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마스크·키트에 분유까지…中이 '짝퉁천국'인 이유는


[한중일 톺아보기-12] ※톺아보기란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본다'는 순우리말입니다. 한중일 톺아보기는 동북아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소식까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이달 초 국내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후 피해를 본 사례로 올라온 중국산 짝퉁 마스크(좌)/중국 당국이 압수한 마스크들/사진=인민망
▲ 이달 초 국내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후 피해를 본 사례로 올라온 중국산 짝퉁 마스크(좌)/중국 당국이 압수한 마스크들/사진=인민망
"최근 품질 기준 미달의 마스크를 파는 인스타그램 계정 대부분이 중국이 거점인 것으로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

"영국 정부는 중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 수백만 개를 불량으로 보고 환불을 요구키로 했다"-더 텔레그래프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짜 마스크와 불량 진단 키트로 인한 피해 소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더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제품 상당수가 중국산입니다. 품질 논란이 계속되자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던 중국 당국도 결국 수출 의료물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의료품뿐 아니라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은 크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해외여행용 가짜 코로나 보건증이 유통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호주에서는 자국 제품을 못 믿어 분유를 사재기하는 중국인 커플과 현지인의 충돌영상이 전파를 타기도 했죠.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해외 출국에 필요한 코로나 비감염 보건증이 위조돼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의 트위터(좌)/지난 12일 호주의 한 마트에서 분유를 사재기하는 중국인 커플과 이를 제지하는 현지인 간의 충돌 장면/사진=유튜브 캡처
▲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해외 출국에 필요한 코로나 비감염 보건증이 위조돼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의 트위터(좌)/지난 12일 호주의 한 마트에서 분유를 사재기하는 중국인 커플과 이를 제지하는 현지인 간의 충돌 장면/사진=유튜브 캡처
'세계의 공장' 중국은 '짝퉁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많은 가짜 상품으로 유명세를 누려 왔습니다. 슈수이제(秀水街), 구이화강(桂花崗) 등 대규모 짝퉁시장이 즐비하고,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유럽 명품까지 굳이 한국에서 사는 건 중국에 워낙 가짜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파이낼션타임스(FT)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 짝퉁 원산지의 55%정도가 중국이었고,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寶網)'에서 취급하는 물품 중 짝퉁 비율이 60%를 훌쩍 넘기도 했죠.

OECD에 따르면, 세계 짝퉁상품 원산지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추정된다/그래픽=조보라
▲ OECD에 따르면, 세계 짝퉁상품 원산지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추정된다/그래픽=조보라
중국에 짝퉁 제품이 많은 이유를 단순히 경제적으로 덜 발전했기 때문으로 보는 경향이 많지만,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1만달러를 넘어섰고,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서 자리매김했는데도 짝퉁이 줄어들거나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선 어째서 이렇게나 짝퉁이 범람하는 걸까요.

◆'미엔쯔' 중시와 빠른 경제발전의 부산물

불량 마스크·키트에 분유까지…中이 `짝퉁천국`인 이유는
한국인들도 체면을 중시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있어 체면, 즉 '미엔쯔(面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늘 쓰는 말 중 "메이요우 미엔쯔"(면이 서지 않는다) 등 '미엔쯔'란 단어가 들어간 표현이 매우 많고 '죽으면 죽었지 체면을 잃어선 안 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체면에 신경 씁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물질 만능주의 풍조도 심화됐는데, 이것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미엔쯔' 문화와 섞이며 중국인들로 하여금 브랜드나 명품 선호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에게 있어 '미엔쯔'는 실제 본질과 상관없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따라서, 본인이 구매한 제품이 진품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체면치레'를 할 수 있으면 그런대로 만족한다는 것이죠. 국가 전체 경제규모는 세계 2위일 만큼 거대하지만 아직 개인별 소득수준은 그리 높지는 않다 보니, 다수의 중국인들이 진품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꿩 대신 닭으로 짝퉁 소비에 열을 올리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중고 거래 시장이 많이 발달한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중국인들은 남이 쓰던 물품을 사면 체면이 깎인다고 보는 경향이 있어 돈이 부족해도 진품 중고를 살 바에는 짝퉁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 청심환 최고" 18세기에 이미 짝퉁이?

