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야말로 ‘창업의 어머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이 본질을 놓쳐서다. 화려한 기술 발전과 IT 디바이스 등에 매몰돼 ‘이걸 활용해 뭔가 비즈니스를 할 순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하고 소비자의 니즈 대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 흥미로운 것에 집착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흥미롭기만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많은 IT/모바일의 스타트업 실패공식이다.
➡IT는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비즈니스 그 자체는 아니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본질 그 자체가 비즈니스 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결국 ‘치명적 불편함’ 혹은 ‘문제’를 해소할 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의 이 말은 마켓컬리의 철학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가 스타트업의 대세이자 새로운 성공 비즈니스 모델의 대표격이 됐지만 사실 유통업만큼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에 가까운 것도 없다. 우선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공급자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를 플랫폼 안으로 유인해 구매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DBR Case Study: 마켓컬리의 유통 혁신 전략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놓인 선물, 불편함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샛별’이 됐다
마켓컬리는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불편’을 비즈니스 기회로 바꿔냈다.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와 물류창고까지 필요한 ‘신선식품 유통업’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고 2년여 만에 이를 궤도에 올렸다. 스스로 유통 ‘스타트업’이 아니라 ‘유통’ 스타트업이라 여기며 ‘유통’에 방점을 찍고 ‘유통의 본질’에 집중했다. 많은 벤처들이 화려한 디자인의 앱과 현란한 빅데이터/IT 활용에만 골몰할 때 이 모든 것들을 그저 ‘유통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
성공요인과 시사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고객의 잠재욕구를 제대로 찾아냈다.
2) 소비자의 가격민감도에 따른 적절한 가격을 제시했다.
3) 효율적 유통망 구축에 일단 성공했다. 이를 보완하고 혁신하는 게 향후 과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현승준(가톨릭대 경영학과 3학년) 씨와 최원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진짜 내일 아침에 배송이 와요? 이거 사기 아니에요? 업체 이름도 처음 들어봐요. 아무래도 이상한데….”
2015년 5월 말, 마켓컬리가 서비스를 시작하자 한 30대 여성은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이렇게 따져 물었다. 유기농 채소를 소량으로 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하루 만에 소비자의 집 현관문 앞까지 가져다준다는 발상은 이런 의심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들이 배달하는 채소보다 더 신선한 발상이었지만 현실에는 난관이 가득했다. 신선식품은 본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을 갖춰야 한다.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식품의 질이나 안전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제법 규모가 큰 기업들에도 초기 투자 및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운 비즈니스다.
그런데 이걸 경험과 노하우가 전무한 창업기업이 해냈다. 많은 이들의 부정적 전망에도 2년을 훌쩍 넘겨 비즈니스를 궤도에 올렸다. 2015년 5월부터 시작된 인터넷·모바일 식품유통 서비스 마켓컬리1 얘기다. 그들이 만들어낸 아침 7시 전 새벽배송 시스템은 이제 신선식품 배송체계의 대세가 됐다.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밤 11시까지 마켓컬리 사이트와 앱에서 신선식품 등 각종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에 집 앞까지 배달해준다. 9800원이라는 최소 주문 가격만 맞추면 배송료는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산지에서 냉장·냉동 상태로 이송돼 마켓컬리의 식품 전용 냉장·냉동 창고에 잠시 보관된 후 최대 12시간 보랭이 가능한 박스에 담겨 배송된다. 즉, 오늘 아침에 밭에서 딴 채소가 내일 아침 식탁에 오를 수 있다. (‘마켓컬리의 상징, 샛별배송’을 참고) 뒤늦게 신선식품 전문 유통 비즈니스에 뛰어든 유통 대기업들도 이제 당연히 새벽배송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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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는 현재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처음 서비스가 시작된 직후 직원과 지인들의 구매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이후 서울 강남지역에서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회원 수가 빠르게 늘었다. 서비스 출시 1년 만인 2016년 6월 기준으로 가입자는 10만 명 이상이 됐고, 2년 만인 2017년 6월을 기준으로 28만 명을 넘어섰다. 월 매출액 역시 1년 만에 20억 원을 넘어섰고, 2년 만에 40억 원 규모가 됐다.3 마켓컬리가 제공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 초를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 수는 33만 명이고 월 매출액은 약 50억 원이다. (그림 1, 2) 창업 후 두 달 뒤인 2015년 7월 말에 회원 3만 명 돌파 기념 이벤트가 진행된 것을 돌이켜보면4 2년 만에 가입자 수 기준 10배 성장이 이뤄진 셈이다. ‘샛별 배송’ 총 누적건수는 95만 회를 넘겼다. 