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식료품 배달 시장서 아마존 제친 ‘인스타카트’
“대신 쇼핑해주고, 집 앞까지 가져다 드려요”
고객-식료품점 연결해 북미 돌풍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2년, 아마존의 물류 담당 IT 엔지니어였던 인도계 청년 아푸바 메타가 만든 ‘인스타카트’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미국을 대표하는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부상했다. 우버 기사가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듯 쇼퍼(Shopper)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에 ‘식료품 업계의 우버’라고 불리기도 한다. 후발주자 및 강력한 대기업을 물리치고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자 본인이 실제 겪었던 불편함을 바탕으로 고객의 불편함을 정확히 간파했기에 시장의 니즈에 정확히 반응했다는 점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초기 투자에 따른 고정비용과 의도치 않은 경쟁 구도를 피했다는 점 △슈퍼마켓들과의 경쟁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을 택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온라인으로 TV도 사고, 영화도 보고, 친구도 사귀면서 왜 식료품은 직접 가서 사야 하지?”
2012년 봄. 스물여섯 살의 인도계 청년 아푸바 메타(Apoorva Mehta)는 스리라차 소스 한 병밖에 들어 있지 않은 텅 빈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푸념했다. 인도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그는 아마존 물류 담당 IT 엔지니어였다. 2년 전 창업의 꿈을 안고 아마존을 퇴사한 뒤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왔지만 실패만 거듭하던 중이었다.
그는 자신처럼 슈퍼마켓은 먼데 자동차가 없어 장보기에 고충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마존의 동료들도 업무에 치여 냉장고에 식재료 채워 넣을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곤 했었다. 메타는 곧장 식료품을 대신 사다 주는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10년도 채 되지 않아 그가 개발하고 창업한 인스타카트(instacart.com)는 아마존의 ‘아마존 프레시’를 누르고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인스타카트가 아푸바 메타의 첫 창업 아이템은 아니었다. 메타는 ‘변호사를 위한 SNS’ 등 스무 가지 창업 아이템을 실패한 후에야 인스타카트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당장 먹을 게 없는데 슈퍼마켓은 멀고 자동차가 없는 그에게 식료품을 빠르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는 정말로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그때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창업을 위한 창업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나는 변호사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1
그리고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강타했다. 자택대기령(Stay at Home)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며 출근과 외식 등 평범한 외출조차 어려워졌다. 다른 많은 세계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의 일상생활도 상당 부분 달라졌다.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온라인 장보기’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로 몰려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잔뜩 사들이는 미국인들과 이들의 ‘패닉 바잉’으로 텅 빈 매장의 모습이 뉴스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모두가 마트로 몰려간 건 아니었다. 많은 미국인이 팬데믹 시대에 가장 안전한 자신의 집에 머물며 식료품을 구매했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인스타카트는 가장 주목받는 플레이어가 됐다. 인스타카트는 ‘식료품 업계의 우버’라고 불린다. 우버 기사가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듯 인스타카트의 쇼퍼(Shopper)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2012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내 배송’을 기치로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및 캐나다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1시간 혹은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특허 상품이라 할 ‘새벽 배송’보다 빠른 셈이다.
팬데믹 사태 초기이던 2020년 3월, 인스타카트의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늘었다.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앱) 다운로드는 전월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그림 1) 이 회사는 팬데믹이 발생하자 쇼퍼 인력을 빠른 속도로 늘려 폭증하는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나갔다. 인스타카트 측은 DBR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3월 초 20만 명이던 인스타카트 쇼퍼를 5월 기준 50만 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팬데믹 발생 두 달 만에 쇼퍼 인력을 30만 명 넘게 충원한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각 가정에 배송한 식료품이 350억 달러어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메타는 언론 인터뷰에서 “팬데믹 발생 이후 매일, 전날보다 주문량이 20% 증가했다. 두어 주 만에 연말 매출 목표를 넘어섰고 일주일 후 2021년 목표를, 또 며칠 후 2022년 목표를 초과했다. 그 이후로는 계산하기를 그만뒀다”고 밝혔다.2
4년 전 20억 달러였던 인스타카트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10월 177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그림 3) 인스타카트는 여세를 몰아 올해 초 기업공개에 나선다. 투자 업계는 인스타카트가 기업공개 시점에 300억 달러(약 33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인스타카트의 무서운 추격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해 “쇼피파이(Shopify,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와 인스타카트가 아마존의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언급했다. DBR가 인스타카트가 급성장한 비결을 분석했다.
장보러 가기 귀찮은 불편을 공략
인스타카트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액셀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출신이다. 메타가 공동 창업자 맥스 뮬런, 브랜든 레오날도와 함께 YC에 입소한 것도 ‘정말 필요한 서비스’임을 몸소 보여준 덕분이었다. 2012년 6월 인스타카트 첫 버전을 완성한 메타는 YC 프로그램 기한이 이미 두 달 전에 끝났음을 알게 됐다. 그래도 YC 측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마침내 YC 파트너 중 한 명이자 투자자인 개리 탠과 통화를 하게 됐다. 메타는 그에게서 “지금은 입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메타는 여기서 포기하는 대신 인스타카트 앱을 열어 탠의 사무실 앞으로 맥주 6병을 주문했다. 곧 한 쇼퍼가 탠에게 맥주를 배달했다. 그리고 한 시간 반 후, 메타는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는 탠의 연락을 받았다.
인스타카트는 YC의 훈육을 받으며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YC 멤버들은 인스타카트의 고객이자 조언자가 돼줬다. 숱한 창업 아이템 실패를 겪은 메타는 “인스타카트는 내가 친구들에게 권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첫 번째 아이템이었다”고 회고한다.
사업 초기에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점들과 정식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저 몇몇 슈퍼마켓에 가서 고객이 요청한 것들을 대신 장을 봐주면서 고객에게 매장 판매가에 10∼20%의 요금을 더 붙여 청구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매장보다 비싼 가격에 불만을 제기하자 2014년부터 식료품점과 정식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했다.
현재는 식료품점들이 인스타카트에서 각 상품을 얼마에 팔지 스스로 결정한다. 인스타카트는 리테일러에게서 상품을 직접 납품받지 않고, 자사 앱과 홈페이지에 리테일러 각각의 페이지를 열어줄 뿐이다. 각자의 ‘디지털 점포’에서 리테일러가 무엇을 얼마에 팔지 정해 알려주면 인스타카트는 이 정보를 앱과 홈페이지에 그대로 노출한다. 현재 파트너사의 절반가량이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가격을, 나머지는 10∼20% 높은 가격을 인스타카트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각 식료품점의 메인 페이지에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이 동일한지(‘Everyday store prices’), 다소 비싼지(‘Prices are higher than your local warehouse’) 밝혀 고객의 선택을 돕는다.
특히 뉴욕처럼 주민들이 차를 많이 갖고 다니지 않는 지역에서는 무거운 식료품을 나르느라 우버나 택시를 타기보다 매장보다 다소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인스타카트 서비스가 선호된다. 또 감염증 우려로 약간의 프리미엄을 지급하더라도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
인스타카트 사업 전략
1) 3無 전략, 물류 창고, 재고도, 트럭도 없다
“초기 투자 단계인 시드 라운드를 준비할 때 벤처캐피털 투자자 중 한 명이 플로피 디스크를 잔뜩 안겨줬다. 그 안에 웹밴(Webvan)의 사업 계획이 들어 있으니 꼭 열어보라고 했다.” (2014년 6월 와이콤비네이터 강연에서 메타 인스타카트 CEO) 3
메타는 사업 초기에 겪은 가장 어려웠던 일로 투자자 설득을 꼽는다. 실리콘밸리에서 2001년 파산한 ‘웹벤 후유증’이 10년 넘도록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과 언론은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적 행위로 자리 잡지 못해 결국 인스타카트가 ‘제2의 웹벤’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웹벤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유명한 실패작 중 하나로 거론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슈퍼마켓’을 표방하며 주문한 지 24시간 내에 식료품을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도한 투자, 닷컴버블 붕괴로 3년간 8억 달러의 투자금을 소진한 뒤 파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웹벤의 실패로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식료품 배달은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게다가 이는 이커머스 거인 아마존이 호시탐탐 사업 확장을 꾀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섣불리 뛰어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인스타카트는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타는 “웹밴이 실패한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웹밴 시절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지만 2012년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됐다. 이커머스 시장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사람들은 우버 서비스에 익숙했기에 인스타카트 서비스도 쉽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YC 시절의 에피소드다. YC 디너 행사에 참석 중이던 메타에게 한 쇼퍼가 “어떤 고객이 무려 200리터의 음료수를 주문했다”며 겁에 질려 전화했다. 인스타카트 직원들이 슈퍼마켓으로 출동해 차에 음료수를 한가득 싣고 도착한 고객의 배달지는 다름 아닌 YC 사무실. 디너 행사 담당 직원이 주문한 것이었다. 그 직원은 “행사 때문에 매주 음료수를 이만큼 사야 하는데 인스타카트 덕분에 쉽게 해결했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2013년 세쿼이아캐피털이 인스타카트에 850만 달러 규모로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인스타카트에 도약의 발판이 됐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웹밴의 실패로 큰 피해를 입은 웹밴의 주요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인스타카트 투자를 주도한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아캐피털 회장은 “기술의 발전과 인스타카트의 창의적인 사업 방식 덕분에 웹밴과 같은 실패 위험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웹밴의 실패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대규모 투자다. 웹밴은 미국 주요 26개 지역에서 대형 물류센터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다 파산하고 말았다. 또 직접 사들인 트럭으로 식료품을 배달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구조였던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정반대로 ‘3무(無)’ 전략을 편다. 즉, 물류 창고와 재고, 트럭을 보유하지 않는다. 인스타카트의 물류 창고는 전국의 식료품점이고, 재고는 각 식료품점이 보유한 식품이다. 또 우버가 우버 기사의 자동차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듯 인스타카트는 쇼퍼의 자동차로 식료품을 실어 나른다.