박지원의 청나라 견문록 `열하일기`에는 가짜 청심환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사진=특허청
▲ 박지원의 청나라 견문록 '열하일기'에는 가짜 청심환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사진=특허청
많은 이들이 중국이 경제적으로 더 풍족해진다면 짝퉁제품도 자연스레 사라질 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짝퉁제품은 상당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할 만큼 뿌리 깊은 사회적 특징으로 보입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에는 당시 청나라였던 중국에서 겪었던 가짜 물품과 관련된 일화가 기록돼 있습니다. 청심환은 본래 송나라 때 처음 만들어져 조선에 전해진 것으로 중국이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지원은 자신이 갖고 간 조선산(産) 청심환에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기네 나라 청심환을 놔두고 굳이 조선산을 선호하는 이유를 그들에게 묻자 "청나라에는 가짜 청심환이 수두룩한데, 조선에서 만든 건 가짜가 아닐 테니 믿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이 기록은 당시 이미 가짜 상품을 진짜로 속이는 사례가 중국 내에서 드물지 않았음을 암시해 주는 대목입니다.

청나라의 저명학 학자 기윤이 쓴 `열미초당필기`에는 가짜상품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사진=바이두
▲ 청나라의 저명학 학자 기윤이 쓴 '열미초당필기'에는 가짜상품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사진=바이두
이외에도 홍대용의 '담헌연기'와 청나라 학자 기윤이 쓴 '열미초당필기'에도 진짜인 것처럼 꾸민 가짜 상품에 대한 일화가 등장할 정도니, 중국에서 짝퉁의 역사는 꽤나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때는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기 이전으로, 당시 청나라의 경제력은 유럽 국가들보다 강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중국이 더 발전한다고 해서 짝퉁도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속이는 자보다 속는자 잘못" 독특한 사고

넓은 땅덩이에 워낙 많은 인구가 살고 있기 때문인지, 중국인들 머릿속엔 "절대 아무나 믿어선 안 된다"는 인식이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본인과 긴밀한 관계, 즉 '관시'가 있고 없고에 따라 태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중국인들의 이런 자세는 잘 모르는 사람을 속이는 일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보통 한국인들은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건 나쁘다고 배웁니다. 그렇다 보니 욕심 때문에 남을 속이는 사람도 보통 그것이 옳지 않다는 사실은 인지를 합니다. 대개 속아 넘어간 사람을 바보라고 탓하기보다는, 속인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중국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속이는 사람보다 속아 넘어간 사람이 잘못"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자식을 키울 때 "남에게 속으면 안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년전 중국에서 파문을 일으킨 가짜 영유아 백신(좌)/중국에선 한통에 6~7만원에 달하는 자국산 고급분유보다 한국, 호주 등 해외 분유가 더 선호된다
▲ 2년전 중국에서 파문을 일으킨 가짜 영유아 백신(좌)/중국에선 한통에 6~7만원에 달하는 자국산 고급분유보다 한국, 호주 등 해외 분유가 더 선호된다
중국에서 이런 불신풍조가 만연하게 된 원인으로는 영토와 인구 등 사회지리적 조건 외에, 나 혹은 내 주변만 괜찮으면 남이야 어떤 피해를 보든 상관없다는 특유의 개인주의 마인드를 들 수 있습니다. 수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멜라민 분유사건, 뇌물을 받고 가짜 의약품에 허가를 내줬다가 처형당한 고위공무원, 그리고 최근 불량 진단 키트와 가짜 보건증까지 모두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라고 할 만큼 '모로 가도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배금주의도 짝퉁 생산과 거래를 더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식품과 의료물품 등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것들까지 가짜가 횡행하는 데 대해서는 해외는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모방이 미덕'인 문화와 희박한 지재권 인식