첫 구매고객 중 재구매에 나서는 비율도 60%에 가까워 매우 높은 편이다. 상품 구색도 서비스 출시 당시 25개 품목에서 현재 1700개로 늘어났으며 자체상표(PB) 제품의 가짓수도 150여 개에 이른다. 창업 당시 투자금 50억 원을 모았고 2016년 겨울 다수의 투자회사로부터 총 170억 원의 투자를 받아 큰 화제가 됐다.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같은 지난 2년간의 마켓컬리 성적표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가 ‘성공 궤도’에 올랐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다만 그 핵심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혹자는 1∼2인 가구가 대세가 된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를 성공요인의 중심에 놓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마켓컬리가 ‘치밀한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물류 시스템이나 IT 분석 시스템 등에 방점을 찍고 설명하기도 한다. 사실 어느 한두 개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요인을 몇 개로 추리고 정리해 분석하는 일은 비즈니스 교훈과 시사점 도출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DBR은 이를 위해 마켓컬리에 대한 기존 성공요인 분석 기사와 아티클을 찾아 정리하고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더파머스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긴 이야기를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불편함이 아이디어를 낳았고, 아이디어를 발로 뛰며 실행했으며,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업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성장시켰다. 김 대표는 아직도 “성공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마켓컬리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유통 ‘스타트업’이 아닌 ‘유통’ 스타트업!
1. ‘불편함’은 ‘창업의 어머니’
글로벌 금융회사와 컨설팅 회사 등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던 김슬아 대표가 ‘식품’과 ‘식품 유통’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결혼 후 2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이미 결혼 전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였고 ‘식재료의 질’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랬던 그가 막상 맞벌이 주부로 살다보니 ‘장을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가 됐다.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의 남편도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 오픈마켓이나 대형 유통기업 사이트에서 주문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배송을 받는 시간에 맞춰 집에 있기도 어려웠고, 배송된 식재료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낮에 주문해서 저녁때 받은 상품, 특히 신선 채소의 경우 시들해지기 일쑤였고 다른 신선식품들도 날이 더우면 혹시나 상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부부의 퇴근시간도 일정하지 않았고, 일하다 날을 넘겨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온라인 매장의 구성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화면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상품이 나열돼 있었고,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다가 혹은 손으로 화면을 내려가다 어느 순간 ‘아, 모르겠다’며 창을 닫아버리는 일이 많았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가 문제였다. 전자제품처럼 가격별로, 기종별로 분류해서 보는 것도 여의치 않은 신선식품과 식재료 쇼핑은 ‘잦은 포기’와 ‘빠른 포기’를 유발했다. 그러다 김 대표는 어느 날 깨달았다. 그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지금 겪고 있는 문제와 고민이 ‘지독한 불편함’이라는 사실을.
‘불편함’이야말로 ‘창업의 어머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이 본질을 놓쳐서다. 화려한 기술 발전과 IT 디바이스 등에 매몰돼 ‘이걸 활용해 뭔가 비즈니스를 할 순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하고 소비자의 니즈 대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 흥미로운 것에 집착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흥미롭기만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많은 IT/모바일의 스타트업 실패공식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결국 ‘치명적 불편함’ 혹은 ‘문제’를 해소할 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문자 한 건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고, 단체로 대화하기 힘들다는 문제점과 불편함은 ‘카카오톡’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택시 잡기’의 문제를 해결한 ‘카카오택시’5 는 대표적인 O2O(Online to Offline) 성공 사례로 꼽힌다. 명함을 받아 사진 찍어 올리면 누군가 대신 입력해 내 주소록에 넣어주는 리멤버6 서비스의 (잠정적) 성공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기존 유통업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했고,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치명적인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글로벌 컨설팅사를 그만두고 ‘창업’이라는 험난한 여정에 들어선 계기다.
