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포장의 사례로 본 M&A의 적정가격(2)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86] 태림포장 및 태림페이퍼의 인수전은 세아상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일단락되었습니다. 필자의 지난 연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82'에서는 태림포장의 인수가격에 대한 기본 개념 및 매도자(Seller) 입장에서의 희망 가격에 대해 설명드렸는데요, 오늘은 매수자(Buyer) 입장에서의 고려사항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는 2017년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354억원이었는데요. 2018년에는 1242억원을 달성합니다. 이런 상황은 회사를 매각하고자 하는 IMM PE(사모펀드)에 매우 좋은 타이밍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정도 실적이면 우리는 1조원 이상 받아야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으니 말입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안정적인 기업이 큰 이익이 나는 상황이니 구매하고 싶기는 하지만, 갑자기 개선된 실적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상황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수자는 어떤 것을 고려하여 매수가격을 결정했을까요? 제가 매수자라면 이러한 것들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1. 성장가능성이 중요

영업이익이나 EBITDA를 통해 기본 손익구조가 확인되면, 미래에 이 회사의 이익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가 아주 중요해집니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아래 세 가지 정도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1) 매출액의 방향성

태림포장과 같은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의 경우 과거 3~5년 정도의 매출 추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3년간의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의 매출액은 다음과 같은데요. 태림페이퍼의 경우 매출의 절반이상을 태림포장에게 하고 있기 때문에, 태림포장의 매출 변동과 거의 유사한 비율로 변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림포장의 사례로 본 M&A의 적정가격(2)
매수자 입장에서 위 재무제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2017년에 매출 대박을 쳤으니 이후에도 비슷한 비율로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제 생각에는 2017년에 뭔가 일시적인 이벤트가 있었고, 2018년이나 2016년과 같이 7%대의 성장률이 일반적인 것으로 예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17년 중에 관계사로부터 생산공장 3곳을 인수하였습니다)

(2) 시장의 규모 및 시장점유율

그리고 매출을 추정할 때는 그 회사가 몸담고 있는 시장의 규모와 회사의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태림포장의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내 골판지상자의 시장규모와 시장점유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림포장의 사례로 본 M&A의 적정가격(2)
위와 같은 정보를 볼 때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태림포장이 시장점유율이 1위인 업체인데 16%대에 불과한 것을 보면 가격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겠군, 그리고 국내총생산이 연간 3% 정도씩 성장하고 있는 걸 보면 태림포장도 결국 저 정도 성장률로 수렴하겠다.'

(3) 시너지의 유무

표면적으로 보이는 성장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인수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를 고려하면 인수가격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인수하여 자체생산브랜드를 만든다거나,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원재료를 판매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등의 형태라면 재무제표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너지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림포장을 매각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인수후보 1순위로 국내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가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만 한솔제지의 경우 본사의 자금사정과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이고, 세아상역의 경우 의류생산으로 집중되어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태림포장 인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시너지가 높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 기타 고려사항

(1) PE(사모펀드)의 회수기간 및 수익성

현재 태림포장의 지배주주는 IMM이라고 하는 사모펀드입니다. 펀드의 경우 투자약정기간 및 기대수익률(일반적으로 15~20% 내외)이 존재합니다. 즉 투자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났고, 팔 수 있을 만한 기회가 보이면 과감하게 팔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IMM은 2015년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하여 태림포장 등의 계열사를 인수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약 4년 반 정도 흘렀죠. 그리고 2018년에 외부 상황 등으로 인하여 손익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렇다면 IMM PE는 지금이 투자금 회수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입니다. 2019년 말 기준 8000억원에 매각한다면 연 수익률 20%를 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매수자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며 협상에 임할 것입니다. 어차피 펀드의 투자기간은 길지 않고, 지금을 놓치면 앞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매각할 기회가 생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매수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2) 경쟁상황

태림포장의 경우 최초 매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10개 이상의 업체가 인수전에 참여하여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인수가격은 경쟁이 붙어 1조원 이상으로 진행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인수후보자는 3곳이 남게 되었으며, 인수 후보자 모두 7000억~8000억원 정도의 인수가격에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기 때문에 매도자의 기대만큼 가격이 높아지지는 않았습니다.

(3) 정책적인 상황

골판지업계의 경우 2018년에 중국 이슈가 있었습니다. 중국이 폐지 수입을 제한하면서, 국내 폐지 가격이 낮아졌습니다. 그 폐지를 가지고 골판지 상자와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업체가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입니다. 2018년에는 매출가격이 그대로인데 제조원가가 크게 하락하여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입니다. 매도자는 이러한 중국정책이 지속될 것이므로 2018년과 같은 이익 규모는 유지될 것으로 주장하였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만 중국이 지금과 같이 폐지 수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골판지의 판매 가격은 낮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쟁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시장점유율 16%라고 말씀드렸죠. 나머지 84%의 경쟁자들이 서로 경쟁하면 판매 가격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실제로 태림페이퍼의 반기보고서를 통해 확인하면, 2019년의 골판지 원지의 판매단가가 2018년보다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수 기준 5.6% 하락)

태림포장의 사례로 본 M&A의 적정가격(2)
3. 매수자 입장에서의 인수가격 결정

결국 매수자는 위와 같은 정보들과 인수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내부정보를 바탕으로 인수가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특히 2018년의 급격한 이익 증가, 그리고 2017년의 급격한 매출 상승 등 일시적인 이벤트가 많았으므로 그 영향을 조정하여 장기적인 손익을 추정할 것이며, 인수가격 7000~8000억원 수준이라면 IMM PE 입장에서는 충분히 EXIT(매각 후 수익실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인수의향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인수가격을 꼼꼼하게 검토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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