아이폰 11 정품과 중국산 짝퉁제품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 아이폰 11 정품과 중국산 짝퉁제품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과거 일본인들은 미국 제품을, 한국인들은 일본 제품을 많이 모방한 사례가 있지만, 중국인들의 솜씨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유행한 산자이(山寨)라는 단어는 중국식 모방·복제의 대명사처럼 쓰여 왔습니다. 산자이는 '도적들이 사는 오두막'을 의미하는 말인데, 광둥성 선전 일대에 있는 중소업체들의 애플이나 삼성 폰을 모방한 제품들이 '산자이 폰'으로 불리면서 널리 쓰이게 됐죠. 이후 '산자이'는 휴대폰 외에 다른 분야까지 확대 적용돼 가방, 시계 등 일반 공산품은 물론 TV프로그램, 건축물, 심지어 도시와 유명인사까지 산자이식 짝퉁이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불량 마스크·키트에 분유까지…中이 `짝퉁천국`인 이유는
그런데 이 산자이 제품에 대해 중국인들은 단순 모조품과 구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방은 했지만 창의적 요소가 가미된 '창조적 모방'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2010년 '중국 청년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국인 60% 이상이 "산자이는 대중적인 창조성의 표현이며 저소득층의 소비욕을 충족시켜준다"고 주장하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지식재산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2008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과 유럽의 지재권 존중 요구에 "그런 식이면 세계 4대 발명품은 중국에서 나왔으니, 이에 대한 저작권료를 내라"고 응수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고 있죠. 중국의 입장에서 지재권 체제는 서구가 정한 관념이자 질서이기 때문에 중국의 내부 형편을 고려하고 공익에 부합하도록 지재권 제도를 유연히 운용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민주주의와 법치 같은 서양의 근대적 가치관이 자리 잡지 않은 중국에서 지재권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산자이 기업의 성장과 '짝퉁 K브랜드' 기승

지난해 중국의 국제특허출원건수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그래픽=조보라
▲ 지난해 중국의 국제특허출원건수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그래픽=조보라
현재 중국이 자랑하는 샤오미, 화웨이 등 IT업체들도 글로벌 기업들을 모방하며 큰 '산자이 기업'이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의 성장 배경에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산자이 기업들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국 당국도 기술과 특허 보호를 위해 지재권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또한 일부 분야는 이미 모방 대상이었던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으며, 공격적인 특허 출원 노력으로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 국제특허출원건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중국 기업이 만든 짝퉁 한류 매장 `무무소` 제품중 99%는 중국산이며, 베트남 등 세계 50여개국에 퍼져있는 짝퉁 한류 매장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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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기업이 만든 짝퉁 한류 매장 '무무소' 제품중 99%는 중국산이며, 베트남 등 세계 50여개국에 퍼져있는 짝퉁 한류 매장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매경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기업에 비해 자국 기업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지재권 정책을 느슨하게 집행하는 면이 여전해 중국의 지재권 침해 관행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와 짝퉁 산업이 연관된 비중이 최소 20%에, 창출하는 일자리도 2000만개에 달한다고 추정될 정도니, 중국 당국의 강력한 단속을 기대하기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주로 공산품에 치중됐던 베끼기 관행이 최근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까지 확산되면서 해외에서 K브랜드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거나, 한국 기업들이 보는 손해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중소·중견기업 40개사의 짝퉁 판매 게시물을 차단한 경제 효과만 948억원에 달했고, 중국에서 한국 상표 738건의 무단선점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죠. 모방을 통해 급성장한 중국 기업들에 맞서, 어떻게 기술과 권리를 지켜내고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인지 한국 기업들과 정부 모두 보다 더 효과적인 대응을 향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 입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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