2. 유통업, 플랫폼, 그리고 공급자
마켓컬리는 ‘유통’을 잘하고 싶었다. 마켓컬리를 O2O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마켓컬리 사람들은 O2O,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비즈니스), 식재료/신선식품 큐레이션 서비스 등의 ‘현란한’ 단어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유통’ 스타트업입니다. 방점이 유통에 있지, ‘스타트업’에 있지 않아요. 그저 좋은 유통 플랫폼이 되고 싶었고, 부동산 임대업에 가까운 한국 오프라인 유통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걸 잘하려고 돈이 적게 들고 소비자에게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매장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김슬아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의 이 말은 마켓컬리의 철학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가 스타트업의 대세이자 새로운 성공 비즈니스 모델의 대표격이 됐지만 사실 유통업만큼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에 가까운 것도 없다. 우선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공급자가 있어야 하고 소비자를 플랫폼 안으로 유인해 구매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섬세한 큐레이션과 프로모션, 그리고 마케팅은 일단 공급자를 확보한 이후에나 가능하다. 카카오택시가 무엇보다 택시회사와 기사들을 유인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최근 DBR에서 다룬 미국 실리콘밸리의 웹툰 플랫폼 기업 ‘타파스미디어’7 가 양질의 콘텐츠 생산자, 즉 작가 확보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켓컬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50억 원의 투자를 받고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사이트나 앱을 화려하게 만드는 데 돈을 쓰기보다 ‘좋은 상품’과 ‘좋은 공급자’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모바일 시대에 온라인 식품 마켓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모바일 앱을 비즈니스 시작 10개월 뒤인 2016년 3월에야 출시했다는 사실은 마켓컬리가 집중했던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화려한 디자인의 앱이 아니라 신선하고 질 좋은 식품과 식재료라는 게 마켓컬리의 신념이었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김 대표를 비롯한 마켓컬리 임직원들은 모두 배낭을 메고 전국 각지를 떠돌았다. 오직 ‘질 좋은 신선식품을 제공하는 공급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때 김 대표를 비롯한 창업초기 멤버8 가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은 김밥만 300줄이다.
처음에는 유기농 채소의 상징과도 같은 장안농장이 입점했다. 마켓컬리가 서비스를 개시하는 그날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30개의 품목 중 삼겹살과 더불어 가장 중점적으로 홍보했던 건 바로 이 장안농장의 쌈채소였다. 그리고 한 달 뒤 ‘미식가의 고기’ 본앤브래드가 입점했고, 이후에 ‘착한 커피’로 유명한 리브레, 줄서서 사는 빵집 오월의종 빵이 들어왔다. 초기 이런 유명 브랜드의 연이은 입점은 마켓컬리를 처음 알리고(장안농장), 입소문이 나게 만들어 성장시켰으며(본앤브레드), 가입자를 폭발시켰다(오월의종). 이 브랜드들의 입점과정을 보면, 마켓컬리가 어떤 비즈니스를 꿈꿨고 이를 어떻게 실행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마켓컬리 초기 성공의 견인차가 된 세 브랜드’ 참고.)