인스타카트가 하는 일은 고객과 식료품점, 쇼퍼를 IT로 연결하는 것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인스타카트 앱과 홈페이지에는 고객이 설정한 주소로 배달해줄 수 있는 식료품점 목록이 뜬다. 그중 한군데만 선택하면 해당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식재료가 품목별로 제시된다. 식료품점이 매일 판매 제품 목록과 가격, 재고 현황을 인스타카트에 전송하면 인스타카트가 그것을 앱에 노출하는 것이다. 쇼퍼가 사용하는 인스타카트 앱에는 고객 주문 내역(식료품점, 구매 목록, 배달처)이 뜬다.
고객과 쇼퍼는 앱 내 메신저 창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쇼퍼가 매장에서 “‘엑스트라 크리스피 프렌치프라이 포테이토’는 없네요. 대신 ‘와플 프라이드 포테이토’와 ‘스테이크 프라이드 포테이토’가 있는데, 어느 걸로 대체할까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고객이 원하는 바를 답장하는 식이다(많은 쇼퍼가 제품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물류 창고와 재고, 트럭 등 유형 자산을 사들이지 않으므로 인스타카트는 빠른 속도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시카고, 보스턴, 뉴욕, 워싱턴DC 등 한 달에 한 도시꼴로 서비스 지역을 추가했다. 인스타카트가 진출한 도시는 2016년 25개, 2018년 4000개, 현재는 5500개 이상에 달한다.
인스타카트가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정의하면서도 가장 큰 물류망을 보유한 식료품 배달 회사라고 자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 830만 명의 뉴욕시부터 인구 28만 명의 알래스카주 앵커리지까지 북미 구석구석의 식료품점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방대한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인스타카트와 마찬가지로 3무 전략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업체로 십트(Shipt)가 있다. 인스타카트보다 2년 늦은 2014년 앨라배마주에서 사업을 개시한 십트는 2017년 타깃에 인수된 이후에도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서비스 범위가 인스타카트에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뉴욕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인스타카트는 이 동네의 80년 넘은 터줏대감 슈퍼마켓 자바(Zabar’s)를 비롯해 45개 상점의 주문을 소화하는 데 반해 십트는 11개에 그친다.
2) 대기업 포함 다종다양한 식료품점과 제휴
2017년 6월 아마존이 홀푸즈마켓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미국 식료품 시장은 일순간 긴장에 휩싸였다. 아마존이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460개 매장을 보유한 홀푸즈마켓을 전초기지 삼아 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시장 구도가 크게 재편될 것이 명약관화했기 때문이다.
이 뉴스는 인스타카트에도 근심을 안겼다. 인스타카트는 1년 전인 2016년 홀푸즈마켓과 이곳의 식료품을 독점 배송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인스타카트의 전체 매출에서 홀푸즈마켓의 비중은 10%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홀푸즈마켓 배달 서비스를 가져간다면 인스타카트로서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미지근한 태도를 취했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아마존의 습격’을 계기로 다급해진 것이다.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회사들은 그 대안으로 인스타카트의 손을 잡았다. 아마존의 홀푸즈마켓 인수 계획이 공개된 지 1년 만에 인스타카트의 유통 파트너사는 200개에서 350개로 크게 늘었다. 알버슨(Albersons), 알디(Aldi), 샘즈클럽(Sam's Club) 등 미국의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가 이 시기에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홀푸즈마켓과의 제휴 관계를 종료한 직후인 2018년 9월 메타 CEO는 “홀푸즈마켓의 시장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미국인 대부분은 홀푸즈에서 장 보지 않으며, 그러한 미국인들이 장 보는 슈퍼마켓들이 인스타카트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4
특정 유통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다종다양한 유통업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한 것은 소비자 행동 패턴을 고려할 때 유효한 전략이다. 메타 CEO는 2018년 11월 리테일러 업계 행사에 출연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두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고 소개했다.5 우선 소비자는 오랫동안 장을 봐온 식료품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뉴욕주 북부 사람들은 샌드위치를 살 때 꼭 웨그맨(Wegmans)에서 파는 데니스 샌드위치를 사려고 하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사람들은 ‘식료품점에 간다’는 말 대신 ‘퍼블릭스(Publix)에 간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는 한 군데 식료품점만 이용하지 않는다. 매주 ‘스프라우츠(Sprouts)’에서 장을 보면서 한 달에 한 번은 ‘샘즈클럽’에서 대용량 제품을 사들인다.
미국의 대표적 식료품 유통업체로는 월마트와 홀푸즈마켓을 인수한 아마존이 꼽히지만 이 두 대기업의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전국의 다양한 대형 마트, 슈퍼마켓 체인, 그리고 동네 식료품점이 차지한다. 인스타카트는 바로 이들과 손을 잡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거의 모든 가정에는 10∼15분 내에 갈 수 있는 식료품점이 있다. 바로 이 식료품점에서 각 가정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인스타카트의 전략이고, 이는 인스타카트가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월마트도 인스타카트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월마트와 인스타카트는 미국 내 4개 도시(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및 오클라호마의 털사)에서 식료품에서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가장 빠르게는 1시간 내에 당일 배송하기로 협약했다.
2020년 말 기준 미국 가정의 85%, 캐나다 가정의 70%가 인스타카트 서비스 권역 안에 있다.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유통업체는 500군데 이상으로, 점포 수로 보자면 4만 개 이상에 달한다. 인스타카트 홍보팀 관계자는 “2020년 팬데믹 와중에도 150개 이상 리테일러와 파트너십을 맺어 1만 개 이상의 매장이 새롭게 인스타카트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인스타카트의 파트너사(社)는 그 층위가 다양하다. 월마트와 타깃, 코스트코 등 식료품 외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에서부터 알디, 알버슨, 스프라우츠 등 전국 단위 마트 체인, 웨그맨과 퍼블릭스처럼 사업 범위가 몇 개 주(州)에 한정된 지역 기반 슈퍼마켓 체인, 그리고 특정 동네에만 있는 작은 식료품점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대상을 식료품 외 제품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스테이플(사무용품),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세포라(화장품), 펫코(애완용품), CVS와 Rite Aid(드럭스토어), 빅랏(대형 할인유통점) 등이 최근 1년 새 인스타카트에 새로 합류했다. 150개 이상 주류 도매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류도 배달한다. 처방약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스타카트 측은 “식료품에서부터 기타 제품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안전하게 집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거대 슈퍼마켓 체인을 앞질렀다. 코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인스타카트는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체 선호도 순위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유통 대기업 크로거(Kroger)와 타깃을 제친 것이다. 2019년 크로거와 타깃의 매출이 각각 1210억 달러와 750억 달러인 데 반해 인스타카트 매출(추정치)이 고작 3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난쟁이가 거인을 넘어뜨린’ 셈이다.
3) 정확한 재고 파악에 승부수
인스타카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정확한 재고 파악이다. 재고 정확도(Found Rate)가 떨어지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인스타카트 앱에 ‘갈라 애플’이 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실제 매장에 재고가 없다면 고객은 원하는 것을 사지 못하고, 리테일러는 매출을 내지 못하며, 쇼퍼는 없는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고객과 파트너, 쇼퍼를 모두 실망시켰으니 인스타카트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인스타카트 기술팀은 각 식료품점의 실시간 재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리테일러가 정기적으로 재고 현황을 업데이트해 전송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기본적으로 각 매장은 하루에 한 차례 정보를 전송하는데 이것만 믿고 있을 수 없다. 몇 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시간 재고 있음(realtime availability)에 더해 또 중요한 것이 쇼퍼들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find-availability)이다. 늘 같은 선반에 있던 토르티야 칩이 프로모션 때문에 살사 소스 옆으로 옮겨갔다면 쇼퍼는 토르티야 칩을 찾아내기 어렵다.
이에 인스타카트는 매장에서 재고가 있다고 정보를 보내왔음에도 쇼퍼들이 반복적으로 재고가 없다고 보고하면 해당 제품을 ‘재고 없음’으로 간주한다. 재고가 없거나 거의 떨어져가는 제품은 앱에 노출하지 않는다.
대체 상품(replacement item)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도 고객, 리테일러, 쇼퍼의 만족을 높이는 핵심 기능이다. 일례로 ‘체다 슬라이스 치즈’를 주문한 고객에게 “해당 제품이 없으니 ‘아메리칸 슬라이스드 치즈’로 대체해드릴까요?” 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인스타카트는 대체 상품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을 대상으로 대체품이 만족스러웠는지를 꾸준히 평가해 이를 알고리즘에 반영하고 있다.
인스타카트가 자체 평가한 재고 정확도는 팬데믹 이전에 90%를 상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이 폭증하자 60%대로 크게 떨어졌다. 대체품 추천도 엉망이 됐다. 화장실 휴지를 주문한 고객에게 프린트 용지가 추천되는 식이었다.
