 보조함으로써 형성되는 시장 규모다. ‘식대 복지’ 운영 방식은 기업마다 다양하다. 인근 식당과 종이 식권, 식대 장부 등으로 외상 거래를 하는가 하면, 법인카드를 나눠주거나 직원이 결제한 식대를 증빙 처리하면 돌려주는 기업도 있다. 구내식당을 운영하거나 급여에 식대를 포함해 지급하는 경우도 넓은 의미의 식대 지원이다.
‘식권대장’은 이 시장을 모바일 결제 기반으로 혁신하고 있다. 식권대장 개발사 벤디스는 2014년부터 식권대장을 서비스하고 있다. 기업이 지급한 식대를 임직원이 사용하는 식권대장 앱과 식대 운영 및 정산을 위한 기업 관리자 페이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제휴점 관리 등 기업 식대 복지를 위한 서비스 일체를 공급한다. 지난해 식권대장으로 거래된 금액은 544억 원으로, 연평균 220.5%의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권대장은 기업의 규모나 업종, 기존 식대 운영 방식과 상관없이 자사에 최적화된 모바일 식대 관리 솔루션을 구축해준다.
현재 식권대장을 이용하는 기업은 470곳 이상이다. 현대오일뱅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애경산업, 한미약품, 한솔제지, 한화시스템 등 대기업부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순천시청 등 금융• 공공기관에도 도입됐다.
이같이 B2B 고객을 유치한 식권대장은 기업의 식대 관리 솔루션을 넘어 직장인 결제 솔루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식권대장 앱에 개인 카드를 등록하고 필요할 때마다 포인트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직장인 사용자 10만 명의 지갑도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로부터 지원받은 식대 포인트와 개인 충전 포인트를 합쳐 보다 다양한 메뉴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식권대장이 제공하는 특가 상품을 구매하는 등 구매력을 갖춘 직장인 사용자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창업의 완성은 고객의 목소리
필자는 식권대장을 출시하기 전 창업 전선에서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막연한 상상만으로 아이템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 보고 “이런 서비스는 꼭 필요할 거야”와 같은 직감에 의존했다. 식권대장이 나오고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 과정을 이제서야 돌이켜보면 매번 정답은 고객의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식권대장은 전신 격의 서비스가 있다. 2010년, 로컬 식당들을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게 한 ‘숨포인트’가 바로 그 시작이었다. 맛집 마니아들은 프랜차이즈 식당보다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들을 더 즐겨 찾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로컬 식당을 위한 적립 서비스를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었다.
제휴된 식당이 10여 개쯤 됐을 때, 한 가게 주인으로부터 “사실 당장 매출이 중요하지, 적립 서비스는 우리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이 기프티콘을 많이 주고받던데 우리 식당도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됐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자영업자들에게 ‘고객 관리’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사실상 매출 창출이 골목 장사를 하는 이른바 ‘로컬 비즈니스’의 핵심임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발 빠르게 아이템을 로컬 식당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 ‘브로컬리’로 전환(2012년)했다. 지금의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로컬 식당의 식사 상품권을 모바일 앱 기반으로 만든 것이다. 3개월 만에 150개의 식당과 제휴를 맺을 만큼 식당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사용자가 문제였다. 사용처에 집중한 나머지, 사용자가 앱에서 상품권을 서로 주고받거나 식당에서 결제하는 방식에 대한 최적화가 부족했던 것이다.
사용자 모객에 어려움을 겪던 중 우연히 한 대기업으로부터 사내 구내식당을 비롯한 임직원 편의 시설에서 바코드나 QR코드 리더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직원들이 스마트폰 앱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브로컬리의 서비스를 개선해 이 기업에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사용자(기업 임직원)를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큰 이력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해 모든 개발 역량을 이 업체에 집중했다.
하지만 업체 사정상 계약 자체가 불발되고 말았다.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기업 내에는 이러한 복지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기업의 전통적인 식대 복지 운영 방식이 떠올랐다. 실제로 기업은 임직원들의 급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식대를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매달 식권을 만들어 나눠주고 식당과 정산하는 업무로 월초, 월말을 보냈다. 장부 거래를 하거나 법인카드를 지급하는 경우도 수기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권 깡, 장부 대리 작성, 법인카드 오남용이 발생하면서 식대 누수는 빈번히 생기는 듯했다.
