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mini box: 기다리기 싫은 고객의 ‘진실의 순간’ 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다. 초기 인터넷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거뒀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유료로 유통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가격
인터넷의 도입은 많은 콘텐츠와 정보 서비스를 무료로 만들었다. 이용자는 검색, 뉴스, e메일,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한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경쟁이 존재하는 동일 상품 시장에서 가격은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 여기서 한계 비용이란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 데 필요한 생산비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정보재는 특성상 고정비용은 매우 높고 한계 비용은 매우 낮다. 예컨대, 전화번호부 정보를 파일로 만든다면 처음 만들 때에는 많은 비용이 투입되나 일단 전화번호부 파일이 준비된 후 추가로 복사본을 만드는 비용은 매우 적다. 사실 파일을 복사하는 정도의 비용만 추가로 증가하기 때문에 정보재의 경우 한 단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0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재의 가격은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986년 미국에서 나이넥스(Nynex)라는 회사는 뉴욕 지역의 전화번호부 정보를 CD에 저장해 1만 달러에 판매했는데 이후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CD 상품은 20달러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됐다.




가격 차별화(Price Discrimination)
그렇다면 모든 정보재는 무료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그 내용이 모두 다르고 동일 상품이 아니다. 또 디지털 콘텐츠는 경험재(Experience goods)이므로 소비자들에게 주는 가치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노래가 있다면 A라는 사람은 그 노래가 좋아서 그 노래의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고자 하겠지만 B라는 사람은 스트리밍으로 충분하고, C라는 사람은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서 미리 듣기를 한 후에 더 듣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차별화를 [표 1]에서 정리된 바와 같이 크게 1급, 2급, 3급 가격 차별로 구분한다.

카카오페이지는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권 개념으로 분절해 회 차별 혹은 충전을 통해 묶음으로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2급 가격 차별에 해당되는 버저닝(versioning) ii 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버저닝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림으로써 이용자가 플랫폼에 고착화(lock-in)되도록 하는 전략을 취했다. 콘텐츠의 가치는 경험을 하면 할수록 호불호가 나눠지고,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비가 지속되는 고착화 경향이 나타난다. 고착화 현상은 한 상품에서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높여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예컨대,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한 웹툰 작품에서 다른 웹툰 작품으로 옮겨 가는 데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동안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들어간 노력, 구독 시간, 캐시 등 때문이다.


기다리면 무료(Wait or Pay)
카카오페이지의 디지털 콘텐츠 과금 모델은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 애니팡의 부분 유료화 판매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부분 유료화(Free to Play)는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게임 패키지를 사거나, 월정액 결제 없이 무료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게임 내 아이템 및 추가적인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최초로 부분 유료화에 성공한 사례는 1999년 넥슨의 ‘퀴즈퀴즈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게임 분야 전반에 부분 유료화 모델이 적용됐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인 애니팡은 아이템 및 추가적 콘텐츠를 판매하는 수익모델인 부분 유료화를 채택했다. 애니팡 게임의 특징은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서로 하트(게임 이용 아이템)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의 강화 효과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하트 충전을 위해 일정 시간 무료로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사도록 디자인돼 있다. 다른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에서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는데, 징가(Zynga)의 게임 팜빌(FarmVille)에서는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일정 시간이 걸리는데 돈을 내고 아이템을 쓸 경우 건물이 즉시 완성돼 다음 단계로 곧바로 진행할 수 있다. 이용자는 성향에 따라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도 있지만 기다리지 못하고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이런 고객 성향을 감안해 세분화를 잘하는 것이 부분 유료화 모델의 핵심이 된다. [표 2]는 게임에서 고객세분화를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정리한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비즈니스 모델은 모바일 게임의 아이템 유통 방식을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적용한 것이다. 상품별 이용 시간의 차이를 버저닝한 상품이 ‘기다리면 무료’라고 볼 수 있다. 새로 공개된 웹 소설, 웹툰의 에피소드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도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에피소드를 바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출판사가 인기 소설을 출시할 때 처음에는 하드커버 버전의 책을 비싸게 팔다가 일정 시간 이후에 페이퍼백 버전의 책을 출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다리면 무료도 지불 의사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을 시간 차 버저닝해 모두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소비자는 단시간 내에 짧은 간격으로 구매할지, 혹은 기다릴지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카카오페이지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은 이용자들의 콘텐츠 몰입 정도에 따라 콘텐츠 가격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다. 예컨대, 웹 소설책 한 권을 10개 회 차로 잘라서 100원짜리로 만듦으로써 가격 저항을 낮췄다. 이용자들은 마치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거치듯이 웹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전체 충전 금액에 관계없이 이용자가 콘텐츠에 빠져들게 되면서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팝콘 먹듯이’ 다음 회 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험재의 특성상 고착화 현상이 강화되면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이용자는 ‘몰입의 즐거움’ 때문에 다음 페이지, 다음 회 차 보기를 누르면서 소비를 지속하게 된다.

물론 이용자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 무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몰입도가 떨어져 재미도 줄어들게 되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다시 낼 수 있을지 불확실성도 커진다. 결국 이용자들은 캐시가 다 떨어지는 시점에 몰입을 지속하기 위해서 지갑을 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무료로 소비되던 콘텐츠가 유료로 전환되는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콘텐츠를 팔고 단골을 만드는 때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유료 콘텐츠 유통 모델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언제 구매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창작자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카카오페이지는 웹 소설, 웹툰, 영화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상품의 확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이 같은 가격 차별화에 대한 고객 반응을 계량적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직관이나 관례에 따라 가격을 결정할 경우, 때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 행태에 대한 실험과 실증 분석의 결과를 바탕으로 무한 콘텐츠 글로벌 경쟁시대에 넷플릭스보다 뛰어난 콘텐츠 유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의 이용 행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의 ‘기다무’를 발전시켜 개인별로 가격을 차별화하는 실험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소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전성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벤처회사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소셜커머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가 있다.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2/article_no/8252

Article at a Glance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는 않는지 친절하게 해석해주며 5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이끌어낸 앱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 화해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1.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 있다: 화해는 ‘화장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싶다’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2. 소비자가 서비스 업그레이드의 주인공: 화해는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소비자 니즈에 귀 기울이며 리뷰, 랭킹, 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3. 수익화를 서두르기보다는 신뢰부터 쌓았다: 화해는 좀 더디더라도 이용자 규모를 확대하며 탄탄한 신뢰도를 쌓은 뒤 돈이 되는 광고나 커머스는 지난해 이후에야 도입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은진(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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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브랜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어?”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하얀색 액체이건만 가격은 왜 수백 배씩 차이가 나는 것인지 소비자들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브랜드 이미지나 입소문, 리뷰에 의존해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게 화장품이었다. 어떤 제품이 피부에 무해한 친환경 성분을 사용하는지 등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제대로 파악하고 비교해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내기란 사실상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었다.

물론 접근 가능한 정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기재토록 하는 화장품 전(全) 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50ml 이하 제품 겉면에는 성분이 표시되지 않았고, 설령 표시가 돼 있다고 하더라도 ‘페녹시에탄올, 클로페네신’과 같은 화학성분이 도대체 피부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소비자가 의미를 해석하기란 불가능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정보였던 셈.

이런 정보 불균형 상태를 해결해보겠다는 포부로 시장에 뛰어든 이가 바로 버드뷰의 이웅 대표와 2명의 고교 동창. 3명의 창업멤버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는 피부과 교수, 화장품 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소비자들이 이름만 들어서는 절대 알지 못하는 화장품 성분의 특징과 영향을 자세히 소개했다. 식약처의 지침에 따라 화장품 포장에 표기되고 있는 전 성분을 미국 시민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대한피부과의사회 등이 고지하는 기준에 맞춰 분석하고 위험 성분, 알레르기 주의 성분 등을 소비자가 보기 편하게 알려준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값진 정보를 제공하자 그동안 ‘깜깜이’ 상태로 화장품을 구매해야 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탈모나 민감한 피부로 고민하던 직장인에서부터 아토피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까지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2030 직장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화해는 서서히 인기 앱 반열에 올랐다. 2013년 7월 출시 이후 4년여간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한 끝에 2015년 2월 100만 다운로드, 2016년 2월 200만 다운로드, 2016년 8월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더니 올해 들어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화장품 구입 전후 화해를 사용하는 사람(MAU·월간 활성이용자 수)은 월 기준 110만 명에 이른다.

보유 데이터양도 4년여 새 무섭게 불어났다. 화해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화장품은 2017년 6월 현재 4757개 브랜드의 8만5000여 개 제품. 국내 출시된 전체 화장품 중 약 70%에 달하는 제품들의 성분 정보가 화해에 모여 있다. 화해는 화장품 리뷰가 공유되는 ‘리뷰 허브’이기도 하다. 230만 건가량의 사용자 리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 중 화해만큼 막대한 양의 소비자 반응 및 평가 데이터를 가진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스레 화해는 대기업들도 무시 못할 화장품 업계의 작지만 강한 플레이어가 됐다. 일부 대기업에서 인수를 고려했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관심의 주인공이 된 화해는 지난 2015년 말 투자자들에게 톡톡한 수익을 돌려주며 나이스그룹에 편입됐다. ‘버드뷰의 독립적인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일궈내지 못한 스타트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성분 분석과 소비자 리뷰, 신뢰와 영향력이라는 화해만의 독자적인 ‘자산’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그 후로도 이용자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온 화해는 이제 광고, 커머스를 통해 영향력은 물론 ‘수익’이라는 토끼까지 잡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화해의 성장 스토리를 DBR이 분석했다.



값진 두 번의 실패, 고배를 마셨지만 ‘교훈’은 거뒀다

‘컨설팅? 금융회사?’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이 뛰질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슴속에 자리한 창업의 꿈에 대한 미련만이 자꾸 그를 괴롭혔다. “딱 3번만 도전해보자.” 다행히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둔 이웅 대표의 곁에는 되든지 안 되든지, 함께해보자는 든든한 고교 동창 2명이 있었다. 의기투합한 3명의 남자들은 다른 동기들이 열심히 면접을 다닐 때 코딩 등 앱 개발 공부를 하며 창업을 위한 실무준비를 해나갔다.