이에 인스타카트 기술팀은 아예 예측 모델을 바꿨다.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데이터 범위를 30일에서 1주일로, 쇼퍼가 제품을 찾을 수 있는지 예측하는 주기를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좁혔다. 인스타카트의 최고기술책임자 마크 셰프는 지난해 5월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 한 달 치 데이터를 보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하루 치 데이터를 파악해 모델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고 말했다. 6
몇 달 걸리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두어 주로 앞당기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재고 정확도는 지난해 5월에 75%, 현재(2021년 1월)는 90% 이상으로 회복됐다.
4) 우버와 도어대시에는 없는 ‘기업 고객’
우버와 음식 배달 앱 도어대시(DoorDash), 그리고 인스타카트는 모두 고객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온디맨드(On Demand) 비즈니스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매출 구조에서 나타난다. 우버는 승객이 내는 탑승료, 도어대시는 식당과 고객이 내는 수수료가 수익원이다. 매출처가 한두 개에 그친다. 인스타카트는 이들과 달리 고객이 내는 수수료와 식료품점으로부터 매출에 비례해 받는 커미션에 더해 제3의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 바로 포장 소비재 제품(CPG•Consumer Packaged Goods) 관련 매출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장보기가 확대되면서 ‘제3의 매출’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동네 마트에 가면 항상 제품 프로모션을 만나게 된다. 골드키위 두 상자를 할인된 가격에 묶음 판매한다든지, 3개들이 샴푸에 컨디셔너 한 병을 증정해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쿠폰이 포함된 식료품점의 전단을 집으로 보내오기도 한다. 인스타카트는 이러한 CPG 브랜드의 프로모션 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코카콜라, 피앤지, 유니레버 등 미국 내 상위 25개 CPG 브랜드를 모두 포함해 1000개가 넘는 CPG 브랜드가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메타는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의 ‘구글 애드워즈(검색 광고)’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인스타카트의 전체 매출에서 CPG 매출 비중은 15% 안팎으로 알려졌다.
인스타카트의 CPG 서비스는 아마존과 유사하다. 메인 페이지 및 검색 결과 상단에 광고료를 지불한 제품을 노출하고, 고객 e메일로 전자 쿠폰을 보내주거나 각종 프로모션 정보를 제공한다. CPG 브랜드가 광고를 요청했지만 식료품점에 해당 제품의 재고가 소진됐다면 프로모션 내용은 노출되지 않는다. 또 주문 완료 전 ‘장바구니 부양(Basket Boost)’ 코너를 통해서도 CPG 제품을 노출한다. 바비큐 소스를 산 고객이라면 바비큐 요리를 할 계획이라고 가정하고 머스터드 소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적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CPG 브랜드들이 온라인 프로모션에 더욱 뛰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특히 인스타카트에 매일 쌓이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가 CPG 브랜드의 프로모션 활동에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이 어떤 조합으로 자주 함께 구매되는지, 지역별로 특히 선호되는 제품이 있는지 등을 분석해낼 수 있다. 인스타카트가 지난 연말 발표한 트랜드 리포트(New Year, New Cart : The Tastes and Trends of 2021)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이 집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를 즐기면서 피리피리소스(Piri Piri Sauce, 남부 아프리카에서 유래된 고추로 만든 매운 소스) 판매량이 725%나 상승했다. 케토 다이어트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제품명에 ‘케토’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품 판매량이 72% 증가했는데, 특히 텍사스 및 미 서부 해안가 도시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구체적인 소비자 행동 패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CPG 브랜드로서는 고객도 많고 서비스 커버리지도 넓은 인스타카트에서 프로모션 활동을 할 요인이 높아지게 된다. 인스타카트는 2019년 9월 아마존에서 글로벌 광고 판매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지낸 세스 댈러일을 최고매출책임자(Chief Revenue Officer)로 영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주문량이 폭증하자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북미 전역의 식료품점에서 프로모션을 실시할 수 있게 해주는 광고 툴킷을 출시했다.
5) 고객 니즈에 신속히 대처
실리콘밸리의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대게 그렇듯 인스타카트도 속도전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인스타카트는 사업 초기, 미국의 인기 식료품점인 트레이더조(Trader's Joe)에서도 고객 대신 장을 봐주기 위해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직접 하나씩 구매해 사진을 찍어 올렸다는 일화가 있다. 트레이더조에는 온라인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도 인스타카트는 전투적으로 임했다. 전국적으로 재택 모드에 들어간 지난해 3∼4월 주문이 폭증하자 인스타카트 고객들은 ‘2주 후에 배송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야 했다. 쇼퍼 부족 현상도 심각했다. 인스타카트는 신속하게 쇼퍼를 추가 고용하고 각종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인스타카트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고객 및 쇼퍼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를 15개 이상 새롭게 선보였다”고 전했다.
우선, 인스타카트는 북미 지역에서 ‘비대면 배송’을 실시한 첫 번째 주문형 기업이다.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사전에 요청할 경우 고객의 집 앞에 식료품을 놓고 간다(‘Leave at My Door Delivery’). 이 경우 쿠팡처럼 문 앞에 놓고 가는 식료품의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보내준다. ‘빠르고 유연한(Fast and Flexible)’ 및 ‘미리 주문(Order Ahead)’ 옵션도 발 빠르게 도입했다. ‘빠르고 유연한’은 가장 빠른 주문 가능 시간대를 고객에게 자동으로 제시해주는 기능이고, ‘미리 주문’은 최대 2주 전에 미리 주문해놓을 수 있는 서비스다.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필요한 식료품 및 생활용품을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5월부터 서비스 속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인스타카트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서비스 수준이 향상됐다. 거의 모든 주문이 당일 혹은 이튿날 배송되고 있으며, 전체 주문의 3분의 2 이상이 2시간 내에 배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및 남은 과제
‘불씨’로 남은 긱 노동자 처우 이슈
인스타카트가 별다른 장애물 없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식료품을 사다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기존 시장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공격을 받는 우버나 지역사회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에어비앤비와 비교해 유리한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사형통인 상황은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긱(gig) 노동자 처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인스타카트의 쇼퍼 처우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선거에서 주민발의안 22호(Proposition 22)가 통과하면서 긱 노동자가 기업에 고용된 직원이 아닌 독립계약자 지위를 유지하게 됐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인스타카트의 쇼퍼는 우버 기사나 한국의 대부분 택배 기사처럼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회사와 독립적으로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인스타카트는 일부 파트너사 매장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매장에서 근무하는 ‘매장 내 쇼퍼(In Store Shopper)’만 시간제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 매장에서 장을 봐서 고객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다수의 쇼퍼(‘Full Service Shopper’라고 부른다)는 독립계약자, 즉 긱 노동 종사자다. 우버가 승객과 승객 주변에 위치하는 기사를 연결해주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인스타카트도 고객 주변에 대기 중인 쇼퍼에게 고객의 주문을 전달한다.
인스타카트는 사전에 고객이 지불하는 팁(tip)을 포함한 각 주문의 예상 수익을 쇼퍼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쇼퍼는 자신이 수락한 주문에 대해서만 업무를 수행한다. 생수나 쌀처럼 무거운 상품이 포함된 주문에는 더 높은 수익이 제시된다. 팁은 구매 금액의 5%로 책정돼 있는데 고객이 더 많은 금액을 팁으로 지불할 수도 있다. 식료품을 배달하느라 동원된 쇼퍼 개인 차량의 유지비나 보험료는 쇼퍼 본인이 감당한다.
인스타카트의 일부 쇼퍼는 지난해 3월과 5월 처우 개선과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 안전 조치 등을 요구하며 두 차례 파업 시위를 벌였다. 인스타카트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체온계 등 안전 장비 배포, 방역 가이드라인 안내, 의료진과의 건강 상담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격리에 처한 쇼퍼에게도 급여를 지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쇼퍼가 가져가는 수익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쇼퍼가 ‘노동의 대가’를 미리 알고 업무를 수락하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보상이 적은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일부 쇼퍼의 주장이다. 쇼퍼가 연속적으로 몇 건의 주문을 거절하면 인스타카트의 알고리즘이 해당 쇼퍼가 현재 근무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신규 주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익이 낮은 주문도 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긱 노동자의 처우가 계속 이슈가 되는 한 인스타카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쇼핑의 질’을 높여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사람들은 온라인 장보기를 멈추고 직접 마트에 갈까? 이 점에 있어서는 걱정을 덜 해도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온라인 식료품 구매는 그 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림 4) 지난해 8월 한 달간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판매액은 82억 달러로, 11년 전인 2009년 8월 20억 달러의 4배에 달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온라인 장보기가 뉴노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브릭미츠클릭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더 자주 주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3870만 명이 한 번 이상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했는데, 이들의 평균 주문 횟수는 1.62회로 지난해 8월(3750만 명, 1.59회)보다 다소 상승했다. 재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83%로 3월(43%)과 8월(75%)에 비해 기록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왔다.