식당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무작정 여의도 중심 상가를 누볐다. 큰 골목 하나에 딸린 식당 수가 300개에 달했고, 식당 창문마다 붙어 있는 ‘식권 받습니다’ ‘장부 거래합니다’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왜 이런 문구를 붙여 놨는지 식당에 물었더니 “우리는 직장인 점심 장사로 먹고사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피스 상권에 있는 식당은 불특정 다수의 100만 고객보다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되는 식당 앞 기업 직장인 100명이 더 소중한 것이었다.
사용자는 기업과 식당 간의 식대 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주는 식대를 마다할 직장인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제한된 식당 몇 군데에서만 식사할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해소해준다면 기업 내 복지 만족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4년 9월, 그렇게 식권대장이 출시됐다.
DBR mini box I 국내 기업 식대 시장
모바일 식권의 시장 규모는 기업이 식대를 지출하는 규모를 통해 연간 약 20조 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식권대장이 빅데이터 전문 기관 한국기업데이터의 기업 정보를 활용해 기업 4만5464곳을 분석한 결과, 1인당 복리후생비는 월평균 33만4901원이었다. 복리후생비 중 식대를 추정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 회계연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이하 노동비용 조사)에서 ‘법정 외 복지 비용’ 중 식사 비용의 비중인 32.5%를 반영하면 기업이 직원 1명에게 지급하는 월평균 식대는 10만8843원 정도다. 여기에 국내 상용 근로자 수(1524만3271명, 출처: 고용노동부 ‘2018년 연고용통계’) 통계를 활용했다.
식권대장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식권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추산한 시장 전체를 잠재 고객으로 두고 있다.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엔 식대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의 규모가 작은 경우엔 임직원 모두에게 공평한 식대 복지를 운영하기 위해 주로 도입한다.
노동 비용 조사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2008년부터 매년 진행되는 같은 조사에서 식사 비용은 법정 외 복지 비용에서 30∼40%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에서 가장 많이, 일반적으로 운영하는 복지가 식대 지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이 식대 지원이 ‘근본 복지’가 된 이유는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공평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복지들은 대부분 사용처가 한정적이거나 임직원 전원이 골고루 누리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복지 비용이 들기만 하고 기대했던 복지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직장인•제휴점 모두 윈윈하는 식권대장
식권대장을 도입하면 어떠한 기업이든 그룹웨어를 수정하거나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임직원 스마트폰에 식권대장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자사에 최적화된 모바일 식대 관리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종이 식권 발급, 장부 비치 등에 따른 비용이 들지 않고 식당 제휴에서 식대 정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식권대장 전문 인력이 대행하기 때문에 식대관리 부서의 업무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식대 결제 전 과정이 전산화되므로 식대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회사 관리자 페이지 기능을 통해 임직원의 모바일 식권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용 시간이나 1회 결제액 한도 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임직원은 회사 식대 사용처가 대폭 확대돼 메뉴 선택의 폭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체계에서는 구내식당이나 회사가 지정한 인근의 일부 식당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식권대장을 도입하면 맥도날드, 타코벨,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회사 식대로 결제할 수 있다. 또 예약 배달 식사 서비스를 통해 샌드위치, 샐러드부터 한식•일식•양식 도시락까지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로 받을 수 있다.
식권대장 앱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종이 식권이나 법인카드를 챙기거나 식대 장부를 적고 경비 내역을 제출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일행의 식대를 모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함께 결제’ 기능 등 직장인 식사 문화에 특화된 사용성도 갖추고 있다.
제휴점 역시 식권대장과의 거래를 선호한다. 식권대장은 인근 기업의 직장인을 모객하는 역할을 한다. 제휴점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일수록 식권대장 고객사가 늘어나기 쉽고 늘어난 고객사는 자연스럽게 다시 제휴점과 연결된다.
기업과의 기존 거래 관행에서 만연했던 불규칙적인 식대 정산도 해결된다. 식권대장과의 계약을 통해 매달 규칙적으로 정산받을 수 있어 가게 운영에서 중요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관리자 페이지나 ‘점주용 식당대장 앱’에서 식권대장을 통한 결제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식권, 장부 관리와 식대 정산 등에 들였던 수고를 덜 수 있다.
B2B 비즈니스의 첫걸음, 레퍼런스 만들기
이처럼 모든 주체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식권대장 초기 1년은 고객사가 거의 늘지 않았다. 개인보다 훨씬 보수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세일즈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서비스 소개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그래서 이걸 쓰는 다른 기업이 있나요?”에서 말문이 막혔다. B2B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선 레퍼런스(기존 사용 사례)가 필요했다.