2012년, 첫 번째 시도는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사실 별다른 창업자금이 없는 대학생들끼리 뭔가를 해보기 위해서는 ‘창업경진대회’가 가장 쉬운 통로였다. 갖가지 창업경진대회의 문을 두드렸다. 10여 차례 고배를 마시다가 처음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이 바로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했던 창조관광 사업이었다. 사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여행족도 아니었는데 덜컥 경진대회용 아이템을 낸 것이 수상을 하면서 여행 앱으로 창업의 첫발을 내디딘 셈.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여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에서의 ‘만남’도 큰 의미를 가지는 만큼 여행 중인 사람들이 같은 도시를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었다. 앱의 이름도 travel+friends를 합쳐서 ‘트렌즈’라고 지었다. 나름 신선한 발상이라고 자부했건만 인기 앱을 만드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도 700명 이상으로는 다운로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 700명마저도 사실상 관광공사의 홍보에 따른 것이었다.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이들. 이번에는 가볍게 자판기 사업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자판기 사업에 ‘올인’을 하기보다는 자금력이 떨어진다는 게 굉장히 부담인데 자판기로 꾸준히 현금 소득을 거둘 수 있으면 그것이 향후 제대로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일반 자판기는 도저히 사업성이 없을 것 같아서 머리를 짜낸 것이 헬스장에 들어가는 단백질 보충제 자판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자판기를 구입해 신촌에 3군데에 입점시킨 뒤 상황을 지켜봤지만 소비자들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이제 어느덧 한 번의 기회만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신중하게 해보고, 안 되면 일단 어디든 취업을 해 경험을 쌓고 다시 도전하자.” 앞서 2차례 겁 없이 도전했던 이들은 비로소 두 번의 도전을 찬찬히 복기해보기 시작했다. 한 발짝 떨어져 보니 그들이 저질렀던 실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첫 번째 아이템인 해외여행에서 친구를 연결해주는 앱은 해외에서 매칭이 이뤄져야 하는 등 그들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일정 규모 이상이 돼 쉽게 여행친구를 찾을 수 있어야 가입을 할 ‘니즈’가 있는, 네트워킹 효과가 바탕이 돼야 하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따라서 고도화된 마케팅 능력이 필수였다. 보충제 자판기 사업의 경우, 시장이나 소비자 니즈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했다. 자판기 사업을 하기 전에 ‘헬스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가’라는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안일하게 ‘자판기를 갖다 놓으면 사람들이 헬스를 하다가 먹겠지’라고 기대했는데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헬스를 즐기는 이들은 본인이 까다롭게 검증한 보충제를 사물함에 넣어두고 틈틈이 섭취하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꺼내먹는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지막 아이템은 어떤 것이 돼야 하는가. 뼈아픈 2번의 실수를 경험한 그들은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흥미를 갖고 있고, 끊임없이 학습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결정적인 조건은 큰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섣부르게 아이템을 결정하지 않고 몇 달간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아이데이션(Ideation)’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남성 화장품 시장. 그러고 보니 주변에 한 달에 30만∼40만 원을 화장품에 쏟아붓는 남성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이 출현하고 있었다. 반면 아직까지 화장품의 ‘화’자도 모르는 남성들도 많았다. 이는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순간 머릿속에 ‘큰 그림’이 스쳐 지나갔다. 노트북 하나를 살 때도 몇 달씩 성능을 비교하고, 또 비교하는 남성들의 습성을 화장품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화장품의 스펙을 비교하고 공부하며, 이를 쉽게 고를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 생기면 화장품 시장에 접근하지 못했던 남성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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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


1. 해결하고 싶은 과제에 집중한 화해

이처럼 당초의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처럼 ‘스펙 비교’를 즐기는 남성들을 위한 화장품 큐레이션 플랫폼이었다. 노트북을 살 때 밤을 새워가며 CPU(중앙처리장치) 등 각종 사양을 비교하고, 자동차를 장만하기 전 출력과 엔진스펙을 줄줄 꿸 정도로 공부하는 남성들을 위해 화장품에 대해서도 스펙 분석의 ‘장(場)’을 열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펙 비교를 해주려고 보니 ‘성분’이 자연스레 눈이 들어왔다. 수십만 원짜리 크림부터 단돈 1만 원짜리 크림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 도대체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없었다. “만약 성분만 제대로 정리해낼 수 있다면 ‘A 화장품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제로인데, 용량 10ml당 가격이 제일 저렴하다, 즉 가성비 갑.’ 이런 식으로 분석이 가능해질 수 있을 텐데….” 알고 보니 정부가 시행 중인 ‘전 성분 표시제’ 덕분에 성분을 알 통로가 없진 않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들이 공개해놓은 데이터들만 해도 수두룩했다.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가끔 들여다보긴 하는데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안 보는데…” 대다수의 반응이 그러했다. 성분이 공개되고 있었지만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웅 대표는 돈을 떠나서 꼭 풀고 싶은 커다란 과제를 만난 느낌이었다. 정부는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만 할 뿐 추가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알아서 공부하라는 식이었다. 소비자들에게 이를 제대로 제공하는 민간 업체도 없었다. ‘우리가 여기 뛰어들어 성분을 제대로 분석하고, 쉽게 풀어내줄 수 있다면 어떨까.’ 3명의 창업 멤버는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이라는, 해결하고 싶은 명확하고 큰 과제를 설정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화장품 시장의 하위 카테고리라면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은 화장품 시장과 전체 소비자를 둘러싼 큰 과제였다. 이들에게는 더 가치 있고 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화장품 시장에는 남되 남성 화장품이라는 키워드를 버리고 ‘성분 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과감한 ‘피버팅(Pivoting)’1   이었다.



2. 내가 찾은 ‘문제’가 소비자들에게도
과연 ‘문제’인가, 문제를 검증하고, 또 검증해


물론 그들이 찾은 ‘문제’가 정말 고객에게도 큰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과연 화장품 성분 정보에 대한 니즈가 충분한지, 화장품 성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게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앞서 두 차례 충분한 소비자 조사도 없이 덤볐다가 낭패를 봤던 터라 이번에는 더 세심하게 접근했다.

일단 유사 서비스를 확인해봤다. 제대로 성분분석 정보를 제공해주는 업체는 없었지만 일부 개인 전문가들이 온라인 블로그를 통해 Q&A 형식으로 성분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었다. “A화장품에 대한 성분 분석 좀 해주세요”라고 사람들이 요청을 올리면 전문가들이 어떤 성분들이 들어 있고, 그 성분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분석해주는 식이었다. 해당 블로그들을 한참 둘러보면서 소비자들의 니즈가 충분하다는 믿음은 더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비자들이 해당 블로그를 ‘한 번 이용하면 그 후 반복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취득한 정보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뜻이었다. 제대로 플랫폼을 갖춰 다양한 화장품의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랫폼을 구성할 것인가. 다행히 도처에 데이터는 적지 않았다. 일단 전 성분 표시제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등 상당수 화장품 제조사들이 성분을 공개해두고 있었다. 미국의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등에서 해당 성분의 장단점, 특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런 공신력 있는 협회들의 정보를 잘 모은다면 화장품 성분의 맥락을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해 줄 수 있으리라고 봤다.

실제로 수십 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신감이 붙었다. “A 화장품에는 20가지 주의 성분이나 알레르기 주의 성분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EWG 기준에 따라 전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든 성분이 낮은 위험도의 성분이었지만 자외선 차단 성분인 ‘티타늄디옥사이드’는 중간위험도 성분입니다.” 이처럼 성분에 대한 정보를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해볼수록 스스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웅 대표는 “성분 분석 플랫폼이 소비자들이 화장품에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나 평소 소비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더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일럿 테스트’ 실시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카페 24(www.cafe24.com)’ 사이트에 화해가 기획하던 서비스를 초기 버전으로 제공하고 반응을 살펴봤다. 게시판에 소비자들이 성분 분석 요청을 하면 화해가 분석을 해주고 옆에는 성분 분석 결과가 좋은 제품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플랫폼 형태는 자연스레 웹페이지가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아직까지 화장품의 경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액이 훨씬 높다. 사람들이 편하게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성분 분석을 할 수 있어야 이용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이렇듯 화해는 소비자가 궁금해 하지만 알지 못하는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설정하고 소비자가 진짜 그것을 ‘문제’로 여기는지 검증하고, 또 검증했다. 그 후 해당 문제해결에 집중했다.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를 포함한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을 지켜봐온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스타트업을 죽이는 실수는 딱 하나밖에 없다. 사용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2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최고의 기술이 아니다. 성공의 핵심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 사실 화해의 앱은 ‘사용성’ 측면에서는 화려하거나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40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이 앱을 다운로드한 것은 이 앱만이 해결해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업들이 정작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고객의 문제는 잊고,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에만 치중하곤 한다. 화해는 “화장품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알고 싶다”는 고객들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성분 분석→리뷰→커머스,
소비자 ‘니즈’에 따라 업그레이드된 화해


1.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는 점도 화해만의 특징이다. 최종적으로 앱을 출시하기 전 한 달 동안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도대체 DB를 어느 정도나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방대한 양의 정보를 구축하고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시작한 뒤 데이터양을 늘려 갈 것인가.’

화해는 후자를 선택했다. 단, 앱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바탕이 될 기본데이터는 필요했다. 목표는 ‘3000개’였다. 3000개의 제품 성분 정보를 등록해야 소비자들이 찾아올 매력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동안 이웅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화장품 회사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뒤지고, 백화점에 가서 직접 화장품 성분 정보를 메모해오는 등 발품을 팔아가며 성분 정보 등록에 매달렸다.