한편 온라인 장보기를 해본 소비자가 늘면서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소비자 비율이 지난해 11월 17%로 8월의 23%보다 낮아졌다. 이제 신규 고객 유입을 꾀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주문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시즌 2’로 진입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메타 CEO도 과거 “우리의 쇼퍼는 잘 익은 아보카도를 고객보다 더 잘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속도뿐만 아니라 질(質)도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인스타카트를 즐겨 사용하는 필자 주변 지인들은 “비용을 더 내더라도 특정 쇼퍼를 지정해 장보기를 의뢰하고 싶다”고 말한다. ‘쇼핑 능력’에 따라 신선한 과일, 흔치 않은 소스 등을 귀신같이 잘 고르고 찾아내는 쇼퍼가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쇼퍼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스타카트에 주어진 과제는 독립계약자 쇼퍼와의 상생, 높은 재고 정확도 유지, 그리고 장보기 퀄러티를 높이는 일이다. 그래야 줄기차게 등장하는 신규 경쟁자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뉴욕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온라인 슈퍼마켓 푸드다이렉트(FoodDirect)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최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친 도어대시도 CVS와 월그린(Walgreens) 등을 시작으로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넘보고 있다. 전국의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들의 ‘IT 지원군’을 자처하며 북미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서비스가 된 인스타카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그 명성을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DBR mini box III
‘우버 닮은꼴’로 아마존 경쟁자로 부상
2020년 12월9일, 미국의 음식 배달 앱 1위 도어대시(DoorDash)가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무려 33억65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조달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어대시를 제친 배달 앱 서비스가 있다. 인스타카트(Instacart)다. 2012년 창업해 미국 식료품 배달 시장 점유 1위, 기업 가치 177억 달러의 인스타카트 i 가 이렇게까지 부상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성공 요인1. 고객의 불편함에서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모든 것의 배달화’일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는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배송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배달까지 시도하며 언택트(Untact) 라이프스타일에 강제적으로 편입되게 됐다.
사실 인스타카트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소비자 대신 쇼퍼(shopper)가 마트에서 쇼핑해 소비자 집에 배달해준다.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이지만 주문이 일어난 지 한두 시간 만에 쇼핑해서 배송해주려면 촘촘히 계산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인스타카트의 시작과 성공에는 창업자의 역할이 컸다. 창업자 아푸바 메타는 아마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창업을 위해 퇴사한 후 20가지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실패의 원인을 꾸준하게 분석했고, 비즈니스의 근간은 ‘고객의 어려움/불편을 해결함으로써 수요를 만들고 거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마존 근무 시절, 동료들이 많은 업무 때문에 장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포착, 장을 대신 봐주는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마침 메타가 아마존에서 담당했던 업무가 식품 공급망 관리였던 것도 인스타카트를 론칭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성공하는 기업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고객의 불편함 해소’가 바로 사업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창업자가 보기에는 획기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여서 자신 있게 론칭했으나 기대만큼 부응 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의 시각이 창업자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즉, ‘내’가 아닌 ‘고객의 시각에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카트의 경우 창업자가 찾아낸 온라인 식료품의 ‘퍼스널 쇼퍼’라는 아이디어와 그가 가진 엔지니어링 경험, 그리고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확산이 인스타카트 서비스 확산의 필요조건을 만족시켰다.
성공 요인2. 공유경제 모델과 빠른 실행력
‘기업 전략 중 최고의 전략은 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생존의 관건은 위기가 닥쳤을 때, 문제에 직면했을 때 누가 빨리 대응하고 변화하느냐다.
인스타카트는 자신보다 앞서 론칭됐으나 실패로 끝난 웹밴(Webvan)의 사례를 참고해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했다. 1996년 창업된 웹밴은 당시 많은 주목과 투자를 받았지만 파산하고 말았는데,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슈퍼마켓형 배송 서비스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상품을 사서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웹밴의 서비스 모델은 슈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수반한다. 첫째, 슈퍼마켓처럼 상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 및 물류비용 등 고정비용이 크다. 둘째, 슈퍼마켓을 경쟁자로 만든다. 배송 서비스를 주력 수익으로 삼기에는 의도치 않은 비용과 경쟁으로 사업 확장에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인스타카트는 공유경제의 대표 우버처럼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과 퍼스널 쇼퍼를 연결했다. 최첨단 ICT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사용자 사이에 온디맨드(On Demand) 형식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온디맨드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함이다. 고객이 앱에서 소매점을 선택해 물건을 담은 후 원하는 배달 시간과 배송 서비스 타입을 정하면 등록된 근처 쇼퍼들에게 연락이 가고, 해당 주문을 수행하길 원하는 쇼퍼가 상품을 쇼핑해 배달한다. 또한 인스타카트는 우버의 승객이 기사를 평가하는 것처럼 이용자가 쇼퍼를 평가하는 기능, 네트워크와 GPS를 이용한 실시간 진행 상황(status) 업데이트, 쇼퍼와의 채팅 기능 등을 통해 실시간 소통 기능들을 제공한다.
백엔드(back-end) 영역에서는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애자일한 실행력, 그리고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있었다. 상품의 재고 파악 정확도를 높여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쇼퍼의 ‘쇼핑 허들’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또한 해당 상품이 품절인 경우 대체 상품 제안의 정확도를 높여 상품 품절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했다. 발 빠른 배달을 위해 쇼퍼들에게도 날씨와 교통정보 등을 이용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한편 점포 내 시간 지연의 주원인인 ‘상품 찾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GPS 기반 상품 내비게이션 경로를 제공한다. 머신러닝 등 기술을 최적의 배달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이렇게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되 유연한 접근과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실현함으로써 사용자를 늘릴 수 있었다.
성공 요인3. 경쟁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
인스타카트의 성공에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경쟁자를 제대로 선정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웹밴처럼 슈퍼마켓의 배송 서비스 같은 콘셉트 대신 공유경제의 우버 모델을 택함으로써 슈퍼마켓과의 경쟁을 피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슈퍼마켓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사실 중소형 슈퍼마켓 입장에서도 아마존이 ‘아마존 프레시’ 등 서비스로 식품업계까지 접수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인스타카트와 협력한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윈윈 모델이다.
앞으로의 기회와 과제
코로나19 팬데믹은 인스타카트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줬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퍼스널 쇼퍼가 나의 장보기를 대신해준다는 편의성을 경험해본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비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리테일러의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가 급성장한 계기가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였고, 중국인의 소비가 주로 알리바바, 즉 온라인으로 옮겨간 계기는 2003년 사스 때였다.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바뀐 소비 행태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편리함이나 가성비를 경험하게 되면 환경적 요인이 사라진 후에도 소비 행태가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기회는 배송 영역의 확대에 있다. 인스타카트가 지난해 9월 뷰티 리테일러 세포라(Sephora), 11월 전자제품 리테일러 베스트바이(Best Buy), 12월 스포츠용품 리테일러 딕스(Dick's Sporting Goods) 및 대형 마트 마이어(Meijer)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ii
식료품 외 상품 배송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인데, 이는 시기상 적절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적으로 구축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현재 인스타카트의 수익원은 고객이 지불하는 배달료와 서비스 요금(Service Fee), 리테일러가 내는 커미션, 그리고 포장 소비재 제품(Consumer Packaged Goods)으로부터 추천이나 검색 상위 노출, 쿠폰 등 프로모션 비용인데, 향후에는 식료품 및 그 외 기업들에 데이터 기반 솔루션 판매 같은 수익 모델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만만찮은 과제도 있다. 우선 타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대형 마트 마이어만 해도 이미 비슷한 배송 서비스인 십트(Shipt)와 도어대시를 이용하고 있다가 이번에 추가로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즉,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리테일러로서는 인스타카트 외 경쟁업체와도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우버 등 다른 영역의 배송업체들이 식료품 영역으로도 진입하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우버이츠(Uber Eats)를 운영하는 우버는 지난해 12월 식품 배송 업체 포스트메이츠(Postmates)를 인수했다. 더 심화되는 경쟁 구도에서 경쟁사들과 다른 차별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타카트 같은 서비스의 국내 론칭 가능성은 어떨까. 사실 인스타카트의 성공에는 미국이라는 특수성이 녹아 있다. 면적이 한국의 99배가 넘다 보니 아마존이 ‘이틀 내 배송’을 약속하는 프라임 멤버십 전까지 5일, 7일, 심지어 10일 배송이 당연한 때도 있었다. 배송 서비스의 속도는 물론 그 품질도 오히려 한국이 앞선 편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새벽 배송, 로켓배송 및 로켓프레시와 쓱(SSG)배송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데 더해 배달의민족의 ‘B마트’ 서비스, 편의점의 자체 배달 서비스 등으로 각종 배송 서비스가 확장되는 추세다. 따라서 인스타카트 형태의 서비스로는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고급화된 퍼스널 쇼퍼처럼 특화된 퍼스널 쇼퍼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뤄야만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고, 2017-2018 UNCG 우수 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대형 유통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 『리테일의 미래(2019)』와 『리:스토어(Re:Store)(2020)』를 출간했다.
2012년, 아마존의 물류 담당 IT 엔지니어였던 인도계 청년 아푸바 메타가 만든 ‘인스타카트’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미국을 대표하는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부상했다. 우버 기사가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듯 쇼퍼(Shopper)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에 ‘식료품 업계의 우버’라고 불리기도 한다. 후발주자 및 강력한 대기업을 물리치고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자 본인이 실제 겪었던 불편함을 바탕으로 고객의 불편함을 정확히 간파했기에 시장의 니즈에 정확히 반응했다는 점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를 연결해 초기 투자에 따른 고정비용과 의도치 않은 경쟁 구도를 피했다는 점 △슈퍼마켓들과의 경쟁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을 택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온라인으로 TV도 사고, 영화도 보고, 친구도 사귀면서 왜 식료품은 직접 가서 사야 하지?”
