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와 듀퐁 등식에 관해서

Return on Equity, 즉 ROE는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말 그대로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투자한 자본에 대해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이기에 주주 입장에서 보면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듀퐁 등식은 이 ROE를 3가지 요소, 즉 1) 매출 순이익률, 2) 총자산 회전율, 3) 레버리지, 로 분해한 공식이다.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률인 ROE를 이렇게 3가지로 분해하면, 해당 기업의 1) 수익성, 2) 효율성, 3) 안정성을 파악하여 어느 항목이 ROE에 영향을 미쳤나 알 수 있게 된다.

듀퐁 등식의 탄생

듀퐁 등식을 만들어낸 사람은 미국의 도날드슨 브라운 (1885~1965)이다.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하고 코넬대학의 공대대학원을 마친 그는 1909년에 화학 관련 대기업인 듀퐁의 영업직에 입사한다. 그 후 재무 팀에 발탁이 된 그는 경영 성과를 나타내는 ROE의 개념을 3요소로 분해하여 사내 보고에 사용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듀퐁 등식의 시초이다.
 


 
그 후 듀퐁은 자동차 제조 회사인 GM을 산하에 두게 되는데, 도날드슨은 GM으로 발령받아 GM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이 등식을 사용하게 된다. 이후 GM의 경영 효율화는 성공하지만 너무 잘나간게 (?) 문제가 된건지, 반독점법에 의해 듀퐁은 화학 부문의 산업 분할과 GM의 지분 매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듀퐁 등식 탓에 (?) 사업 축소를 강요당하게 된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ROE의 분해

여기서는 ROE를 자세히 분해해 보겠다.
 


 
어떤 기업의 ROE가 다른 기업에 비해 높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듀퐁 등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위의 3 요소는 회사 내에서 보면 서로 다른 부문에서 담당하는 내용이다. 어느 요소, 어느 부문이 특출나게 잘한다고 해도 다른 요소, 부문이 평균치 이하이면 결과적으로 ROE는 증가하지 않는다.

매출 순이익률

매출 순이익률은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위의 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익의 증가는 ROE의 증가에 직결한다. 매출이 증가하면 이익이 늘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매출이라도 비용을 절감하면 이익이 증가하기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경영하는가가 이 요소의 포인트가 된다. 회사 내에서 이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은 주로 마케팅과 재무 기획팀 등이다. 회사의 상품을 잘 팔아서 매출을 올리거나 혹은 비용 절감 노력을 하여 이익률을 높인다면 이는 곧 ROE의 증가로 이어진다.

총자산 회전율

총자산 회전율은 기업의 자산에 대해 얼마나 매출을 늘렸는가라는 효율성을 나타낸다. 회사 내에서는 생산 부문이 이 수치를 주도한다.
 
총자산 회전율과 이익률을 동시에 높이는 것은 어렵다. 바꾸어 말하면 양을 선택하냐 질을 선택하냐라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어느 제품의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다른 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크다는 의미인데, 그런 제품은 시장에서 금방 모방되기에 판매량은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총자산 회전율은 떨어지게 된다. 만일 두 요소가 높은 기업이라면 그건 강력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 경우이며, 투자처로서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레버리지

레버리지는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낸다. 이 등식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자기자본은 그대로인데 차입을 늘리면, 즉 레버리지를 올리면 ROE도 증가한다. 대출을 늘려 이익을 낸다는 것은 타인자본을 늘려서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므로 ROE는 당연히 오를 수 밖에 없다.
 
단 레버리지를 올리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변동성이 심한 산업에서의 레버리지 증가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부채가 늘어난만큼 이자 지급이 커지는데, 부채만 늘리고 이익이 늘지 않으면 ROE 감소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회사가 도산 할 수도 있다.

일본 기업의 ROE 추이와 특성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주식 시장에 외국계 투자자들이 급증했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ROE를 투자 지표의 하나로 중요시 한다. 과거에도 물론 ROE 개념이 있었지만 최근들어 다시금 주목 받는 상황이다. 이전에 비해 기관 투자자들의 ROE 목표 요구는 확실해졌고 각 기업들도 ROE를 경영 목표의 수치로 내세우는 경향이 늘었다. 실제로 일본의 평균 ROE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균 8% 전후인데, 미국의 15% 전후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다.
 


 
블룸버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9년 이후의 일본 TOPIX에 상장된 기업의 평균 ROE 추이를 보면 그 수치는 3%에서 8%대로 증가했다. 그런데 이를 듀퐁 등식을 바탕으로 3요소로 나누어 보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매출 순이익률은 ROE와 같은 방향으로 증가했지만, 자산회전율과 레버리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우선 기업의 의무인 이익 창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을 잘했다는 뜻이다. 한편 일본의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도 엿볼 수 있다. 일본 기업은 보통 아웃소싱을 하기 보다 자사가 설비를 취득하여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기밀 유출이 두려운 기업도 있고 자사가 생산하지 않으면 속이 편치 않은 회사도 있는데, 이는 자산 회전율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려고 빚을 내서 사업하는 것을 피하다 보니 레버리지는 안오르고 유보율만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이런 풍토가 한 몫해서인지 미국 기업보다 낮은 ROE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투자자와 회사 입장에서의 ROE와 듀퐁 등식의 의미

ROE의 신뢰성에 관해서는 이런 저런 의견이 많다. 순이익은 손익계산서 상의 특별 요인이 반영되기 때문에 영업외 요인으로 수치가 크게 변할 수 있다. 또한 각국의 회계 기준에 따라서도 순이익의 수치는 영향을 받는다. 자세한 문제점은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투자 성과를 알 수 있는 단순 명료한 개념으로 ROE를 이용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ROE의 숫자를 단순히 받아들이기 보다는, 듀퐁 등식을 이용해 3요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ROE가 증가한 이유가 이익률 증가인가, 자산 회전율인가, 아니면 레버리지인가를 파악하고, 경쟁 업체의 수치와 비교하여 무엇이 강점인지, 그리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경영 분석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회사는 사내의 각 부문이 균형있게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ROE가 향상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업과 마케팅이 열심히 매출을 늘리고, 생산 부문이 효율화를 통해 자산 회전율을 높이고, 재무팀이 적절한 레버리지를 유지한다면 ROE는 증가하게 될 것이다. 물론 회사 경영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각 부서 간의 균형이야 말로 듀퐁 등식에 수치로서 나타나게 되고, 그 결과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으로 반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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