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1. 어떤 기업이든 기업의 그 시작은 문제해결에서 시작된다.
review2. 플랫폼 사업의 경우 문제해결을 통해 트래픽을 모으면 수익 모델은 자연히 해결된다.
review3. 플랫폼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빅 데이터의 수집 가능성이다.
Article at a Glance(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9631/ac/m_visual)
13억8000만 인도인을 홀린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회사가 있다. 바로 밸런스히어로다.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1월 인도에서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데이터양을 확인할 수 있는 앱 ‘트루밸런스’를 선보였다. 이후 통신료 충전부터 대출, e커머스, 보험까지 비즈니스를 다양화했다. 현재 트루밸런스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7600만 건을 넘어섰다. 이 스타트업은 한국도 아닌 인도에서 어떻게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밸런스히어로의 성공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통신료 잔액 확인으로 트래픽을 늘린 뒤 데이터 충전과 소액 대출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서비스 플로(Flow)’를 사전에 계획하고 비즈니스에 돌입했다.
2. 네트워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새 고객과 추천인 양쪽에게 소액을 제공해 가입자를 급속도로 늘렸다.
3. 데이터 분석과 고객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의 성공 확률을 높였다. 이를 기반으로 신용점수가 없는 서민층, 금융 소외 계층에 대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13억8000만 명.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 인구의 3분의 2가 35세 미만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로 이뤄진 역동성과 잠재력을 지닌 국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코끼리에 올라타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런데 인도에서의 사업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중국만큼이나 쉽지 않다. 오히려 “인도에서의 성공은 코끼리를 등에 업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며 두 손 들고 나온 사업가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종교관과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인도의 29개 주에서 쓰는 공식 언어만 22개다. 비공식 언어는 780여 개에 달한다. 인도인끼리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인도인도 인도인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 소소한 말버릇, 제스처도 낯설다. 인도인들이 자주 언급하는 “No problem”은 확답의 의미가 아니라 “알았다” 정도의 답변이며, 인도인들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은 부정이 아니라 긍정의 의미다.
인도인 고유의 특성도 한몫한다. 인도인 직장인 가운데 기분에 따라 다음 날 출근을 안 하거나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일이 종종 있다. 회사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사적인 질문도 서슴없이 하는 편이다. 처음 인도에서 근무한 한국 직원들은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에 놀란 적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사과를 잘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계급이 낮은 사람이 저지르면 강하게 처벌을 받는 카스트 계급 문화가 남아 있는 탓이다. 인도는 헌법상 카스트제도를 부정하고 있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여전히 신분에 따라 차별받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사업가들은 직원 관리가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같은 특성은 맞춰나가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소득’이다. 인구가 많아도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약 2000달러다. 그런데 전체 부의 60% 정도를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다. 하위 70% 인구가 전체 부의 5%를 나누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국가다. 사업가들이 선뜻 인도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도 국민 앱’을 만든 한국 업체가 있다. 바로 밸런스히어로다.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초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데이터양, 잔여 통화량 등 통신료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트루밸런스’를 선보였다. 이후 밸런스히어로는 통신료 충전 - 외상 및 대출 - 기프트카드 - e커머스 - 보험 - 캐시백 등으로 서비스를 늘려나갔다. 앱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다음 해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서더니 2017년 9월 5000만 건, 현재 7600만 건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700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밸런스히어로는 크게 3가지 비즈니스 전략으로 승부를 봤다. 1. 사전에 서비스 플로(Flow)를 짜고 사업에 돌입했다. 데이터 잔량 확인으로 트래픽을 늘린 뒤 충전과 소액 대출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사전에 계획했다. 2. 네트워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소액에 민감한 현지인들에게 새 고객을 끌어오면 일정 금액을 제공해 급속도로 입소문이 나게 만들었다.
3. 고객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으로 서비스의 성공 확률을 높였다. 이 덕분에 밸런스히어로는 신용점수가 없는 다수의 인도인에게 외상•대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사업을 할 때 미국 경영학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한 ‘파괴적 혁신’을 많이 참고했다. 단순하고 저렴한 서비스로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인데, 딱 밸런스히어로 서비스와 맞아떨어진다. 우리는 지금도 파괴적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10루피(약 163원, 현지인이 가장 많이 충전하는 데이터 상품)짜리 상품을 팔아서 수익이 날까, 신용점수가 없는 이들에게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을 수나 있을까. 지역마다 특성이 다른 수천만 인도인의 마음을 빠른 속도로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밸런스히어로의 성장 비결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DBR mini box I 밸런스히어로 소개 2014년 7월 이철원 대표가 창업한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1월 인도에서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데이터양을 확인할 수 있는 앱 ‘트루밸런스’를 선보였다. 트루밸런스의 서비스는 크게 잔여 데이터양과 잔여 통화량 체크 및 충전, 기프트카드, 공과금 결제(위성방송, 전기요금, 가스요금), 대출, e커머스, 보험 등 6가지다. 밸런스히어로는 보통 2개 이상의 듀얼 유심칩(USIM)을 쓰는 인도인들이 앱에서 한 번에 잔여 데이터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후 고객들에게 통화, 데이터를 충전해주고 현지 통신사들로부터 1∼2%의 수수료를 받았다. 현재 밸런스히어로는 통신사별로 각 30여 개의 충전 상품(팩)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3달 동안 인도에서 1800만 명(중복 제외)이 트루밸런스를 통해 데이터 충전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했다. 트루밸런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약 800원짜리 ‘49루피 팩(28일 한도, 3GB 데이터 제공)’이다. 2018년 9월에는 가스비, 전기세 등 공과금 납부가 가능한 기프트카드를, 지난해 3월에는 외상을 포함한 소액 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밸런스히어로는 e커머스와 보험 비즈니스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트루밸런스의 총 다운로드 수는 약 7600만 건이다. |
“We don’t need Charlie anymore.”