2012년 봄. 스물여섯 살의 인도계 청년 아푸바 메타(Apoorva Mehta)는 스리라차 소스 한 병밖에 들어 있지 않은 텅 빈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푸념했다. 인도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그는 아마존 물류 담당 IT 엔지니어였다. 2년 전 창업의 꿈을 안고 아마존을 퇴사한 뒤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왔지만 실패만 거듭하던 중이었다.
그는 자신처럼 슈퍼마켓은 먼데 자동차가 없어 장보기에 고충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마존의 동료들도 업무에 치여 냉장고에 식재료 채워 넣을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곤 했었다. 메타는 곧장 식료품을 대신 사다 주는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10년도 채 되지 않아 그가 개발하고 창업한 인스타카트(instacart.com)는 아마존의 ‘아마존 프레시’를 누르고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인스타카트가 아푸바 메타의 첫 창업 아이템은 아니었다. 메타는 ‘변호사를 위한 SNS’ 등 스무 가지 창업 아이템을 실패한 후에야 인스타카트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당장 먹을 게 없는데 슈퍼마켓은 멀고 자동차가 없는 그에게 식료품을 빠르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는 정말로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그때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창업을 위한 창업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나는 변호사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1
그리고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강타했다. 자택대기령(Stay at Home)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며 출근과 외식 등 평범한 외출조차 어려워졌다. 다른 많은 세계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의 일상생활도 상당 부분 달라졌다.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온라인 장보기’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로 몰려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잔뜩 사들이는 미국인들과 이들의 ‘패닉 바잉’으로 텅 빈 매장의 모습이 뉴스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모두가 마트로 몰려간 건 아니었다. 많은 미국인이 팬데믹 시대에 가장 안전한 자신의 집에 머물며 식료품을 구매했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인스타카트는 가장 주목받는 플레이어가 됐다. 인스타카트는 ‘식료품 업계의 우버’라고 불린다. 우버 기사가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주듯 인스타카트의 쇼퍼(Shopper)가 고객 대신 장을 봐서 집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2012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내 배송’을 기치로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및 캐나다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1시간 혹은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특허 상품이라 할 ‘새벽 배송’보다 빠른 셈이다.
팬데믹 사태 초기이던 2020년 3월, 인스타카트의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늘었다.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앱) 다운로드는 전월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그림 1) 이 회사는 팬데믹이 발생하자 쇼퍼 인력을 빠른 속도로 늘려 폭증하는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나갔다. 인스타카트 측은 DBR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3월 초 20만 명이던 인스타카트 쇼퍼를 5월 기준 50만 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팬데믹 발생 두 달 만에 쇼퍼 인력을 30만 명 넘게 충원한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각 가정에 배송한 식료품이 350억 달러어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메타는 언론 인터뷰에서 “팬데믹 발생 이후 매일, 전날보다 주문량이 20% 증가했다. 두어 주 만에 연말 매출 목표를 넘어섰고 일주일 후 2021년 목표를, 또 며칠 후 2022년 목표를 초과했다. 그 이후로는 계산하기를 그만뒀다”고 밝혔다.2
4년 전 20억 달러였던 인스타카트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10월 177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그림 3) 인스타카트는 여세를 몰아 올해 초 기업공개에 나선다. 투자 업계는 인스타카트가 기업공개 시점에 300억 달러(약 33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인스타카트의 무서운 추격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해 “쇼피파이(Shopify,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와 인스타카트가 아마존의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언급했다. DBR가 인스타카트가 급성장한 비결을 분석했다.
DBR mini box I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美 온라인 식료품 시장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구매 금액은 전체 식료품 구매 금액의 7%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말 5%에서 석 달 새 2%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8월 투자회사 코웬(Cowen)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32%에 달했다. 2019년 응답률이 18%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이제 온라인 식료품 배달(Online Grocery Delivery)은 미국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물론 이번 팬데믹 이전에도 식료품 배달 서비스는 존재했다. 2017년 아마존이 홀푸즈마켓을 인수한 뒤 당일 배송(same day delivery) 서비스를 가속화하자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 마트들도 당일 혹은 이틀 내 배송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배송 편의성이 높아진 데 힘입어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2016년 120억 달러에서 2018년 260억 달러, 그리고 2019년 580억 달러로 쑥쑥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성장’이라는 표현만으로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게 됐다. 주문량이 엄청난 속도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조사 업체 어니스트리서치(Earnes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아마존과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배송 및 픽업 서비스(온라인 주문 후 고객이 직접 매장에서 수령)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2 이상 늘었다. 주문 2시간 내에 식료품을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레시의 경우를 보자. 2월 첫 주 200%를 넘어선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3월 하순에는 452%로 크게 뛰었다. (그림 2) 대부분 업체가 주문 폭주로 2시간은 물론 당일 배송 약속을 지킬 수 없을 정도였다. 마케팅 조사 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최근 2020년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 규모를 890억 달러로 추산, 전년 대비 53% 커질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놨다. i.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0-05-06/instacart-was-overwhelmed-by-coronavirus-overnight |
장보러 가기 귀찮은 불편을 공략
인스타카트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액셀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출신이다. 메타가 공동 창업자 맥스 뮬런, 브랜든 레오날도와 함께 YC에 입소한 것도 ‘정말 필요한 서비스’임을 몸소 보여준 덕분이었다. 2012년 6월 인스타카트 첫 버전을 완성한 메타는 YC 프로그램 기한이 이미 두 달 전에 끝났음을 알게 됐다. 그래도 YC 측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마침내 YC 파트너 중 한 명이자 투자자인 개리 탠과 통화를 하게 됐다. 메타는 그에게서 “지금은 입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메타는 여기서 포기하는 대신 인스타카트 앱을 열어 탠의 사무실 앞으로 맥주 6병을 주문했다. 곧 한 쇼퍼가 탠에게 맥주를 배달했다. 그리고 한 시간 반 후, 메타는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는 탠의 연락을 받았다.
인스타카트는 YC의 훈육을 받으며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YC 멤버들은 인스타카트의 고객이자 조언자가 돼줬다. 숱한 창업 아이템 실패를 겪은 메타는 “인스타카트는 내가 친구들에게 권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첫 번째 아이템이었다”고 회고한다.
사업 초기에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점들과 정식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저 몇몇 슈퍼마켓에 가서 고객이 요청한 것들을 대신 장을 봐주면서 고객에게 매장 판매가에 10∼20%의 요금을 더 붙여 청구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매장보다 비싼 가격에 불만을 제기하자 2014년부터 식료품점과 정식 파트너십을 맺기 시작했다.
현재는 식료품점들이 인스타카트에서 각 상품을 얼마에 팔지 스스로 결정한다. 인스타카트는 리테일러에게서 상품을 직접 납품받지 않고, 자사 앱과 홈페이지에 리테일러 각각의 페이지를 열어줄 뿐이다. 각자의 ‘디지털 점포’에서 리테일러가 무엇을 얼마에 팔지 정해 알려주면 인스타카트는 이 정보를 앱과 홈페이지에 그대로 노출한다. 현재 파트너사의 절반가량이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가격을, 나머지는 10∼20% 높은 가격을 인스타카트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각 식료품점의 메인 페이지에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이 동일한지(‘Everyday store prices’), 다소 비싼지(‘Prices are higher than your local warehouse’) 밝혀 고객의 선택을 돕는다.
특히 뉴욕처럼 주민들이 차를 많이 갖고 다니지 않는 지역에서는 무거운 식료품을 나르느라 우버나 택시를 타기보다 매장보다 다소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인스타카트 서비스가 선호된다. 또 감염증 우려로 약간의 프리미엄을 지급하더라도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
인스타카트 사업 전략
1) 3無 전략, 물류 창고, 재고도, 트럭도 없다
“초기 투자 단계인 시드 라운드를 준비할 때 벤처캐피털 투자자 중 한 명이 플로피 디스크를 잔뜩 안겨줬다. 그 안에 웹밴(Webvan)의 사업 계획이 들어 있으니 꼭 열어보라고 했다.” (2014년 6월 와이콤비네이터 강연에서 메타 인스타카트 CEO) 3
메타는 사업 초기에 겪은 가장 어려웠던 일로 투자자 설득을 꼽는다. 실리콘밸리에서 2001년 파산한 ‘웹벤 후유증’이 10년 넘도록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과 언론은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적 행위로 자리 잡지 못해 결국 인스타카트가 ‘제2의 웹벤’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웹벤은 실리콘밸리의 가장 유명한 실패작 중 하나로 거론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슈퍼마켓’을 표방하며 주문한 지 24시간 내에 식료품을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도한 투자, 닷컴버블 붕괴로 3년간 8억 달러의 투자금을 소진한 뒤 파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웹벤의 실패로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식료품 배달은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게다가 이는 이커머스 거인 아마존이 호시탐탐 사업 확장을 꾀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섣불리 뛰어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인스타카트는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타는 “웹밴이 실패한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웹밴 시절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지만 2012년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됐다. 이커머스 시장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사람들은 우버 서비스에 익숙했기에 인스타카트 서비스도 쉽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YC 시절의 에피소드다. YC 디너 행사에 참석 중이던 메타에게 한 쇼퍼가 “어떤 고객이 무려 200리터의 음료수를 주문했다”며 겁에 질려 전화했다. 인스타카트 직원들이 슈퍼마켓으로 출동해 차에 음료수를 한가득 싣고 도착한 고객의 배달지는 다름 아닌 YC 사무실. 디너 행사 담당 직원이 주문한 것이었다. 그 직원은 “행사 때문에 매주 음료수를 이만큼 사야 하는데 인스타카트 덕분에 쉽게 해결했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2013년 세쿼이아캐피털이 인스타카트에 850만 달러 규모로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인스타카트에 도약의 발판이 됐다. 세쿼이아캐피털은 웹밴의 실패로 큰 피해를 입은 웹밴의 주요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인스타카트 투자를 주도한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아캐피털 회장은 “기술의 발전과 인스타카트의 창의적인 사업 방식 덕분에 웹밴과 같은 실패 위험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웹밴의 실패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대규모 투자다. 웹밴은 미국 주요 26개 지역에서 대형 물류센터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다 파산하고 말았다. 또 직접 사들인 트럭으로 식료품을 배달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구조였던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정반대로 ‘3무(無)’ 전략을 편다. 즉, 물류 창고와 재고, 트럭을 보유하지 않는다. 인스타카트의 물류 창고는 전국의 식료품점이고, 재고는 각 식료품점이 보유한 식품이다. 또 우버가 우버 기사의 자동차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듯 인스타카트는 쇼퍼의 자동차로 식료품을 실어 나른다.