왕도가 없었다. 확률이 낮으니 기업을 만나는 빈도를 높였다.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주요 오피스 지역에서의 빌딩 타기였다. 강남 테헤란로, 광화문, 종로, 여의도 등에 위치한 빌딩에 들어가 꼭대기부터 내려오면서 노크를 했다. 서비스 소개서를 내밀며 5분 만이라도 얘기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대부분 문전 박대로 이어졌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다 보니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한 IT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 역시 기대 반 우려 반의 모습이었다. 힘들게 찾아온 기회인 만큼 간곡히 부탁했다. 결국 담당 부서 직원들만 1주일간 먼저 써 보는 기회를 얻게 됐다. 첫 고객사 유치가 달린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적용은 처음이라 오류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때마다 스스로 정한 룰을 엄격하게 지켰다. ‘메일은 30분 내에 답장한다’ ‘전화는 3번 울리기 전에 받는다’ 등이다. 결국 이 회사는 식권대장의 첫 고객사가 됐다. 고객사 담당자는 “테스트 서비스 기간 오류를 응대하고 이를 개선하는 식권대장의 적극적인 태도가 도입을 결정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어려운 만큼 이탈이 적고 입소문도 빠른 B2B
힘들게 첫 고객사를 유치한 식권대장은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이듬해 2015년 대기업 한솔제지를 고객사로 맞이하면서 확산에 탄력을 받았다.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입소문만으로 기업들이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다. 식권대장을 거절했던 기업이 1, 2년 후 먼저 연락을 주는 등 영업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식권대장과 같은 B2B 솔루션은 한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듯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이탈을 잘하지 않는다. 실제로 식권대장의 고객 이탈율은 0에 가깝다. 식권대장을 도입했다가 다시 종이 식권이나 장부 등 기존 체계로 돌아갈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을 되돌리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의미)가 발생하는 것이다.
업계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대기업일수록 경쟁사나 관계사의 동향에 민감하다. 업계에서 특정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소문이 나면 경쟁하듯이 알아본다. 식권대장도 대기업 시장에, 항공 업계에 같은 이유로 확산됐다.
현재 식권대장은 국내 470개 기업을 고객사로, 직장인 10만 명을 앱 사용자로, 4300개 식당을 제휴점으로 확보했다. 2019년 식권대장으로 거래된 식대 금액은 544억 원으로 ▲2014년 4000만 원 ▲2015년 23억 원 ▲2016년 103억 원 ▲2017년 240억 원 ▲2018년 442억 원의 상승 추이를 보이며 매년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외부에서 107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IT 및 스타트업 업계 대표 주자인 네이버, 우아한형제들과 KDB산업은행,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유수의 금융기관이 투자에 참여했다.
100개 다른 기업도 앱 1개면 끝
성장의 또 다른 배경에는 꾸준한 기술 혁신을 통한 ‘기업, 직장인 맞춤형 서비스’ 개발이 있었다.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추가해 식권대장에 담았다. 어떠한 기업이라도 식권대장 앱 하나면 식대 복지를 운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16년, 구내식당에도 적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기업에서 운영하는 단체 급식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이후 부서•직급에 따라 식대를 다르게 지급하거나 청구서를 통해 예산 한도 내에서 식대를 사용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들을 탑재해 나갔다.
DBR mini box II 식권대장 결제 방식
식권대장을 크게 사용처로 나누면 ▲외부 식당 ▲구내식당 ▲배달 서비스다. 각 사용처에 최적화된 결제 방식을 식권대장 앱이 지원한다.
1. 외부 식당용 터치 결제 (1) (임직원) 식권대장 제휴 식당에서 식사 (2) (임직원) 식권대장 앱에서 모바일 식권 발행 (3) (제휴점) 식권 내용 확인 후 ‘터치’ 한 번으로 결제
2. 구내식당용 바코드 결제 (1) (임직원) 구내식당 도착, 식권대장 앱 실행 시 바코드 생성 (2) (임직원) 식권대장 전용 단말기에 스마트폰 바코드 갖다 댄 후 배식
3. 배달 식사용 예약 결제 (예약 배달 식사) (1) (임직원) 오전 9시30분까지 식권대장 앱에서 원하는 메뉴 결제 (2) (제휴점) 점심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배달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올 상반기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식권대장에도 타격을 줬다. 식권대장의 일부 고객사가 재택근무에 돌입하거나 출근일을 줄이면서 식대 사용량이 평균 5%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강했던 3, 4월이 가장 심했고 점차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었는데 8월 중순부터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3, 4월 때와는 달랐다. 그간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유연해진 점심시간과 근무 형태에 발맞춰 식권대장의 체질을 바꿔갔다. 올해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예약 배달 식사’ 서비스를 확대 운영했다. 예약 배달 식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식권대장 앱을 통해 오전에 음식을 주문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배달받을 수 있다. 점심시간마다 붐비는 식당을 방문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개별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코로나19 시국에 최적화된 급식 환경이 구축됐다.