이처럼 ‘상징성’이 강한 제품군, ‘유기농’ ‘고품질’ ‘장인정신’과 ‘미식’으로 상징되는 아이템들을 연이어 입점시키면서 마켓컬리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그런데 자체 콜드체인 시스템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자체 물류공장을 활용하고 중간상을 거치지 않는데다 적은 품목을 필요한 만큼만 매입해 판매하다 보니 가격 자체는 생각보다 높게 책정되지 않았다. 이건 또 다른 측면에서 입소문을 낳았다. 이미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각오하고 클릭하는 사람들에게 ‘예상보다 낮은 가격’은 고민 없이 구매하도록 만드는 데 일조했다. 김 대표가 처음 장안농장을 입점시키면서 ‘원하는 고객들에게 집 앞까지 배달해주면서도 기존 매장에서의 가격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맞출 수 있다’고 했던 바가 유통과정 합리화로 실제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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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집착: 상품위원회
마켓컬리는 최근 회사가 성장하면서 내부적으로 창업 초기 멤버의 역할이 많이 바뀌었다. 김슬아 대표가 주로 관심을 갖고 관여하는 부분도 물론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런 김 대표가 창업 이후 단 한 번도 놓지 않은 역할이 바로 15명의 MD와 소통하는 ‘MD헤드’라는 자리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의 상징과도 같은 샛별배송을 어떤 이유에서 안 하게 되더라도, 사업모델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좋은 상품과 좋은 생산자에 대한 집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마켓컬리의 고집은 ‘상품위원회’라는 시스템에서 잘 드러난다. 마켓컬리에 들어오는 모든 상품은 이 위원회의 내부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김 대표도 MD헤드이자 마켓컬리의 대표로서 이 회의에 꼭 참석한다. MD들은 마켓컬리가 만들어 놓은 양식에 따라 사전 상품기획서를 제출한 뒤 상품을 들고 와서 매주 열리는 이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지금은 내부에서 2년 동안 양성된 전문가들로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초기에는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여러 식품 전문가들을 초빙해 위원회를 꾸렸고, 마켓컬리는 이 위원회를 일종의 학습장소로 삼았다. 김 대표는 “70여 개의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는데 다 밝힐 순 없지만 첫째는 일단 ‘안전성’”이라며 “안전성과 관련된 세밀한 기준만 20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어떤 상품이냐, 어떤 카테고리냐에 따라 다르지만 가공식품류, 그중에서 과자 하나를 예로 들면, 그 과자에 들어 있는 모든 성분의 원산지는 다 알아야 하고, GMO 작물 포함 여부, 생산설비는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을 모두 꼼꼼히 따져본다. 유아식의 경우 생산업체에 ‘이물탐지기’가 구비돼 있고 실제 활용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점검한 내용이 없으면 탈락이다. 안전성 기준은 ‘Go or No Go’ 기준이다. 즉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입점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다음에 6개의 범주에 따라 나머지 50여 가지 평가 기준이 있다. 콘텐츠 부합성, 즉 생산자가 나름의 브랜드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패키징 수준은 어떤지 등을 평가하고 오히려 다른 모든 조건이 좋은데 패키징이 ‘촌스럽다’ ‘투박하다’는 판단이 들면 마켓컬리에서 역으로 생산자에게 새로운 포장법을 제안하고 심지어 돕기도 한다. 마켓컬리에서 파는 ‘토종두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안전성과 ‘장인의 정성’이라는 스토리까지 완벽했는데 포장이 거의 ‘판두부’ 수준이었다. 마켓컬리가 직접 업체로 가서 포장지를 디자인한 뒤에 입점시켰다. 상품위원회는 단순히 어떤 상품이 기준에 맞느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스토리가 있는 상품일 경우 곧바로 ‘컨설팅위원회’로 변신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인 제이미 올리버의 파스타 소스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이후에는 상품위원회에서 ‘콘텐츠 부합성’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제이미 올리버라는 이름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와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4. “IT와 데이터는 거들 뿐”
앞서 살펴봤듯 젊은 주부/중산층 이상의 주부 고객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마켓컬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온라인 매장에 입점하게 된 데에는 마켓컬리 MD(상품기획/구매담당)와 김슬아 대표의 피나는 노력이 주효했다.9 다른 측면, 특히 시스템 측면에서는 직접 구매해서 재고 부담을 마켓컬리가 떠안으며 책임지고 판매하는 ‘매입과 재고 책임관리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신선식품의 판매비중이 높은 마켓컬리에 이런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은 큰 부담이자 리스크다. 다른 어떤 업체보다 ‘데이터’에 집착하게 된 이유다. 수요 예측을 해서 정말 팔 수 있을 만큼만 상품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적게 사와서 계속 품절사태가 벌어지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수요 예측을 잘못해 너무 많은 상품을 사오면 재고 부담으로 마켓컬리의 손해가 커진다. 그래서 기존 구매 데이터와 날씨 데이터 등 변수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수요 예측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데이터가 축적됐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한 예측이 가능하지만 초기에는 데이터가 없어 거의 실시간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수요에 공급을 맞추기도 했다. 김 대표는 “초기에 채소를 팔 때는 장안농장 등 공급처에 직원이 한 명 나가 있고,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로 고객들의 예약 상황을 보면서 전화로 채소를 얼마나 더 따야 할지 알려주는 주먹구구식 대응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가 이제는 비교적 정확한 예측을 만들어주는 기반이 됐다.