2012년 초 인도 뉴델리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난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의 인도 대표는 이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 이 대표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면서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찰리(이 대표), 이럴 때가 아니야. 너처럼 B2B 영업하는 사람은 이제 한물갔어. 다들 앱 만드느라 난리야. 그대로 있다간 너 정말 망할지 몰라.”
공항에서 곧장 왔다는 그는 이 대표에게 스웨덴에서 막 투자 계약을 마친 스타트업에 대해 설명했다. 안드로이드용 스팸 전화 방지 앱을 만든 업체였다. 그는 “100만 다운로드(2020년 4월 초 기준 2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주목받고 있는 신생 회사”라며 세쿼이아캐피털에서 직접 회사에 전화해 투자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에게 “시대가 변했으니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페에서 나온 이 대표는 조언을 곱씹었다. 사실 이 대표의 사업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니, 폐업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컬러링(휴대전화 통화 연결음 서비스) 사업이 하루아침에 쓸모없게 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와이더댄을 다녔던 이 대표는 2006년부터 인도에서 컬러링 사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 와이더댄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서 B2B로 컬러링 비즈니스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때 이철원 대표가 아시아태평양팀장을 맡아 인도에 갔다. 와이더댄은 현지에 시스템 구축 등 설비 투자를 하고 서비스 운영까지 해줬다. 그리고 현지 업체와 매출을 나누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와이더댄은 각국에 법인을 만들어서 현지 직원을 뽑고 사업 역시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아태팀장을 맡으면서 인도에 간 게 창업의 계기가 됐다. 컬러링 비즈니스가 굉장히 유망했고 잘됐다. 현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 인도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정말 공항에 내리면 원숭이, 코끼리, 낙타가 길거리에 다녔다.”
이 대표는 2006년 ‘액세스모바일’이란 모바일 서비스 회사를 차렸다. 처음 1∼2년은 사업의 기틀을 잡느라 고생했지만 2009년부터 순탄해졌다. 인도의 주요 통신사들과 인연이 닿아 있는 상태였고 컬러링, 레터링(발신자가 설정한 정보를 수신자에게 표시해주는 서비스)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껑충 뛰었다. 순수익이 연 100억 원을 넘길 정도였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면서 잘나가던 비즈니스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2011년 아이폰이 등장한 것이다. 모바일 서비스의 생태계가 확 바뀌었다.
2012년 다양한 앱이 생겨났고, 액세스모바일 사업에 곧바로 타격이 왔다. 그러던 찰나에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의 인도 대표를 만난 것이다. 이철원 대표는 “이 사람을 만난 게 결과적으로 피버팅(Pivoting, 사업 방향 전환)한 계기가 됐다. ‘B2C 사업을 해야 된다’면서 굉장히 극단적으로 이야기했다. 나 같은 ‘영업맨’은 이제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새로운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모아둔 돈을 창업자들이 나눠 각자 새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밸런스히어로, ‘인도 국민 앱’ 만들다
이철원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한 가지만 정해두고 아이디어를 찾았다. 그가 인도를 떠나지 않은 데는 3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인도의 성장성과 개방성이다. 현재 인도 인구는 13억8000만 명으로, 2년 후에는 중국 인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는 “경제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인도 연 성장률이 7%에 달하고 스마트폰은 월 1000만 대씩 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영어를 사용하며 IT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정부와 국민이 외국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정부부처가 호의적이라는 점도 장점이었다.
이철원 대표는 특히 두 번째 이유에 주목했다. 바로 외국인들이 단점으로 보는 인도인의 특성이다. 흔히 외국인들은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도인을 규정한다. 주변 사람들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고, 말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는 이 같은 인도인의 특징을 장점으로 봤다. “인도인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토론하는 문화를 그만큼 잘 받아들인다. 동기부여해주고 목표의식을 갖게 만들면 성과를 낸다. 외국에서 공부한 뛰어난 인재들도 많다. ‘인도의 가장 큰 수출 품목은 CEO’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철원 대표)
마지막으로, 그동안 쌓아둔 현지 기반 때문이다. B2B로 컬러링 등 모바일 비즈니스를 하면서 현지 통신사들과 맺은 인연이 꽤 많았다. 무엇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엔 인도에서 직접 사람을 뽑고 사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아까웠다.
이 대표는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기보단 이전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에 주목했다. 그는 4∼5개월 동안 현지인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태를 디테일하게 관찰했는데, 크게 3가지가 한국인과 달랐다. 1. 듀얼심(유심칩을 두 개 이상 사용)을 사용하면서 여러 통신사를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고, 2. 선불 요금제를 사용하며, 3. 잔액(잔여 데이터)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 2번 이상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한다.
