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분석이란 무엇인가」 - 의문 발생의 배경

 취업시즌을 맞이하는 대학생들은 자기분석이란 단어에서 벗어나고자 해도 벗어날 수 없다. 각 기업에서는 엔트리시트에 자기분석을 기초로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이러한 추세때문에 자기분석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회사까지 설립되고 각 대학에서도 취업을 대비해 자기분석 강좌를 개설하는 한편 그 자기분석 분야의 전문가까지 생겨날 정도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싫어하는 것, 자신의 성향 등등의 지표를 제시하면서 "이것이 자기분석" 이라고 주장하며, 학생들에게 그 항목들을 생각해 볼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자기분석의 의미를 정의내리지 못하고, 회사가 자신에게 자기분석을 요구하는 핵심적인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면  그것은 진실된 자기분석이 아니라 그저 생각의 쥐어짜기와 암기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분석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왜 생각해 보아야할만한 것일까? 또 회사에서 지원자에게 자기분석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 자기분석이란?

 먼저 다양한 나의 철학적인 질문들이 다음과 같은 전제 하에서 그 해답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듯이, 나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기만족 = 행복" 이라고 전제하고 자기분석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정의하고자 한다. (참고로, 많은 철학자들이 무엇이 행복인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개인에게 자유롭게 맡겼지만, 삶의 궁극적 목적이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주장만큼은 대부분 동의했다. 만약, 삶의 궁극적 목적을 스스로 정의하지 못한 사람이나 그것이 행복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이 글을 읽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자기분석도 결국 행복을 위한 행위로 인식하면, 자기분석이란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때 "무엇"이란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세속적인 것부터 근본적인 것까지, 일차원적인 것부터 고차원적인 것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말이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발생한다고 상정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무엇"에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물을 좋아하는지, 명예가 좋은지 돈이 좋은지, 수학이 좋은지 싫은지, 어떤 이성이 좋은지 싫은지 등 가치판단이 가능한 모든 질문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자기분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에 머무른다면, 종이에 프린터된 여러 항목을 제시하고 자신이 맞는 항목에 체크하여 "이것이 당신의 자기분석입니다" 라고 알려주는 자기분석제공 서비스 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콜라보다 사이다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 자기분석이 끝이 아니다.

 진정한 자기분석의 필요는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해답에 "왜"라는 물음을 붙이므로써 존재이유가 생긴다. 즉, 행복을 전제 하에 1차적으로 단순히 정의한 자기분석에 왜라는 질문을 더하여 재정의하면, 


자기분석이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과 행복하게 하지 않는 요소들에 스스로 납득할만한 원인을 붙여나가는 과정」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내가 콜라보다 사이다를 더 좋아한다면 왜 그런지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성장환경과 무의식 속에 녹아있던 자기 자신을 더욱 뚜렷히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두껍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먼지 안에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분위기 있는 식당보다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먹는 식사가 더 좋다는 사실의, 자만하는 것보다 겸손한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 하이힐보다 단화가 더 좋다는 사실, 친절한 것이 더 좋다는 사실  원인을 분석하는 것으로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감춰진 우리의 모습이 더 선명히 드러난다.


3. 자기분석은 왜 중요한가?- 회사에서 지원자에게 자기분석을 요구하는 이유

 자기분석의 해답을 행복을 전제로하여 생각해내었으므로, 결국 자기분석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분석이었다. 즉, 자기분석을 통해 자신의 진면모를 확인하고 자신이 어떤 것을 할때 행복한 인간인지 스스로 어느정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자기분석은 어떤 선택의 기준이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욱 의존하게 하기 때문에 더욱 주체적인 선택을 하게 해준다. 납득을 위해, 자기분석이 진행되어 있지 않은 사람A와 자기분석이 어느정도 진행되어 있는 사람 B를 가정하고 상황을 예측해본다. 자기분석이 진행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아직 먼지 속에 묻힌 스스로의 모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이 개인적의 소신보다는 사회적 소문이나 타인의 의견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클 것이다. 반대로, 자기분석이 진행되어 있는 사람은 외부적인 소음(외부적인 소음과 수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충고를 구분한다)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중심이 되어 선택을하는 경향이 클 것이다.

 안타깝게도 회사에서 지원자에게 자기분석을 요구하는 이유는 전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장기적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개개인의 지원자에게 더 큰 행복을 주기위해 자기분석과 관련된 이런저런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지 주체적인 인재를 원할 뿐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선동하기 쉬운 사람은 부리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로인한 효과는 단기적이다. 주체적인 인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회사의 이윤을 과감히 포기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들을 잘 요리하기만 한다면, 혁신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더 높다.


4. 가치관과 자기분석의 관계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는 것은 자기분석을 통해 얻은 스스로에 대한 자료를 기초로 한다. 가령 위의 예를 다시 빌리면, 자기분석이 두껍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먼지 안에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면 가치관은 그 보물을 어떻게 사용할지 정하는 과정이다. 먼지 안의 보물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쓰이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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