인스타카트가 하는 일은 고객과 식료품점, 쇼퍼를 IT로 연결하는 것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인스타카트 앱과 홈페이지에는 고객이 설정한 주소로 배달해줄 수 있는 식료품점 목록이 뜬다. 그중 한군데만 선택하면 해당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식재료가 품목별로 제시된다. 식료품점이 매일 판매 제품 목록과 가격, 재고 현황을 인스타카트에 전송하면 인스타카트가 그것을 앱에 노출하는 것이다. 쇼퍼가 사용하는 인스타카트 앱에는 고객 주문 내역(식료품점, 구매 목록, 배달처)이 뜬다.
고객과 쇼퍼는 앱 내 메신저 창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쇼퍼가 매장에서 “‘엑스트라 크리스피 프렌치프라이 포테이토’는 없네요. 대신 ‘와플 프라이드 포테이토’와 ‘스테이크 프라이드 포테이토’가 있는데, 어느 걸로 대체할까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고객이 원하는 바를 답장하는 식이다(많은 쇼퍼가 제품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물류 창고와 재고, 트럭 등 유형 자산을 사들이지 않으므로 인스타카트는 빠른 속도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시카고, 보스턴, 뉴욕, 워싱턴DC 등 한 달에 한 도시꼴로 서비스 지역을 추가했다. 인스타카트가 진출한 도시는 2016년 25개, 2018년 4000개, 현재는 5500개 이상에 달한다.
인스타카트가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정의하면서도 가장 큰 물류망을 보유한 식료품 배달 회사라고 자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 830만 명의 뉴욕시부터 인구 28만 명의 알래스카주 앵커리지까지 북미 구석구석의 식료품점과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방대한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인스타카트와 마찬가지로 3무 전략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업체로 십트(Shipt)가 있다. 인스타카트보다 2년 늦은 2014년 앨라배마주에서 사업을 개시한 십트는 2017년 타깃에 인수된 이후에도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서비스 범위가 인스타카트에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뉴욕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인스타카트는 이 동네의 80년 넘은 터줏대감 슈퍼마켓 자바(Zabar’s)를 비롯해 45개 상점의 주문을 소화하는 데 반해 십트는 11개에 그친다.
DBR mini box II 인스타카트 선두로 치열해진 2시간 내 배송 경쟁 북미 지역 식료품 배달 서비스 비교 |
2) 대기업 포함 다종다양한 식료품점과 제휴
2017년 6월 아마존이 홀푸즈마켓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미국 식료품 시장은 일순간 긴장에 휩싸였다. 아마존이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460개 매장을 보유한 홀푸즈마켓을 전초기지 삼아 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시장 구도가 크게 재편될 것이 명약관화했기 때문이다.
이 뉴스는 인스타카트에도 근심을 안겼다. 인스타카트는 1년 전인 2016년 홀푸즈마켓과 이곳의 식료품을 독점 배송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인스타카트의 전체 매출에서 홀푸즈마켓의 비중은 10%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홀푸즈마켓 배달 서비스를 가져간다면 인스타카트로서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미지근한 태도를 취했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아마존의 습격’을 계기로 다급해진 것이다.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회사들은 그 대안으로 인스타카트의 손을 잡았다. 아마존의 홀푸즈마켓 인수 계획이 공개된 지 1년 만에 인스타카트의 유통 파트너사는 200개에서 350개로 크게 늘었다. 알버슨(Albersons), 알디(Aldi), 샘즈클럽(Sam's Club) 등 미국의 주요 식료품 유통업체가 이 시기에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홀푸즈마켓과의 제휴 관계를 종료한 직후인 2018년 9월 메타 CEO는 “홀푸즈마켓의 시장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미국인 대부분은 홀푸즈에서 장 보지 않으며, 그러한 미국인들이 장 보는 슈퍼마켓들이 인스타카트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4
특정 유통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다종다양한 유통업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한 것은 소비자 행동 패턴을 고려할 때 유효한 전략이다. 메타 CEO는 2018년 11월 리테일러 업계 행사에 출연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두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고 소개했다.5 우선 소비자는 오랫동안 장을 봐온 식료품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뉴욕주 북부 사람들은 샌드위치를 살 때 꼭 웨그맨(Wegmans)에서 파는 데니스 샌드위치를 사려고 하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사람들은 ‘식료품점에 간다’는 말 대신 ‘퍼블릭스(Publix)에 간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는 한 군데 식료품점만 이용하지 않는다. 매주 ‘스프라우츠(Sprouts)’에서 장을 보면서 한 달에 한 번은 ‘샘즈클럽’에서 대용량 제품을 사들인다.
미국의 대표적 식료품 유통업체로는 월마트와 홀푸즈마켓을 인수한 아마존이 꼽히지만 이 두 대기업의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전국의 다양한 대형 마트, 슈퍼마켓 체인, 그리고 동네 식료품점이 차지한다. 인스타카트는 바로 이들과 손을 잡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거의 모든 가정에는 10∼15분 내에 갈 수 있는 식료품점이 있다. 바로 이 식료품점에서 각 가정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인스타카트의 전략이고, 이는 인스타카트가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월마트도 인스타카트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월마트와 인스타카트는 미국 내 4개 도시(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및 오클라호마의 털사)에서 식료품에서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가장 빠르게는 1시간 내에 당일 배송하기로 협약했다.
2020년 말 기준 미국 가정의 85%, 캐나다 가정의 70%가 인스타카트 서비스 권역 안에 있다.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유통업체는 500군데 이상으로, 점포 수로 보자면 4만 개 이상에 달한다. 인스타카트 홍보팀 관계자는 “2020년 팬데믹 와중에도 150개 이상 리테일러와 파트너십을 맺어 1만 개 이상의 매장이 새롭게 인스타카트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인스타카트의 파트너사(社)는 그 층위가 다양하다. 월마트와 타깃, 코스트코 등 식료품 외 다양한 상품군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에서부터 알디, 알버슨, 스프라우츠 등 전국 단위 마트 체인, 웨그맨과 퍼블릭스처럼 사업 범위가 몇 개 주(州)에 한정된 지역 기반 슈퍼마켓 체인, 그리고 특정 동네에만 있는 작은 식료품점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 대상을 식료품 외 제품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스테이플(사무용품),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세포라(화장품), 펫코(애완용품), CVS와 Rite Aid(드럭스토어), 빅랏(대형 할인유통점) 등이 최근 1년 새 인스타카트에 새로 합류했다. 150개 이상 주류 도매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류도 배달한다. 처방약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스타카트 측은 “식료품에서부터 기타 제품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안전하게 집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카트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거대 슈퍼마켓 체인을 앞질렀다. 코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인스타카트는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체 선호도 순위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유통 대기업 크로거(Kroger)와 타깃을 제친 것이다. 2019년 크로거와 타깃의 매출이 각각 1210억 달러와 750억 달러인 데 반해 인스타카트 매출(추정치)이 고작 3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난쟁이가 거인을 넘어뜨린’ 셈이다.
3) 정확한 재고 파악에 승부수
인스타카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정확한 재고 파악이다. 재고 정확도(Found Rate)가 떨어지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인스타카트 앱에 ‘갈라 애플’이 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실제 매장에 재고가 없다면 고객은 원하는 것을 사지 못하고, 리테일러는 매출을 내지 못하며, 쇼퍼는 없는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고객과 파트너, 쇼퍼를 모두 실망시켰으니 인스타카트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인스타카트 기술팀은 각 식료품점의 실시간 재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리테일러가 정기적으로 재고 현황을 업데이트해 전송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기본적으로 각 매장은 하루에 한 차례 정보를 전송하는데 이것만 믿고 있을 수 없다. 몇 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시간 재고 있음(realtime availability)에 더해 또 중요한 것이 쇼퍼들이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find-availability)이다. 늘 같은 선반에 있던 토르티야 칩이 프로모션 때문에 살사 소스 옆으로 옮겨갔다면 쇼퍼는 토르티야 칩을 찾아내기 어렵다.
이에 인스타카트는 매장에서 재고가 있다고 정보를 보내왔음에도 쇼퍼들이 반복적으로 재고가 없다고 보고하면 해당 제품을 ‘재고 없음’으로 간주한다. 재고가 없거나 거의 떨어져가는 제품은 앱에 노출하지 않는다.
