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결정과 기업가치 평가 방법

신규 상장되는 주식의 가격은 누가 어떻게 결정할까요?

기본적으로 주식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주식의 가격은 곧 시가총액으로 표현되는 기업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최초 상장(IPO)되는 기업의 경우 이러한 시장 가격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에 최초 거래일 얼마에서 거래가 될지를 결정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비상장 주식도 장외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있긴 합니다. 또 그 가격은 상장이후 매매 시 참고지표로서의 역할도 하게됩니다. (비상장에서도 3만원에 거래되었는데 상장되었으면 유동성프리미엄을 감안해서 그 보다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실제로 IPO 이후 주가는 과거 장외가격보다는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먼저, 주식의 상장은 크게 사전 준비-예비심사-일반공모-상장의 과정을 거치는데 상장을 하려는 기업은 우선 사전준비 단계에서 주간 증권사를 결정하고 증권사를 통해 실질적인 상장절차를 밟아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수요예측과 청약이라는 공모절차를 거쳐 상장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주간사는 기업의 실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 공모가격(범위)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제시된 공모가격 범위에서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상장가격이 결정됩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절차를 통해 상장 당일 기업의 주가가 결정되고 거래가 시작됩니다.  

A. 주간 증권사의 실사 및 가치평가
B. 공모 희망가액 결정 (예 : 9천원 ~ 1만2천원)
C.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 결정 (예 : 1만원)
D. 청약
E. 상장일 공모가의 90% ~ 200% 사이에서 장 시작 전 호가접수를 통해 시초가 결정 (예 : 9천원 ~ 2만원)

만약 1만원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기업이 상장 당일 2만원의 시초가로 거래가 시작되고 당일 상한가(+30%)를 기록하면 흔히 "따상"이라고 아래와 같이 뉴스에 나오게 됩니다.

모바일 게임 업체 모비릭스가 코스닥 상장 첫날인 28일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날 모비릭스[348030]는 시초가(2만8천원) 대비 가격제한폭(30.00%)까지 오른 3만6천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1만4천원)의 2배로 형성된 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을 기록했다.

신규상장 종목의 가치평가 방법 확인 (비교가치, 본질가치)

그럼 주가 결정의 시작이 되는 증권사의 가치평가 즉 공모 희망가액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IPO 청약투자의 출발이고 기업을 이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상장을 위해서 기업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회사의 개요와 투자위험요소 등을 투자자에게 공시합니다. 우리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투자설명서를 통해 주관사가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와 회사의 사업내용, 주주의 관한 사항, 공모자금의 사용계획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투자설명서
 
신규상장을 위한 투자설명서에는 기업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주간사의 실사(Due Diligence) 내역과 기업의 가치평가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있어 개별 기업뿐 아니라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와 밸류에이션 과정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됩니다.
 
증권사가 기업의 공모가액을 결정한 근거는 투자설명서 중 제1부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사항 중 4번 인수인의 의견(분석기관의 평가의견)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평가는 크게 비교가치법과 본질가치법으로 구분됩니다. 증권사의 공모가 결정에도 동일하게 이러한 비교가치법과 본질가치법을 활용하며, 보통 기업가치는 비교가치법을 통해 결정되지만 투자설명서에는 비교가치법과 본질가치법 모두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본질가치법은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주로 비상장 기업의 합병 시 가치평가를 위해 사용되며 공모가를 결정하는 데에는 단순 참고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비교가치법은 우리가 흔히 기업의 적정가치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PER, PSR, EV/EBITDA 등을 이용해서 기업의 가치, 즉 시가총액과 주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설명을 참고)

본질가치평가법과 상대가치평가법의 비교 :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투자설명서 중

본질가치평가법은 2002년 8월 "유가증권인수업무에 관한 규칙" 개정 이전에 공모주식의 평가를 위해 사용하던 규정상의 평가방법으로 최근 사업연도의 자산가치와 향후 2개년 추정실적을 기준으로 한 수익가치를 1과 1.5의 가중치를 두어 산출하는 절대가치 평가방법의 한 기법입니다. 그러나, 본질가치를 구성하는 자산가치는 역사적 가치로서 기업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과거 실적을 중요시한다는 점에 있어 한계가 있으며, 또한 이를 보완하는 향후 2개년간 추정손익에 의해 산정되는 수익가치는 손익 추정 시 평가자의 주관 개입 가능성, 추정기간의 불충분성 및 자본 환원율로 인한 기업가치의 고평가 가능성 등은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상대가치 평가방법(PER 비교, EV / EBITDA 비교, PSR 비교, PBR 비교, EV / Capacity 비교 등) 은 주식시장에 분석대상 기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주요 제품으로 하는 비교가능성이 높은 유사 기업들이 존재하고, 주식시장은 이런 기업들의 가치를 평균적으로 올바르고 적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분석대상 기업과 비교기업을 비교, 평가하는 방법으로서 그 평가방법이 간단하고 연관성을 갖기 때문에 유용한 기업가치 평가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교기업의 선정 시 평가자의 주관 개입 가능성과 시장의 오류(기업가치의 저평가 혹은 고평가)로 인한 기업가치 평가의 오류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상대가치 평가방법의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절대가치 평가방법상대가치 평가방법이 있다. 절대가치 평가 방법 중 DCF법(Discount cash flow, 현금흐름할인법)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될 수 있어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절대가치 평가법에 해당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판례분석에 의하면 △ 상증법에서의 보충적 평가방법, △ 자본시장법의 본질가치평가법(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1.5로 가중평균하는 방법), △ DCF가 존재합니다.
 
