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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투자수익률

금리란 타인자본을 빌림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투자수익률이란 얼마만큼의 돈을 넣어서 얼마만큼의 이익이 발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리가 투자수익률 보다 높다면, 사람들은 굳이 리스크가 큰 사업을 벌여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그냥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두면 훨씬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기대, 위험 프리미엄, 금융상품 만기, 투자자 심리 등등 금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많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금리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생각해 봤을 때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는 투자수익률이다.

정말 그럴까?

몇 가지 전제들

  1. 중앙은행은 경제주체들이 적절한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조건 안에서, 은행이 더 많은 돈을 대출하는 것을 희망한다. 그 이유는 신용창출효과 때문인데,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기업은 빌린 돈으로 사업을 하고, 사업은 고용을 일으키고, 고용은 개인의 소비를 촉진하고, 개인의 소비는 다시 기업의 매출을 증가시키는 경제 선순환이 곧 호경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수익률 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암묵적으로 각 경제 주체들의 대출을 선호한다.

시뮬레이션

정말 그런지 증명해 보기 위해, 시장금리, 투자수익률을 대변할 수 있는 3년 국고채 만기금리와 코스피 평균 ROE(당기순이익/자기자본)지표를 이용해 그 추세를 살펴보았다. 사실 ROE는 값을 왜곡할 수 있는 수치들이 들어가 있어서, ROIC로 관찰해보고 싶었지만 ROIC는 구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러한 이유로 ROE로 투자수익률을 대신했다.
 
관찰에 사용된 변수는 3년 국고채 만기 금리, 코스피 평균 ROE 그리고 인플레이션율이다. 시장실질금리 = 3년 국고채 만기 금리 - 인플레이션, 실질 ROE = 코스피 평균 ROE - 인플레이션율로 계산했다.  

2008~2020까지 실질ROE와 시장 실질금리의 추이(테이블)
2008 ~ 2020 실질ROE와 시장 실질금리의 추이(그래프)

위 관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2013년과 2008년 글로벌한 경제악화에 의해 ROE가 크게 감소한 특수한 시점을 빼놓고 기본적으로 실질ROE가 시장 실질금리보다 상단에 위치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데이터 출처
- 코스피 평균 ROE: 유가증권 산업별 수익현황(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43&tblId=DT_343_2010_S0017)
- 국고채 3년 이자율: e나라지표 시장금리 추이(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073)
- 인플레이션율: 한국은행 인플레이션율 추이

시사점

투자수익률과 인플레이션율은 시장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결정되는 수치이다. 반면, 시장금리는 단기적으로 중앙은행에 의해 컨트롤 될 수 있는 변수이다. 투자수익률이 시장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면, 투자수익률의 변화를 통해 향후 금리의 추세를 예측해 볼 수 있겠다.

금리 장기하락 추세는
투자기회 축소에 기인
기업활동 제약 정책이
시장금리 더 낮출수도

 

1970년대 동네 어머니들 사이에 유행했던 계에선 보통 한 달 이자가 '3부'였다. 복리로 계산하면 연율 40%가 넘는다. 1990년대 상반기까지도 금리는 두 자릿수였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고금리지만 그 이전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준이었다. 그런데 요즘 예금 금리는 1%다. 은행에 천만 원을 맡겨도 1년 뒤에 이자라고 달랑 10만원 준다. 그러니 돈이 자산시장으로 몰려 거품이 생긴다고 한다.

왜 이렇게 금리가 낮아졌을까. 한국은행을 쳐다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초단기 금리다.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일정 기간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금리 하향 추세를 한국은행이 주도한 것은 아니다. 시장금리의 대표 격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2% 안팎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

기준금리 이외에도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수히 많다. 인플레이션 기대, 위험 프리미엄, 금융상품 만기, 투자자 심리 등등. 그러나 궁극적으로 시장 전반의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 경제에서 기대되는 투자수익률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야 사업을 추진하며, 이를 위해 본인의 예금을 빼내거나 외부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기대되는 투자수익률이 금리보다 낮으면 사업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외부자금을 끌어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금리와 투자수익률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경제 전체적으로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점차 줄어들 때 금리는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저축하고 있는데, 이 돈을 잘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창출해 줄 사업가가 부족하면 금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하락해 온 배경이다. 과거에는 두 자릿수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나 이제는 낮은 금리에도 수익을 담보할 사업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자금시장에 '만성적 초과 수요'가 존재한다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잉여 저축' 혹은 '과잉 유동성'이 금융시장을 교란한다고 염려한다.

크게 볼 때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투자 기회가 축소되고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가 그러한 '저성장·저금리' 추세를 가속화시키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는 정책은 내리막길에 있는 시장금리의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 국민의 소중한 저축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더욱 어려워지니 금리가 하락하고 자산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골치 썩여가며 사업할 돈 있으면 부동산 사 두는 게 낫다"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과연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성장세는 둔화되는데 자산시장 유동성만 넘쳐난다고 느꼈던 상황이 실물경제와는 무관했을까.

작금의 과잉 유동성 관련 논의는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취해졌던 적극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기업의 역동성 저하라는 실물경제의 애로가 있다는 점 또한 상기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금리 정상화 여정의 핵심인 '정상적 기준금리' 수준은 결국 실물경제 투자수익률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가 아니다. 국민의 저축을 투자로 연결해서 수익을 창출해 줄 기업 부문이 위축된다면 시장금리의 하락 추세와 자산시장의 '과잉 유동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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