그는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여전히 피처폰을 쓸 때처럼 ‘*121#’으로 전화를 건 뒤 버튼을 몇 번 눌러 데이터 잔액을 확인하는 세 번째 행동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통신사 기지국에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서 잔액을 회신하는 방법(USSD)인데 굉장히 불편해 보였고, 통신사나 지역마다 USSD 번호가 달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통신사마다 남은 통화량과 데이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 가입했던 동아리(서울대 민요연구회)에서 전략, 디자인, 개발 등 각 분야에 뛰어난 선후배 3명을 설득했다. 2014년 7월 밸런스히어로가 문을 열었다.
밸런스히어로는 안드로이드 앱에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여러 유심칩의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과 잔여 통화, 데이터양을 메시지로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대한 특허를 내고, 메시지는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 한눈에 ‘밸런스(잔액)’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1월 알파버전을 거쳐 앱 ‘트루밸런스’를 공식 론칭했다.
현지인이 데이터를 수시로 확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도인들의 95% 이상이 선불제 통신 요금을 쓰기 때문이다. 중간에 서비스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수시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충전을 해야 한다. 인도인들에게 데이터 확인과 충전은 일상이다. 게다가 인도 모바일 사용자들은 헤비 유저다. 한 현지 통신사에 따르면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5GB 에 달한다. 한국인 이용자(LTE)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월 9.7GB 정도다.
그렇다면 왜 인도인들은 선불제 통신 요금을 쓸까. 인도는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아직 개발도상국이다. 그만큼 신용 사회가 덜 구축돼 있고, 사업자와 고객 사이의 신뢰도 높지 않은 편이다. 이 대표는 “인도에는 그래서 보조금 개념이 없다. 보조금을 줘도 고객이 끝까지 이용을 해줄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객도 회사를 못 믿는다. 2GB 데이터를 쓴다고 하면 이 회사가 2GB 를 실제로 주는지, 안 주는지에 대한 신뢰가 없다. 그래서 딱 필요한 만큼만 충전해서 쓰고, 떨어지면 충전하는 것이 문화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유심칩은 왜 2개 이상 사용할까. 인도에서는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해 유심 카드를 새로 사는 것이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보다 혜택이 좋다. 통신사 직원도 유심칩을 많이 파는 게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된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도 인도에서는 유심칩을 2개까지 꽂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급성장 비결은 ‘네트워크 마케팅’
트루밸런스 서비스를 시작하고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다. 그런데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수익을 확보하느냐는 것이었다. 플랫폼 사업자 대부분이 하는 고민을 밸런스히어로도 피할 수 없었다. 피처폰 때처럼 전화로 잔액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실제로 트루밸런스에는 수익 모델 자체가 없었다. 초기엔 광고를 붙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유지비용을 대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이 대표는 걱정이 없었다. 사용자를 최대한 끌어들이기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업 시작 단계부터 비즈니스 플랜을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정도 가입자가 늘어나면 앱에서 쉽게 데이터를 곧장 충전할 수 있게 하고, 당장 돈이 없으면 외상이나 소액 대출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짰다. 여기서 수수료나 이자로 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었다. 인도에는 데이터 헤비 유저가 많은 만큼 사업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관건은 ‘어떻게 고객을 최대한 끌어모을 것인가’였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인구의 90%가량인 서민층과 금융 소외 계층을 타깃으로 잡았다. 이들의 소득은 월 1만2000루피(약 20만 원) 정도. 은행 대출은커녕 신용 점수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소득이 적은만큼 소액에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을 앱에 유입시킬까 고민했다.
DBR mini box II 다국어 환경에서 고객 서비스하기 29개 주에서 쓰는 공식 언어 22개. 비공식 언어만 780개가 넘는 인도에서 밸런스히어로는 어떻게 고객을 관리했을까.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고객서비스(CS) 담당 직원을 뽑고 고객 관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CS팀 팀원이라 해봐야 팀장급 직원 한 명뿐이었다. 매뉴얼도 없었다. 담당자는 그래서 낮에는 고객 문의에 답하고, 밤이나 주말에 이를 문서화해 관리했다. 딱히 사용하던 업무용 툴이 없어 엑셀이나 문서 파일에 수작업으로 기입했다. 문제는 결제 같은 돈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을 때다. 누군가 이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자동으로 이를 처리해줄 시스템이 없었다. 이럴 때면 개발팀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하루 50건 정도의 문의를 처리했다. 다음 해에는 수도권을 포함한 4개 주로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사실상 전국 서비스가 됐고 이때부턴 업무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단 며칠 만에 불만이 1000건 넘게 누적됐다. 초기 직원들이 온몸으로 ‘홍역’을 앓은 덕에 결국 밸런스히어로는 제대로 된 CS팀을 갖췄다. 인력을 10명으로 늘리고 탄력적인 대응을 위한 시스템도 갖췄다. 이후에도 고비가 끊임없이 있었는데 가장 큰 난관은 ‘언어’였다. 인도는 유럽연합(EU)처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여러 민족이 한 대륙에 모여 사는 나라다. 특히 북부와 남부의 차이가 크다. 북부 지역 고객들은 힌디어를 많이 사용하며 대부분의 교육 기관에서 영어를 기본으로 가르쳐 영어가 유창하다. 반면 남부 지역 사용자들은 힌디어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데 ‘우리가 진짜 인도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문화와 언어에 자부심이 높다. 