맨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외부에서 구매해 온 유통 관련 데이터는 마켓컬리가 개척하는 시장과는 잘 맞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스스로 데이터를 쌓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창업 1년 정도가 지난 뒤인 2016년 중반부터 데이터가 스스로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월 매출액이 15억 원 정도를 넘어서고 1년 정도의 데이터를 쌓고 나니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해졌다. 지금도 마켓컬리에서는 판매 예측, 실제 판매 등의 각종 수치를 대시보드를 통해 수시로 점검한다. 김 대표도 이를 주시하다 평소와 다른 패턴이나 특이한 숫자가 발견되면 그 이유를 묻고 반드시 따져본다. 이런 데이터 기반 경영에 ‘관찰기법’을 더했다. 유명 디자인컨설팅 기업 아이디오에서 쓰는 ‘고객 따라다니기’를 온라인에서 적용해 실행했다. 예를 들어 마켓컬리 고객인 게 확실한 인스타그램 유저를 팔로하면서 그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 주로 무엇을 사서 먹고, 어떤 생활패턴을 가지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건 어떤 제품인지 등을 파악해 고객의 니즈에 접근했다.
대부분의 데이터 시스템은 무료/공개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구축했고, 소비자를 따라다니는 것 역시 돈이 안 드는 인스타그램 팔로를 통해 실행했다. 중요한 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지 어떤 프로그램을 쓰느냐가 아니라는 얘기다.
‘입소문’과 ‘충성도’: 기획하지 않은 기획
1. 어설픈 홍보와 마케팅 대신 세심한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하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마켓컬리’라고 검색하면 1000여 건이 넘는 블로그 글이 뜬다. 대부분 샛별배송의 편리함과 좋은 품질을 칭찬하는 글이다. 혹시나 파워블로거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글쓰기를 독려하지 않았을까, 블로그 마케팅과 바이럴을 기획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그림 3)
하지만 마켓컬리는 창업 초기부터 몇 달간 마케팅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던 몇 개의 유명 브랜드가 들어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마켓컬리를 알려나갔다. 좋은 공급자 확보, 세심한 상품 구성과 서비스가 유통에서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던 장안농장, 본앤브레드, 커피리브레, 오월의종 등 입점한 상품의 구색 그 자체가 입소문을 만들어냈다. 마켓컬리에 대한 소문은 주부들의 모임에서, 블로그와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특히 김슬아 대표 본인 스스로 느꼈던 불편함을 바탕으로 상품 구색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았고 최대한 고객들이 편하게 고를 수 있게 배려했던 것이 큰 효과를 봤다. 과일이나 채소도 엄선한 한두 종류, 우유도 등급에 따라 두 개 정도로만 제한했고,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각종 허브를 소량으로 팔았으며, 심지어 여성들이 다이어트 샐러드에 자주 넣어 먹는 아보카도는 그냥 1개씩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끝없는 리스트에서 선택해야 하는 부담’을 없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제품을 공급했기에 블로그에 자연스럽게 ‘품질에 만족했다’는 글은 지속적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마켓컬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중 하나인 ‘제주 목초우유’는 그들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핵심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우유는 아침에 신선하게 배달받아서 먹고자 하는 니즈가 많은, 특히 마켓컬리 주 고객층인 30대 ‘육아맘’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다. 이런 우유가, 그것도 이제는 판매 1위 품목에 올라 있는 우유가 마켓컬리가 생긴 지 1년이 넘어서야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마켓컬리 MD들이 사전조사를 통해 정의한 ‘좋은 우유’의 기준이 매우 높았고, 그들 마음에 드는 우유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농장, 저 농장을 찾아다니고, 관련자들을 만나고 다니던 중 제주도의 한 농장을 알게 됐다. 