그렇게 3000개의 제품 성분 정보를 포함한 후 2013년 7월 출시한 앱 ‘화해.’ 개발자의 도움을 일부 받긴 했으나 3명의 인문계 출신 창업자들이 내놓은 앱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편의성 측면에서 여타 앱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업 멤버들에게는 화해에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보가 있으니 통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업그레이드의 주체를 ‘소비자’로 삼았다. 일단 3000개의 성분 정보로 시작하지만 소비자들이 화장품 사진을 찍어 성분 분석을 신청하면 그에 최대한 응하고 이로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초반에는 앱을 가동하면 바로 ‘문의하기’ 코너가 보일 만큼 문의하기 기능을 메인에 배치했다. 하루에 성분 분석 문의가 200∼300개씩 쏟아졌지만 이것을 밤새워가며 해결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한 유명 뷰티 블로거가 화해 서비스를 언급하자 곧 하루 방문자가 수만 명을 돌파했다. 운도 따랐다. 독성 물질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정부 집계로만 최소 103명의 사망 원인을 제공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 대한 검찰조사가 2016년부터 본격화되는 등3    이른바 ‘옥시 사태’가 우리 사회를 달굼에 따라 사람들은 화학 성분에 대해 더 민감하고 예민해졌다. 그동안은 귀찮으니 ‘모르고도’ 썼지만 이제는 품이 들어가더라도 알아보는 데까지 알아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달라진 태도와 가치관을 가진 똑똑한 소비자에게 화해는 훌륭한 도우미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2.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플랫폼 끝없는 업그레이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못지않게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화해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계속해서 플랫폼을 업그레이드, 또 업그레이드했다. 2013년 앱을 출시한 뒤 2014년 5월 리뷰 서비스를, 2015년 12월 랭킹 서비스를, 2017년 6월 커머스 서비스를 추가했다. 화해는 ‘화장품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서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자’는 큰 비전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성분 분석 정보 외에 화장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일까? 고민해보니 답은 ‘써보니까 어떠했다’는 솔직한 평, 리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순위 매기기를 즐기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스킨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A’라는 식의 랭킹 서비스가 따라와야 했다.

물론 화해의 리뷰는 다른 리뷰와는 달라야 했다. 사실 화장품 리뷰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많았다. 단, 상업적인 리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리뷰, 브랜드에서 직접 작성한 듯을 리뷰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뢰성이 적은 리뷰를 반드시 걸러내야만 리뷰 플랫폼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 화해는 그래서 몇 가지 ‘허들’을 만들었다. 일단 리뷰 작성자가 자유로운 형식으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둘 다 기록하도록 했다. 자유로운 포맷을 가지고 있는 블로그의 경우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변형이 가능하다 보니 광고성의 리뷰나 포스팅을 하기 용이했다. 장점과 단점을 둘 다 기록해야 하는 특정 포맷을 강제하니 광고성 리뷰는 적어지고 훨씬 신뢰도 높은 리뷰가 올라왔다. 두 번째 허들로 내가 리뷰를 작성해야만 다른 사람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블로그의 문제점을 살펴보니 영향력 높은 일부 뷰티 블로거들이 광고성 리뷰들을 작성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리뷰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화해는 콘텐츠 제공자가 소수에 한정돼 있다는 점, 그 집중된 ‘콘텐츠 작성비율’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화해를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들 대다수가 콘텐츠를 작성하도록 만든다면 행여나 그중에 일부 광고성 글이나 상업적인 글들이 섞이더라도 희석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이 두 가지 허들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화해 정보관리팀에서는 매일매일 올라오는 리뷰들에 대해 전체 검수를 시행하고 있다. 상업적인 리뷰를 걸러내기 위한 자체 알고리즘으로 문제가 될 만한 콘텐츠를 1차적으로 걸러내고, 팀원들이 다시 한번 확인한다.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브랜드나 제품은 ‘블랙리스트’로 등록해 브랜드 쪽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 결과 화해의 리뷰는 성분 분석 정보 못지않은 화해의 ‘핵심 콘텐츠’가 됐다. 무려 200만 건 이상의 리뷰가 올라와 있지만 양 못지않게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화해는 ‘랭킹’과 더불어 각종 뷰티정보를 기사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화해 앱의 ‘화플’ 코너에는 계절별 뷰티고민을 만족시켜주는 디테일한 기사들이 시시각각 올라온다. 예를 들어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자외선 차단의 모든 것’과 같은 카드뉴스가 업로드되는 식이다. 이렇게 업데이트되는 각종 콘텐츠들은 적게는 2만여 건에서 많게는 5만여 건의 클릭 수를 기록하며 화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부터는 아예 화해 앱상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게 커머스 기능도 더해졌다. 화장품에 대한 성분 정보를 확인하고 리뷰를 본 뒤 맘에 드는 제품은 아예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게 플랫폼의 기능을 확장한 셈이다. ‘화장품과 관련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앱’을 표방한 것이다. 화해의 열혈이용자들 가운데는 화해가 커머스까지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화장품에 대한 성분 분석 정보와 리뷰를 제공하는 화해가 제품 판매에까지 나서게 되면 ‘판매실적’ 때문에 객관성, 공정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웅 대표는 ‘화해만의 리뷰’는 달랐듯이 커머스도 ‘화해만의 커머스’면 통할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열혈 이용자들의 걱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화해에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 의미를 가질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습니다. 팔릴 만한 제품을 가져와서 파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기존의 그런 커머스 문법을 따르자고 한다면야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곳이 수두룩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성분 분석과 리뷰 콘텐츠, 이를 신뢰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우리가 갖고 있는 두 가지 핵심 경쟁력이라고 봤고 이를 조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화해의 결론은 두 가지였다. 1) 잘 팔릴 만한 제품,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화해 내에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을 판매하자. 2) 그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인위적인 목소리를 넣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의 리뷰 속 생생한 목소리를 살리자.

화해는 ‘이제 리뷰로 쇼핑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화해가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생생한 리뷰라는 엄청난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화해는 A 제품을 소비자들이 왜 좋아하는지 해당 제품에 대한 리뷰 분석을 통해 파악해낼 수 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예로 들어보자. 다양한 강점이 있지만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해보면 ‘수분감이 굉장히 좋다’ ‘화장이 들뜨지 않는다’와 같은 주된 특징이 도출된다. 화해는 광고 문구가 아닌 소비자들의 리뷰에서 찾아낸 이 같은 포인트 중심으로 쇼핑 섹션을 구성했다.

사실 ‘성공’의 열매는 달콤하다. 보통은 그래서 성공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화해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해서 얻은 인기와 인지도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리뷰 플랫폼을 추가했고, 그 후엔 매거진 콘텐츠를 제공하더니,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기능을 추가했다. 지금까지 앱이 출시된 이후 업데이트만 99번. 이와 같이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좇아왔기에 오늘의 화해가 있을 수 있었다. 이웅 대표는 “한 번 뜬 인기스타도 그 인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처럼 유저들이 계속 앱을 사용하게 하는 것도 서비스적으로 굉장한 난제(難題)였다”며 “데이터 분석과 사용자 니즈 분석을 지속하면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도움이 돼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화장품 정보를 얻고 구매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인가. 그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성분, 리뷰, 랭킹에 이어 매거진 콘텐츠와 쇼핑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화해 서비스 중심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있다. 매일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요청과 문의를 CS팀에서 통계를 내 매월 “화해 유저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가”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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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화 서두르지 않고 소비자들의 신뢰
먼저 쌓으니 자연스레 업계에서도 ‘파워’ 생겨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들은 긴 시간 동안 이용자 확보에만 주력하며 수익화를 미뤘다. 그 후 이용자가 절정에 이른 순간 게임과 커머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지금의 천문학적인 매출 규모를 달성할 수 있었다.4  앞서 보듯 화해도 섣불리 수익화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화해의 플랫폼 영역을 확장해왔다. 화장품 분석 정보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화해만의 리뷰’ ‘화해 랭킹’을 선보이는 식으로 말이다. 돈이 되는 광고나 커머스는 2016년 이후에야 도입됐다. 사실 더 빨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싶었다면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화해는 좀 더디더라도 탄탄한 신뢰도를 쌓고 이용자 규모를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는 도리어 화해의 공정성과 영향력을 높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화해의 수익이 ‘숫자’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게끔 만들어줬다.

실제로 2015년 말까지 별다른 매출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에서 화해에의 투자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상당히 진지하게 화해 인수를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화해는 독립적인 경영권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2015년 말 금융정보기업 나이스그룹 신사업 부문으로 편입됐다. 당시 뚜렷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화해에 눈독을 들였던 것은 업계에서 화해의 열혈유저, 신뢰도, 리뷰 데이터 등의 가치가 확실하게 평가됐다는 이야기다. 이웅 대표는 “나이스그룹은 결국 신용평가와 밴 사업 등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경쟁우위를 가져가는 기업”이라며 “현재 화장품 시장에서 파생되는 각종 데이터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그것을 유용하게 이용할 것인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화해를 ‘한 식구’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화해가 가진 영향력을 활용하고픈 화장품 회사, 유통회사들의 러브콜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7월에도 화해는 신세계백화점 전 점에서 ‘코스메틱 페어’를 진행했다. 브랜드별로 화해 랭킹 상위 화장품에 ‘화해 마크’를 부착하고 고객에게 선보인 것이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화해 랭킹 베스트제품이 포함된 기획세트를 구성해 판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해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들로서도 화해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화해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성분과 같은 화장품 정보에 기반해 쇼핑을 즐기는 ‘적극적이고 준비된 화장품 소비자’라는 특성이 있어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사실 초창기만 해도 화장품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성분을 분석하고, 리뷰를 공개하는 것이 문제 아니냐”며 상표권 침해, 영업 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브랜드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학습효과가 생기며 업체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성분 분석 정보가 신경 쓰이긴 해도 화해에서 유저들의 관심대상이 되는 것이 그들 제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려주며, 또 이제 화장품 구매시장도 모바일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화해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지명도를 높인 중소 브랜드도 적지 않다. 아로마테라피를 테마로 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경우 브랜드 파워는 약했지만 EWG로부터 안전한 화장품에 선정될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화해를 통해 천연성분을 사용했다는 점과 사용후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아빠가 만든 화장품’이란 콘셉트의 ‘봄비’ 역시 2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중국까지 진출했다. 역시 화해에서 좋은 평가로 입소문을 탄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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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속적인 수익모델 구축은 ‘숙제’

