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 - 장석남












더 작은 목소리로
더 낮은 목소리로, 안 들려
더 작은 목소리로, 안들려, 들리질 않아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줘
라일락 같은 소리로
모래 같은 소리로
풀잎으로 풀잎으로
모래로 모래로
바가지로 바가지로
숟가락으로 말해줘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줘
내 사랑, 더 낮은 소리로 말해줘
나의 귀는 좁고
나의 감정은 좁고
나의 꿈은 옹색해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너의 목소린 너무 크고 크다
더더 낮고 작은 목소리로 들려줘
저 폭포와 같은 소리로,
천둥으로,
그 소리로










 1. 총 21행으로 구성된 이시를 ...다음과 같이 나누어서 바라보았다.

1행~4행 : 더 작은 목소리로 ~ 말해줘
5행~10행  : 라일락 ~ 숟가락으로 말해줘
11행~12행  : 더 작은 ~ 말해줘
13행~15행  : 나의 귀는 ~ 옹색해
16행~17행  : 큰 소리는 ~ 크고 크다
18행~21행 : 더더 ~ 그 소리로

2. 이 시의 실마리는 13행~15행(나의 귀는 ~옹색해)와 16행~17행(큰 소리는 ~ 크고 크다)에 있었다.
나의 귀는 좁고/나의 감정은 좁고/나의 꿈은 옹색해/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너의 목소린 너무 크고 크다
: 나는 속좁은 사람이라 남의 말은 잘 못들어, 아니 안들어. 그런데, 너의 목소리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너무나 크게 들려....  너는 나한테 너무 특별한 존재라, 너의 눈빛, 너의 숨결, 너의 말하나하나, 너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너무 크고 새로우며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사랑스러운 연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 손가락을 까닥까닥
모습, 실핏줄이 비치는 얇은 눈꺼플을 깜박깜빡이는 그 모습 하나하나에 나의 마음에는 벚꽃색 바람이 부는 것을.

+이 구절을 보고 생각났던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김광석의 '변해가네'. 변해가네의 가사의 한구절을 보자.



그리길지 않는 나의 인생을 
혼자남겨진거라 생각하며
누군가 손내밀며 함께 가자 하여도
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가려했지

그러나 너를알게 된후
사랑하게 된후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것이 변해가네

-김광석 변해가네  


사랑하는 너로 인해 나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3.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해줘'의 구절에서 말해달란 말은 사전적 의미의 말하다의 의미일까? 
 여기서 '말해줘'의 의미는 말하는 하나의 동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만드는 모든 말과 동작을 '말해줘'라는 단어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4. 라일락 ~ 숟가락으로 말해줘
라일락 같은 소리로 말해줘.. 모래알 같은 소리로 말해줘.. 풀잎으로 풀잎으로.. 모래로 모래로..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바가지로 바가지로, 숟가락으로"는 왠말인가? 바가지와 숟가락은 일상의 의식주를 대표할만한 삶과 굉장히 맞닿아있는 사물들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삶을 위해 보이는 아주 일상적이며 현실적인 몸동작들마저도 신비롭게 느끼는 심정아닐까?

5. 18행~21행 : 더더 ~ 그 소리로
 더 낮고 작은 소리로 말해달라더니 갑자기 폭포와 천둥과 같이 말해달라는건 무슨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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