천혜의 환경을 가진 농장이었다. 1년 내내 소를 방목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환경오염이 전혀 없었다. 그 농장 옆에 있는 차밭에서 나는 차는 ‘무공해’ 인증을 받아 영국 왕실에 전량 납품하고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농장주가 이미 목축업을 접은 상태였다는 것. 비싸고 힘들게 좋은 우유 만들어봤자 팔기도 어려운 유통 구조에 좌절하고 땅을 팔아버리기로 결심한 상황. 김 대표와 우유 담당 MD는 필사의 설득을 시작했다. 농장주 부인의 한마디가 결국 그의 마음을 바꿨다. “당신이 그렇게 자부심 갖고 만들던 우유, 제대로 공급해주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육지 사람들에게 한번 먹여보자. 우리나라에 이런 우유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렇게 ‘제주 목초우유’가 마켓컬리에 입점했다. 마켓컬리는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유기농 인증 대신 무항생제 인증을 택한 배경을 고객들에게 설명했고, 소비자들은 마켓컬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맛있다는 소문, 믿을 만한 목장에서 믿을 만한 유통업체를 통해 나오는 우유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어느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상품이 됐다.10 현재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기농 인증까지 받은 우유도 출시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런 모든 것들이 ‘기획하지 않은 입소문 마케팅’의 중심에 있다. 세심한 서비스 관리 역시 고객들 사이에서는 종종 화제가 된다. 만약 시든 채소가 배송되면 환불이나 재배송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그런데 고객의 항의 댓글이나 메일에 ‘손님 초대’ ‘아이’ 등의 단어가 발견되면 특별히 더 신경을 쓴다. 손님 초대를 앞두고 식재료를 주문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퀵으로 다시 배송해주는 경우도 있다.
2. 인스타그램의 보랏빛 컬리, 팬, 그리고 충성고객
마켓컬리의 상징은 보라색이다. 이것도 아무렇게나 정한 건 아니다. 실제로 포장지에 여러 색의 마켓컬리 로고를 넣고 대형 식품 매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며 푸른색 채소와 잘 어울리는 것을 전문가와 함께 판단해 정했다. 컬리라는 이름은 브로콜리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지만 마치 사람 이름처럼 ‘컬리’라고 쉽게 불릴 수 있도록 의도했다. 처음부터 돈 쓰는 마케팅과 광고를 기획하진 않았으나11 ‘브랜드 구축’에는 꽤나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12
이렇게 브랜드 구축을 하고 나니 SNS는 최고의 마케팅 툴이자 홍보도구가 됐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은 마켓컬리 성장의 1등 공신이다. 보라색의 강렬하고 예쁜 색감의 로고와 음식, 식재료, 상품 사진을 최대한 예쁘게 찍어 올리면서 ‘보랏빛 컬리’는 ‘인스타의 스타’계정이 됐다.
‘먹스타그램’이라 불릴 정도로 인스타그램에는 예쁜 음식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마켓컬리는 광고비를 지출하는 대신 음식 사진에 투자했다. 음식 전문 사진작가에게 촬영을 맡겨 정말 제대로 찍어 올렸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렇게 찍고 싶다’며 공유하고 퍼가는 횟수가 늘었다. 자연히 마켓컬리도 홍보가 됐다. 이제는 사람들이 마켓컬리의 음식/식재료 촬영 스타일을 ‘컬리스타일’이라고 부르며 따라하고 있다. 김슬아 대표는 “이전까지는 유기농 채소, 건강한 식품이라고 하면 흙 묻은 채소 더미를 밀짚모자 쓴 농부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들고 있는 사진이 떠올랐던 게 사실”이라며 “그걸 세련되게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마켓컬리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 게시물마다 평균적인 좋아요 수는 최소 250개에서 500개에 이르며 팔로어 수는 51만5000명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인스타그램에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충성고객이 되기도 한다.