물론 화해에는 적잖은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과제라고 한다면 단연 영향력을 쌓을 수 있는 만큼 쌓았으니, 이제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광고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화해 앱에 2016년 광고를 도입했는데 작년 광고주가 30곳이었던 것이 2017년 상반기 200곳으로 늘어났다. 하반기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온라인 커머스를 시작한 데 이어 이르면 내년 오프라인 스토어에도 진출한다. 올리브영부터 시작해서 롭스 등 수많은 드럭스토어들이 현재 오프라인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화해는 신개념 드럭스토어로 빈틈을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오프라인 드럭스토어에는 단순히 많은 제품들이 진열만 돼 있을 뿐 물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점원 눈치를 보며 화해를 체크하거나 네이버 검색을 하며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화해는 기존 화해 콘텐츠와 사용자 데이터가 결합된 오프라인 쇼핑 영역을 만든다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화장품 구매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화해의 오프라인 스토어로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이런 드럭스토어에 대한 니즈가 존재하며 오픈 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화해의 청사진은 아마존이 2015년 말부터 오픈하기 시작한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를 연상시킨다. 미국 시애틀, 포틀랜드 등에 오픈돼 있는 아마존북스는 일반적인 오프라인 서점과는 다르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돼 있다. 주요 코너에 아마존닷컴에서 별 5개 만점 중 4개 이상을 받은 책들이 전시되며 별 4.8개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책들을 가장 눈에 띄는 입구에 배열된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앳코스메’가 화해 오프라인 매장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앳코스메’는 리뷰를 등록해 평점을 기록할 수 있게 한 화장품 포털. 일본 여성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할 만큼 대중적인 서비스인 앳코스메는 오프라인 매장 사업도 벌이고 있어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목소리가 막강하다. 아마존 북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앳코스메 역시 온라인에서 경험하던 것을 오프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기존 드럭스토어들이 브랜드 위주로 제품을 진열해놓았다면 ‘각질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매긴 베스트 스킨 1∼5위’ ‘피부톤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매긴 1∼5위’ 등 온라인상의 랭킹 정보를 가져와 소비자들이 더 쉽게 물건을 고르게 하는 식이다. 바로 옆에는 피부에 직접 발라볼 수 있는 ‘트라이얼 존’이 마련돼 있으며 각종 소비자 리뷰가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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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개인화된 서비스에 대해서도 욕심을 내고 있다. 화해의 커머스 기능이 더 자리가 잡히면 구매 데이터가 축적된다. 그럼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로 그 사람의 개인적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볼 수 있다. 현재 화해 데이터팀에서는 AI나 머신러닝 등을 통해서 어떻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소비자 개개인별로 가장 적합한 화장품을 권유해주는 ‘챗봇 서비스’도 후보 중 하나다.

화장품 기업들을 향한 컨설팅도 화해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회사들은 200만 건이 넘는 화해의 방대한 리뷰 데이터를 제대로 학습할 경우 상품 기획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화해는 현재 화장품 브랜드 A사에 데모 버전의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이웅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는 수익모델 창출, 그 이상이다. 서비스 영역 확대를 넘어 화해를 통해 화장품 시장의 구매패턴 자체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다. “브랜드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성분을 제대로 알고, 리뷰를 확인하고, 똑똑하게 선택하는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500만 건을 넘어섰는데 이것이 2000만∼3000만 건이 되고, 활성화 사용자가 100만에서 300만 정도로 늘어나면 ‘배달의민족’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 정도로 사용자 풀이 확대되면 배달의민족이 배달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듯이 화해도 확실히 화장품 시장의 한 축을 바꿔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하고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실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기반의 사회’로의 이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 및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창업의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하지만 공공 데이터와 산업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데이터의 비즈니스화 자체의 난도도 상당하며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난 이후에도 데이터 이용에 대한 신뢰의 문제, 혁신에 대한 저항 등으로 인해 사회에서 수용되기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화해는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하고 어떻게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가 성공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DeLone & McLean(1992)의 IS Success 모형6   을 분석의 틀로 활용해 성공요인을 살펴보려 한다. 사용자의 사용 의도와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시스템 품질, 정보 품질 및 서비스 품질을 분석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웹 및 앱과 같은 정보 시스템의 성공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데 화해의 사례를 이에 비춰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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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품질은 정보의 완전성, 용이한 이해, 개인화, 관련성, 안전 등의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다. 화해는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유해물질 및 화장품 성분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완전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의 가시성 및 이용 가능성을 개선하고 ICT의 발전으로 인해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높은 ‘정보 품질’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많은 유저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지속적 이용 의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 품질은 확신성, 공감, 반응성 등을 의미한다. 화해는 화해와 사용자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리뷰 허브’로 기능하며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의 리뷰에 공감하고, 확신성을 가지고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화해라는 리뷰 플랫폼 안에서 사용자들이 정보 소비자인 동시에 정보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230만 건이 넘는 화장품 리뷰 데이터가 모이는 정보 플랫폼인 화해의 서비스 품질은 이렇듯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서 소유자-소비자, 소비자-소비자의 영역에서 확장되고, 또 향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용 가능성, 적응 가능성, 반응시간, 이용 용이성 등이 주요한 하위 요인인 시스템 품질에 있어서 화해는 유저들이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하는 데 장시간 걸렸던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스티븐 코비(2006) 7   는 자신의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신뢰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신뢰의 수준을 경제적인 성과를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규정했다. 스티븐 코비가 주장한 신뢰의 5개 차원에 비춰 화해를 바라보면 수익화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해오며 획득한 신뢰가 결정적으로 화해의 성공에 작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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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와 같이 신뢰는 자기신뢰, 관계신뢰, 조직신뢰, 시장신뢰, 사회신뢰의 총 5개 차원으로 구성된다.8    화해는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이라는 산업적, 사회적 과제를 해소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는 창업 당시의 전략과 자세를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앱이 출시된 이후로 업데이트만 99번을 시행하며 변화하는 제품과 산업 환경에도 변함없이 소비자들의 ‘니즈’에 응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관계 신뢰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는 시장 신뢰로 이어져 코스메틱 산업 내에서 화해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했고 신세계 등의 다수의 기업들이 함께 협력하고자 하는 위치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러한 신뢰 획득에 이르기까지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쉬운 방법과 타협하지 않고 다 함께 화해를 지켜온 조직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제 화해는 신뢰 기반의 영향력을 보다 확대,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패턴 자체를 바꾸어 시장 자체의 패러다임을 스마트해진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정보 불균형을 해소시켜 소비자들이 브랜드 중심이 아니라 성분 중심, 실제 리뷰 중심의 스마트 소비를 하게끔 만들어 건강하고 소비자 지향적인 시장 형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5번째 차원인 사회신뢰의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하겠다. 화해는 성장을 거듭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며 이는 신뢰의 속도와 비례한다. 이러한 화해의 사례는 단발성 차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미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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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


화해가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선도해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도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라는 이점을 살려서 코스메틱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정보 플랫폼을 넘어 실제 코스메틱 비스니스의 상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보고 선택하고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Stitch Fix’와 같이 소비자가 개인의 신상정보 및 선호정보 등을 입력하기만 하면9   개인맞춤형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고객 리뷰뿐만 아니라 전문 뷰티 컨설턴트와의 합작을 통해 소비자에게 빅데이터 분석 및 전문가 조언으로 추천된 화장품을 ‘토털 뷰티 케어 패키지’로 구성해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에 그동안 구축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광고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활용,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10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면 계속해서 신뢰받는 선도적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시도와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추구하면 사용자 유입이 더 많아질 것이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사회 및 시장의 행동 패턴까지 변화시키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살펴보면 플랫폼의 개념이 단순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예: Facebook, Airbnb, Netflix 등)로 확대되면서 시장에서 플랫폼의 ‘중개자(Aggregator)’로서의 전략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으며 네트워크 효과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의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화해가 업계의 앱 플랫폼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의 활동을 극대화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많은 참여자들이 상호작용을 나누며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Bonchek과 Choudary(2013) 11   의 연구에서처럼 화해와 같은 플랫폼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자와 수요자 간의 연결을 촉진시켜주는 ‘Matchmaker’로서의 역할과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또 이 같은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시장수요와 환경변화에 맞춰 정보, 시스템, 서비스 분야의 품질요소들이 소비자들의 기대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jichoi@soongsil.ac.kr

최정일 교수는 미국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INSEAD에서 초빙 연구원과 미국 보스톤 소재 Merrimack대에서 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ICT 기반의 서비스 혁신 및 수용, 서비스 디자인 분야이며 한국IT서비스학회(2018년 차기 회장)와 품질경영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서비스경영 4.0>과 <디지털경영과 경영정보론>등이 있다.

기타 참고문헌

김근형, 윤상훈 (2012). SNS 사용자 만족도의 영향요인 도출 및 서비스 형태별 비교 분석, 인터넷전자상거래연구, 12(1), 125-143.


