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포장의 사례로 본 M&A의 적정가격(1)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82] 국내 골판지 1위 태림포장 및 태림페이퍼의 인수전 분위기가 심심해지고 있습니다. 석 달 전 예비입찰 당시만 해도 약 10개 업체가 경합하며 인수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였는데요.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많은 업체들이 떠났고, 현재 가장 높은 가격을 제출한 샨잉-베인캐피털 컨소시엄도 투자확약서(LOC) 제출이 지연됨에 따라 딜이 점점 늘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6월 초 8700원에 달했던 태림포장 주가는 9월 중순 현재 6000원을 하회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발생할 경우 신문에는 많은 기사들이 실리는데요. 기사에는 전문용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M&A의 매수자(Buyer)와 매도자(Seller)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가격이 결정되는지 간단히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모든 투자자산이 그러하듯이 사고 팔리는 가격은 근거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 근거의 핵심은 주로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첫째 '매물의 현재의 능력(가격)은 어떠한가', 둘째 '미래의 성장 가능성은 어떠한가'일 것입니다.

첫 번째 핵심의 경우 과거 실적이나 현재 시장가격이 존재하니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이 가능한데, 문제는 두 번째입니다. 미래를 어떻게 추정하느냐에 따라서 각 참가자의 마음속 가격이 매우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추정하는지는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현재의 능력은 어떠한가?

회사에는 재무제표라는 명확한 과거 기록이 있습니다. 그중에 매수자가 관심을 가지는 정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틀린 답은 아닙니다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는 바로 '현금창출능력' 입니다. 이 회사가 1년에 얼마의 현금을 벌어들일지 알아야 내가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얼마를 투자할지 판단할 수 있겠지요.

다음의 정보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현재의 능력을 판단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이외에도 많은 정보가 있지만 필자의 의견에 따라 간단하게 요약한 내용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영업이익률

영업이익률이란 회사가 100원짜리 물건을 팔았을 때 얼마를 남기느냐의 개념입니다. 우리는 마진율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요? 그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중요한 정보이므로 매수자가 인수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아래와 같이 태림포장의 3개 연도 손익계산서를 요약해봤는데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태림포장의 사례로 본 M&A의 적정가격(1)
아마도 매수자라면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2016년과 2017년은 태림포장이 1~2%대의 영업이익률, 태림페이퍼도 7%대인 것으로 보아 수익성이 높지는 않네. 2018년에는 중국 폐지 수입 정책 때문에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급증했는데, 이거 잠시 반짝한 것 아닐까?'

2) EBITDA

회사의 현금창출능력 확인을 위해 가장 보편적이고 간편하게 사용되는 지표는 EBITDA입니다.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줄임말인데요.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에서 법인세, 이자비용,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입니다. '영업이익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어차피 영업이익에는 법인세랑 이자비용은 관계없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영업이익에는 감가상각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감가상각비는 회계상 비용이지 현금이 사용되는 비용은 아니죠. 예를 들면 회사가 4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했고, 그 건물을 40년 동안 쓸 계획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 건물의 건설로 인해 손익계산서에는 매년 10억원(400억원/40년)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하겠지만 현금 400억원은 건설되는 첫해에만 지출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래서 현금창출능력의 확인을 위해 사용되는 EBITDA에서는 주로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비를 빼줍니다. 즉 영업이익보다는 EBITDA가 커지겠죠.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의 3개 연도 EBITDA를 산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간편한 설명을 위해 금액적으로 작은 무형자산상각비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태림포장의 사례로 본 M&A의 적정가격(1)

3) Normalize EBITDA

태림포장 매각 관련 기사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매도자가 원매자에게 제시한 Normalize EBITDA는 1630억원이다.' EBITDA는 알겠는데 Normalize EBITDA는 무엇일까요? Normal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흔히 알다시피 보통의, 평범한, 정상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Normalize라는 것은 정상화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미 위에서 EBITDA를 다 확인했는데 무엇을 정상화한다는 말일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2016년에 우리는 메르스의 여파로 판매량이 2015년이나 2017년에 비해 매출이 20%나 감소했어, 이는 특이사건이므로 2016년 매출액은 조정해서 봐야지' '우리는 그룹 계열사라서 우리가 직접 쓰지도 않은 광고선전비를 100억원이나 반영했어, 분리해서 매각하면 없는 비용이나 마찬가지지' '2018년에는 중동전쟁으로 갑자기 유가가 폭등했어, 이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너무 높은 유가지수니까 일부 손익 조정을 해서 봐야겠지'.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나 매각 후에 발생하지 않을 비용 등에 대해서 조정하는 작업을 합니다. EBITDA 산출의 목적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영업이익이 몹시 들쭉날쭉하다면 3~5년 평균치 정도로 계산하기도 합니다. 그럼 위의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Nomalize EBITDA로 1630억원을 제시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 매도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의 2016~2017년에는 700억원 수준이긴 하나 2018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확 바뀌어 2018년 EBITDA는 16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외부 요건으로 인한 상승이긴 하지만 저희가 볼 때 중국의 폐지 수입제한은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고 지속적인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일부 특수한 비용을 제외하고 보면 최소한 우리는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가 연간 1630억원 수준의 현금창출능력을 보유했다고 판단됩니다. '

4) 매도자 입장에서의 매도가격 추정

일반적인 M&A의 경우 EBITDA의 10배 내외에서 거래가격이 형성됩니다. 업종 특성에 따라 인기가 많으면 훨씬 높은 배수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고, 인기가 조금 떨어지면 7~8배 수준에서 거래되기도 합니다. 현재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의 매도자는 IMM PE라는 펀드인데요. 태림포장의 58.9%를 가지고 있고 태림페이퍼는 사실상 전체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의 예비입찰이 한창일 때 시장에서는 1조원 딜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매도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태림포장의 2018년 EBITA가 약 590억원인데 10배 하면 기업가치는 6000억원 수준 아닌가? 그럼 우리 지분율이 약 58.9%니까 3500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겠군' '태림페이퍼의 2018년 EBITDA가 약 1000억원 수준인데 우리가 봐도 2018년 실적이 좀 많이 크긴 했어. 아무리 그래도 7배수 정도만 반영해도 기업가치는 7000억원 아닌가? 여긴 사실상 우리가 모두 보유하고 있으니 7000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겠어' '결과적으로 두 개 회사 합치면 못해도 1조원 이상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매도자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보고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한 법이죠. 아마 매수자는 미래에 어떠한 일이 발생할 것인지 추정해 보수적으로 매수가격을 측정할 것인데요. 미래의 추정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의 다음 연재일인 10월 15일에는 주로 매수자 입장에서의 거래가격 산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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