고객마다 쓰는 언어가 다른데다 영어나 힌두어, 각 지방의 지역어 등 특정 언어에 반감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처음엔 이런 특성을 간과한 채 남부 지역 고객들에게도 마케팅 관련 문자를 영어로 보냈다가 반감을 샀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현재는 공식 언어 8개를 지역마다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전화가 오면 영어로 문의가 많이 오는데 인도인 특유의 억양이 강해서 알아듣는 게 쉽지 않다. 인도인도 우리 발음을 어려워해 서로 ‘쏘리’를 연발했다. 나중에는 결국 직원들이 인도 발음에 맞춰서 바꿔나갔다. 나중에 보니 한국인 CS 팀원들이 인도인들의 말버릇이나 제스처까지 따라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험 끝에 밸런스히어로는 CS와 관련해 두 가지를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부족한 리소스라도 로우데이터(Raw Data)를 많이 모아라.’ 유저들이 많이 묻는 것을 잘 정리하면 매뉴얼을 갖출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디테일한 현지화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민감한 내용이나 예민한 고객은 텍스트보단 전화 또는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중요한 고객 문의는 한 직원이 전담으로 맡아서 하는 시스템을 쓰고 있다. 또 돈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은 텍스트보다는 전화로 해결하는 게 고객 만족도가 높다.”(이철원 대표) |
10루피(160원)의 힘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네트워크 마케팅’이었다. 2016년 7월 밸런스히어로는 소개 마케팅을 시작했다.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앱을 소개해주면 10루피를 주는 것이다. 소개받은 사람이 가입 시 추천인을 등록하면 밸런스히어로가 금액을 지불해주는 방식이다. 처음 가입한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로 10루피를 제공했다. 데이터 잔액을 확인하는 방법이 기존보다 훨씬 편했지만 서비스를 알리고, 이 서비스를 써보도록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돈을 주는 마케팅을 해보기로 했다.
밸런스히어로가 이 금액을 10루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인도 통신사들의 최소 충전 금액으로,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상품이다. 보통 100MB 정도를 충전해준다. 향후 충전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이를 곧바로 충전하게끔 유도하려는 전략이었다. ‘소개 마케팅’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2016년 7월 초 100만 남짓했던 앱 다운로드 수가 마케팅을 시작하고 1주일 만에 1000만을 넘어섰다.
10루피를 벌기 위한 ‘뜨거운 경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10,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10루피를 받기 위해 앱 홍보에 나선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를 추천인에 넣어주면 추천인도 10루피씩을 받기 때문에 ‘데이터 잔액을 그래픽으로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 가입하면 10루피도 준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고객들이 스스로 만들어 거리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대사가 된 것이다.
유명 유튜버들도 영상 하단에 추천인 아이디를 새겨 넣으며 트루밸런스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해당 유튜브를 구독하는 고객들은 이 추천을 일종의 ‘별풍선’처럼 여겼다. 이 서비스를 사용할 생각이 별로 없었던 구독자들도, 니즈가 없는 구독자들도 원하는 대로 앱을 받아주고 유튜버에게 생색을 냈다. 한 유명 유튜버가 이를 통해 10만 루피까지 벌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앱은 더 유명해졌다. 2016년 말 트루밸런스의 다운로드 수는 3000만을 돌파했다.
물론 고객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0루피를 노리는 ‘해적단’들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고유 번호, 시리얼 넘버 등을 조작해 새 고객을 가장해서 10루피를 받아 가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이 때문에 마케팅을 멈출 순 없었다. 밸런스히어로는 차차 기술력으로 이를 보완해나갔다. “안드로이드에서 우리 앱을 받으면 가입을 신청한 사람들의 전화 로그나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앱의 숫자 같은 ‘생활 지문’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걸 통해 이 사람이 진짜 새 전화를 쓰는 건지, 우릴 속이기 위해 새 유저인 척하는 건 아닌지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 대표)
다음해 밸런스히어로는 통신사들과 MOU를 맺고 본격적으로 전화 및 데이터 유료 충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신사들의 상품(팩)을 판매하고 1∼2%를 수수료로 챙겼다. 고객은 통신사들의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밸런스히어로는 앱에서 충전 시점 등이 다가오면 알람을 해주는 기능도 만들었다.
이때부터 사실상 ‘테크핀(밸런스히어로는 자사 서비스를 핀테크 대신 기술을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크핀 회사라고 소개)’ 업체가 된 셈이다. 계획대로 신규 가입 고객들은 10루피를 바로 충전하는 데 사용했고 기존 고객들도 앱에서 잔액을 확인하고 바로 상품을 구매했다.
‘국민 앱’의 일등공신 ‘리셀러’
이 덕분에 밸런스히어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등으로부터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트루밸런스의 다운로드 수는 꾸준히 늘었는데, 여기에는 ‘리셀러’의 역할이 컸다.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는, 현금만 쓰는 사람은 데이터가 떨어지면 어떻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 돈을 들고 동네에 있는 대리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대리점이 굉장히 먼 곳에 있다면? 데이터 충전이 쉽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인도인이 여기에 해당됐다.
이때 상품 구매를 도와주는 게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다른 고객의 결제를 대신해주는 일종의 중개인인 셈이다. 에이전트가 현금을 받고 스마트폰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고객의 번호를 넣으면 해당 고객의 휴대전화에 통신료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에이전트는 이에 대한 대가로 고객에게서 소액을 받는다. 밸런스히어로는 통신료 충전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각종 통계를 확인해 보니 본인보다 타인에게 충전해주는 데이터가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밸런스히어로는 에이전트가 통신료를 충전할 때마다 회사가 일부 금액을 돌려주면 동기부여가 돼 더 열심히 사람들의 데이터를 충전해주러 다닐 것으로 판단했다. 장기적으로 신용 거래가 불가능한 고객들의 신용카드, 은행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들을 ‘리셀러’로 부르고 고객들의 제품을 대신 구매할 때마다 5% 정도를 수수료로 줬다.