コンバージョン数(conversions)

  • 意味:広告をクリックしてサイトを訪れたユーザがそのサイト上で商品の購入や会員登録、お問合せなど広告を出稿している広告主にとって成果とみなされる行動をとった数のこと

インプレッション数(impression)

  • 意味:広告が表示された回数のことで、広告が表示された回数が多いということは自社の広告文や広告画像がインターネットユーザの目に入る機会が多いということ

リスティング広告(listing advertisement)

  • 意味:検索エンジンの検索結果にユーザが検索したキーワードに連動して掲載される広告のこと、検索連動型広告やPay Per Clickとも呼ばれ広告がクリックされると費用が発生する。Google広告やYahoo!広告が代表的

ROI(Return On Investment)

  • 意味:かけた広告費に対して得られた利益を%で表したものです。(ROASが売上、ROIが利益と考えるとわかりやすいです)
    ROIの計算式と計算例
  • 計算式:「ROI=広告経由の利益÷広告費用×100(%)」となります。
    たとえば、雑誌広告に50万円あて、そこから得られた売上のうち、利益が70万円だった場合、ROIは140%となります

ROAS(Return On Advertising Spend)

  • 意味:かけた広告費に対して得られた売上を%で表したものです。(広告費の何%売り上げが上がったか)
  • ROASの計算式と計算例
    計算式は「ROAS=広告経由の売上÷広告費用×100(%)」となります。
    たとえば、雑誌広告に50万円あて、そこからの商談で150万円の売上が得られた場合、ROASは300%となります。
    各値を求める場合はこうなります。

ROAS = 広告経由の売上÷広告費用×100(%)

  • 広告経由の売上 = 広告費用×ROAS÷100(%)
  • 広告費 = 広告経由の売上÷ROAS÷100(%)

CPO(Cost per Order)

  • 意味:(本商品や定期コースの)受注1件あたりにかかった広告費

  • 計算式:広告費÷(本商品や定期コースの)受注件数

CPR(Cost per Response)

  • 意味:(お試しやサンプルなどの)申し込み1件あたりにかかった広告費

  • 計算式:広告費÷(お試しやサンプルなどの)申し込み件数

CPO(Cost per Acquisition)

  • 意味:(本商品購入やサンプル申し込みなど)コンバージョン1件あたりにかかった広告費

  • 計算式:広告費÷(本商品購入やサンプル申し込みなど)コンバージョン件数

アフィリエイト(Affiliate)

  • 意味:「アフィリエイト広告」とは、通常「成果報酬型広告」を指します。
    広告は通常、広告枠に「掲載」されることで広告費が発生しますが、アフィリエイトは掲載(露出)だけでは広告費は発生しません。また広告が「クリック」されただけでも課金されず、広告をクリックしたユーザーがコンバージョン(ショッピングサイトであれば「購入」、資料請求などを目的としたリード型サイトであれば「資料請求」、「会員登録」などのアクション)をした場合に広告費が発生します。
    アフィリエイト広告主側からみると、CPA(コンバージョン単価)を指定できるため、当然ながら非常に費用対効果はよいのですが、媒体側の利益の都合などもあり、プロモーションにより向き・不向きがあります。(https://webbu.jp/affiliate-advertising-355)

CVR(Conversion Rate)

  • コンバージョン率。広告がユーザーにクリックされた回数のうち、それがサイトの目標とされる購入や会員登録などの成果(コンバージョン)に結びついた割合。

  • 計算式:CVR=広告による発注額÷広告費用÷CPC
          =広告による発注額÷広告費用÷(広告費用/Click)

CPC(Cost Per Click)

  • クリック単価。リスティング広告や一部のバナー広告など、ユーザーのクリックごとに広告費が発生するクリック課金型のネット広告において、クリック1回あたりにかかるコスト。

  • 計算式:CPC=広告費用/Click

CPA(Cost Per Action)

  • 意味:CPAは、Cost Per Actionの略で、ユーザーの1アクションごとにいくら費用がかかったかを示す数値です。CVRと考え方は似ていますが、CPAは1コンバージョンあたりにかかったコストを示します。CPAは費用対効果を判断する上で1番ダイレクトな指標になり、実際にかけた広告費用に対していくら売れて、1つ売るのにいくらの広告費用を費やしたかがわかるのです。

  • 計算式:「CPA=広告費用÷コンバージョン数」で計算することができます。10,000円の広告費用をかけて売上が100件だった場合、1コンバージョンにおける費用は100円ということになります。また、広告費用に対してCVRが下がればCPAは上がることになります。

CTR(Click Through Rate)

  • 클릭률

http://www.ciokorea.com/t/22000/ai/149225


신세계아이앤씨, AI 수요예측 플랫폼 ‘사이캐스트’ 본격 사업화 

편집부 | CIO KR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 개발한 AI 수요예측 플랫폼 ‘사이캐스트(SAIcast, SHINSEGAE AI forecast)’로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이캐스트’는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AI 수요예측 플랫폼으로, 상품별 맞춤형 알고리즘 학습을 기반으로 일자별, 상품별 판매량을 미리 예측한다. AI가 예측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주 시스템을 통해 상품별 수요에 맞춰 발주도 자동으로 진행한다.


기존에는 유통매장에서 과거 판매 데이터만으로 자동 발주 후, 매장 재고 상황에 맞춰 직원들이 추가 발주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하지만 사이캐스트는 판매 데이터 이외에도 날씨, 가격, 프로모션, 시즌 등 수 백 가지 다양한 변수를 기반으로 매일 상품별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발주 시스템에 데이터를 전달해 필요한 상품 수량만큼 자동으로 발주한다. 매장에서는 상품 폐기율, 결품으로 인한 판매기회 로스(Loss), 과다재고로 인한 재고관리 비용 등을 낮추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사이캐스트는 구축형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초기 구축비용의 부담이 낮고, 별도 개발기간 없이 데이터 확보 후, 즉시 수요예측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웹기반의 대시보드와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툴을 제공하고, 기업이 가진 데이터 특성에 맞춰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해, 보다 정교하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마트 2개 매장에 사이캐스트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현재 사이캐스트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 등과 PoC를 진행 중이며, 이마트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지속 협업할 예정이다.

신세계아이앤씨 양윤지 IT2담당 상무는 “신세계아이앤씨는 단순한 AI 기술 연구가 아닌 유통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다양한 시장에 확대할 수 있는 AI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이캐스트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AI 수요예측 플랫폼으로 실제 대형 유통매장에서 효과를 입증한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아이앤씨는 AI 전담 조직을 통해 유통산업에 특화된 AI 비즈니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는 구글 기술 기반의 쇼핑 전용 AI챗봇 플랫폼 ‘SAIbog(SHINSEGAE AI Bot on Google)’을 개발해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TV쇼핑에 도입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챗봇인 ‘S봇’은 월평균 7만 명이 사용하고, 문의건수는 16만 건에 달한다. ciokr@idg.co.kr



원문보기:
http://www.ciokorea.com/t/22000/ai/149225#csidx23f79095a5a0d7fac6cbca8e98e3cc7 

http://www.ciokorea.com/interview/21095?page=0,1


AI 프로젝트의 쓰디쓴 현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Clint Boulton | CIO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가트너의 전문가들은 기업이 AI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IT 부서와 현업 부문의 협업을 솔루션으로 제시한다.

AI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전략, 프로세스 변화에 대한 형편없는 접근방식, 전문 지식 및 일반적인 기술에 관한 이해 부족으로 많은 기업이 AI로부터 가치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Getty Images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MIT Sloan Management Review)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이 공동으로 발표한 ‘AI로 승리하기: 개척자는 전략, 조직 행동, 기술을 결합한다(Winning With AI: Pioneers Combine Strategy, Organizational Behavior and Technology)’ 보고서에 따르면 AI에 투자한 기업이 전체의 90%에 달했으며, 이중 어떤 형태로든 성과를 거둔 기업은 4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전 세계 97개국 약 2,500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기초한다.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조심해야 할 5가지 위험 요소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살펴본다. 

1. IT 부서가 주도하는 AI 프로젝트는 기회 낭비로 이어진다
BCG의 AI 및 빅데이터 분석 부문을 공동 지휘하는 파트너 셔빈 코다반데는 많은 기업이 EPR 시스템 구축처럼 IT 부서로 하여금 AI 개발 및 도입을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일반적인 AI 솔루션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중대한 실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 BCG 고객사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해당 기업의 IT 부서는 머신러닝 기술과 클라우드 인프라에 8,5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웹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고 코다반데는 설명했다. 

기업은 AI 이니셔티브를 비즈니스 전략과 정렬해야만 한다. 즉 AI 전략은 IT 부서가 아닌 CEO 또는 해당 기술의 혜택을 받을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곳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적절한 프로세스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해 AI의 구축과 활용을 정렬시킬 수 있다. BCG와 MIT에 의하면 AI 투자로 성과를 낸 기업의 88%는 AI 이니셔티브를 디지털 전략과 통합하는 경향을 보였다. 

2. 기술 함정
IT 부서가 주관하는 AI 프로젝트는 해당 기술에 대한 한정적인 시야를 제공하기 쉽다. 이로 인해 AI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솔루션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 결과 기업은 ‘AI가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솔루션을 멀리하게 된다. 

MIT와 BCG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통해 성과를 거둔 비율은 CIO가 AI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업의 경우 17%에 그쳤지만, CEO가 직접 주관하는 경우 34%에 달했다.

AI로부터 가치를 창출했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AI가 기술적 기회일 뿐만 아니라 인재, 데이터, 프로세스 변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전략적 이니셔티브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AI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AI 전략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요구된다. 

3.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증후군
IT 부서가 최신 기술에 현혹돼 동력을 확보하지도 혹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지도 못하는 개념 증명을 진행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개념 증명을 시도해볼 역량도 제한적이다. 

코다반데는 “개념 증명에서 일부 AI 기능을 구축하고 효과가 있는지 보는 것을 일컬어 PoC 증후군이라 하는데, 이는 시간 낭비다. 시도해 봤지만 확장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즉 기술과 비즈니스 성과를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다. 

개념 증명을 줄이고, AI가 실제로 필요한 곳으로 방향을 맞출 필요가 있다. AI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성장을 촉진하고 이윤을 높이며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AI가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시도는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 통합된다. 코다반데는 “성공한다면 이런 아이디어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고 기업은 이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라고 말했다.

4. 전문 지식과 인재 공백이 AI 도입을 방해한다
개념 증명은 인재 공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트레이시 차이는 AI의 가치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술 인재나 혹은 제품의 고유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는 또는 AI 제품 관리자가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때때로 데이터 과학자들조차 AI가 비즈니스를 어떻게 강화할지 모델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I 툴을 확보하는 경로는 제각각이다. 경우에 따라 현업 부문이 IT 부서의 지원을 받아 AI 솔루션을 구축하는 내부 데이터 과학자가 있을 수 있다. 또는 현업 부문과 IT 부서 모두 데이터 과학자가 없어 AI 솔루션 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현업 부문이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우므로 IT 부서와 협력해 솔루션 파트너를 선정하고 비즈니스 사용 사례를 확보한다. 또 다른 기업은 IT 부서가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현업 부문과 협력하여 개념 증명을 진행한다. 