예약 배달 식사는 매달 사용량이 꾸준히 늘어 서비스 출시 8개월 만에 거래액이 103.3%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끼친 2월과 3월 각각 전월 대비 30.5%, 32.7% 성장했고, 8월 중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8월은 전월 대비 57.4%의 성장률을 보였다. 점심시간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기업뿐만 아니라 예약 배달 식사 서비스 입점을 원하는 대기업 식품 브랜드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어 연말까지 거래액이 200% 이상 추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재택 근무자를 위해 배송지를 변경할 수 있게 하거나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 미리 수일분의 음식을 챙겨 갈 수 있게 밀키트(Meal kit, 요리 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를 예약 배달 식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예약 배달 식사는 식권대장의 2.0
코로나19가 기업들에 불러일으킨 근무 형태 다변화는 근로자의 식사 환경에도 영향을 줬다. 감염 예방을 위한 식사 시 거리 두기뿐만 아니라 재택•유연근무 등이 확산되면서 식당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예약 배달 식사는 식권대장의 주요 서비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식당을 방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벌 수 있고 회사 인근 식당에서는 먹을 수 없는 새로운 메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유 주방과 같이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제휴점이 예약 배달 식사와 결합하면서 만족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예약 배달 식사는 제휴점 입장에서도 신규 매출을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기업의 식대를 매출로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비교적 여유 있는 오전 시간에 주문이 늘어난다는 점, 배송지가 분산되지 않고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 등이 매출의 질적 향상을 불러온다. 주문은 식권대장 앱을 통해 일괄 전달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매출 또한 따로 관리할 수 있게 식권대장에서 관리자 페이지 기능을 제공한다. 제휴점인 한 배달 전문 공유주방은 “식권대장과의 거래를 통해 일 매출이 최대 20%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3, 4월에는 로봇 솔루션 전문 기업 ‘로보티즈’와 협업해 자율주행 로봇이 배달원의 역할까지 대신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다. 당초 자율주행 로봇과 식권대장 앱을 연동한 음식 배달 실증 테스트를 계획하는 단계였다가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협업이 빠르게 시행됐다. 배달원까지 사라진, 한 단계 더 나아간 비대면 식사 환경이 구축되면서 주목받았다. 사용자가 예약 배달 식사 서비스를 이용해 주문하는 것까지는 동일하다. 이후 배달원 대신에 실외 자율주행 로봇이 식당을 방문해 음식을 수령하고 사무실 앞까지 배달한다. 식권대장은 앱 기반의 주문•결제•관리 기능을, 로보티즈는 로봇 배송 기술을 제공해 빠르게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었다.
B2B → B2G(Business to Government)로의 확장
식권대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자원봉사자 급식을 위한 솔루션으로도 공급됐다. 1만5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평창군 등 강원도 5개 시(강릉•동해•삼척•속초•원주), 3개 군(고성•평창•횡성)에 지정된 숙소 35곳에서 식권대장을 사용했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에서 자원봉사자용 모바일 식권이 도입된 경우는 처음이었다. 평창 올림픽에서 식권대장 도입으로 거둔 가장 큰 수확은 효율적인 식수(식사량) 관리였다. 조직위는 자원봉사자의 활동 일정에 따라 정해진 수량의 모바일 식권을 지급한 뒤 자원봉사자가 일정 변경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직접 식사 일정을 변경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대회가 진행되면서 기상 악화나 개인 사정 등으로 봉사활동 일정을 변경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모바일 식권을 통해 식수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낭비되는 식사를 줄일 수 있었다.
사업 기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약 50만 끼의 식사, 총 35억 원의 식대 거래가 식권대장을 통해 이뤄졌다. 35억 원의 전체 식대 규모는 사전에 조직위가 책정한 예산에서 5억 원가량을 절감한 금액이다. 평창올림픽에 성공적으로 공급된 이후 식권대장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으로 확산됐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순천시청 등이 식권대장을 도입했다.
앞으로 식권대장은 많은 공공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구내식당 축소, 청렴 식권 시행 움직임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자체 구내식당을 특정 기간 폐쇄하고 공무원들에게 인근 식당을 이용하게 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또한 공무원이 민원인과 불가피한 식사 시 발생할 수 있는 부패 발생 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발행한 식권만 사용하게 하는 등 모바일 식권이 개척할 수 있는 잠재 영역으로 보고 있다.