대체 상품(replacement item)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도 고객, 리테일러, 쇼퍼의 만족을 높이는 핵심 기능이다. 일례로 ‘체다 슬라이스 치즈’를 주문한 고객에게 “해당 제품이 없으니 ‘아메리칸 슬라이스드 치즈’로 대체해드릴까요?” 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인스타카트는 대체 상품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을 대상으로 대체품이 만족스러웠는지를 꾸준히 평가해 이를 알고리즘에 반영하고 있다.
인스타카트가 자체 평가한 재고 정확도는 팬데믹 이전에 90%를 상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이 폭증하자 60%대로 크게 떨어졌다. 대체품 추천도 엉망이 됐다. 화장실 휴지를 주문한 고객에게 프린트 용지가 추천되는 식이었다.
이에 인스타카트 기술팀은 아예 예측 모델을 바꿨다.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데이터 범위를 30일에서 1주일로, 쇼퍼가 제품을 찾을 수 있는지 예측하는 주기를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좁혔다. 인스타카트의 최고기술책임자 마크 셰프는 지난해 5월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 한 달 치 데이터를 보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하루 치 데이터를 파악해 모델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고 말했다. 6
몇 달 걸리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두어 주로 앞당기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재고 정확도는 지난해 5월에 75%, 현재(2021년 1월)는 90% 이상으로 회복됐다.
4) 우버와 도어대시에는 없는 ‘기업 고객’
우버와 음식 배달 앱 도어대시(DoorDash), 그리고 인스타카트는 모두 고객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온디맨드(On Demand) 비즈니스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매출 구조에서 나타난다. 우버는 승객이 내는 탑승료, 도어대시는 식당과 고객이 내는 수수료가 수익원이다. 매출처가 한두 개에 그친다. 인스타카트는 이들과 달리 고객이 내는 수수료와 식료품점으로부터 매출에 비례해 받는 커미션에 더해 제3의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 바로 포장 소비재 제품(CPG•Consumer Packaged Goods) 관련 매출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장보기가 확대되면서 ‘제3의 매출’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동네 마트에 가면 항상 제품 프로모션을 만나게 된다. 골드키위 두 상자를 할인된 가격에 묶음 판매한다든지, 3개들이 샴푸에 컨디셔너 한 병을 증정해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쿠폰이 포함된 식료품점의 전단을 집으로 보내오기도 한다. 인스타카트는 이러한 CPG 브랜드의 프로모션 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코카콜라, 피앤지, 유니레버 등 미국 내 상위 25개 CPG 브랜드를 모두 포함해 1000개가 넘는 CPG 브랜드가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메타는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의 ‘구글 애드워즈(검색 광고)’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인스타카트의 전체 매출에서 CPG 매출 비중은 15% 안팎으로 알려졌다.
인스타카트의 CPG 서비스는 아마존과 유사하다. 메인 페이지 및 검색 결과 상단에 광고료를 지불한 제품을 노출하고, 고객 e메일로 전자 쿠폰을 보내주거나 각종 프로모션 정보를 제공한다. CPG 브랜드가 광고를 요청했지만 식료품점에 해당 제품의 재고가 소진됐다면 프로모션 내용은 노출되지 않는다. 또 주문 완료 전 ‘장바구니 부양(Basket Boost)’ 코너를 통해서도 CPG 제품을 노출한다. 바비큐 소스를 산 고객이라면 바비큐 요리를 할 계획이라고 가정하고 머스터드 소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적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CPG 브랜드들이 온라인 프로모션에 더욱 뛰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특히 인스타카트에 매일 쌓이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가 CPG 브랜드의 프로모션 활동에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스타카트는 식료품이 어떤 조합으로 자주 함께 구매되는지, 지역별로 특히 선호되는 제품이 있는지 등을 분석해낼 수 있다. 인스타카트가 지난 연말 발표한 트랜드 리포트(New Year, New Cart : The Tastes and Trends of 2021)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이 집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를 즐기면서 피리피리소스(Piri Piri Sauce, 남부 아프리카에서 유래된 고추로 만든 매운 소스) 판매량이 725%나 상승했다. 케토 다이어트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제품명에 ‘케토’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품 판매량이 72% 증가했는데, 특히 텍사스 및 미 서부 해안가 도시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구체적인 소비자 행동 패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CPG 브랜드로서는 고객도 많고 서비스 커버리지도 넓은 인스타카트에서 프로모션 활동을 할 요인이 높아지게 된다. 인스타카트는 2019년 9월 아마존에서 글로벌 광고 판매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지낸 세스 댈러일을 최고매출책임자(Chief Revenue Officer)로 영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주문량이 폭증하자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북미 전역의 식료품점에서 프로모션을 실시할 수 있게 해주는 광고 툴킷을 출시했다.
5) 고객 니즈에 신속히 대처
실리콘밸리의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대게 그렇듯 인스타카트도 속도전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인스타카트는 사업 초기, 미국의 인기 식료품점인 트레이더조(Trader's Joe)에서도 고객 대신 장을 봐주기 위해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직접 하나씩 구매해 사진을 찍어 올렸다는 일화가 있다. 트레이더조에는 온라인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도 인스타카트는 전투적으로 임했다. 전국적으로 재택 모드에 들어간 지난해 3∼4월 주문이 폭증하자 인스타카트 고객들은 ‘2주 후에 배송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야 했다. 쇼퍼 부족 현상도 심각했다. 인스타카트는 신속하게 쇼퍼를 추가 고용하고 각종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인스타카트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고객 및 쇼퍼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를 15개 이상 새롭게 선보였다”고 전했다.
우선, 인스타카트는 북미 지역에서 ‘비대면 배송’을 실시한 첫 번째 주문형 기업이다.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사전에 요청할 경우 고객의 집 앞에 식료품을 놓고 간다(‘Leave at My Door Delivery’). 이 경우 쿠팡처럼 문 앞에 놓고 가는 식료품의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보내준다. ‘빠르고 유연한(Fast and Flexible)’ 및 ‘미리 주문(Order Ahead)’ 옵션도 발 빠르게 도입했다. ‘빠르고 유연한’은 가장 빠른 주문 가능 시간대를 고객에게 자동으로 제시해주는 기능이고, ‘미리 주문’은 최대 2주 전에 미리 주문해놓을 수 있는 서비스다.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필요한 식료품 및 생활용품을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5월부터 서비스 속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인스타카트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서비스 수준이 향상됐다. 거의 모든 주문이 당일 혹은 이튿날 배송되고 있으며, 전체 주문의 3분의 2 이상이 2시간 내에 배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및 남은 과제
‘불씨’로 남은 긱 노동자 처우 이슈
인스타카트가 별다른 장애물 없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식료품을 사다가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기존 시장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공격을 받는 우버나 지역사회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에어비앤비와 비교해 유리한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사형통인 상황은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긱(gig) 노동자 처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인스타카트의 쇼퍼 처우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선거에서 주민발의안 22호(Proposition 22)가 통과하면서 긱 노동자가 기업에 고용된 직원이 아닌 독립계약자 지위를 유지하게 됐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인스타카트의 쇼퍼는 우버 기사나 한국의 대부분 택배 기사처럼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다. 회사와 독립적으로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인스타카트는 일부 파트너사 매장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매장에서 근무하는 ‘매장 내 쇼퍼(In Store Shopper)’만 시간제 근로자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 매장에서 장을 봐서 고객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다수의 쇼퍼(‘Full Service Shopper’라고 부른다)는 독립계약자, 즉 긱 노동 종사자다. 우버가 승객과 승객 주변에 위치하는 기사를 연결해주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인스타카트도 고객 주변에 대기 중인 쇼퍼에게 고객의 주문을 전달한다.
인스타카트는 사전에 고객이 지불하는 팁(tip)을 포함한 각 주문의 예상 수익을 쇼퍼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쇼퍼는 자신이 수락한 주문에 대해서만 업무를 수행한다. 생수나 쌀처럼 무거운 상품이 포함된 주문에는 더 높은 수익이 제시된다. 팁은 구매 금액의 5%로 책정돼 있는데 고객이 더 많은 금액을 팁으로 지불할 수도 있다. 식료품을 배달하느라 동원된 쇼퍼 개인 차량의 유지비나 보험료는 쇼퍼 본인이 감당한다.
인스타카트의 일부 쇼퍼는 지난해 3월과 5월 처우 개선과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 안전 조치 등을 요구하며 두 차례 파업 시위를 벌였다. 인스타카트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체온계 등 안전 장비 배포, 방역 가이드라인 안내, 의료진과의 건강 상담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격리에 처한 쇼퍼에게도 급여를 지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쇼퍼가 가져가는 수익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쇼퍼가 ‘노동의 대가’를 미리 알고 업무를 수락하는 방식이라 하더라도 보상이 적은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일부 쇼퍼의 주장이다. 쇼퍼가 연속적으로 몇 건의 주문을 거절하면 인스타카트의 알고리즘이 해당 쇼퍼가 현재 근무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신규 주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익이 낮은 주문도 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긱 노동자의 처우가 계속 이슈가 되는 한 인스타카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쇼핑의 질’을 높여라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사람들은 온라인 장보기를 멈추고 직접 마트에 갈까? 이 점에 있어서는 걱정을 덜 해도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온라인 식료품 구매는 그 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림 4) 지난해 8월 한 달간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판매액은 82억 달러로, 11년 전인 2009년 8월 20억 달러의 4배에 달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온라인 장보기가 뉴노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브릭미츠클릭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더 자주 주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3870만 명이 한 번 이상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했는데, 이들의 평균 주문 횟수는 1.62회로 지난해 8월(3750만 명, 1.59회)보다 다소 상승했다. 재구매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83%로 3월(43%)과 8월(75%)에 비해 기록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왔다.