상대가치 평가방법에는 △ PER(주가수익비율) 비교 △ EV/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비교 △ PBR(주가순자산비율) 비교 △PSR(주가매출비율) 비교 △EV/Pipeline(파이프라인 대비 기업가치)비교 등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동종업계 기업의 평균 PER(PEER Valuation)을 구해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A회사와 비슷한 B회사가 현재 주식시장에서 순이익 대비 10배 정도로 거래되고 있으니까 이번에 상장하는 A회사의 가치를 순이익 100억원의 10배인 1,000억원 정도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B회사만을 비교로 하지는 않고 유사한 다수 기업을 먼저 비교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들 기업의 평균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해당 평가 기업의 할증/할인 요소를 더해 가격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비교가치 평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PER이지만 순이익으로 기업평가가 어려운 경우 등 경우에 따라 PSR이나 EV/EBITDA 등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특히 공모가 책정에서는 ‘피어그룹(비교기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집단에 어떤 기업을 넣느냐에 따라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현행 공모가 산정 논란에서 중심은 ‘피어그룹’입니다. 빅히트도 연예기획사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저평가 상태였던 SM을 빼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 문제로 지적됐으며, 앞서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제약사 4곳을, 카카오게임즈는 시가총액 790조 원에 달하는 중국 텐센트 홀딩스와 넷이즈, 넷마블, 엔씨소프트를 피어그룹에 넣고 평균 PER을 측정했습니다..
 
최근 공모로 이슈가 되었던 빅히트의 상대가치 기준을 잠시 알아볼까요. 빅히트는 EV/EBITDA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설비투자와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성 비용이 많은 제조업에서 공모가를 책정할 때 종종 사용됩니다. PER이 주가를 주당 순이익 배율로 따진다면 이 방식은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시총을 계산했다고 보면 됩니다. 빅히트의 서울 용산구 신사옥 이전으로 늘어난 리스부채 감가상각비가 영업이익에 포함돼 기업가치가 훨씬 커진 것입니다.

기업가치평가와 공모가액 산정의 예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오로스테크놀로지)

최근 상장하는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와 오로스테크놀로지를 통해 실제 비교평가방법을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공모희망가액을 결정하는 과정의 예를 보겠습니다.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기업가치평가

먼저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EV/Capacity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습니다. (적정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과 고평가에 대한 일부 지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비교기업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일한 CMO기업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성장단계의 인터넷 기업의 가치를 회원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도 비슷한 논리적 접근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EV는 EV/EBITDA의 EV로 기업의 시장가치 (Enterprise Value)를 의미합니다. 간단히 시가총액과 순부채의 합으로 산출되는데 기업을 인수할 때 실제로 필요한 총자금을 보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당연히 EV가 계산되면 역으로 시가총액이 계산되겠지요.

1. 비교대상 기업선정과 적용EV/Capacity 배수의 산출

2.EV/Capacity 배수를 적용한 상대가치 산출

EV / Capacity 배수를 적용한 상대가치 산출 결과

3.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 희망가액 산정

오로스테크놀로지 기업가치평가

보다 일반적인 PER 방식의 비교산정법의 경우 아래와 같이 비교기업을 선정하고 비교기업의 평균 PER을 기준으로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공모가격을 결정합니다. 아래 예시는 오로스테크놀로지 투자설명서 중 공모희망가액 산정에 관한 부분입니다.

1. 비교기업 선정과 평균 PER 산출

2. 적정 시가총액과 주당 평가가격 산정

3. 공모희망가액 밴드 산출 (확정 공모가는 수요예측 이후 최종 결정됩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이렇게 주간사가 공모 희망가액 밴드를 결정하면 수요예측을 통해 각 기관들이 희망 가격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공모가액을 결정하게 됩니다. 기관들 역시 수요예측을 통해 가격과 물량, 의무보유 확약 등을 제시해서 물량을 배정받게 되는데 밴드 상단을 초과해서 가격을 제시하는 기관이 많으면 희망가액 밴드를 초과한 공모가각 결정되기도 합니다. 최근 상장을 진행 한 네오이뮨텍 같은 경우도 공모가 밴드는 5,400원~6,400원 이었지만 확정 공모가는 이보다 높은 7,500원에 결정되었습니다.
 
상장기업의 투자설명서는 그 기업과 산업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교과서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업을 평가하고 밸류에이션 하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밸류에이션은 기본적인 방법론만 알고 있다면 합리적 상식에 기초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결국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수의 매매에 의해서 기업의 주가가 결정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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