리셀러는 최대한 많은 고객을 찾아내 수익을 거둔다. 밸런스히어로는 리셀러 덕분에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은 주변에서 리셀러를 찾아 데이터나 통화를 충전한다. 모두가 ‘윈윈’인 셈이다.
리셀러는 밸런스히어로의 핵심 전략이다. 회사가 타깃으로 잡은 10억 명의 서민층, 금융 소외 계층을 섭외하려면 리셀러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은행 계좌나 신용 점수가 없고 현금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수에게서 결제를 유도하고 미리 계획한 소액 대출 서비스까지 이어지려면 리셀러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경제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이들 중 70%가 도시가 아닌 지방에 살았다. 이들을 디지털 금융으로 포용하려면 리셀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이철원 대표)
리셀러는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었을까. 해답 역시 ‘보상’에 있었다. 밸런스히어로는 등급을 나눠 리셀러가 충전을 많이 유도하면 승급을 시켜줬다. 승급이 높아지면 리셀러가 받는 페이백 비율도 올라가게 된다. 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액을 받고 중개인 역할을 했던 에이전트들이 밸런스히어로의 리셀러로 갈아타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리셀러가 된 사람들이 괜찮은 수입을 거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리셀러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인도 차르키 다드리에 사는 대학생 아디탸 샤르마 씨(23)는 트루밸런스를 쓰다가 용돈 벌이를 위해 리셀러가 됐다. 그는 밸런스히어로의 상품들을 달달 외워 주변에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를 통해 용돈을 번 것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에어컨도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 번 돈으로는 집을 리모델링하고 대학 등록금과 가족 병원비 등을 냈다. 카르날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로타시 메라 씨(36)도 리셀러가 된 후 삶이 달라졌다. 2017년 우연히 유튜브에서 트루밸런스 관련 영상을 보고 나서 3000여 명의 마을 사람에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서 충전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다른 곳에 가게를 한 개 더 열 수 있었다. 현재 트루밸런스의 리셀러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리셀러가 충전을 해주면서 고객들에게 실수를 하진 않을까. 리셀러는 트루밸런스 앱 내에서 자격(일정 금액 이상을 충전하면 부여)이 주어지는 시스템일 뿐 밸런스히어로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트루밸런스 서비스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밸런스히어로의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정 부분 관리는 필요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유튜브를 적극 활용했다. 기본적으로 통신료 등 새 상품이 나오면 유튜브 영상부터 만들어 공개했다. 이후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왓츠앱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관련 내용을 올렸다. 상품 홍보와 더불어 일종의 교육용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도 유튜브 시장이 중국보다 크다. 그만큼 유튜브에 올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유선 전화나 대면 인터뷰를 통해 교육을 하고 있다. 소통을 하다 보니 리셀러가 ‘이런 상품 어떠냐’ ‘새로운 상품 안 나오냐’ 등의 의견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판매량이 월등히 높은 우수 리셀러를 찾아 판매 방식을 비즈니스에 참고하기도 했다.
리셀러 발판으로 비즈니스 확장
밸런스히어로는 리셀러로 인도 전 지역에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비즈니스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갔다. 2018년 5월에는 전기세, 가스세 같은 세금을 앱에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이 역시 리셀러들이 주변 사람의 세금을 대신 납부할 수 있게 해줬다. 같은 해 9월, 기프트카드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객들이 세금 납부를 더 편하게 하고, e커머스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기프트카드는 카드형 상품권으로 시리얼 번호를 입력하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온라인에서 적립 받는다.
“흔히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서 쓰는 기프트카드와 비슷한 개념이다. 모바일 결제가 익숙하지 않고 거의 현금을 쓰니까 기프트카드가 필요했다. 통신료 충전뿐만 아니라 각종 공과금 납부도 기프트카드로 가능케 했다.” 이 대표의 말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여기에 공인인증서,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없이 고객들이 비밀번호 4자리만 가지고 편리하게 결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인도 금융 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모바일 월렛(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의 성격이 바뀌면서 고비가 여러 번 있었다. 특히 데이터 잔량을 확인하거나 충전하는 서비스는 IT 기반의 성격(테크)이 컸는데 공과금 납부나 대출 같은 금융(핀) 섹터로 넘어가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졌다.
이 대표는 “현지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데이터 충전 때 현지 통신사들과 제휴를 맺은 것처럼 금융 비즈니스로 넘어갈 땐 대출사,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맺고 협업했다”고 말했다.
라이선스를 받는 과정에서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 번은 고객 인증 수단 관련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인도 정부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법 개정이 우선돼야 했다. 거의 논의가 끝난 문제여서 대법원 판결만 나오면 됐다. 그런데 대법원 판사들이 판결을 앞두고 40일짜리 여름휴가를 떠나버렸다. 이는 인도가 영국 식민지로 있었을 때 영국 판사가 자국으로 돌아가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만든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휴가가 길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만큼 ‘현지 사정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구나’라는 걸 또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우선 할 수 있는 다른 비즈니스에 먼저 집중했다.” 이 대표의 말이다.
