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친환경 트램' SK '그린수소'…31社 43조 투자 채비 끝

수소경제 달리는 기업들
효성, 액화수소 생산 집중
롯데·GS·현대重·두산…
수소밸류체인 구축 속속 동참

여전히 갈길 먼 `퍼스트 무버`
가격 비싸고 대량생산 어려워
`수소의 역설` 넘어야 할 산
기초·원천기술 국산화 시급

 

◆ 다가온 수소경제 시대 ◆

 

 

 

"불확실하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SK 효성 등이 수소 부문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며 관련 산업을 이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영역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앞선 기업을 빠르게 쫓는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로 성장해 왔던 만큼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경험은 부족하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관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초·원천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계에서 수소 사업 투자 계획을 밝힌 곳은 현대차·SK그룹 등 9곳으로 수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계열사는 31개에 달한다. 투자 규모도 막대하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만 43조원이나 된다. 이것도 롯데와 GS, 현대중공업, 두산 등 투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4개 그룹은 제외된 수치다.

수소경제를 이끌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수소차를 만드는 유일한 기업으로 국내 수소 수요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등 완성된 자동차산업 핵심 뼈대를 수소산업 경쟁력으로 연장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통해 '부생수소'를 만들고 현대글로비스가 수소 운송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를 현대차의 연료전지 발전과 수소차, 현대로템의 수소 트램 등이 활용하는 형태다. SK그룹은 정유 분야에서 쌓은 오랜 경쟁력을 살려 수소 생산·유통을 필두로 저장과 활용까지 전 밸류체인에 참여하고 있다. SK(주)와 SK E&S를 중심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온·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개질수소'를 만들고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SK그룹은 5000억원을 투자해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용지 약 4만3000㎡를 매입하고 2023년까지 연산 3만t의 수소 액화플랜트를 완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주유소 사업을 활용한 충전소 사업 등 수소 유통에도 힘쓴다.

효성은 액화수소에 집중한다. 액화수소는 부피가 커 수송·저장 시 효율이 떨어지는 기체수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수소경제 현실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효성은 지난달 1만3000t 규모 액화수소 플랜트 공사를 시작했다. 이와 별도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능력을 3만9000t까지 늘릴 방침이다. 효성이 액화수소 충전 기술과 설비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포스코 롯데 한화 GS 등도 수소시장에 진출했다. 모두 정유·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저장·유통은 물론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원자번호 1번인 수소 1g의 발열량(에너지)은 석유의 3배에 이른다. 연소 시 에너지와 물을 배출하는 만큼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하지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에너지원으로 쓸 수소를 얻기 위해 별도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소의 역설'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대량 생산이 어려워 경제성이 떨어진다. 부생수소와 개질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저장·유통 분야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수소의 끓는점은 영하 260도로 수소를 액체로 만들어 유통하기 위해서는 저온 관리 기술 확보가 필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냉정하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초기 단계"라며 "기술과 전기 없이 수소경제 도래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들이 수소에 매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신기술연구소장은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에서 대안은 수소밖에 없다"며 "미리 나서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만큼 서둘러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수소사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수소사업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산업이다 보니 뭘 해야 하는지, 경제성은 있는지 등 판단하기 어려워 다른 기업과 손잡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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