샛별배송이라는 혁신, 좋은 상품에 대한 집념과 세심한 서비스,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와 SNS 활동이 더해지자 인터넷 블로그와 SNS에 서비스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시물을 올리는 충성고객이 확보됐다. 이러한 충성고객들은 위기의 마켓컬리를 전혀 엉뚱한 측면에서 본의 아니게 지원사격하는 일을 해내기도 했다. 한때 마켓컬리의 2차 투자 진행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위기가 온 적이 있었다. 자신의 차를 갖고 마켓컬리에서 새벽배송을 해주는 기사들(마켓컬리는 이들을 매니저라 부른다)에게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김 대표가 직접 설명했다. 불안한 분들은 마음 편히 떠나셔도 좋다는 메시지였다. 당시 폭염 속에 냉장차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었음에도 잠시 고민하던 매니저들 대부분은 마켓컬리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도 놀랄 정도였다. 그때 한 매니저(기사)의 말에 답이 있었다. 그는 “배송일을 10년 넘게 했지만 새벽에 물건 놓으러 갔을 때 ‘배송기사님 고맙습니다. 이거 드시고 하세요’라고 쪽지를 적어놓고 음료수를 놓아주는 고객들은 처음 봤다”며 “이런 충성고객들이 많은 기업이라면 잘될 것 같다. 나도 보람 있다. 여기 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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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 및 시사점
1. 고객의 잠재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 성공의 첫 단추
불편함은 창업의 어머니지만 누구나 그 불편함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고객들이 나의 불편함은 이러할 때 저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나열할 만큼 자신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함은 잠재 욕구를 의미하는데 잠재욕구를 발견하고 정확한 표적시장에 맞춘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신규 브랜드의 초기 시장 진입의 성공 여부를 가리게 한다. 2011년 당시 안경은 시력보정을 위한 실용주의적 제품이라고만 생각하고, 또 그러한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던 때 젠틀몬스터13 는 매일 자신의 기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에 따라 남성들이 넥타이를 선택하듯이 ‘나의 선택권의 영역으로 안경을 끌어들이고 싶다’는 고객의 잠재욕구를 포착했다. 이는 ‘안경은 예술품이자 액세서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고객의 잠재적 욕구를 끌어내고 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제공해 성공한 사례다. 반면 ‘강글리오’라는 녹용 성분이 들어간 고급 커피믹스를 출시했던 농심14 의 경우, 출시 전부터 커피믹스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골프장에서 VIP에게 녹용커피나 홍삼커피를 제공했을 때 좋은 반응이 있음을 확인하고 강글리오라는 고급 믹스커피를 출시했으나 실패했다. ‘왜’ 그러한 커피를 좋아할지, ‘누가’ 그것을 좋아할지에 대한 욕구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사례다. 마켓컬리의 성공요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포착할 수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고객의 잠재욕구 포착이 성공의 첫 단추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박충환 교수15 가 제시한 ‘고객욕구의 틀’은 고객의 욕구를 빠짐없이 발굴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인데 [그림 5]와 같이 고객욕구의 형태/발생원천/발생시점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찾아낸 고객의 욕구를 이 도구를 이용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고객욕구의 형태에 따라 혜택/잠재적 혜택/문제/잠재적 문제 욕구로 나뉘고 있다. 고객이 특정 혜택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혜택 욕구이고, 특정 불편함이 없어졌으면 하는 욕구가 문제 욕구다. 잠재적 욕구는 고객에게 분명 욕구가 존재하고 있으나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을 만큼 인지 가능한 수준의 욕구가 아니다.
기존 식료품 온라인몰을 이용하던 고객들은 낮은 가격대부터 높은 가격대까지 너무 다양한 제품들의 나열로 인해 선택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비슷한 수준의 제품들만 나열돼 있어 빠른 선택이 가능할 수 있도록 상품들이 정리되길 바라는 ‘문제 욕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채소와 같은 신선식품의 질이 들쑥날쑥하기 일쑤였고, 날씨가 더울 때는 풀이 다 죽은 채소들이 배달돼 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매번 제품의 질이 고르길 바라고 어느 계절에 주문하든 싱싱한 채소를 받기를 바라는 ‘혜택 욕구’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퇴근이 언제 가능할지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 앞에 신선식품이 ‘배송완료됐다’는 문자를 받고 마음이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출근하기 전에 신선한 제품을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출근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 존재함에도 이러한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여기며 참고 지내왔다. 신선한 제품을 출근 전에 받고 싶은, 또는 부재중에 제품이 배달돼 시들까 봐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 ‘잠재적 혜택/문제 욕구’가 존재했던 셈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잠재적 혜택/문제 욕구에 대해 스스로는 혜택/문제 욕구로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 욕구를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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