2018년 말 다운로드 수가 7000만을 돌파하면서 밸런스히어로는 기존에 계획했던 사업의 한 축인 대출 서비스를 2019년 초 선보였다. 밸런스히어로가 잇따라 선보인 대출 상품은 페이레이터, 리차지론, 퍼스널론, 인스턴트캐시론 등 크게 4가지다.
지난해 초 출시한 페이레이터와 리차지론은 통신료 충전과 공과금 결제를 돕는 대출 상품이다. 페이레이터는 일종의 외상 거래 상품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납부하고 10일 이후 원금을 상환한다. 리차지론은 큰 금액을 한 번에 충전하고, 이를 균할로 갚는 방식이다. “예로, 한 달에 200루피(약 3200원) 정도를 충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면 결제할 때는 20루피, 40루피 이렇게 쪼개서 충전한다. 한 번에 상대적으로 큰 액수인 200루피를 충전하면 통신사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줄 때가 많은데 이를 못 누리는 거다. 고객들을 위해 처음 만든 대출 상품이다.” (이 대표)
지난해 11월에는 본격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 퍼스널론과 인스턴트캐시론을 선보였다. 퍼스널론은 비대면 소액 대출이다. 신용등급이 없어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급여 소득자, 자영업자, 대학생 등이 대상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의 대출 중개사 루피랜드와 제휴를 맺고 이 상품을 만들었다. 루피랜드는 현지 10여 개의 대출사와 제휴를 맺고 온라인 대출을 판매하는 대출 중개사다.
퍼스널론의 가장 큰 특징은 대출 절차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별도 서류 작성을 하지 않고도 1000루피(약 1만6000원)부터 50만 루피(약 808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상환은 1∼6개월이다.
그다음으로 내놓은 인스턴트캐시론은 금융 업체에서 거래가 불가능한 금융 소외층을 위한 초소액 대출 상품이다. 간단한 설문 조사와 신분증 인증을 한 뒤 자체 심사를 거쳐 500루피(약 8000원)를 빌려준다. 이를 잘 상환하면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난다. 이 대출 상품들의 이자는 하루 1%가량이며 기간이 늘어나면(30일에 금리 20%) 이자가 낮아진다. 밸런스히어로에 따르면 현지 금융사들의 단기 대출 이자는 통상 하루 1% 정도. 인스턴트캐시론은 출시 2달 만에 일일 거래 건수 1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인도에서 금융 소외층과 서민들, 여기에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업체는 밸런스히어로가 유일하다. 온라인으로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실시간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인기가 치솟았다. 현재 밸런스히어로의 하루 대출 승인 건수가 4만 건이 넘는다.” 이 대표의 말이다. 밸런스히어로에 따르면 트루밸런스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 돈을 지급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다.
그런데 아무리 소액이라도 신용점수가 없는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신용점수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못 받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트루밸런스가 판매하는 대출 상품의 부도율(돈을 갚지 않아 부도 처리한 상품 비율)은 10% 수준이다. 밸런스히어로는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을까.
데이터 분석 & 유저 리서치로 신용점수 없이도 대출 제공
밸런스히어로가 대출 서비스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서비스 플로(Flow)’를 미리 짜둔 덕분이다.
이 대표는 통신료 잔액 확인 서비스 단계부터 충전과 여기에 붙을 수 있는 외상•대출 상품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밸런스히어로는 아주 소소하고 날것의 고객 데이터라도 충실하게 모았다. 회사 내에서 데이터를 강조하고 모든 종류의 로그를 서버에 저장했다. ‘우리 유저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휴대전화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을 철저하게 살펴봤다. 이 로그들을 가지고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7000만 명의 결제•충전 내역, 앱•데이터 활용 패턴 데이터 등을 분석해 대안 신용평가 모델(ACS)을 만든 것이다.
물론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초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밸런스히어로는 고객들의 신용점수를 0∼1점으로 나눴다. 1점에 가까울수록 신용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1점에 근접한 고객의 연체가 높고, 신용점수가 낮은데도 돈을 잘 갚는 고객이 있었다. 모델 자체가 부실했던 것이다. “특정 행동이 덜 분석됐다. 예를 들어, 비싼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으면 돈을 더 잘 갚을 것으로 판단하고 점수를 더 줬는데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이런 과정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수정해 나갔다.” (이철원 대표)
대출 상품이 팔릴수록 상환 데이터가 쌓여 ACS가 더 고도화된 측면도 있었다. 1만 원을 빌린 뒤 갚은 사람은 1000만 원을 대출받았을 때도 상환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신용점수를 계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밸런스히어로는 고객 데이터에서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요소를 정리했다.
1. 통신료 충전 및 결제 내역이다. 트루밸런스에서 데이터를 충전하면 문자로 고객한테 승인을 받아 지난 3개월 동안 이 고객이 충전한 통신료 내역을 받는다. 한 달에 얼마나 충전을 하는지, 얼마나 자주 공과금을 결제하는지 등을 파악해 대략적인 소득 수준을 예측한다. 대다수 고객이 은행 서비스나 신용카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이는 꼭 거쳐야 할 요소다.
2. 각종 앱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트루밸런스를 다운받으면 이 사람이 어떤 앱을 쓰는지 정보를 공유해준다. 이를 통해 고객이 SNS를 많이 쓰는 유저인지, 비싼 유료 게임이나 아마존을 쓰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 같은 요소를 신용점수에 반영한다.
