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란?

사모펀드는 한국의 금융법령에 의해 정의된 개념으로, 사적으로 모집한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서 만드는 펀드를 의미한다. 사모펀드 하나 당 투자자를 49인까지 모집할 수 있다고 한다. 그거보다 많아지면 사적인 모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공모펀드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증권사나 은행에서 사는 펀드는 수천, 수만 명이 자유롭게 사거나 팔 수 있는 '공모펀드'다. 공모펀드는 금융당국이 까다롭게 감독한다. 사고라도 나면 피해자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사모펀드는 '니들이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감독을 느슨하게 한다. 정보공개도 잘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위험하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사모펀드에 돈을 넣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반인에게 권하는 사람도 없다. 사모펀드는 전문 투자가들끼리, 혹은 사업하는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소 투자액도 몇 억이다.

PE란?

Private Equity Fund를 흔히 사모펀드라고 잘못 번역하는 이유는 private이라는 단어를 보고 '아, 저게 사적이라는 뜻이구나' 이렇게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private이라는 단어는 그런 뜻으로 쓰인게 아니다. Private equity는 public equity에 대비되는 말로, 증권거래소에 공개되지 않은 주식, 즉 비상장 회사 주식을 의미한다. Private equity fund는 그런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사모냐 공모냐는 중요하지 않다.

PE에 투자하는 이유

그럼 왜 비상장 주식에만 투자하겠다는 것일까? 이유는 이렇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일반인들이 사고팔 수 있는 주식(퍼블릭 에퀴티)은 매년 주주들을 모셔다가 주주총회도 해야하고, 재무제표와 사업계획서도 공개해야 하고, 홍보담당자와 IR담당자도 고용해야 하고, 거래소 규제도 맞춰야 하고, 여론과 언론도 신경써야 하는 등 사업하는데 제약과 규제가 많다. 게다가 주주들에게 배당금도 줘야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욕을 먹으니까 주가도 신경써야 한다. 이런 걸 다 챙기다보면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PEF는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상장회사의 주식을 모두 사서 절대 경영권을 손에 넣은 다음, 거래소에서 상장철회를 해서 자사의 주식을 일반인이 거래할 수 없는 비공개 주식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면 금융 관련 법의 규제도 훨씬 덜 받고, 사업 내용을 많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일반인 주주들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므로 회사 운영을 훨씬 파격적으로 할 수가 있다. PE펀드가 바람직하게 운영되는 경우 이는 사업 효율성 극대화로 이어진다.
 
주주들 눈치를 안 봐도 되니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다. 다른 회사와 인수합병을 하기도 쉽다. 반대로, 임직원 대량 해고와 사업 구조조정으로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올리려 하는 PEF들도 있다. (MBA 필독서 'Babarians at the Gate'가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심지어는 아예 회사를 폐업처리하고 공장과 기계류와 땅을 팔아서 돈을 나눠갖는 PEF도 있다. 그게 더 돈이 되는 경우에는 말이다. 서구에는 그런 식으로 PEF에 의해 문 닫는 기업들이 비일비재하고, 꼭 그것이 나쁘다고 보지도 않는다. 시장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원래 그렇다고 볼 뿐이다.
 
 
정리하자면, '사모펀드'라는 용어는 자금의 input에 대한 개념이다. 투자금을 프라이빗하게 모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PEF라는 용어는 자금의 output에 대한 개념이다. 모은 투자금을 가지고 프라이빗한 주식을 산다는 뜻이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대비되는 개념이고, Private Equity는 Public Equity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사모펀드 vs. 공모펀드

이렇게 (사모펀드 vs. 공모펀드) X (private equity 투자 vs. public equity 투자)라는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네 가지 분류를 해볼 수 있다.  

  1. 물론 사모펀드이면서 동시에 PEF인 케이스들이 유명하긴 하다.
    사적으로 모은 돈을 사적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경영참여형(PEF) 사모펀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조국 님 일가가 투자한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이름부터가 '코링크 PE펀드'다. 또 해외 유명 PEF인 KKR, 블랙스톤 등도 대부분 사모투자 형식으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비상장 주식 투자를 한다. 단, 이런 유명 글로벌 펀드들은 억 단위가 아니라 조 단위의 펀드를 모은다. 이들에게 돈을 주는 투자자는 개인이 아니라 한국국민연금 같은 대형 연기금이나 은행, 보험회사 등 이다. 미국 PEF의 평균 투자자수는 42명(법인 포함)이라 한다. 평균적으로 사모펀드의 범주에 들어가는 셈이다.  
  2. 사모펀드이지만 PEF는 아닌 경우도 있다.
    사모 형식으로 투자금을 모아서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기도 하고, 채권이나 부동산에도 투자한다. 돈 되는 곳은 다 투자하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이를 '전문투자형(헤지펀드형) 사모펀드'라고 부른다. 이런 펀드 역시 위험성이 높으므로, 정부에서는 돈이 많고 투자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도록 제한하는 편이다.  
  3. 공모펀드이지만 PEF인 경우도 있을까?
    상식적으로, 비상장된 회사의 주식을 사는 펀드에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돈을 넣게 하는 나라는 없다. 비상장회사는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덜 받기 때문에 사고와 사기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세계 최대급 PE 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KKR은 자신들의 회사 자체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엄밀히 말해 PE 펀드를 상장한게 아니라 PE 펀드를 수십 개씩 운용하는 운용사를 상장한 것이긴 하지만, 운용사 역시 자기 돈을 펀드에 일정부분 집어넣으므로 어쨌든 일반 대중이 PE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4. 공모펀드이면서 PEF가 아닌 경우는 너무나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증권사 직원이나 은행원들의 권유로 구입하는 주식형 펀드(미국식으로 말하면 뮤추얼펀드)가 다 여기 속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2000년대 들어 금융시장이 복잡해지고 투자기법도 다양해지면서 이런 분류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한다. PE 펀드였던 것이 비상장주식뿐 아니라 상장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하고, PE펀드가 또다른 PE펀드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기본적으로 사모펀드라는 개념과 PE펀드라는 개념의 차이는 확실히 구분된다. 단어의 뜻부터가 서로 관련이 없다. 이미 금융업에서 실제 플레이어로 뛰는 분들은 그 차이를 다 잘 아시겠고 혼동하는 경우가 없겠지만, 언론매체에서는 아직 사모펀드=PE펀드로 쓰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네이버 사전에서조차 그렇게 번역하고 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리걸타임스 채희석 변호사님의 글도 참조. 지금까지 전문투자형(non-PE)와 PE형으로 구분되던 사모펀드 규제체제를 앞으로 통합하겠다는 정부의 안을 설명해주셨다.

출처

http://www.leg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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