DBR mini box III 식권대장 이용 사례
[비용 절감]상장사 A사는 식권대장을 도입한 후 식대를 25%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종이 식권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한 달에 약 6000만 원을 식대로 사용했는데, 모바일 식권을 도입하면서 4분의 3 수준인 약 4500만 원으로 식대가 줄었다. 관리가 손쉽고 사용 내역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드러나는 모바일 식권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종이 식권 사용 시 만연했던 식권 깡, 대리 사용 등 식권 오남용으로 인한 식대 누수가 근본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업무 효율화]항공사 B사는 식권대장 도입으로 전국 4대 공항(인천•김포•김해•제주) 내 100여 개의 식당 및 11개 구내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식대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실상 전국이 근무지이고 업무 스케줄 변동이 잦은 항공사 근무 특성상 종이 식권 사용 시 관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식권대장을 도입하면서 매달 개개인의 비행 일정을 파악해 직원별로 각기 다른 수량의 식권을 배부하는 수고를 더는 것은 물론, 급작스럽게 비행 일정이 변경되더라도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해 포인트 지급액을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등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식권대장 도입으로 B사 경영지원팀은 식대 관리 외 다른 업무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식사 만족도 향상]직원 수가 30명 내외인 스타트업 기업 C사는 식권대장을 도입하면서 20곳 가까이 되는 식당에서 모바일 식권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이용할 수 있었던 식당이 5곳 남짓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식당 수가 3∼4배 늘어난 것이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스타트업 특성상 그동안 거래 식당을 늘리는 것은 엄두도 못 냈는데, 식권대장이 보유한 식당들을 연결해주면서 한정된 식당만 이용해야 했던 직원들의 식사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식대 복지 구축]성장하는 초기 스타트업 D사는 최근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하고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식권대장을 도입했다. 약 20명의 직원이 20개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식당 중에는 KFC, 맥도날드, 타코벨 등 유명 프랜차이즈도 포함돼 있어 만족도가 높다.
[지역 상권 상생]대기업 그룹사 E사는 사옥을 이전하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구내식당을 없애고 식권대장을 도입했다. 구내식당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스란히 인근 식당 상권으로 돌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함과 동시에 구내식당보다 다양하게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였다.
B2B → B2C로의 확장
식권대장은 지난 6월 포인트 간편 결제 충전 기능인 ‘대장포인트’를 업데이트했다. 식권대장 앱에 사용자 개인의 카드를 등록하고 필요할 때마다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회사로부터 매 끼니 7000원의 식대를 지급받는 사용자가 8000원 메뉴를 먹게 될 경우, 차액을 개인 지불 수단으로 추가 결제할 필요 없이 식권대장 앱에서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다. 반대로, 식사 후 1000원의 식대가 남아 사용처가 마땅치 않을 때도 개인 포인트와 합산해 후식을 이용하는 등 회사 식대의 활용성이 높아진다. 이와 동시에 개인의 충전 금액을 식권대장 플랫폼 안으로 유입해 더 많은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식권대장의 사용자는 모두 구매력을 갖춘 직장인이다. 거기에 식사를 위해 매일 한 번 이상 사용한다는 점, 특정 기업의 직장인만 사용한다는 점(폐쇄형)이 더해져 특유의 커머스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다. 폐쇄형 플랫폼은 시장 가격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강점들로 일반적인 판매처보다 높은 할인율로 상품을 소싱하고 있다. 구매력을 갖춘 잠재 고객이 한 회사에서 모여 있기 때문에 판매자는 상호 구매 독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고객사 현황을 통해 사전에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이나 테마파크 이용권, 사무용품 등 직장인이 선호할 만한 상품들을 식권대장 앱에서 판매하고 있다. 부가적인 매출 발생과 함께 식권대장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최저가 혜택 등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사용자는 자신이 소속된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식권대장 내에서 복지몰을 갖게 되는 셈이다.
식권의 미래
식권대장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 식권을 만든 선구자로서 시장을 계속 선도하는 한편, 기업 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비용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업 식대를 상징하는 ‘식권’을 서비스명에 담았지만 이제는 식권이 주는 한정적인 이미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점차 다양해지는 기업의 근무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식권대장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 앞서 경험한 것처럼 더 많은 기업, 직장인, 제휴점이 자연스럽게 식권대장으로 유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에는 식대를 넘어 다양한 비용을 관리할 수 있는 ‘오피스 페이먼트 플랫폼’으로, 직장인에겐 ‘편리한 결제 서비스’로, 제휴점에는 주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안정적인 매출 창구이자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