3. 위치 정보다. 인도 내 어느 지역에 사는지, 직업은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머무는 곳의 위치로 생활수준을 예상할 수 있다. 또 아침에 특정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온다면 이 사람은 직장이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4. ‘사회적 행동 데이터’를 체크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전화나 문자하는 상대가 있는지, 전화번호부에 가족과 연락한 기록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밸런스히어로는 혼자 사회적인 교류 없이 지내는 것보다 사회적 행동 데이터가 많은 고객이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높다(신용적으로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한다.
데이터 검증을 철저하게 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상품도 있다. 인스턴트캐시론은 ACS를 참고하긴 하지만 앱에 쌓이는 금융 기록을 더 중시한다. 일단 당사자가 맞는지 등을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500루피(약 8100원)를 그냥 빌려준다. 상환을 하면 신용점수를 올려주고 빌릴 수 있는 한도도 높여준다. 날리는 셈 치고 소액을 빌려준 뒤 잘 갚으면 대출금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대출 이자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 같은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고객들 역시 향후 더 많은 돈을 빌리기 위해 현재 빌린 돈을 열심히 갚는다고 한다. 트루밸런스가 아니면 고리대금업자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단계가 거듭될수록 신용평가모델이 단단해지고 연체율은 떨어졌다.
보통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택시 운전사, 일용직 노동자 등으로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전기•가스 요금 같은 공과금 납부나 개인 생필품 구입, 병원비 등에 활용하기 위해 돈을 빌린다. 소액을 빌렸다 갚았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밸런스히어로의 재대출율은 70∼80%로 높은 편이다. 재대출자들의 연체율은 신규 대출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그런데 대출액이 적은 만큼 이자는 어찌 보면 미미한 수준일 수 있다. 이 정도로 수익이 날까.
“‘소품종 대량 생산’을 떠올리면 된다. 한국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온라인 대출 신청 건수가 모든 금융권을 합쳐 약 1만5000건이다. 우리는 지금 승인돼 나가는 대출이 하루 4만 건이다. 1만 명이 20일 만기로 500루피를 빌려 갔다가 이 중 10%가 연체했다고 가정해보자. 10%가 연체해도 90%가 제대로 갚으면 이들이 내는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윤 관점에서는 훨씬 많이 남는 것이다. 1년 단위로 보면 이 이자가 120%에 달한다. 무엇보다 고객이 최대한 플랫폼에 많이 유입되면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여지가 크다.” (이 대표)
데이터 분석이 밸런스히어로의 오른쪽 날개라면 유저리서치는 비즈니스의 왼쪽 날개다. 밸런스히어로는 데이터 수집 못지않게 유저 리서치에 충실했다. 사업 초기 CS팀이 없었을 때도 유저리서치 팀은 따로 만들어 끊임없이 고객들과 접촉했다. 이 팀의 역할은 실제 고객을 찾아 만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이 맞는지 고객을 일일이 만나서 확인했다. 새 서비스가 나오면 이를 검증하는 역할도 했다.
“고객들에게 티셔츠 같은 작은 상품을 주고 설문 조사(정량적 조사)와 집중 인터뷰(정성적 조사)를 꾸준히 병행했다.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고객이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물어봤다. 인도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지방에 있기 때문에 5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가서 조사한 적도 많다. 지금도 매주 이러한 소비자 행태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정도 고생을 감수할 정도로 고객에게 직접 귀를 기울이면 배울 것이 많다.” (이철원 대표)
“목표는 인도 최고의 테크핀 업체”
밸런스히어로는 대출 이외에 e커머스부터 보험 상품 중개, 기차표 예약 서비스까지 비즈니스를 다양화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지난해 7월 e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루밸런스 앱에서 삼성의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향후 타사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모바일 액세서리, 소형가전, 식료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9년 8월과 10월에는 각각 보험 상품과 기차표 예약 서비스, 디지털 골드 등을 출시했다. 현지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우기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뎅기 모기에게 물렸을 때 보장받는 뎅기보험’ ‘통근사고보험’ ‘오토바이 보험’ 등을 선보였다. 인도는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 출퇴근에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오토바이 사용량도 많다. 이를 보장해주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기차표 예약 서비스도 통근사고보험 상품과 연관성이 있다. 대부분의 인도인이 출퇴근 시 기차를 이용하는 데서 착안해 서비스를 만들었다. 인도에서 하루 기차 운행 건수는 1년 비행기 운행 건수와 맞먹는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 투자 상품도 일부 판매 중이다. 앱에서 ‘디지털 골드’ 상품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100g짜리 실물 금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밸런스히어로는 앞으로 더욱더 비즈니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생활 금융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여전히 주요 고객은 인도의 서민층과 금융 소외 계층이다. 이들에게 IT 기반으로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게 회사의 기본 방침이다. 물론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면서 기존 비즈니스 사업자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밸런스히어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분포된 100만 명의 리셀러들과 76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반으로 만든 신용평가체제가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철원 대표는 “‘인도 국민 앱’을 만들었으니 코끼리에 일단 올라탔다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인도 최고의 테크핀 업체가 돼서 코끼리를 춤추게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파괴적 혁신과 추천 마케팅… 글로벌 진출 모델 만들어 밸런스히어로는 거대 인도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글로벌 스타트업이다. 피처폰 시절, 컬러링으로 인도 통신 시장에 진출한 이 회사는 스마트폰이 도입되던 시절, 파괴적 혁신을 일으킨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선불 요금제를 사용하는 시장 특성을 간파해 잔액과 데이터 사용량을 체크해주는 트루밸런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것이다. 