차이 애널리스트는 IT 부서, 현업 부문, 데이터 과학자가 개념 증명을 구축하기 전에 합의된 기대치에 도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온톨로지에 대한 합의, 추출한 데이터 분류, 투입 값을 해석하는 방법, 머신러닝 모델의 결과 값에 대한 기대치 등을 포함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AI 개발 및 활용에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거나 신규 교육 및 재교육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5. 프로세스 변화 실패
일부 기업은 AI 도입 시 필요한 프로세스 변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홍보 캠페인을 위한 소비자 데이터 수집 과정을 AI로 자동화하는 경우 일부 마케팅 팀의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 그 대신 해당 인력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역할로 재배치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이런 변화에 대비하는 것은 아니다. 

코다반데는 “궁극적으로 AI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은 프로세스 변화를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으로 보며, AI 전략을 전체적인 비즈니스 전략에 통합시킨다”라고 전했다.

프로세스 변화에는 AI 구축과 활용을 정렬시키는 것이 포함된다. 또한 비즈니스 목적에 부합하는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략, 데이터 과학, 기술팀들이 협업해야 한다고 코다반데는 조언했다. 다양한 배경, 교육 수준 및 경력을 지닌 전문가 조직(CoE)을 구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코다반데는 AI가 중요한 전략적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기업이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역으로 중대한 전략적 위험이 될 수 있다. 기업은 AI를 핵심 비즈니스 전략과 프로세스에 제대로 통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원문보기:
http://www.ciokorea.com/t/22000/ai/149269#csidx5d8f0b4f2e5a6a692d5852bf00f7ffc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TV의 미래는?

세대간의 컨텐츠 소비 문화와 방식의 차이가 극대화 되는 현상과 함께 지금 미디어 시장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TV 시장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TV를 거의 시청하지 않으면서도 예전 세대에 비해서 훨씬 많은 TV 컨텐츠를 웹하드나 웹이나 모바일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등을 통해서 소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전년대비 무려 15%나 감소하는 등 컨텐츠 소비의 추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매체와 스마트 기기에서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세대가 성장해 나가면서 전통적인 TV를 둘러 싼 산업의 생태계의 변화는 훨씬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방송사, Youtube, NetFlix 와 같은 컨텐츠 사업자가 아닌 삼성, LG 그리고VIZIO와 같은 TV 제조사들도 컨텐츠 시장에 눈을 뜨게 만들고 있다. 물론, 세대간의 컨텐츠 소비 성향과 주요 소비 플랫폼의 축이 옮겨가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미국 가구에서 최소한 한대의 커넥티드TV 세트를 가지고 있고 이 수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사실을 보면 아직까지는 길이가 긴 Long-format 영상의 경우는 거실의 대형 TV와 같은 최상의 조건의 스크린에서 감상하고 싶은 욕구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아직까지 영화관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영화와 같은 Long-format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유와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혼돈의 시기임이 분명하다.
 
TV제조사들의 위기의식은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사실, 예전부터 삼성과 LG 그리고 VIZIO와 같은 TV 제조사들은 TV의 플랫폼화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마도 그 배경은 관련 기술 성장동력의 한계로 인한 TV 하드웨어 판매가 점점 고착화될 것이라는 판단과 중국 메이커들의 약진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평범한 송수신 디스플레이에서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는 이 스마트TV로 진화했고 이제는 단순히 화면의 크기와 두께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까지 그 기술이 진보 했다. 화질 역시 현재 이상의 화질 수준부터는사람의 눈으로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여 매력적인 요소가 되기 어려워졌다. 심지어 이제는 TV를 구부리기까지(?)하여 Curved TV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놓으며 소비자들에게 현실감의 증가를 차별화 요소로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V 제조사들은 더 이상 하드웨어의 차별화로 승부를 걸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스마트TV를 단순한 스크린을 제공하는 하드웨어가 아닌 새로운 광고를 팔 수 있는 컨텐츠 플랫폼으로써의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삼성을 시작으로 TV 제조사들은 ACR(Automatic Content Recognition) 기술을 탑재하여 TV의 스크린 단위에서 시청자가 소비하고 있는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TV가 예전에 TV로써는 할 수 없었던 시청자가 보는 컨텐츠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1)Tracking, 2)Replacement, 3)Analytic 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을 통해 기존의 인터넷 매체에서만 할 수 있었던 ‘쌍방향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삼성은 이미 2012년부터 미국에 출하되는 대부분의 스마트TV에 ACR을 탑재하여 수천만의 잠재적 광고판을 깔아내기 시작하였으며 실제로 작년 수퍼볼 (Super Bowl)에서는 삼성 스마트TV 사용자들만을 대상으로 새로운 인터렉티브 광고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광고주와 방송사들과의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화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LRG (Leichtman Research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이제는 미국 가구의 56%가 최소한 한대의 TV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커넥티드 TV 라고 하며 이는 xBox와 같은 비디오게임이나 Smart TV 그리고 Apple TV, Chromecast 같은 장비를 통한 연결까지 포함되어 있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숫자이다. 2010년에 24%에서 2013년에 44%였던 수치를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TV 화면이 인터넷에 연결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TV의 인터넷과 연결되는 속도가 증가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TV에서 컨텐츠가 소비되는 변화도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 성인의 29%가 이제는 인터넷에 연결된 TV를 통하여 컨텐츠를 시청하고 있으며 이것 역시 2010년의 5%, 2013년의 17%에 비하여 매우 가파른 속도로 TV를 통한 컨텐츠 소비 패턴의 가속화를 볼 수 있다. Netflix의 경우에는 스트리밍 비디오 사용자의 85%는 PC가 아닌 TV에서 구매한 컨텐츠를 직접 스트리밍 받아서 시청을 하고 있다.
 
Digital TV Research의 2014년 조사 결과를 보면 xbox와 같은 게임 콘솔로 시작된 커넥티드 TV의 형태의 변화는 흥미롭다. 2020년이 되면 게임 콘솔로의 연결은 크게 줄어 들고 스마트TV와 Apple TV와 같은 Streaming set-top box를 통한 커넥티드 TV의 형태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40% 가까이는 TV 제조사가 직접 만든 스마트TV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외의 지역을 보더라도 현재 영국에서는 90%의 가까운 가구수가 스마트TV를 통하여 TV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며 유럽의 다른 지역도 7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TV 사업자들의 TV라는 디스플레이의 플랫폼화에 대한 노력과 함께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보여지는 커넥티드 TV 의 도입 속도가 맞물려지면 분명히 큰 플랫폼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TV 제조사들이 지금까지 준비하며 갈망하고 있는 TV 하드웨어의 플랫폼화의 성공과 함께 시청률의 재정의와 이에 따른 TV 광고 형태의 변화 그리고 더불어 MCN과 같은 개인 방송의 등장으로 인한 기존 컨텐츠공급자들의 영향력의 약화가 맞물리면 이 시장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TV 제조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중심적 철학과 입지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IPTV를 시작으로 커넥티드 TV의 형태가 자리 잡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그 변화의 조짐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2010년에 출시된 이후 스마트TV는 커넥티드 TV로써는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제공했던 방송 정보나 날씨정보 서비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과의 연계 서비스 등 아주 기초적인 서비스들 조차 사용자들에게 외면 당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자체적으로 콘텐츠 수급을 시작하고 있고, 거실의 스마트TV를 인터넷에 연결시키게 하기 위한 기술 혹은 플랫폼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국내 TV 제조업체들이 인터넷만 연결하면 무료로 각종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출시 했다. TV 제조업체가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츠 부문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이런 행위는 단순히 스마트TV 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이나 영업 활동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움직임의 바탕에는 미국서 이미 일찍이 시도하고 있었던 TV의 플랫폼화 전략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기존 TV 생태계의 다양한 사업자들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더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스마트TV에서 일어 나고 있는 TV 스크린 자체의 플랫폼화와 이를 기반으로한 다양한 시도들의 결과는 머지 않아 우리 거실 안에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컨텐츠의 제작, 유통, 소비 그리고 광고의 영역까지 전 생태계에 큰 변화의 바람이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TV 제조사들의 스마트TV의 플랫폼화은 이것을 더 극명하게 가속화 시킬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 했을 때와 같이 플랫폼의 새로운 등장과 생태계의 급속한 변화는 기업가에게 시대가 주는 좋은 기회와도 같은 것이다.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TV 환경에서 게임에 가까운 실시간 인터렉티브 컨텐츠부터 정밀한 시청률과 감성 엔진이 결합된 좀 더 개인화된 TV 광고 그리고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실시간 시청 데이터 기반의 TV 광고 인벤토리의 경매 플랫폼 등 만들어질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의 사업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이 격변하는 시장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기업가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https://www.mizuho-ir.co.jp/publication/contribution/2017/seikyo1701_02.html


2.AIが産業構造に与える影響

(1)第4次産業革命

AI、IoT、ビッグデータの産業への活用については、ドイツが提唱・推進している製造業の革新「インダストリー4.0」、米国におけるITと製造業の融合である「インダストリアル・インターネット」の流れが世界的なものになりつつあり、「第4次産業革命」と呼ばれることも多い。

このような流れを受けて、政府の産業構造審議会新産業構造部会は現在検討している「新産業構造ビジョン」の中間整理で「AI、ビッグデータ、IoT、ロボットの技術革新は大量データの取得・分析・実行を可能にし、情報制約の克服、物理制約の克服等を可能にし、これらとビジネスが結びつくことで[1]革新的な製品・サービスの創出(需要面)、[2]供給効率性の向上(供給面)の両面からあらゆる産業で破壊的イノベーションを通じた新しい価値が創出される」としている。

図1に示した[1]~[5]のようなことが可能になるとしており、そこへの対応の具体化が今後の産業戦略として重要であると捉えている。

これらがどの程度現実のものになるかは今後の状況次第であるが、AI、IoT、ビッグデータの産業へのインパクトの大きな方向感としては留意すべき内容であるといえよう。

図1 第4次産業革命
図表1
(資料)経済産業省 「新産業構造ビジョン」―第4次産業革命をリードする日本の戦略―

(2)AIの産業セクター別のインパクト

続いてAIの産業別の用途についてもう少し具体的にみることとする。AIの産業における機能・用途の類型は様々なものが考えられるが、ここでは「予測・検知」「自然言語処理」「画像・音声認識」という3つの分類でみることとする。

