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태양광에 전력망 과부하 우려…한전은 투자 엄두 못내

 
 

과잉생산 따른 출력제어 조치
제주 올해들어 60여차례 발동
육지도 2027년 위험단계 진입

사상최악 적자 시달리는 한전
송배전 사업서 2조 절감 예고

◆ 태양광 난립 후폭풍 ◆

최근 수년 새 전국적으로 태양광발전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제주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전력 과잉생산에 따른 출력제어 조치(가동 중단 명령)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제주에서는 올 들어 태양광발전이 전력을 과잉생산하자 지난 4월부터 60차례가 넘는 출력제어 조치가 내려졌다. 육지에선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 과잉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수급 불균형에 대처해왔다.

문제는 100㎾ 미만의 소규모(소형) 태양광발전이 최근 5년 새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전력망을 교란시킬 수 있는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이 100㎾ 이상의 태양광발전은 내년 10월부터 감시·제어에 나서겠다고 부랴부랴 밝혔지만 소규모 태양광발전은 발전당국의 제어가 어려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전의 관리·감독을 피하려는 사례가 확산될 수도 있다. 예컨대 태양광발전 조성에 나선 전문사업자가 99㎾, 98㎾ 규모로 쪼개 개인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출력제어 조치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며 "올 들어 전력도매가격(SMP) 급등으로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져 소규모 태양광발전 증가 속도는 더 빨라졌다"고 전했다. 소규모 태양광발전이 급증하면서 100㎾ 이상의 태양광발전이 오히려 출력제어를 당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신재생 보급 확대 기조에 따라 태양광발전은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유일 송배전 사업자인 한국전력은 사상 최악의 경영난으로 전력망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전력망(전력계통) 대책 없이는 수년 안에 '전력망 대혼선'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인프라 구축 등이 동반돼야 하는데 전임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발전 보급 정책에만 중점을 뒀다"며 "그 결과 미래 세대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실무안)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 목표치는 2030년 21.5%에 달한다. 현재 발전 비중이 8%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8년간 신규 신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들어선다는 의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지난 7월 기준 14만2540㎿다. 2018년 12만352㎿, 2019년 12만8589㎿, 2020년 13만5224㎿, 2021년 13만9948㎿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태양광발전이다. 태양광발전은 호남 일대에 가장 많이 밀집돼 있다. 지역별로는 전남(4397㎿), 전북(3867㎿), 경북(2799㎿) 순으로 많았다. 소규모 태양광발전 역시 전북(1685.7㎿), 전남(917.6㎿), 경북(757.3㎿), 충남(748.8㎿) 순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단계를 총 4개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3% 이내) △2단계(3~15%) △3단계(15~25%) △4단계(25~50%)다. 1~2단계는 신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낮지만 3단계부터는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은 전국적으로 2단계에 있다. 다만 제주만 보면 3단계에 해당한다. 즉 전국이 3단계에 접어드는 순간 제주처럼 출력제어 조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국이 3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은 2027년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의 급격한 증가를 고려해 전력계통 운영·계획 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한다. 육지에서의 출력제어 조치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상청과 협업해 실시간 기상 예측을 잘해야 태양광발전의 전력 과잉이나 생산 부족 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시간대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하루 전에 제출하고 오차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저장시설(ESS) 등 신재생에너지의 수급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백업설비를 확보하고,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인버터 계통연계성능개선 사업'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전력망 보강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비해 석탄·가스발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응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다. 특히 한전은 올해 역대 최악인 30조원대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어 전력망 구축 사업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자구 노력을 진행 중이라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전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재정건전화계획안을 통해 송배전·배전사업에서 향후 5년간 2조원가량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신규 건설 및 투자를 줄이거나 미룬다는 얘기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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