이 앱은 큰 인기를 끌어 거대 고객 기반을 확보하게 해줬다.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한 이 스타트업은 ‘인도의 토스’가 되고자 모바일 핀테크 서비스로 또 한 번 사업을 확장 중이다. 트루밸런스에 거래 대행 서비스, 전기료•가스비 결제, 보험 판매, 온라인 쇼핑, 소액 대출 서비스 등 기능을 하나씩 추가해 가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거대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는 글로벌 진출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s)을 통한 시장 진입 트루밸런스 앱의 성공은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창한 파괴적 혁신의 개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파괴’란 보유한 자원이 적은 기업이 기존의 안정된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보통 대형 통신사와 유통망은 기존에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고객층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과정에서 다수 고객층의 요구를 무시하게 된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에도 고객들은 데이터 잔액을 피처폰 방식으로 불편하게 확인해야 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런 고객층이 앱을 통해 편리하게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 확대의 발판을 확보했다. 일단 시장에 진출한 후에는 네트워크 마케팅과 주류 고객층이 원하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에서 파괴를 일으킨다. [그림 1]은 제품 성능 궤적(붉은 선)과 고객 수요 궤적(푸른 선)을 비교한다. 기존의 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시장의 상부를 만족시키기 위한 상품, 서비스 개발에 신경 쓰지만 이럴 경우 주류 고객과 시장의 하부를 무시하는 문제를 갖게 된다. 데이터 소비량이 많은 인도 통신 소비자들이 선불제 형태로 데이터를 소비하면서 데이터 잔량을 보여주는 ‘공짜’ 정보 서비스에 무관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밸런스히어로는 파괴적 기업으로서 기존 기업이 무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저수익성 정보 서비스가 인도 통신 소비자들의 진정한 요구사항인 것을 간파했다. 밸런스히어로는 파괴적 궤적(아래쪽 붉은 선)을 따라 서비스 성능을 개선하면서 시장의 상부로 이동했고, 그렇게 기존 기업의 우위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추천 마케팅(Referral Marketing) 사실 통신 서비스를 영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복잡한 데이터 플랜을 이해시키고 다른 고객을 소개한다는 것은 통신 서비스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에 비해 품이 많이 든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런 영업의 속성을 고려해 추천 마케팅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고객 기반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된다. [표 1]은 이런 추천 마케팅 프로그램이 전통적 마케팅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인 드롭박스(Dropbox)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드롭박스 성장 전략의 핵심은 사용자 참여로 꼽힌다. 드롭박스 서비스에 처음 가입할 경우, 무료 저장 공간은 2GB로 적지만 드롭박스를 친구들에게 추천하면 1회당 500MB씩 최대 16GB까지 추가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추천인뿐만 아니라 추천으로 가입한 친구들도 이 저장 공간을 받는다. 이런 추천 마케팅을 통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한 드롭박스는 단기간에 5억 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확보했다.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의 편리함이란 영업사원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것보다는 사용자 참여를 통해 무료 사용자를 확보한 후, 차별된 서비스를 직접 느껴본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들에게 영업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인 것이다. 밸런스히어로의 경우에도 처음 가입한 고객에게 소액이지만 10루피를 제공하고 단기간에 가입자 수를 증대시켰다. 핀테크를 통한 기능적 확장 고객 기반이 확보되면서 밸런스히어로는 스마트폰 기술을 활용, 기존 금융기관들이 제공하지 못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트루밸런스에 접목한다. 대중을 위한 금융 서비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도에서 핀테크 분야는 또 다른 파괴적 혁신의 기회다. 핀테크 중 가장 기본적인 결제 및 송금 서비스는 밸런스히어로 사례에서 데이터 충천 형태로 구현됐다. 결제 및 송금이 자리를 잡게 되면 자산 관리 분야인 예금, 대출, 투자 분야로 확대할 기회가 생긴다. 보안 및 데이터 분석 분야의 핀테크 서비스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결합해 자산 관리, 신용 리스크 평가, 금융 상품 추천 등 확장 영역이 보다 다양해진다. [표 2]는 핀테크 분류와 핀테크 전반의 사업 분야를 보여준다. 밸런스히어로는 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확보한 고객 기반을 기초로 다양한 형태의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에서 토스가 젊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편리한 송금 서비스로 출발해 대출 광고 및 소개를 통해 급성장한 것처럼 여러 핀테크 분야 중에 인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접목한 것을 하나의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한국 출신의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가 인도 최고의 테크핀 업체가 돼서 ‘코끼리를 춤추게 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다만, 금융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서비스가 강화된다면 규모의 성장을 조속히 이루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부정 사용이나 상환, 채권 추심의 문제가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존의 금융 서비스 시장을 파괴적 혁신으로 접근할 경우,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자의 견제와 함께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파괴적 혁신 또한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smjeon@gachon.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산호세에서 창업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벤처회사들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P2P lending, 소셜커머스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역서에 『페이스북 시대』 『FANG시대의 경영정보학』, 저서로는 『경영학으로의 초대』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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