表2にAIの用途と適用される産業分野を例示した。

これを見ると、幅広い業種の様々な業務に適用されることがわかる。産業にとっての意味を大きく分けると異常検知や売上予測、各種自動化による合理化・コスト削減と「個人レベルの発注予測」「発がん・発症リスク評価」などの付加価値サービス/新サービスの創出がみられる。

一方、前節で述べたように現在主流となっている機械学習等のAIは豊富なデータの存在を前提としており、[1]自身がコアとなるデータを持っているか、[2]それを異業種のデータと組み合わせてより豊かなデータ資源を確保できるかが産業競争力の優劣に直結する可能性がある。

このような見方をすると多くの顧客データ等を保有する「ビッグデータ・プラットフォーマー」こそがAIビジネス時代には優位を持つ可能性がある。例えば、多くの顧客データを保有している通信事業者、電力・ガス事業者、共通ポイント事業者、クレジットカード事業者、ネットショッピング事業者、検索サービス事業者などが潜在的な優位性を有しているとも考えられる。ただし、単独ではそれほど多くの用途や価値を生み出すことは難しいため、業界を超えた連携のエコシステムを作り上げたところが優位になると考えられる。

また、AI・IoT・ビッグデータを活用することによって、従来の産業セクターの垣根を越えた新規参入や連携がなされる可能性がある。

典型的な例としては自動車産業が挙げられる。AIをキーテクノロジーとした自動運転が次世代自動車市場における優勝劣敗を分ける可能性があるが、現在IT企業であるグーグルが自動運転技術で先頭グループの1つとなっている。グーグル自身は「自動車の製造を行う」ことは否定しているが、自動車のもたらす付加価値のうちコアの部分を握ることになれば、自動車産業界における「分け前」も当然多くなる可能性があり、産業地図が塗り替えられることになりうる。国内でもIT系企業であるソフトバンクやディー・エヌ・エーが自動運転技術をコアとしたバスやタクシーの実証実験を行っており、他産業から自動車産業への参入の可能性は今後も高くなっていくものと考えられる。

一方、自動車製造業側も一部の企業でカーシェアリング事業に本格的に取り組むようになっている。また、有力タイヤメーカーであるミシュランはトラック向けタイヤについて、リースを行ってユーザーの使用状況をセンシングすることで走った距離分のサービス料金(メンテナンス分も含む)を徴収するサービスを展開している。このように、AI・IoT・ビッグデータをてこに製造業からサービス業への参入を図る動きもある。

また、自動車の電子化・自動運転技術の開発や製造現場で培った技術をベースにパートナーロボットの開発を手掛けている企業もみられる。これも従来の「自動車」から家庭内や屋内も含めた「モビリティ」やさらにその延長線上にある「生活行動サポート」に参入しようという動きであると考えられる。パートナーロボットのビジネスでは製造技術もさることながら、点検・メンテナンスも重要であると考えられるが、自動車産業は自動車整備分野で類似の技能やノウハウを有しており、パートナーロボットが普及した際の有力なプレーヤーになると考えられる。

このように自動車産業1つ取ってもAI・IoT・ビッグデータをキーとした相互参入が促進される可能性があることがわかる。

表2 AI の用途と適用される産業分野
産業応用例(分野別)
予測・検知自然言語処理画像・音声認識
共通
  • 将来予測,異常検知
  • 自動翻訳,同時通訳
  • 質問応答
  • ・表情・音声による認証・セキュリティ
  • ・音声認識に基づくコールセンター業務の回答精度・速度の向上
  • ・表情や音声の認識によるパーソナル・アシスタント
交通
  • ・利用者の行動パターンや走行記録,趣味・嗜好に基づく,移動区間中のレコメンデーション
 
  • ・自動運転
  • ・車間通信による隊列走行
医療・介護
ヘルスケア
  • ・発がん・発症リスク評価
  • ・化合物の構造や作用の情報,疾患部位や病原体の情報等に基づくシミュレーションによる新薬の開発期間・コストの削減
  • ・過去の症例や学術論文等の学習に基づく医師の診断支援
  • ・画像診断における医師の診断支援
  • ・人間の表情や感情を理解するコミュニケーション・ロボット
金融
  • ・融資審査・与信管理の自動化
  • ・アルゴリズム・トレーディング
  • ・不正送金等,詐欺取引の検知
  • ・市場動向や株価動向の分析による投資支援
  • ・ソーシャルメディア上での行動の解析による信用判断の高度化
  • ・約款や過去事例の学習に基づく保険金支払審査事務の自動化
 
小売・流通
  • ・売上データやマクロデータ等の分析による需要予測,在庫最適化,販促タイミングの最適化等
  • ・個人レベルの発注予測
  • ・インターネット上の検索履歴や閲覧行動の解析による購買レコメンデーション
  • ・対話ボットによるネットショッピング
  • ・ロボットによる接客・1次受付
  • ・店舗内の顧客導線解析による商品配置等の最適化
  • ・来店客の特性把握(外見,視線の動き等)によるセールス強化
メディア・
広告
  • ・顧客の行動履歴の分析に基づくターゲティング広告
  • ・記事の自動生成
  • 翻訳
  • ・キャプションの自動生成
エネルギー
  • ・スマートグリッド(仮想発電所(VPP)、デマンドレスポンス(DR)等)
  
製造業
  • ・生産ラインへの投入量調整・設備の予兆監視
  • ・AI搭載の機械設備やロボットによるスマートファクトリー(完全自動化工場)
 
  • ・不良品検出
  • 熟練技術者のスキル形式知化によるロボットへの技術伝承
  • ・生産現場における各種情報の音声入力・デジタル化
物流・運輸
  • ・道路情報等の解析による配送ルートの最適化・ECサイト上の顧客動向分析による予測出荷
 
  • ・物流倉庫におけるピッキング業務の効率化
  • ・ドローン等の活用による配送自動化
    ・IoT・Bigdataを活用した物流倉庫の自動化
公共
  • ・過去の気象データ等の分析に基づく災害予測
 
  • ・監視カメラ映像等の解析による警備の自動化、テロの発生予測
  • ・極限環境における自律型ロボット
農林水産業
  • ・異常気象への対応
  • ・地域特有の栽培ノウハウや匠の技の継承
  • ・衛星画像解析による生育管理
その他
  • ・選挙予測の精緻化
  • ・判例等の解析による弁護士の支援
  • ・音楽・小説等の制作
 

(3)AIが流通業に与える影響

最後に、詳細は後段の各論に譲るがAIが流通業に与える影響について簡単に述べる。

まず、前項の産業別の用途でも挙げたように需要予測技術等に基づくフロント側のマーケティングの精緻化が進展すると考えられる。顧客属性や購買行動の分析が従来以上にきめ細かに可能になり、仕入れ・品揃えや店舗設計等に活用することが考えられる。また、バックヤード側では物流経路や計画の最適化、運搬・仕分け作業の自動化、さらにはドローンや自動運転モビリティによる自動配送の実現等が考えられる。

一方、前項で自動車産業を例に見た異業種との相互参入については、まず製造業が顧客1人1人からオーダーメイドの製品を既製品と同等程度のコストで注文生産する「マス・カスタマイゼーション」の実現により、消費者と製造業が直接結びついて、「流通業を飛ばした」ビジネスが成立していく可能性がある。マス・カスタマイゼーションについては繊維業のセーレンが衣服で実験的なシステムを開発し一部販売もしている。現状では百貨店と連携して実施しており、取引関係等の商慣行もあるため一足飛びに「小売店外し」にはならないと考えられるが、顧客の嗜好データの蓄積がある程度進むと必ずしも店舗を通す必要はなくなる可能性がある。また、コンタクトレンズ製造のメニコンは会員顧客の登録データ(購入内容・履歴)に基づいて生産計画を立ててプロアクティブ(購入確定前)に生産を行っているが、これも発展形としては店舗を通さずにオーダーメイドで流通コストを省いて販売することも考えられる。

また、イーコマース(電子商取引)にも新たな動きがみられる。イーコマースは認知、購買の履歴データの取得・蓄積がリアル店舗に比べて容易で豊富なデータを活用できることから、従来からレコメンドやプロモーション等にAIの解析技術が活用されてきた。最近、さらにユーザとのインターフェースでもAIの活用の可能性が出てきている。例えば、イーコマースのトップ企業であるアマゾンは「アマゾンエコー」という卓上に置く円柱形の家庭向けの音声入力端末を開発し、既に400万台以上を販売した。この端末はAIを活用したパーソナルアシスタント「アレクサ」を搭載しており、家庭で対話する形で商品の注文をすることができる。

従来のイーコマースは基本的にはパーソナルな買物が中心でリアルタイムのインタラクション(人とシステムとのやり取り)もごく限られた範囲であったのに対して、このような端末では家庭でパソコンやスマートフォンの操作が苦手であったり、生活の文脈上利用しにくいシチュエーションでもイーコマースが利用される可能性がある。アマゾンはさらに様々な企業との提携やAPIの公開によりアマゾンエコーの機能・用途を拡張しており、将来的には「家庭内コンビニ」に近い存在になることも考え得る。

このようにAIにより異業種からの参入機会が拡大することで、流通業側は改めて顧客に何の価値をどんな形で提供していくのか、今一度見つめなおして戦略を立てていく必要があろう。



기생충에 日'열패감'…"우리가 어쩌다 한국에 뒤처졌나"

  • 신윤재
  • 입력 : 2020.02.15 06:01



[한중일 톺아보기-4] ※톺아보기란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본다'는 순우리말입니다. 한중일 톺아보기는 동북아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소식까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지난 10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비롯한 4관왕 소식은 '코로나19' 사태로 시름 깊은 국민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뉴스였습니다. 이번 쾌거는 일본에서도 톱뉴스로 보도됐는데요.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일간지 1면은 물론, 야후 재팬의 주요 뉴스 코너를 장식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으로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은 데다 아시아권 영화를 통틀어 처음으로 상업성·대중성까지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것이기에 더 관심을 갖는 거겠죠. 특히 TV아사히, 후지TV 등 일본 방송은 ’기생충’의 무대가 된 반지하 집과 주변을 상세히 촬영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기생충 촬영지 반지하집을 보도하는 일본 방송. 일부 방송은 영화와 시상식 보다 반지하가 빈부격차가 극심한 한국사회를 상징한다며 더 큰 관심을 보였다./=유튜브 캡처
▲ 기생충 촬영지 반지하집을 보도하는 일본 방송. 일부 방송은 영화와 시상식 보다 반지하가 빈부격차가 극심한 한국사회를 상징한다며 더 큰 관심을 보였다./=유튜브 캡처