한편 온라인 장보기를 해본 소비자가 늘면서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소비자 비율이 지난해 11월 17%로 8월의 23%보다 낮아졌다. 이제 신규 고객 유입을 꾀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주문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시즌 2’로 진입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메타 CEO도 과거 “우리의 쇼퍼는 잘 익은 아보카도를 고객보다 더 잘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속도뿐만 아니라 질(質)도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인스타카트를 즐겨 사용하는 필자 주변 지인들은 “비용을 더 내더라도 특정 쇼퍼를 지정해 장보기를 의뢰하고 싶다”고 말한다. ‘쇼핑 능력’에 따라 신선한 과일, 흔치 않은 소스 등을 귀신같이 잘 고르고 찾아내는 쇼퍼가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쇼퍼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스타카트에 주어진 과제는 독립계약자 쇼퍼와의 상생, 높은 재고 정확도 유지, 그리고 장보기 퀄러티를 높이는 일이다. 그래야 줄기차게 등장하는 신규 경쟁자에 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뉴욕 등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온라인 슈퍼마켓 푸드다이렉트(FoodDirect)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최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친 도어대시도 CVS와 월그린(Walgreens) 등을 시작으로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넘보고 있다. 전국의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들의 ‘IT 지원군’을 자처하며 북미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서비스가 된 인스타카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그 명성을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DBR mini box III
‘우버 닮은꼴’로 아마존 경쟁자로 부상
2020년 12월9일, 미국의 음식 배달 앱 1위 도어대시(DoorDash)가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무려 33억65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조달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어대시를 제친 배달 앱 서비스가 있다. 인스타카트(Instacart)다. 2012년 창업해 미국 식료품 배달 시장 점유 1위, 기업 가치 177억 달러의 인스타카트 i 가 이렇게까지 부상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성공 요인1. 고객의 불편함에서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모든 것의 배달화’일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는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배송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배달까지 시도하며 언택트(Untact) 라이프스타일에 강제적으로 편입되게 됐다.
사실 인스타카트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소비자 대신 쇼퍼(shopper)가 마트에서 쇼핑해 소비자 집에 배달해준다.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이지만 주문이 일어난 지 한두 시간 만에 쇼핑해서 배송해주려면 촘촘히 계산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인스타카트의 시작과 성공에는 창업자의 역할이 컸다. 창업자 아푸바 메타는 아마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창업을 위해 퇴사한 후 20가지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실패의 원인을 꾸준하게 분석했고, 비즈니스의 근간은 ‘고객의 어려움/불편을 해결함으로써 수요를 만들고 거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아마존 근무 시절, 동료들이 많은 업무 때문에 장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포착, 장을 대신 봐주는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마침 메타가 아마존에서 담당했던 업무가 식품 공급망 관리였던 것도 인스타카트를 론칭하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성공하는 기업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고객의 불편함 해소’가 바로 사업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창업자가 보기에는 획기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여서 자신 있게 론칭했으나 기대만큼 부응 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의 시각이 창업자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즉, ‘내’가 아닌 ‘고객의 시각에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카트의 경우 창업자가 찾아낸 온라인 식료품의 ‘퍼스널 쇼퍼’라는 아이디어와 그가 가진 엔지니어링 경험, 그리고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확산이 인스타카트 서비스 확산의 필요조건을 만족시켰다.
성공 요인2. 공유경제 모델과 빠른 실행력
‘기업 전략 중 최고의 전략은 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생존의 관건은 위기가 닥쳤을 때, 문제에 직면했을 때 누가 빨리 대응하고 변화하느냐다.
인스타카트는 자신보다 앞서 론칭됐으나 실패로 끝난 웹밴(Webvan)의 사례를 참고해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했다. 1996년 창업된 웹밴은 당시 많은 주목과 투자를 받았지만 파산하고 말았는데,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슈퍼마켓형 배송 서비스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상품을 사서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웹밴의 서비스 모델은 슈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수반한다. 첫째, 슈퍼마켓처럼 상품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 및 물류비용 등 고정비용이 크다. 둘째, 슈퍼마켓을 경쟁자로 만든다. 배송 서비스를 주력 수익으로 삼기에는 의도치 않은 비용과 경쟁으로 사업 확장에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인스타카트는 공유경제의 대표 우버처럼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과 퍼스널 쇼퍼를 연결했다. 최첨단 ICT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사용자 사이에 온디맨드(On Demand) 형식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온디맨드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함이다. 고객이 앱에서 소매점을 선택해 물건을 담은 후 원하는 배달 시간과 배송 서비스 타입을 정하면 등록된 근처 쇼퍼들에게 연락이 가고, 해당 주문을 수행하길 원하는 쇼퍼가 상품을 쇼핑해 배달한다. 또한 인스타카트는 우버의 승객이 기사를 평가하는 것처럼 이용자가 쇼퍼를 평가하는 기능, 네트워크와 GPS를 이용한 실시간 진행 상황(status) 업데이트, 쇼퍼와의 채팅 기능 등을 통해 실시간 소통 기능들을 제공한다.
백엔드(back-end) 영역에서는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애자일한 실행력, 그리고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있었다. 상품의 재고 파악 정확도를 높여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쇼퍼의 ‘쇼핑 허들’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또한 해당 상품이 품절인 경우 대체 상품 제안의 정확도를 높여 상품 품절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했다. 발 빠른 배달을 위해 쇼퍼들에게도 날씨와 교통정보 등을 이용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한편 점포 내 시간 지연의 주원인인 ‘상품 찾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GPS 기반 상품 내비게이션 경로를 제공한다. 머신러닝 등 기술을 최적의 배달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이렇게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되 유연한 접근과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실현함으로써 사용자를 늘릴 수 있었다.
성공 요인3. 경쟁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
인스타카트의 성공에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경쟁자를 제대로 선정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웹밴처럼 슈퍼마켓의 배송 서비스 같은 콘셉트 대신 공유경제의 우버 모델을 택함으로써 슈퍼마켓과의 경쟁을 피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슈퍼마켓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사실 중소형 슈퍼마켓 입장에서도 아마존이 ‘아마존 프레시’ 등 서비스로 식품업계까지 접수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인스타카트와 협력한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윈윈 모델이다.
앞으로의 기회와 과제
코로나19 팬데믹은 인스타카트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줬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퍼스널 쇼퍼가 나의 장보기를 대신해준다는 편의성을 경험해본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비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리테일러의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가 급성장한 계기가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였고, 중국인의 소비가 주로 알리바바, 즉 온라인으로 옮겨간 계기는 2003년 사스 때였다.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바뀐 소비 행태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편리함이나 가성비를 경험하게 되면 환경적 요인이 사라진 후에도 소비 행태가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기회는 배송 영역의 확대에 있다. 인스타카트가 지난해 9월 뷰티 리테일러 세포라(Sephora), 11월 전자제품 리테일러 베스트바이(Best Buy), 12월 스포츠용품 리테일러 딕스(Dick's Sporting Goods) 및 대형 마트 마이어(Meijer)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ii
식료품 외 상품 배송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인데, 이는 시기상 적절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적으로 구축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현재 인스타카트의 수익원은 고객이 지불하는 배달료와 서비스 요금(Service Fee), 리테일러가 내는 커미션, 그리고 포장 소비재 제품(Consumer Packaged Goods)으로부터 추천이나 검색 상위 노출, 쿠폰 등 프로모션 비용인데, 향후에는 식료품 및 그 외 기업들에 데이터 기반 솔루션 판매 같은 수익 모델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만만찮은 과제도 있다. 우선 타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대형 마트 마이어만 해도 이미 비슷한 배송 서비스인 십트(Shipt)와 도어대시를 이용하고 있다가 이번에 추가로 인스타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즉,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리테일러로서는 인스타카트 외 경쟁업체와도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우버 등 다른 영역의 배송업체들이 식료품 영역으로도 진입하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우버이츠(Uber Eats)를 운영하는 우버는 지난해 12월 식품 배송 업체 포스트메이츠(Postmates)를 인수했다. 더 심화되는 경쟁 구도에서 경쟁사들과 다른 차별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타카트 같은 서비스의 국내 론칭 가능성은 어떨까. 사실 인스타카트의 성공에는 미국이라는 특수성이 녹아 있다. 면적이 한국의 99배가 넘다 보니 아마존이 ‘이틀 내 배송’을 약속하는 프라임 멤버십 전까지 5일, 7일, 심지어 10일 배송이 당연한 때도 있었다. 배송 서비스의 속도는 물론 그 품질도 오히려 한국이 앞선 편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새벽 배송, 로켓배송 및 로켓프레시와 쓱(SSG)배송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데 더해 배달의민족의 ‘B마트’ 서비스, 편의점의 자체 배달 서비스 등으로 각종 배송 서비스가 확장되는 추세다. 따라서 인스타카트 형태의 서비스로는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고급화된 퍼스널 쇼퍼처럼 특화된 퍼스널 쇼퍼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뤄야만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고, 2017-2018 UNCG 우수 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대형 유통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 『리테일의 미래(2019)』와 『리:스토어(Re:Store)(2020)』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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