일본 영화 산업은 한국 영화 산업보다 역사가 깊고, 본격적인 대중예술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점도 훨씬 이릅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도 한국보다 반세기가량이나 앞섰죠. 일본 영화는 1951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라쇼몽'으로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반면, 한국영화가 3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작을 낸 건 1961년 '마부'(강대진 감독)가 최초였죠. 아카데미에 출품작을 낸 시점도 일본이 훨씬 이릅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은 아시아 최초로 3대 국제영화제 최고상 중 하나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은 아시아 최초로 3대 국제영화제 최고상 중 하나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 같이 훨씬 앞서 있던 일본 영화가 후발 주자인 한국영화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근래 일본 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5년 전 일본의 유명 원로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쓰가와 마사히코는 "불행히도 영화에 있어서는 일본은 한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 대학생과 유치원생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일본 등 아시아 영화를 주로 취급해온 영국 배급사 서드윈도필름스의 애덤 토렐 대표도 "한국에 비해 일본 영화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시아에서 일본 영화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는데 최근엔 한국은 물론 중국, 대만과 비교해도 입지가 불안하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일본 영화계에 무슨일이 있는 걸까요.

◆갈라파고스화된 일본 영화계

일본 영화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갈라파고스화'입니다. 갈라파고스화는 영화 산업에 있어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으로, '상품을 만드는 데 자신들만의 표준만 고집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것'을 뜻합니다.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일본 영화의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인데요. 그는 "이대로는 일본 영화가 세계에서 잊혀버릴 수 있다"며 "일본은 국내 시장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 해외 진출 의욕이 떨어지고, 국내 관객에게 어필할 것 같은 기획만 해서 갈라파고스화가 심해졌다"고 했습니다. 또 "2000년대 이후 해외 영화제에 가보면 일본 영화에는 사회·정치 상황을 소재로 한 것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일본 영화의 폭이 좁아지는 느낌" 이라고 말했죠.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매경DB
▲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매경DB

현재 일본 영화 시장은 '재패니메이션'으로 불리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원작의 실사영화가 주류를 이룹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영화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지고 국제영화제에서도 실사영화에 비해 비주류로 취급받는 게 현실입니다. 고레에다 감독 말처럼 세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수출도 더 하기 위해서는 실사영화에 좀 더 보편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테마를 선정할 필요가 있는 거죠. 야타베 요시히코 도쿄국제영화제 작품선정디렉터도 "일본 영화가 국제영화제 수상과 멀어지는 이유는 테마와 관련이 깊다. 젊은 감독들이 내놓는 작품은 여고생 주연 청춘물이 너무 많다. 영화의 사회성 등 더 큰 테마에 관심을 갖지 않으니 국제영화제에서 먹히기 어렵다"며 고레에다 감독과 같은 견해를 보였습니다.

◆오리지널 각본이 나오기 힘든 환경

일본 3대 배급사 토호,쇼치쿠,토에이사. 특히, 토호는 일본 전체 영화배급의 7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 일본 3대 배급사 토호,쇼치쿠,토에이사. 특히, 토호는 일본 전체 영화배급의 7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만화 원작 실사영화가 주를 이루는 반면, 오리지널 각본 영화가 안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실사판을 선호하는 일본 관객 탓으로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먼저 거론되는 것이 '제작위원회' 문제입니다.

제작위원회란 일본에서 영화 등을 제작할 때 만드는 일종의 조합으로, 복수의 출자사가 공동투자하고 사업을 진행합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상업영화 중 약99%는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제작위원회 의사 결정 구조는 만장일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참신하고 색다른 제안이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각본은 물론 감독, 캐스팅에도 일일이 보수적인 제작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리스크가 분산돼 흥행 실패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제한된 수의 출자사가 안정적 수익만 좇다 보니 국내에서 흥행이 담보되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실사판 영화만 제작되고 있는 것이죠.

◆구조적 문제로 중간 규모 예산 영화 적어

일본 영화 산업은 저예산 독립영화와 도호 등 거대 회사가 만드는 메이저 영화로 이원화돼 있어 수천만~1억엔의 중간 규모 예산 영화가 너무 적습니다. 야타베 디렉터는 "외국의 젊은 감독들은 해외 프로듀서와 접촉하고 홍보하면서 좋은 작품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려 노력한다. 이를 위해선 국제적으로 공동제작을 총괄할 수 있는 프로듀서가 필요한데, 그런 능력을 갖춘 프로듀서가 일본엔 매우 적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영화를 만들려면 기술적인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겁니다.

또 그는 저예산 독립영화로 크게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례를 롤모델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작비 300만엔 정도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고 많은 흥행 수입을 올렸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018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카메라를 멈추지마`는 저예산임에도 불구 흥행에 성공해 제작비의 1천배를 벌어들였다.
▲ 지난 2018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카메라를 멈추지마'는 저예산임에도 불구 흥행에 성공해 제작비의 1천배를 벌어들였다.

야타베 디렉터는 좋은 각본이 있다면 프로듀서는 이를 300만엔이 아니라 수천만 엔을 들여서 찍을 수 있게 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국제 공동제작 형태로 해외 자본 도움을 받거나 해외에서도 먹힐 만한 각본을 고민하는 등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제작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며 "국내에서 만족하지 않는 자세가 한국영화가 급성장한 원동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떨어진 활력과 비합리적 수익 배분 구조

현재 일본 영화 시장은 활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본 영화 시장 규모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2019년 기준·한국은 5위)일 정도로 큽니다. 하지만 큰 시장 규모에 걸맞지 않은 관객 수와 매출액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연간 영화 총 관람객 수는 인구수가 자국의 40%밖에 안 되는 한국에 추월당한 지 오래(2011년)고, 연 매출액 역시 10년 넘게 제자리 입니다.

기생충에 日`열패감`…"우리가 어쩌다 한국에 뒤처졌나"
기생충에 日`열패감`…"우리가 어쩌다 한국에 뒤처졌나"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 또한 연평균1.4회(2018년 기준·한국 4.2회)로 선진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은 일본 영화가 심한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수익배분 문제도 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 같은 거장조차 일본에서 제작 자금조달 어려움을 많이 호소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의 영화 수익 배분 시스템을 예로 들며 "한국에선 보통 영화 흥행 수입 중 45% 정도를 극장 측이 갖고, 남은 55% 정도를 투자자와 제작사(감독 등 제작진)가 6대4 비율로 나눠 갖는다. 제작진 손에 떨어지는 흥행 수입은 곧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데 쓰인다. 반면, 일본에선 흥행 수입 중 50%는 극장에 가고, 남은 50% 중 10%는 배급사, 40%는 투자자에게 간다. 감독에겐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 1%의 성공 보수를 받기 위해 협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 부분에 있어 한국과 일본 시스템은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기생충'의 수상이 정부 지원과 로비 덕?

지난 2017년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열린 `유니버설 쿨재팬` 개막 기념식.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7년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열린 '유니버설 쿨재팬' 개막 기념식. /사진=연합뉴스

'기생충'의 수상을 포함해 한국영화의 성장을 국가적 지원과 로비 활동 덕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화 칼럼니스트 히라쓰지 테쓰야는 '기생충' 수상 소식을 축하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작품 자체가 우수한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한국은 영화진흥위가 국책으로 영화 제작을 지원해왔다. 일본의 40% 남짓한 인구에 경제 규모도 3배 넘게 차이 나는데 제작비 10억엔 이상의 작품을 만들 수 있던 것은 이 지원 덕이 크다."

그는 일본인으로서 아쉬움도 나타냈습니다. 일본에서도 찾아보면 '기생충'과 비슷한 주제의 영화는 많았다고 주장하며 "시상식은 정치다. 외국 영화상에 지명되는 작품들은 할리우드 외국인기자협회에 로비 활동도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데 일본 영화는 출품만 하고 로비 활동을 하지 않는다. 출품뿐 아니라 작품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노력 없인 세계에서 승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런 반응을 "열패감 때문" 이라고 일축합니다. 그는 "로비 자체를 나쁘게 볼 것도 아니지만, 일본이 로비를 더 잘한다. 오히려 그동안 한국영화는 그런 활동이 없어서 좋은 작품을 냈음에도 수상하지 못했던 것 뿐이다. '기생충'은 국가적 지원도 전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일본도 10년 전부터 '쿨 재팬'을 표방하며 자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민관펀드 등 국책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경우 쿨 재팬의 일환으로 설립한 관제영화사 '올 니폰 엔터테인먼트 웍스(All Nippon Entertainment Works)'가 별다른 성과 없이 2017년 22억엔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민간에 매각됐죠.

◆포스트 봉준호 나오려면

발언하는 봉준호 감독/=MBN 캡쳐
▲ 발언하는 봉준호 감독/=MBN 캡쳐

이번 '기생충'의 쾌거는 봉준호 감독의 천재성이 빚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한국영화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황금기를 누린 한국영화의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죠. 영화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보여온 한국 관객들의 역할도 큽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영화가 외형적 성장은 했지만 정체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작품은 드물고 비슷한 장르물만 반복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란 겁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봉준호를 위해선 흥행만을 염두에 둔 획일화된 제작 공정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지금처럼 흥행 실패를 피하려 천만 영화 흥행 공식과 배우 캐스팅에 의존해 영화를 만드는 태도는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찬일 평론가는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포스트 봉준호를 위해선 인재 발굴이 시급하다. 영화인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일부 주류에게만 지원이 가는 구조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투자하고 반대급부를 얻을 생각만 말고 인재의 미래에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 영화계. 한국영화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고 '기생충'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도약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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